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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Author: 고능비
그 후 밤새도록 서로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예정은 일어난 후 베란다에 가서 화분에 물을 주며 꽃들을 감상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이 작은 화원을 보면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것 같았다. 태윤에 대한 불만도 사라지는 듯했다.

왜냐하면 이 화원을 완성시킨 것이 태윤이 사 온 꽃들 덕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은 후 주방으로 가 둘을 위한 아침을 준비했다.

태윤도 일어났다. 그는 주방 앞으로 걸어가 예정의 분주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꾹 다물었던 입술을 움직였다.

“좋은 아침.”

예정은 고개를 돌려 태윤을 쳐다봤다.

“네, 좋은 아침이에요.”

“뭐 도와줄 거 있어?”

“없어요. 그렇게 심심하면, 옷이나 좀 널어주고 청소기나 한번 돌려요.”

태윤은 순간 멍해졌다.

‘이제 막 나가자는 거야?’

그러나 입으로는 다른 말을 내뱉었다.

“어. 알았어.”

그는 몸을 돌려 거실로 걸어가 옷도 널고 청소기로 거실도 밀었다.

이렇게 큰 집에 부부만 살고 있다. 게다가 둘 다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와서 사실 집은 아주 깨끗했다. 그래서 태윤은 청소기로 구석을 위주로 밀었다.

예정이 아침밥을 다 만들었으나, 태윤은 아직도 청소기를 돌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느려요?”

예정은 중얼거리며 태윤에게 다가가 그의 손에 있던 청소기를 뺏었다.

“…….”

그녀의 움직임은 아주 빨랐다. 몇 분 만에 청소가 끝났다.

태윤은 입을 벌리고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듯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정의 얼굴을 몇 번이나 흠칫흠칫 쳐다보았다. 어젯밤에 오해받은 그녀는 화가 나서 태윤을 때리기까지 했다.

다행인 건 오늘 아침에도 여느 때처럼 아침 밤을 차려주었고, 안색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아, 이 여자, 진짜 쉽지 않네!’

태윤은 예정의 성격을 조금 알 것 같았다.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얼굴 보고 해결하고, 뒤끝이 없다. 바로 해결할 수 없다면, 적절한 때를 기다린다. 그녀를 억울하게 하거나 화나게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까, 그녀의 성격이 꽤 괜찮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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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월은 국을 다 마시고 휴지를 뽑아 입을 닦았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들에게 말했다.“아들, 이제 올라가서 쉬어야지. 내일 학교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아들은 눈치가 빨랐고, 그는 엄마가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족들에게 인사를 한 후 2층으로 올라갔다.장월은 아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아들이 계단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 입을 열었다.“아버님, 어머님. 저도 알고 있어요. 두 분께서 저희를 위해 하시는 말씀이라는 걸요. 하지만 관성에 괜찮은 남자라고는 몇 안 되는 명문가 도련님들뿐이에요. 다들 저보다 한참 어리고, 게다가 미혼이에요.”장월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사실, 그들 말고, 저와 어울릴 만한 남자가 한 명 있긴 해요. 저보다 몇 살 많고, 아직 미혼이에요. 그 사람은 능력도 있고, 사람도 괜찮아요. 그런데 교통사고로 생긴 얼굴 흉터 때문에 처음 보면 인상이 좀 무서울 수도 있어요.”“하지만 그 사람은 자기 명의로 된 회사도 있고, 몸값도 수천억 원에 달해요. 저희 보다 돈도 많고 정직한 사람이니 저희 재산을 노리지는 않을 거예요.”시부모님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순간 눈빛을 주고받았다.그러더니 시어머니가 물었다.“그 사람이 누구니?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야?”“두 분 다 잘 아시는 분이에요. 노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자 노씨 그룹의 대표인 노동명 씨예요.”시부모님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노동명?”노동명의 이름을 듣자, 시어머니는 단호하게 반대했다.“안 된다. 노동명은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다쳤잖니. 재활 치료를 한다곤 해도 언제 정상으로 돌아올지 몰라. 그리고 그 얼굴의 흉터도, 네 아들이 보면 분명 무서워할 거야.”시아버지도 동참했다.“나도 같은 생각이다. 노동명이 조건도 좋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네 시어머니가 말한 것처럼 장애를 앓고 있고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잖니. 우리가 바란 건 네가 기댈 수 있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62화

    장월은 사업으로 바쁘게 보내면서도 결코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올케언니는 돈을 펑펑 쓰면서 여유롭고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친정 부모는 아들과 며느리는 끔찍이 챙기면서 정작 힘겹게 고생하는 친딸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딸의 등골을 빼먹으며 아들 며느리에게 잘해주는 부모를 과연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아들은 몸을 돌려 장월을 꼭 껴안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난 엄마가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힘들게 일하고 있는 거 다 알아요. 내가 더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될게요. 그리고 나중에 엄마가 힘들지 않도록 내가 엄마를 든든하게 지켜줄 거예요.”철이 든 아들의 말에 장월은 뭉클 해났다. 그녀는 가냘픈 아들을 꼭 껴안으며 말했다.“우리 아들 기특하네. 엄마는 네가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공부는...이미 많이 나아졌는걸, 지금처럼만 해도 엄마는 아주 기쁘단다.”모두 알고 있듯, 모든 아이가 공부에 재능이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떤 아이는 머리가 똑똑하지만, 공부에는 뜻이 없어 공부 성적이 늘 하위권인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고 아이를 머리가 나쁘다거나 공부에 가망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순 없었다. 그들은 단지 공부보다는 삶의 다른 부분에서 더 큰 재능을 보일 뿐이었다.장월은 아들이 가업을 지켜낼 능력만 있기를 바랄 뿐, 특별히 뛰어난 인재가 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다.“엄마, 난 더 나아질 거예요.”“그래. 엄마는 아들을 믿어.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이 첫째야. 편식하지 말고, 알았지? 네 또래 친구들은 너보다 키도 크고 튼튼하잖아. 군것질을 줄이고 밥을 제대로 먹어야지. 사람은 밥심으로 자라는 거야. 그래야 키도 크고 튼튼해질 수 있어. ”사실, 아들은 입이 무척이나 까다로웠다.아들은 입을 삐죽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시어머니가 사골국을 내왔다.“고마워요, 어머님.”장월은 아들을 옆으로 내려놓고 조심스레 국을 받아 들었다. 국은 생각보다 뜨거웠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61화

    장 대표가 집안에 들어서자,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부모님은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했다.시어머니는 따듯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월아, 잘 다녀왔니?”장 대표의 본명은 장월이었다.“네, 어머님. 잘 다녀왔어요.”장월은 아무리 피곤해도 집에 돌아와 시부모님과 아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녀는 가족들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다.“배고프지? 너 먹이려고 사골국 좀 끓였어. 지금 갖다줄 테니 따뜻할 때 얼른 먹어.”“요즘 많이 바쁘지? 매일 저녁 피곤에 찌든 얼굴로 들어오고, 살도 많이 빠진 것 같아 내가 다 안쓰러워. 네 남편이 일찍 떠난 탓에 네가 이렇게 고생이 많구나...”짧은 생을 마감한 외동아들 생각에 시어머니는 눈가가 붉어졌다. 시어머니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장월도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였다. 그녀는 아들이 그저 가벼운 감기로 미열이라도 나면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숨이 막혀왔었다. 그녀는 차라리 자신이 아들을 대신해서 아프기를 바랐다.눈에 넣어도 안 아플 외동아들인데, 장월은 노년에 접어들자마자 아들을 잃는다는 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장월은 시부모님의 슬픔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네. 그럼 한 그릇만 부탁할게요.”장월은 시어머니의 정성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금방 접대를 마치고 돌아와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래도 시어머니의 정성을 보아 국 한 그릇 정도는 더 먹을 수 있었다.장월은 시아버지께도 인사를 건넨 후 하녀에게 가방을 맡겼고, 하녀는 조심스레 가방을 정리해 놓았다.아들은 장월의 무릎 위에 앉았고, 장월도 자연스럽게 아들을 안아 올렸다.“아버님, 어머님. 앞으로 저 기다리지 마시고 일찍 쉬세요. 아들, 너도 엄마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야지.”“싫어요. 엄마 돌아오면 잘 거예요. 엄마는 낮에는 집에 없으니까, 제가 기다리지 않으면 볼 수 없잖아요.”장월은 아들의 투정 섞인 목소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60화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해외로 유학 보내줄게. 국내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잖아.”장 대표는 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도저히 아들과 떨어져 지낼 수 없었다. 비록, 그녀는 지금도 바쁜 업무로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볼 수 있었다.시부모님도 손자를 무척 아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손자는 그들에게 살아갈 이유이자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만약 손자가 없었다면 그들은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없었을 것이었다.“엄마, 숙제 하고 나서 할아버지께 봐달라고 했어요. 2점짜리 문제 하나 틀리고 나머지는 다 맞았어요. 나 많이 늘었죠?”“앞으로 엄마가 실망하지 않도록 더 열심히 공부할게요.”아이도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엄마까지 자신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안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비록, 아이는 타고나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학업에 의지를 가지고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했다. 덕분에 성적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었다.“그래, 정말 많이 늘었네. 아주 잘했어. 할머니, 할아버지는 주무셔?”장 대표는 아들에게 시부모님의 안부를 물었다.“아니요. 엄마 올 때까지 기다리고 계셨어요.”장 대표는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댁의 가업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시부모님의 마음속에 든든한 기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시부모님은 장 대표가 아직 젊으니 재혼을 권하기도 했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시부모님은 그녀가 그 집에 친딸처럼 있으면서 사위를 집에 들이길 원했다. 그렇게 되면 집안에 건장한 남자가 있어 친척들도 함부로 그들의 재산을 넘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또한 재혼을 하더라도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해야 했고, 시댁의 재산은 남편이 될 사람이 절대 건드릴 수 없도록 서명을 받아야 했다.그리고, 시부모님은 남편이 될 사람에게 회사에 자리도 마련해 주고, 달마다 생활비도 지원해 줄 테니 회사의 지분과 그들의 재산은 절대 넘보지 말라고 했었다.그야말로 장 대표에게 배우자가 아닌 동반자를 찾으라는 뜻이었다.장 대표는 정중히 시부님의 제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59화

    장 대표는 주차 후, 하이힐로 갈아신고 가방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엄마!”아들은 달려와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애틋하게 말했다.“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모자가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도 아침과 밤뿐이었다. 낮에는 장 대표가 바쁜 업무로 인해 집에 올 수 없었고, 아이는 시부모님과 보모가 보살폈다.아들은 속이 깊어 쉽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서운함이 남아 있었다. 아빠를 잃은 후, 엄마도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았다. 엄마는 항상 바빴고, 같이 놀러 간지도 이미 오래전이었다. 주말에 학교는 쉬었지만, 엄마는 고객을 접대하거나, 골프를 치고, 각종 연회에 참석하며 여전히 바쁜 일정 속에서 살고 있었다. 장 대표는 작고 가냘픈 아들을 끌어안으니 가슴이 아려왔다.아들은 아홉 살이 다 되었지만, 키는 여전히 일곱 살짜리 아이처럼 작았다. 장 대표는 자신이 사업에 매달리느라 아들에게 충분히 신경을 쓰지 못한 탓이라며 자책했다.장 대표는 하예진처럼 아들을 잘 돌봐줄 좋은 동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예진은 든든한 동생이 있었기에 안심하고 사업을 할 수 있었지만, 장 대표는 아니었다. 그녀의 친정 식구들은 오히려 도움이 되기는커녕, 그녀가 떠난 남편의 사업을 물려받자, 어떻게든 재산을 뜯어낼 생각밖에 없었다.비록, 장 대표의 친정도 부유한 편이었지만 그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어떻게든 그녀를 이용하려 들었고, 그녀의 시댁마저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재벌가의 갈등이란, 결국 다 비슷한 법. 하지만 전씨 가문은 특별했다. 관성 명문 가문들 사이에서 전씨 가문만큼 깔끔하고 평온한 집안은 드물었다.그것은 모두 전씨 할머니 덕분이었다. 전씨 할머니는 집안을 엄하게 다스렸고, 자손 교육은 물론, 며느리와 손주며느리 전부 그녀의 안목이었으며, 고를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인품이었다.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철저히 할머니의 가르침을 따랐다. 덕분에 하늘도 그들을 축복했는지, 그들이 맞이한 아내들은 모두 현모양처에, 외모까지 훌륭했다.훌륭한 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58화

    우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이모, 강아지는 이제 살이 빠져서 그렇게 뚱뚱하지 않아요. 고양이만 뚱뚱해요.”하예정의 애완동물들은 숙희 이모가 신경 써서 조절해 줬지만, 고양이는 몰래 간식을 훔쳐 먹곤 했다.“우리 마침 날씬해진 강아지도 볼 겸 나가서 산책할까?”하예정은 그림을 내려놓은 후, 조카의 손을 잡고 같이 마당으로 산책을 나섰다.전태윤의 별장은 워낙 넓어 정원에서만 산책해도 꽤 오랜 시간 걸렸다.그리고 마침, 우빈이도 자주 들락거리고 하예정도 임신한 덕분에 전태윤은 아이들을 위해 정원 한쪽을 놀이터로 개조했다. 비록, 정원에 있는 놀이터라 리조트에 있는 놀이공원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두세 명이 놀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하예정과 우빈이가 집에서 나서자,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우빈이도 하예정의 손을 뿌리치고 강아지에 달려갔다. 그리고 금세 강아지와 함께 바닥을 뒹굴며 장난을 쳤다.우빈이는 강아지 위에 올라가 말이라도 탄 듯한 자세를 취했다. 강아지도 거부하지 않고 우빈이가 자기 등에 올라타도록 했다. 하지만 우빈이가 떨어질까 봐 움직이지 않은 채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하예정은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배 위에 올렸다.“아가야, 건강하게 자라서 우리 내년에 다 같이 만나자. 그리고 우빈이처럼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태어나렴. 절대 네 아빠의 무뚝뚝한 성격은 닮지 마. 네 아빠는 엄마한테만 다정할 뿐이지,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말수가 없거든.”하예정은 아이가 자신을 닮아 밝고 활기찬 성격이기를 바랐다. 물론, 전태윤의 남자다운 기세와 잘생긴 외모까지 닮아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밤 9시, 장 대표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그녀는 가족과 함께 큰 별장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떠난 뒤로 집 안에는 늘 적막감으로 감돌았다. 하루 종일 밖에서 바쁘게 일하고 돌아왔지만 정작 집에서도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었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57화

    “나도 형부가 그럴 리 없다고 믿어. 형부한테는 오직 언니뿐이야.”하예진은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네가 미리 나를 걱정할 필요 없어. 정말 다른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건 나와 동명 씨 관계를 확인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될 테니까.”“예정아, 너도 굳이 나를 대신해서 감시할 필요는 없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놔두면 돼. 만약 장 대표한테 동명 씨를 빼앗긴다고 해도 나는 할 말이 없어. 하지만 장 대표가 빼앗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나를 찾아올지도 모르지.”하예진은 이미 라이벌을 상대해 본 전적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눈에 모래알 하나 들어가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전 남편 주형인이 비서와 바람났을 때도 하예진은 매달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먼저 이혼을 요구했었다. 그녀는 주형인이 이미 마음이 떠나 그녀에게는 인색하면서도 내연녀에게는 아낌없이 퍼주는 모습을 보며 미련 없이 떠나기로 결심했었다.결과적으로 그녀에게 이혼이 나쁜 선택만은 아니었다. 지금 그녀는 이렇게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비록, 하예정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설령 동생이 없다고 해도 하예진은 어떻게든 잘 이겨냈을 것이었다.하예진은 이혼의 아픔을 겪은 후 더욱 깨달았다. 여자는 결혼 전이든 후든, 남편한테 의지할 생각만 말고 반드시 자기만의 커리어가 있어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것을.그리고, 여자는 온전히 가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회와 단절된 채 남편에게만 의지하다 보면 이혼할 때도 불리한 위치에 있어 양육권조차 제대로 주장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사랑은 이제 하예진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앞으로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오직 사업과 가족뿐이었다.“응, 난 그냥 상황만 지켜볼게. 그러다 혹시나 장 대표가 언니를 찾아갈 조짐이 보인다면, 그때는 장 대표가 언니를 찾아가서 괴롭히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손 써야지.”동생의 말에 하예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은 남자 주위에는 언제나 여자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56화

    하지만, 이윤미가 이은화의 친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만약 이은화가 전임 가주를 살해한 게 확실하다면 이윤미는 하예정 일가 사람들과 원수 관계로 지내야 할 게 뻔했다.하예진은 잠시 침묵 후, 입을 열었다.“우빈이는?”“그림 그리고 있어. 집에 오자마자 피아노 연습 좀 하고, 지금은 그림 그리고 있어.”“유치원에서 숙제 안 내줬어?”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무슨 숙제야, 지금 그 나이에 숙제라고 해봤자 1분이면 끝낼 수 있어. 그냥 연필로 동그라미랑 선 몇 개 긋는 게 전부야. 아직 우빈이 나이에는 유치원에서 노는 게 주된 활동이니까.”사실, 우빈이가 글자를 배우는 건 하예정이 따로 내준 숙제였다.비록, 아이들이 유치원에서는 노는 게 전부라고 하지만 관성에서 최고라고 하는 유치원은 아이들은 달랐다. 아이들은 대부분 부잣집 자제들이었고, 장차 가업을 이어받을 후계자들이었다. 그래서 다들 별도로 개인 가정교사를 두고 있었다.우빈이 반 친구들만 봐도, 글자를 모르는 아이가 없었고, 비록 어린아이들이지만 하나같이 다재다능했다.하예정은 조카가 다른 아이들에 뒤처질까, 꾸준히 조카에게 글씨 쓰기를 비롯해 피아노, 바둑, 시 쓰기와 그림을 배우도록 숙제를 내주었다.다행인 건, 우빈이도 그런 것들에 흥취를 느끼며 잘 따라주고 있었다. 특히 타고난 예술 감각으로 그림에 뛰어난 소질을 보여 미술 선생님도 창의성이 뛰어나다고 칭찬할 정도였다.“우빈이 바꿔줄까?”하예정이 물었다.“지금 말고, 조금 있다가 불러줘. 그런데 너 아까 나한테 할 말 있다고 하지 않았어?”“별거 아니야. 그냥 형부 잘 지키라고 말하려고 했어. 요즘 우빈이가 노씨 그룹에 들르는 걸 좋아하거든. 오늘도 유치원 끝나고 노씨 그룹에 들렀는데, 마침 형부도 프로젝트로 태윤 씨한테 볼 일이 있다고 해서 우리랑 같이 전씨 그룹에 갔어.”하예정은 하예진에게 오늘 있은 일을 말해주었다.“출발하려고 나오는데 장 대표를 만났어. 그런데 장 대표가 형부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55화

    식사를 마친 후, 전태윤은 경호원에게 하예정과 우빈을 집에 데려다 줘라고 하고 그는 계속 일하러 갔다.집에 돌아온 우빈은 피아노 연습을 한 후 그림을 그렸다.하예정은 소파에 앉아 보석 잡지를 읽고 있었다. 그녀는 보석 산업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모연정도 보석 산업에 투자하여 이미 수익을 내기 시작했으며 대부분은 그녀의 친어머니가 디자인해 주신 것이다.하예정은 보석을 디자인할 줄 모르지만, 성소현은 할 줄 알았다.성소현은 예전에 자신이 보석을 디자인하고 보석 가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단지 예전의 그녀는 전태윤을 쫓느라 바빠서 돈을 버는 데 신경 쓰지 않았고 집에서 그녀가 가장 사랑받기에 쓸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매달 가족들이 그녀에게 주는 용돈만으로도 보통 사람들은 평생 벌 수없는 돈이었다.나중에 하예정은 채소 회사에 투자하고, 성소연은 보석 사업을 잠시 접었다.이제 그녀들은 돈을 벌었기에 다른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싶어 성소연은 보석 사업에 다시 눈을 돌렸다.여성들이 보석을 좋아하는 것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녀들의 보석 디자인이 좋고 가짜를 팔지 않는다면 장사가 나쁘지 않을 것이었다.링링링...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하예정은 잡지를 닫고 휴대폰전화를 들어 전화번호를 보았는데 언니이자 인차 전화를 받았다.“언니 일 끝났어요?”“응, 그 사업을 합의하고 내일 계약을 체결할 거야 방금 그들에게 음식을 대접했어.지금 회사에 돌아와 시간이 좀 있으니 너한테 전화했어.”하예정은 매우 마음이 아파하며 말했다. “언니, 너무 피곤하지 말고 많이 쉬세요.”“언니는 알고 있어. 보통 밤 10시 30분이 지나면 나는 돌아가서 쉬어.”건강은 혁명의 밑천이다. 하예진은 당장 사업을 시작하고 크게 하고 싶지만, 몸을 상하게 할 수는 없었다.아들은 아직 어리기에 그녀는 아무 일도 없어야 하였다.“언니는 최대한 밤 11시 30분 전에 쉬세요. 너무 많은 밤을 새우지 말고요. 거래가 성사되면 됐어요. 언니가 또 다른 거래를 성사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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