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인의 어머니인 김은희는 아들에게 하예진은 공부를 잘했지만 결국은 돈도 못 버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내조도 잘하고 돈도 잘 버는 여자만이 주형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그리고 중요한 것은 하예진은 자신을 꾸미지 않는다. 예전에는 예쁘고 몸매도 좋았는데 지금은 돼지처럼 뚱뚱하고 꾸미지도 않는다. 결혼 전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그래서 회사 동료들이 비웃을까 봐 술자리에도 하예진을 감히 데려가지도 못했다.그를 서현주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였다.하예진은 남편의 말에 엄청 화가 났다.그녀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그래서 하예정과 전태용이 저녁 먹으러 온다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시부모랑 주서인이 오고 하예정 부부가 오면 다들 떠난 후 두 사람은 꼭 싸우게 될 것이다.‘시댁에서는 밥 먹으러 올 수 있는데 내 동생은 오면 안 돼?’이 집에도 그녀의 한몫이 있다.집을 사고 매달 갚아야 하는 은행 대출금은 주형인이 갚고 있지만 인테리어랑 가구를 사는 돈은 하예진이 낸 것이다. 이 돈은 그녀가 결혼 전에 모은 전 재산이었고 이 집을 위해 바쳤다.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하예진은 기가 살아났다.그녀는 당연히 장을 많이 볼 것이다. 하예정 부부를 초대했기 때문이다.마침 하예정도 해산물을 좋아한다.‘더치페이하자 이거지. 시댁 사람들이 와서 쓴 돈은 모두 적어 두고 가고 나면 주형인이랑 하나하나 다 계산할 거야.’그리고 더치페이하는데 집안일도 혼자서 하지 않을 것이다.오늘부터 주형인의 일에 대해서 돕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옷, 신발, 양말, 먹을 것 모든 것을 자신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할 것이고 이제부터는 황제처럼 챙겨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막 결혼했을 때 주형진은 달콤한 말로 하예진더러 회사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그리고 하늘이 무너져도 자기가 있다며 그가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고 집에서 마음 편히 아름다운 아내 역할만 맡으면 된다고 하였다.또 일찍이 임신시켜 회사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아
전태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갑자기 하예정의 서점으로 찾아갔다.그가 서점에 도착했을 때 하예정과 심효진은 일을 마치고 배달 음식을 먹으려고 했다. 전태윤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하예정은 놀란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전태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전태윤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약간 숙이며 물었다. "누군지 못 알아보겠어?"정신을 차린 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좀 의외여서요. 무슨 일이에요? 밥은 먹었어요? 안 먹었으면 지금 시켜줄게요."심효진은 전태윤과 인사를 하고 눈치 있게 음식을 들고 큰 책장 뒤로 자리를 피해주었다."난 먹었어, 넌 아직도 밥 안 먹은 거야?"전태윤은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벌써 오후 1시가 다 되어간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하예정에게 말했다. "밥은 꼭 제때 먹어. 이러다 몸 상하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어."오늘은 회식 자리가 있어 전태윤은 점심 11시에 거래처를 동반하여 레스토랑에서 식사하였다. 그는 배불리 먹고서야 하예정을 찾으러 온 것이다.만약에 그가 이 시간까지 밥을 안 먹었다는 걸 알았으면 함께 회식 자리에 데리고 갔었다.어?안되지!그는 전 대표의 신분으로 회식 자리에 참석했는데 하예정을 데리고 가면 모두 들통날 것이다.전태윤은 순간의 생각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얼굴에는 표현하지 않았고 담담하게 하예정을 보며 말을 했다. "음식 가지고 차에서 먹어, 갈 곳이 있어.""어디 가는데요? 이렇게 급하게 가야 해요?"전태윤은 설명하지 않고 돌아서 밖으로 나갔다.하예정은 잠시 침묵하고 결국 배달 봉투를 들었다. 그녀는 심효진과 얘기하고 전태윤을 따라 나갔다.차에 탄 후 그녀는 전태윤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디 가는데요? 꼭 지금 가야 하나요?"전태윤은 여전히 설명하지 않았다. 답을 얻지 못한 하예정은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하예정이 밥을 다 먹었을 때 전태윤의 차도 멈추었다.하예정이 차에서 내려와 보니 전태윤은 그녀를 자동차 판매점에 데려왔다."차 사려고요? 나 스쿠터
"선수금만 내준다면서요?"하예정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비싼 거 아니라 그냥 일시불로 했어."하예정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금액의 반은 돌려줄게요."전태윤은 그녀를 보고 말했다. "됐어."하예정은 눈을 깜빡이였다.‘됐다고? 그럼, 지금 나에게 차 한 대를 선물하는 거야?’아무리 안 비싸다 해도 2천만 원은 한다. 아무리 부부라고 하지만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다. 그리고 반년 후에 갈라지기로 계약서에 사인까지 하였다.전태윤이 갑자기 큰돈을 써서 그에게 2천만 원의 차를 선물해 주는 데 하예정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았다. 그래서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물었다. "태윤 씨 왜 저한테 갑자기 차를 선물해 주는지 물어봐도 돼요? 말해주지 않으면 저도 마음 편히 차를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쪽에게 큰 신세를 질까 봐요."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세를 갚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전태윤은 그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녀는 한참을 지나서야 시선을 옮겼다. 하예정은 그의 잘생긴 얼굴에 살짝 빨간빛이 도는 것을 발견했다."......""어제저녁에, 어, 내가 널 오해했어......"하예정은 문득 깨달았다. "태윤 씨가 나를 오해했다고 미안해서 이렇게 갑자기 차를 선물하고 사과하는 거예요?"전태윤은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다행히 그녀는 똑똑해서 바로 알아챘다."어제저녁에 우리는 이미 오해를 풀었고 당신도 나한테 사과했어요. 당신에게 정말 화가 많이 났었지만, 나중에는 괜찮아졌어요. 그러니 이렇게 큰돈을 쓰면서 나한테 차를 선물하고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당신도 차가 있으면 더 편하잖아."차가 있으면 편하다는 것은 하예정도 알고 있다."정말로 이 차를 산다면 돈은 꼭 갚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안 사요. 그리고 태윤 씨가 반년 후에 이혼하면 지금 당신이 몰고 있는 차를 나에게 넘기기로 했으니, 나에게도 차가 있는 것과 같은 거예요."전태윤은 말문이 막혔다.계약서는 그가
심효진은 하예진의 기를 세워주려고 새 차를 보며 칭찬했다. "괜찮네, 얼마짜리야?""2천만 원.""일시불로 아니면 대출로?""태윤 씨가 일시불로 긁었어."심효진은 웃으며 하예정의 어깨를 살짝 쳤다. "오, 괜찮은데 우리 예정이. 벌써 태윤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야? 이렇게 큰돈을 써서 차까지 선물해 주고.""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초고속 결혼을 했지만 네가 태윤 씨 마음을 잡을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우리 예정이 이렇게 훌륭한데 태윤 씨가 안 넘어오는 게 이상하지."심효진은 하예정이 아주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한다.가게로 들어와 하예정은 물 한 컵을 따랐다. 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그게 아니야. 어제저녁에 진우가 나를 집에 데려다주었는데 태윤 씨가 그걸 보고 내가 외도라도 한 줄 알고 오해했어. 그리고 둘이 싸울뻔했지.""설명하고 나서야 오해했다는 것을 알았어. 그리고 태윤 씨는 미안한 마음으로 차를 선물해 주며 나한테 사과하는 것이고.""......"그녀는 이미 머릿속으로 로맨틱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현실은 그녀에게 찬물을 한 바가지 부었다."효진아, 우리는 절친이니 나와 태윤 씨의 일을 솔직하게 얘기할게. 우리 언니한테도 아직 말 안 했는데 너한테는 솔직하게 말할게. 우리가 토요일에 부모님을 만났고 그날 저녁에 태윤 씨가 계약서를 주며 사인하라고 했어.""계약서의 내용은 거의 다 그쪽 이익을 보장하는 것들이었어. 태윤 씨가 나한테 선입견이 있는 거 같아. 내가 뭘 원해서 그에게 다가간 것처럼. 계약서에는 반년 뒤에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혼이라고 적혀있었어.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랑 그가 몰고 있는 차는 나에게 위자료로 주겠다고 적혀있었지. 사실 내 반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보상이지.""이 일에선 태윤 씨는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 그 집은 태윤 씨가 일시금으로 샀고 결혼 전의 재산이야. 난 그냥 들어가서 살고 있는 거고 그에게 뭘 바라지도 않아. 하지만 계약서에 그렇게 있으니 나도 귀찮아서 그냥 사인
하지만 전태윤은 그렇지 못하고 쪽팔려 하였다.온 오후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전 씨 그룹의 모든 사람은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대체 누가 이 악덕 대표를 화나게 하였는지.평소에도 시크하고 차가운데 억지로 화기를 억누르고 있으니 더욱 무서웠다.전혁진과 소정남도 될수록 전태윤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다.전태윤은 답답하지만 약속은 지켰다. 오후에 퇴근하고 평소처럼 서점에 와서 하예정을 기다렸다.하예정은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가게로 들어와 하예정을 도와주었다.그러나 그는 너무 시크하고 말쑤가 적은 데다 큰 키에 우두커니 카운터에 서서 돈을 받으니, 누구도 감히 그를 찾아 계산하지 못하고 전부 하예정과 심효진에게로 갔다.하예정은 전태윤에게 말했다. "태윤 씨, 제가 돈 받을게요."전태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예정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윽한 눈길로 잘생긴 얼굴에 힘을 주고 계산대에서 나왔다. 그리고 서점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마치 얼음조각 같았다. 전태윤은 기가 세고 온몸에서 다가오지 말라는 기운을 뿜어냈다.그러니 계산하러 오는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가계에 들어와 있는 학부모들 외에는 더 이상 감히 가게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다."......"이 현상을 발견한 후 심효진은 다급히 하예정에게 속삭였다. "예정아, 너 태윤 씨 데리고 빨리 가, 나 혼자 가게 보면 돼. 태윤 씨가 가게 앞에 서 있으니 우리 가게의 매출이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어.""그럼 수고해, 효진아."하예정은 밖으로 나갔다.그는 전태윤에게 말했다. "가요."하지만 전태윤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예정이 그를 당기려고 할 때 그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너 지금 내가 쓸모없다고 귀찮아하지!"하예정은 어처구니없어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 "쓸모없다고 귀찮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당신과 안 어울리는 것이에요. 학생들이 당신을 무서워해요. 아마 교감 선생님을 본 것보다 더 무서워할걸요?"하예정은 그를 억지로 차에 태웠다. "새 차는 집에 두고
하예정이 새 차를 주차하고 전태윤의 차에 오른 뒤, 전태윤은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나 처음으로 처형댁에 가는데 뭐 사 갈까? 당신 언니랑 형부는 뭘 좋아해?"하예정은 벨트를 하며 말했다. "우빈이는 장난감 사주고 형부는 담배를 피우니 담배를 사고 그리고 과일 좀 사면 돼요."전태윤은 머리를 끄덕였다.차가 발렌시아 아파트를 나오자, 그는 하예정에게 또 물었다. "어디 가서 사야 해?""근처에 백화점이 있어요, 거기에 주차하고 들어가서 둘러봐요. 태윤 씨는 제가 이사 오기 전에 여기에 살지 않았었나요? 주변 환경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네요."전태윤은 잠시의 침묵을 취한 후 말했다. "이 집을 산 지는 오래됐지만 인테리어하고 비워두고 있었어. 그래서 여기서 살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살았었지. 그런데 더 이상 부모님과 동생이랑 함께 살기가 불편해서 독립했어.""부모님 집은 커요?"전태윤은 별로 가족 얘기를 하지 않았다. 하예정은 처음부터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자기에게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후 더더욱 물어보지 않았다."우리 가족들은 아직 할아버지의 댁에 살고 있어."전태윤의 말은 사실이다. 그들의 전 씨 장원은 아직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명의로 되어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간 후 할머니는 아버지를 재촉하여 장원을 아버지랑 두 삼촌의 명의로 변경하라고 했다.장원은 모두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아직 명의변경 절차를 밟지 않았다. 전태윤은 아버지께서 귀찮아서 직접 자기 세대로 명의 변경할 생각이라고 추측한다.그러나 하예정은 전 씨네 집안은 조건이 별로라 아직 한 가족이 한집에 같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결혼 전에 전 씨 할머니가 얘기했던 말이 생각났다. 어르신께서는 손주 손녀들이 자기 옆에서 떠들고 노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아직도 같이 산다는 것은 할머니께서 분가하기 싫어서 안 한 것일 수도 있다."언제 시간 나면 데리고 갈게."하예정이 말하기도 전에 전태윤은 먼저 말을 했다.그래도 하예정이
"왜 안 받아?"전태윤은 물건을 차에 두고 휴대폰을 멍하니 보고 있는 하예정에게 물었다."나의 만만치 않은 친척일 수 있어요.""받아보면 누군지 알 수 있잖아, 누구든 두려워할 필요 없어, 내가 있잖아!"그가 있으면 하늘이 무너져도 받아 줄 것이다."내가 있잖아"이 한마디에, 하예정은 순간 마음속이 따뜻했다. 전태윤은 단점이 많지만, 자신도 완벽하지 않다. 그들이 초고속 결혼인데도 그가 이 정도로 하는 것은 정말 괜찮은 것이다.그는 마음속으로 전태윤에 대한 평점을 좀 올려주었다. 그리고 낯선 전화를 받았다."예정아, 나다. 할아버지."조금은 낯선 목소리는 아직 쩌렁쩌렁했다. 하예정은 오랫동안 고향 사람과 연락하지 않았지만 단번에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알아냈다.하예정은 응하고 대답하고는 말을 하지 않고 할아버지가 말하기를 기다렸다."너희 오빠가 오전에 할머니가 아파서 관성 병원에 입원한다고 전화했지? 병원에 예약을 좀 하라고 해도 안 하고 그 멀리서 왔는데 확진돼야 입원할 수 있다면서 입원도 못 하게 하고 말이야.""너랑 너희 언니는 지금 어디에 사니? 전에 살던데 갔는데 사람도 없고, 이사했으면 우리에게 말을 해야지. 너희는 어른이고 친척이고 안중에도 없지?""우리 사람들 꽤 많이 왔는데 잘 곳도 없어, 얼른 집 주소 보내. 한 이틀 좀 지내게. 그리고 우리 아직 밥도 안 먹었으니, 저녁도 준비하고. 사람이 많아서 시끄럽다 싶으면 호텔 잡게 돈을 주든가."하예정은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화가 차올랐다.그녀는 화를 억지로 누르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들 어떻게 왔어요? 버스 아니면 자동차?""너 오빠랑 동생이 운전해서 우리 데려왔어. 네 오빠 동생들 차 기름값도 까먹지 말고 결제해 줘, 오는데 꽤 비싸더라.""당신과 할머니의 그 잘난 손자들이 요즘 가난해서 밥도 못 먹고 다니나 봐요?""하예정, 너 지금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너희 자매들이 자리 잡고 생활이 좋아지니 자기 형제들을 못 살라고 저주하는 거니? 참 실망하게 해서
하예정은 고향의 진상들이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자매의 거처도 모르거니와 이 큰 도시에서 그녀들을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예정은 하예진의 집에 식사하러 가는 기분을 망칠까 봐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전태윤은 그들의 대화를 귀담아듣고 마음에 새겼다.이미 소정남에게 하씨 집안의 모든 정보를 캐오라고 시켰으니 곧 결과가 나올 것이다.하예진의 집 아래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마침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온 하예진과 마주쳤다.“언니.”하예정은 하예진을 보니 기분이 좋아져 한달음에 달려갔다.“예정이 왔네.”하예진은 동생 부부를 보니 쌓였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전태윤이 차에서 크고 작은 쇼핑백을 꺼내는 모습을 본 하예진은 두 사람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가족끼리 밥 먹으러 오는데 뭘 이렇게 많이 사 들고 왔어요?”“처형, 그저 과일 좀 샀어요.”전태윤은 다정하게 하예진을 부르며 말했다. 하예진은 전태윤을 보면 볼수록 마음에 쏙 들었다. 전태윤은 비록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사람이 성실하고 하예정에게 다정했다.만약 하예정이 하예진의 생각을 읽었다면 아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이다.“형부는 아직이야?”하예정은 다정하게 하예진의 팔짱을 끼며 물었다.“우빈이는?”“네 형부 오고 있어. 아마 곧 도착할 거야. 우빈이는 위에 있지. 우리 시부모님이랑 형님 일가가 우빈이 봐주고 있어. 아니면 나 쓰레기 버리러 내려오기 힘들어.”하예진의 시댁 식구들도 다 왔다는 소리에 하예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언니랑 둘이 해야 할 얘기도 있으니 태윤 씨가 없을 때 하는 게 좋겠어.’주씨 집안 사람들도 하예정이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서인은 하예진을 보자마자 자기의 세 자녀를 관성의 학교에 입학시키겠으니 하예진에게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했다. 어차피 하예진은 전업주부라 아이 하나를 돌보든 셋을 돌보든 다 똑같다면서 말이다.사실 주서인은 오래전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주형인의 집에는 빈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