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가게에 별로 손님이 없어 사실 가게문을 열지 않아도 된다.예정이 가게에 간 이유는 조용한 환경에서 자신의 온라인 가게에 올릴 수공으로 된 물건들을 제작하기 위해서이다.그때 효진도 가게에 왔다.그녀는 예정이 가게에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놀라 한다. "오늘 일요일인데 왜 왔어? 평소엔 조카 데리고 공원에 놀러 가지 않았어?""온라인 가게에 새로운 물건들을 좀 올리려고."예정은 손을 멈추지 않으며 친구를 올려다보았다. "너는? 왜 온 거야?""말도 말어, 엄마가 어찌나 잔소리하시는지.... 그래서 가게에 도망왔어.”"아줌마가 또 잔소리를 하셔?""그날 밤 연회에 갔었잖아, 재벌 사위 하나 낚아올 줄 모른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우리 엄마는 재벌 사위가 쉽게 낚일 줄 알아, 자기 딸이 어떤 조건인지도 생각해보지 않고 말이야. 내가 뭐 천하제일 미인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그 말에 예정은 피식 웃었다.천하의 부모들은 대개 이런가 보다. 자식들이 가정을 꾸릴 나이만 되면 자식들의 혼사에 신경 쓰기 시작한다. 스물대여섯 살은 예전에 조혼하던 시절에 비하면 확실히 나이가 많은 편이지만, 지금 시대에 놓고 말하면 아직 이른 나이다."엄마는 또 고모한테 소개팅 시켜달라고 하셔서 오늘 밤 무슨 카페에서 소개팅하래, 커피 한잔까지 하면 새벽까지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너 오늘 밤 나랑 소개팅 같이 가는 건 어때?"'안가!"예정은 머리를 빠르게 흔들었다."우린 절친 아니니? 서로를 위해서라면 바지까지 벗어줄 수 있는 관계잖아!”"아니, 가서 바지 벗어줄 사람 따로 찾아."”소개팅이 끝나면 내가 야식 사줄게""나도 야식 사 먹을 수 있거든, 네가 살 필요 없어."예정은 친한 친구 소개팅 자리에 가고 싶지 않았다, 만약 소개팅 상대가 자기를 마음에 들어 할까 봐 걱정이 앞섰다.예전에 다른 사람한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누군가 시누이를 데리고 선을 보러 갔는데, 소개팅 상대가
할머니는 예정으로 부터 구리줄로 짠 수공예품을 건네받았다. 정말 정교하게 짜여 있었다. 할머니는 그것을 집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하여 놓았다. 설령 그 물건들이 별로 가치가 없더라도, 그것은 손자며느리의 예쁜 마음이다.집에 방문하러 온 손님들은 그 수공예품들을 보면서 예정의 손재주에 감탄했고, 할머니는 틈을 타서 예정의 가게를 추천하셨다. 그 사람들이 수공예품을 조금씩 사기 시작하면서 어느덧 가게의 단골손님이 되었고, 예정의 온라인 가게의 판매량은 부쩍이나 늘어났다."할머니, 물 좀 드세요."효진은 전씨 할머니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고마워, 효진아, 오늘도 가게에 있었구나.""아휴, 엄마가 어찌나 선을 보라고 재촉하시는지.... 가게에 숨어서 좀 조용히 있으려고요. 자꾸 소개팅만 시키시는데 마치 팔리지 않은 데드스톡처럼 느껴져요. 오늘 밤 또 찬이 카페에 소개팅 가라고 해서 지금 예정이한테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는 중이에요.""나는 너의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지금 다른 손자 녀석들의 혼사 때문에 걱정하는 중이거든. 그 녀석들에게 선을 보라고 재촉할 수도 없고 말이야, 누구도 가려고 하지 않아. 예정아, 아니면 저녁에 효진이랑 같이 가보고 와."…."전씨 할머니는 뜻밖에도 그녀에게 효진과 함께 소개팅에 가라고 권했다."너와 효진이는 절친 아니니? 네가 같이 가서 봐주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효진은 전씨 할머니가 자기 구세주라도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예정아, 같이 가줘~ 아니, 안 가도 되, 대신 우리 엄마한테 자꾸 소개팅시키지 말라고 좀 말해줘."효진은 친구를 향해 어리광을 부리면서 말한다.전씨 할머니도 옆에서 거들자, 예정은 이기지 못하고 마지못해 응했다. "이번 한 번만이야!"”그래그래, 우리 예정이 최고야.""할머니, 예정이랑 얘기 나누고 계세요. 전 나가서 뭐라도 좀 사 올게요."효진은 선보러 같이 가자고 예진을 구슬리는데 성공하자 할머니와 손주
"뭐가 어려워? 너희들은 혼인신고까지 하였잖아, 태윤이가 적극적이지 않으면 네가 먼저 밀어붙이면 되지 뭐. 할머니는 빨리 증손주 안아보고 싶구나." "할머니, 이건 할머니께서 조급해하셔도 별 방법이 없는거예요, 제가 태윤의 엄숙한 얼굴을 보면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어요.""…."태윤은 그의 할아버지를 닮아 엄숙하고 차가운 사람이다. 전씨 할머니도 젊었을 때 남편에게 꽂혀 몇 년을 쫓아다녔었다, 온갖 방법을 다 해서야 겨우 남편을 얻었던것이다."할머니, 저와 태윤씨의 일에 마음 쓰지 마시고 그냥 내버려 두세요, 시간이 흐르면 차차 좋아지겠죠 뭐."전씨 할머니는 속으로 되뇌였다.‘내가 걱정 안 하게 생겼느냐, 내가 마음에 들어 직접 고른 손자며느리이고, 어떻게 성사시킨 혼사인데.... 만약 예정이 네가 행복하지 않으면 난 죽을 때까지 자책할게 될 거야.’"그래, 마음 편한 대로 해, 할머니가 너 대신 가게 치워줄 테니 넌 일이나 봐."할머니는 집에서도 한가할 새 없이 바삐 움직이는 분으로서, 늘 원예사들의 화초 손질을 도와주셨다. 전에는 바깥 정원의 밭까지 손질하려 하셨는데, 가족들의 거듭된 권유로 그만두셨고, 또 자기 회사에 청소부로 들어가려고 하셨는데, 말을 꺼내자마자 태윤의 어두운 낯색에 생각을 접게 되셨다.할머니는 가게에 처음 놀러 오셨지만, 반평생을 고생하며 살아오신 할머니께서 한가하게 보내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이 든 예정은 별로 힘이 들지 않는 책 정돈을 할머니에게 부탁하고는, 자기는 수공예품을 만드는 데 전념했다.먼지털이로 책장에 있는 먼지를 털어내던 할머니는 문득 일에 몰두하는 예정이가 너무 이뻐 보여서 휴대폰을 꺼내 책장 뒤에 숨어서 몰래 동영상을 찍었다. 그러고는 바로 보배 손자한테 보냈다.물론 태윤은 답장을 보낼 리가 없었다.전씨 할머니는 그가 답장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가 동영상을 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예정은 한 권의 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놀라운 새로운 발견과도
효진은 더욱 찬란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귀여운 할머니가 마음에 들었다.그녀는 아직 태윤 본인과 만난 적이 없지만, 친한 친구의 입에서 그 사람은 엄숙하고 차가운 사람이라는 것을 전해 들었다. 전씨 할머니 밑에서 어떻게 할머니와 전혀 닮지 않은 성격의 손자가 자랐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좀 지나자 전씨 가문 둘째인 전혁진이 마중 왔다.그는 보통 사람으로 위장하고 있는 할머니를 모시러 오기 위하여 특별히 할머니의 부탁대로 저렴한 차를 몰고 왔다.그의 차고에서 가장 저렴한 차는 평소 하인이 장 보러 가는 BMW 차인데, 그 차도 2억 정도 되었다. 당장 차를 사러 가기는 시간이 되지 않아, 혁진은 할 수 없이 화단 가꾸는 아저씨한테서 보통차를 빌려 할머니를 모시러 왔다."형수님, 할머니 모시러 왔어요."혁진은 가게에 들어오며 예정에게 인사를 건넸다."네, 조심히 가세요. 할머니, 집에 도착하면 문자 주시고요."예정은 할머니와 혁진에게 오늘 자신이 짠 수공예품 두 개를 건넸다. 그녀가 혁진에게 준 것은 구리줄로 짠 화분이었다.혁진은 거절하지 않고 냉큼 받았다. 그는 가게에서 형수가 만들어 놓은 수공예품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 돈으로 치면 얼마 안 되지만 매우 아름답다고 느꼈었다."이 차는 어디서 구한 것이냐?""재범 아저씨가 평소에 화학비료나 화분을 나르는 데 쓰던 것을 제가 빌렸어요. 형수는 절대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큰형이 가난한 척하고 있기에 다른 가족들도 어쩔 수 없이 함께 가난한 척을 해야 하였는데, 혁진은 오히려 재미있었다. 어느 날인가 형님이 형수님을 정말 사랑하게 되고 또 형수님이 형님한테 속은걸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너무 궁금했다.다시 말해서, 그는 큰형이 형수한테 혼나는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어쩐지 이 차가 낯이 익다고 했더니 재범이 거였구나."할머니는 휴대폰을 꺼내 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태윤아, 내가 갑자기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지금 바로 찬이 카페에 가서 과자 좀 사 오너
"네가 뭘 알아? 다 생각이 있어 그러는 거야.""할머니, 또 우리 형 놀리시려고요?!!!""한 마디만 더 물어보기만 해!"혁진은 형님을 매우 동정하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형님을 못살게 구는 것이 자기가 괴로운 것보다 나은 것이다.할머니는 장난이 심하시고 어린이 같으셔서 손자들을 괴롭히는 것을 가장 큰 재미로 여기신다.한편 예정은 서점 문을 닫고 친구에게서 헬멧을 받아 쓰고는 말했다. "내가 앞에 탈게!"효진은 오토바이 뒤에 얌전히 앉아 자연스럽게 예정의 허리를 껴안았다. "예정아, 네가 남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난 너와 결혼할 거야, 엄마에게 매일 재촉당하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얌전히 가만있어. 마구 만지지 말고, 안 그러면 차에서 떨어뜨릴 거야!"예정은 찬이 카페를 자주 지나다녔지만 들어가서 커피를 마신 적은 없었다. 커피보다 장미꽃차나 국화차를 즐겨 마셨기 때문이다.찬이 카페에 도착하니, 상대방 남자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인지, 남자는 양복 차림에 붉은색과 흰색이 섞인 넥타이를 매고, 손에 장미꽃을 든 채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효진은 친구의 옷을 잡아끌면서 그에게로 다가갔다."혹시 나사장님?"나 사장은 효진과 예정을 번갈아 가며 훑어보았지만, 어느 쪽이 오늘 밤 그의 소개팅 상대인지 한동안 알수가 없었다.소개팅 전 효진의 사진을 보긴 하였지만, 자세히 보지 못한 탓에 여자가 매우 예쁘게 생겼다는 것만 기억했을 뿐이다. 그래서 장미 꽃다발을 들고 문 앞에서 기다리면서 효진이가 그를 알아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효진씨?""네, 저예요."나사장은 웃으면서 두 사람을 예약해 놓은 바깥의 풍경이 훤히 내다보이는 창가 자리로 안내했다.자리에 앉은 후, 효진은 절친 예정을 나사장에게 소개했다. 예정이 이미 결혼한 것을 알고, 나사장은 마음속으로 못내 아쉬웠다. 금방 예정을 첫눈에 보자마자 마음에 든 그
"효진씨, 좀 더 앉아 계시지....?"우월감을 뽐내면서 열변을 토하던 나사장은 효진이 떠나는 걸 못내 아쉬워햇다."나사장님, 미안하지만 우리 둘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이제 그만 얘기해요."효진은 솔직하게 말하고 나서 예정을 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앞으로 걸어가던 예정이 갑자기 멈춰 섰다."예정아, 왜 그래?""내 남편....""뭐라고?"효진이 아직 반응도 보이기 전에, 태윤은 이미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검은 눈동자로 예정을 깊게 주시하며 입꼬리를 약간 올리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예정은 왠지 그의 비웃음을 느낄 수 있었다.‘왜 날 비웃는거지?’고개를 돌려 쫓아오는 나사장을 쳐다보던 예정은 남편이 왜 그러는지 금방 눈치챘다.“효진이 소개팅하러 오는데 함께 따라왔어요."태윤은 속으로 그녀가 급하게 다른 남자를 찾는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대꾸를 안 했다.효진은 드디어 그렇게 궁금해하던 절친의 남편을 보게 되었다. ‘어쩜 이렇게 잘생기고 매력 있지?’태윤이 예정을 오해할까 봐 걱정된 효진은 태윤한테 금방 있었던 일을 얘기해줬다."일찍 집으로 돌아가."태윤은 그제야 차갑게 입을 열었다."네. 알겠어요. 근데 왜 여기 계세요?""할머니가 과자 사 오라고 하셨어, 여기 과자가 드시고 싶으시데."태윤은 할머니께서 일부러 과자를 사오라고 시킨 걸 알게 되었다.설마 내가 질투할 줄 알고?"아 그래요? 그럼, 저 먼저 갈게요, 당신도 할머니께 과자 갖다 드리고 오세요, 문 잠그지 않을게요.""알았어."예정은 효진이와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고, 태윤은 과자를 포장한 후, 차에 앉아 찬이 카페를 떠났다. 그는 곧장 차를 몰고 전씨네 장원으로 갔다.할머니는 아직 안 주무시고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계셨다.태윤은 포장해 온 과자를 들고 성큼성큼 다가와 과자를 탁상 위에 올려놓고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할머니, 나와 예정의 결혼생활에 더는 끼어들지
예정은 태윤과 할머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그래서 찬이 카페에서 태윤과 마주치자 조금 놀랐었다. 그러다가 할머니께서 효진을 동반해 갈것을 권유하시던 모습이 떠올라 왜 태윤이 그곳에 나타났는지 알아차렸다.’그런데 할머니께선 왜 이런 일을 하신 거지? 태윤이가 오해하게끔 하기 위해서?’그녀가 소개팅에 간 것도 아니고, 효진이랑 같이 간 것뿐인데....태윤이가 보기에도 그렇겠지?방금 카페에서 태윤을 봤을 때 그의 표정이 평소보다도 더 차갑던 것을 생각해보니 아무리 무딘 예정이라도, 태윤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침 그때는 효진이 화장실에 가서, 그녀 혼자만 나사장을 마주하고 있었을 때였다.다행히 나중에 화장실에서 나온 효진이가 설명하니 태윤의 안색도 조금 누그러들었다.예정은 할머니가 왜 그러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할머니를 구해드렸지만, 결코 은인을 자처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할머니께서 항상 그녀를 은인으로 생각하시고 평소에도 잘 대해주셨다. 절대 그녀를 속일 이유가 없었다.이러저러한 추측만 잔뜩 하며 예정은 집에 돌아왔다. 그녀는 불도 켜지 않은 채 베란다에 있는 그네 의자에 앉아 조용히 바깥의 밤하늘을 바라본다.태윤은 밤늦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그가 돌아왔을 때, 예정은 그네 의자에 고이 잠들어 있었다. 태윤은 예정의 방문이 닫혀 있고, 집 안에 불빛이 없는 것을 보며 그녀가 이미 방안에서 잠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소파에 앉아 티비를 켰다. 방에 잠들어 있는 예정이 깰까 봐 볼륨도 매우 낮게 조절해놓았다. 태윤은 평소에 티비를 거의 안 보는 축이다. 집이 너무 조용해서 티비를 켰을 뿐이다.따르릉…둘째가 걸어온 전화였다. “그래, 혁진아.”"형, 괜찮아?"혁진의 관심 어린 말투가 들려온다."할머니가 날 혼내실 줄로 알고 있었어?""형, 할머니가 왜 형을 혼내겠어? 할머니께선 그냥 찬이 카페에 가서 과자를 사오라고 전화하셨을 뿐인데, 할머니가 그곳 과자를 좋아하시는 건 형
태윤은 할머니가 보내준 동영상 속에서 열심히 수공예품을 짜고 있는 예정의 매력적인 모습을 떠올렸다. 이미 동영상을 여러 번이나 반복해서 보면서, 마음속으로도 인정했지만, 한 가지 일에 전념하며 자신감이 우러나오는 여자는, 온몸에서 매혹적인 카리스마를 풍기며, 마치 커다란 자석처럼, 다른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다.사람들은 늘 자신감이 넘치는 여자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예정은 확실히 자신감 넘치는 매력적인 여자이다."난 지금까지 질투에 질 자조차 어떻게 쓰는지도 몰랐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어? 잠 안 자냐...?"태윤은 문득 베란다에서 들어오는 예정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형, 나 지금 자려고 준비 중이야, 자기 전에 형 생각나서 형한테 전화 좀 한 거지, 이따 잘 거....”태윤은 혁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재빨리 통화를 끊어버렸다."….""베란다에 앉아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당신의 전화소리를 듣고 깼어요.” "밤이 차가우니 감기 조심해!"“관심 주셔서 고마워요. 그럼 먼저 들어가 잘게요.”예정은 하품하며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태윤에게 더 말하지 않았다. 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방으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그와 혁진이 한 말을 들었을까, 또 얼마나 들었는지?자신의 공간에 아내라는 사람이 하나 더 생기면서 태윤은 자신의 사생활이 조금씩 보호를 잃어간다고 느껴졌다.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할 때, 태윤은 예정이 어느 만큼 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의 아침 식사상 위에 복통에 먹는 약이 놓여있었기 때문이다.예정이 오늘 준비한 아침 식사는 국수였다부부앞에, 달걀 후라이를 하나씩 얹은 국수 한 그릇이 각각 놓여 있었다.그 위에 파, 고수풀, 채를 썬 고기도 곁들여져 있었다.예정은 주방에서 매운 불닭 비빔장을 꺼내 뚜껑을 열고 젓가락으로 국수에 조금 덜어낸 뒤 태윤에게 내밀었다. 그러면 국수가 더 맛있을 거라고."아니, 됐어."예정은 그 위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