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일반적이라고 해도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랑은 만나주지도 않을 거야.”예정은 기껏해야 그날 저녁 그 부잣집 도련님 얘기를 몇 마디 했을 뿐이다. 그 후에는 생각도 한 적이 없다.예정이 한 말처럼 그 부잣집 도련님이 아무리 평범해도 그녀같이 평범한 사람을 만날 리 없다.그녀는 지극히 평범한 서민이다. 아무리 잘나가도 거기서 거기다. 게다가 아는 사람 중 진짜 돈이 많은 사람은 절친 심효진 말고는 김진우뿐이고.김진우도 사실 어떻게 보면 부잣집 도령에 속한다.부잣집 도령은 그녀와 같은 세계에 있지 않다. 이번 생에는 어떤 관계로도 엮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진우는 웃으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한 번도 예정을 얕본 적 없다. 그러나 다른 부잣집 도령들까지 그녀를 얕보지 않을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상류사회라는 집단이 대부분 집안 배경과 신분으로 사람을 대한다는 걸 알고 있다..큰 행사에 참석하면 이 김씨 도령조차도 꽤 주동적으로 대표들과 교류하는데, 사실 그도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차 왔다!”김진우가 부른 차는 길가에 섰다. 차 안에 있는 사람은 차에서 내려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고 김진우를 도련님이라고 불렀다.예정은 그제야 김진우가 자기 기사를 불렀다는 것을 알았다.왕 기사님이 누구에게 트럭을 빌렸는지는 모르지만, 그와 김진우는 힘을 합쳐 예정의 움직이지 않는 오토바이를 트럭에 실었다. 트럭 위에서 김진우는 예정에게 말했다.“누나,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수리점이 문을 닫았으니까, 왕 기사님이 내일 수리점에 맡기고, 다 고쳐지면 가게로 가져다줄 거야.”“응, 고마워.”예정은 진심으로 김진우에게 고마웠다. 만약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예정은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오토바이를 끌고 해가 뜰 때까지 집까지 걸어가야 했다.김진우는 싱글 벙글거리고 있었다.“우리 사이에 고맙긴 무슨.”“누나, 얼른 차에 타. 지금 집으로 데려다줄게. 아직도 예진 누나 집에 살아?”“아니, 나 발렌시
‘깨워야 하나? 할머니가 태윤 씨가 잘 때 전화하면 엄청나게 화낸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시간을 보니 이미 자정이 넘었다.‘태윤 씨가 평소의 집에 오면 보통 이 시간이었으니, 아마 아직 안 자지 않을까?’예정은 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태윤이 안 자고 있다면 일부러 문을 잠갔다는 건데, 왜 이렇게 한 것인지 예정은 알 리가 없었다.아무튼 예정이 김진우와 함께 있었고, 둘이 또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바로 이 때문에 태윤은 꽤 불쾌한 것이 틀림없다.‘꽃뱀한테 걸린 게 분명해. 막상 시집와서 보니 나한테서 가져갈 것이 없다고 생각되니까, 급하게 다른 남자를 찾는 거 아냐?’할머니가 그 꽃뱀한테 속은 게 분명하다.따지고 보면, 할머니도 예정을 안지 석 달밖에 안됐는데, 알면 얼마나 잘 알겠는가.하필이면 할머니가 예정에게 은혜를 입어, 감사한 마음에 그녀를 믿고 태윤을 장가보낸 것인데….핸드폰이 계속 울렸으나 태윤은 예정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한참이 지나자 예정은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몇분 지나지 않아 또 전화를 걸어왔다.세 번째 전화하자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태윤 씨, 자요?”“무슨 일인데?”태윤은 차갑게 되물었다.“당신이 문을 잠궈서 들어갈 수가 없잖아요.”태윤은 잠시 침묵한 후, 여전히 차갑고 가시 박힌 말투로 말했다.“나는 당신이 오늘 밤 7성급 호텔에 간 줄 알았네.”예정은 가시 박힌 듯한 말을 듣고 어찌 된 영문인지 몰랐다. 그녀가 왜 그런 고급 호텔에 가서 잔단 말인가. ‘나한테 갑자기 왜 날을 세우는 거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예정은 성격이 좋아 왜 이렇게 이상하게 구는지 따지지 않았다.태윤은 말이 없었다.몇초간의 적막이 흐르고 예정은 말했다.“태윤 씨, 나보고 호텔가서 자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아무튼 난 항상 당신이 준 카드를 가지고 다니니까. 그럼, 관성 호텔가서 자죠, 뭐.”태윤은 말이 없었다.“기다려봐!”차갑게 한마디 던지고는 전화를 끊었다.몇분이 지나서야 문이 열렸다.문이 열
“우리 이미 계약서 썼잖아. 반년만 버티면 이혼할 수 있어. 이혼하고 나서 다른 남자 만나면 되는데, 꼭 지금 그래야겠어? 우리 아직 법적으로 부부잖아. 지금 그렇게 하는 건 날 바람 맞히는 꼴인 거 알지?”“솔직히 내가 널 좋아하지도 않고, 널 사랑하게 될 일은 더더욱 없지만, 남자라면, 정상적인 남자라면, 바람맞는 걸 절대 좋아할 리가 없잖아?”다시 말해 태윤은 예정이 진우와 함께 있는 게 싫었다.그는 마치 약이라도 먹은 듯이 말을 했다.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가 예정이 이렇게 빠르게 다른 남자를 만나 그를 바람 맞혔기 때문이다.김진우는 예정을 짝사랑하고 있다.바로 태윤의 라이벌이라는 뜻이다!이것은 사랑과는 상관없는 일이고, 체면이 걸린 문제다. 한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 말이다.예정은 두리번거리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으나 마땅한 물건을 찾지 못했다.결국 그녀는 열쇠와 핸드폰이 든 손가방을 손에 쥐고 태윤의 가슴을 향해 힘껏 밀며 내리쳤다. 그녀는 킥복싱을 배운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내리치는 자세도, 힘도 모두 수준급이었다.태윤은 예정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전혀 눈치채지 못 한 체 그녀의 손가방으로 맞고 말았다.가방 안에 열쇠와 핸드폰이 있어서 가방이 꽤 무거웠다. 가방은 하필이면 태윤의 입에 맞았다.태윤은 매우 아파하며 시퍼레진 얼굴로 예정을 노려봤다.지금까지 단 한 명도 감히 태윤을 이렇게 대한 사람은 없었다.예정은 걸어서 다가와 허리를 굽혀 손가방을 주웠다. 말투도 거침없었다.“태윤씨, 그거 알아요? 허튼소리 지껄이기 좋아하는 입은 좀 맞아야 해요!”“이유도 안 묻고, 달린 입이라고 그렇게 맘대로 생각해도 되는 거예요? 태윤씨, 평소에도 이렇게 막무가내에요?태윤은 아픈 입술을 만지며,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노려봤다.“노려보긴 뭘 노려봐요? 누가 눈 큰지 내기하자는거에요? 나도 당신한테는 안 질 걸요?”예정은 퉁명스럽게 손가방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또… 또 때리……?”‘이 여자 용기가 어디서 났길래 감히
태윤의 표정이 굳어졌고, 귀도 빨개졌다. 왜냐하면 그가 예정을 완전히 오해했기 때문이다. 결코 부끄러워서가 아니다! 태윤이 감히 부끄러움을?“이건 남자의 자존심 문제야!”“흥!”이 순간 태윤의 얼굴이 붉어졌다.“생각을 좀 해봐. 나는 널 좋아하지도 않고, 사랑하는 건 더더욱 아닌데 질투는 무슨! 당신이 불륜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이 누구랑 있던 무슨 상관이야?”“날 안 좋아한다고, 안 사랑한다고 계속 반복해서 강조할 필요 없어요. 나는 뭐 당신 좋아하는 줄 알아요? 마치 내가 당신을 좋아하고, 엄청나게 사랑하는 것처럼 말하네요. 우리가 혼인신고는 했지만, 기껏해야 한솥밥 먹는 것뿐이에요. 솔직히 말하는 건데요, 언니가 나 때문에 형부랑 싸우는 게 싫어서 급하게 언니 집을 나온 거예요. 그래서 그제야 당신 할머니가 당신이랑 결혼하라고 하신 것에 응한 거고요. 그럼, 일단 묵을 곳은 생기잖아요.”“의도가 있다면 바로 내가 당신이 집이 있다는 걸 노린 거예요. 내가 돈 안 내고 살 수 있으니까요. 방값도 아끼고 언니도 마음 놓고.”태윤은 할 말이 없었다.태윤의 집이 태윤 자신보다 더 매력이 있다니. “그녀를 좋아하지 않아. 태윤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 뭔가 라임이 맞는 것 같다.그러나 “예정은 그를 좋아하지 않아. 예정은 그를 사랑하지 않아.” 이 말은 굉장히 귀에 거슬렸다.“나도 불륜 같은 짓은 안 해요. 당신이 아까 한 말처럼, 반년 뒤에 우리 이혼 후 당신이 진짜로 나한테 차랑 집을 준다면, 그때까지 참았다가 나는 당신이 나에게 준 집에 아예 들어앉고 당신이 나한테 준 차도 운전해보고. 당당하게 다른 남자도 좀 만나면 되잖아요, 안 그래요?? 뭐하러 지금 내가 당신한테 억울하게 바람피웠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런짓을 하겠어요?”태윤은 역시나 아무 말이 없었다.한참 지나자, 태윤은 자세를 낮추어 예정에게 사과했다.“미안해, 내가 오해했어.”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하나도 반박할 수 없었다. 그저 사과만 할 뿐이었다.“다음부
그 후 밤새도록 서로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다음날 이른 아침, 예정은 일어난 후 베란다에 가서 화분에 물을 주며 꽃들을 감상했다.매일 아침 일어나 이 작은 화원을 보면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것 같았다. 태윤에 대한 불만도 사라지는 듯했다.왜냐하면 이 화원을 완성시킨 것이 태윤이 사 온 꽃들 덕분이기 때문이다.이렇게 마음을 다잡은 후 주방으로 가 둘을 위한 아침을 준비했다.태윤도 일어났다. 그는 주방 앞으로 걸어가 예정의 분주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꾹 다물었던 입술을 움직였다.“좋은 아침.”예정은 고개를 돌려 태윤을 쳐다봤다.“네, 좋은 아침이에요.”“뭐 도와줄 거 있어?”“없어요. 그렇게 심심하면, 옷이나 좀 널어주고 청소기나 한번 돌려요.”태윤은 순간 멍해졌다.‘이제 막 나가자는 거야?’그러나 입으로는 다른 말을 내뱉었다.“어. 알았어.”그는 몸을 돌려 거실로 걸어가 옷도 널고 청소기로 거실도 밀었다.이렇게 큰 집에 부부만 살고 있다. 게다가 둘 다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와서 사실 집은 아주 깨끗했다. 그래서 태윤은 청소기로 구석을 위주로 밀었다.예정이 아침밥을 다 만들었으나, 태윤은 아직도 청소기를 돌리고 있었다.“왜 이렇게 느려요?”예정은 중얼거리며 태윤에게 다가가 그의 손에 있던 청소기를 뺏었다.“…….”그녀의 움직임은 아주 빨랐다. 몇 분 만에 청소가 끝났다.태윤은 입을 벌리고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듯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정의 얼굴을 몇 번이나 흠칫흠칫 쳐다보았다. 어젯밤에 오해받은 그녀는 화가 나서 태윤을 때리기까지 했다.다행인 건 오늘 아침에도 여느 때처럼 아침 밤을 차려주었고, 안색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아, 이 여자, 진짜 쉽지 않네!’태윤은 예정의 성격을 조금 알 것 같았다.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얼굴 보고 해결하고, 뒤끝이 없다. 바로 해결할 수 없다면, 적절한 때를 기다린다. 그녀를 억울하게 하거나 화나게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까, 그녀의 성격이 꽤 괜찮은 사람이
태윤은 예정의 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김진우가 아무리 잘생겼어도, 전태윤과 비교가 되냔 말이다!전태윤이 김진우보다 훨씬 잘생겼다.예정 주소록에 태윤은 어떻게 저장되어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태윤은 순간 아주 궁금해졌다.예정이 진우의 전화를 받았다.“예정 누나, 좋은 아침이야.”“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야?”“누나, 아침 먹었어? 내가 가게에 데려다줄게. 가게 가는 길에 아침도 먹고 가자. 누나가 사주면 더 좋고!”진우는 조금 기대하는 듯했다.그는 어젯밤 예정에게 큰 도움을 줬다. 그러니 오늘 예정을 데려다줄 핑곗거리를 찾은 셈이다. 아침도 같이 먹을 수 있고!“아냐, 괜찮아. 방금 아침을 만들어 먹었어. 이따가 남편이 가게에 데려다주기로 했고. 그러니 굳이 먼 길 올 필요 없어.”예정은 진우가 자신을 짝사랑한다는 것을 모른다. 그녀는 단순하게 김진우 집이 발렌시아 아파트와 꽤 멀고, 아침 출근길에 차도 막히니까 진우에게 먼 길을 오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분명 차가 막혀 길 위에 서 있게 될 테니까.김진우의 기대는 “남편이 데려다주기로 했어.”라는 말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졌다.그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듯 했다.김진우는 예정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예정 누나는 계속 남자친구 하나 없었는데, 갑자기 초고속으로 결혼하다니. 결혼 상대도 심지어 모르는 사람이라던데……. 날 기다리지도 않고…….’진우가 어리긴 해도 그녀의 초고속 결혼의 상대가 되고 싶었다. 안타까운 것은 예정은 아직 진우를 남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고 친한 동생으로 대할 뿐이다.알고 지낸지 몇 년 된 진우가 사랑을 알기 시작할 때부터, 예정을 결혼 상대로 생각했다.안타깝게도 모두 무산되었지만….“잘됐네, 그럼. 누나 오토바이 다 고쳐지면 가게로 가져다주라고 할게.”진우는 마음속으로는 씁쓸했지만, 예정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평정심을 유지했다.“응, 고마워.”“고맙긴 무슨, 그럼 얼른 아침 먹어, 더 방해 안 할게.”진우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
"할머니가 간암으로 입원했어, 그런데 다행히 초기야.""의사 선생님이 관성의 큰 병원에서 입원하고 치료받는 게 좋다고 권했어. 너희 자매들 거기에서 자리 잡았으니 상황 잘 알 거 아니야. 병원 예약하고 미리 준비해. 우리 지금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곧 출발할 거야." 하지명은 전화에서 말했다."그럼 할머니가 도착하면 바로 입원하고 치료받을 수 있잖아. 그리고 예약금을 선납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까먹지 말고. 너희 엄마 아빠가 안 계시다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를 챙기는데 너희 몫도 있어. 그리고 너희 둘은 여태껏 돈 한 푼 준 적 없잖아. 그러니 이번에 할머니가 병원비는 너희 자매가 책임져, 그동안 안 준 부양비라 생각하고."하지명의 말을 듣고 하예정의 얼굴은 새파래졌다.두 자매의 부모님은 그가 열 살 때 돌아가셨다. 그리고 부모님이 목숨으로 바꾼 배상금은 총 2억 원이었는데 친 부모님인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그 돈을 나눠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 두 자매의 나이는 어렸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훨씬 많은 배상금을 가져갔다.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눠간 1억 원은 큰아버지와 삼촌들에게 나눠주었다는 것도 하예정은 잘 알고 있다. 삼촌 한 분, 큰아버지 두 분 그리고 고모 두 분이 그 돈을 나누어 가져갔다. 큰아버지와 삼촌들은 인당 2,500만 원, 고모들은 인당 300만 원씩 가져갔고 나머지 돈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노후 자금이었다.열 살인 하예정은 어렸었지만, 모든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더 많은 배상금을 가지기 위해 마을 간부와 어머니의 친정집 사람들 앞에서 나중에 늙어서 두 자매들이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계약서까지 작성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큰아버지와 삼촌들 그리고 두 자매까지 모두 계약서에 손도장을 찍었다. 이 일을 그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계약서는 총 세 몫으로 나누었고 두 자매에게 한몫,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한몫, 그리고 마지막 한몫은 마을 회관에 보관하였다.그 당시 그렇게 많은 사람
부부는 묵묵히 아침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전태윤은 정말로 하예정이 출근하는데 데려다주었다.그들이 함께 아파트 아래로 내려오니 대기하고 있었던 경호 팀원들은 행인 행세를 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하예정은 아파트 단지에 고급 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중에는 롤스로이스가 있었다. 그는 전태윤에게 말했다."여기가 고급 아파트 단지이지만 롤스로이스를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네요."이렇게 비싼 차를 살 수 있는데 왜 큰 별장 같은 데서 살지 않고,아파트에 살고 있는 거지? 혹시 출퇴근이나 아이들이 등교하는데 편해서 그런 걸까?그녀는 부자들의 생각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전태윤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숨은 부자야. 돈은 많지만, 티 내지 않지."이 말을 듣고 하예정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롤스로이스를 모는데 뭐가 티를 안 낸다는 거야?’전태윤은 아무렇지 않게 그의 국산 승용차를 운전하고 하예정을 데려다주었다.두 사람이 떠난 후 경호팀의 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쩔 바를 몰라 하였다.결국 그들은 차를 운전해 슬그머니 전태윤을 쫓아가기로 했다. 전태윤이 하예진을 데려다준 후 다시 전태윤을 회사로 모시고 가는 것이다.하예정은 그의 옆에서 운전하고 있는 남자가 진짜 부자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롤스로이스 같은 고급 차를 가지고 있으면서 2천만 원짜리 차로 데려다주니 말이야.하예정은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하씨 집안사람들이 할머니를 관성의 병원으로 모시고 와 입원한다고 전화로 알렸다. 그리고 하예진한테 절대로 마음이 약해서 타협하고 치료비를 내주지 말라고 당부하였다.두 자매는 오랫동안 고향에 돌아가 보지 않았지만 뻔한 일들이었다. 그들의 사촌 형제들은 직장에서 출근을 하나 혼자서 장사를 하나 돈을 잘 벌고 있다. 그래서 그는 큰아버지와 삼촌들이 아주 호강하며 살고 있다고 들었다.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효성이 넘치는 아들과 손주들이 많은데 두 자매가 치료비를 책임질 필요는 없다.하예진은 하예정보다 5살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
여운별은 필사적으로 그 현금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혼자서 두 명의 하인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여운초가 어디서 고용한 하인들인지 힘이 엄청나게 컸다.수 억 원의 현금들은 그렇게 모두 빼앗겨 버렸다.“여긴 내 집이야.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전부 내 재산이라고. 운별아, 방문을 열어줘서 고마워. 네 그 가방은 내가 안 뺏을게. 너에게 주는 보수로 생각해. 방문을 열어준 대가로 말이야.”여운별은 화가 나서 여운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분명히 여운별이 돈을 주고 사 온 가방인데 여운초가 뻔뻔하게도 여운별에게 보수로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자꾸 노려보면 가방까지 빼앗을 거야. 자, 이제 너 스스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사람 시켜 내쫓을까?”여운초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말은 여운별의 귀가에 얼음처럼 차갑게 들렸고 여운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두 고모는 모두 여운초가 정말 지독하다고 말했다.여운별은 이제야 깨달았다. 과연 가장 지독한 사람은 여운초였다. 자매의 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내쫓을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거야.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 나와 내 부모님의 재산을 되찾을 테니.”여운별은 자신의 가방을 꼭 껴안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소송을 하려고 계획했다.여운초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소송을 걸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이미 여운초가 단단히 장악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소송을 걸어 그녀 부모님의 재산을 가져간다고 해도 여운초는 그 불법 회사만이 여운별 부모님의 재산이라고 알려주려고 했다.그리고 그 불법 회사들은 이미 차압당했고 나머지 차압 당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여운초의 것이다.여운별은 부분적인 재산을 여천우에게 주려고 했다. 정말 여운별에게 재산이 차려지게 된다 해도 여운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여운초는 그 사실을 여운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
여운별은 갑자기 멍해졌다.그 별장은 정말 여운초 것이었다!여운별의 가족이 확실히 여운초의 별장을 차지하고 있었다.여운별은 여씨 가문에도 다른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평방수가 이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한 가족이 그 별장에 사는 것이 익숙하기도 했고 게다가 여운초가 집에서 존재감이 낮았기에 하인조차도 그녀를 괴롭혔다. 누가 이 별장이 여운초의 소유라는 것을 누가 상관했겠는가!여운초는 손을 뻗어 여운별의 손에서 부동산 증명서를 가져갔다.그리고 집사에게 전화해서 지시했다.“사람을 데리고 올라와서 여운별을 치워주세요.”“여운초, 너... 누가 이 별장이 너의 명의라고 알려줬어? 부동산 소유증에 적힌 이름은 분명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의 별장이라고. 다 내는 거야.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여운초는 웃을 듯 말 듯 하며 여운별을 바라보았다.“운별아, 난 정 선생님 덕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됐어. 내가 글씨를 모르는 줄 알고 있었어? 이 부동산 소유증에는 분명 내 이름이 적혀있잖아. 네 가족은 내 집에 살면서 집세를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네 방에 있는 물건들은 가져가지 마! 네가 20년 동안 여기에 산 집세로 삼을게.”여운별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여운초, 앞이 보이는 거야?”여운초가 뜻밖에도 시력을 회복했다.그렇게 많은 의사가 그녀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정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여운초의 눈을 정말로 치료해 주었다는 말인가!그럼 여운초가 보이지 않는 척 한 거였다.“여운초, 거짓말쟁이!”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정도 되면 깨달았을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에게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운별이 아직도 여운초가 앞이 보이지 않는 줄로 착각하게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부모님 방의 문을 열고 금고의 문을 열게 하여 그 비밀번호들을 알아내려고 계획했다.여운별이 무방비 상태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여운초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끔 내버려 두었으니 아마 여운초도 그 비밀번호를 기억했을 것이다.여운초의 기억력은 훌륭했다.앞이 보
여운초는 몸을 돌려 차를 더듬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집 앞까지 데려다주세요. 운별이가 나를 따라오게 하세요.”여운별은 여운초가 차로 돌아갈 때 차를 더듬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의심을 떨쳐버렸고 여운초가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여운별은 별장으로 들어가서 일단 자신의 휴대전화와 은행 카드를 가지려고 계획했다.몇 분 후.여운초 자매는 앞뒤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별이 앞에 서서 걸어갔다. 그녀는 여운초가 갑자기 마을 고쳐먹고 사람을 시켜서 자신을 쫓아낼까 봐 걱정했다.여운초눈 지금 여씨 가문 별장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여운별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가졌다.여운초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길을 가던 중간에 전이진의 전화도 받았고 계단에서 멈추어 전이진과 전화 통화도 하고 있었다.한참 동안 전화를 하고 통화를 끊은 뒤에야 여운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초가 2층으로 올라가자 여운별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 새로운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끼고 있었다. 묻지 않아도 여운별은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핸드폰과 돈이 없어서 꽤 고생했을 것이다. 여운초는 반짝이는 눈으로 여운별이 그 물건들을 가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그 카드는 이미 여운초에 의해 정지되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밖에 나가서 돈을 쓰려 해도 쓰지 못할 것이다.여운별은 아직 젊고 직업도 없었기에 수입도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카드를 회사 이름으로 걸어놓고는 매달 그 카드에 용돈을 넣어주어 여운별이 쓰도록 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을 이어받자마자 여운별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다.여운별은 의기양양하여 여운초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장님, 좀 있다가 알게 될 거야. 누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할지.”여운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동산 소유증을 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셨어. 결혼 전 개인 재산은 모두 나에게 남겨주신다고. 그런데 네 어머니가 내가 어리다고 괴롭히면서 내 재산을 차지하셨지. 그리고 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재산의 절반은 네 어머니가 이미 가져가신 지 오래야.”여운초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여운초는 겨우 두 살이었지만 그녀의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많은 사람은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준희는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여운초를 너무 예뻐해서 어린 나이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여운초의 아버지는 결혼 전 개인 재산과 결혼 후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전부 여운초에 물려주었다.이 별장은 여운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운초 아버지의 신혼 별장으로 사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여운초의 아버지 혼전 재산으로 그녀에게 남겨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리고 여씨 그룹의 주식은 모두 아버지의 혼전 개인 재산이었기에 여운초에 물려주는 것도 마땅했다.과거의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여운초의 아버지의 개인 재산 가치가 지금까지 몇 배나 올랐는지 모른다.여운별은 여운초의 반박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줄곧 살던 집은 여운초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여운별은 전혀 몰랐다.여운초의 부모님도 이런 사실을 여운별에게 알려준 적 없었다.이렇게 큰 별장이 뜻밖에도 여운초 개인 소유였다!한참 만에 이성을 되찾은 여운별은 그제야 의아해하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여기가 내 집인데 언제 네 집으로 변했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란 말이야!”“네 부모님 방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지? 단언컨대 부동산 소유증이 네 부모님의 금고에 놓여 있을 거야. 금고를 열고 꺼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여운초는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씨 가문의 별장의 부동산 소유증이 그녀의 손에 있
여운별은 예전에도 당한 적 있었다.여운초는 이전에 추미자의 강박적인 요구로 인해 집안일을 많이 하면서 힘이 세졌다.여운초가 손을 놓지 않자 여운별은 다른 손을 뻗어 여운초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여운초는 고개를 숙여 여운별의 손등을 힘껏 물었다.여운별을 너무 아픈 나머지 돼지 잡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여운초! 언니, 언니. 욕 안 하고 안 때릴게. 놔. 손 놔. 아파!”여운별은 아파서 내내 사정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그렇게 한참을 용서를 빌다가 그제야 손을 놓고 여운별의 손에서 입을 뗐다.여운별의 손은 이내 움츠러들었고 계속 떨고 있었다.그녀의 손등은 여운초에게 물려 핏자국이 났다.잡힌 손목도 빨갛게 자국이 남았다.여운초가 언제 동작이 이렇게 민첩했던가!놀랍게도 여운초가 여운별의 손목을 정확하게 잡고 손등을 물어뜯었다.여운별은 눈물을 글썽이며 차에 탄 언니를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만 있다면 여운별은 진작에 여운초를 눈빛으로 수없이 베어버렸을 것이다.“여운초! 여긴 내 집이야. 난 집에 갈 거야. 네가 뭔데 집안 하인들을 다 바꾸고 나를 들여보내지 않는 거야?”여운초는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차에서 내린 뒤, 차를 에돌아 여운별 앞으로 다가갔다.여운초가 더듬지 않고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멍하니 여운초를 바라만 보았다.‘설마 여운초가 눈이 보이는 거야? 고모가 말하길 전이진이 어떤 신의의 제자를 청하여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는데 그 신이의 제자가 이렇게 단 기간 내에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었단 말인가! 실력이 이렇게 대단했다고?”여운초가 10년이나 앞을 보지 못해서 여준희와 여기저기 의사를 찾아다녀도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신의의 제자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눈을 치료해 주었다는 생각에 여운별은 무척 놀랐다.여운별은 탐색하듯 손을 뻗어 여운초의 눈앞에서 흔들거렸다.여운초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여전히 똑같네. 안 보이지?”여운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운
경비원은 여운별이 문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듣고 집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집사가 대답했다.“여운별 씨가 더 떠들면 쫓아내요.”“알겠습니다.”최성욱은 그 상황을 보더니 김양훈을 꾸지람했다.“왜 또 운별이를 저렇게 소란피우게 만들어. 전씨 가문의 사람들을 건드리면 우리한테 좋을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잖아.”김양훈은 격분하며 대답했다.“뭐가 두려워? 회사도 집도 차도 없는데 우리를 어쩌지도 못할걸. 우리가 잃을 일자리가 있어? 안 되면 쓰레기 수거하러 가도 돼. 요즘 그런 일도 돈을 잘 번다고 하던데.”최성욱이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나중에 쓰레기 수거도 못 할까 봐 걱정이야. 전씨 가문의 사람들 수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가서 운별이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가자. 저렇게 소란을 피우게 놔두지 말고.”김양훈은 입을 오므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운별이를 이용해 운초와 싸울 궁리나 하자. 운별이가 여씨 가문의 딸이니 우리 조카들은 그들 친딸과 재산을 다툰다 해도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거야.”최성욱의 말을 들은 김양훈은 그제야 최성욱과 함께 여운별의 입을 막고 강제로 끌고 갔다.두 형제는 여운별을 끌고 산에서 내려갔다.여운별은 두 남자보다 힘이 약했기에 그렇게 한참을 끌려갔다. 그러다가 여운별이 그들을 따라 내려가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비로소 그녀를 풀어주었다.여운별은 자신이 지금 두 사촌 오빠들에게 챙겨줄 이익이 없어 사촌 오빠들도 더 이상 예전처럼 자신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얌전히 그들을 따라갔다.여운별이 서원 리조트에 가서 난리를 피운 사실을 명해은도 알고 있었다.여운초가 여운별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여운별이 입구에서 난리를 피우게 내버려 두었다. 몇 분 후면 포기하고 돌아갈 거라 믿었다.즐거운 주말은 이내 지나갔다.월요일이 곧 다가왔다.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기던 전태윤 일행은 일요일 저녁에 리조트에서 시내로 돌아왔다.새벽 7시 반, 여운초는 차를 타고 꽃집에 가려고 준비했고 오후
여운별은 화가 나서 몸을 돌려 김양훈의 뺨을 후려갈겼다.짜악!김양훈의 얼굴은 화끈거렸다.그는 생각도 하지 않고 되받아쳐 여운별의 얼굴을 떼렸다.여운별은 김양훈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어려서부터 사촌오빠들과 사촌 언니들은 여운별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했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기 때문이다.사촌 남매는 물론이고 두 고모도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여운별이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여 여운별은 김양훈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그녀는 맞은 얼굴을 가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김양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감히 날 때리다니!”김양훈이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아직도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인 줄로 알아? 퉤! 넌 단지 감옥살이하는 여자일 뿐이야. 더는 고상한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가 아니라고!”“잘 들어! 네 엄마는 감옥에서 살아서 나올 수 없어! 네 어머니가 감옥 안에서 표현이 너무 안 좋아서 2년 유예기간이 끝나면 바로 사형 집행을 받을 거야. 네 아버지가 살아서 나올 수 있다고 해도 십여 년 후일 텐데.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네 아버지가 예전처럼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어?”“네 부모님이 내 작은외삼촌을 죽였어. 이제 여운초의 세력이 강해졌으니 절대로 너희들을 행복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네 아버지가 나오더라도 운초는 네 아버지를 괴롭힐 수많은 방법을 가지고 있거든. 네 부모님이 널 지지해 주시기를 바란다면 꿈 깨!”“여기가 어떤 곳인지도 안 보여? 감히 전씨 가문의 구역에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을 장님이라고 욕해? 뭐? 천한 년? 죽고 싶으면 우리 둘을 끌어들이지 마! 우린 죽고 싶지 않으니까.”“넌 아직도 여운초가 예전에 네가 그 여운초라고 생각해? 예전부터 네가 운초를 괴롭히면서 그녀한테서 아무런 이득도 못 얻더니 정말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우리가 너에게 양보한 것은 단지 너의 부모님께 잘 보여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것일 뿐이야.”“아직도 상태를
이러한 사실들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여운초를 몰랐을 때 여운초가 여씨 가문에서 어떤 날을 보냈는지, 여운별이 여운초를 어떻게 대했는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진실을 알게 된 후로 여운별이 평생 감옥에 갇혀 나오지 못하기를 바랐다.따라서 여운초가 여운별을 상대할 때 모두는 여운초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도가 너무 가볍다고 여겼다.전이진은 약혼녀의 손을 잡고 소리 없이 그녀를 지지했다. 여운초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는 그녀를 지지했다.지금으로 오기까지 여운초는 너무 고생했다.팔자가 세지 않았다면 여운초는 오늘까지 살 수 없었을 것이다.여운초가 여운별을 괴롭히려고 하는 것과 추미자 모녀가 여운초에게 한 짓을 비교하면 여운초의 행동이 아주 가벼운 복수에 불과했다.여운초는 전이진을 흘겨보며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이진의 손을 맞잡았다.그녀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또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사촌 오빠들과 함께 리조트 입구에서 회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밖에 에어컨이 없어서 경비실 입구에 앉아있는데 햇살이 너무 뜨거워 여운별은 너무 덥다고 느꼈다.사람은 더우면 마음이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여운별은 초조해하면서 투덜댔다.“물음 하나만 물었는데 왜 이렇게 답장이 안 와? 이게 무슨 X 같은 날씨야! 11월인데 아직도 이렇게 덥다니.”“조금만 더 기다려. 곧 답장이 올 거야. 관성 날씨는 원래 이렇게 더워. 음력으로 11월이 되어야 덥지 않을 거야.”내년 양력 2월이면 설이 다가온다.하지만 관성에서는 설날에도 춥지 않았다.“여운초가 일부러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 햇볕에 쬐어 죽으라고 괜히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이렇게 햇볕을 쬐는 줄 알았으면 양산을 가지고 올 걸 그랬다.여운별이 화를 내려고 할 때 경비원이 경비실에서 나와 미안한 표정으로 여운별에 말했다.“우리 둘째 사모님께서 운별 씨를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니 어서 돌아가세요.”여운별은 벌떡 일어나 예쁜 얼굴에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