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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김진우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잘 몰라, 누나, 그냥 나한테 맡겨. 내가 내일 멀쩡한 오토바이 타게 해줄 테니까.”

절친의 사촌 동생이기도 하고 알게 된 지 꽤 된 사이라서, 예정은 김진우를 믿었다.

“그래, 그럼, 부탁 좀 할게.”

김진우는 자기가 예정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기뻐서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었다. 누구한테 전화하는지는 모르지만, 상대방에게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둘은 오토바이를 견인해 갈 때까지 기다렸다.

“도련님!”

기사는 눈썰미가 좋아 신호등 건너에 있는 여자를 보았다. 보기에는 사모님인 듯 했다. 녹색 신호등을 기다리는 틈을 타 고개를 돌려 눈 감고 쉬고 있는 도련님을 향해 말했다.

“도련님 저기, 저분 사모님 아닌가요?”

태윤은 기사의 말을 듣자마자 눈을 뜨고 앞쪽을 보았다. 길가에 여자 한 명 남자 한 명이 있었다. 좀 멀어서 그런지 남자는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 여자는 진짜 예정을 닮은 듯했다.

아무래도 한집에서 살다 보니 태윤도 점점 그녀의 모습이 익숙해진듯 싶다.

“지나갈 때 조금 천천히 가요. 와이프가 맞는지 확인 좀 하게요.”

태윤은 핸드폰을 꺼내 예정에게 전화하려고 했다가, 다시 핸드폰을 넣어두었다.

신호등은 빨간색에서 녹색으로 변했다.

기사는 천천히 그곳을 지나갔다. 태윤이 자기 아내 예정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그 남자가 누구인지는 태윤의 차가 그곳을 지나가고 나서야 생각이 났다.

‘김진우잖아! 나쁜 새끼.’

‘잠깐, 예정이 김진우랑 같이 있다고? 심지어 공교롭게 딱 거리에서 마주쳤다고?’

태윤의 마음속은 의문 덩어리로 가득 찼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예정에게 전화도 하지 않았다.

태윤의 차는 점점 멀어졌다.

김진우는 멀리 지나가는 외제 차들을 보고 예정에게 말했다.

“아까 지나간 차들 있잖아. 그중 한대가 전씨 가문 손자가 평소에 타고 다니는 전용차야.”

차들이 지나가고 나자 김진우는 그제야 생각이 났다.

“어느 전씨?”

“그 재벌가 손자 있잖아. 사람들이 부잣집 도령이라고 부르는. 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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