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이 아직도 떠나지 않은 것을 본 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물었다."왜 그래요?"입술을 감쳐 물은 전태윤이 말했다."괜찮아.""나, 먼저 회사로 갈게.""그래요."하예정은 대충 대답한 뒤 고개를 돌려 계속해서 설거지를 이어갔다.전태윤은 그녀의 뒷모습을 그윽하게 몇 번 보고 나서야 주방을 나섰다.주우빈과 놀던 전씨 가문 할머니는 손자가 나온 것을 보자 퍽 기분 나빠하며 말했다."태윤아, 예정이 설거지하는 거 돕지 않고 뭐해. 점심 내내 요리하느라 힘들 텐데."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아내를 참 아꼈다. 그녀가 보기에 그녀의 아들들은 며느리에게 다정하고 사랑을 듬뿍 주는 것 같은데 왜 손자에게로 오니 손자며느리를 아끼는 모습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예정이가 제 도움은 필요 없대요. 할머니, 저 먼저 회사로 돌아가 볼게요."전태윤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 뒤 할머니 앞을 지나쳐 걸어갔다.전씨 가문 할머니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전태윤은 빠른 걸음으로 이미 서점 밖으로 나간 뒤였다. 그녀는 끝내 속으로 한숨만 내쉬며 말을 삼켰다.이내 전태윤은 차를 몰고 관성중학교 입구를 벗어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정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무슨 일이야?"마침 전태윤은 신호에 걸려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었다."네 막내 처남이라고 할 수 있는 하지철 잡혀갔는데?""그거 내 처남 아니야."전태윤은 차가운 목소리로 친구가 말한 호칭을 정정했다.그와 하예정의 냉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 부부 관계가 얼마나 더 유지될지 알 수 없어, 하씨 집안 사람들은 그는 친척으로 여기지 않았다.하예정마저도 친가 사람들을 가족으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그래, 그래. 네 처남 아니야."소정남은 하씨 집안 사람이 하예정 자매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어 자신이 방금 전에 한 농담은 확실히 과했다고 생각했다."하지철이 양아치들을 데리고 하예정을 막았는데 도리어 얻어만 맞고, 신고당해서 같이 구류 당했대."하예정은 다치지 않았기
어쩐지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다 했더니, 둘 다 똑같은 사람이었다.조금 속되지만 곧장 돈을 주는 방법이라.가게에 있을 때에 전태윤은 이미 하예정에게 성소현이 주는 해산물을 받으면 빚을 지는 것이니 그냥 받으면 안 된다고 돈을 보낼 테니 다시 성소현에게 주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하예정의 반박에는 받아칠 구석이 없었다.두 사람은 이미 서로 친구를 삭제했고 하예정은 아예 그의 번호까지 차단했다.친구를 추가하지 않으면 어떻게 돈을 보낸단 말인가?전태윤은 조금 후회가 됐다. 아량이 넓지 못하고 속이 좁아 아주 조그마한 오해로 아내와 냉전하며 그녀를 삭제한 것이 너무 후회가 됐다.이제 다시 추가를 하고 싶어도, 깔린 멍석이 없었다.…...유진 테크.대표 사무실에서 나오는 주형인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상사가 밝은 얼굴로 돌아온 것을 본 서현주는 얼른 그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서며 사무실의 문을 자연스레 닫았다."주 사장님, 대표님이 뭐라고 했는데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여요?"대표가 사인한 서류를 내려놓은 주형인은 서현주의 팔을 잡고는 가까이 끌어당긴 뒤 그녀의 허리를 안고 배시시 웃었다."맞혀봐, 현주야.""승진 시켜준대요? 아니면 연봉 인상?"주형인은 고개를 저었다.그의 위로 두 명의 부대표가 있었다. 그 부대표 중 하나는 대표의 친구였고 다른 하나는 대표의 친동생이라 주형인이 부대표로 승진할 리가 없었다.사장까지 된 것만 해도 주형인은 이미 만족했다.연봉 인상도 불가능했다. 기껏 해 봐야 상여금이 더 는 정도였고, 게다가 부수입까지 있어 상여금은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뭐예요, 싫어요. 얼른 말해줘요, 무슨 일인데요?"서현주는 애교를 부리며 물었다.주형인은 그런 서현주의 뺨에 입을 맞춘 뒤 조용히 말했다."키스하게 해주면 알려줄게.""뭐예요, 방금 했잖아요."주형인은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서현주는 주형인의 눈빛에 마음이 흔들려 끝내 주형인의 목을 끌어안고 아래로 당겨 먼저 입술을 맞췄다.프렌치 키
"지금은 뚱뚱하고 못생겨서 데리고 가면 내 체면만 깎이고 우스갯거리나 되고 말 거야."말을 마친 주형인은 서현주의 예쁜 얼굴을 감싸 쥐며 칭찬했다."그 사람 지금 어디 너만 하겠어? 현주야, 난 지금 온통 너뿐이야. 그 사람에게 정말 일 말의 감정도 없어.""지난번에 칼을 들고 내 뒤를 쫓아왔던 일을 난 지금도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어. 비록 나한테 사과도 하고 전보다 더 잘해준다지만 난 도무지 용서가 안 돼. 만약 내가 빨리 도망가지 않았다면 그날, 분명 날 찔러 죽였을 거야.""그 여자는 악독한 여자야. 이렇게 오래 알고 지내면서 그렇게 악독한 사람인지 그날에서야 깨달았어. 우빈이만 아니었다면 정말 그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 게다가 우리 엄마랑 누나도 그러는데, 그 집은 내가 선금을 내고 결혼 전에 산 데다 대출도 내가 갚고 있는데 왜 나 말고 하예진 혼자 지내는 건데?""하예진은 우리 가족과도 사이가 안 좋아. 현주야, 너 우리 부모님이랑 누나 만나봤었잖아. 어떤 것 같았어?"서현주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되게 좋은 분들 같았어요. 부모님이든 누나, 매형이든 다 편하고 예의 발랐어요."그녀는 주씨 집안 사람들 앞에서 주형인에게 세심하게 대하고 지극정성으로 살펴주었었다. 주씨 집안 사람들이 눈이 먼 것도 아니니 주형인과 그녀의 관계를 못 알아 봤을 리가 없었다.비록 주씨 집안 사람들은 그녀에게 열정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내연녀라는 이유로 불친절하게 대하지는 않을 정도로 교양은 있었다.그러다 그녀가 주형인에게 아주 해주는 것을 보자 김은희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고, 주서인은 아예 그녀를 데리고 쇼핑을 하며 아주 비싼 새 옷도 여러 벌 사줬었다."우리 가족이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데, 평소에 하예진에게도 엄청 잘해줬어. 하지만 하예진은 우리 가족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못했지. 우리 부모님이 못 해준다고 하도 우리 누나가 나쁘다고 하고, 어찌 됐든 하예진의 눈에 우리 가족은 다 나쁜 사람이고 자기는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었다니까."
주형인은 곧바로 하던 일을 내려놓고 서현주를 데리고 나갔다.그는 사장이었고 서현주는 비서라 평소 외근을 할 때면 늘 서현주를 데리고 나가 두 사람이 함께 회사를 나간다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다만 청소를 하는 이모는 회사 입구에서 주형인이 서현주를 태우고 떠나는 것을 보자 나이 든 경비원에게 말했다."주 사장은 매일 서 비서랑 같이 다니는데 예진이는 주 사장이 바람피울까 봐 걱정도 안 된대요?"하예진도 예전에 이 회사에서 일한 터라 오래된 직원들은 아직도 하예진을 기억하고 있었다.그 말에 청소 이모를 보는 경비원의 표정은 소식 참 느리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주변에 사람이 있나 둘러본 다음에야 소리를 낮춰 청소 이모에게 말했다."당신은 매일 청소하면서 회사 모든 곳에 다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이, 이 정도도 모르는 거야? 주 사장이랑 서 비서 진작부터 만나고 있었어. 모르고 있었어?"청소 이모는 깜짝 놀라더니 이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았대?""눈이 있는 사람은 다 알지. 퇴근하고 나면 서 비서는 늘 예쁘게 차려입잖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고, 몇 백만 원짜리 루이비통 가방을 메고 다니는데 서 비서 월급으로 그게 가당키나 해? 서 비서는 평범한 집이란 말이야.""당연히 주 사장이 옷이며 가방이며 목걸이며 이것저것 사준 거지. 퇴근한 뒤에 두 사람이 밤에 같이 밥 먹는 걸 본 사람도 있어. 어쨌든 저렇게 가까워 보이는데 안 만난다면 누가 믿어?"청소 이모가 말했다."예진이는 아직 모르고 있는 거겠지? 당시 두 사람이 결혼할 때 온 회사 사람을 하객으로 불렀는데. 우린 그때 예진이가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다 기억하고 있단 말이야. 결혼식 날 정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예뻤지.""이제 몇 년이나 지났다고 주 사장은 마음이 변해. 남자는, 역시 돈깨나 만지면 다 나빠져."그녀는 하예진이 못내 가여웠다."예진이는 요 몇 년 주 사장 자주 안 찾아와서 주 사장의 일은 모를걸. 아마 주 사장이 바람피우는 건
저녁 퇴근 시간이 되자 소정남은 서류 뭉치를 들고 대표 사무실을 찾았다.전태윤은 고개를 들고 그를 힐끗 보고는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소정남이 자리에 앉자 전태윤이 무심하게 물었다."비서는 어디 가고 네가 왔어?""우리 비서가 임신했잖아. 왔다 갔다 하는 게 피곤할까 봐 내가 직접 왔지. 남편이 와이프 괴롭힌다고 나한테 뭐라고 하면 어떡해."소정남은 서류뭉치를 친구의 앞에 내밀었다."확인해 봤는데 별문제 없어. 사인만 하면 돼."서류를 내려놓은 소정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스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른 뒤, 느긋하게 물을 마시며 맞은편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전태윤은 참 잘생겼다. 매일 인상만 쓰고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잘생긴 외모는 그럼에도 가려지지 않았다.이 외모지상주의의 시대에 그와 스쳤던 여자들은 대부분 그에게 빠져 잊지 못했다.하지만 예외인 여자도 있었다. 바로 그들의 대표 사모님이었다.소정남은 속으로 감탄했다. 하예정은 불과 한 달 사이에 전씨 그룹에서 가장 냉철하기로 소문난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가장 중요한 건, 하예정 본인은 전태윤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도대체 어떻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은 거지?전태윤은 그녀에게 못 해준 것도 없었다. 그의 추종자들은 전태윤과 눈만 마주쳐도 며칠을 끙끙 앓아댔다. 성소현이 그러고 있지 않은가. 몇 년 동안 거절당하면서도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전태윤은 하예정을 위해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을 많이 했는데도 하예정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 소정남은 그게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뭘 봐."정수리에서 뜨거운 시선을 느낀 전태윤이 고개도 들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잘생겨서 좀 봤어. 전태윤, 너 진짜 잘생긴 거 알아? 성격이 거지 같아서 그렇지 네가 좀만 다정다감한 성격이었으면 사람들이 널 여자로 오해했을 거야. 너가 여자였으면 다른 여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근데 네가 여자였으면 아마 나도 너한테 꼭 달라붙어서 결혼하자고 졸랐을걸."전태윤은 소정남이
"같이 갈래?"전태윤이 가는 곳에는 그게 어디든 비싼 술이 소장돼 있었다."아니, 취할 것 같아서 싫어. 넌 취하면 챙겨줄 와이프라도 있지. 난 솔로잖아. 취해서 길바닥에 뻗어도 챙겨줄 사람 하나 없다고.""불쌍한 척하지 말고 너도 선봐서 결혼하면 되잖아."소정남이 까칠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너를 보니까 그냥 얌전하게 인연을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아.""내가 뭐? 나 잘 지내거든?""그래, 그래. 잘 지내긴 하지. 요 며칠 너 얼굴이 펴진 적이 없는데 일하는 효율은 전보다 많이 상승했어. 그래서 부하직원들은 고생이지. 요 며칠 자발적으로 새벽까지 야근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전씨 그룹은 야근을 강요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자기가 할 일만 마무리하면 야근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조기퇴근도 가능했다.하지만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면 알아서 야근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날 일은 그날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사의 원칙이었다.전태윤과 하예정의 냉전이 지속되면서 그가 기분이 안 좋다 보니 자연히 모든 정력을 업무에 쏟았다. 워낙 일 처리 속도가 빠른데 집중력까지 뛰어나다 보니 사흘이 걸릴 업무를 하루 안에 마무리해 버렸다.그러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그의 부하직원들이었다."조 비서는 요즘 바빠서 물 마실 시간도 없대."전태윤이 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그래서 힘들대?"그룹에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대표인 전태윤은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상사였다. 그래서 힘든 일이 있으면 가끔 소정남을 찾아 얘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소정남은 전태윤처럼 까칠하지도 않고 다정다감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소정남은 전태윤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이고 둘이 절친이기도 했다.소정남에게 이야기하면 전태윤에게도 의견이 전달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그건 아닌데 나도 보는 눈이 있잖아. 태윤아, 내 말 들어서 손해 볼 게 없다니까. 오늘은 선물 좀 사서 집에 가서 부인분이나 잘 달래줘."'네가 며칠째 이러고 있으니 나도 힘들어 죽겠다고!'
주형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소정남은 이미 예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네 처형은 결혼한 뒤에 너무 많이 바뀌었지. 주형인은 이제 직급이 높아졌으니 주위에 있는 아무 여자와 비겨도 다 처형보다 예쁘고 어리겠지. 그렇게 오래 지나다 보니 자연스레 네 처형이 못마땅해졌을 거야."전태윤은 차가운 표정에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처형이 왜 그렇게 많이 바뀌었는데? 다 남편을 사랑하니까 몸매가 변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준 거지. 아이가 생긴 뒤에는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게 자신이 아이를 챙기고 온 가족을 돌봤던 거야. 처형이 희생한 건 처형의 청춘과 미모라고."그도 처형의 결혼 전후 변화가 너무 크다는 것을 인정한다. 적어도 다이어트를 할 필요는 있어 보였다.하지만 그게 주형인이 바람을 피워도 된다는 핑계가 되지 않는다. 몰인정한 성격은 주형인의 속에 숨어 있었고 전에는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제 출세를 해 직장에서도 잘 나가니 우쭐거리기 시작해 자신의 아내를 무시하는 것이었다.하예진의 지금 모습이 너무 별로라면 하예진에게 다이어트를 하라고 할 수도 있었다.하예진은 아직도 주형인을 사랑하고 있으니, 사랑하는 남자가 다이어트를 권유한다면 하예진은 열심히 다이어트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주형인은 결혼 생활 내내 하예진을 억압하고 그녀를 질책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는 생활비도 더치페이를 하자고 했다.하예진에게 지금 직장이 없어 수입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그건 너의 말이 맞아. 정말로 인정이 있는 남자라면 아내가 100kg가 넘는다고 해도 마음이 변하지는 않겠지."일편단심인 남자는 아내가 못생겨지고 뚱뚱해졌다고 바람을 피우지는 않았다.뭐가 됐든, 주형인은 하예진에게 질린 것이었다.어쩌면 그는 하예진을 일부러 살을 찌우고 살찐 하예진이 싫어졌다는 핑계로 바람을 피웠을지도 모른다."주형인이 모르게 움직여야 돼."소정남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한테 맡겨 놓고도 마음이 안 놓여? 일부러 정보를
"형수님, 이게 다 뭐예요?"비릿한 해산물 냄새를 맡은 전혁진이 물었다."해산물이에요. 친구가 바닷가에 여행 다녀오면서 선물록 가져왔어요. 아주 신선하더라고요. 남편과 저는 다 못 먹으니까, 보내 드리는 거예요."할머니를 힐끔 쳐다본 전혁진은 그녀가 거절하지 않자 입을 뗐다."이렇게 많이요?"그들의 집에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바로 해산물이다.하지만 형수님이 준 것이니 그래도 집으로 가져가야만 한다."할머니, 가족들에게 조금씩 다 드셔보시라고 하세요."하예정은 세심하게 모든 사람의 것을 그물주머니에 똑같이 나눠 담았고, 돌아가면 전씨 가문 할머니는 그저 꺼내 나눠주기만 하면 되었다."그래, 그러마."전씨 가문 할머니는 혁진이가 차에 해산물을 모두 싣는 것을 보고 나서야 차에 올라탔다. 그러면서 하예정에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예정아, 조금 전에 내가 태윤이에게 문자를 보냈어. 같이 저녁 먹고 나서 다시 회사 가라고 했어.""지금 아마 오는 길일 거야. 태윤이와 같은 회사에 출근하는 혁진이도 이미 왔으니 너도 빨리 들어가서 저녁 준비해. 멀리 안 나와도 돼."하예정이 말했다."... 할머니, 미리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점심에 남은 반찬을 데워 먹을 생각이었단 말이에요. 저 혼자 먹을 양밖에 없단 말이에요."할머니가 말했다."지금 준비해도 충분해. 얼른 들어가서 준비하거라. 태윤이는 항상 늦게 퇴근하니까 반찬을 여러 가지 신경 써서 준비하고 배부르게 먹이도록 해."하예정은 할머니 앞이라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할머니를 배웅하고 나니, 서점에는 하예정 혼자만 남았다.전태윤에게 밥을 차려주기가 귀찮았던 그녀는 다급하게 휴대폰을 꺼내 들고 오지 않아도 된다는 문자를 보내려고 했지만 카톡을 열어보고 나서야 이미 그를 지웠다는 것이 떠올랐다. 아니, 그가 먼저 그녀를 지웠다.고민 끝에 하예정은 전태윤의 번호를 차단 목록에서 꺼냈다.처음으로 어두운 방에 갇혔던 번호는 끝끝내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이다.그리고 하예정은 전태윤에게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어쨌든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은 운별 누나가 망치게 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우리 두 큰고모도 틀림없이 운별 누나를 달래서 모든 재산을 빼앗으려 할거에요. 운별 누나는 사람 말을 너무 잘 믿어서 조금만 달래면 뭐든지 나누어 줄 거에요.”여천우가 이렇게 한 이유는 단지 여씨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다.추미자 부부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여천우에게 물려주게 하고 또 여천우는 그 재산들을 모두 여운초에 돌려줄 셈이다. 여천우는 여운초의 사람 됨됨이를 믿었다.여천우는 여운초가 그녀의 재산이 아니면 탐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여운초도 그의 재산을 탐낼 필요가 없었다. 약혼자 전이진의 집에 재산이 엄청 많아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인 여운초는 여천우의 그깟 재산을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다.“누나, 우리 부모님 명의로 된 합법적 재산이 얼마나 남았어?”여천우는 부모님이 이전에 하신 부분적인 사업들이 법에 어긋난 사업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불법적인 사업들은 이미 차압되었고 따라서 그 수입도 이미 몰수되었다. 그가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부모님의 합법적인 소득뿐이었다.여운초가 대답했다.“불법적인 사업과 모든 수익은 차압되거나 몰수됐어. 여씨 가문 기업은 법에 어긋난 사업을 하지 않았어. 다행히 네 아버지께서 여씨 그룹을 불법적인 사업에 손을 대지 않게 했지. 지금 여씨 그룹이 하는 사업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이야.”“여씨 그룹의 주식은 우리 아버지가 대부분을 차지하셨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 아버지께 대부분 주식을 나눠주셨지. 게다가 아버지 본인도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주식의 절반을 차지하고 계셨거든. 그리고 나머지는 너의 아버지와 다른 소액주주들의 것으로 되었지. 현재 여씨 가문 주식 가격에 네 부모님 명의로 된 부동산 몇 채를 합치면 마침 200억 원 조금 넘을 거야.”여천우 친아버지 여태웅은 20여 년 전 추미자와 함께 친동생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범죄 때문에 중형
틀림없이 누군가가 여운초를 건드려 자극했을 것이다.여운초는 오랜 한을 억누르고 있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폭발한 게 틀림없었다. 하여 추미자 부부의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비우려고 했을 것이다.또 하나, 여운초는 추미자 부부방의 비밀번호를 몰랐다. 심지어 여천우조차도 몰랐다.추미자는 여천우가 여운초의 편을 든다고 많은 일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여운초도 사실대로 여운별이 일찍 감옥에서 나와 오늘 아침에 여씨 가문의 별장에 쳐들어온 사실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었다.여천우가 그 사실을 듣더니 한숨을 쉬었다. 알고 보니 사고뭉치였던 여운별이 나와서 사고를 친 것이다.여씨 가문은 또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다.여천우는 여운초에 말했다.“우리 부모님 방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내 방에 가져다줘. 그리고 운별 누나 물건은 운별 누나가 가져가게 해. 그리고 운별 누나 방도 깨끗이 치워.”여천우는 그 별장이 여운초의 별장이었기에 여운초가 여운별이 그 별장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으면 여운초를 존중해 주고 싶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예전에 어떻게 여운초를 괴롭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을 도와 여운초에게 사정하지 못했다.여운별이 감옥 안에서 일찍 나온 것도 아마 감옥에서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실제 성격을 잘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누나, 운별 누나가 소송을 걸어 재산을 나누려고 하면 나에게 알려줘. 재산을 너무 많이 주면 다 써버릴 거야. 아무리 많은 재산일지라도 운별 누나는 분명 다 탕진 할걸. 아무것도 모르면서 성질만 부리면서 돈만 쓰잖아.”여천우는 여씨 그룹을 여운초에게 맡기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이지 밤새 뛰어와서 여운별을 막고 싶었다.여천우는 두 누나의 인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여운별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응석받이로 키웠기에 패가망신할 사람이었다.“절대로 운별 누나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면 안 돼. 내가 지금 휴가를 내고 돌아갈게. 감옥으로 가서 우리 부모님을 만나 그들의 명의 아래에 있는 재산을
여미란은 추미자가 살아서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여미란은 마음속 깊이 추미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씨 가문의 사모님 추미자는 먼저 여미란의 남동생에게 시집간 뒤로 그 남동생을 죽이고 또 여미란의 오빠에게 시집갔지만 지금 그 오빠마저도 감옥으로 들어갔다.여미란의 동생이 죽었다고 해도 그녀의 오빠와 관계가 없을 수 없었다. 물론 그 화근은 역시 추미자였다.여미란의 오빠가 추미자와 정정당당하게 함께 있기 위해 동생을 죽인 것이다.여운초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여운초는 지금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고 전씨 가문이 그녀의 배후에 서 있었기에 여미란 일행은 감히 여운초를 찾아 복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여미란은 마음속으로 여운초를 수천 번, 수만 번 욕하면서 자신을 달래곤 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여씨 가문을 떠나 어디로 갈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의 피를 빨아들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예전에 여미란 자매의 집에 재산이 많았지만 늘 친정집에서 이득을 보려고 애썼다.이제 최씨와 김씨 집안은 부귀한 생활에 익숙해져 꿈에서라도 부자들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찰나에 여운별이 스스로 찾아와 도움을 청하게 되었기에 그녀의 피를 빨아먹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그때가 되면 여운별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적디적은 재산을 가지고 두 집안에 의해 피를 빨리게 될 것이 뻔했기에 여운초는 곁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지켜만 보면 되었다.여운초가 여천우와 말했듯이 여운초는 자신의 재산을 일전 한 푼도 그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지만 자신의 재산이 아닌 것은 전부 그들에게 돌려줄 것이다.추미자는 예전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꾸며진 큰 방에서 살았지만 정작 별장 주인인 자신이 가정부와 함께 방을 쓰게 된 기억을 떠올린 여운초는 집사에게 지시했다.“이 방을 깨끗이 청소하세요. 이 방을 다시 새로 꾸밀 거예요.”이 큰 방이 바로 주인의 방이다.여운초는 먼저 금고를 그녀가 지금 사는 방으로 옮기라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
여운별은 필사적으로 그 현금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혼자서 두 명의 하인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여운초가 어디서 고용한 하인들인지 힘이 엄청나게 컸다.수 억 원의 현금들은 그렇게 모두 빼앗겨 버렸다.“여긴 내 집이야.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전부 내 재산이라고. 운별아, 방문을 열어줘서 고마워. 네 그 가방은 내가 안 뺏을게. 너에게 주는 보수로 생각해. 방문을 열어준 대가로 말이야.”여운별은 화가 나서 여운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분명히 여운별이 돈을 주고 사 온 가방인데 여운초가 뻔뻔하게도 여운별에게 보수로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자꾸 노려보면 가방까지 빼앗을 거야. 자, 이제 너 스스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사람 시켜 내쫓을까?”여운초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말은 여운별의 귀가에 얼음처럼 차갑게 들렸고 여운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두 고모는 모두 여운초가 정말 지독하다고 말했다.여운별은 이제야 깨달았다. 과연 가장 지독한 사람은 여운초였다. 자매의 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내쫓을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거야.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 나와 내 부모님의 재산을 되찾을 테니.”여운별은 자신의 가방을 꼭 껴안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소송을 하려고 계획했다.여운초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소송을 걸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이미 여운초가 단단히 장악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소송을 걸어 그녀 부모님의 재산을 가져간다고 해도 여운초는 그 불법 회사만이 여운별 부모님의 재산이라고 알려주려고 했다.그리고 그 불법 회사들은 이미 차압당했고 나머지 차압 당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여운초의 것이다.여운별은 부분적인 재산을 여천우에게 주려고 했다. 정말 여운별에게 재산이 차려지게 된다 해도 여운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여운초는 그 사실을 여운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
여운별은 갑자기 멍해졌다.그 별장은 정말 여운초 것이었다!여운별의 가족이 확실히 여운초의 별장을 차지하고 있었다.여운별은 여씨 가문에도 다른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평방수가 이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한 가족이 그 별장에 사는 것이 익숙하기도 했고 게다가 여운초가 집에서 존재감이 낮았기에 하인조차도 그녀를 괴롭혔다. 누가 이 별장이 여운초의 소유라는 것을 누가 상관했겠는가!여운초는 손을 뻗어 여운별의 손에서 부동산 증명서를 가져갔다.그리고 집사에게 전화해서 지시했다.“사람을 데리고 올라와서 여운별을 치워주세요.”“여운초, 너... 누가 이 별장이 너의 명의라고 알려줬어? 부동산 소유증에 적힌 이름은 분명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의 별장이라고. 다 내는 거야.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여운초는 웃을 듯 말 듯 하며 여운별을 바라보았다.“운별아, 난 정 선생님 덕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됐어. 내가 글씨를 모르는 줄 알고 있었어? 이 부동산 소유증에는 분명 내 이름이 적혀있잖아. 네 가족은 내 집에 살면서 집세를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네 방에 있는 물건들은 가져가지 마! 네가 20년 동안 여기에 산 집세로 삼을게.”여운별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여운초, 앞이 보이는 거야?”여운초가 뜻밖에도 시력을 회복했다.그렇게 많은 의사가 그녀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정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여운초의 눈을 정말로 치료해 주었다는 말인가!그럼 여운초가 보이지 않는 척 한 거였다.“여운초, 거짓말쟁이!”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정도 되면 깨달았을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에게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운별이 아직도 여운초가 앞이 보이지 않는 줄로 착각하게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부모님 방의 문을 열고 금고의 문을 열게 하여 그 비밀번호들을 알아내려고 계획했다.여운별이 무방비 상태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여운초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끔 내버려 두었으니 아마 여운초도 그 비밀번호를 기억했을 것이다.여운초의 기억력은 훌륭했다.앞이 보
여운초는 몸을 돌려 차를 더듬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집 앞까지 데려다주세요. 운별이가 나를 따라오게 하세요.”여운별은 여운초가 차로 돌아갈 때 차를 더듬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의심을 떨쳐버렸고 여운초가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여운별은 별장으로 들어가서 일단 자신의 휴대전화와 은행 카드를 가지려고 계획했다.몇 분 후.여운초 자매는 앞뒤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별이 앞에 서서 걸어갔다. 그녀는 여운초가 갑자기 마을 고쳐먹고 사람을 시켜서 자신을 쫓아낼까 봐 걱정했다.여운초눈 지금 여씨 가문 별장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여운별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가졌다.여운초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길을 가던 중간에 전이진의 전화도 받았고 계단에서 멈추어 전이진과 전화 통화도 하고 있었다.한참 동안 전화를 하고 통화를 끊은 뒤에야 여운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초가 2층으로 올라가자 여운별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 새로운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끼고 있었다. 묻지 않아도 여운별은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핸드폰과 돈이 없어서 꽤 고생했을 것이다. 여운초는 반짝이는 눈으로 여운별이 그 물건들을 가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그 카드는 이미 여운초에 의해 정지되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밖에 나가서 돈을 쓰려 해도 쓰지 못할 것이다.여운별은 아직 젊고 직업도 없었기에 수입도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카드를 회사 이름으로 걸어놓고는 매달 그 카드에 용돈을 넣어주어 여운별이 쓰도록 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을 이어받자마자 여운별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다.여운별은 의기양양하여 여운초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장님, 좀 있다가 알게 될 거야. 누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할지.”여운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동산 소유증을 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셨어. 결혼 전 개인 재산은 모두 나에게 남겨주신다고. 그런데 네 어머니가 내가 어리다고 괴롭히면서 내 재산을 차지하셨지. 그리고 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재산의 절반은 네 어머니가 이미 가져가신 지 오래야.”여운초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여운초는 겨우 두 살이었지만 그녀의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많은 사람은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준희는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여운초를 너무 예뻐해서 어린 나이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여운초의 아버지는 결혼 전 개인 재산과 결혼 후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전부 여운초에 물려주었다.이 별장은 여운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운초 아버지의 신혼 별장으로 사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여운초의 아버지 혼전 재산으로 그녀에게 남겨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리고 여씨 그룹의 주식은 모두 아버지의 혼전 개인 재산이었기에 여운초에 물려주는 것도 마땅했다.과거의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여운초의 아버지의 개인 재산 가치가 지금까지 몇 배나 올랐는지 모른다.여운별은 여운초의 반박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줄곧 살던 집은 여운초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여운별은 전혀 몰랐다.여운초의 부모님도 이런 사실을 여운별에게 알려준 적 없었다.이렇게 큰 별장이 뜻밖에도 여운초 개인 소유였다!한참 만에 이성을 되찾은 여운별은 그제야 의아해하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여기가 내 집인데 언제 네 집으로 변했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란 말이야!”“네 부모님 방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지? 단언컨대 부동산 소유증이 네 부모님의 금고에 놓여 있을 거야. 금고를 열고 꺼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여운초는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씨 가문의 별장의 부동산 소유증이 그녀의 손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