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숙의 웃음소리가 아주 해맑았다.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장소민에 비하면 단아하고 침착함이 부족했다.오인숙은 늘 그녀가 사모님이 될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늘 자신이 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 아니기 때문에 우아하고 침착할 필요 없다고 했다. 반면 장소민은 큰 사모님으로서 성숙하고 차분하며 고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사실 장소민도 오인숙과 비슷한 성격이었다.동서지간에 성격이 엇비슷해 두 사람은 유난히 잘 맞았다.“처음 이진을 봤을 때 마음에 들었어요?”여운초는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보이지 않을 때는 있진 씨 얼굴을 만지면서 수없이 상상해보았지만, 막상 제 두 눈으로 보니 정말 의외였어요. 제가 만진 거랑 너무 달랐거든요. 물론 너무 만족하죠. 아주 만족해요. 제 고모도 저한테 이진 씨한테 잘해 주어야 한다고 늘 말하세요.”“이진 씨를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 덕분이라면서. 저의 작은고모는 심지어 저보다 이진 씨한테 더 잘해줘요. 우리 고모는 옛날에 저를 가장 예뻐했었는데.”여운초의 겉으로 작은고모가 전이진을 너무 편애한다면서 말하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여운초의 작은 고모 여준희는 조카사위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전이진의 우수함으로 보면 그는 여운초보다 더 좋은 여자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여운초를 선택했다.조금도 싫어하지 않고 심지어 여운초의 눈을 치료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예진 리조트를 찾아다녔는지 모른다.예준일에게 수많은 눈총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견지하여 예진 리조트로 다니면서 정겨울을 전씨 가문으로 초대하는 데 성공했다.여준희는 여운초에 대한 전이진의 진심이 여운초가 전생에 나라를 구해 얻어온 복이라고 생각했다.전이진이 여운초와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이 전씨 할머니 덕분이라는 것도 잘 알았지만 말이다.어쩌면 애초에 전이진은 여운초에게 감정이 없었지만, 그냥 시도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여운초에게 감정이
전이진은 알아서 모두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다주고는 과일과 간식을 들고 나왔다.전이진은 바둑판 위의 바둑알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꺼냈다.“숙모, 이 판은 고의로 삼촌에게 난제를 내주신 것 같은데요. 삼촌 바둑 실력으로 보면 내일까지 생각해도 바둑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실 것 같은데요.”전현국의 바둑 솜씨는 정말 형편없었다.전현국은 바로 굳은 얼굴로 전이진을 노려보았다.바둑 실력이 아무리 형편없어도 조카에게 놀림을 받는 것이 싫었던 모양이다.그래도 어르신인데 체면이 서지 않았다.전이진은 헤헤 웃으며 코를 만지다가 다시 오인숙을 보았다. 오인숙이 전현국을 꾸지람하기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말이다.전현국에게 야단맞는 것을 막기 위해 오인숙에게 아련한 눈빛을 보냈다.전현국은 분명히 바둑 실력이 매우 구렸지만,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는 것을 꺼렸다.오인숙은 전이진의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더니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바둑을 좀 접어두세요. 나중에 또 저와 한 판 해요.”“됐어. 난 이진이랑 할 거야. 이진아, 이번 주말은 아무 데도 가지 말고 나랑 바둑 좀 두자. 나랑 바둑 두지 않으면 내가 널 볼 때마다 말할 거야. 네가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전이진이 바로 용서를 빌었다.“삼촌, 제가 잘못했어요. 제 입이 탈이네요. 삼촌 실력이 너무 훌륭하세요. 제발 절 용서해 주세요. 제가 셋째 삼촌과 바둑을 두면 3분도 안 걸려 바로 질 걸요. 그럼 얼마나 재미가 없어요. 그래도 숙모랑 해요. 숙모는 바둑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재미있으실 거예요.”그들이 만약 전현국에게 잡혀서 바둑을 두게 되면 일부러 져주기 때문에 바둑 한판이 몇 분도 안 지나 곧 끝나게 된다. 그러면 전현국은 도전성이 없어 재미가 없다고 느끼면서 그들을 더는 잡지 않았다.오인숙은 남편을 나무랐다.“운초 씨의 눈은 아직 치료 중이에요. 이진이가 매일 운초 씨에게 약을 달여 주어야 하는데 당신과 바둑을 둘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저와 바둑을 두고 싶지 않다면 방학이 되면
“노랑이가 운초 씨 품에 안기는 것 좀 봐요. 내가 안으려고 하면 날 때리기까지 하면서 뛰어가더니.”여운초가 애완 고양이를 안은 장면을 보고 전이진이 깜짝 놀라 한마디 내뱉었다.오인숙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누가 전에 발로 차서 원한을 맺으라고 했어? 노랑이는 확실히 부드러운 사람을 좋아하긴 하지.”“제가 사납게 생겼어요?”전이진은 자신이 무섭지 않다고 생각했다.“너희 형제 중 누가 부드럽다고 생각해? 노랑이는 사실 엄청나게 똑똑하거든. 너희들이 위선적인 부드러움은 느낄 수 있었을 거야.”“이름이 노랑이에요? 귀엽네요.”“온몸이 노란색이라 노랑이로 이름 지어 주었어요. 이런 고양이는 무척 귀여워요. 만약 좋아한다면 이진이 보고 한 마리 사 오라고 하세요. 사람한테 엄청나게 달라붙어요. 저녁에 잘 때도 옆에서 붙어 자기를 좋아해서 자꾸 우리 품에 안겨서 자거든요.”여운초는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지금은 키울 시간이 없어요. 태윤 씨도 애당초 고양이와 개를 형수님께 선물했지만, 형수님도 키울 시간이 없어 숙희 아주머니에게 맡겼잖아요. 애완동물들은 키워주는 사람들이랑 더 친하거든요.”오인숙은 하예정의 고양이와 강아지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그건 그래요. 양씨 아주머니가 너무 잘 먹여서 돼지처럼 살이 쪘잖아요. 다이어트가 좀 필요하죠.”전이진과 여운초는 정현국 집에서 한참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중심 별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전이진은 부엌으로 들어가 요리하기 시작했다.여운초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전이진이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전이진은 하예정에 부탁해 여운초를 데리고 나가서 아름다운 노을 풍경을 보러 가라고 했다.여운초와 하예정은 정원에 있는 정자 아래에 앉았다. 주위에는 분수와 작은 다리가 놓여 있었고 그 밑에서 물들이 졸졸 흘렀다.이것이 바로 진정한 정원이었다.“여운별이 나왔어요.”여운초가 입을 열었다.하예정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내년에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벌써 나왔어요? 안에서 표현이 좋아서 감형받고 미리 나온 걸까요
여운초는 여운별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여운별의 배후에 있는 사람을 경계해야 했다.그 공씨 성을 가진 사람도 어떤 신분인지 아직 잘 몰랐다.“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운별이를 상대하는 것쯤이야 모두를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어요. 저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 다만 운별이가 나오자마자 공씨 성을 가진 사람에게 연락했는데 그 공씨 성을 가진 사람이 어떤 신분인지 저는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해요.”“이진 씨는 태윤 씨에게 부탁해 소 대표님께 그 공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겠다고 해요. 상대방의 속내를 잘 모르고 있다가 혹여 저한테 손을 쓰게 되면 제가 꼼짝없이 죽을까 봐 걱정하는 모양이에요.”하예정이 이내 말을 이었다.“제가 효진이한테 부탁해 볼게요. 효진이가 정남 씨한테 말하면 되는 일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고마워요.”“별말씀을. 저는 우리가 모두 다 행복하고 하는 일들이 순조롭기만을 바랄 뿐이에요.”여운초는 웃으며 말했다.“순조롭게 잘 살길 바란다고 하지만 사실 평생 잘 되는 사람은 많지 않은걸요.”“하긴, 그래요.”하예정은 정자 밖의 하늘을 보며 조용하게 말했다.“날씨가 변할 것 같아요.”“가을이 깊어져서 그런가 봐요. 확실히 날씨가 변할 것 같아요.”“참, 정 선생님께서 임신이 힘들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된 일이에요? 방금 둘째 숙모가 계셔서 여쭤보기가 곤란했거든요.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이 사상이 진보적인 건 맞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아기를 빨리 낳기 바라고 계실 테니까요.”전이진 형제들은 더는 나이가 젊은 편이 아니다.동갑내기들은 진작에 아빠가 되었고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두 아이의 아빠로 되었다.여운초의 눈빛이 갑자기 차갑게 변했다.“정 선생님께서 우리 엄마는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하셨어요.”하예정은 그제야 여운초의 몸이 손상된 원인이 추미자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정말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네요! 머리에 뭐가 들어있는지 참 궁금하네요. 마음이 어떻게 그렇게 모질 수 있어요? 그래도
“이런 얘기 그만 해요.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해요.”“그러게요. 우리 삶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런 사람들은 이미 법의 처벌을 받았어요. 참, 운초 씨 동생이 나왔는데 아마 천우 씨도 찾으러 갈 거예요. 전화해서 천우 씨에게 알려줘요.”여운초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운초와 운별이야말로 같은 부모님을 두고 있어요. 천우를 찾아가는 것도 정상이에요. 이제 천우도 성인이 되었으니 스스로 결정을 내릴 거예요. 저는 늘 천우의 모든 선택과 결정을 존중했거든요.”하예정은 잠시 생각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그럼, 그대로 내버려두세요.”모든 형제자매가 전씨 가문 사람들처럼 화목하고 사이가 좋은 건 아니었다.여운별과 여천우는 비록 아버지가 다르지만 같은 어머니를 두었다. 게다가 그들 아버지도 친형제였기 때문에 두 사람 몸에 모두 여씨 가문의 피가 흘렀지만 서로 원수처럼 지내면서 살아왔다.전씨 할머니와 정겨울은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서원 리조트로 돌아왔고 예준하도 성소현을 데리고 돌아왔다.전태윤의 사촌 동생 전지율이 개학하여 못 돌아가는 것 빼고 관성에 있는 다른 사람들 모두 리조트로 돌아갔다.날이 어두워지고 집마다 등불이 켜질 때쯤 서원 리조트도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한편 관성 호텔.평범한 옷차림의 남자가 호텔에 들어갔다. 호텔은 매일 유동인구가 많고 손님들이 들락날락했기 때문에 그 평범한 남자는 사람들 눈에 띄지 못했다.그 남자는 호텔에 들어간 뒤로 익숙한 듯 엘리베이터 입구 앞에 도착하여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곧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남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에 나온 남자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그제야 목표를 찾았고 그 방문을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방문이 열렸다. 문을 연 사람은 젊은 남자였다.남자는 곧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문이 닫히자 나이 많은 남자가 젊은 남자에게 말했다.“가주님께 말씀드려. 내가 얼마 전에 신청한 전화번호를 쓰지 말라고. 누군가가 지금 조사하고 있으니까.
그때 이은화는 이윤정이 그녀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다. 단지 이윤정을 수년간 키웠지만, 여전히 이은화의 뜻대로 우수하지 못했기에 비서를 급하게 이윤정에게 배정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 뿐이다.다행히도 배정해 주지 않았다.아니면 이윤미의 특별 비서를 다시 뽑아서 배양해야 했다.이런 특별한 비서 한 명을 양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이씨 가문은 후계자를 결정한 뒤 특별 비서를 양성하여 다음 후계자가 임명되기까지 종종 십여 년, 심지어 2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그리고 적합한 사람을 고르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특별 비서를 고르려면 일단 능력이 강해야 하고 또 충성심이 강한 사람이어야 특별 비서의 조건에 적합하다.“알겠습니다.”공 비서는 곧 방에서 나왔다.그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또 남성이기도 했고 친구를 만나러 온 듯한 인상을 주었기에 누구의 눈길도 끌지 않았다.공 비서가 관성 호텔을 떠난 뒤에야 경호원은 공 비서가 왔었다는 사실을 이은화에게 알려주었다.이은화는 그녀가 공 비서에게 새 번호를 사달라고 부탁한 것이 이렇게 빨리 조사를 받은 것을 알고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한참 뒤에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그럼 취소하라고 해. 관성은 역시 능력이 강한 사람이 많군.”이은화가 쉽게 비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잠시 후 이은화는 경호원에게 물었다.“여운별 씨가 무슨 움직임이 있었어? 여씨 가문의 별장도 못 들어간 거 아니야?”여운별은 성질이 더러운 것 외에는 정말 아무런 쓸모가 없었지만 그런 쓸모없는 사람만이 소식을 알아봐 줄 수 있었다.지금 관성에서 감히 위험을 무릅쓰고 이은화를 도우려고 하는 사람은 오직 여운별뿐이었다. 여운별은 하예정과 여운초를 무척 싫어했고 하예정 일행이 불행하게 지내는 것을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하여 이은화는 여운별을 찾을 수밖에 없다.경호원이 대답했다.“둘째 아가씨는 두 고모의 셋방에 가셨고 지금도 그곳에 있어요. 그리고 둘째 아가씨는 지금 누군가가
관성의 10월 날씨는 여전히 덥고 아침과 저녁에만 늦가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하예정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언니네 세 식구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준 뒤 주민등록증을 챙겨 조용히 떠났다."오늘부터 우리 더치페이로 해, 생활비든, 주택 대출이든, 자동차 대출이든 모두 더치페이로 해! 여동생도 우리 집에 얹혀사니 절반쯤을 내놓으라고 해, 한 달에 30여만 원을 주면 뭐 해? 공짜로 먹고사는 거랑 뭐가 다른데? ”어젯밤 언니와 형부가 다퉜을 때 그녀가 형부에게 들은 말이다.언니 집에서 나가야 해!하지만 언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는 것뿐....예정은 비록 남친도 하나 없지만, 단기간에 시집을 가기 위하여 우연히 구한 적이 있는 전씨 할머니의 부탁을 듣고 결혼이 어렵다는 큰 손자 전태윤에게 시집을 가기로 했다.20분 후, 그녀는 구청 입구에서 내렸다.”예정아.”차에서 내린 그녀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는데 전씨 할머니셨다.”전 할머니.”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예정은 전씨 할머니 옆에 서 있는 키가 크고 차가워 보이는 한 남자에게 눈길이 끌렸는데, 바로 그녀의 결혼 대상인 전태윤이 아닐까 싶다.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태윤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씨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큰 손자인 태윤은 서른이 다 되도록 여자 친구 하나 없어 자신을 크게 걱정시킨다고 했었다. 예정은 아마도 매우 못생긴 남자이리라 추측했었다.들은데 의하면 어느 큰 그룹의 경영자로 수입도 아주 높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직접 만나보고 나서야 자신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차가워 보이는 성격으로, 전씨 할머니 옆에 서서 어두운 얼굴로 마치 낯선 사람 접근 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선을 살짝 돌려 보니,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승용차가 한대 서 있었다. 다행히도 억대의 고급차는 아닌 보통 수준의 자가용이었다. 이를 본 예정은 그녀와 태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느껴졌
"약속하였으니 지킬게요."예정도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린 거라 다시 후회할 생각은 없었다.태윤은 이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주민등록증를 꺼내 앞에 내놓았다.예정도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증을 꺼내 놓았다.두 사람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재빠르게 결혼 절차를 밟았다.혼인 신고가 끝나자 태윤은 바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둔 열쇠를 꺼내 예정에게 건넸다. "주택은 발렌시아 아파트구에 있는데 할머니한테서 관성 중학교 입구에 서점을 차렸다고 들었어, 그쪽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깐 버스로 십여 분이면 갈 수 있을 거야.""운전면허증은 있어? 운전면허가 있으면 차 한 대를 제공해 줄게, 계약금은 내가 내줄 테니 매달 차 대출금을 갚아, 차를 가지고 다니면 출퇴근이 편할 거야.""나는 일이 바빠 보통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와, 그리고 때로는 출장을 가기도 하는데, 자기 절로 제 몸만 잘 챙기면 돼. 생활비는 매달 10일에 급여 받으면 넘겨줄게.""그리고 시끄럽지 않게 결혼한 사실은 잠시 비밀로 해줘."태윤은 회사에서 남을 부리는 게 습관이 됐는지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연달아 분부하였다.예정이 초고속 결혼을 한 이유는 언니가 형부와 다투는 것을 원치 않아 하루빨리 결혼하여 언니 집에서 나와 언니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녀에게 이 결혼은 그저 계약 결혼에 지나지 않았다.태윤이 집 열쇠를 주자 예정은 사양치 않고 열쇠를 건너 받았다."운전면허증은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차를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고 다녔었는데 금방 새 오토바이로 바꿨어요."“저기...... 태윤씨, 우리도 생활비를 더치페이로 할까요 ?"언니와 형부는 좋은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형부가 더치페이란 말을 꺼내는 걸 보면...... 아마도 형부는 언니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아이 하나 잘 돌보고, 장보고, 밥하고 거기에 집 청소까지 하는 데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