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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예정은 태윤과 할머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그래서 찬이 카페에서 태윤과 마주치자 조금 놀랐었다. 그러다가 할머니께서 효진을 동반해 갈것을 권유하시던 모습이 떠올라 왜 태윤이 그곳에 나타났는지 알아차렸다.

’그런데 할머니께선 왜 이런 일을 하신 거지? 태윤이가 오해하게끔 하기 위해서?’

그녀가 소개팅에 간 것도 아니고, 효진이랑 같이 간 것뿐인데....

태윤이가 보기에도 그렇겠지?

방금 카페에서 태윤을 봤을 때 그의 표정이 평소보다도 더 차갑던 것을 생각해보니 아무리 무딘 예정이라도, 태윤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침 그때는 효진이 화장실에 가서, 그녀 혼자만 나사장을 마주하고 있었을 때였다.

다행히 나중에 화장실에서 나온 효진이가 설명하니 태윤의 안색도 조금 누그러들었다.

예정은 할머니가 왜 그러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할머니를 구해드렸지만, 결코 은인을 자처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할머니께서 항상 그녀를 은인으로 생각하시고 평소에도 잘 대해주셨다. 절대 그녀를 속일 이유가 없었다.

이러저러한 추측만 잔뜩 하며 예정은 집에 돌아왔다. 그녀는 불도 켜지 않은 채 베란다에 있는 그네 의자에 앉아 조용히 바깥의 밤하늘을 바라본다.

태윤은 밤늦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그가 돌아왔을 때, 예정은 그네 의자에 고이 잠들어 있었다.

태윤은 예정의 방문이 닫혀 있고, 집 안에 불빛이 없는 것을 보며 그녀가 이미 방안에서 잠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소파에 앉아 티비를 켰다. 방에 잠들어 있는 예정이 깰까 봐 볼륨도 매우 낮게 조절해놓았다.

태윤은 평소에 티비를 거의 안 보는 축이다. 집이 너무 조용해서 티비를 켰을 뿐이다.

따르릉…

둘째가 걸어온 전화였다.

“그래, 혁진아.”

"형, 괜찮아?"

혁진의 관심 어린 말투가 들려온다.

"할머니가 날 혼내실 줄로 알고 있었어?"

"형, 할머니가 왜 형을 혼내겠어? 할머니께선 그냥 찬이 카페에 가서 과자를 사오라고 전화하셨을 뿐인데, 할머니가 그곳 과자를 좋아하시는 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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