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명은 여전히 투덜댔다.“하예정네 언니가 우리 같은 친정 식구가 나서서 뒷받침해줄 필요나 있겠어요?”그들은 이미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어쩌면 하예정도 화가 누그러들었을 테니 결혼식이라는 기회를 빌려 하예정 자매와 화해를 하고 싶었다.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는 못 말하지만 적어도 전씨 가문의 친척이라는 신분을 이용한다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렇게 함으로써 하씨 가문을 다시 정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도 확인해 볼 심산이었다.다들 하 영감이 결정을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예정 자매가 할아버지에게 어느 정도 체면을 남겨준 게 아니었더라면 그들도 굳이 할아버지의 결정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고 바로 전씨 가문으로 가서 축하주를 마셨을 것이다.전 대표와 하예정의 결혼 소식은 며칠 전 연예부 기자에 의해 보도되었고 그 결과 관성 전체에 알려지게 되었다.전례 없이 성대한 결혼식이 될 것을 생각하니 하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진정으로 큰 세상을 직접 보고 싶어 했다.하예정의 삼촌과 이모들도 마찬가지였다. 결혼식에 가면 산해진미를 맛보게 될 뿐만 아니라 올 때 포장도 해올 수 있지 않은가.어차피 하예정 자매도 친정집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으니 그들에게 창피하고 말고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다 먹고 나서 보면 될 일이고 포장하고 나서 보면 될 일이다.다만 하예정 자매도 충분히 독한 사람들이었다. 옛날 일도 끝장에 가서는 자매가 아닌 그들이 골탕을 먹었다. 그로 인해 기가 꺾일 대로 꺾여버렸고 지금까지도 자매 앞에서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그래도 하예정 자매는 조금의 자비는 베풀어 주었다. 그들이 재산을 탕진하게 만들지 않았고 가족을 파탄 내지도 않았다.“당신의 의견은 어떠하오?”하 씨 노친도 영감에게 물었다.하 영감은 한참을 고민하고 물담배를 몇 모금 피운 뒤 말을 꺼냈다.“하예정이 우리를 초대하지 않았으니 그 누구도 가지 말아라. 하예정은 우리와 화해를 하고 싶지 않을 거다. 화해
앞으로 거동조차 불편해지면 자식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 영감은 하예정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 하예정이 청첩장을 보내주지 않았으니 갈 수 없었고 좋은 날에 분위기를 흐려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할아버지, 가서 얌전히 있다가 얼굴이나 보고 술 한잔하고 오면 되잖아요. 그럼 모두 우리가 하예정과 잘 지내는 줄 알 거예요. 할아버지는 제가 얼마나 힘든지 알잖아요.”하지명은 가족을 데리고 같이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서 하 영감한테 투덜거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직 먹고 살 수는 있잖아. 전태윤 도련님이 너의 사업에 손을 썼지만 그 뒤로는 가만히 내버려뒀고 너희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 같더구나. 그런데도 우리한테 용돈 한 번 쥐여준 적 없고 걸핏하면 퇴직금이 얼마 있냐고 하면서 뜯어먹을 생각만 했지.”하 영감은 하지명을 노려보면서 말했다.“나랑 네 할머니는 가지 않을 거다. 죽는 게 두렵지 않거든 불청객 신분으로 가보렴. 선택은 온전히 너희들의 몫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 난 너희들을 말릴 자격이 없어. 하지만 하예정이 결혼하는 날에 분위기를 흐리면 우리한테 득이 될 게 뭐가 있어? 되레 하예정의 미움만 받을 텐데 말이야. 우리는 이미 업보를 받았으니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해. 하예정의 남편은 전남편처럼 무능한 남자가 아니라 재벌가 도련님이야. 전태윤 도련님이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아직도 모르겠어? 전화 한 통이면 너희들은 당장 짐 싸서 마을로 내려가야 할 거야.”뭇사람들은 삽시에 조용해졌고 하 영감이 가지 않는 이상 아무도 섣불리 갈 수 없었다. 간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게 없었고 되레 자매의 모순만 극대화할 것이다. 하지철은 가지 못한다는 것을 예상했었다. 하지철은 하예정을 무서워했고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누나라고 생각했다.‘예진 누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예전에 돈이 얼마 없었을 때도 예정 누나를 무술 학원에 보냈었지.’“자, 다들 이만 가봐. 오늘은 좋은 날이지만 너희들이 좋아할 날은 아니야.
“얼마 남지 않은 퇴직금을 뜯어내려고 하잖아.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집도 셋째네 집이야. 우리가 셋째의 부모라서 이 집이라도 가져서 이렇게 지내는 거지. 매달 생활비는 자식들이 주는 것인 줄 알았지만 하예정이 우리 자식들한테 월세를 내라고 해서 모은 돈으로 우리가 사는 거야. 나이도 이만큼 먹었으니 눈 가리고 아웅 하지 말고 받아들이면 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버둥 쳐도 소용없어.”하씨 노친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하 영감의 말이 전부 사실이었기에 말문이 막혔다.“악독하다고 뭐라고 하지 마, 십여 년 전에 우리는 뭐 잘 해준 것 같아? 그때 왜 친손녀를 그렇게 미워했는지 몰라. 아들이랑 며느리가 다 세상을 뜨고 미성년자인 두 손녀를 가문에서 내쫓고 재산을 전부 빼앗아서...”하 영감은 말하면서 눈시울을 적셨고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자식이 하는 말에 흔들리지 말고 우리 둘은 조용히 지내자. 하예정 자매한테 민폐 끼치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를 미워하던 마음도 사라져서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우리한테 도우미 아줌마를 보내줄 수도 있어. 하예정 자매가 이 집을 상속받으려고 왔을 때 다른 손주들이 소름 끼치는 말을 해서 이제는 기대 안 해. 늙으면 젊은이들의 짐이 되어 힘들게 하거든. 저 아이들도 늙어서 미움받지 말았으면 좋겠어.”하 영감의 말을 들은 하씨 노친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그래, 당신 말대로 할게. 손주 중에서 제일 미워했던 손녀가 지금 제일 잘나갈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런데 하예정이 홍씨 가문 사람들은 초대했을까?”홍씨 가문은 하예정의 수양 외할머니 가문이었다.하 영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아니, 결혼식 전에 홍씨 가문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하예정이 초대하지 않았대. 홍씨 가문이 그때 두 자매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홍씨 가문에 들이지 않더니 몰래 배상금을 나눠 가졌지. 그런 홍씨 가문을 두 자매가 초대할 것 같아? 홍씨 가문이 셋째 며느리를 키워줬지만 하예정이 재벌가 도련님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참석하지 않았어,
하예정 자매한테 상처를 줄 때 혈연관계가 있다는 것을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예정은 은혜에 보답할 줄 알고 원한은 몇 배로 갚는 사람이었기에 원한이 있는 사람한테 잘해줄 리 없었다. 하예정은 보살이 아닌 한낱 사람이었기에 상처받으면 아프다고 말했다. 화장대 앞에 앉은 하예정은 꾸벅꾸벅 졸았고 메이크업리스트 공지연에게 얼굴을 맡겼다.“이모!”우빈은 옆에 서서 공지연이 하예정한테 화장해 주는 것을 보다가 하예정이 졸자 높은 소리로 말했다. 하예진이 우빈 더러 하예정 곁에 있으라고 했던 것이다.하예정이 눈을 뜨자 우빈이 말했다.“이모, 이모부 오는 길이래요. 그러니까 잠들면 안 돼요!”공지연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많은 신부한테 화장해 주었지만 네 이모처럼 화장할 때 조는 신부는 처음이란다.”하예정이 머쓱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지연 씨 앞에서 자꾸 실수하게 되네요. 너무 졸려서 눈이 감겨요.”“그럴 수 있죠, 푹 주무시지 못했으니 그럴만해요. 아마 전태윤 도련님도 졸릴걸요.”“태윤 씨는 몇 시간밖에 못 자도 저처럼 졸지는 않아요.”전태윤은 평소에 새벽까지 하예정을 괴롭히고도 여전히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만약 하예정만 괜찮다면 하룻밤에 7번까지 되는지 도전해 보려고 했었다.“좋은 날이니 아주 설렐 거예요. 그리고 사모님은 임신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자고 싶을 거고요.”남들보다 몇 시간 더 자도 부족한 하예정이 어젯밤에 제대로 자지 못했으니 졸릴 만했다.“얼마나 지나야 졸음을 이겨낼 수 있을지 궁금해요.”그러자 공지연이 입을 열었다.“제가 임신했을 때도 사모님처럼 자꾸 자고 싶어 했고 10시간 넘게 자도 졸리더라고요. 그러다가 천천히 괜찮아지기 시작했어요.”“저도 10시간 넘게 자고 싶어요.”하예정은 말하면서 하품했다. 이때 우빈이 하예정한테 물었다.“이모, 고추 먹을래요?”우빈이 주머니에서 청양고추를 한 움큼 꺼냈다. 하예정이 멍한 표정을 짓자 우빈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이모, 이 고추 엄청 매워요. 너무 졸
우빈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고추가 도움이 될 줄 알았어요. 이모가 졸지 않아서 다행이에요.”하예정이 우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우빈아, 나가서 이모부 왔는지 봐줄래?”“좋아요!”우빈은 방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서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지만 노동명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만약 거동이 불편하지 않았더라면 전태윤의 신랑 들러리로 같이 하예정을 맞이하러 왔을 것이다. 걷지 못해도 하예진을 돕고 싶었기에 하씨 가문으로 왔고 전태윤이 신랑 들러리와 함께 오면 그 뒤를 따라 서원 리조트로 갈 것이다.우빈이 위층에서 내려오자 노동명은 할 일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우빈아!”우빈은 신이 나서 노동명 쪽으로 달려왔고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아저씨!”“네 엄마가 위층에서 예정 이모랑 같이 있으라고 했잖아, 왜 아래층으로 내려온 거야?”“이모가 아래층에서 놀면서 이모부가 왔는지 보라고 했어요.”노동명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이모부도 곧 올 거야, 아까 오는 길이라고 했거든.”우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달려 나갔다.“진짜 왔는지 제가 나가볼게요!”노동명은 우빈을 말릴 틈도 없었지만 귀여운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휠체어를 밀어 현관문 앞에서 우빈을 기다렸다.“우빈이 언제 이렇게 컸지.”노씨 가문 도우미가 넷째 도련님이 방을 나서는 것을 보고는 재빨리 달려와서 물었다.“동명 도련님, 계단을 내려가려고요?”노동명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응, 내려가자.”도우미 여러 명이 노동명의 휠체어를 계단 옆의 언덕까지 옮긴 뒤 천천히 언덕을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렇지 않으면 경사가 심해서 휠체어가 빠른 속도로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넘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언덕을 내려갈 때는 도우미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언덕을 내려왔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알아서 할게. 가봐도 돼.”도우미들은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노동명은 별장 문 앞에 서 있는 우빈을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노동명은 미소를 지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우빈은 고개를 돌리더니 노동명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아저씨, 왜 혼자 나왔어요? 제가 보디가드 삼촌을 데려와서 아저씨 옆에 있으라고 할게요.”노동명은 늘 곁에 보디가드를 데리고 다녔지만 하씨 가문 사람들이 바삐 돌아치고 있어서 보디가드를 보내 도와주라고 했다. 노동명은 멀리 나가지도 않으니 보디가드의 도움이 필요 없었다. 아직 제대로 걷지는 못하지만 일어나서 두 걸음 정도는 걸을 수 있었다.“괜찮아, 아저씨는 혼자서도 할 수 있어.”그러자 우빈이 입을 열었다.“그럼 제가 아저씨를 보살필게요. 엄마는 저한테 이모가 자지 않게 옆에서 감독하라고 했지만 아까 청양고추를 꺼내니까 이모가 졸리지 않다고 한 걸요!”우빈은 의기양양하게 말했고 하예진이 내준 임무를 잘 완성했기에 칭찬을 바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노동명은 우빈을 안아서 다리에 앉혔고 미소를 지었다.“우리 우빈이 정말 대단해, 고추는 어디서 난 거야? 고추를 먹으면 졸리지 않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주방에 있는 고추를 먹다가 매워서 울었는데 그 후로는 졸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모가 졸릴 때 주려고 고추를 가지고 올라갔어요. 아침에 엄마가 이모를 깨우는데 이모는 제가 어린이집 갈 때처럼 일어나지 않으려고 투정 부렸어요.”노동명이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너도 어린이집 가기 싫어서 일어나지 않았던 거야? 이모 결혼식이 끝나면 또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데? 우빈아,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일찍 일어나야 해. 우빈 엄마는 매일 아침 우빈이가 먹을 밥을 차려주고 네가 다 먹으면 어린이집까지 데려다주잖아. 그리고 하루 토스트 가게에 가서 토스트를 굽고 하루 레스토랑에 출근하거든. 엄마는 하루 종일 일해서 피곤하니까 우빈이가 엄마 말씀 잘 듣고 일찍 일어나야 해, 알았지?”우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아저씨, 앞으로 엄마 말씀 잘 듣고 일찍 일어날게요. 그런데 아침에 너무 졸려서 일어날 때마다 눈이 저절로 감겨요.”“넌 어린이집 가지 않는 날이면
전태윤의 웨딩카 행렬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웨딩카 행렬은 100대 정도 되는 스포츠카로 이루어졌고 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에서 출발해서 하씨 가문의 하늘 리조트로 향했고 오는 길 내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웨딩카 행렬을 사진 찍었다. 기사가 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전태윤은 기자를 초대해서 사진을 찍게 했고 결혼 소식이 널리 퍼질 수 있게 기사를 내달라고 부탁했다.전태윤은 하예정에게 관성을 떠들썩하게 하는 성대한 결혼식을 선물하고 싶었다. 이 규모는 소정남과 심효진의 결혼식을 훨씬 뛰어넘었다. 웨딩카 행렬을 발견한 노동명이 우빈한테 알려주었다.“우빈아, 엄마한테 이모부의 웨딩카가 도착했다고 알려줘.”우빈이 고개를 돌려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웨딩카 행렬을 발견했다.“아저씨, 이모부가 정말 저 차 안에 있는 거예요? 이모를 데리러 오는데 차가 왜 이렇게 많아요?”거리가 멀어서 제일 앞에 있는 차가 전태윤이 평소에 운전하던 차인지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 뒤로 많은 차량이 줄줄이 따라오고 있었다.“네 이모부는 저 차 안에 있을 거야. 이모부는 차가 여러 대 있으니 평소에 운전하던 차가 아닐 수도 있어.”우빈은 노동명의 품에서 벗어났고 신이 나서 말했다.“엄마한테 알려주러 갈게요!”우빈은 쏜살같이 달려갔고 달리면서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엄마, 엄마! 이모부 왔어요, 엄청 많은 차랑 함께 이모를 데리러 왔어요!”우빈이가 별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외치자 뭇사람들도 다 듣게 되었다. 하예진은 목소리를 듣고 방 안에서 나왔다.“엄마, 엄마!”우빈은 하예진 쪽으로 달려가서 다리를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엄마, 나 지금 예뻐요? 멋있어요?”하예진이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이모부가 데리러 온 건 네가 아니라 신부인데? 네가 예쁘든 아니든 상관없어.”“제가 화동이라면서요? 오늘 멋지게 차려입은 것도 이모 결혼식에서 주목받기 위해서인데, 당연히 멋져야죠!”우빈의 말에 뭇사람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하예진은 우빈을 안고는 볼에
성소현은 말하면서 웨딩카 행렬이 천천히 들어오는 것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신부 들러리들도 창가에 서서 영상을 찍었다. 성소현은 영상을 찍은 뒤, 침대 위에 앉아 있는 하예정한테 영상을 보여주었고 하예정은 미소를 지었다.“카톡으로 영상 보내주세요. 저장해서 나중에 두고두고 보려고요.”오늘은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날이 될 것이다. 전태윤은 약속대로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했고 하예정은 관성에서 여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여자가 되었다.하예정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이번 생에 전태윤처럼 멋지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고 여겼다. 전태윤은 하예정을 평생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맹세했다. 달콤하고 박력 있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성소현은 카톡으로 하예정에게 영상을 보내주었다.“촬영사가 결혼식 내내 따라다니면서 찍을 거니까 나중에 천천히 봐.”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다 추억으로 남을 거니까요.”성소현은 하예정의 곁에 앉아 꼭 끌어안고 말했다.“예정아, 행복해야 해. 난 네가 태윤 씨랑 백년해로하고 아들을... 아니, 너처럼 예쁜 딸을 낳길 바랄게.”하예정이 성소현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언니, 꼭 행복하게 잘 살게요. 고마워요.”성소현은 하예정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내가 너랑 태윤 씨를 이어준 것도 아니잖아.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될 운명이었던 거야.”“축하해줘서 고마워요.”성소현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우린 친구이자 자매니까 축복해 주는 건 당연한 거지. 난 가서 태윤 씨가 별장 안으로 들어왔는지 볼게. 문을 막을 때 태윤 씨가 준비한 꽃값을 가득 받지 못하면 이 문을 열고 들어오지 못하게 할 거야.”“고대의 신랑은 신부를 데리러 갈 때 즉흥적으로 시를 지어서 읊었다는데 전태윤 도련님한테도 시를 지으라고 할까요?”누군가 제안하자 하예정이 미소를 지었다.“저는 상관없으니 편한 대로 해요.”그러자 신부 들러리들은 성소현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시선이 느껴진 성소현이 피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