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현은 말하면서 웨딩카 행렬이 천천히 들어오는 것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신부 들러리들도 창가에 서서 영상을 찍었다. 성소현은 영상을 찍은 뒤, 침대 위에 앉아 있는 하예정한테 영상을 보여주었고 하예정은 미소를 지었다.“카톡으로 영상 보내주세요. 저장해서 나중에 두고두고 보려고요.”오늘은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날이 될 것이다. 전태윤은 약속대로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했고 하예정은 관성에서 여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여자가 되었다.하예정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이번 생에 전태윤처럼 멋지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고 여겼다. 전태윤은 하예정을 평생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맹세했다. 달콤하고 박력 있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성소현은 카톡으로 하예정에게 영상을 보내주었다.“촬영사가 결혼식 내내 따라다니면서 찍을 거니까 나중에 천천히 봐.”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다 추억으로 남을 거니까요.”성소현은 하예정의 곁에 앉아 꼭 끌어안고 말했다.“예정아, 행복해야 해. 난 네가 태윤 씨랑 백년해로하고 아들을... 아니, 너처럼 예쁜 딸을 낳길 바랄게.”하예정이 성소현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언니, 꼭 행복하게 잘 살게요. 고마워요.”성소현은 하예정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내가 너랑 태윤 씨를 이어준 것도 아니잖아.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될 운명이었던 거야.”“축하해줘서 고마워요.”성소현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우린 친구이자 자매니까 축복해 주는 건 당연한 거지. 난 가서 태윤 씨가 별장 안으로 들어왔는지 볼게. 문을 막을 때 태윤 씨가 준비한 꽃값을 가득 받지 못하면 이 문을 열고 들어오지 못하게 할 거야.”“고대의 신랑은 신부를 데리러 갈 때 즉흥적으로 시를 지어서 읊었다는데 전태윤 도련님한테도 시를 지으라고 할까요?”누군가 제안하자 하예정이 미소를 지었다.“저는 상관없으니 편한 대로 해요.”그러자 신부 들러리들은 성소현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시선이 느껴진 성소현이 피
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신부 들러리는 당황했다.“설마 벌써 올라왔겠어요?”신부 들러리는 창가에 가서 내려다보았다. 전태윤의 웨딩카 행렬이 별장 안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차량이 너무 많았고 하씨 가문 별장 마당에 하객 차들을 주차해서 웨딩카가 다 들어올 수 없었다. 웨딩카 행렬의 절반 정도 되는 차량이 별장 문 앞에서 멈췄다. 창가에서 내려다보면 하씨 가문 별장의 마당과 문 앞에 자동차 전시장처럼 차가 빼곡히 들어섰고 전부 스포츠카거나 그만큼 비싼 차량이었다.전태윤이 평소에 운전하던 롤스로이스는 웨딩카 행렬의 제일 앞에 있었고 꽃과 ‘우리 오늘 결혼해요’가 적힌 팻말로 장식해서 아주 예뻤다. 키가 훤칠하고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전태윤이 차에서 내렸다. 예전에는 보디가드한테 둘러싸여서 엄숙한 표정을 하고 있었겠지만 오늘은 만나는 사람한테 깍듯이 인사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성소현 말대로 전태윤은 신부 들러리가 아무리 난처하게 굴어도 웃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성소현은 절대 앞장서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결혼하면 전태윤이 성소현 가족 신분으로 예준하를 난처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전태윤 씨는 방금 차에서 내렸어요. 다른 사람이 문을 두드린 것 같아요.”신부 들러리 중 한 명이 말하면서 문을 열었고 우빈이 문이 열린 틈을 비집고 들어와 하예정 쪽으로 달려갔다. “이모, 이모! 이모부가 완전 많은 차와 함께 이모를 데리러 왔어요!”우빈은 하예정이 앉아 있는 침대 위에 올라가서는 신이 나서 말했다. 하예정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알려줘서 고마워.”“이모, 나 이뻐요? 멋져요?”우빈은 하예진한테 했던 질문을 똑같이 했고 침대에서 일어나 한 바퀴 돌았다. 우빈의 말에 방에 있는 여자들이 까르르 웃었다. 하예정이 우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우리 우빈이가 제일 예쁘고 멋져.”성소현은 우빈을 안아 들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우빈은 관성에서 제일 멋진 화동이 될 거야. 이모가 결혼할 때도 우빈이가 화동 해줄 거지?”“당연하죠!”우빈이 앳된
성소현은 방으로 들어온 우빈을 앞장세우기로 했다.“우빈아, 이모부가 곧 올라올 텐데 문 앞에 앉아서 시간 좀 끌어줘. 이모를 너무 빨리 데려가면 재미없잖아, 그렇지?”우빈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성소현한테 물었다.“이모부는 이모를 데리러 왔는데 빠를수록 좋은 거 아니에요? 왜 데려가지 못하게 막는 거죠? 저는 이모부를 따라가서 맛있는 걸 먹을 거라고요.”우빈은 전태윤이 하예정을 데리고 가지 않으면 맛있는 걸 먹지 못하는 줄 알았다. 당황한 성소현이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데려가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쉽게 데려가면 안 된다는 뜻이야. 이모는 소중한 사람이라서 데려가려면 대가를 치러야지. 우리가 이모부를 난처하게 하고 문제를 내어주면 이모부는 어렵게 만나게 된 네 이모를 소중히 여겨줄 거야.”“이모부는 원래부터 이모를 소중히 여겼잖아요, 그런데 왜 난처하게 하려는 거죠?”성소현은 말문이 막혔고 하예정한테 부탁했다.“예정아, 우빈이를 어쩌면 좋지? 문 앞에 서서 꽃값이나 받으라고 할까?”“돈을 받는 거라면 제가 할게요!”하예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우빈이 입을 열었다. 성소현이 하예정 방문 앞에 앉아서 돈만 받으라는 말에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고 여느 때보다 흥분되어 있었다. 돈을 받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었기 때문이다.“이모부는 저를 예뻐하니까 돈을 많이 줄 거예요!”뭇사람들이 배를 끌어안고 웃었고 성소현이 우빈의 얼굴을 만지면서 말했다.“우빈아, 돈을 많이 받으려면 방문 밖에서 이모부를 막아야 해. 그리고 이모부한테 사랑에 관한 시를 즉흥적으로 지어서 읊으라고 전해. 그럼 방에 있는 이모들이 듣고 마음에 들면 문을 열어줄 거야.”우빈은 사랑에 관한 시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돈을 받을 생각에 신이 났다. 그래서 성소현이 하는 말을 그대로 기억했고 문을 열면서 물었다.“이모, 지금부터 문을 막으면 되는 거죠?”“당연하지, 이모가 말했던 걸 잊지 않으면 돼.”우빈은 방문 앞에 앉아서 전태윤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후, 전태윤
“봉투를 몇 개 받으면 돼요?”우빈은 신이 나서 물었다. 자고로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네가 무거울 정도로 받으면 돼.”“돈봉투가 아무리 많아도 무겁지 않은데요?”성소현이 웃으면서 말했다.“우빈아, 계속 문을 막고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이모 불러.”성소현이 문을 닫자 우빈이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이모부, 돈봉투가 무거워서 들고 있지 못할 정도로 받아야 문을 열 수 있대요.”전태윤은 우빈한테 봉투를 두 개 더 건넸고 우빈이 봉투에 정신을 판 사이 한 번에 안아 들었다.“우빈아, 이모부는 예정된 시간 안에 네 이모를 데려가야 하고 넌 결혼식을 빛낼 화동이니까 이모부랑 같이 가자. 이모가 이모부를 너무 난처하게 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돼, 우빈이는 이모부를 도와줘야지.”“하지만 이모가 말한 대로 돈봉투를 받는 일이 재밌는걸요. 그리고 봉투가 무겁지 않아서 더 받을 수 있어요.”“우빈아, 아저씨가 너한테 돈봉투를 줄게.”소지훈이 우빈한테 돈봉투를 여러 개 쥐여주었다. 기분이 한결 좋아진 우빈은 고사리 같은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이모부, 얼른 이모를 데리고 가세요!”성소현이 사랑 시를 즉흥적으로 지어서 읊게 하라고 부탁한 건 완전히 잊었고 돈봉투를 꼭 쥐고 있었다. 신랑 들러리는 인수가 어마어마했기에 모든 사람한테 봉투를 받은 우빈은 봉투를 제대로 쥐고 있지 못했다. 전태윤은 우빈을 내려놓고 문을 두드렸다.문을 연 신부 들러리는 틈 사이로 전태윤과 우빈을 번갈아 보았다. 우빈은 멀찍이 서서 봉투가 몇 개인지 세어보고 있었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우빈은 개수를 셀 줄 알게 되었다. 신부 들러리는 우빈을 지켜보고 있었다.“하나, 둘, 셋...”‘우빈이는 돈봉투에 매료되었구나.’신부 들러리가 미소를 지으면서 전태윤한테 손을 내밀었다.“도련님, 성의를 보여주세요.”전태윤이 돈봉투를 여러 개 건네자 신부 들러리는 봉투를 뒤로 넘겼다. 전태윤과 신랑 들러리가 준비한 봉투를 다 받고서야 입을 열었다.“도련님, 예정
방안에 들어서니 하예정이 침대에 앉아 빙그레 웃으며 전태윤을 보고 있었고 전태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태윤은 자신의 아내가 매우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아내도 평소 잘 꾸미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그녀를 위해 맞춤 제작한 웨딩드레스로 갈아입고 전태윤이 보내준 보석을 착용하고 옅은 화장을 하니 하예정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전태윤의 시선은 아내에게 꽂혔고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신랑이 멍해진 것 좀 봐. ”모두는 몰래 웃었다.“빨간 웨딩 신발을 찾아야 예정이를 데려갈 수 있어요.”성소현은 전태윤에게 하예정의 신발을 찾으라고 했다.전태윤은 걸어가더니 아름다운 아내에게 먼저 진한 포옹을 건넸고 하예정이 착용하고 있던 보석들을 만지며 물었다.“이 액세서리들이 무거워?”지금 하예정은 수없이 많은 진귀한 액세서리들을 착용하고 있었다.하예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참을 만해요.”더 많은 액세서리가 있었지만 더는 착용할 수 없어서 보석함에 남겨두었다. 사람들에게 보석이 얼마나 있는지, 얼마나 귀중한 보석들이 들어있는지 알게 하려고 보석함을 모두 열어놓았다.하예정이 전태윤의 정체를 알았을 때 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속았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이혼을 요구했다. 이는 전태윤을 무척 놀라게 했다.전태윤은 하예정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하려고, 또 하예정이 전태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하려고 자신의 명의 아래 재산 전부를 모두 하예정에게 넘기려고 했다.하지만 하예정은 거절했다.하여 전태윤은 결혼 명의를 빌어 자신이 선물할 수 있는 모든 재산을 혼수품으로 하씨 집안으로 보냈다.하예진은 여동생을 아끼는 사람이었기에 전씨 가문에서 보내온 예물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모두 여동생에게 주었다.물론 하예정도 자신의 돈으로 여동생에게 혼수로 챙겨주었다.결혼식이 끝나면 하예정은 관성의 여 갑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기다려, 내가 바로 웨딩 신발을 찾으러 갈게. 찾으면 우리 함께 집으로 가자.”전태윤은
오늘 서원 리조트에는 손님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고 모두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전씨 가문은 리조트에서 연회를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연회를 열더라도 관성 호텔에서 진행했다.돌아가신 전씨 할아버지께서 아내를 위해 서원 리조트를 건축한 뒤로 전태윤의 부모가 결혼했을 때에만 서원 리조트에서 결혼식을 열었다.그 외 행사는 모두 관성 호텔에서 진행했다.곧 전태윤의 결혼식이 치러지자 전씨 할머니는 장손의 결혼식은 서원 리조트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하셨다.오늘 관성 호텔은 영업하지 않았지만, 회사 직원들을 초대하여 관성 호텔에 가서 축하주를 마시게끔 했다.그가 결혼하는 것은 전씨 그룹 전체가 경사를 맞이하는 것과 다름없다.정윤하는 현장의 사람들과 안면이 없었기에 소지훈은 지인에게 부탁하여 정윤하를 돌봐달라고 했다. 물론, 정윤하가 소지훈이 소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게 해서는 안 되었다.소지훈은 미리 모두에게 그를 보면 소 대표라고 불러 달라고 당부했다.아무도 감히 소지훈의 당부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정윤하는 서원 리조트에 처음 온 것은 아니지만 다시금 서원 리조트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정윤하는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을 필요 없었다. 소지훈이 전태윤을 따라 신부를 데리러 갈 때 그녀는 혼자 리조트를 거닐었다. 전태윤의 결혼식이었기에 서원 리조트도 결혼식 분위기로 아름답게 꾸며졌다.정윤하는 이 모든 것을 휴대전화로 찍어 놓았다.여기까지 온 것이 헛되지 않았다고 감탄했다.전태윤은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집을 나섰을 때 긴 웨딩카 행렬을 보더니 무척 놀라워했고 또 마냥 부럽기만 했다.그녀는 자라면서 수많은 결혼식에 참석해 봤지만, 처음으로 신부를 맞이하는 웨딩카가 100여 대나 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연성에서는 신부를 맞이하는 웨딩카가 10대 정도 되면 꽤 많은 편에 속했다.역시 관성의 갑부는 남달랐다.이는 전씨 가문과 전태윤이 하예정에 대한 진지한 태도의 표현이었다.정윤하는 하예정이 소설 속 신데렐라 여주인공처럼 느껴졌다. 부모도 없
“고 대표님.”정윤하는 소지훈의 소개로 고현이 강성 고씨 그룹의 대표이지 고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 스캔들 남자 친구이기도 했다.전호영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정윤하도 무척 놀랐다.정윤하는 전호영이 게이일 줄은 생각도 못 했고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이 전호영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지 않는 모습에 더욱 놀랐다.그러나 정말이지, 고 대표님은 정말 멋있다.하지만 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신분과 지위로 놓고 보면 그가 만난 미남과 미녀가 정말 많을 텐데...아마도 고 대표님의 도도한 분위기가 전호영을 사로잡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정윤하는 고현을 위아래로 여러 번 훑어보며 마음속으로 전호영이 고현을 사랑하게 된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다.“윤하 씨.”고현은 정윤하보다 나이가 많았고 또 여러 해 동안 업계에서 지내다 보니 사람 보는 눈빛이 날카로웠다.정윤하가 고현을 훑어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현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해명하지 않았다.고현은 단지 고 대표의 신분으로 전태윤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왔을 뿐 전호영의 여자 친구 신분으로 온 것이 아니었다.지금 그녀가 대표하는 것은 고씨 가문이었다.게다가 고현은 여성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사실 정윤하만이 그녀를 그런 눈빛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전씨 가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모두 고현이 어떤 매력으로 전호영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전호영이 수많은 여자를 제쳐두고 어찌 고현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 했다.“혼자세요?”“윤하 씨도 혼자 오셨군요.”정윤하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지훈 씨가 전 대표님 따라 신부를 맞이하러 갔어요. 저는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혼자 리조트를 구경하고 있었고요. 모두 낯선 사람들이라 어색할 필요도 없고, 이렇게 산책도 하니 너무 좋네요.”세상 물정을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더라면 정윤하는 소지훈을 따라오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매우 값졌다.적어도 이렇게
고현은 입술을 오므리다가 입을 열었다.“내년 일은 내년에야 알겠지만, 계획은 종종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이죠.”정윤하가 웃으며 말했다.“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죠. 계획된 일에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니 우리도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어요. 고 대표님, 같이 구경해도 괜찮을까요?”고현은 생각 끝에 정윤하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했다.그녀는 직설적으로 말했다.“다들 제가 전호영 씨의 스캔들 남자 친구라고 생각해요. 윤하 씨는 소 대표님께서 초대하신 귀한 손님인데 저와 함께 걸어 다니면 윤하 씨에게도 다소 영향을 줄 수 있어요.”정윤하는 고현이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저도 더는 강요하지 않을게요. 고 대표님, 참으로 의외네요.”“제가 전호영 씨와의 열애설을 인정한 것 같지 않죠?”정윤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고현도 보기 드문 웃음을 지었다.“호영 씨가 공개적으로 저에게 구애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와 호영 씨는 서로 묶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호영 씨가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서 저한테 구애했기에 다들 아는 사실이잖아요. 저도 이제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고 대표님... 호영 도련님 마음을 받아들인 거예요?”정윤하는 오지랖 넓게 물어보았다.고현이 피하지도, 화내지도 않고 현실을 직시한 태도를 보고 정윤하가 대담하게 물어본 것이다.고현은 정윤하와 시선을 맞추지 않고 앞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저도 제가 마음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인정해요.”정윤하가 말을 이었다.“하지만... 이런 상황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예요.”“우리 생활은 우리 두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기에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 시선이 두렵지 않아요.”게다가 고현은 진짜 남자도 아니었다.전호영의 말을 빌려 쓰자면 고현이 20년 동안 남자로 가장해 살아왔다고 해도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었다.“맞아요. 두 사람만 행복하게 지내
하예정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심효진만 여운별과 접촉하지 못했다. 그녀는 여운별에 대해서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했다.“가게로 돌아가서 말해요. 여기 너무 추워요. 비가 많이 오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싸늘해요.”하예정은 한쪽 손으로 여운초의 팔짱을 끼고 다른 한 손으로 심효진의 손을 잡고 다시 카운터 앞으로 가서 앉았다.“물 갖다 드릴게요. 아까 호떡 먹었더니 너무 목이 마른 것 같네요. 정씨 아저씨 고향에서 보내온 특산품은 참 맛있어서 자꾸 먹고 싶단 말이죠.”심효진이 물을 따르며 말했다.하예정은 웃으며 여운초를 부축해 앉혔다.여운초가 입을 열었다.“예정 씨, 저 앞을 볼 수 있어요.”예전에는 여운초는 앞을 볼 수 없었지만 익숙한 환경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그녀가 익숙한 환경에서만 정상인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전이진은 항상 “꽃필 무렵”에 전화를 걸어 여운초가 전씨 그룹으로 꽃 배달하게 했다.그 당시 여운초는 전이진이 자신을 괴롭히는 줄로만 알았다.전이진은 늘 여운초를 아내로 여기면서, 그녀가 그를 찾아가는 길을 익숙하게 하고 싶었다.이러한 일들도 전이진이 나중에야 그녀에게 알려주었다.그녀가 익숙한 환경에서 정상인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운초 씨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않았기도 하고 또 제가 운초 씨 지인이자 형수님이거든요. 제가 운초 씨를 잘 돌보지 못하면 이진 도련님께서 저를 찾아와 따질 거예요. 저는 이진 도련님이 제가 운초 씨한테 놀러 가게 하지 못하게는 게 가장 두려워요.”여운초는 화내는 척했다.“감히 그러기나 하겠어요! 만약 정말 그렇게 행동한다면 제가 이진 씨 귀를 힘껏 잡아당길 거에요.”하예정이 웃으며 물었다.“진짜로 귀를 잡아당겨 봤어요?”여운초가 대답했다.“아니요...”하예정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여운초는 전이진 앞에서 부드럽고 대범한 면만 보였을 뿐 냉혹한 면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비록
여운별은 용태호와 몇 마디만 통화하고는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단지 용태호가 그녀에게 어디에 갔고 언제 집에 돌아가냐고 물었을 뿐이다.전화를 끊은 여운별은 더는 서점에 남아 있지 않고 당장 떠나고 싶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카운터 앞에 앉아있는 세 명의 여인과 서 있는 몇몇 경호원들을 바라보았다.여운별은 마음속으로 너무 질투 났다.이 작은 서점에 여섯 명의 경호원이 있었다. 하예정 일행이 각자 두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다녔다.여운별도 지금 외출할 때 두 명의 경호원이 따라다니지만, 그 경호원들은 그녀 앞에서는 공손하게 대하고 뒤에서는 그녀를 통제했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과 행동은 모두 경호원의 요구에 따라 행동해야 했기에 하예정 일행의 경호원들과는 성질이 달랐다.여운별이 얼굴을 바꾸자 하예정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의 친언니이지만 여운초는 10년 동안 눈이 멀었고 지금은 시력을 되찾았다고 해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눈앞의 사물을 잘 볼 수 있을 뿐, 조금만 멀어도 잘 보이지 않았다.아마도 도수 높은 근시 사람들과 마찬가지일 것이다.생각해보니 여운초도 그녀의 현재 모습에 대해 너무 많은 기억이 없을 것이다.여운초가 익숙한 것은 여운별의 목소리뿐이다. 여운별은 이따가 말할 때 일부러 목소리를 바꾸기만 하면 될 일이다.이렇게 생각하며 여운별은 다시 책장으로 돌아가 연습 책 세트를 들고 실수로 한 페이지를 찢은 책을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여운별은 그 책들을 카운터에 올려놓고 며칠 동안 배운 음성 변경 능력으로 일부러 말투를 바꾸며 하예정에게 말했다.“모두 얼마죠?”여운초는 여운별이 다가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여운별을 쳐다보았다. 몸매도 목소리도 익숙해서 항상 이 소리가 여운별의 목소리 같다고 느꼈지만, 막상 얼굴을 똑똑히 보니 또 잘못 본 듯했다.여운초는 시력을 되찾은 뒤 여운별과 여러 차례 맞붙어 여운별의 모습을 기억했다.하예정은 가격을 알려주었고 여운별이 결제했다. 그리고 하예정이 그 책들을 주머니에
그러나 심효진이 남인경보다 더 복이 많아 소정남과 눈이 맞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소씨 가문의 경제적 조건은 김씨 가문보다 훨씬 나았다.심효진은 소씨 가문으로 시집갔을 때 명해은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시댁 식구들은 그녀에게 무척 다정하게 잘해주었다.남인경은 젊었을 때 김씨 가문에 시집갔지만, 시어머니에게 무시당해 많은 고생을 했었다. 그러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시름 놓고 편히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여운초도 따라 웃었다가 말했다.“이렇게 말해 주니 두렵지 않은 것 같아요.”“두려울 것 없어요. 예전에 갖은 고생 다 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활에 꽃이 피었고 의지할 곳도 생겼는데 더 두려울 것 없어야죠. 운초 씨, 기억하세요. 운초 씨 배후에는 전씨 가문 전체 사람들이 서 있다는 것을요.”하예정은 큰형수님의 패기를 발휘하여 여운초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운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적군이 쳐들어오면 장군을 보내어 막고, 홍수가 밀려오면 흙으로 둑을 쌓아 막는다고 두려울 것 하나도 없다.“예정 씨, 이 일은 이진 씨에게 절대로 말씀하시면 안 돼요. 제가 잠시 긴장돼서 그래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여운초는 남편에게 사실 좀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그가 알게 되면 더 따라가려고 애를 쓸 것이 분명하니까.전이진을 따라오지 못하게 하면 또 여운초에게 홀로 남겨둔다고 그를 사랑하지 않느냐며 따질 것이다.여운초는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할 지경이다.사적으로 전이진은 때때로 좀 유치하다.그것 또한 전이진과 부부가 된 후에야 그런 모습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성숙하고 진지하고 부드럽기만 했는데.“네. 약속드릴게요. 그런데 이진 도련님과 같이 안 가요?”“어머님께서 여자끼리 모이는 모임이라 남자가 거의 없다고 이진 씨에게 따라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이진 씨는 또 제가 어머님이랑만 놀러 간다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투덜대는데 어찌나 웃기는지.”여운초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녀의 말 속에는 행복
“지금 우리 가게가 바쁘지 않아서 직접 방문해서 함께 얘기하고 싶어서 왔죠.”여운초가 직접 방문한 것은 주로 동서이자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하예정은 경호원들에게 원래 있었던 몇 개의 화분을 옮겨 내가고 다시 여운초가 가져온 새로운 화분을 교체하라고 지시했다.심효진은 여운초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자, 따뜻한 물 한 잔 마셔요. 오늘은 기온이 내려가서 추워요.”그리고 또 경호원들에게도 따듯한 물 한 잔을 따라 마시라고 했다.이 경호원들은 이미 이 서점에 대해 익숙해졌다.그들은 사모님 세 분이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여운초는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카운터 위의 호떡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하지만 하예정은 그녀에게 먹어보라고 제안했다.여운초는 사양하지 않고 하나 들어서 먹어보았다.여운별은 그 호떡이 분명 맛있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초는 맛있다고 말하지 않고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었다.마지막으로 여운초가 이틀 후에 시어머니 명해은과 함께 연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여운초가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예정 씨, 만약 예정 씨가 임신하지 않았다면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할 수 있었을 텐데. 저의 어머님 앞에서 제가 예의를 갖추어 단아해 보이지만 저 사실 정말 긴장돼요. 저는 연회에 거의 참석해보지 못했거든요.”여운별은 여씨 가문의 큰 딸이다. 그러나 친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 친어머니가 계모보다 더 혹독한 사람이었다.그녀는 어려서부터 행복하게 지낸 적 없었다. 열여섯 살 때 친어머니에게 처참하게 당해 어둠 속에서 살게 되면서 여씨 가문에서 하인만도 못한 생활을 했다.그런데 연회에 참석할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친엄마인 추미자는 종종 행사에 참석하고 접대 같은 것도 하지만 보통 여운별을 데리고 세상 물정을 보러 나가곤 했다.여운초가 여씨 가문의 주인으로 되었을 때 눈은 아직 치료되지 않아 연회에 참석하기도 어려웠다.하여
심효진이 대답했다.“맛있어. 먹자마자 내가 맛있게 느껴지더라고.”“우리 반반씩 나누어 먹자.”하예정은 말하면서 주방으로 들어가 주머니 안에서 호떡을 꺼내 심효진에게 나누어 주었다.심효진도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책장 뒤에 숨어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여운별은 어안이 벙벙했다.‘두 사람 혹시 평생 호떡을 먹어본 적 없었어? 검은깨가 있는 호떡이 저리도 맛있나? 두 사람이 반반씩 나누어 먹을 정도라니.’여운별은 그 호떡이 얼마나 맛있는지 무척 궁금했다.다만 그녀는 지금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나타나 아직 하예정과 친해지지 않아 그녀에게 호떡을 달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웠다.“예정 씨, 효진 씨. 안에 계세요?”익숙한 소리가 밖에서 들려오자 책장 뒤에 숨어 있던 여운별은 갑자기 얼굴색이 변했고 문득 긴장해졌다.그 소리는 여운초의 목소리였다!여운초는 막 우산을 쓰고 걸어왔다.그녀 뒤에는 전이진이 그녀를 보호하도록 배정해준 경호원이 따라 들어왔다. 여운초가 전이진과 함께 있지 않은 한, 두 명의 경호원은 항상 그녀를 따라가곤 했다.두 명의 경호원은 손수레를 끌고 있었고 그 위에는 몇 개의 녹색 화분이 놓여 있었다.이것은 하예정이 오늘 아침 서점에 도착한 뒤 여운초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이 날 때 녹색 화분 몇 개를 배달해 달라고 한 것이다.가게의 원래 있었던 화분 몇 개를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었다.원래 키우던 녹색 화분들이 무성하게 자라자, 하예정은 그것들을 여운초에게 부탁해 꽃가게로 가져가 가지를 치고 화분에 나누어 달라고 했다.여운초는 가게 직원이 꽃을 가져다주는 것을 기다렸다가 동서들에게 녹색 화분 몇 개를 골라 보내왔다.“운초 씨, 우리 여기 있어요.”하예정이 대답했다.전씨 가문의 두 경호원은 여운초를 보더니 공손하게 인사했다.여운별은 책꽂이에 있는 책을 뒤적이다가 결국 책은 땅에 떨어뜨려 소리를 냈다.“죄송해요.”여운별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면서 서둘러 몸을 웅크리고 그 책들을 주워 책꽂이에 다시 놓았다.그리고 계속해서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태아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건 정상이야. 나도 가끔은 느끼기도 해. 하지만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아서 착각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말은 이렇게 했지만, 하예정은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심효진의 배를 만지려 했다.심효진은 카운터로 돌아와 하예정이 만지도록 허락했다. 배 속의 아기는 잠을 자고 있는지 하예정이 어루만졌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마 자고 있을 거야. 아침에 깨어나면 난 분명하게 아기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거든. 정남 씨도 만져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더라고. 아기와 오랫동안 소통하더니 아기가 피곤했는지 자고 있어.”하예정은 웃으며 손을 거두어들였다.하예정도 곧 태아의 움직임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심효진을 부러워할 필요 없었다.이때 밖에서 하이힐 발소리가 들렸다.곧 한 젊은 여인이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어제 책을 사가던 그 젊은 여인이었다. 즉 얼굴이 바뀐 여운별이었다.여운별이 들어오는 것을 본 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안녕하세요, 연습 책을 더 사려고요?”여운별은 심효진을 쳐다보고는 다시 하예정에게 시선을 돌렸다.“어제 가게에서 산 연습 책들이 시동생이 매우 유용하다고 말하더라고요. 오늘 저에게 한 세트 더 사달라고 친구에게 선물하겠다고 해서 오늘 한 세트 더 사러 왔어요.”하예정은 일어나서 준비된 연습 책을 가지러 가며 말했다.“그럼요. 정말 유용할 거예요. 관성의 많은 중학교 학생들 모두 이 자료를 사용하거든요.”여운별은 하예정을 따라다니다가 하예정의 손에 쥔 호떡 반 조각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비방했다.‘전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는 사람이 여기서 이런 싸구려 따위 호떡이나 먹고... 쯧쯧.’농촌에서 나온 시골뜨기가 나뭇가지에 올라가도 날지는 못하는 법이다.여운별은 마음속으로 하예정을 경멸하고 싫어했다.하예정은 운이 좋아 전태윤과 결혼하여 갑부의 사모님으로 되었다고 여겼다. 관성에서는 갑부인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 사상이 전부 개방적이라서 자식
정씨 아저씨는 이제 돈을 벌 수 있지만, 집에서는 여전히 정씨 아주머니가 주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의 지갑은 여전히 정씨 아주머니가 단단히 관리하고 있었다. 또한, 정씨 아저씨는 그렇게 관리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심효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요즘엔 정씨 아주머니가 욕도 덜 하죠? 욕하는 소리도 잘못 들은 것 같은데.”정씨 아저씨는 재빨리 심효진을 향해 말하지 말라는 손짓을 하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효진아.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면 안 돼. 아주머니는 귀가 매우 밝아서 들을 수 있거든. 바로 달려와서 날 욕할지도 몰라. 설마 욕하는 소리 듣고 싶은 건 아니지?”심효진과 하예정은 모두 입을 가리고 웃었다.“그럼 나 갈게.”정씨 아저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떠났다.하예정은 정씨 아저씨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심효진에게 말을 건넸다.“난 정씨 아저씨가 정말 부러워. 언제나 즐겁잖아.”낙관적인 마음을 가지면 삶은 살수록 더 나아질 것이다.“정씨 아저씨 부부는 사이가 좋고 가정도 화목하지. 비록 작은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넉넉하게 행복하게 보내고 있잖아.”심효진은 자신의 가방을 내려놓고 카운터 앞에 앉았다. 카운터 위에 떡 한 봉지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 떡은 꽤 컸고 위에는 많은 참깨가 있었다.“호떡을 샀어?.”심효진은 손을 뻗어 호떡을 집어 한입 물더니 연신 칭찬했다.“꽤 맛있네.”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떡 한 조각을 집어 들고 먹으며 말했다.“맛 좀 보자. 내가 산 게 아니라 정씨 아저씨가 보내준 거야. 아저씨의 고향 특산품이라고 했어. 마침 고향 친구가 와서 고향의 특산품을 좀 가져와서 우리에게 맛을 좀 보여주려고 가져오셨거든.”하예정은 맛을 보더니 심효진의 말에 동의했다.이 떡은 그녀들이 예전에 샀던 호떡과는 좀 달랐다. 정말 맛있었다.역시 특산품다웠다.“회사로 간 줄 알았는데. 소현 언니도 회사에 있지?”심효진은 케이크를 깨물며 물었다.하예정은 말하면서 웃고 있었다.“응, 지금은 기본적으
“만약 우리 전씨 가문에서 딸을 낳는다면 정말 큰일을 해낸 것이나 다름없을 텐데. 몇 대 걸친 조상들조차도 무척 기뻐하실걸요.”소정남은 한참을 침묵을 지키다가 전이진에게 말했다.“당신들 전씨 가문 위에 있는 조상들은 아마 너무 기뻐서 죽을지도 몰라요.”전이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저는 그냥 비유한 것뿐인데.”소정남의 과시하는 말을 듣던 전이진은 마음속으로 무척 부러워했다.결혼하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전이진은 자신의 아기를 갖고 싶었다. 여자든지 남자든지를 막론하고 아기가 아기를 가져 아빠로서의 맛을 보여주기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아빠가 되기까지 2~3년은 더 기다려야 했다.여운초의 몸은 아직 조리가 잘 안 되었기에 전이진이 아무리 애를 써도 임신을 할 수 없을 것이다.전이진은 여운초가 마음속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그녀 앞에서 아이를 좋아하는 모습을 감히 드러내지 못했다.일단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지금 이대로도 너무 좋고 행복했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두 사람의 사무실은 같은 층에 있었다.하여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전이진은 여운초가 선물한 꽃다발을 안고 엘리베이터를 나서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소정남의 미소는 전이진보다 더 밝았다.같은 층에 있는 다른 직원들은 두 명의 거물이 저마다 밝게 웃는 것을 보며 마음속으로 두 사람에게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저리도 찬란하게 웃는지 의아했다.전이진은 품에 꽃다발을 안고 엘리베이터를 나섰기 때문에 분명 여운초에게서 꽃다발을 선물 받을 것으로 추측하며 이해할 수는 있었다.‘그런데 소정남은 왜 기뻐하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유쾌하게 웃지?’하지만 두 분의 기분이 좋으니, 그 층 직원들도 따라서 마음을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상사가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들은 조심스레 일해야 했다.두 상사가 웃음꽃을 피우는데 두 분의 아내는 어떨지...소정남은 휴가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 출근해야 했고 심효진도 자연스럽게 서점에
심효진의 말처럼 남자들도 가끔 선물을 주거나 꽃다발을 주기도 해야 한다. 남자들도 선물을 받을 때 기분이 좋아져 더욱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은 돈을 벌어 그녀들에게 돈을 퍼부어 준다고 했다.여운초는 심효진이 남편을 잘 다룰 줄 알기에 자신과 하예정 모두 그녀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한다고 여겼다.하예정은 심효진이 매일 연애 소설을 읽는데, 많이 읽으니 이렇게 현실 생활에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여운초는 예전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다. 그녀는 항상 명작을 읽었지만, 나중에는 눈이 멀어서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하여 책을 읽는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맹인 학교가 있지만, 추미자는 그녀를 보내지 않는다. 의붓아버지이자 큰아버지인 여태웅은 여운초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는 듯했지만, 사실 그녀의 생사에 신경 쓰지 않은 거나 다름없다.하여 여운초는 대학에도 가지 못했다.이제 시력을 되찾았고 여운초는 다시 책을 들고 공부하여 대학 입시 시험을 치러서 그녀의 대학 꿈을 이루고자 한다.하지만 연말이 지나야 준비할 수 있다.지금 여운초의 눈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정겨울은 여운초에게 사업에 대한 일을 처리하더라도 눈을 주의해서 사용해야 하며, 과도하게 눈을 사용하지 말아야 만이 시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책을 다시 쥐고 공부하려면 당분간은 접어두어야 한다. 아니면 전이진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늦었지만 큰형이 전화 오지 않은 것으로 보면 아마 급한 일도 없을 거야. 큰형과 소정남 씨가 모두 회사에 있어서 하늘이 무너져도 두 사람은 키가 커서 견딜 수 있을 거야.”소정남의 이틀간 휴가는 이미 끝났다.오늘 다시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전이진도 전태윤이 자신에게 이틀간 휴가를 주었으면 했다. 그러면 여운초와 잘 지낼 수 있을 텐데.전이진은 자기 일을 생각하더니 상상만 하고 있었을 뿐 그런 사치가 현실이 되기를 감히 기대하지도 않았다.“여보, 오후에 데리러 올게. 우리 같이 집에 가자.”“응. 알았어.”여운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