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예정으로 부터 구리줄로 짠 수공예품을 건네받았다. 정말 정교하게 짜여 있었다. 할머니는 그것을 집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하여 놓았다. 설령 그 물건들이 별로 가치가 없더라도, 그것은 손자며느리의 예쁜 마음이다.집에 방문하러 온 손님들은 그 수공예품들을 보면서 예정의 손재주에 감탄했고, 할머니는 틈을 타서 예정의 가게를 추천하셨다. 그 사람들이 수공예품을 조금씩 사기 시작하면서 어느덧 가게의 단골손님이 되었고, 예정의 온라인 가게의 판매량은 부쩍이나 늘어났다."할머니, 물 좀 드세요."효진은 전씨 할머니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고마워, 효진아, 오늘도 가게에 있었구나.""아휴, 엄마가 어찌나 선을 보라고 재촉하시는지.... 가게에 숨어서 좀 조용히 있으려고요. 자꾸 소개팅만 시키시는데 마치 팔리지 않은 데드스톡처럼 느껴져요. 오늘 밤 또 찬이 카페에 소개팅 가라고 해서 지금 예정이한테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는 중이에요.""나는 너의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지금 다른 손자 녀석들의 혼사 때문에 걱정하는 중이거든. 그 녀석들에게 선을 보라고 재촉할 수도 없고 말이야, 누구도 가려고 하지 않아. 예정아, 아니면 저녁에 효진이랑 같이 가보고 와."…."전씨 할머니는 뜻밖에도 그녀에게 효진과 함께 소개팅에 가라고 권했다."너와 효진이는 절친 아니니? 네가 같이 가서 봐주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효진은 전씨 할머니가 자기 구세주라도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예정아, 같이 가줘~ 아니, 안 가도 되, 대신 우리 엄마한테 자꾸 소개팅시키지 말라고 좀 말해줘."효진은 친구를 향해 어리광을 부리면서 말한다.전씨 할머니도 옆에서 거들자, 예정은 이기지 못하고 마지못해 응했다. "이번 한 번만이야!"”그래그래, 우리 예정이 최고야.""할머니, 예정이랑 얘기 나누고 계세요. 전 나가서 뭐라도 좀 사 올게요."효진은 선보러 같이 가자고 예진을 구슬리는데 성공하자 할머니와 손주
"뭐가 어려워? 너희들은 혼인신고까지 하였잖아, 태윤이가 적극적이지 않으면 네가 먼저 밀어붙이면 되지 뭐. 할머니는 빨리 증손주 안아보고 싶구나." "할머니, 이건 할머니께서 조급해하셔도 별 방법이 없는거예요, 제가 태윤의 엄숙한 얼굴을 보면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어요.""…."태윤은 그의 할아버지를 닮아 엄숙하고 차가운 사람이다. 전씨 할머니도 젊었을 때 남편에게 꽂혀 몇 년을 쫓아다녔었다, 온갖 방법을 다 해서야 겨우 남편을 얻었던것이다."할머니, 저와 태윤씨의 일에 마음 쓰지 마시고 그냥 내버려 두세요, 시간이 흐르면 차차 좋아지겠죠 뭐."전씨 할머니는 속으로 되뇌였다.‘내가 걱정 안 하게 생겼느냐, 내가 마음에 들어 직접 고른 손자며느리이고, 어떻게 성사시킨 혼사인데.... 만약 예정이 네가 행복하지 않으면 난 죽을 때까지 자책할게 될 거야.’"그래, 마음 편한 대로 해, 할머니가 너 대신 가게 치워줄 테니 넌 일이나 봐."할머니는 집에서도 한가할 새 없이 바삐 움직이는 분으로서, 늘 원예사들의 화초 손질을 도와주셨다. 전에는 바깥 정원의 밭까지 손질하려 하셨는데, 가족들의 거듭된 권유로 그만두셨고, 또 자기 회사에 청소부로 들어가려고 하셨는데, 말을 꺼내자마자 태윤의 어두운 낯색에 생각을 접게 되셨다.할머니는 가게에 처음 놀러 오셨지만, 반평생을 고생하며 살아오신 할머니께서 한가하게 보내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이 든 예정은 별로 힘이 들지 않는 책 정돈을 할머니에게 부탁하고는, 자기는 수공예품을 만드는 데 전념했다.먼지털이로 책장에 있는 먼지를 털어내던 할머니는 문득 일에 몰두하는 예정이가 너무 이뻐 보여서 휴대폰을 꺼내 책장 뒤에 숨어서 몰래 동영상을 찍었다. 그러고는 바로 보배 손자한테 보냈다.물론 태윤은 답장을 보낼 리가 없었다.전씨 할머니는 그가 답장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가 동영상을 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예정은 한 권의 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놀라운 새로운 발견과도
효진은 더욱 찬란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귀여운 할머니가 마음에 들었다.그녀는 아직 태윤 본인과 만난 적이 없지만, 친한 친구의 입에서 그 사람은 엄숙하고 차가운 사람이라는 것을 전해 들었다. 전씨 할머니 밑에서 어떻게 할머니와 전혀 닮지 않은 성격의 손자가 자랐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좀 지나자 전씨 가문 둘째인 전혁진이 마중 왔다.그는 보통 사람으로 위장하고 있는 할머니를 모시러 오기 위하여 특별히 할머니의 부탁대로 저렴한 차를 몰고 왔다.그의 차고에서 가장 저렴한 차는 평소 하인이 장 보러 가는 BMW 차인데, 그 차도 2억 정도 되었다. 당장 차를 사러 가기는 시간이 되지 않아, 혁진은 할 수 없이 화단 가꾸는 아저씨한테서 보통차를 빌려 할머니를 모시러 왔다."형수님, 할머니 모시러 왔어요."혁진은 가게에 들어오며 예정에게 인사를 건넸다."네, 조심히 가세요. 할머니, 집에 도착하면 문자 주시고요."예정은 할머니와 혁진에게 오늘 자신이 짠 수공예품 두 개를 건넸다. 그녀가 혁진에게 준 것은 구리줄로 짠 화분이었다.혁진은 거절하지 않고 냉큼 받았다. 그는 가게에서 형수가 만들어 놓은 수공예품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 돈으로 치면 얼마 안 되지만 매우 아름답다고 느꼈었다."이 차는 어디서 구한 것이냐?""재범 아저씨가 평소에 화학비료나 화분을 나르는 데 쓰던 것을 제가 빌렸어요. 형수는 절대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큰형이 가난한 척하고 있기에 다른 가족들도 어쩔 수 없이 함께 가난한 척을 해야 하였는데, 혁진은 오히려 재미있었다. 어느 날인가 형님이 형수님을 정말 사랑하게 되고 또 형수님이 형님한테 속은걸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너무 궁금했다.다시 말해서, 그는 큰형이 형수한테 혼나는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어쩐지 이 차가 낯이 익다고 했더니 재범이 거였구나."할머니는 휴대폰을 꺼내 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태윤아, 내가 갑자기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지금 바로 찬이 카페에 가서 과자 좀 사 오너
"네가 뭘 알아? 다 생각이 있어 그러는 거야.""할머니, 또 우리 형 놀리시려고요?!!!""한 마디만 더 물어보기만 해!"혁진은 형님을 매우 동정하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형님을 못살게 구는 것이 자기가 괴로운 것보다 나은 것이다.할머니는 장난이 심하시고 어린이 같으셔서 손자들을 괴롭히는 것을 가장 큰 재미로 여기신다.한편 예정은 서점 문을 닫고 친구에게서 헬멧을 받아 쓰고는 말했다. "내가 앞에 탈게!"효진은 오토바이 뒤에 얌전히 앉아 자연스럽게 예정의 허리를 껴안았다. "예정아, 네가 남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난 너와 결혼할 거야, 엄마에게 매일 재촉당하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얌전히 가만있어. 마구 만지지 말고, 안 그러면 차에서 떨어뜨릴 거야!"예정은 찬이 카페를 자주 지나다녔지만 들어가서 커피를 마신 적은 없었다. 커피보다 장미꽃차나 국화차를 즐겨 마셨기 때문이다.찬이 카페에 도착하니, 상대방 남자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인지, 남자는 양복 차림에 붉은색과 흰색이 섞인 넥타이를 매고, 손에 장미꽃을 든 채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효진은 친구의 옷을 잡아끌면서 그에게로 다가갔다."혹시 나사장님?"나 사장은 효진과 예정을 번갈아 가며 훑어보았지만, 어느 쪽이 오늘 밤 그의 소개팅 상대인지 한동안 알수가 없었다.소개팅 전 효진의 사진을 보긴 하였지만, 자세히 보지 못한 탓에 여자가 매우 예쁘게 생겼다는 것만 기억했을 뿐이다. 그래서 장미 꽃다발을 들고 문 앞에서 기다리면서 효진이가 그를 알아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효진씨?""네, 저예요."나사장은 웃으면서 두 사람을 예약해 놓은 바깥의 풍경이 훤히 내다보이는 창가 자리로 안내했다.자리에 앉은 후, 효진은 절친 예정을 나사장에게 소개했다. 예정이 이미 결혼한 것을 알고, 나사장은 마음속으로 못내 아쉬웠다. 금방 예정을 첫눈에 보자마자 마음에 든 그
"효진씨, 좀 더 앉아 계시지....?"우월감을 뽐내면서 열변을 토하던 나사장은 효진이 떠나는 걸 못내 아쉬워햇다."나사장님, 미안하지만 우리 둘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이제 그만 얘기해요."효진은 솔직하게 말하고 나서 예정을 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앞으로 걸어가던 예정이 갑자기 멈춰 섰다."예정아, 왜 그래?""내 남편....""뭐라고?"효진이 아직 반응도 보이기 전에, 태윤은 이미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검은 눈동자로 예정을 깊게 주시하며 입꼬리를 약간 올리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예정은 왠지 그의 비웃음을 느낄 수 있었다.‘왜 날 비웃는거지?’고개를 돌려 쫓아오는 나사장을 쳐다보던 예정은 남편이 왜 그러는지 금방 눈치챘다.“효진이 소개팅하러 오는데 함께 따라왔어요."태윤은 속으로 그녀가 급하게 다른 남자를 찾는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대꾸를 안 했다.효진은 드디어 그렇게 궁금해하던 절친의 남편을 보게 되었다. ‘어쩜 이렇게 잘생기고 매력 있지?’태윤이 예정을 오해할까 봐 걱정된 효진은 태윤한테 금방 있었던 일을 얘기해줬다."일찍 집으로 돌아가."태윤은 그제야 차갑게 입을 열었다."네. 알겠어요. 근데 왜 여기 계세요?""할머니가 과자 사 오라고 하셨어, 여기 과자가 드시고 싶으시데."태윤은 할머니께서 일부러 과자를 사오라고 시킨 걸 알게 되었다.설마 내가 질투할 줄 알고?"아 그래요? 그럼, 저 먼저 갈게요, 당신도 할머니께 과자 갖다 드리고 오세요, 문 잠그지 않을게요.""알았어."예정은 효진이와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고, 태윤은 과자를 포장한 후, 차에 앉아 찬이 카페를 떠났다. 그는 곧장 차를 몰고 전씨네 장원으로 갔다.할머니는 아직 안 주무시고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계셨다.태윤은 포장해 온 과자를 들고 성큼성큼 다가와 과자를 탁상 위에 올려놓고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할머니, 나와 예정의 결혼생활에 더는 끼어들지
예정은 태윤과 할머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그래서 찬이 카페에서 태윤과 마주치자 조금 놀랐었다. 그러다가 할머니께서 효진을 동반해 갈것을 권유하시던 모습이 떠올라 왜 태윤이 그곳에 나타났는지 알아차렸다.’그런데 할머니께선 왜 이런 일을 하신 거지? 태윤이가 오해하게끔 하기 위해서?’그녀가 소개팅에 간 것도 아니고, 효진이랑 같이 간 것뿐인데....태윤이가 보기에도 그렇겠지?방금 카페에서 태윤을 봤을 때 그의 표정이 평소보다도 더 차갑던 것을 생각해보니 아무리 무딘 예정이라도, 태윤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침 그때는 효진이 화장실에 가서, 그녀 혼자만 나사장을 마주하고 있었을 때였다.다행히 나중에 화장실에서 나온 효진이가 설명하니 태윤의 안색도 조금 누그러들었다.예정은 할머니가 왜 그러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할머니를 구해드렸지만, 결코 은인을 자처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할머니께서 항상 그녀를 은인으로 생각하시고 평소에도 잘 대해주셨다. 절대 그녀를 속일 이유가 없었다.이러저러한 추측만 잔뜩 하며 예정은 집에 돌아왔다. 그녀는 불도 켜지 않은 채 베란다에 있는 그네 의자에 앉아 조용히 바깥의 밤하늘을 바라본다.태윤은 밤늦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그가 돌아왔을 때, 예정은 그네 의자에 고이 잠들어 있었다. 태윤은 예정의 방문이 닫혀 있고, 집 안에 불빛이 없는 것을 보며 그녀가 이미 방안에서 잠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소파에 앉아 티비를 켰다. 방에 잠들어 있는 예정이 깰까 봐 볼륨도 매우 낮게 조절해놓았다. 태윤은 평소에 티비를 거의 안 보는 축이다. 집이 너무 조용해서 티비를 켰을 뿐이다.따르릉…둘째가 걸어온 전화였다. “그래, 혁진아.”"형, 괜찮아?"혁진의 관심 어린 말투가 들려온다."할머니가 날 혼내실 줄로 알고 있었어?""형, 할머니가 왜 형을 혼내겠어? 할머니께선 그냥 찬이 카페에 가서 과자를 사오라고 전화하셨을 뿐인데, 할머니가 그곳 과자를 좋아하시는 건 형
태윤은 할머니가 보내준 동영상 속에서 열심히 수공예품을 짜고 있는 예정의 매력적인 모습을 떠올렸다. 이미 동영상을 여러 번이나 반복해서 보면서, 마음속으로도 인정했지만, 한 가지 일에 전념하며 자신감이 우러나오는 여자는, 온몸에서 매혹적인 카리스마를 풍기며, 마치 커다란 자석처럼, 다른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다.사람들은 늘 자신감이 넘치는 여자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예정은 확실히 자신감 넘치는 매력적인 여자이다."난 지금까지 질투에 질 자조차 어떻게 쓰는지도 몰랐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어? 잠 안 자냐...?"태윤은 문득 베란다에서 들어오는 예정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형, 나 지금 자려고 준비 중이야, 자기 전에 형 생각나서 형한테 전화 좀 한 거지, 이따 잘 거....”태윤은 혁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재빨리 통화를 끊어버렸다."….""베란다에 앉아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당신의 전화소리를 듣고 깼어요.” "밤이 차가우니 감기 조심해!"“관심 주셔서 고마워요. 그럼 먼저 들어가 잘게요.”예정은 하품하며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태윤에게 더 말하지 않았다. 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방으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그와 혁진이 한 말을 들었을까, 또 얼마나 들었는지?자신의 공간에 아내라는 사람이 하나 더 생기면서 태윤은 자신의 사생활이 조금씩 보호를 잃어간다고 느껴졌다.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할 때, 태윤은 예정이 어느 만큼 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의 아침 식사상 위에 복통에 먹는 약이 놓여있었기 때문이다.예정이 오늘 준비한 아침 식사는 국수였다부부앞에, 달걀 후라이를 하나씩 얹은 국수 한 그릇이 각각 놓여 있었다.그 위에 파, 고수풀, 채를 썬 고기도 곁들여져 있었다.예정은 주방에서 매운 불닭 비빔장을 꺼내 뚜껑을 열고 젓가락으로 국수에 조금 덜어낸 뒤 태윤에게 내밀었다. 그러면 국수가 더 맛있을 거라고."아니, 됐어."예정은 그 위에 또
예정은 국수를 다 먹고 나서 여느 때처럼 주방을 깨끗이 치우고 나서 태윤에게 말했다. "먼저 가볼게요. 나갈 때 집 문을 잠그는 것 잊지 마시고요."태윤은 그녀의 두 눈을 한번 쳐다보더니 또 고개를 숙여 국수를 먹었다."참, 집에 있는 과일 언니한테 좀 가져다줘도 괜찮죠?"그녀는 그날 과일을 좀 많이 산 것 같았다. 시댁 식구들이 가고 난 뒤 과일이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나머지를 둘이 다 먹을 수도 없고, 냉장고에 넣어둔 채로 내버려 두면 언젠가는 상하고 말것이다."처형이 남도 아닌데 그래?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 일부러 나한테 묻지 않아도 돼, 이 집에서는 큰일이 아닌 이상 당신이 알아서 처리하면 되.""우리는 아직 상대방을 잘 알고 있지도 않고. 또 지금 태윤씨 집에 살고 있으니, 태윤씨의 의견을 묻는 것은 남편에 대한 존중이에요.""저는 좋은 물건이라면 다 친정에 가져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날 산 과일이 좀 많은 것 같아서 오래 두면 상할 수도 있으니, 언니에게 조금 가져다주려고요, 낭비는 나쁘잖아요." “음, 당신이 알아서 해.”예정은 그가 따로 의견이 없자 과일 두 봉지를 담아 언니에게 가져갔다."아무것도 친정에 가져오지 말어. 먹고 싶으면 언니가 사 먹으면 되지....""집에 과일이 너무 많아, 집엔 남편이랑 나 둘밖에 없는데 말이야. 그리고 난 가끔이라도 먹는데 태윤은 과일 먹는 걸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놔둬서 상하면 오히려 낭비야. 태윤씨도 언니한테 가져가라고 했어, 언니는 남이 아니라고 하면서...."그녀는 태윤이 과일을 먹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매일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오고 돌아오자마자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가는 다음날 다시 나오는데, 아예 집에서 음식을 가져가 먹지 않았다.예정은 자신이 아침을 차리지 않는다면, 그는 예전처럼 밖에 나가서 먹고, 집에 끓인 물 한 잔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동생이 이렇게 말하자 예진은 그제야 과일을 건네받았다. 예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
여운별은 필사적으로 그 현금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혼자서 두 명의 하인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여운초가 어디서 고용한 하인들인지 힘이 엄청나게 컸다.수 억 원의 현금들은 그렇게 모두 빼앗겨 버렸다.“여긴 내 집이야.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전부 내 재산이라고. 운별아, 방문을 열어줘서 고마워. 네 그 가방은 내가 안 뺏을게. 너에게 주는 보수로 생각해. 방문을 열어준 대가로 말이야.”여운별은 화가 나서 여운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분명히 여운별이 돈을 주고 사 온 가방인데 여운초가 뻔뻔하게도 여운별에게 보수로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자꾸 노려보면 가방까지 빼앗을 거야. 자, 이제 너 스스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사람 시켜 내쫓을까?”여운초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말은 여운별의 귀가에 얼음처럼 차갑게 들렸고 여운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두 고모는 모두 여운초가 정말 지독하다고 말했다.여운별은 이제야 깨달았다. 과연 가장 지독한 사람은 여운초였다. 자매의 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내쫓을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거야.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 나와 내 부모님의 재산을 되찾을 테니.”여운별은 자신의 가방을 꼭 껴안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소송을 하려고 계획했다.여운초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소송을 걸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이미 여운초가 단단히 장악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소송을 걸어 그녀 부모님의 재산을 가져간다고 해도 여운초는 그 불법 회사만이 여운별 부모님의 재산이라고 알려주려고 했다.그리고 그 불법 회사들은 이미 차압당했고 나머지 차압 당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여운초의 것이다.여운별은 부분적인 재산을 여천우에게 주려고 했다. 정말 여운별에게 재산이 차려지게 된다 해도 여운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여운초는 그 사실을 여운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
여운별은 갑자기 멍해졌다.그 별장은 정말 여운초 것이었다!여운별의 가족이 확실히 여운초의 별장을 차지하고 있었다.여운별은 여씨 가문에도 다른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평방수가 이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한 가족이 그 별장에 사는 것이 익숙하기도 했고 게다가 여운초가 집에서 존재감이 낮았기에 하인조차도 그녀를 괴롭혔다. 누가 이 별장이 여운초의 소유라는 것을 누가 상관했겠는가!여운초는 손을 뻗어 여운별의 손에서 부동산 증명서를 가져갔다.그리고 집사에게 전화해서 지시했다.“사람을 데리고 올라와서 여운별을 치워주세요.”“여운초, 너... 누가 이 별장이 너의 명의라고 알려줬어? 부동산 소유증에 적힌 이름은 분명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의 별장이라고. 다 내는 거야.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여운초는 웃을 듯 말 듯 하며 여운별을 바라보았다.“운별아, 난 정 선생님 덕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됐어. 내가 글씨를 모르는 줄 알고 있었어? 이 부동산 소유증에는 분명 내 이름이 적혀있잖아. 네 가족은 내 집에 살면서 집세를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네 방에 있는 물건들은 가져가지 마! 네가 20년 동안 여기에 산 집세로 삼을게.”여운별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여운초, 앞이 보이는 거야?”여운초가 뜻밖에도 시력을 회복했다.그렇게 많은 의사가 그녀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정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여운초의 눈을 정말로 치료해 주었다는 말인가!그럼 여운초가 보이지 않는 척 한 거였다.“여운초, 거짓말쟁이!”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정도 되면 깨달았을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에게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운별이 아직도 여운초가 앞이 보이지 않는 줄로 착각하게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부모님 방의 문을 열고 금고의 문을 열게 하여 그 비밀번호들을 알아내려고 계획했다.여운별이 무방비 상태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여운초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끔 내버려 두었으니 아마 여운초도 그 비밀번호를 기억했을 것이다.여운초의 기억력은 훌륭했다.앞이 보
여운초는 몸을 돌려 차를 더듬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집 앞까지 데려다주세요. 운별이가 나를 따라오게 하세요.”여운별은 여운초가 차로 돌아갈 때 차를 더듬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의심을 떨쳐버렸고 여운초가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여운별은 별장으로 들어가서 일단 자신의 휴대전화와 은행 카드를 가지려고 계획했다.몇 분 후.여운초 자매는 앞뒤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별이 앞에 서서 걸어갔다. 그녀는 여운초가 갑자기 마을 고쳐먹고 사람을 시켜서 자신을 쫓아낼까 봐 걱정했다.여운초눈 지금 여씨 가문 별장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여운별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가졌다.여운초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길을 가던 중간에 전이진의 전화도 받았고 계단에서 멈추어 전이진과 전화 통화도 하고 있었다.한참 동안 전화를 하고 통화를 끊은 뒤에야 여운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초가 2층으로 올라가자 여운별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 새로운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끼고 있었다. 묻지 않아도 여운별은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핸드폰과 돈이 없어서 꽤 고생했을 것이다. 여운초는 반짝이는 눈으로 여운별이 그 물건들을 가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그 카드는 이미 여운초에 의해 정지되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밖에 나가서 돈을 쓰려 해도 쓰지 못할 것이다.여운별은 아직 젊고 직업도 없었기에 수입도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카드를 회사 이름으로 걸어놓고는 매달 그 카드에 용돈을 넣어주어 여운별이 쓰도록 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을 이어받자마자 여운별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다.여운별은 의기양양하여 여운초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장님, 좀 있다가 알게 될 거야. 누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할지.”여운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동산 소유증을 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셨어. 결혼 전 개인 재산은 모두 나에게 남겨주신다고. 그런데 네 어머니가 내가 어리다고 괴롭히면서 내 재산을 차지하셨지. 그리고 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재산의 절반은 네 어머니가 이미 가져가신 지 오래야.”여운초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여운초는 겨우 두 살이었지만 그녀의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많은 사람은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준희는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여운초를 너무 예뻐해서 어린 나이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여운초의 아버지는 결혼 전 개인 재산과 결혼 후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전부 여운초에 물려주었다.이 별장은 여운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운초 아버지의 신혼 별장으로 사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여운초의 아버지 혼전 재산으로 그녀에게 남겨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리고 여씨 그룹의 주식은 모두 아버지의 혼전 개인 재산이었기에 여운초에 물려주는 것도 마땅했다.과거의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여운초의 아버지의 개인 재산 가치가 지금까지 몇 배나 올랐는지 모른다.여운별은 여운초의 반박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줄곧 살던 집은 여운초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여운별은 전혀 몰랐다.여운초의 부모님도 이런 사실을 여운별에게 알려준 적 없었다.이렇게 큰 별장이 뜻밖에도 여운초 개인 소유였다!한참 만에 이성을 되찾은 여운별은 그제야 의아해하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여기가 내 집인데 언제 네 집으로 변했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란 말이야!”“네 부모님 방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지? 단언컨대 부동산 소유증이 네 부모님의 금고에 놓여 있을 거야. 금고를 열고 꺼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여운초는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씨 가문의 별장의 부동산 소유증이 그녀의 손에 있
여운별은 예전에도 당한 적 있었다.여운초는 이전에 추미자의 강박적인 요구로 인해 집안일을 많이 하면서 힘이 세졌다.여운초가 손을 놓지 않자 여운별은 다른 손을 뻗어 여운초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여운초는 고개를 숙여 여운별의 손등을 힘껏 물었다.여운별을 너무 아픈 나머지 돼지 잡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여운초! 언니, 언니. 욕 안 하고 안 때릴게. 놔. 손 놔. 아파!”여운별은 아파서 내내 사정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그렇게 한참을 용서를 빌다가 그제야 손을 놓고 여운별의 손에서 입을 뗐다.여운별의 손은 이내 움츠러들었고 계속 떨고 있었다.그녀의 손등은 여운초에게 물려 핏자국이 났다.잡힌 손목도 빨갛게 자국이 남았다.여운초가 언제 동작이 이렇게 민첩했던가!놀랍게도 여운초가 여운별의 손목을 정확하게 잡고 손등을 물어뜯었다.여운별은 눈물을 글썽이며 차에 탄 언니를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만 있다면 여운별은 진작에 여운초를 눈빛으로 수없이 베어버렸을 것이다.“여운초! 여긴 내 집이야. 난 집에 갈 거야. 네가 뭔데 집안 하인들을 다 바꾸고 나를 들여보내지 않는 거야?”여운초는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차에서 내린 뒤, 차를 에돌아 여운별 앞으로 다가갔다.여운초가 더듬지 않고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멍하니 여운초를 바라만 보았다.‘설마 여운초가 눈이 보이는 거야? 고모가 말하길 전이진이 어떤 신의의 제자를 청하여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는데 그 신이의 제자가 이렇게 단 기간 내에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었단 말인가! 실력이 이렇게 대단했다고?”여운초가 10년이나 앞을 보지 못해서 여준희와 여기저기 의사를 찾아다녀도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신의의 제자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눈을 치료해 주었다는 생각에 여운별은 무척 놀랐다.여운별은 탐색하듯 손을 뻗어 여운초의 눈앞에서 흔들거렸다.여운초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여전히 똑같네. 안 보이지?”여운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운
경비원은 여운별이 문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듣고 집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집사가 대답했다.“여운별 씨가 더 떠들면 쫓아내요.”“알겠습니다.”최성욱은 그 상황을 보더니 김양훈을 꾸지람했다.“왜 또 운별이를 저렇게 소란피우게 만들어. 전씨 가문의 사람들을 건드리면 우리한테 좋을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잖아.”김양훈은 격분하며 대답했다.“뭐가 두려워? 회사도 집도 차도 없는데 우리를 어쩌지도 못할걸. 우리가 잃을 일자리가 있어? 안 되면 쓰레기 수거하러 가도 돼. 요즘 그런 일도 돈을 잘 번다고 하던데.”최성욱이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나중에 쓰레기 수거도 못 할까 봐 걱정이야. 전씨 가문의 사람들 수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가서 운별이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가자. 저렇게 소란을 피우게 놔두지 말고.”김양훈은 입을 오므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운별이를 이용해 운초와 싸울 궁리나 하자. 운별이가 여씨 가문의 딸이니 우리 조카들은 그들 친딸과 재산을 다툰다 해도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거야.”최성욱의 말을 들은 김양훈은 그제야 최성욱과 함께 여운별의 입을 막고 강제로 끌고 갔다.두 형제는 여운별을 끌고 산에서 내려갔다.여운별은 두 남자보다 힘이 약했기에 그렇게 한참을 끌려갔다. 그러다가 여운별이 그들을 따라 내려가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비로소 그녀를 풀어주었다.여운별은 자신이 지금 두 사촌 오빠들에게 챙겨줄 이익이 없어 사촌 오빠들도 더 이상 예전처럼 자신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얌전히 그들을 따라갔다.여운별이 서원 리조트에 가서 난리를 피운 사실을 명해은도 알고 있었다.여운초가 여운별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여운별이 입구에서 난리를 피우게 내버려 두었다. 몇 분 후면 포기하고 돌아갈 거라 믿었다.즐거운 주말은 이내 지나갔다.월요일이 곧 다가왔다.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기던 전태윤 일행은 일요일 저녁에 리조트에서 시내로 돌아왔다.새벽 7시 반, 여운초는 차를 타고 꽃집에 가려고 준비했고 오후
여운별은 화가 나서 몸을 돌려 김양훈의 뺨을 후려갈겼다.짜악!김양훈의 얼굴은 화끈거렸다.그는 생각도 하지 않고 되받아쳐 여운별의 얼굴을 떼렸다.여운별은 김양훈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어려서부터 사촌오빠들과 사촌 언니들은 여운별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했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기 때문이다.사촌 남매는 물론이고 두 고모도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여운별이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여 여운별은 김양훈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그녀는 맞은 얼굴을 가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김양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감히 날 때리다니!”김양훈이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아직도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인 줄로 알아? 퉤! 넌 단지 감옥살이하는 여자일 뿐이야. 더는 고상한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가 아니라고!”“잘 들어! 네 엄마는 감옥에서 살아서 나올 수 없어! 네 어머니가 감옥 안에서 표현이 너무 안 좋아서 2년 유예기간이 끝나면 바로 사형 집행을 받을 거야. 네 아버지가 살아서 나올 수 있다고 해도 십여 년 후일 텐데.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네 아버지가 예전처럼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어?”“네 부모님이 내 작은외삼촌을 죽였어. 이제 여운초의 세력이 강해졌으니 절대로 너희들을 행복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네 아버지가 나오더라도 운초는 네 아버지를 괴롭힐 수많은 방법을 가지고 있거든. 네 부모님이 널 지지해 주시기를 바란다면 꿈 깨!”“여기가 어떤 곳인지도 안 보여? 감히 전씨 가문의 구역에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을 장님이라고 욕해? 뭐? 천한 년? 죽고 싶으면 우리 둘을 끌어들이지 마! 우린 죽고 싶지 않으니까.”“넌 아직도 여운초가 예전에 네가 그 여운초라고 생각해? 예전부터 네가 운초를 괴롭히면서 그녀한테서 아무런 이득도 못 얻더니 정말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우리가 너에게 양보한 것은 단지 너의 부모님께 잘 보여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것일 뿐이야.”“아직도 상태를
이러한 사실들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여운초를 몰랐을 때 여운초가 여씨 가문에서 어떤 날을 보냈는지, 여운별이 여운초를 어떻게 대했는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진실을 알게 된 후로 여운별이 평생 감옥에 갇혀 나오지 못하기를 바랐다.따라서 여운초가 여운별을 상대할 때 모두는 여운초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도가 너무 가볍다고 여겼다.전이진은 약혼녀의 손을 잡고 소리 없이 그녀를 지지했다. 여운초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는 그녀를 지지했다.지금으로 오기까지 여운초는 너무 고생했다.팔자가 세지 않았다면 여운초는 오늘까지 살 수 없었을 것이다.여운초가 여운별을 괴롭히려고 하는 것과 추미자 모녀가 여운초에게 한 짓을 비교하면 여운초의 행동이 아주 가벼운 복수에 불과했다.여운초는 전이진을 흘겨보며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이진의 손을 맞잡았다.그녀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또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사촌 오빠들과 함께 리조트 입구에서 회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밖에 에어컨이 없어서 경비실 입구에 앉아있는데 햇살이 너무 뜨거워 여운별은 너무 덥다고 느꼈다.사람은 더우면 마음이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여운별은 초조해하면서 투덜댔다.“물음 하나만 물었는데 왜 이렇게 답장이 안 와? 이게 무슨 X 같은 날씨야! 11월인데 아직도 이렇게 덥다니.”“조금만 더 기다려. 곧 답장이 올 거야. 관성 날씨는 원래 이렇게 더워. 음력으로 11월이 되어야 덥지 않을 거야.”내년 양력 2월이면 설이 다가온다.하지만 관성에서는 설날에도 춥지 않았다.“여운초가 일부러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 햇볕에 쬐어 죽으라고 괜히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이렇게 햇볕을 쬐는 줄 알았으면 양산을 가지고 올 걸 그랬다.여운별이 화를 내려고 할 때 경비원이 경비실에서 나와 미안한 표정으로 여운별에 말했다.“우리 둘째 사모님께서 운별 씨를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니 어서 돌아가세요.”여운별은 벌떡 일어나 예쁜 얼굴에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