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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이날 저녁 예정은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계속 꿈도 꿨다. 다음날 일어났을 땐 기운도 없는 듯했다.

예정은 여느 때처럼 전날 입었던 옷을 빨아 베란다에 널러 갔다. 그녀는 그제야 베란다에 걸린 스테인리스로 된 빨래 봉을 발견했다. 태윤이 설치해 놓은 것이다.

그렇게 큰 베란다에 다양한 꽃들도 가득 찼다. 대부분은 이미 피었거나 꽃봉오리가 올라온 상태였다. 꽃송이가 크고 심지어 화려한 그런 꽃들이었다.

잠시 이 꽃들에 예정의 모든 정신이 빼앗겼다.

예정이 옷을 다 널은 후 어제 아침에 사 온 화분 받침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 화분들을 올려주었다.

화분들과 한창 씨름하고 있는데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고 느꼈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돌려 보았다. 까맣고 검은 눈동자를 한 태윤과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고 차가웠다. 결혼한 지 며칠은 됐으니 이런 차가운 모습은 이미 적응이 된 듯했다.

“태윤씨, 좋은 아침이에요.”

예정은 인사하며 태윤을 칭찬했다.

“태윤씨, 당신이 사 온 꽃들 다 너무 예뻐요. 일은 참 잘하네요.”

태윤은 자신에게 맡겨질 일은 빈틈없이 잘 처리할 수 있다.

태윤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으면, 나한테 또 얘기해.”

사실 예정이 태윤에게 부탁한 일은 태윤에게는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알겠어요.”

예정은 웃으면서 계속 화분을 정리했다.

“근데, 어느 꽃집에서 산 거예요? 정말 잘 키워진 꽃들이에요.”

태윤은 거짓말을 했다.

“꽃가게가 한두 군데 아니야. 사실 그 꽃집 이름을 잊어버렸거든.”

태윤이 짧게 대답 하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가 한 일이 자기 마음에 들기만 하면 되니까.

“아침 뭐 사 왔어?”

태윤이 물으니까 아침거리를 깜빡한 게 생각났다. 그녀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아, 벌써 7시가 넘었네.’

그녀는 몸을 일으켜 미안하다고 말했다.

“태윤씨, 오늘 아침 사 오는 걸 깜빡했어요. 지금 가서 사도 늦지 않으니까 얼른 다녀올게요. 당신 먼저 씻으세요. 내려가서 얼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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