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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시끌벅적한 오후가 지나고 날이 어두워지자 다시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예진은 애초에 이 집을 꾸밀 때 엄청 공들이며 적잖은 돈을 썼는데 막상 본인이 산 가전제품을 빼내니 셋집에 모두 담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주 쓰는 물건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동생네 집에 맡긴 게 아니라 세일 가격으로 팔아치웠다.

이것도 나름 과거와 작별하는 방식 중 하나였다.

하예진의 셋집은 정리가 채 안 되어 요리하기가 불편했다. 그녀는 사람들을 데리고 호텔로 가서 음식을 대접했다.

본인이 솔로가 된 걸 축하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하예진은 즐거운 마음으로 과거와 작별하고 있지만 주형인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쳤다.

밤 9시, 그는 서현주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현주야, 짐이 이게 다야?”

주형인은 서현주의 물건이 많지 않은 걸 보더니 앞으로 다가가 캐리어를 밀며 그녀에게 물었다.

“다 정리했어?”

“나 평소에 혼자 살아서 물건이 많지 않아요. 다 정리 마쳤고 안 쓰는 물건들은 전부 버렸어요.”

서현주는 애지중지 아끼는 가방을 메고 평소 잠잘 때 안고 자던 인형을 안은 채 주형인과 함께 방문을 나섰다.

“이 집은 그냥 빼버려야겠어요.”

“당연하지. 내가 사는 집은 여기보다 훨씬 좋아.”

“예진 씨는 이미 나갔어요?”

서현주는 아파트의 문을 잠그고 아파트 열쇠를 열쇠고리에서 빼내 아래층 경비원에게 건넸다. 아파트 대문을 지키는 경비는 집주인의 친척이었다.

“집주인한테 방 뺄 거라고 얘기했어요. 집세, 수도세, 전기세 전부 완납했으니 아저씨는 방 청소만 해주시면 돼요. 내가 아직 쓸만한 실용적인 물건들을 빼지 않았어요.”

이 말의 뜻인즉슨 경비원 아저씨더러 얼른 방 청소하러 가서 그녀가 쓰지 않는 실용적인 물건들을 주워 쓰라는 것이다.

경비원 아저씨는 열쇠를 건네받고는 곧장 아내더러 방 청소하러 가라고 했다.

주형인은 캐리어를 끌고 서현주와 함께 차 쪽으로 걸어갔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예진이한테 문자 왔는데 이미 짐을 다 뺐대.”

그리고 계좌번호도 보내주며 주형인더러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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