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하예정이 돈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돈을 주나 안 주나 불효라고 욕할 것이니 차라리 안 주고 욕 먹는 게 훨씬 낫다.그 당시 두 자매는 미성년자였고 그들의 친척들은 모질게도 누구도 자매를 거두어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럴 뿐만 아니라, 그 많은 배상금을 가져갔고 부모님이 남긴 집까지 차지하였다. 그때 하예진이 철이 좀 들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자매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하예정은 전태윤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태윤 씨, 당신 말이 맞아요. 태윤 씨 말대로 그들이 뭐라고 하든 돈 한 푼도 안 줄 거예요."그들은 그때 그런 짓을 해놓고도 두려워하지 않는데,하예정이 왜 두려워해야 하는가?혹시 누군가가 어르신은 나이가 많고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인데 그만 따지라 한다면 그녀는 자기과 입장을 바꾸어 직접 겪고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얘기하라고 반박하고 욕할 것이다. 남의 고통을 겪지 않은 이상 남에게 선을 권하지 마라.그녀는 끌려다니는 것을 제일 질색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태윤은 하예정을 관성 중학교 정문 앞까지 데려다주었다.이 시간에 학생들은 이미 수업을 시작하여 주변 상가에는 별사람이 없었다.심효진은 계산대에서 휴대폰을 놀고 있었는데 전태윤이 하예정을 데려다주는 것을 보고 급히 뛰어나왔다."태윤 씨."심효진은 전태윤을 보고 그에게 인사를 했다.전태윤은 차창만 내리고 차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는 가게를 들여다보고 심효진이 인사를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로 웃음을 짜내었다. 그것이 바로 인사에 대한 답장이었다."얼른 출근하러 가요. 그리고 회사에 도착하면 문자 주고요.""알았어."전태윤은 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차창을 올린 후 떠났다."너 스쿠터는?""이후에도 계속 남편이 데려다주는 거야? 두 사람이 알콩달콩 잘 지낸다는 거 티 나는데.""응, 그런 셈이지."그는 그녀의 인내심의 한계를 터치하지 않고 그녀는 그의 뜻에 반대하지 않았을 때 알콩달콩한 부부이다."어제저녁에 스쿠터가 갑자기 고
한편 회사에 도착한 전태윤은 비서에게 말했다. "비서실장 좀 불러줘요."비서는 인터폰으로 비서실장인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실장님, 전 대표께서 찾으십니다. 지금 바로 올라오시라고 합니다."소정남은 아무 말도 묻지 않고 응하며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몇 분 후 소정남은 대표실의 문을 노크하고 들어갔다.전태윤은 서류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소정남이 들어오자, 전태윤는 펜을 놓고 그에게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보냈다."무슨 급한 일 있어?"소정남과 전태윤은 동창이다. 전태윤은 그의 능력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졸업도 하기 전에 소정남을 미리 스카우트하였고 그는 이내 전 씨 그룹의 엘리트가 되었다. 소정남은 스스로 성과를 내고 한 걸음 한 걸음 비서실장의 자리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또 전태윤의 신뢰도 얻게 되었다."급한 일은 아니고 사적인 일이야. 너랑 따로 말하려고 불렀어."소정남은 소파에 앉은 후 웃으며 말했다. "전화로 얘기해도 되잖아."소정남은 비서실장이지만 전태윤은 가끔 그에게 사적인 일을 부탁한다. 소정남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이다."뭐 좀 알아봐 줄래?""내가 알아봐 준 일이 어디 한두 가지야? 뭔데, 말해 봐."소씨 가문은 엄청 미스터리하다. 그들은 재벌 집안이지만 아주 겸손하다. 전씨 집안보다도 더 겸손한 편이다. 그래서 소씨 가문이 재벌 집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다.소정남은 장남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집안일을 물려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은 형제 중에서도 꽤 위상이 있었다. 그리고 소씨 가문이 제일 잘하는 일이 바로 정보를 캐는 일이다. 그들의 정보 통신망은 큰 도시에 쫙 깔려있다.특히 관성에서는 그들이 모르는 일이 없을 정도다.하지만 누구나 소씨 가문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태윤이 소정남과 친구이자 상사와 부하의 관계이기에 소씨 가문의 가주도 전태윤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다. 매번 전태윤이 도움을 청할 때마다 소씨 가문의 가주는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다."우리 할머니가
"소정남!"전태윤은 부끄러워 화를 냈다.그는 정말로 자기의 체면 때문이었다.하예정은 그의 아내이고 누군가 그를 괴롭히는 것은 자신 얼굴에 먹칠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전태윤은 절대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알았어, 안 웃을게. 다 네 얼굴을 위한 거지. 내가 알아 올게. 이름이 하예정 맞지? 실은 이동명을 시켜서 해도 됐었잖아. 나는 비서실장이고 전 회사의 일을 책임져야 하는데 바빠서 물 마실 시간도 없어. 그런데 나한테 이런 소소한 일을 시키다니."전태윤은 일어서서 소정남에게 물을 한 잔 따라주었다. "그러면 지금 마셔, 바빠서 물 마실 시간 없다 하지 말고.""내가 들어온 지가 언젠데?""난 또 목 안 마른 줄 알았지, 우리의 어떤 사인데 마시고 싶으면 알아서 마시겠지. 언제 너더러 나한테 사양하고 그랬어?"소정남은 헤헤하고 웃었다."동명이의 입은 너만큼 무겁지 못하잖아.""그건 그렇지, 이동명은 가끔 보면 말이 너무 많아."소정남은 잘난 척 한번 했다."하씨 집안 모든 사람의 정보 다 가져와." 하예정한데서 하씨 집안사람들이 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듣고 전태윤은 두 자매가 꼭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는 감이 왔다.하예진의 일은 자기가 관여하지 않아도 되지만 하예정의 일은 절대 모른 척할 수 없다.그러니 상대방 정보를 자세히 알아야 하고 그래야 백전백승할 수 있는 것이다.전태윤은 절대로 자신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그들이 어떤 수를 써도 그가 있는 한, 하예정이 당하는 일은 없다."너 아내는 언니만 있는 게 아니었어?""고향에 만만치 않은 친척들이 한가득 있어."소정남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 네가 신분을 숨기고 결혼도 숨기는구나, 그 만만치 않은 친척들이 꽤 골치 아프겠어."전태윤은 그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그가 신분을 숨기고 결혼도 숨기는 것은 친척들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하예정의 인품이 어떤지 지켜보려고 그런 것이다. 전태윤은 할머니가 하예정과 결혼하라고 할 때부터 하예정의 인성을 의
물론 전태윤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다.차라리 실제 행동으로 사과하는 게 나을 것이다."왜? 아내를 오해 어? 뭐라고 오해했는데 선물까지 주면서 사과해야 해?"소정남은 호기심이 부풀어 올랐다."얘기 다 했으니 일하러 가봐. 그리고 저녁에 네가 대신 가서 박 대표랑 필요한 사항들 협의해, 나는 저녁에 시간 없어."전태윤은 하예정과 하예진의 집으로 가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왜 또 시간 없어? 너 뭐 하러 가는데?""알다시피 난 가정이 있는 남자야. 회사 일에만 신경 쓰다간 아내가 바람날 수도 있어.""......"그는 순간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었다.그리고 상사가 회사 일을 그에게 미루고 아내와 함께 있으려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결혼하면 다야?’‘그럼 나도 결혼할 거야. 그리고 손님 접대며 야근이며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가도 되는 건가?’하지만 소정남은 여자친구가 없다. 당분간 결혼하고 싶어도 결혼 상대가 없다.소정남은 상사에게 착취당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나갔다.같은 하늘 아래에서도 서로 다른 사람들은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다.하예진은 동생더러 저녁 먹으러 오라고 초대했다. 하예진은 주우빈이에게 밥을 먹이고 평소처럼 어린이 카트를 밀고 시장에 장을 보러 나왔다.문을 나선지 얼마 안 돼 주형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무슨 일이야?""너 장 보러 갔어?"주형인은 전화에서 물었다."아직, 금방 문 열고 나왔는데 오늘 뭐 먹고 싶어?""맛있는 거 많이 사 와.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누나도 온대, 우리 누나 해산물 좋아하니까 해산물 많이 사 오고, 우리 엄마는 소고기 좋아하니 소고기도 좀 사 와."하예진은 본능적으로 말을 했다. "해산물이 얼마나 비싼데. 당신 누나는 올 때마다 새우랑 꽃게를 엄청 많이 먹어야 하잖아. 그리고 지금 소고깃값도 많이 올랐어. 평소에는 아까워서 우빈이 먹일 거만 조금 사고 있어."그는 시부모와 시누이를 대접하기 싫었다. 그들이 오면 좋은 것을 먹어야 할 뿐
주형인의 어머니인 김은희는 아들에게 하예진은 공부를 잘했지만 결국은 돈도 못 버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내조도 잘하고 돈도 잘 버는 여자만이 주형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그리고 중요한 것은 하예진은 자신을 꾸미지 않는다. 예전에는 예쁘고 몸매도 좋았는데 지금은 돼지처럼 뚱뚱하고 꾸미지도 않는다. 결혼 전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그래서 회사 동료들이 비웃을까 봐 술자리에도 하예진을 감히 데려가지도 못했다.그를 서현주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였다.하예진은 남편의 말에 엄청 화가 났다.그녀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그래서 하예정과 전태용이 저녁 먹으러 온다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시부모랑 주서인이 오고 하예정 부부가 오면 다들 떠난 후 두 사람은 꼭 싸우게 될 것이다.‘시댁에서는 밥 먹으러 올 수 있는데 내 동생은 오면 안 돼?’이 집에도 그녀의 한몫이 있다.집을 사고 매달 갚아야 하는 은행 대출금은 주형인이 갚고 있지만 인테리어랑 가구를 사는 돈은 하예진이 낸 것이다. 이 돈은 그녀가 결혼 전에 모은 전 재산이었고 이 집을 위해 바쳤다.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하예진은 기가 살아났다.그녀는 당연히 장을 많이 볼 것이다. 하예정 부부를 초대했기 때문이다.마침 하예정도 해산물을 좋아한다.‘더치페이하자 이거지. 시댁 사람들이 와서 쓴 돈은 모두 적어 두고 가고 나면 주형인이랑 하나하나 다 계산할 거야.’그리고 더치페이하는데 집안일도 혼자서 하지 않을 것이다.오늘부터 주형인의 일에 대해서 돕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옷, 신발, 양말, 먹을 것 모든 것을 자신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할 것이고 이제부터는 황제처럼 챙겨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막 결혼했을 때 주형진은 달콤한 말로 하예진더러 회사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그리고 하늘이 무너져도 자기가 있다며 그가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고 집에서 마음 편히 아름다운 아내 역할만 맡으면 된다고 하였다.또 일찍이 임신시켜 회사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아
전태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갑자기 하예정의 서점으로 찾아갔다.그가 서점에 도착했을 때 하예정과 심효진은 일을 마치고 배달 음식을 먹으려고 했다. 전태윤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하예정은 놀란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전태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전태윤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약간 숙이며 물었다. "누군지 못 알아보겠어?"정신을 차린 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좀 의외여서요. 무슨 일이에요? 밥은 먹었어요? 안 먹었으면 지금 시켜줄게요."심효진은 전태윤과 인사를 하고 눈치 있게 음식을 들고 큰 책장 뒤로 자리를 피해주었다."난 먹었어, 넌 아직도 밥 안 먹은 거야?"전태윤은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벌써 오후 1시가 다 되어간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하예정에게 말했다. "밥은 꼭 제때 먹어. 이러다 몸 상하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어."오늘은 회식 자리가 있어 전태윤은 점심 11시에 거래처를 동반하여 레스토랑에서 식사하였다. 그는 배불리 먹고서야 하예정을 찾으러 온 것이다.만약에 그가 이 시간까지 밥을 안 먹었다는 걸 알았으면 함께 회식 자리에 데리고 갔었다.어?안되지!그는 전 대표의 신분으로 회식 자리에 참석했는데 하예정을 데리고 가면 모두 들통날 것이다.전태윤은 순간의 생각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얼굴에는 표현하지 않았고 담담하게 하예정을 보며 말을 했다. "음식 가지고 차에서 먹어, 갈 곳이 있어.""어디 가는데요? 이렇게 급하게 가야 해요?"전태윤은 설명하지 않고 돌아서 밖으로 나갔다.하예정은 잠시 침묵하고 결국 배달 봉투를 들었다. 그녀는 심효진과 얘기하고 전태윤을 따라 나갔다.차에 탄 후 그녀는 전태윤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디 가는데요? 꼭 지금 가야 하나요?"전태윤은 여전히 설명하지 않았다. 답을 얻지 못한 하예정은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하예정이 밥을 다 먹었을 때 전태윤의 차도 멈추었다.하예정이 차에서 내려와 보니 전태윤은 그녀를 자동차 판매점에 데려왔다."차 사려고요? 나 스쿠터
"선수금만 내준다면서요?"하예정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비싼 거 아니라 그냥 일시불로 했어."하예정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금액의 반은 돌려줄게요."전태윤은 그녀를 보고 말했다. "됐어."하예정은 눈을 깜빡이였다.‘됐다고? 그럼, 지금 나에게 차 한 대를 선물하는 거야?’아무리 안 비싸다 해도 2천만 원은 한다. 아무리 부부라고 하지만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다. 그리고 반년 후에 갈라지기로 계약서에 사인까지 하였다.전태윤이 갑자기 큰돈을 써서 그에게 2천만 원의 차를 선물해 주는 데 하예정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았다. 그래서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물었다. "태윤 씨 왜 저한테 갑자기 차를 선물해 주는지 물어봐도 돼요? 말해주지 않으면 저도 마음 편히 차를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쪽에게 큰 신세를 질까 봐요."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세를 갚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전태윤은 그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녀는 한참을 지나서야 시선을 옮겼다. 하예정은 그의 잘생긴 얼굴에 살짝 빨간빛이 도는 것을 발견했다."......""어제저녁에, 어, 내가 널 오해했어......"하예정은 문득 깨달았다. "태윤 씨가 나를 오해했다고 미안해서 이렇게 갑자기 차를 선물하고 사과하는 거예요?"전태윤은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다행히 그녀는 똑똑해서 바로 알아챘다."어제저녁에 우리는 이미 오해를 풀었고 당신도 나한테 사과했어요. 당신에게 정말 화가 많이 났었지만, 나중에는 괜찮아졌어요. 그러니 이렇게 큰돈을 쓰면서 나한테 차를 선물하고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당신도 차가 있으면 더 편하잖아."차가 있으면 편하다는 것은 하예정도 알고 있다."정말로 이 차를 산다면 돈은 꼭 갚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안 사요. 그리고 태윤 씨가 반년 후에 이혼하면 지금 당신이 몰고 있는 차를 나에게 넘기기로 했으니, 나에게도 차가 있는 것과 같은 거예요."전태윤은 말문이 막혔다.계약서는 그가
심효진은 하예진의 기를 세워주려고 새 차를 보며 칭찬했다. "괜찮네, 얼마짜리야?""2천만 원.""일시불로 아니면 대출로?""태윤 씨가 일시불로 긁었어."심효진은 웃으며 하예정의 어깨를 살짝 쳤다. "오, 괜찮은데 우리 예정이. 벌써 태윤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야? 이렇게 큰돈을 써서 차까지 선물해 주고.""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초고속 결혼을 했지만 네가 태윤 씨 마음을 잡을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우리 예정이 이렇게 훌륭한데 태윤 씨가 안 넘어오는 게 이상하지."심효진은 하예정이 아주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한다.가게로 들어와 하예정은 물 한 컵을 따랐다. 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그게 아니야. 어제저녁에 진우가 나를 집에 데려다주었는데 태윤 씨가 그걸 보고 내가 외도라도 한 줄 알고 오해했어. 그리고 둘이 싸울뻔했지.""설명하고 나서야 오해했다는 것을 알았어. 그리고 태윤 씨는 미안한 마음으로 차를 선물해 주며 나한테 사과하는 것이고.""......"그녀는 이미 머릿속으로 로맨틱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현실은 그녀에게 찬물을 한 바가지 부었다."효진아, 우리는 절친이니 나와 태윤 씨의 일을 솔직하게 얘기할게. 우리 언니한테도 아직 말 안 했는데 너한테는 솔직하게 말할게. 우리가 토요일에 부모님을 만났고 그날 저녁에 태윤 씨가 계약서를 주며 사인하라고 했어.""계약서의 내용은 거의 다 그쪽 이익을 보장하는 것들이었어. 태윤 씨가 나한테 선입견이 있는 거 같아. 내가 뭘 원해서 그에게 다가간 것처럼. 계약서에는 반년 뒤에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혼이라고 적혀있었어.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랑 그가 몰고 있는 차는 나에게 위자료로 주겠다고 적혀있었지. 사실 내 반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보상이지.""이 일에선 태윤 씨는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 그 집은 태윤 씨가 일시금으로 샀고 결혼 전의 재산이야. 난 그냥 들어가서 살고 있는 거고 그에게 뭘 바라지도 않아. 하지만 계약서에 그렇게 있으니 나도 귀찮아서 그냥 사인
하지만 하예정은 아직 용씨 가문 사모님과 여운별이 한자리에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기에 그녀가 여운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두 사람이 동시에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의혹을 완전히 떨쳐낼 수 없을 것이다.여운별은 애초에 하예정을 기다리지 않았다.지금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이어야 했다. 만약 그녀가 미리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너무 작위적으로 보였을 것이다.지나친 의도는 하예정의 의심을 부추겼을 것이다.하예정이 그녀를 조사하고 있다고 용태호가 알려준 적이 있었다.물론, 아무리 뒤져도 쓸 만한 정보는 나오지 않을 터였다.하예정은 이미 그녀가 여운별일 거라고 의심하고 있었다.여운별은 문득 가장 증오하는 얼굴이 떠올랐다. 언젠가 마주했던 언니의 목소리, 그 익숙한 울림이. 하예정의 의심을 부추긴 것은 분명 여운초의 말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다행히도 용태호는 능수능란한 사람이었다.하예정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었다.그녀가 찾아낼 수 있는 건 모두 그의 손끝에서 빚어진 허상일 뿐이었다.그러나 하예정이 심효진과 친밀한 사이라는 점은 우려할 만했다. 심효진은 소씨 가문의 며느리였고, 소씨 가문은 정보망이 촘촘하기로 유명했다.하예정이 누구를 조사하려면 소씨 가문의 손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하예정은 빈손이었다. 여운별이 여씨 가문의 둘째 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여운별은 마음 한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그리고 그 여유는 곧 그녀의 표정에 스며들어 하예정을 마주할 때면 그녀는 점점 더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었다.마치 자신이 진짜 용씨 가문 사모님인 것처럼, 여운별이라는 사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 말이다.용태호는 그녀한테 내일 밤에 있을 연회에 두 명의 경호원과 함께 참석하라고 말했다. 용씨 가문 사모님의 신분으로 참석하라는 것이었다.그 연회에는 관성시 상류 사회의 귀부인들이 모일 터였다.전씨 가문의 명해은도 내일 밤 연회에 참석할 예정이며 며느리인 여운초도 데려갈
하예정이 자주 타는 차는 이미 집 앞에 멈춰 서 있었다.경호원은 우빈에게 차 문을 열어주곤 그를 차에 태운 뒤 안전벨트를 매주었다.하예정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하이힐을 벗고 편안한 신발을 갈아 신고는 말했다. “우빈이 안전벨트 다 맸어?”하예정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아저씨가 우빈이 도와서 안전벨트 다 매주셨어요. 작은이모, 이제 출발하셔도 돼요.”하예정은 웃으며 고개를 돌린 뒤 시동을 걸었다.20분 뒤 두 대의 차가 유치원 앞 주차장에 멈춰 섰다.하예정은 차에서 내렸다.우빈이는 이미 스스로 안전벨트를 풀고 작은 책가방을 메고 있었다. 하예정이 차 문을 열자 우빈은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이모, 오후에 아저씨가 데리러 올 때 내 캐리어도 챙겨달라고 부탁해 주세요.”“집에 먼저 들르지 않을 거니?”하예정이 웃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집에 가서 밥부터 먼저 먹고 갈래?”우빈은 큰 눈을 반짝이며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아저씨는 절대 나를 배고프게 하지 않아요. 아저씨랑 가면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우빈에게 있어서 노동명은 이미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아이에게 아버지는 언제나 거대한 나무와 같아서 그 곁에 있으면 세상 어떤 두려움도 사라지게 된다.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우빈이 노동명에게 전적으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하예정에게는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노동명과 하예진이 결혼을 한다면 세 사람은 분명히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될 것이다.하지만 이혼 후 아이를 홀로 키우며 재혼하는 여자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두 번째 남편 또는 그의 가족들이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받아들인다 해도 그 아이를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명과 그의 가족들은 우빈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 주고 있었다. 그 사실이 바로 하예진이 노동명에게 마음을 열게 된 이유였다.노씨 가문은 노동명이 평생토록 우빈만을 아들처럼 생각하며 지내도 괜찮다는 마음이었다.비록 우빈은 노동명의 친아들이
“잘 자요.”하예정은 남편에게 조용히 인사를 건넨 뒤, 문을 살며시 닫았다.전태윤은 문 앞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그가 먼저 서재에서 자겠다고 말했지만 아내에게 밀려 나가며 문이 닫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쫓겨난 기분이 들었다.전태윤은 콧등을 문지르며 어쩔 수 없이 서재로 발걸음을 돌렸다.그날 밤은 그렇게 고요하게 보냈다.다음 날 아침, 전태윤이 일어났을 때 그의 아내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 그를 위한 꿀물도 준비해 놓았다.“여보, 좋은 아침이에요.”하예정은 조카 우빈이가 아침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우빈의 작은 책가방을 들고 우빈이와 부엌을 나오던 참에 막 내려온 전태윤을 마주쳤다.그녀는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꿀물을 준비했어요. 마시는 거 잊지 마요.”전태윤은 어젯밤 술에 취하지 않았지만 독한 술을 마셨던 기억이 떠올랐다.숙취로 인한 두통을 걱정한 하예정은 그를 위해 세심하게 꿀물을 준비한 것이다.전태윤이 이렇게 다정하고 배려 깊은 아내를 만난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하예정은 그렇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다.“알겠어, 좀 있다 마실게. 오늘 꽤 일찍 일어났네.”평소에는 항상 그가 먼저 일어났었다.“네, 우빈이가 일찍 일어나서요.”“이모부!”우빈은 맑은 목소리로 전태윤을 불렀다.전태윤은 다가가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유치원에서 말 잘 들어야 해.”우빈은 대답했다.“저 말 잘 들어요. 아주 잘 듣고 있어요. 선생님과 친구들이 저를 엄청 좋아해요.”“그래, 그래, 모두가 너를 좋아하고말고.”전태윤은 웃으며 우빈의 작은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우빈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럼요, 남녀노소 누구나 다 저를 좋아해요. 관성에서 가장 잘나가는 어린이라고요.”하예정은 웃음을 터뜨리며 우빈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그거, 지율 삼촌한테서 배운 거지?”전지율은“관성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가”를 늘 입에 달고 다녔다.우빈은 전지율과 자주 놀았기 때문에 그에게서 이런 말장난을 배운
“술 냄새도 별로 안 나요. 제가 잠들면 천둥이 쳐도 깨지 못할걸요. 이렇게 고생스레 서재에서 밤을 보낼 필요 없어요.”하예정은 그녀의 아랫배에 올려놓은 전태윤의 큰 손을 잡으며 말했다.“내가 샤워도 하고 따뜻한 물도 마시고 껌 두 알을 먹어서 술 냄새를 좀 없앴어... 창빈이가 그러는데 내 몸에 술 냄새가 심하다고 그러던데.”하예정은 작은 소리로 전창빈을 몇 마디 욕했다.전창빈은 진실만 말했을 뿐인데도 말이다. 전창빈은 전태윤이 입만 열면 술 냄새가 확 난다고 느꼈다. 그리고 전태윤 본인도 자신의 몸에서 술 냄새가 풍겨 하예정이 맡을까 봐 걱정한다고 생각했다.“창빈 도련님이 태윤 씨를 기다린다고 했는데. 만났어요?”하예정이 물었다.전태윤이 대답했다.“응. 원림성의 A시로 선우씨 가문에서 가정 요리사에 지원하겠다고 했어. 예정아, 할머니께서 창빈에게 골라주신 아내가 바로 선우씨 가문의 큰손녀 선우민아 씨라고 해.”“저도 알아요. 어머님이 이 사실을 얘기하자마자 우리 할머니가 창빈 도련님을 위해 아내를 정해주셨다는 사실을 눈치챘어요..”전태윤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역시 내 아내답게 똑똑하네.”“저는 멍청하지 않거든요.”“그럼. 내 아내는 늘 똑똑하지.”만약 멍청하다면 전태윤의 마음에 들지도 않을 것이다.“우리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사람은 전부 멀리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하예정과 여운초만 관성 출신이었다.전태윤은 한참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그렇다면 할머니께서는 나와 이진이를 가장 아끼셨구나. 우리에게 관성의 아내를 골라주셨잖아.”그는 말하면서 또 하예정의 입술에 몇 번 뽀뽀했다.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를 침대에 데려가고 싶었다.그러나 아기를 위해 그는 또 애써 참았다.“이혁 도련님과 전우 도련님의 아내는 어디 분이세요?”“몰라.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어. 어차피 관성의 사람 아닐 거야. 요즘 두 사람 다 관성에 있는 걸 못 봤어.”전태윤은 하예정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그는 아내를 방으로 데려다주며 부드럽게 말을 건
“형, 너무 늦었어. 형도 힘들 텐데 그만 쉬어 나도 이만 돌아갈게.”전태윤과 얘기를 다 마친 전창빈은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전태윤이 말을 건넸다.“너무 늦었는데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고 가. 묵을 곳이 없는 것도 아닌데.”전창빈이 말을 이었다.“안 멀어. 여기 방은 있지만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그래. 그리고 잠자리를 바꾸면 잠도 잘 안 오고.”전창빈은 장소를 옮기면 새로운 거주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침대를 가리는 사람이 잠자리를 바꾸면 늘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곤 한다.전창빈의 개인 별장이 그리 멀지 않고 잠자리를 가리는 전창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태윤도 더는 전창빈을 만류하지 않았다. 다만 그에게 천천히 운전하고 집으로 돌아가 문자를 보내라고 당부했다.“그럼 얼른 쉬어.”전태윤은 배웅하러 일어나지 않았다.전창빈이 멀리 떠난 뒤 전태윤은 물을 반 잔 더 마시고는 다시 몸의 냄새를 맡았지만, 여전히 술 냄새가 났다.그는 하예정에게 영향을 줄까 봐, 그녀가 깨어날까 봐 서재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그는 2층으로 올라가 자신의 방 입구로 돌아갔다. 그러나 문을 밀어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잠시 안을 바라만 보다가 몸을 돌려 서재로 들어갔다.하예정은 한밤중까지 자고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야 했다.자기 전에 우유 한 잔을 마시면 한밤중에 일어나곤 한다.화장실에 다녀온 하예정은 잠에서 깼다.그녀는 그제야 전태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침대 앞으로 돌아와 앉아 침대 머리맡에서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보니 이미 새벽 세 시가 넘었다.전태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단 말인가!‘돌아오지 않은 건가? 언제 돌아오는지 문자도 없고.’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 후에야 전태윤이 전화를 받았다.“여보, 아직 안 왔어요? 많이 바빠요?”하예정은 관심 있게 물었다.그는 예전에 아무리 바빠도 새벽에는 반드시 집에 돌아왔다.그러나 지금 새벽 3시가 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사업에 관한 일이
장소민이 먼저 집으로 오고 그 뒤로 전현림이 또 왔다.그리고 자기가 사고 쳤다고 생각한 전창빈이 또 따라왔다.전태윤은 묻지 않아도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전창빈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으셨어. 엄마는 내가 이미 사업을 하고 있고 잘 경영하고 있는 데다 올해부터 가족 사업을 돕고 있는데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면서. 요리를 좋아하면 집에서 하거나 호텔에서 해도 되는데 굳이 가정 요리사로 일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거든. 근데 아버지는 날 지지해 주셨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면 된다고 하셨지. 그러다가 두 분이 서로 말싸움하다가 엄마가 이기지 못해서 홧김에 방에 돌아가셔서 문을 닫으셨거든. 아빠가 몇 번이고 오랫동안 문을 두드렸는데도 들어가지 못해서 엄마가 화가 좀 풀리면 다시 들어가려고 했어. 근데 엄마는 아빠가 떠난 틈을 타서 조용히 집에서 나와 형 집으로 오셨지 뭐야. 나랑 아빠는 엄마가 여전히 방에 계시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것도 엄마가 화가 풀리고 나서 아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야 엄마가 여기로 오신 것을 알게 됐어. 그래서 따라온 거고.”전창빈은 미안한 듯 계속해서 말했다.“부모님께서 항상 감정이 좋으셨는데 내 결정 때문에 불쾌하게 지내시니 내가 너무 불효자인 것 같아.”전창빈은 자신이 불효하다고 느꼈지만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하기로 한 결정을 포기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부부싸움도 안 하는 부부가 어디 있겠어? 나와 네 형수님도 많이 다투었거든. 부부간에도 소통이 필요한 법이지. 한쪽이 막무가내로 나오지 않는 한 잘 얘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풀릴 거야. 우리도 그런 억지를 부리고 소통할 수 없는 여자와 결혼하지 않을 거야. 그런 상황도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고.”전창빈은 전태윤이 그에게 말한 부부간의 관계에 관한 얘기들을 잘 듣고 있었다.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모두 금실이 좋으셨다. 전창빈은 어릴 때부터 이러한 말들을 들으며 자랐기 때문에 사실 이미 부부 관계에 대한 일들에 대
잠시 후, 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께서 나에게 임무를 맡기셨는데 나도 이제 움직이려고. 호영 형처럼 반년 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아내를 얻을 수 없을지도 몰라.”전창빈은 그들이 동생으로 태어난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형들의 교훈을 잘 섭취하고 피할 수 있을 테니까.“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여인은 보통 성품이 좋은 사람이야. 너의 성격에 잘 맞게 골라주셨을 거야. 언제 출발하려고?”전태윤이 문득 물었다.“다음 주 월요일에 출발하려고. 이틀 동안 손에 있는 일을 먼저 정리하려고. 중요한 일들은 형에게 맡길게. 알아서 처리해 줘.”“그렇게 급해?”전태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전창빈은 약간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선우씨 가문은 A시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야. 그 가문에 들어가서 일하면 급여와 대우가 나쁘지 않을걸. 그리고 선우민아 씨가 입맛이 까다롭다고 하는데 수많은 사람이 가서 도전해 보고 싶어 하거든. 그곳에는 이런 말이 전해지고 있대. 가정 요리사가 선우씨 가문에서 석 달 동안 일하고 나오면 일자를 걱정할 필요 없고 반년 이상 버티고 나오면 큰 호텔들이 앞다투어 요구한다고 해. 몇 년 동안 일을 해도 해고되지 않는다면 아마 신으로 불릴지도 모르지.”전태윤은 실소했다!“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그분 입맛이 그렇게 까다롭대?”“선우민아 씨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아가씨들 입맛도 까다롭대. 전부 먹는 것에 매우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라 요리 실력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거든. 누군가는 일반적인 야채 볶음 하나에도 통과되지 못한다고 해.”전태윤이 피식 웃었다.“도전해 볼 만하군.”전태윤은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라고 추측했다.어쨌든 사진만 보았을 뿐 실물을 본 적도 없고 함께 지내본 적도 없다. 전창빈은 그렇게 쉽게 마음이 흔들릴 남자가 아니었다.하지만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가 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다. 마침 전창빈은 요리를 가장 좋아했다. 그는 아마 십여 년 동안 키워온 요리 실력으로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가 될
묻지 않아도 전창빈이 조금 전에 여기에서 TV를 보며 차를 마시고 간식을 먹으며 전태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전창빈은 곧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왔다.그리고 전태윤의 앞에 따뜻한 물잔을 내려놓고 옆에 서서 전태윤의 분부를 기다리면서 언제든지 시중을 들어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전태윤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앉아.”“고마워.”전창빈은 얼른 자리에 앉았다.“이렇게 예의를 갖추면서도 사고 치지 않았다고? 말해봐,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부모님께서도 의견이 안 맞으시다니.”“형, 나 정말 사고를 치지 않았거든. 그냥 원림성의 A시에 가보고 싶어서 그래.”“가서 뭐 하려고? 설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멀리 가려고 해? 집에서 설을 쇠지 않으려고? 할머니께서 아시면 네가 가장 먼저 얻어맞을걸.”설쯤에 전씨 할머니는 자손들이 모두 돌아와 온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있는 것을 좋아하셨다.손자며느리가 몇 명 더 있으면 더 좋을 것이지만.이제 고현도 전호영을 따라 돌아올 것이다. 약혼할지는 아직 미지수였다.곧 약혼식도 치를 것으로 보인다.고현은 전호영을 위해 그녀의 여자 신분을 폭로해 그가 게이가 아니라는 오해를 풀어주었다.“나 가정 요리사에 지원하고 싶어. A시의 선우씨 가문에서 요리사를 채용하고 있는데 그 가문 아가씨의 입맛이 엄청 까다로워서 요구가 엄청 높대. 나도 도전해 보려고. 좋은 기회야.”전태윤은 눈살을 찌푸리다가 곧 물어보았다.“할머니께서 선우씨 가문의 딸을 정해주셨어?”원림성의 A시는 너무 멀다.아마 H시와 이웃 도시일 것이다.용정도 그곳 사람이었다.설마 전씨 할머니께서 그 진흙탕에 뛰어드실 계획인 건가...전태윤은 그의 전씨 가문과 예씨 가문의 사이가 가깝고 여운초의 눈도 예씨 가문의 정겨울이 치료해주고 있는 데다 또 성소현은 앞으로 예씨 가문의 다섯째 사모님으로 될 여자였다. 게다가 성소현은 하예정과 사촌 사이로 전씨 가문과 예씨 가문은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가 되었다.앞으로 예
전태윤은 저녁 12시에야 집에 도착했다.그는 술도 좀 마셨지만 취하지는 않았다.전태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전창빈은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자 곧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전태윤의 차가 별장 입구에 도착하여 멈추었다.경호원이 차에서 내려 전창빈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안부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곧 전태윤의 차 문을 열어주어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안 취했어.”전태윤이 나지막이 말했다.“형.”전창빈이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태윤을 부축하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전태윤은 거절했다.“창빈아, 어쩐 일이야?”친동생을 본 전태윤은 매우 놀랐다.“술 한 잔만 마셨어. 취하지 않았으니까 부축해주지 않아도 돼.”“형한테 할 말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어.”전창빈은 여전히 전태윤을 부축해주었다. 전태윤의 술 냄새를 맡은 전창빈이 말을 건넸다.“독한 술을 마셔서 술 냄새가 많이 나네.”“이야기가 잘 풀려서 좀 마셨어.”전태윤은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자신의 옷 냄새를 맡아보며 전창빈에게 물었다.“술 냄새가 많이 나? 네 형수님이 술 냄새를 맡을 수 있겠지?”전태윤은 오늘 밤 서재에서 자야 할지도 모른다.하예정은 그가 술과 담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때때로 그는 담배 한 대 피워도 껌을 씹어 담배 냄새를 제거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의 아내가 냄새를 맡을까 봐 걱정했다.특히 하예정은 지금 그들의 사랑의 결실을 배속에 품고 있었다.그런 하예정에게 담배 냄새를 맡게 하면 더욱 안 된다.집에는 담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그의 친구들도 그가 집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전창빈은 말을 잇기 모호했다.그가 하예정도 아닌데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을지 잘 몰랐다.전태윤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냄새가 나는데? 늦었는데 오늘 예정이를 방해하지 말고 서재에서 하룻밤 자야겠어.”전태윤은 문득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전창빈에게 물었다.“아까 우리 부모님 차를 본 것 같은데?”전태윤은 자신이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