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받아?"전태윤은 물건을 차에 두고 휴대폰을 멍하니 보고 있는 하예정에게 물었다."나의 만만치 않은 친척일 수 있어요.""받아보면 누군지 알 수 있잖아, 누구든 두려워할 필요 없어, 내가 있잖아!"그가 있으면 하늘이 무너져도 받아 줄 것이다."내가 있잖아"이 한마디에, 하예정은 순간 마음속이 따뜻했다. 전태윤은 단점이 많지만, 자신도 완벽하지 않다. 그들이 초고속 결혼인데도 그가 이 정도로 하는 것은 정말 괜찮은 것이다.그는 마음속으로 전태윤에 대한 평점을 좀 올려주었다. 그리고 낯선 전화를 받았다."예정아, 나다. 할아버지."조금은 낯선 목소리는 아직 쩌렁쩌렁했다. 하예정은 오랫동안 고향 사람과 연락하지 않았지만 단번에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알아냈다.하예정은 응하고 대답하고는 말을 하지 않고 할아버지가 말하기를 기다렸다."너희 오빠가 오전에 할머니가 아파서 관성 병원에 입원한다고 전화했지? 병원에 예약을 좀 하라고 해도 안 하고 그 멀리서 왔는데 확진돼야 입원할 수 있다면서 입원도 못 하게 하고 말이야.""너랑 너희 언니는 지금 어디에 사니? 전에 살던데 갔는데 사람도 없고, 이사했으면 우리에게 말을 해야지. 너희는 어른이고 친척이고 안중에도 없지?""우리 사람들 꽤 많이 왔는데 잘 곳도 없어, 얼른 집 주소 보내. 한 이틀 좀 지내게. 그리고 우리 아직 밥도 안 먹었으니, 저녁도 준비하고. 사람이 많아서 시끄럽다 싶으면 호텔 잡게 돈을 주든가."하예정은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화가 차올랐다.그녀는 화를 억지로 누르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들 어떻게 왔어요? 버스 아니면 자동차?""너 오빠랑 동생이 운전해서 우리 데려왔어. 네 오빠 동생들 차 기름값도 까먹지 말고 결제해 줘, 오는데 꽤 비싸더라.""당신과 할머니의 그 잘난 손자들이 요즘 가난해서 밥도 못 먹고 다니나 봐요?""하예정, 너 지금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너희 자매들이 자리 잡고 생활이 좋아지니 자기 형제들을 못 살라고 저주하는 거니? 참 실망하게 해서
하예정은 고향의 진상들이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자매의 거처도 모르거니와 이 큰 도시에서 그녀들을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예정은 하예진의 집에 식사하러 가는 기분을 망칠까 봐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전태윤은 그들의 대화를 귀담아듣고 마음에 새겼다.이미 소정남에게 하씨 집안의 모든 정보를 캐오라고 시켰으니 곧 결과가 나올 것이다.하예진의 집 아래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마침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온 하예진과 마주쳤다.“언니.”하예정은 하예진을 보니 기분이 좋아져 한달음에 달려갔다.“예정이 왔네.”하예진은 동생 부부를 보니 쌓였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전태윤이 차에서 크고 작은 쇼핑백을 꺼내는 모습을 본 하예진은 두 사람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가족끼리 밥 먹으러 오는데 뭘 이렇게 많이 사 들고 왔어요?”“처형, 그저 과일 좀 샀어요.”전태윤은 다정하게 하예진을 부르며 말했다. 하예진은 전태윤을 보면 볼수록 마음에 쏙 들었다. 전태윤은 비록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사람이 성실하고 하예정에게 다정했다.만약 하예정이 하예진의 생각을 읽었다면 아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이다.“형부는 아직이야?”하예정은 다정하게 하예진의 팔짱을 끼며 물었다.“우빈이는?”“네 형부 오고 있어. 아마 곧 도착할 거야. 우빈이는 위에 있지. 우리 시부모님이랑 형님 일가가 우빈이 봐주고 있어. 아니면 나 쓰레기 버리러 내려오기 힘들어.”하예진의 시댁 식구들도 다 왔다는 소리에 하예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언니랑 둘이 해야 할 얘기도 있으니 태윤 씨가 없을 때 하는 게 좋겠어.’주씨 집안 사람들도 하예정이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서인은 하예진을 보자마자 자기의 세 자녀를 관성의 학교에 입학시키겠으니 하예진에게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했다. 어차피 하예진은 전업주부라 아이 하나를 돌보든 셋을 돌보든 다 똑같다면서 말이다.사실 주서인은 오래전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주형인의 집에는 빈방이
임유환이 쪼르르 달려와 울며 말했다.“나 우빈이 비행기 갖고 싶어.”주우빈은 이내 장난감 비행기를 숨기고는 긴장한 표정으로 임유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엄마 안아줘, 엄마 나 안아줘.”하예진은 주우빈을 안아 올렸다.“예진아, 우빈이더러 유환이에게 양보하라고 해. 유환이는 손님이잖아. 우빈이가 양보해야지.”주서인은 임유환의 눈물을 닦아주더니 몸을 일으켜 임유빈의 장난감 비행기를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주우빈이 쉽게 손에서 놓지 않으니 주서인은 억지로 장난감을 빼앗다가 두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들어 온 하예정 부부와 눈을 마주쳤다.주서인은 바로 손을 움츠리고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예정 씨, 오랜만이에요. 이쪽은 남편이죠? 너무 잘생겼네요. 훤칠하네.”잘생긴 얼굴에 특유의 분위기와 젠틀한 모습은 주형인보다도 몇 배는 더 근사했다.주서인은 하예정에게 질투를 느꼈다.“오랜만에 뵙네요. 제 남편 전태윤이에요.”주서인은 서둘러 전태윤과 인사를 나누었다.가볍게 인사를 건네는 전태윤은 어딘가 모르게 시크해 보였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주서인이 주우빈의 장난감을 빼앗아 임유환에게 주려는 모습을 보고 전태윤은 주서인에게 비호감을 느꼈다. 장난감도 주우빈 것인 데다가 주우빈이 동생인데 양보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전태윤은 팔이 안으로 굽는 사람이다 보니 자기 집 아이를 서운하게 만들어 남의 집 아이를 만족시키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전태윤은 주우빈을 아주 아꼈다. 그러니 주우빈이 손해 보는 모습을 더더욱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하예진은 서둘러 동생 부부를 집에 들였다. 집에서 왕자님 대우를 받고 자란 임유환은 계속하여 주우빈의 장난감을 달라며 울고불고하며 떼쓰고 있었다. 주서인은 임유환을 안아 들었다.주형인의 부모님은 하예정 부부의 두 손 가득 들린 쇼핑백을 보며 활짝 웃었다. 그들은 하예정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해서 집을 나간 데다가 결혼한 남자가 발렌시아 아파트에 대출도 없이 집을 구매했다는 소문과 그 남자가 큰
결벽증이 있는 전태윤은 임유환이 더러운 손으로 장난감을 더럽혔으니 미련 없이 장난감 세트를 임유환에게 주었다.아이들이 싸우지 않으니 어른들의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졌다.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주씨 집안 사람들은 그의 눈빛과 표정에서 전태윤에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음을 느꼈다.김은희는 하예정을 워낙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대단한 남자와 결혼까지 했으니 생각이 많아졌다. 게다가 두 자매는 사이가 좋고 자기 아들은 그 모양 그 꼴이니 김은희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김은희는 기회를 찾아 주형인에게 적당히 하라고 귀띔해 주기로 했다. 비록 전업주부인 하예진은 수입은 없지만 주씨 집안에 장손을 낳아주었고 고생도 많이 했으니 체면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말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형인이 돌아왔다.주형인이 집에 돌아오니 하예진은 모두에게 식사하라고 했다.하예진을 도우려 주방에 들어 온 하예정은 다양한 해산물을 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우리가 남도 아니고 왜 해산물 이렇게 많이 샀어.”“네 형부가 많이 준비하라고 했어. 너도 알다시피 우리 형님 일가족이 해산물을 좋아하잖아. 집에서 먹기는 돈 아까우니까 맨날 여기만 오면 해산물 타령이야. 그것도 다 비싼 거로. 우리 시어머니는 또 한우가 드시고 싶으시대. 내 돈 주고 산 걸 저 사람들에게만 차려줄 수 없잖아? 그래서 점심에는 냉장고에 넣고 꺼내지 않았어. 너랑 제부 오면 같이 먹으려고.”하예진은 점심에 가정식 반찬을 두 가지만 준비해 시댁 식구들에게 대접했다. 시댁 식구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하예진은 모르는 척 무시했다.이날 저녁, 다들 즐겁게 식사했다.식사를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태윤은 집에 가려고 했다. 하예정은 어쩔 수 없이 전태윤과 함께 나섰다.두 사람이 떠난 뒤, 하예진은 본인과 동생 부부의 수저를 씻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주형인은 부모님과 주서인에게 수박을 대접하려고 냉장고에서 수박을 꺼내다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식탁을 보더니 하
“예진아, 형인이는 출근도 해야 하고 업무도 바쁜 데다가 너와 우빈이 먹여 살려야 하잖아. 넌 형인이 와이프니 형인이 잘 보살펴야지. 어떻게 집안일을 시킬 수 있어? 형인이가 더치페이를 원하는 것도 네가 돈을 함부로 쓰는 거 방지하기 위한 거잖아. 부부 사이에 그렇게 다 따지면 어떻게 살겠어? 빨리 설거지 해놔. 형인이 화나게 하지 말고. 밖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네가 이해해.”주서인은 김은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그러니까, 출근도 안 하고 집에서 애만 보면서 형인이 월급 받아쓰는 주제에 형인이 일까지 시켜?”하예진은 주방에서 나와 장난감 바이크 앞에서 주우빈을 안아 올리며 무덤덤하게 말했다.“출근도 안 해 수입도 없이 전업주부로 우빈이를 키우는데, 분명 형인 씨 월급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거 다 알면서 더치페이하려는 건 무슨 의도죠? 그래요. 더치페이하죠. 돈이든 집안일이든 다 더치페이예요.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게 쉽다고 하셨죠? 나 아무 일도 안 한다고 하셨죠? 그럼 안 하죠, 뭐. 이 집안이 스스로 깨끗해지는 게 아니라는 거, 때진 옷도, 더러운 양말도 스스로 깨끗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 형인씨도 알아야죠.”하예진은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한 손으로는 동생 부부가 가져온 선물을 들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 ‘쾅.’하고 문을 닫아버렸다.“저 버르장머리 없는 것!”주형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와 과일칼을 테이블에 던져버리고 소매를 걷으며 방으로 들어가 따지려 들었다.김은희는 또다시 주형인을 가로막으며 말했다.“너 뭐 하려고? 우빈이도 안에 있는데 우빈이 놀라게 하지 마. 따지려거든 우빈이 잠들면 다시 해. 손대려거든 절대 보이는 곳은 안 돼. 하예정이 알면 와서 따질 게 뻔하니까. 하예정 남편 만만한 사람 아니야.”주형인은 전태윤이 큰 회사에 다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느 회사인지는 자매가 말한 적이 없었다. 주형인도 처음에는 전태윤과 가깝게 지내고 싶었지만 나중에는 전태윤이 계속 쌀쌀맞게 대하니 한 회사의 사장으로서
주서인은 계속 말했다.“학교와 그리 멀지도 않으니 학군지에 속하기도 하고. 동서가 애들 돌보면서 빨래와 밥만 해주면 돼. 생활비는...”“누나, 조카 돌보는데 생활비는 무슨. 전학하는데 필요한 절차 다 밟아놓을 테니 그렇게 해. 픽업은 예진이가 하면 돼.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뭐.”주서인은 주형인이 통쾌하게 대답하자 기분이 좋아졌다.이때 김은희가 말했다.“형인아, 그래도 예진이와 상의하는 게 좋겠어. 어쨌든 가족이잖아.”그러고 주서인에게 말했다.“내가 듣기로는 여기서 초등학교 다녀도 호적을 옮겨야 중학교 입학할 수 있다고 그러더라고. 게다가 너희 집 너무 시골도 아니잖아. 주위에 좋은 학교도 많고. 너희 두 사람 그런 학교 다녔어도 다 좋은 대학 붙었잖아.”김은희는 공부라는 건 아이한테 달렸지 학교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맞다, 엄마 말하니까 나 생각났어. 형인아. 나 애들 호적 너한테로 옮기는 건 어때. 아니면 너 집문서 내 앞으로 돌려놔. 애들 졸업하면 다 원래대로 돌려놓을게.”임수찬은 아이를 안고 수박을 먹느라 이 일에 대해 아무 의견도 말하지 않았다.주형인은 생각도 안 하고 바로 응낙하며 말했다.“이따가 예진이한테 말해 놓을게. 집안일은 내가 결정하지만, 엄마 말도 맞아. 어쨌든 가족이니 말은 해야지. 게다가 애들 픽업이며 밥 차리는 일은 예진이가 할 건데 의견은 물어보는 척이라도 하지 뭐. 예진이랑 상의하고 전화할게. 걱정하지 마, 우리 조카들 꼭 학교 다니게 해줄 테니까.”이들 남매도 사이가 좋았다. 주형인은 누나인 주서인을 조건 없이 믿었고 뭐든지 도우려 했다. 게다가 상대는 남이 아닌 친조카들이니 말이다.주서인은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이내 화제를 돌려 주형인을 다독였다.“이따 동서한테 뭐라 하지 마. 부부 사이에 트러블 생기는 건 당연한 거지. 두 사람 학교 다닐 때 동창이기도 하고 감정도 깊으니 우빈이 봐서라도 가만히 있어.”주서인은 두 사람이 다투기라도 하면 하예진이 홧김에 두 아이의 픽업을 거부하고 밥
그들 가족은 사이좋게 둘러앉아 수박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다가 각자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그들은 여기서 며칠 묵을 생각이다.어쨌든 하예정이 집에서 나갔으니 방도 비었고 그들이 있기에 딱이었다.하지만 지금은 하예정의 도움 없이 하예진이 혼자 아이를 돌보고, 음식을 차리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보니 집안은 예전처럼 깔끔하지 못했다.방에 들어가기 전, 주서인은 주형인을 세워놓고 말했다.“하예정 부부가 뭐 가득 사서 왔던데 동서가 홧김에 다 가지고 들어갔어. 나 봤는데 다 좋은 물건이더라고. 비싼 술과 담배가 보이던데 너 형부한테 줘. 동서 술 담배 안 하잖아. 그거 뒀다 어디다 쓴다고. 너 형부 비싼 담배 돈 아깝다고 안 사. 아빠도 좋은 술 못 마셔 봤으니 술은 아빠 드리고.”주형인은 실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까짓 거 다 가져가도 돼. 빨리 유환이 씻기고 들어가서 일찍 자. 나 내일 별일 없으니 드라이브나 가자.”“그래.”주서인은 만족스럽다는 듯 환히 웃으며 방으로 들어갔다.주형인이 방에 들어갔을 때, 주우빈은 이미 잠에 들었고 하예진은 마침 욕실에서 씻고 나왔다. 하예진은 주형인을 보는 척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우려 했다.“예진아, 얘기 좀 해.”주형인은 살찐 하예진의 몸매를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서현주를 떠올리더니 하예진과 멀리 떨어진 침대 변두리에 앉았다.주형인은 자상한 표정으로 주우빈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래도 아들은 끔찍하게 생각하나 보다.“무슨 일인데?”하예진은 쌀쌀하게 물었다.“누나가 큰애 둘을 관성의 초등학교로 전학시키겠다네. 중학교도 여기서 보내고. 그래서 말인데. 너 애들 픽업 다니고 밥이나 해줘. 어차피 맨날 밥은 해야 하니까 그냥 수저 더 올려놓는 것뿐이야. 생활비는 애들이 뭐 많이 먹지도 않을 텐데 내가 월 20만 원 더 줄게. 20만 원이면 충분할 거야. 우리 집도 학군지에 들어. 관성 제2중학교도 가까이에 있으니 조카들 호적 우리 아래로 옮기거나 아니면 집문서 누나 이름으로 돌리든가 해서 애들 졸업
하예진은 쌀쌀맞게 말했다.“주형인, 나 집에서 애만 본다고 네가 날 그저 먹을 줄만 알고 돈 쓸 줄만 아는 무용지물로 생각해도 내가 낳았으니, 내 아이를 위해 참았어. 하지만 네 누나의 두 아이는 나랑 상관없어. 내 책임이 아니니 내가 돌봐 줄 의무가 없다고! 호적을 옮긴다고? 그럼 누구한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 생각 안 해 봤어? 그건 우리 우빈이 학교 갈 기회를 빼앗는 거야. 집문서 네 누나 앞으로 돌린다고? 그 집문서에 내 이름은 없으니 네가 어떻게 하든, 설사 집을 돌려받지 못한다 해도 네 문제야. 하지만 집문서 돌리기 전에 이 집 인테리어 비용부터 돌려줘. 만약 당신 누나의 집이 되어버리면 내가 쓴 인테리어 비용 한 푼도 돌려받기 힘들어.”주형인은 표정이 굳어져 버렸다.“생활비 더 준다고 했잖아. 그걸로 부족해? 너 원래 집에서 애 보고 밥하고 그랬잖아. 하나 돌보는 거랑 둘 돌보는 거랑 뭐가 다른데. 더군다나 애들 다 커서 이젠 말도 잘 들어. 공부하는 거 좀 도와주면 돼. 20만 원이 적으면 10만 원 더해서 30만 원 줄게. 그럼 되지? 그리고 호적 옮기는데 우빈이 학교 다니는 거랑 뭔 상관이야? 우빈이 학교 가려면 아직 멀었어. 내 친누나니까 나 누나 믿어. 집 무조건 돌려줄 건데 뭔 인테리어 비용이야. 이 집은 내가 샀어. 너도 이 집에서 살고 있는데 인테리어 비용쯤이야 당연히 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뻔뻔스럽게 인테리어 비용을 돌려달라고, 없어!”하예진은 주형인을 노려보았다.이 순간, 하예진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결혼 전 두 사람은 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랑을 키워왔고 주형인은 하예진에게 지극정성으로 대했다. 결혼해서 첫 2년도 주형인은 그나마 하예진에게 잘해주었다. 하지만 지금 하예진은 주형인에게 점점 더 실망하고 있다.주형인은 늘 자기의 부모와 주서인의 편만 들었다.그녀 생각은 물론, 주우빈의 생각도 하지 않았다.주서인이 입만 열면 모든 걸 다 들어주었다.‘얼마나 많은 형제들이 집 문제로 원수가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