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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그는 사인펜을 내려놓고 창가 옆으로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회사 문 앞에는 아직도 연예부 기자들이 둘러싸여 있었다. 소정남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인내심도 참 대단해. 어젯밤부터 쭉 지키고 있잖아. 태윤이도 그래, 애인 자랑을 조용히 할 것이지 뭘 이렇게 세상을 발칵 뒤집어?”

다만 세상은 발칵 뒤집혔을지언정 사모님은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전태윤은 아내를 극진히 아꼈다.

회사 사람들은 하예정을 본 적이 있지만 아무도 감히 소문을 퍼뜨리지 못했다.

전씨 일가의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가족들은 전부 입을 꾹 다문 채 한 글자도 얘기하지 않았다.

오늘 관성 상류층 사람들이 만나서 하는 첫 얘기가 바로 전 대표님의 아내가 누구인지 묻는 말이다.

사업 얘기를 나누다가도 맨 마지막엔 바이어들이 전 대표님의 아내가 누구인지 두어 마디 여쭙곤 한다!

소정남도 귀찮아 죽을 지경이었다.

그와 전태윤이 사이가 좋다 보니 적잖은 사람들이 그에게서 소식을 캐물으려 했다.

다만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소정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사태의 주인공 전태윤은 정작 차분하게 업무를 보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예전처럼 경호원들의 철통 보호를 받으며 관성 호텔로 가서 식사했고 늘 그래왔듯 미리 권 매니저에게 전화해 하예정이 좋아하는 요리를 몇 개 만들어서 보내주라고 했다.

그리고 가는 길에 권 매니저더러 꽃 가게에 들러 꽃을 한 다발 사서 그녀에게 전해주라고 했다.

오늘 하루 유독 전태윤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 하나 있다면 바로 그의 호텔 입구에서 성기현과 마주친 일이었다.

성씨 그룹은 자기만의 호텔이 있고 성기현과 전태윤이 또 서로 경쟁자이다 보니 성기현이 관성 호텔에 나타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런 그가 오늘 바이어와 함께 이곳에 온 걸 보아 아무래도 바이어 쪽에서 미팅 장소를 관성 호텔로 정한 듯싶었다.

서로 마주친 두 대표님은 나란히 걸음을 멈췄다.

전태윤의 뒤엔 경호원들이 서 있었고 성기현의 뒤엔 회사의 몇몇 임원과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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