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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아마도 서명한 계약서 때문에 마음이 찔려서겠지.

전태윤은 방법을 생각하여 예정의 손에 있는 그 계약서를 훔쳐 오고 싶었다. 훔친다는 것은 너무 듣기 거북하니 다시 가져오기로 했다. 그래도 명색이 전씨 집안 도련님인데 훔친다는 게 웬 말인가? 일단 제 손에 넣은 후 곧바로 계약서를 없애버릴 작정이었다.

전태윤은 끝내 손도 잡지 못한 채 아내와 함께 밤거리를 거닐었다. 게다가 공짜 짐꾼이 되어 크고 작은 쇼핑백을 들고 차에 올라탔다.

하예정은 처음에 아무것도 안 사겠다더니 이것저것 고르기 시작했고 물론 전부 제 돈으로 결제했다.

전태윤이 대신 결제하려 했으나 그녀가 단호하게 거절한 탓에 무마됐다.

밤 열 시가 다 돼서야 부부는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하이힐 안 신었는데도 오래 쇼핑하니 발이 시큰거리네요.”

하예정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축 늘어졌다.

이에 전태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여자라면 다들 쇼핑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누군가와 함께 쇼핑하길 꺼리는 전태윤은 오히려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그건 그래요. 효진이가 더 잘 돌아다녀요. 걔랑 함께 쇼핑하는 게 두려울 정도라니까요. 동쪽부터 서쪽까지 샅샅이 누빌 정도예요.”

심효진의 얘기에 전태윤은 뭔가 떠오른 듯 그녀 옆에 다가가 앉았다.

“예정아,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네 의견을 듣고 싶어.”

하예정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뭔데 그래요?”

여긴 전태윤의 집이라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데 그녀의 의견을 묻는 걸 보니 아마 중요한 일인 듯싶었다.

전태윤은 잠시 침묵한 후 말을 이었다.

“효진 씨 댁에서 결혼을 다그친다고 했었지?”

“네, 맞아요. 왜요? 남자친구 소개시켜주려고요?”

하예정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혹시 태윤 씨 회사 동료예요? 효진이 엄마랑 고모는 걔가 부잣집에 시집가길 바라는데 정작 본인이 싫어해요. 재벌가의 삶이 우리가 상상한 것처럼 원만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거든요. 효진이 고모가 그해 김씨 집안에 시집가서 엄청 고생한 끝에 겨우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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