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이는 당신한테 빛진 것 없어. 당신 엄마랑 누나가 먹고 싶다는데 왜 내 동생이 사줘야 하는데? 주형인, 내가 결혼하면서 삼 년 동안 일을 안 해서 돈을 벌어 오지 못했지만, 대신 집안일을 했어. 내가 뒤에서 받쳐주지 않았으면 네가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돈을 주지 않으면 사지 않을 거야. 그리고 돈을 보낼 때 인건비도 보내. 네가 말했잖아, 우린 더치페이라고. 그들은 네 엄마고 네 누나니까 내가 밥해줄 의무가 없어. 네가 밥해주라고 했으니 당연히 인건비도 줘야 해.""삼 년 넘게 같이 살아온 정이 있으니, 인건비는 3만 오천 원만 받을게."주형인이 전화로 욕설을 퍼부었다."돈 쓰고 먹는 줄만 알아서 지금처럼 뚱보가 된 거야. 집안일을 뭐 했는데? 난 그런 적 한 번도 못 봤어. 나의 사업은 내가 노력해서 이뤄낸 거야. 너랑 아무 상관도 없어.""그리고 인건비? 나의 엄마는 네 엄가가 아니야? 며느리가 시어머니한테 밥해주면서도 돈을 받아? 사람들이 알까 봐 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겠다.""돈 없으면 밥을 하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하예진은 곧바로 통화를 끊었다.아내가 전화를 끊자, 주형인은 화가 나서 핸드폰을 바닥에 던지려고 했다. 하지만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새 핸드폰이고 서현주와 같은 신형 모델이어서 참았다. 주형인은 한꺼번에 핸드폰을 두 대 구입해서 서현주에게 한 대를 나눠줬다.핸드폰을 던지기에는 너무 아까웠다."빌어먹을 뚱보년, 우빈이가 유치원에 가면 바로 이혼할 거야! 나를 떠나면 그 꼴로 아마 아무도 받아주지 않을걸? 그래도 난리 칠 수 있을 것 같아?"주형인이 사무실에서 하예진을 한참 욕했다. 그리고 결국 하예진에게 생선값 팔만 오천 원을 보냈다. 하지만 하예진에게 생선을 사면서 영수증을 꼭 챙기라고 했다. 자기가 저녁에 들어가 영수증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그사람이 언니보고 집가서 음식하래?"하예진이 전화를 끊자, 하예정이 물었다."그 잘난 시어머니랑 시누이가 또 왔어. 주형인이 생선을
전화를 두 번이나 걸어도 하예진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주서인은 화를 내면서 전화를 끊고 엄마한테 말했다."엄마, 예진이는 자기 동생의 가게에 가 있어. 우빈이가 자고 있어서 우빈이가 깨어나야 집에 돌아갈 거니까 우리보고 직접 가서 키를 가져가라는데."김은희가 눈썹을 찡그리며 언짢게 말했다."우빈이가 자고 있으면 우빈이를 안고 돌아오면 되잖아. 하예정가 차로 데려다주면 바로 올 수 있 있어."그녀는 며느리가 자기와 딸이 문 앞에서 기다리게 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한 것으로 생각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 우리가 자기를 기다리게 일부러 그러는 거야."주서인도 김은희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예전에 엄마가 키를 집에 놓고 왔을 때 예진이가 집에 없어도 전화 한 통이면 바로 돌아와서 문을 열어줬어. 이번처럼 이렇게 오래 기다리라고 한 적이 없어. 엄마, 예진이가 형인이와 대판 싸우면서 태도가 바뀐 것 같아."김은희가 주서인의 말에 응했다."아마 그런 것 같아."주서인이 욕설을 퍼부었다."하예정이 지난번에 형인이를 그렇게 때려놓고, 예진이도 형인이를 집에 데려가려고 찾아오지도 않고, 결국 우리가 형인이를 말려서 집으로 보냈어. 우빈이가 없었으면 형인이한테 말해서 예진이를 집에서 쫓아냈어.""그 집은 형인이 집이야.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형인이한테 말해서 쫓아낼 거야!"하예진은 남편 면목을 봐서 큰누이와 따지지 않았지만, 큰누이는 항상 하예진을 지적하고 구박했다. 주서인은 현재 하예진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아 당장 동생에게 말해서 하예진을 쫓아내려고 했다.이혼해도 주형인의 조건이면 서현주같이 젊고 예쁜 아가씨와 결혼할 수 있지만, 하예진은 자기 동생을 떠나면 받아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재혼한다 해도 할아버지들 외에는 받아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런 말은 나랑 있을 때만 해. 형인이 앞에서는 하지 마."김은희는 예진이에게 불만이 있었지만, 손자를 위해서도 아들과 며느리가 해어지지 않기를 바랐기에 딸을 경고했다.주서인이 주형인 앞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지 않았다면 하예진을 도와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주부로 지내다 보니 수입이 없어 그 집 식구들에게 짓밟힌 것이었다.두 모녀는 한참을 더 기다렸다가 하예진이 아들을 데리고 돌아왔고, 두 모자의 뒤를 따라온 것은 하예정이었다.하예정의 손에는 방금 시장에서 사 온 해산물 한 봉지가 들려 있었다.주 씨 집 모녀는 하예진을 보면 본능적으로 욕을 하고 싶었지만, 뒤따라오는 하예정을 보자 욕하고 싶은 말을 되레 삼켰다.지난번 가정폭력 사건 후 주 씨 집 모녀는 하예정을 찾아갔지만, 결국 하예정이 화를 내며 말하는 모습에 허겁지겁 도망을 쳤고 그 이후 하예정한테 트라우마가 생겼다."우빈아"김은희는 곧 웃으며 앞으로 나와 유모차에서 주우빈을 끌어안았다."우빈아, 할머니 우빈이 엄청 보고 싶었어요.""김은희는 손자를 안고 양쪽 얼굴에 뽀뽀를 여러 번 하고 있었다.""할머니"우빈은 여러 번 뽀뽀를 받은 뒤, 손을 들어 뽀뽀를 받은 곳을 닦으며 할머니를 불렀다.주서인은 우빈의 얼굴을 주무르며 웃으면서 말했다. "한동안 못 봤더니 우빈이 얼굴에 살이 쪄서 손에 쥐는 촉감이 정말 좋네. 우리 집 정한이랑은 다르게 말이야. 정한이는 살이 빠졌어."고모의 손길이 아파서 주우빈은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주무르던 고모의 손을 쳐냈다.하예진은 아직 말을 하지 않았는데, 김은희가 딸을 두고 말했다."아이 앞에서 살쪘다고 하지 마라. 안 좋다.""우빈이 뚱뚱하지 않아요. 지금 보기 딱 좋아요."김은희는 외손자가 더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이모도 오셨네."김은희는 하예정을 금방 본 것처럼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하예정은 담담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언니와 우빈이를 데려다주고 있었어요."하예정은그 해산물 봉지를 주서인에게 건넸다. "이건 먹고 싶다던 해산물입니다."주서인의 생활은 편했다. 부모님이 도와주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동생 집에서 먹으면서 이득을 보고 있었다.그러니까 주씨 집안 같은 일품 집안
그 말을 들은 주서인은 하예진에게 따지려는 것을 어머니가 슬그머니 옷자락을 잡아당겨서 화를 꾹 참았다.하예정은 언니를 도와 유모차를 집안으로 들였다.금방 주서인이 언니도 3만 원을 내 해산물을 사라는 말을 듣고는 어이없단 듯이 웃었다.이렇게 어이없는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다."엄마"주서인은 두 자매가 집으로 들어간 후 낮은 목소리로 엄마한테 말했다."왜 하예진한테 따지지 못하게 해! 먹고 자고 쓰는 거 다 형인이의 것인데 밥 먹는 것을 이렇게 하나하나 선 긋고 말이야.""형인하고 하예진 지금 더치페이하고 있어. 너랑 나는 형인 가족이고 밥 먹는데 하예정이 하나하나 따지는 거 두 사람의 더치페이에 맞는다고 본다. 네가 따지다가 화내게 되면 예정이가 널 도와서 애 배웅하고 밥을 해줄 거 같니?"주서인은 오늘 온 주요 목적을 생각하고는 화를 참았다.그렇지만 동생한테 아내가 있는데 없는 거나 마차가지고 하예진은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너무 안중에도 없다고 투덜거렸다."예정아, 학생들 곧 하학시간이야. 넌 빨리 가서 가게를 도와. 언니 도와 줄 필요 없을 거 같아."하예진은 동생에게 떠나라고 재촉했다."언니 그래도 불안해.""걱정하지 마. 언니 더는 참지 않을 거야. 넌 볼일 봐. 언니 진짜로 일 생기면 꼭 연락할게."하예정은 그래도 떠나고 싶지 않았다."너 자주 일이 있어서 항상 효진이한테 가게를 맡기는데 아무리 절친이어도 계속 그러는 건 아니라고 봐. 빨리 가게 가서 물건 파는 거 도와줘.""효진이는 이해할 거야. 가게는 걱정하지 말고 언니 먼저 도우라고 말하는 애야.""효진이가 개의치 않는다고 해서 늘 이렇게 하면 안 돼. 그러면 얼마나 안 좋아. 빨리 돌아가. 언니 혼자서 대처할 수 있어. 괜찮아. 두 사람이 괴롭히면 부엌칼 들고 쫓아다니지 뭐. 난 신경 쓰지 않아. "하예정은 언니의 재촉에 말했다. "언니, 그럼 가게로 먼저 돌아갈게. 너무 많은 일 할 필요 없어. 만 원의 인건비 정도만 하면 돼.""그건 당연하지, 괜히 3년
장난감은 한 박스만 있는 게 아니었다.거실은 순식간에 장난감으로 난장판이 되었다.어지러운 꼴을 못 참은 주서인은 큰 소리로 하예진에게 말했다. "예진아, 거실 좀 치워줄래? 온통 우빈이 장난감이야!"하예진은 주방 문턱에서 거실을 한번 확인하고는 말했다. "놀게 놔두세요. 이따가 제가 치울게요."그리고는 다시 주방 안으로 들어가 일하기 시작했다.주우빈은 지칠 줄 모르는 활발한 아이라 장난감을 잠깐 가지고 놀고는 다른 놀거리에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거실은 이내 지저분해졌다.주서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방 입구로 가서 문에 기대어 하예진에게 물어봤다."예진아, 예정이한테 뭐 줬어? 아주 큰 한 봉지를 들고 나가더라? 우리 형인이가 사 온 거 다 가져간 거 아니지?""우리 형인이가 매일 가족을 위해서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예정이도 지금 결혼해서 가정이 있잖아. 너 바보같이 막 예정이 도와주면 안 돼."하예진은 돌아서 차가운 표정으로 주서인을 째려보며 말했다."우리 예정이는 제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요. 누구처럼 자기 부부가 번 돈 아까워하면서 동생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고 동생의 등골 뽑아 먹는 사람이 아니에요.""야!"반격당한 주서인은 매우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주서인은 하예진을 사납게 한참 노려보고는 대화를 끝냈다.주서인은 혹시라도 하예진이 몰래 하예정을 챙길까 봐 없어진 물건이 있는지 동생에게 꼼꼼히 체크하라고 하려고 했다.김은희와 누나가 온 것을 알고 퇴근 후에 곧장 집으로 퇴근했다.주형인은 어지러운 거실을 보자마자 하예진에게 소리쳤다."하예진! 우빈이가 거실을 완전 어지럽혔잖아, 좀 치워라!""너 맨날 집에서 뭘 했어? 그냥 아무것도 안 하지?"하예진은 밥 한 공기를 들고 나와 아들에게 밥을 먹이고 나서 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주형인의 잔소리를 듣고는 차갑게 대답했다."맞아, 나 아무것도 안 해서 거실이 이렇게 더러워진 거야."주형인의 말문이 막혔다."우빈이가 그랬어. 애들이 다 이렇지, 뭐. 정한이도 평소에
주형인은 하예정을 쳐다보며 물어봤다. "내가 돈 줬잖아."이 말을 들은 주서인은 벌떡 일어나서 빠르게 주형인으로 다가가 말했다. "예진아, 너 우리 동생 돈을 떼먹었지. 동생이 너한테 5만 원만 줘서 새우랑 게 큰 거는 못 산다고 해 놓고."하예진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아들에게 밥을 계속 먹였다. 아무렇지 않게 주형인에게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너의 어머니와 누나가 온 거니까 너 돈으로 장보고 요리해 줘야 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날 시키려면 수고비로 3만 원 더 내야지.""나는 무슨 호구야? 무료로 밥도 해주고 나한테 뭘 해주기는커녕 불만에 지적질까지 한다고?"여태까지 하예진은 헛수고를 많이 했지만, 고맙다는 말을 못 들었다.주형인은 또 한 번 말문이 막혔다.주서인은 동생 표정을 보고 하예진의 말이 다 맞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실망한 듯 다시 소파에 앉았다.하지만 참지 못해 또 하예진에게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예진아, 너 형인이랑 부부잖니. 부부간에 뭐 그렇게 따지니? 나랑 엄마는 시댁 사람이고 너 우리 주씨 집안으로 왔으니, 식구한테 밥 한 번 해줬다고 뭐 형인이한테 돈을 받니?""이러면 차라리 형인이가 밥 사 주는 게 낫지, 오랜만에 맛있는 거도 좀 먹고 얼마나 좋아."하예진은 고개 들어 남편과 형님을 보고 못 들은 척 계속 아들에게 밥을 먹이면서 말했다. "더치페이잖아요. 더치페이는 각자가 자기걸 계산하는 거예요."주씨 집안 사람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주형인에게 집안일을 제외하고 돈을 써야할 때는 더치페이를 하라고 제안했기 때문이다.주서인이 더치페이를 제안했고 하예진은 이에 따른 것이기에 주씨집안 사람은 할 말이 없었다."물론 저한테 준 돈을 아까워하시면 앞으로 오실 때 형인이한테 호텔에서 밥 사라고 하세요. 저는 오히려 좋아요."하예진은 지금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사람들을 챙기고 싶지 않았다.주형인은 한참을 하예진을 사납게 노려봤고 더 이상 하예진에게 따지지 않고 어머니와 누나에게 말했다. "엄마,
하예정은 항상 밥을 빨리 먹어서 밥을 다 먹자마자 하예진이 빨리 가서 밥 먹으라고 대신 우빈에게 밥을 먹였다.시댁 사람은 밥 먹는 데만 급급하고 하예진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하예진도 사람이니 밥을 안 먹으면 배가 고팠다."엄마, 새우 먹어."주형인은 어머니에게 새우를 집어주면서 누나에게 말했다. "누나 많이 먹어, 다 누나가 좋아하는 거잖아."주서인은 게를 먹으면서 말했다."이번의 게는 너무 작아서 살이 거의 없네. 그냥 맛만 보지 뭐."맘에 안 들어 하는 게 너무나 잘 느껴졌다.주형인은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말했다. "다음에 호텔 가서 먹자. 내가 살게."주서인은 동생을 배려한 듯 허세를 부리면서 말했다. "호텔 너무 비싸잖니, 요즘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데. 다음에 누나한테 돈 주면 예진이 요리해 줄 수 있게 내가 장 좀 봐올게.""그렇게 해도 되고."주형인은 하예진에게 장 볼 돈을 조금만 주고 해산물을 살 일이 있으면 대신 누나에게 돈을 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물론 누나를 시키면 더 많은 돈을 줘야 한다.주서인은 해산물을 좋아해서 끼니마다 해산물 요리가 있어야 한다. 해산물이 비싼 데다 주서인에게 해산물을 사는 돈을 주면 5만 원은 부족할 게 뻔하다.새우와 게는 좀 작았지만, 하예진의 요리 솜씨가 좋아 주씨 집안 세 사람은 맛있게 먹었다. 사실 하예정도 어느정도 요리 실력이 있는 편이고 음식을 맛있게 만들 줄 안다.주씨 집안 세 사람은 빠르게 모든 해산물을 먹어 버렸고 하예진이 먹을 음식은 남지 않았다.김은희는 젓가락을 놓고 만족스러운 듯 휴지로 입을 닦았으며 말했다. "아 근데 우리 다 먹어버렸는데 예진이는 뭘 먹지?"그리고는 등을 돌려 하예진에게 말했다. "예진아, 우리 본의 아니게 다 먹어 버렸네, 이따가 계란프라이 해서 먹어."자주 있는 일이라 놀랍지도 않다는 듯이 하예진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알겠어요."우빈이도 배가 부른 지 아무리 밥을 먹여 줘도 입을 꾹 다물었다.하예진
채소는 하예진이 어제 요리하다가 남은 것이었다. 딱 혼자서 먹기 적당한 반 정도를 냉장고에 넣었다.하예진 본인 돈으로 산 것이라서 주씨 집안 세 사람에게 줄 생각이 없었다.주서인은 할 말을 잃었다.이 죽을 뚱뚱한 년, 감히 미리 반찬을 뺀다고? 어디 굶어 죽지는 않겠네.하예진은 반찬과 밥을 들고 나가 식탁 앞에 앉아 여유롭게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하예정은 언니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바쁜 가운데에도 하예진에게 전화했다. "언니, 그 사람들이 언니를 괴롭히지 않았지?""언니가 칼을 들고 길거리에서 형부 쫓아간 적 있잖아. 요즘엔 그냥 말로만 좀 시비걸더라고. 여자가 남편을 별로 신경 안 쓰게 되면 남편이랑 시댁 사람이 선 넘는 행동을 하면 그냥 참지 않지."하예정은 언니가 한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언니, 밥 잘 먹었어?""먹고 있어, 너는?""나 지금 바빠서 이따가 먹으려고. 언니, 나 끊을게.""그래."하예진은 이 시간에 동생이 바쁜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과 통화를 끝낸 후 하예진이 계속 밥을 먹었다.주서인이 설거지를 다 하고 주방에서 나왔을 때 하예진은 이미 밥을 다 먹은 상태였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밥 먹는 속도가 빨라졌다."형인아. 나 할 말이 있어."주서인은 동생 옆에 앉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퇴근하기 전에 하예진이 하예정한테 뭔지 모르겠지만 아주 큰 봉지 하나를 줬더라. 너 빨리 가서 확인해 봐, 우리 집 거 빼돌렸는지.""너 혹시 맛있는 걸 사 와서 집에 뒀어? 아무래도 먹을 것 같아."하예진이 집 물건을 하예정에게 주는 걸 싫어하는 주형인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음식을 준 것 같다는 소리를 듣고 눈살을 풀며 말했다. "누나, 내가 산 거 아니야. 나 요즘 집에 먹을 거 안 가져 와.""다행이다. 네가 산 것을 하예정이 가져가면 가서 달라고 해야지. 아니면 손해잖아.""누나, 나 그런 사람 아니잖아. 누나, 이번에 엄마랑 왜 여기 왔어? 정한이랑 같이 오지." 주형인은 누나가 이번에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
여운초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그녀는 다만 전이진을 대신하여 은행카드만 보관할 뿐일 것이었다. 그가 돈 쓰는 것을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도 그의 돈을 쓸 일이 없을 테였다.전이진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 나서 다시 그녀를 보면서 벙글벙글 웃었다.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기만 했다.“왜 계속 날 보면서 웃어요?”“좋으니까. 운초 씨, 나 지금 너무 좋아. 그냥 웃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이렇게 대답하면서도 그는 또 웃었다.그러는 전이진을 지켜보는 여운초도 참지 못해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둘이서 한참 동안 알콩달콩한 후 전이진이 시계를 보니 어머니가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는 약혼녀를 보면서 말했다.“운초 씨, 엄마가 곧 도착할 것 같으니 우리 지금 출발해. 우리가 구청에 도착하면 아마 엄마도 도착하실 거야.”그는 꽃집에 가서 장미꽃 한 다발을 사야 했다.여운초가 불시에 결혼 신고하자는 바람에 그가 아직 준비는 못 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서둘러야 했다.꽃다발, 다이아몬드 반지 둘 중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한평생 소중히 여길 여자임으로 절대로 서운하게 할 수 없었다.“그래요.”그가 일어나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자, 여운초도 편안하게 자신의 손을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그에게 이끌려 일어섰다.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자고로‘그대의 손만 잡고 이생의 끝까지 살아간다.’라고 했다.그녀는 전이진과 백년해로하고 평생 금실이 좋기를 원했다. 시부모님처럼 애들이 부러울 정도로 몇십 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첫 사람처럼 달콤하게 지내길 원했다.여운초는 저의 집에 있는 차를 안 타고 전이진이 운전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그녀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그녀가 16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기에 운전면허를 딸수 없었던 것이었다.집에 있는 운전기사는 전이진이 그녀에게 보낸 경호원인데 그녀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운전도 해줄 수 있었다.20분 뒤.구청 입구명해
“운초씨, 잠깐만 기다려. 내가 엄마한테 당장 전화할게.”전이진은 약혼녀의 볼에 입을 맞춘 후,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명해은은 전화벨이 한참 울린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엄마, 오늘 시간 돼요?”“이제 방금 일어났어. 오늘은 별일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아. 왜? 아들, 엄마 도움이 필요해?”명해은이 잠기가 채 가셔지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들이 다 크니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점점 적어졌다.애들한테 더는 필요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명해은은 너무 일찍 맛봤다.“저와 운초 씨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를 마치려 하는데 제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안 가져왔어요. 엄마 혹은 아버지가 지금 저한테 가져다줄 수 있어요? 혹은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보내줘도 되고요. 제가 돌아가서 가져오면 시간이 지체되어 아마도 오후나 돼야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후까지 못 기다리겠어요.”가족관계등록부만 손에 가지고 있다면, 전이진은 지금이라도 여운초를 데리고 혼인 신고하러 갔을 테였다.진정으로 여운초가 좋아진 그 시각부터 그는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하지만 그때의 여운초는 앞을 보지 못했기에 훌륭한 전이진을 앞두고 자비감에 모대기었다. 전이진의 사랑마저 그녀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받아들인 것이었다.그녀는 전이진이 자신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정 선생을 찾으러 여러 번 예진 리조트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남은 인생을 그와 함께하기로 하고 약혼을 한 것이었다.그래도 그녀는 진정으로 그를 볼 수 있을 때 가서 결혼하기를 원했다.그녀는 자기와 결혼할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고 싶다고 했다.전이진이 곧 시어머니로 될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들은 여운초의 얼굴은 또다시 붉게 물들었다.‘이 사람 뭐가 그리 급해...’이 반가운 소식을 들은 명해은은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진 듯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시간이 있고말고, 엄마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 금방 가져다줄게. 넌 지금 여씨 저택에 있니? 아니면 회사에 있니?” “저는 지금
그는 자신의 사람 보는 안목을 믿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도 믿었다. 그는 그녀와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녀의 인품, 일하는 스타일 등을 천천히 알게 되었다.“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한평생 같이 살아야 해요. 나는 이혼 따위는 할 마음이 없으니 잘 생각해서 결정해요. 당신처럼 훌륭한 남자는 앞으로도 나보다 더 좋고, 당신한테 더 잘 어울리는 여자를 만날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이 결혼은 할머니가 강요하셔서 한 거라고 하면서 그 여자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사랑이니 어쩌니 해도 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전이진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면서 말했다.“넌 아직도 바깥사람들이 우리 전씨 집안 남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몰라? 전씨 집안 남자들은 모두 아내한테 일편단심이야. 전씨 집안의 가훈에는 결혼 후 한평생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혼인에 충실해야 하며 바람을 피워선 안 되고 이혼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어.”“누구든 가훈을 어기는 즉시, 전씨 가문에서 쫓겨나서 더는 전씨 일가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돼버려.”“그리고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할머니가 당신을 선택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다면 할머니가 강요하셔도 소용없어.”전이진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누구한테 전화하려고요?”여운초는 그가 할머니에게 전화 드리려나 싶어서 한마디 물었다.“내가 가족관계등록부를 몸에 지니고 다니진 않아. 우리가 혼인신고를 하려면 내 가족관계등록부도 필요할 거 아니야.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급히 가져다 달라 하면 우리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 절차를 다 끝낼 수 있을 거 같아.”결혼 증명서를 받고 나면 그들은 합법적인 부부가 될 것이었다.전이진은 여태 자기가 한시 급히 여운초랑 결혼하여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애초에 여운초는 시력이 회복되어 그를 볼 수 있어야만 결혼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는 이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 끝내 그녀의 눈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어쨌든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은 운별 누나가 망치게 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우리 두 큰고모도 틀림없이 운별 누나를 달래서 모든 재산을 빼앗으려 할거에요. 운별 누나는 사람 말을 너무 잘 믿어서 조금만 달래면 뭐든지 나누어 줄 거에요.”여천우가 이렇게 한 이유는 단지 여씨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다.추미자 부부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여천우에게 물려주게 하고 또 여천우는 그 재산들을 모두 여운초에 돌려줄 셈이다. 여천우는 여운초의 사람 됨됨이를 믿었다.여천우는 여운초가 그녀의 재산이 아니면 탐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여운초도 그의 재산을 탐낼 필요가 없었다. 약혼자 전이진의 집에 재산이 엄청 많아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인 여운초는 여천우의 그깟 재산을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다.“누나, 우리 부모님 명의로 된 합법적 재산이 얼마나 남았어?”여천우는 부모님이 이전에 하신 부분적인 사업들이 법에 어긋난 사업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불법적인 사업들은 이미 차압되었고 따라서 그 수입도 이미 몰수되었다. 그가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부모님의 합법적인 소득뿐이었다.여운초가 대답했다.“불법적인 사업과 모든 수익은 차압되거나 몰수됐어. 여씨 가문 기업은 법에 어긋난 사업을 하지 않았어. 다행히 네 아버지께서 여씨 그룹을 불법적인 사업에 손을 대지 않게 했지. 지금 여씨 그룹이 하는 사업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이야.”“여씨 그룹의 주식은 우리 아버지가 대부분을 차지하셨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 아버지께 대부분 주식을 나눠주셨지. 게다가 아버지 본인도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주식의 절반을 차지하고 계셨거든. 그리고 나머지는 너의 아버지와 다른 소액주주들의 것으로 되었지. 현재 여씨 가문 주식 가격에 네 부모님 명의로 된 부동산 몇 채를 합치면 마침 200억 원 조금 넘을 거야.”여천우 친아버지 여태웅은 20여 년 전 추미자와 함께 친동생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범죄 때문에 중형
틀림없이 누군가가 여운초를 건드려 자극했을 것이다.여운초는 오랜 한을 억누르고 있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폭발한 게 틀림없었다. 하여 추미자 부부의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비우려고 했을 것이다.또 하나, 여운초는 추미자 부부방의 비밀번호를 몰랐다. 심지어 여천우조차도 몰랐다.추미자는 여천우가 여운초의 편을 든다고 많은 일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여운초도 사실대로 여운별이 일찍 감옥에서 나와 오늘 아침에 여씨 가문의 별장에 쳐들어온 사실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었다.여천우가 그 사실을 듣더니 한숨을 쉬었다. 알고 보니 사고뭉치였던 여운별이 나와서 사고를 친 것이다.여씨 가문은 또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다.여천우는 여운초에 말했다.“우리 부모님 방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내 방에 가져다줘. 그리고 운별 누나 물건은 운별 누나가 가져가게 해. 그리고 운별 누나 방도 깨끗이 치워.”여천우는 그 별장이 여운초의 별장이었기에 여운초가 여운별이 그 별장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으면 여운초를 존중해 주고 싶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예전에 어떻게 여운초를 괴롭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을 도와 여운초에게 사정하지 못했다.여운별이 감옥 안에서 일찍 나온 것도 아마 감옥에서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실제 성격을 잘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누나, 운별 누나가 소송을 걸어 재산을 나누려고 하면 나에게 알려줘. 재산을 너무 많이 주면 다 써버릴 거야. 아무리 많은 재산일지라도 운별 누나는 분명 다 탕진 할걸. 아무것도 모르면서 성질만 부리면서 돈만 쓰잖아.”여천우는 여씨 그룹을 여운초에게 맡기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이지 밤새 뛰어와서 여운별을 막고 싶었다.여천우는 두 누나의 인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여운별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응석받이로 키웠기에 패가망신할 사람이었다.“절대로 운별 누나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면 안 돼. 내가 지금 휴가를 내고 돌아갈게. 감옥으로 가서 우리 부모님을 만나 그들의 명의 아래에 있는 재산을
여미란은 추미자가 살아서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여미란은 마음속 깊이 추미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씨 가문의 사모님 추미자는 먼저 여미란의 남동생에게 시집간 뒤로 그 남동생을 죽이고 또 여미란의 오빠에게 시집갔지만 지금 그 오빠마저도 감옥으로 들어갔다.여미란의 동생이 죽었다고 해도 그녀의 오빠와 관계가 없을 수 없었다. 물론 그 화근은 역시 추미자였다.여미란의 오빠가 추미자와 정정당당하게 함께 있기 위해 동생을 죽인 것이다.여운초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여운초는 지금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고 전씨 가문이 그녀의 배후에 서 있었기에 여미란 일행은 감히 여운초를 찾아 복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여미란은 마음속으로 여운초를 수천 번, 수만 번 욕하면서 자신을 달래곤 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여씨 가문을 떠나 어디로 갈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의 피를 빨아들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예전에 여미란 자매의 집에 재산이 많았지만 늘 친정집에서 이득을 보려고 애썼다.이제 최씨와 김씨 집안은 부귀한 생활에 익숙해져 꿈에서라도 부자들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찰나에 여운별이 스스로 찾아와 도움을 청하게 되었기에 그녀의 피를 빨아먹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그때가 되면 여운별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적디적은 재산을 가지고 두 집안에 의해 피를 빨리게 될 것이 뻔했기에 여운초는 곁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지켜만 보면 되었다.여운초가 여천우와 말했듯이 여운초는 자신의 재산을 일전 한 푼도 그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지만 자신의 재산이 아닌 것은 전부 그들에게 돌려줄 것이다.추미자는 예전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꾸며진 큰 방에서 살았지만 정작 별장 주인인 자신이 가정부와 함께 방을 쓰게 된 기억을 떠올린 여운초는 집사에게 지시했다.“이 방을 깨끗이 청소하세요. 이 방을 다시 새로 꾸밀 거예요.”이 큰 방이 바로 주인의 방이다.여운초는 먼저 금고를 그녀가 지금 사는 방으로 옮기라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