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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이때 고급 차 여러 대가 천천히 다가왔고, 그중 한대는 롤스로이스였다. 바로 태윤의 차였다. 차들은 길가에 잠시 정차했다. 태윤은 창문을 내려 얼굴에 칼자국 흉터가 있는 남자를 쳐다본 후 큰 소리로 불렀다.

“동명아! 너 여기서 뭐 해?”

“잠깐 물건 좀 사려고 내렸는데 누가 내 차를 긁어버렸어.”

“네 차를 긁은 사람은 어디갔어?”

태윤은 본능적으로 말했다.

“차 긁고 간 사람 내가 찾아줘?”

“아냐, 필요 없어. 이미 번호도 받았어. 수리 다 하고 나면 청구해야지. 어차피 관성에서 이 이동명의 손아귀를 벗어날 순 없으니.”

이동명은 차로 돌아가 시동을 켜면서 태윤에게 말했다.

“가자.”

태윤은 그의 말을 듣고 더 말을 하지 않고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차량 수 대가 빠르게 빠져나갔다.

하루가 참 빠르게 지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저녁이 됐다.

예정은 학생들이 야자시간이 시작되면 효진과 먹을 저녁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언니의 전화를 받았다.

“예정아, 내가 오늘 하루 종일 생각해봤는데, 정말로 다른 방법이 없어서, 너한테 말하는 거야.”

“무슨 일인데 그래?”

“오전에 쇼핑하고 나오는데 우빈이 유모차 밀고 가다가 벤츠를 살짝 박았어. 그런 차는 조금만 고쳐도 비용이 엄청나게 들잖아. 그래서 계산을 해봤는데, 내 비상금을 다 털어도 모자랄 것 같더라고. 형부한테 말했다가는 진짜 끝장날 것 같아서. 그리고 내가 저지른 일은 내가 해결하라고 할 것이 뻔해. 하나도 안 도와줄 거야.”

언니의 얘기를 다 들은 예정은 마음이 급해졌다.

“언니, 진정해. 일단 차 수리비가 얼만데?”

“지금은 모르지. 차주가 내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더라고. 수리 다 하고 나면 청구하겠다고 그랬어.”

“언니, 언니랑 우빈이가 아무 일 없으면 됐어. 차 수리비가 얼마든지 내가 내줄게, 빌려줄 수 있어. 걱정하지 마.”

예진은 목이 메는 듯했다.

“예정아, 언니가 정말 너한테 도움이 안 된다. 이런 일까지 너에게 부탁하니까 말이야.”

“언니,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너무 힘들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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