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가씨 이런 점이 가장 좋아요. 어떤 사람은 상대가 결혼했든 말든 마음에 들면 사랑이라고 떠들어대면서 남의 결혼 생활을 파탄 내버리잖아요. 난 그런 사람이 가장 싫어요.”새언니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성소현의 됨됨이가 바른 덕에 시댁 식구들처럼 그녀를 예뻐했다. 만약 진상이었더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언니, 나 괜찮으니까 가서 더 자요. 오빠한테도 내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요. 나 성소현이 결혼 못 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걱정이에요.”“알았어요. 그럼 이만 방으로 돌아갈게요. 아가씨도 더 잘 거예요?”“아니요. 이따가 예정 씨한테 가려고요. 아 참, 어제 우리 집 파티셰가 만든 디저트를 먹어봤는데 맛있더라고요. 아직 더 있어요? 있으면 예정 씨랑 효진 씨한테 가져다주려고요. 두 사람 다 디저트를 좋아하거든요.”그녀의 새언니도 디저트를 참 좋아한다.원래는 파티셰 없이 요리사가 다 만들었었지만 새언니가 시집온 후 오빠가 직접 새언니를 위해 파티셰를 모셔왔다. 그 덕에 매일 여러 가지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새언니가 웃으며 말했다.“나도 먹어보니까 맛있더라고요. 오늘 파티셰님한테 몇 가지 해달라고 했는데 내려가서 봐봐요. 아마 다 만들었을 거예요. 예정 씨한테 많이 가져다줘요. 입맛에 맞으면 매일 가져다줘도 돼요.”하예정이 남편의 사촌 여동생일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새언니는 하예정을 만나기도 전에 벌써 그녀에게 호감이 생겼다.“분명 좋아할 거예요.”하예정과 심효진 얘기에 성소현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 누가 절친 아니랄까 봐 두 사람은 먹는 것도 좋아했고 성격도 비슷했다.화제가 자연스럽게 바뀌었고 성소현도 전태윤의 결혼을 잊은 듯했다. 새언니는 그제야 마음 놓고 방으로 돌아갔다.성기현은 방에서 아내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소현이는 괜찮아요?”“아무래도 가장 먼저 알아서 그런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씩씩하더라고요. 하지만 아침부터 또 그 소식을 들었으니 기분이 좋지 않겠죠. 앞으로
성기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래. 아쉬움이 남아야 인생이지.’...하예정은 언니의 월세방으로 가서 숙희 아주머니와 주우빈을 픽업한 후 전태윤과 함께 가게로 갔다.그녀는 전태윤의 차를 타지 않았지만 전태윤이 기어코 뒤에서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하는 수 없이 따라오게 내버려 두었다.엄마가 곁에 있으니 주우빈의 상태도 한결 나아졌고 숙희 아주머니와도 재미있게 놀았다. 하예진은 그제야 마음 놓고 회사로 출근했다. 아직 수습 기간이 채 끝나지 않아 계속 휴가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전태윤이 하예정에게 말했다.“다이아몬드 반지.”하예정이 말했다.“알았어요. 지금 바로 낄게요. 앞으로는 절대 빼지 않고 왼손에 계속 끼고 있을게요.”그녀는 카운터 앞으로 다가가 키로 카운터 서랍을 열었다. 값비싼 다이아몬드 반지가 서랍의 구석에 처박혀있었다.그 광경을 본 전태윤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저렇게 아무렇게나 둔다고?’하예정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 다시 약손가락에 꼈다. 어젯밤에 잠시 낀 금반지는 오늘 집에서 나오기 전에 뺐다.“봤죠?”하예정이 일부러 손을 펼쳐 보이고 나서야 전태윤이 흐뭇하게 웃었다.“얼른 출근해요. 이러다 늦겠어요.”전태윤은 어이가 없었다.‘맨날 내쫓기만 해! 그렇게 나랑 같이 있기 싫어?’“우빈아.”안에서 나오던 심효진이 주우빈을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다가오더니 주우빈을 번쩍 안아 들고는 전태윤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인사를 대신했다.원래는 아내에게 입맞춤한 후 출근할 계획이었지만 심효진이 나타난 바람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전태윤도 고개를 끄덕이며 심효진에게 인사했다. 그러고는 이미 곁을 떠난 여자를 그윽하게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그런데 몇 걸음 가지도 않고 다시 고개를 돌려 하예정을 쳐다보았다.심효진은 하예정이 손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발견했다. 하예정이 마침 손을 내밀며 심효진에게 반지를 자랑하던 참이라 전태윤을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그 모습에 전태윤은 기분이 확 다운되었
성소현은 자신이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다.전태윤은 이동할 때 보통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녔고 경호원들이 탄 검은 차가 몇 대 따라다니곤 했다. 그리고 전태윤이 이곳에 나타날 리도 없었다.그의 가족 중에 관성 중학교에 다니는 애가 없어 성소현은 더는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하예정의 서점 문 앞에 도착한 성소현이 차를 세우자마자 마침 하예정이 주우빈을 안고 나왔다.“예정 씨, 내가 올 줄 알았어요?”성소현이 차에서 내리며 웃었다.“우빈이까지 안고 날 마중하러 나왔네요?”“그게 아니라 우빈이랑 슈퍼 좀 다녀오려고요.”성소현이 가까이 다가와 주우빈을 안으려 하자 주우빈은 고개를 홱 돌려 하예정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이모가 안아줘요.”그러자 하예정이 그녀에게 설명했다.“우빈이 점점 좋아지고는 있지만 평소 같이 지냈던 우리랑만 붙어있으려고 해요.”“주씨 가문 인간들 정말 쓰레기만도 못한 인간들이에요!”귀여운 주우빈을 안을 수 없었던 성소현은 화를 주체 못 하고 주씨 가문 사람들을 한바탕 욕했다.“예정 씨 언니랑 그 남자는 이혼했어요?”“네, 어제 이혼했어요. 재산도 나눠 가졌고 인테리어 비용도 전부 돌려받았어요.”주우빈과 함께 슈퍼로 가려 했던 하예정은 성소현이 오자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혹시 유전자 검사 결과 나왔어요?”이경혜 없이 성소현 혼자 온 걸 보고 아무래도 두 사람이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다고 짐작했다.“검사 결과 아직 안 나왔어요. 내일 점심에 엄마가 가지러 가기로 했어요. 오늘은 내가 기분이 안 좋아서 얘기나 좀 하려고 온 거예요. 예진 씨랑 효진 씨랑 얘기 나누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엄마도 함께 오고 싶어 하셨는데 내가 오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야 내게 제대로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전태윤을 수년간 짝사랑한 성소현에게 짧은 시간 내에 그에 대한 마음을 접으라고 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녀는 마음이 찢어지듯이 아팠지만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가족들 앞에서는 눈물을 보일 수가 없었다.그
성소현이 차를 한잔 마시고는 힘겹게 입을 뗐다.“예정 씨, 대표님이 정말 결혼했어요.”하예정이 두 눈을 깜빡였다.“지난번에 대표님이 결혼반지를 낀 걸 봤다고 하지 않았어요?”‘그런데 왜 또 결혼 얘기를 하는 거지?’성소현이 머뭇거리다가 말했다.“결혼반지를 낀 걸 보긴 했지만 내가 마음을 접게 하려고 일부러 결혼반지를 낀 거라고 요행을 바랐거든요.”심효진이 물었다.“그럼 지금은 확신해요? 전 대표님이 정말 결혼했어요?”성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이 카카오 스토리에 결혼 사실을 밝혔어요. 이 일은 이미 관성의 상류 사회에서 엄청 들끓고 있거든요. 수많은 사람들이 대표님의 아내분이 누군지 궁금해하고 있어요. 지금 전씨 그룹과 전씨 저택 앞에 기자들이 쫙 깔려있어요. 내가 오기 전까지 아무런 기사도 나지 않은 걸 보면 아직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나 봐요.”하예정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언론에서 그 사람의 결혼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많아요?”심효진과 성소현이 동시에 쳐다보자 하예정이 쑥스럽게 웃었다.“우리랑 아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서 지금까지 별 관심이 없었거든요. 평생 만날 일도 없을 텐데 굳이 뭐 하러 신경 써요, 안 그래요? 그 사람을 신경 쓸 시간에 공예품이나 더 만들어서 돈이나 더 벌겠어요. 그 사람을 알게 된 것도 효진이한테서 들은 거예요. 효진이가 하도 그 사람 얘기를 많이 해서 알게 됐거든요.”그러자 성소현이 말했다.“대표님은 관성의 최고 재벌 집 도련님이자 전씨 그룹의 주인이에요. 신분도 귀하고 얼굴도 아주 잘생겼어요. 지금까지 연애한다는 소리도 못 들었는데 갑자기 결혼 발표를 하니까 다들 이 난리인 거죠. 기자들은 대체 뉘 집 딸이길래 대표님의 아내가 됐는지 엄청 궁금해해요. 기자들뿐만 아니라 나도 궁금해요.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오빠도 알아내지 못하더라고요.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대체 누구일지...”성소현은 찻잔에 차를 한잔 더 따르고 목을 축인 후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가장 불쌍한 건 나예요. 진
심효진은 성소현에게 마구 휘둘려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는 성소현의 손을 떼어내면서 말했다.“소현 씨, 난 정남 씨랑 소개팅만 한 게 다예요. 내가 여쭤봐도 아무 대답 없을 거라고요.”“소정남 씨와 소개팅을 했다고요?!”성소현이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소정남 씨도 우리 관성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싱글이란 말이에요.”심효진이 소정남과 소개팅했다는 말에 성소현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심효진도 재벌가의 딸이고 그녀의 고모는 김씨 가문의 사모님이라 평소 상류층의 연회에 고모와 함께 자주 출석하곤 했으니까.다만 심효진이 도 사모님의 생일 파티에서 벌러덩 누운 이후로 고모는 두 번 다시 심효진을 데리고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예정의 남편이 소개해줬어요.”하예정이 웃으며 솔직하게 인정했다.“우리 남편이 소 대표님의 덕을 많이 본 건 사실이에요. 대표님께서 업무가 다망하고 아직 미혼이다 보니 효진이와 어울릴 것 같아서 과감하게 한 번 얘기해봤어요.”“예정 씨 남편분도 참 대단하시네요. 소정남 씨의 도움도 받고 전씨 그룹에서 꽤 잘 나가잖아요. 소정남 씨는 전 대표님의 오른팔이라 그룹 내에서 전씨 일가의 다른 도련님들보다도 지위가 높아요. 회사 동료들뿐만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들도 소정남 씨에게 도움을 받고 싶어 할 정도라니까요. 아쉽게도 소정남 씨는 전 대표님과 절친한 사이이고 전 대표님이 날 싫어하다 보니 소정남 씨도 덩달아 날 보면 멀리 피하더라고요. 난 그분 도움을 받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요.”심효진과 하예정은 말을 잇지 못했다.‘소 대표님이 이 정도로 대단했어?! 성소현 씨와 같은 재벌 집 따님도 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싶어 안달이라니. 소정남 씨가 이 정도면 전 대표님은... 굉장히 어마어마한 분이시겠지!’하예정은 혼자만의 생각에 푹 빠졌다.‘전 대표님의 도움을 받는 자는 관성을 휩쓸고 다닐 수도 있겠어!’“효진 씨, 그래서 소정남 씨는 어땠어요?”성소현은 인제 소정남을 통해 전 대표님의 아내가 누구인지 알아내고 싶었다.
그는 사인펜을 내려놓고 창가 옆으로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회사 문 앞에는 아직도 연예부 기자들이 둘러싸여 있었다. 소정남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인내심도 참 대단해. 어젯밤부터 쭉 지키고 있잖아. 태윤이도 그래, 애인 자랑을 조용히 할 것이지 뭘 이렇게 세상을 발칵 뒤집어?”다만 세상은 발칵 뒤집혔을지언정 사모님은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전태윤은 아내를 극진히 아꼈다.회사 사람들은 하예정을 본 적이 있지만 아무도 감히 소문을 퍼뜨리지 못했다.전씨 일가의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가족들은 전부 입을 꾹 다문 채 한 글자도 얘기하지 않았다.오늘 관성 상류층 사람들이 만나서 하는 첫 얘기가 바로 전 대표님의 아내가 누구인지 묻는 말이다.사업 얘기를 나누다가도 맨 마지막엔 바이어들이 전 대표님의 아내가 누구인지 두어 마디 여쭙곤 한다!소정남도 귀찮아 죽을 지경이었다.그와 전태윤이 사이가 좋다 보니 적잖은 사람들이 그에게서 소식을 캐물으려 했다.다만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소정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사태의 주인공 전태윤은 정작 차분하게 업무를 보고 있었다.점심시간이 되자 예전처럼 경호원들의 철통 보호를 받으며 관성 호텔로 가서 식사했고 늘 그래왔듯 미리 권 매니저에게 전화해 하예정이 좋아하는 요리를 몇 개 만들어서 보내주라고 했다.그리고 가는 길에 권 매니저더러 꽃 가게에 들러 꽃을 한 다발 사서 그녀에게 전해주라고 했다.오늘 하루 유독 전태윤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 하나 있다면 바로 그의 호텔 입구에서 성기현과 마주친 일이었다.성씨 그룹은 자기만의 호텔이 있고 성기현과 전태윤이 또 서로 경쟁자이다 보니 성기현이 관성 호텔에 나타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그런 그가 오늘 바이어와 함께 이곳에 온 걸 보아 아무래도 바이어 쪽에서 미팅 장소를 관성 호텔로 정한 듯싶었다.서로 마주친 두 대표님은 나란히 걸음을 멈췄다.전태윤의 뒤엔 경호원들이 서 있었고 성기현의 뒤엔 회사의 몇몇 임원과 비서
“행운아가 어느 재벌 가문의 따님인지 몹시 궁금하네요!”성기현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꿋꿋이 물었다.여동생이 대체 어떤 여자 때문에 패배를 당했는지 알아야만 했다.전태윤은 깊은 눈동자로 성기현을 쳐다보다가 잠시 후 말을 이어갔다.“성 대표님, 이건 저의 사생활이라 대답을 거부할게요.”‘이럴 줄 알았어.’성기현은 이 결과를 달갑게 받아들이며 근엄하게 미소 지었다.“대표님께서 아내분을 몹시 아끼시네요.”“결혼할 때 평생 아끼고 사랑하고 보살펴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성기현이 겨우 대답했다.“대표님은... 그야말로 진국이시네요.”그의 여동생 성소현과 전태윤은 결국 인연이 닿지 않았다.전태윤을 포기하라고 그렇게 말렸건만 여동생은 도통 오빠의 말을 듣지 않더니 인제 결국 고통의 맛을 보게 되었다.성기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전태윤이 성소현을 사랑한다면 실은 그도 오빠로서 여동생이 전태윤과 함께하는 걸 응원해주고 동생을 위해서라도 전씨 그룹과의 불화를 개선할 생각이었다.왜냐하면 전태윤은 그 누구보다 일편단심이니까.그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평생 그 한 사람만 사랑한다.하여 전태윤이 배신을 당하면 아마 평생토록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성 대표님도 진국이시죠. 사모님께서 매우 행복한 나날을 보내시잖아요. 이 업계에서 성 대표님은 팔불출이라고 소문이 쫙 났어요.”아내의 말에 성기현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고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저도 전 대표님처럼 애초에 결혼할 때 평생 아내만 사랑하고 아껴줄 거라고 약속했거든요.”“성 대표님과 사모님의 감정은 모두를 부럽게 해요. 나중에 성 대표님께 팔불출이 된 비결을 여쭤봐야겠어요.”뭇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줄곧 불화를 이루던 두 사람이 팔불출이 되려는 주제로 나란히 얘기를 나누는 모습에 다들 입이 쩍 벌어졌다.성기현이 웃으며 말했다.“전 대표님은 이미 팔불출이 되셨어요.”그렇지 않으면 걸음을 멈추고 그와 얘기를 나누지 않았을 테니까.전태윤이 잠깐 침묵하
하예정은 오늘 전 대표님이 유부남인 데다가 팔불출이란 빅 뉴스를 귀가 닳도록 들었다. 그녀는 저녁에 화장대 앞에 앉아 팩을 붙이며 전태윤에게 말했다.“있잖아요, 나 오늘 종일 태윤 씨 회사 대표님의 스캔들만 들었지 뭐예요.”전태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렇지 않은 듯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스캔들?”“아직 몰라요?”하예정이 머리를 돌리고 그를 쳐다봤다.“태윤 씨 대표님께서 유부남인 걸 공개 선언했대요. 다만 부인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소현 씨가 말하길 이 사건은 그들 상류층에서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던데요. 태윤 씨는 전씨 그룹에서 출근하는데 뭐 알아낸 거 없어요? 전씨 그룹 사모님은 대체 누구래요? 기자들이 회사 문 앞에서 엄청 오래 기다렸는데 아무 소식도 얻지 못한 채 하는 수 없이 돌아갔대요.”전태윤은 의자를 끌고 와 아내 곁에 앉아서 그녀가 붙인 팩을 쳐다보다가 팩 포장의 브랜드를 유심히 관찰했다. 이는 가격대가 있는 럭셔리 브랜드였다.“소현 씨가 줬어요. 오늘 밤에 어쩌다 한 번 효과 있나 보려고 붙였어요.”전태윤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앞으론 성소현 씨가 주는 화장품 쓰지 마. 네가 애용하는 브랜드를 내게 말하면 내가 알아서 사줄게.”“소현 씨가 엄청 많이 줬어요. 안 쓰면 다 버리잖아요. 소현 씨는 여자인데 지금 설마 여자까지 질투하는 거예요?”전태윤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졌다.“네가 날 1순위로 두지 않는 한 너의 관심사를 뺏어간 사람은 누구든 다 질투할 거야.”“참 나, 애초에 ‘난 질투 같은 거 전혀 몰라’ 라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더라?”전태윤은 말문이 막혔다.“태윤 씨, 얼른 말해봐요. 그래서 전씨 그룹 사모님이 누군데요?”전태윤이 웃으며 되물었다.“넌 우리 대표님한테 별로 관심 없잖아.”“없다기보단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죠. 어쨌거나 나랑 태윤 씨 대표님은 아예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잖아요. 태윤 씨는 전씨 그룹에 다니면서도 대표님 얼굴 한 번 뵙기 힘든데 난 더 말할 것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