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윤씨, 내가 할게요.”예정은 말하면서 싱크대에 다가왔다. 태윤은 자리를 내주며 예정에게 다정스럽게 앞치마를 매주었다.”음.... 다음에는 그냥 밖에서 먹어.”"그렇게 해요."예정도 그렇게 생각했다.오늘은 양가가 만나는 날이고 상견례 의미로 뭘 좀 잘해보고 싶어서 집에서 요리하게 된것이었다. 예정은 좋은 인상을 남겨주고 싶었을 뿐이다."아까 할머니가 뭐라고 하셨어?"태윤이 갑자기 묻는다.예정은 손을 멈추고 태윤을 바라봤다. 태윤도 예정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둘의 눈이 마주치자 예정은 장난기가 어린 말투로 말했다. “우리가 방 나눠서 자냐고 물어보셨어요. 우리는 이미 혼인신고도 한 사이니, 나보고 더 대담하게 행동하라고 하셨어요. 태윤씨 옷 벗겨서 함께 자라고 하시던데요?""…."역시 할머니께서 하실 말씀이었다.“그리고 할머니께서 내년에 증손녀를 꼭 안아보고 싶다고 하시며 우리가 혹시 딸을 못 낳으면 딸을 낳을 때까지 노력하라 하셨어요. 그리고 만약에 딸을 낳으면 평생 모은 재산까지 모두 저한테 주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할머니가 평생 저축한 돈이 수천억이나 되는데…. 할머니는 정말로 장손 며느리를 중시하고 계시는구나!"할아버지 세대에 여자애 없었나요?""증조할아버지 세대에 여자애 하나 있었어, 바로 증조할아버지의 여동생이었는데 어렸을 때 다섯 살도 안 돼 일찍 돌아가셨어.... 그 후론 계속 여자애가 태어나지 않았단 말이야, 이상하게도...."태윤은 남자 형제만 아홉이었다."어쩐지 할머니께서 평생 모은 돈을 다 주신다고 하시더라구요, 딸을 낳는 게 하늘의 별 따는 듯 어려운 일이었네요."예정의 말에서 태윤은 뭔가 그녀가 여우 꼬리를 드러내기라도 한 듯, 혹시 할머니의 재산을 탐내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며 꼭 그녀의 목적을 찾아내겠다고 생각했다.’어쩐지 할머니에게 잘 대해준다고 했어, 그래서 할머니는 내 생각도 무시한 채 이 결혼시켰고....’남편이 답이 없자 예정은 고개를 돌려
예정은 속으로 미안하지만 아직 서로 달래고 그럴 관계까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어찌 되었든 둘은 앞으로 같이 살아가야 하고 태윤이가 어떻게 화를 내든 간에 자기를 쫓아내지 않는 한 다 상관없다고 생각했다.예정은 설거지를 마치고 다시 주방을 깨끗이 치운 뒤 방도 한 번 쭉 닦았다. 그리고서 베란다에 있는 그네 의자에 가서 앉았다. 밤바람이 서서히 불어오며 그네 의자를 흔들어주자 그처럼 한가하고 기분 좋은 일이 없었다.지금의 베란다는 마치 작은 정원처럼 식물로 가득 차 있다. 피어나는 꽃들을 바라보며 예정은 자기도 모르게 다시 한번 태윤의 효율적인 행동에 감탄했다.차분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차차 베란다를 향해 다가왔다. 곧 베란다에 나타난 태윤은 예정이 그네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태윤은 종이 두 장을 예정에게 건네준다."뭐에요?"태윤은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보면 알게 될 텐데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 같았다. 예정이 종이를 건네받고 내용을 읽어보니 합의서였다. 태윤이 협의서를 두 장 인쇄한 것도 의미가 분명했다. 한 사람당 하나씩 가지고 있자는 뜻이었다. 심지어 태윤은 이미 서명도 했고 개인 도장까지 찍었다.'어머, 엄청 진지하네....'예정은 발끝으로 땅을 디디며 그네 의자를 밀어 다시 흔들었고, 의자에 기대어 태윤이 써놓은 합의서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합의서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합의서를 읽어보니 중점은 단지 이것뿐이었다. 아직 감정적 기초가 없는 상황이니 명목상의 부부관계만 유지하면 되는 것이고, 예정은 태윤의 몸에 집착하지 말고 거리를 두자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만약 반년 안에 둘 사이에 여전히 감정이 나타나지 않아 결국 이혼하게 된다면, 태윤은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을 예정에게 양도하고 지금 운전하고 있는 자동차도 함께 예정에게 양도할 것이라는 내용도 적혀있었다. 합의서에 특별히 강조한 것은 예정이가 할머니의 재산에 손을 대면
예정은 펜을 받아 합의서에 이름을 사인했다. 태윤은 인주를 가져와 손가락 지문을 누르게 했다. 사인 된 합의서는 둘이 각각 하나씩 보유하기로 했다.예정은 합의서를 아무렇게나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태윤은 예정의 이런 제멋대로인 모습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좀 불편했지만, 뭐라 말을 하기가 그랬다. 결과적으로 그가 작성한 합의서이고, 합의서의 조건은 대부분 예정을 겨냥하여 짠 내용이었는데 예정은 합의서에 조건을 하나도 추가하지 않았다."오늘도 하루 종일 피곤했으니 일찍 쉬어.""태윤씨도요. 전 여기 잠깐 앉아서 꽃구경 좀 할게요. 작은 정원 같은 큰 베란다를 갖는 게 꿈이었는데 이제 소원이 이루어졌으니 정말 기분이 좋은 일이네요.”그녀는 합의서에 대하여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과 결혼을 한 것은 정말 아무런 의도가 없었던 것인가? 모든 게 다 나의 의심일 뿐이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렇게 화를 내지 않고 빙그레 웃을 수 있는 거지?'태윤은 예정을 잠시 바라보다가 돌아섰다. 그러고는 곧 차 키를 들고 집을 나섰다."태윤씨, 어디로 가는 거예요?""음, 그럴 일이 있어. 기다릴 필요 없으니 문만 좀 열어두면 돼.""제가 태윤씨를 왜 기다려요?”태윤은 그 말에 목이 메였다. 예정의 대답은 마치 태윤의 뺨을 때리는 것 같았다.'예정에게 한 방 맞은 것 같아.'태윤은 술을 마시러 이동명을 찾아갔다. 이 합의서는 분명히 예정을 난처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예정은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태윤의 마음만 답답해졌다. 아마 처음으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런 느낌을 받아서인 것 같다.예정은 태윤의 합의서가 어떻게 쓰였어도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이 말인즉 자기가 이렇게 잘 생겼어도 그녀는 사랑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몸매도 이렇게 좋은데 그녀는 자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아니.... 태윤이 넌 도대체 뭘 불평하고 있는 거야? 예정이 그렇게 눈치를 잘 보니 기뻐해야 할 일이잖아, 적어도 그렇게 뻔뻔
'우린 단지 명목상의 부부일 뿐이니 내가 취하였다 해도 보살핌 같은 거는 필요 없어! 그녀가 내가 취한 틈을 타서 무슨 일을 할지 누가 알겠어?'태윤은 서른이 다 되도록 아직 첫 키스를 보유하고 있는 순정한 남자였다. 그는 여태껏 사랑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할머니는 늘 정을 모르는 무정남이라고 욕하셨지만, 사랑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던 그는 할머니의 거듭된 설득하에 결국엔 예정과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태윤은 모든 주머니를 다 뒤졌지만, 집 열쇠를 찾지 못했다. "......칠호야, 사모님을 깨워봐."그는 아마도 외출할 때 열쇠를 챙기지 않은 것 같았다.경호원은 곧 문을 두드린다.예정은 이미 잠들어 있었지만, 잠귀가 밝은 그녀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거 같아 잠에서 깨어 조용히 귀를 기울였는데 정말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일어나 문을 열려고 옷장에서 겨울 외투를 꺼내 입고 나서, 문을 열러 나갔다.문이 열리고, 태윤과 칠호 경호원은 예정이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고 있는 것을 보고 둘 다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10월이라고 하지만, 아침과 저녁쯤만 좀 시원할 뿐이지, 낮에는 꽤 더운 날씨였다. 아무튼 겨울 외투를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안녕하세요, 대리운전입니다, 댁의 남편이 술에 취하여 모셔다 드리러 왔습니다."반응이 빠른 칠호 경호원은 일단 거짓말부터 하고 태윤과 차 열쇠를 함께 예정에게 건넸다. 태윤을 받아 부축한 예정은 순식간에 자신이 소 한 마리를 부축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 무거웠다!"네, 감사합니다."예정이가 칠호 경호원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자, 경호원은 괜찮다고 하면서 큰 도련님을 한번 훔쳐보고는 얼른 도망갔다.문을 닫고 잠근 예정은 걸음이 무거운 태윤을 부축하며 방을 향해 갔다."왜 술을 이렇게나 많이 마셨어요? 아휴! 이 술 남새!" 태윤은 너 때문이라고 투덜거렸다. "합의서에 태윤씨 방은 나의 금지 구역이라는 내용이 있으니, 당신 혼자 들어가야겠어요.
주말에는 가게에 별로 손님이 없어 사실 가게문을 열지 않아도 된다.예정이 가게에 간 이유는 조용한 환경에서 자신의 온라인 가게에 올릴 수공으로 된 물건들을 제작하기 위해서이다.그때 효진도 가게에 왔다.그녀는 예정이 가게에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놀라 한다. "오늘 일요일인데 왜 왔어? 평소엔 조카 데리고 공원에 놀러 가지 않았어?""온라인 가게에 새로운 물건들을 좀 올리려고."예정은 손을 멈추지 않으며 친구를 올려다보았다. "너는? 왜 온 거야?""말도 말어, 엄마가 어찌나 잔소리하시는지.... 그래서 가게에 도망왔어.”"아줌마가 또 잔소리를 하셔?""그날 밤 연회에 갔었잖아, 재벌 사위 하나 낚아올 줄 모른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우리 엄마는 재벌 사위가 쉽게 낚일 줄 알아, 자기 딸이 어떤 조건인지도 생각해보지 않고 말이야. 내가 뭐 천하제일 미인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그 말에 예정은 피식 웃었다.천하의 부모들은 대개 이런가 보다. 자식들이 가정을 꾸릴 나이만 되면 자식들의 혼사에 신경 쓰기 시작한다. 스물대여섯 살은 예전에 조혼하던 시절에 비하면 확실히 나이가 많은 편이지만, 지금 시대에 놓고 말하면 아직 이른 나이다."엄마는 또 고모한테 소개팅 시켜달라고 하셔서 오늘 밤 무슨 카페에서 소개팅하래, 커피 한잔까지 하면 새벽까지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너 오늘 밤 나랑 소개팅 같이 가는 건 어때?"'안가!"예정은 머리를 빠르게 흔들었다."우린 절친 아니니? 서로를 위해서라면 바지까지 벗어줄 수 있는 관계잖아!”"아니, 가서 바지 벗어줄 사람 따로 찾아."”소개팅이 끝나면 내가 야식 사줄게""나도 야식 사 먹을 수 있거든, 네가 살 필요 없어."예정은 친한 친구 소개팅 자리에 가고 싶지 않았다, 만약 소개팅 상대가 자기를 마음에 들어 할까 봐 걱정이 앞섰다.예전에 다른 사람한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누군가 시누이를 데리고 선을 보러 갔는데, 소개팅 상대가
할머니는 예정으로 부터 구리줄로 짠 수공예품을 건네받았다. 정말 정교하게 짜여 있었다. 할머니는 그것을 집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하여 놓았다. 설령 그 물건들이 별로 가치가 없더라도, 그것은 손자며느리의 예쁜 마음이다.집에 방문하러 온 손님들은 그 수공예품들을 보면서 예정의 손재주에 감탄했고, 할머니는 틈을 타서 예정의 가게를 추천하셨다. 그 사람들이 수공예품을 조금씩 사기 시작하면서 어느덧 가게의 단골손님이 되었고, 예정의 온라인 가게의 판매량은 부쩍이나 늘어났다."할머니, 물 좀 드세요."효진은 전씨 할머니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고마워, 효진아, 오늘도 가게에 있었구나.""아휴, 엄마가 어찌나 선을 보라고 재촉하시는지.... 가게에 숨어서 좀 조용히 있으려고요. 자꾸 소개팅만 시키시는데 마치 팔리지 않은 데드스톡처럼 느껴져요. 오늘 밤 또 찬이 카페에 소개팅 가라고 해서 지금 예정이한테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는 중이에요.""나는 너의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지금 다른 손자 녀석들의 혼사 때문에 걱정하는 중이거든. 그 녀석들에게 선을 보라고 재촉할 수도 없고 말이야, 누구도 가려고 하지 않아. 예정아, 아니면 저녁에 효진이랑 같이 가보고 와."…."전씨 할머니는 뜻밖에도 그녀에게 효진과 함께 소개팅에 가라고 권했다."너와 효진이는 절친 아니니? 네가 같이 가서 봐주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효진은 전씨 할머니가 자기 구세주라도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예정아, 같이 가줘~ 아니, 안 가도 되, 대신 우리 엄마한테 자꾸 소개팅시키지 말라고 좀 말해줘."효진은 친구를 향해 어리광을 부리면서 말한다.전씨 할머니도 옆에서 거들자, 예정은 이기지 못하고 마지못해 응했다. "이번 한 번만이야!"”그래그래, 우리 예정이 최고야.""할머니, 예정이랑 얘기 나누고 계세요. 전 나가서 뭐라도 좀 사 올게요."효진은 선보러 같이 가자고 예진을 구슬리는데 성공하자 할머니와 손주
"뭐가 어려워? 너희들은 혼인신고까지 하였잖아, 태윤이가 적극적이지 않으면 네가 먼저 밀어붙이면 되지 뭐. 할머니는 빨리 증손주 안아보고 싶구나." "할머니, 이건 할머니께서 조급해하셔도 별 방법이 없는거예요, 제가 태윤의 엄숙한 얼굴을 보면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어요.""…."태윤은 그의 할아버지를 닮아 엄숙하고 차가운 사람이다. 전씨 할머니도 젊었을 때 남편에게 꽂혀 몇 년을 쫓아다녔었다, 온갖 방법을 다 해서야 겨우 남편을 얻었던것이다."할머니, 저와 태윤씨의 일에 마음 쓰지 마시고 그냥 내버려 두세요, 시간이 흐르면 차차 좋아지겠죠 뭐."전씨 할머니는 속으로 되뇌였다.‘내가 걱정 안 하게 생겼느냐, 내가 마음에 들어 직접 고른 손자며느리이고, 어떻게 성사시킨 혼사인데.... 만약 예정이 네가 행복하지 않으면 난 죽을 때까지 자책할게 될 거야.’"그래, 마음 편한 대로 해, 할머니가 너 대신 가게 치워줄 테니 넌 일이나 봐."할머니는 집에서도 한가할 새 없이 바삐 움직이는 분으로서, 늘 원예사들의 화초 손질을 도와주셨다. 전에는 바깥 정원의 밭까지 손질하려 하셨는데, 가족들의 거듭된 권유로 그만두셨고, 또 자기 회사에 청소부로 들어가려고 하셨는데, 말을 꺼내자마자 태윤의 어두운 낯색에 생각을 접게 되셨다.할머니는 가게에 처음 놀러 오셨지만, 반평생을 고생하며 살아오신 할머니께서 한가하게 보내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이 든 예정은 별로 힘이 들지 않는 책 정돈을 할머니에게 부탁하고는, 자기는 수공예품을 만드는 데 전념했다.먼지털이로 책장에 있는 먼지를 털어내던 할머니는 문득 일에 몰두하는 예정이가 너무 이뻐 보여서 휴대폰을 꺼내 책장 뒤에 숨어서 몰래 동영상을 찍었다. 그러고는 바로 보배 손자한테 보냈다.물론 태윤은 답장을 보낼 리가 없었다.전씨 할머니는 그가 답장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가 동영상을 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예정은 한 권의 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놀라운 새로운 발견과도
효진은 더욱 찬란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귀여운 할머니가 마음에 들었다.그녀는 아직 태윤 본인과 만난 적이 없지만, 친한 친구의 입에서 그 사람은 엄숙하고 차가운 사람이라는 것을 전해 들었다. 전씨 할머니 밑에서 어떻게 할머니와 전혀 닮지 않은 성격의 손자가 자랐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좀 지나자 전씨 가문 둘째인 전혁진이 마중 왔다.그는 보통 사람으로 위장하고 있는 할머니를 모시러 오기 위하여 특별히 할머니의 부탁대로 저렴한 차를 몰고 왔다.그의 차고에서 가장 저렴한 차는 평소 하인이 장 보러 가는 BMW 차인데, 그 차도 2억 정도 되었다. 당장 차를 사러 가기는 시간이 되지 않아, 혁진은 할 수 없이 화단 가꾸는 아저씨한테서 보통차를 빌려 할머니를 모시러 왔다."형수님, 할머니 모시러 왔어요."혁진은 가게에 들어오며 예정에게 인사를 건넸다."네, 조심히 가세요. 할머니, 집에 도착하면 문자 주시고요."예정은 할머니와 혁진에게 오늘 자신이 짠 수공예품 두 개를 건넸다. 그녀가 혁진에게 준 것은 구리줄로 짠 화분이었다.혁진은 거절하지 않고 냉큼 받았다. 그는 가게에서 형수가 만들어 놓은 수공예품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 돈으로 치면 얼마 안 되지만 매우 아름답다고 느꼈었다."이 차는 어디서 구한 것이냐?""재범 아저씨가 평소에 화학비료나 화분을 나르는 데 쓰던 것을 제가 빌렸어요. 형수는 절대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큰형이 가난한 척하고 있기에 다른 가족들도 어쩔 수 없이 함께 가난한 척을 해야 하였는데, 혁진은 오히려 재미있었다. 어느 날인가 형님이 형수님을 정말 사랑하게 되고 또 형수님이 형님한테 속은걸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너무 궁금했다.다시 말해서, 그는 큰형이 형수한테 혼나는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어쩐지 이 차가 낯이 익다고 했더니 재범이 거였구나."할머니는 휴대폰을 꺼내 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태윤아, 내가 갑자기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지금 바로 찬이 카페에 가서 과자 좀 사 오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