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은 고빈을 노려보며 경고했다.“그딴 생각을 하지 마. 저분은 소지훈 씨 여자야. 정윤하라고 하는데 연성의 정합 도장 사장님 딸이야. 어려서부터 무술을 익혔고 지금은 정합 도장의 코치로 일하고 있어.”“시원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사람도 순수하고 바람기도 없는 분이셔. 이렇게 순수한 사람을 본지도 너무 오랜만이야.”어린아이들을 제외하고 고현이 만나 본 사람들은 모두 꾀가 많은 사람이었다. 어린아이들조차도 속셈이 꽤 있었다.아마 이 바닥의 사람들은 원래부터 가면을 쓴 사람일지도 모른다.소지훈이 정윤하를 데리고 왔을 때 고빈이 현장에 없었기에 그는 정윤하가 소지훈의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다.누나의 말을 들은 고빈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소지훈 씨 여자였군. 정말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였어. 마음에 무척 들었는데. 소지훈 씨 몸에 병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여자를 가까이 할 수 없는 병이라고 들었는데. 여자한테도 마음이 없고 남자한테도 관심이 없다고 하던데. 좋게 말하면 감정이 없는 병이라고들 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못 쓰는 거지.”고빈은 이 말을 고현 앞에서나 말 할 수 있었지 감히 밖에 나가서 말할 수 없었다.소지훈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누가 허구한 날 할 일 없이 소지훈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 죽고 싶은 것도 아니고.고현은 또 동생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치료할 수 있는 병이야. 못 쓰는 거랑 다른 얘기지. 지훈 씨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여자를 만난다면 지훈 씨도 정상인과 다를 바 없어. 윤하 씨는 행운을 만난 거지. 평생 지훈 씨가 딴마음을 품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잖아.”“전 대표도 딴마음을 품지는 않을 거야.”고빈은 미래의 형부를 대신해 한마디 했다.고현이 말을 잇지 않았다.전호영의 조부 벌부터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 없었다. 전호영 나이 또래 형제들도 모두 젊은 미혼 남자들이었다. 미래에 마음이 변할지 누가 알겠는가.미래의 세상은 그 누구도 모르는 법이다.“정윤하 씨가 바로 지훈 씨를 치료할 수 있는
고빈은 혼자 중얼거렸다.“누나는 이미 시집갈 준비를 한 거야? 누나가 시집가도 여전히 고씨 그룹을 경영할 수 있잖아. 우리 부모님도 우리 두 자식밖에 없기 때문에 재산도 우리 두 사람이 나누어서 가져야 할걸. 고씨 그룹의 절반은 누나 재산인데 난 현재 우리 두 사람의 직위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어.”고현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나도 오랫동안 힘들게 일했는데 좀 물러나서 쉬면 안 돼? 넌 남자잖아. 한 집안의 기둥답게 책임을 짊어져야지.”“회사를 이어받는 게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누나도 상속권이 있어서 우리 두 사람한테 다 책임이 있어. 누나는 언제 시집가려고? 누나가 신혼 여행하러 갈 때와 나에게 조카를 낳아줄 때 내가 회사를 책임질게.”“아니다. 호영 씨가 책임져야 해. 누나를 데려갔으니 호영 씨가 고씨 그룹을 책임져야 해.”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빈은 또 누나에게 한 대 얻어맞았다.“호영 씨는 너한테 빚진 거 없어. 핑계 대지 말고 엄마 아빠 곁으로 돌아가. 업계 큰 인물들과 말을 나누지 않아도 한 번이라도 만나보는 것도 좋아. 그리고 네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는지나 좀 봐. 네 나이도 적지 않은데 장가갈 때도 됐잖아.”“난 오히려 정윤하 씨가 괜찮다고 생각하는데...”누나의 노려보는 눈빛에 고빈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웃기만 했다.고빈은 정윤하에게 첫눈에 반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다른 스타일의 미녀를 만나보니 본능적으로 감상하고 싶었고 접근하고 싶을 뿐 다른 생각은 없었다.“너의 여성 지인들은 이미 너무 많아. 정윤하 씨가 없어도 돼. 물론 지훈 씨 폭격을 견딜 수 있다면 정윤하 씨를 접근해도 돼. 그러다가 일이라도 생기면 나한테 도움 청할 궁리하지 말고. 난 너 대신 수습해 주지 않을 거야. 지훈 씨가 널 죽이지 않는 한 난 절대로 나서지 않을 거니까.”“너무 지독한 거 아니야? 내 목숨을 위해서라도 정윤하 씨를 멀리해야겠군.”고빈의 여성 지인이 한 무더기라 굳이 정윤하와 가까이 지낼 필요는 없었다.소지훈의 여
“네. 돌아왔어요. 비가 그칠 때 형수님이 들어오셨거든요. 조금 전에 비가 한바탕 내렸는데 어르신들이 형수님이 평소에 국물을 좋아하셔서 시집가는 날 비가 왔대요.”고현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런 말도 있었나요? 저도 평소에 국물을 즐겨 마시는데.”‘나중에 내가 시집갈 때도 비가 올까?’“어르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제 생각에는 공교롭게도 비가 와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날씨가 변덕스러운 것은 정상이니까요.”전호영은 웃으며 그 꽃다발을 고현에게 건넸다.“신부의 꽃다발을 제가 빼앗았어요. 신부 꽃다발을 뺏은 사람이 바로 다음 결혼할 사람이라고 하던데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어요.”“이 꽃을 고현 씨에게 드릴게요. 우리 형 결혼식 덕분에 고현 씨도 복이 가득했으면 좋겠어요.”고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전호영이 건넨 꽃다발을 받으면서 말했다.“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호영 씨가 게이로 보였을 텐데 호영 씨가 이 부케를 받아서 저한테 주면 우리 두 사람 동성 연애가 또 한참 동안 화제가 되겠네요.”“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상관없어요. 고현 씨만 제가 정상적인 남자라는 것만 알면 되니까요.”고현이 바로 말을 이었다.“호영 씨가 정상인지 아닌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호영 씨도 지훈 씨처럼 그럴지 누가 알겠어요.”“제가 언제든지 협조해 드릴 수 있어요. 제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셔야 저와 남은 인생을 잘 살 수 있을 거 아니에요.”고현은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말실수한 것이 틀림없다.다행히 전호영은 고현이 부끄러워 할까 봐 이 주제에 관해 더는 말하지 않았다.“왜 여기 혼자 있어요?”“남들과 어울리는 게 싫어서 리조트를 혼자 구경하다 보니 여기 앉아 있게 됐네요.”고씨 가문의 식구 네 명 모두 전씨 가문에 와서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고현은 그녀의 경호원을 데리고 있지 않았다. 전호영과 함께했기 때문에 그가 자신을 잘 보호할 것이라고 믿었다.전씨 가문의 땅에서 전씨 가문은 모든 손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처음엔
고현은 전호영을 보며 물었다.“큰형의 결혼식이 끝난 후에도 강성으로 갈 거예요?”“고현 씨가 강성으로 가는데 저도 당연히 강성에 가야죠. 고현 씨가 저를 따라 관성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저도 고현 씨 따라서 거예요.”고현이 바로 말을 이었다.“정말 한가군요.”“대학 졸업 후 제가 큰형을 도와 그룹을 운영했거든요. 제가 입맛이 까다롭고 요리도 잘했기에 큰형이 저한테 요식업을 이어받으라고 권했어요. 관성 호텔 음식이 제 입맛에 안 맞으면 손님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없다면서요.”“제가 전씨 그룹의 요식업을 운영한 지 거의 10년이 되었어요. 저도 제 자리에서 일을 잘하거든요. 제가 관성에 없다 해도 다른 호텔들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요. 하물며 제가 호텔과 총지배인 그리고 몇몇 부사장님들을 관리하고 있기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제가 나서서 처리해요.”“제가 강성에 아무리 오래 있어도 제 사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저로서는 올해 안에 집에 쇨 수 있는지, 할머니께 쫓겨나지 않는지가 가장 중요해요.”고현은 전호영이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올해 설날에 전씨 할머니에게 쫓겨날 것이라고 들었다.“할머니께서 정말 호영 씨를 쫓아내고 설을 쇠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전씨 할머니는 참 좋으신 분이라 아마도 호영 씨를 위협하려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호영 씨 형제들 모두 효도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할머니 말을 잘 들으라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호영 씨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 생각에는 전씨 할머니께서 호영 씨 형제들의 인생 큰일을 이렇게 계획하시는 건 좀 횡포한 것 같아요. 결혼은 억지로 할 수 없는 건데 할머니가 호영 씨 형제들 대신 아내를 골라주시잖아요. 그 여인들은 호영 씨 형제분들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르는 여인들이잖아요.”“호영 씨 형제들이 상대방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할머니께 효도하려고 그 여인과 결혼하여 평생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시지도 않으시던가요?”전호영은 화를 내지 않았다.“할
전씨 할머니 손주들의 인생사에 관여하는 일에 관해 고현은 이해하지 못했다.전호영이 처음으로 그녀에게 설명해 준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공감하지 못했다.아마도 고현이 전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고 전씨 가문에서 자라지 않은 탓일 수도 있다.고현도 전호영 형제들의 부모가 아들의 혼사를 걱정하지 않고 전부 전씨 할머니께 맡기는 모습을 발견했다.전씨 할머니가 골라준 며느리의 생김새가 어떻든, 집안 배경이 어떻든 전씨 집안 형제들의 부모는 모두 그대로 받아들였다.부모로서 무책임해서인지는 몰라도 이 모든 일은 전씨 할머니가 나서서 손주들의 인생 대사를 도맡았다.“저희 할머니의 명성과 인맥은 관성에서 최고예요. 예전에 우리 전씨 그룹과 성씨 그룹이 서로 적수로 싸웠을 때 우리 할머니가 나서기만 하면 성씨 가문도 어느 정도 체면을 세워줬을 거예요.”전호영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계속해서 말했다.“할머니가 오래오래 사시고 우리 아홉 형제가 가정을 꾸리고 증손자들이 태어나는 것을 보셨으면 좋겠어요.”“할머니께서는 늘 할아버지에 관해 말씀하시며 영감이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할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니, 자손들은 할머니 손에 맡기게 된 셈이죠. 할머니도 할아버지가 무책임하다며 욕해요. 자손들이 이렇게 많은데 영감이 혼자 다리를 뻗고 하늘나라로 행복을 누리러 가셨다면서요.”“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이도 매우 좋아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자손들을 걱정하셨기에 할아버지가 저승에서 편히 쉬실 수 있도록 할머니께서도 이 세상에서 손주들의 혼사에 대해 많이 신경 쓰고 계세요.”“서원 리조트도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위해 만든 집이에요.”고현은 전호영의 손을 맞잡았다.전호영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언급할때 그의 얼굴에는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그 모습을 본 고현은 전호영 형제들이 할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매우 깊을 것으로 추측했다.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오래 되였지만 아직도 할아버지를 언급할 때마다 그들은 모두 슬퍼했다.가장 괴로운 사람은 전씨 할머
하예정은 손님들이 밖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몰랐다.그녀는 결혼식에서 전태윤을 따라 손님들에게 술을 따라주었고 술도 전태윤이 다 마셨다.하예정은 임신했기에 술을 마시지 않았고 피곤할까 봐 전태윤에 의해 신혼 방으로 보내져 휴식을 취했다.하예정도 정말 피곤했다. 신혼 방에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바로 자려고 했다.전태윤은 웃으며 아내를 부축하면서 말했다.“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자.”“저녁에 제가 나가 대접할 필요 없어요?”“이 한밤에 나까지 방으로 돌아왔는데 나가서 손님을 대접할 필요가 있겠어? 오늘 하루 너무 힘들었어. 빨리 쉬어.”전태윤은 아내의 허리를 끌어안아 품에 끌어들이며 관심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너무 수고했어.”하예정은 남편의 품에 안기며 말을 이었다.“그냥 졸려요. 너무 졸려요. 어젯밤에 잠을 많이 못 잤거든요. 날이 밝자마자 우리 언니가 날 깨워서 오늘 하루 의지력으로 버텼어요. 지금은 눈꺼풀이 자꾸 서로 붙으려고 해요. 빨리 자라고 저를 깨우쳐요.”전태윤은 하예정을 풀어주었다.“욕조에 물 넣어줄 테니 네가 목욕 끝나는 모습을 보고 나서 내가 나갈게. 씻다가 잠들지 않도록 내가 지켜줄게.”“고마워요.”하예정은 남편의 배려를 거절하지 않았고 또 그의 배려에 익숙해졌다.전태윤이 곁에 있으면 그녀는 진짜 아무것도 할 필요 없었다. 모든 일들이 전태윤에 의해 완벽하게 안배되었다.이 남자는 밖에서 항상 굳은 얼굴로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어 어린아이들을 놀라게 했지만, 누군가를 배려할 때면 정말 그의 매력에 취해서 죽을 수도 있을 정도였다.하예정은 남편의 부드럽고 자상한 모습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고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남편을 사랑하게 되었다.하예정은 전태윤의 얼굴에 뽀뽀했다.사랑스러운 아내의 뽀뽀를 받은 전태윤은 만족한 표정으로 욕실로 들어가 목욕물을 넣어주었다.목욕물을 충분히 넣은 전태윤은 나와서 부드럽게 아내에게 말했다.“먼저 목욕하고 있어. 내가 옷 가져다줄게. 저녁에도 나갈 필요 없어. 배고프면 내가 먹을
어떤 소꿉친구들은 남매가 되기도 한다.“효진이는 자기가 아들을 임신했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제 배 속에 있는 이 꼬마가 남자아이라고 생각돼요. 아마도 우리 두 집 아이들은 태윤 씨와 정남 씨처럼 형제로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난 좋은데.”전태윤도 딸을 좋아했지만 혼인 신고 후 1년이 지나서야 하예정이 겨우 임신했기 때문에 부부만의 아이를 가질 수 있어서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그는 배 속의 아이가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저도 좋아요. 샤워하고 올게요.”“잠들지 마. 15분 동안 기다릴 거야. 네가 나오지 않으면 내가 들어가 볼 거야. 잠들면 안 되니까.”하예정은 아무리 피곤하고 졸리더라도 샤워 중에 잠들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전태윤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은 그녀의 마음을 달콤하게 했다.오늘 전태윤은 관성을 뒤흔드는 결혼식을 올려주겠다는 약속을 지켜냈다.하예정 또한 전태윤의 가장 아름다운 신부로 될 것이라는 약속을 지켰다.앞으로 두 사람의 감정이 처음처럼 계속 좋아지길 바란다. 그리고 아들딸을 낳고 백년해로할 수 있기를 바란다.15분 후.하예정은 1분도 늦지 않고 딱 15분 만에 나왔다.욕실을 나서자마자 그녀는 남편에 의해 허리를 감싸 안겼다.하예정은 미소를 머금으며 남편의 목을 껴안고 그의 잘생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 얼굴은 보면 볼수록 더 좋아지고 있었다.전태윤은 그녀를 안고 침대로 가서 허리를 굽혀 혼수 침대에 살며시 눕혔고 아내의 이마에 뽀뽀해주고는 부드럽게 말했다.“얼른 자.”“태윤 씨도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일찍 들어와요.”시간을 본 전태윤이 입을 열었다.“어두워지면 얼른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마. 취하도록 마시지 않을 거야. 내일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차려야 하니까.”“집안에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 없어요. 오늘 태윤 씨도 힘들었을 텐데. 어젯밤에 잘 주무시지 못했죠? 푹 쉬어요.”“내가 만든 아침밥이 맛있다면 내가 해줄게. 이번 달 우리 모두 결혼 휴가를 냈으
그러자 하예정이 대답했다.“알겠어요.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제가 임신한 줄도 모르는 상황에서 너무 많이 돌아다녔더니 아랫배가 살짝 아팠어요. 그 뒤로 임신한 걸 안 후로 저도 깜짝 놀랐다니깐요.”그때도 하예정은 전태윤이 걱정할까 봐 감히 그에게 알리지 못했다.전태윤은 아내가 임신하여 멀리 신혼여행을 떠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녀를 데리고 관성에서 자가용 여행을 가려고 했다. 하지만 자가용 여행도 피곤할 것을 생각한 하예정은 그제야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전태윤은 하예정이 옛날얘기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비로소 시름을 놓았다.하예정은 자신이 임신한 것을 알고 난 후로 확실히 업무량을 줄였다.다시는 성소현과 여기저기 뛰어다니지 않았다.회사에서 일하면 피곤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체력은 아주 좋은 편이었다.어쨌든 무술을 배운 사람이기도 했고 응석받이도 없이 고생하며 자랐기 때문이다.전태윤은 사실 아내에게 결혼 휴가 후에도 집에서 배 속의 아기만 잘 돌보라고 권하고 싶었지만, 아내가 동의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결혼 휴가가 끝나면 임신한 지 거의 3개월이 지나기 때문에 태아가 안정되는 시기에 들어설 것이다.하예정이 예전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지 않는 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전태윤은 결국 아내를 설득하지 못했다.그는 신혼 첫날에 사이가 나빠질까 봐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전태윤도 아내가 배 속의 아기를 두고 장난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만약 견딜 수 없다면 그녀도 절대 억지로 버티지 않을 것이다.하예정이 나가서 가벼운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었다.예를 들어 서점에 가서 심효진과 함께 가게를 지키거나 회사에서 서류를 보면서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를 배정하여 그녀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다.그러다 보면 기분도 좋아지고 태아의 건강한 발육과 성장에 도움도 될 것이다.“빨리 나가서 손님들을 대접해요. 저는 좀 잘게요. 나중에 방으로 돌아올 때 제가 잠이 들면 깨우지 마세요. 제가 먼저 깨면 태윤 씨에게 메시지
지훈이 윤하를 바라보는 눈빛에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다.“윤하 씨가 좋아하면 매일 선물해 줄게요. 아니면 지금 도장에 꽃 가지러 같이 갈까요?”“같이 가요. 매일 선물 안 해줘도 돼요. 어쩌다 한 번씩 서프라이즈를 주는 게 더 좋아요. 매일 받으면 또 감흥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잖아요.”지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윤하 씨 말 들을게요.”지훈의 꽃 선물에 윤하는 꽃 떡을 떠올렸다.지훈도 자신이 매일 꽃 선물을 하면 윤하가 꽃 떡을 떠올리며 자신의 마음을 몰라줄까 걱정이 됐다.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은 아마도 돈이 아닐까?지훈은 돈으로 된 꽃다발을 선물해서 윤하가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게 해줄 수도 있었다.“먼저 옷 쇼핑가요, 제가 옷 선물을 해줄게요.”윤하는 꽃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옷 선물을 해주려 했다.“옷을 선물해 준다고요?”지훈은 아주 기뻤다.“지훈 씨가 추울 것 같아서 두꺼운 아우터를 선물해 주려고요. 근데 저는 지훈 씨처럼 명품은 못 사요. 삼십만 원 정도는 해줄 수 있어요. 혹시 마음에 안 들면 버리지 말고 저한테 줘요. 저희 큰오빠가 지훈 씨랑 키가 비슷하니까 큰오빠 주면 돼요.”지훈은 재빨리 대답했다. “마음에 안 들 리가요, 윤하 씨야말로 줬다 뺏기 없어요. 큰형님 옷도 많으시고 두꺼운 옷도 많으시잖아요. 저는 두꺼운 옷 별로 없어요. 저 사실 추위 많이 탄다고요. 집밖에 잘 안 나가고 매일 사무실, 도장, 윤하 씨 집, 난방이 있는 이 세 곳에만 있잖아요.”바로 전까지만 해도 추위를 안 탄다고 하던 지훈은 혹여나 윤하가 사준 옷을 큰형님한테 줄까 봐 추위를 많이 탄다고 엄살을 부렸다.“그럴 줄 알았어요. 남방 사람들은 연성에 오면 다들 춥다고 그래요. 아무리 지훈 씨가 이곳저곳 많이 다닌다고 하지만 그래도 관성에서 보낸 시간이 제일 오라잖아요. 연성이 안 춥다면 거짓말이죠.”지금의 관성은 날씨가 아주 좋아 윤하도 부러울 정도였다.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관성은 난방이 없어서 추울 땐 진짜로 추
윤하의 어머니는 잠깐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너희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래도 지훈이 돌아오면 너희가 한번 잘 물어봐. 안 그러면 나 계속 걱정돼서 잠 못 자니까. 그리고 지훈이 우리 윤하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걔는 부잣집 도련님이고 두 집안이 차이가 있잖아. 지훈이 부모님이 우리 윤하를 못 받아들일 수도 있고. 너희 아빠가 돌아오시면 내가 얘기 한번 해봐야겠어. 혁주를 데리고 관성에 가서 지훈이 부모님에 대해 좀 알아보라고 해야겠어.”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혼자 가도 돼요. 오늘 저녁에 바로 티켓 끊어서 내일 아침에 출발할게요.”“아버지랑 같이 가. 네가 아직 어려서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해. 아버지는 나이도 많고 사회생활도 수십 년 해왔으니 사람 보는 눈이 괜찮아. 딸을 시집보내는데 아버지가 돼서 시댁이 어떤지는 알아봐야지.”윤하 어머니는 지훈이 의심하지만 않는다면 자신도 함께 관성에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혁진이 말했다. “소 대표의 부모님이 우리 윤하를 싫어하시지는 않을 거예요. 소 대표 나이가 몇인데, 곧 사십이잖아요. 우리 윤하는 이제 스물넷인데 나무랄 게 뭐 있어요. 나무란다고 해도 우리가 소 대표를 나무라야 맞죠.”“소 대표 부모님께서 마음이 조급하시지 않을까요? 드디어 좋아하는 아가씨를 만났는데 그분들이 왜 나무라겠어요? 오히려 서둘러 결혼시키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 집안이 부자면 또 어때요? 우리 집안은 뭐 가난한가? 몇백억은 아니더라도 자산이 적지는 않잖아요. 어머니아버지가 윤하한테 집도 마련해 줬고 상가 부동산도 남들보다 훨씬 많은걸요.”“당연하지, 소씨 집안에서 우리 윤하를 마음에 안 들어 하기만 해 봐요.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잠깐, 우리 윤하가 아직 지훈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잖아요. 나중에 두 사람이 거리를 둔다고 해도 우리 윤하는 전혀 손해 볼 게 없어요.”“아쉬워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지훈이 아닌가.”“그래도 관성에 한번 가서 알아보는 게 좋아.” 혁주는 이미 휴대폰을 꺼내 티켓을 알아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윤하는 지훈과 함께 산책하러 나갔다.두 사람이 집 문을 나서자 혁진이 형에게 물었다.“형, 윤하 오늘 좀 이상하지 않아요? 얼굴도 자꾸 빨개지고 지훈이랑 눈도 못 마주치고 아주 부자연스러운 것이 평소랑은 많이 달라요. 이십몇 년 동안 오빠와 동생으로 지내면서 오늘 처음 수줍어하는 모습을 본 것 같아요. 쟤도 수줍어할 줄 아는 애였어요. 평소에는 그냥 남자애처럼 덜렁대고 뻔뻔하게 굴더니 수줍어하니 꽤 여자 같은데…”혁주는 말없이 차를 따랐다.윤하 어머니는 주방에서 설거지하다가 혁진의 말을 듣고 주방에서 뛰어나와 두 아들에게 말했다.“너희 둘 이리 와봐, 지훈이 없을 때 할 말이 있어.”“무슨 일이에요? 표정이 심각해 보이는데 안 좋은 일이에요?”혁진은 궁금증을 못 참고 주방으로 들어가다가 엄마의 표정을 보고 사뭇 진지해졌다.차를 따르던 혁주도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뛰어 들어오며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 소 대표가 무슨 말 하던가요? 소 대표가 우리 동생한테 고백했어. 근데 윤하가 아무런 준비 없던 상황에서 고백받아서 놀라서 도장을 뛰쳐나갔어. 내가 소 대표 보고 따라가지 말고 윤하한테 진정할 시간을 좀 주라고 했거든. 지금 보니 뭔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인데?”혁진은 혁주를 돌아보며 물었다. “형, 지훈이가 윤하한테 고백했다고요?”윤하 어머니는 입을 뗐다. “지훈이 질병이 있대. 걔가 윤하한테 솔직하게 털어놨는데 내가 엿듣다 보니 제대로 듣지 못했어. 병명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진짜로 병이 있나 봐. 그래서 여태까지 솔로였대.”“뭐라고요?”두 아들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두 사람은 안색이 급격히 변하더니 혁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설마 남자구실을 못 하는 건 아니겠죠?”“그렇게 티가 나는 질병이 아닌 것 같았어. 똑똑히 듣고 싶었는데 방문이 열려있어서 더 가까이 가지 못하겠더라. 영문을 모르니 더 속이 타네. 너희 둘은 남자애니까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해서. 조금 있다가 지훈이 돌아오면 너희 둘이
지훈이 대답하기도 전에 윤하의 목소리가 위층으로부터 들려왔다.“얘들아, 밥 먹어.”윤하 어머니가 주방에서 불렀다.식구들은 주방으로 들어가 일손을 도와 식자재를 날랐다. 그리고 둘러앉아 따뜻한 샤부샤부를 먹기 시작했다.정혁주는 아버지가 소장한 술과 잔을 네 개 가져오며 물었다.“엄마, 저희 오늘 한잔하고 싶은데 괜찮죠?”“외출을 안 하면 한 잔씩은 허락할게. 더는 안돼.”많이 마시다가 취하면 내일 출근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정혁주는 동의하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한 잔씩만 하기로.”한잔이라도 아예 못 마시는 것보다는 나았다.“윤하는 많이 마시지 마.”혁주는 동생에서 반 잔만 부어주었다.윤하는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내가 여자는 맞지만 주량은 오빠들 못지않거든요, 한잔 마신다고 취하지 않아요.”“너 계속 그러면 한입밖에 못 마시게 할거야. 그 잔 소 대표님 줘.”혁주는 큰오빠답게 여동생의 음주를 제한했다.혁주는 술을 붓고는 윤하에게 귀속말했다. “적게 마시고 정신 붙들고 있어. 있다가 소 대표님 취하면 너한테 진심인지 아닌지 확인해 봐. 술 취하면 진실을 토하게 되잖아. 그때 물어보면 진심을 알 수 있을 거야.”윤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어 하며 낮은 목소리로 큰오빠에게 말했다. “지훈씨 주량 엄청 세요, 그 한 병 다 마셔도 멀쩡할걸요.”술 한잔으로 지훈이 취하기를 기대하는 일은 망상에 불과했다.“난 지훈 씨가 한 말이 모두 진심이라고 믿어.”윤하는 지훈에게 반찬을 짚어주며 웃으며 말했다. “지훈 씨도 적게 마셔요, 식사가 끝나면 같이 산책해요.”“좋아요.”“밖에 엄청 추워.”윤하의 어머니가 말했다.“지훈이는 관성에서 왔잖아, 더 추워할걸. 난 시집온 지 몇십 년이 지났는데도 겨울에는 외출 잘 안 하잖아. 연성의 겨울 추위는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안 돼.”시집온 지 얼마 안 되였을 때 윤하 어머니는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친정집으로 가서 겨울을 보냈다.시간이 지나 아기들도 점점 커서 어린이집, 학교에 입학
“그래요, 알겠어요. 윤하 씨가 충분히 고민할 때까지 기다릴게요. 지금 당장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기다릴 수 있어요. 윤하 씨 마음에 들 때까지 제가 잘할게요.”윤하는 미소로 답했다. “지훈 씨가 마음에 안 들어서 가 아니라 저는 지훈 씨를 친구로 생각했는데 지훈 씨가 저한테 고백한것이 적응이 안 돼서 그래요. 한 번뿐인 결혼인데 신중해야죠.”“지훈 씨, 이건 저희 둘 사이 일이니까 제가 확답드리기 전까지 부모님께 말하지 말아 주세요. 부모님께서 제가 지훈 씨를 바로 승낙하지 않은 것을 알면 또 엄청나게 나무라실 거예요. 선을 그렇게 많이 봤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전적이 없으니 어쩔 수 없죠 뭐. 저희 아버지는 뭐라고 잔소리하시지 않으세요. 제가 아직 이십 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희 엄마가 마음이 급해 하세요. 제가 아버지를 따라 무술을 배우다 보니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남들한테 거친 인상을 남겨서 남자 친구가 없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혹여나 제가 결혼을 못 할까 봐 걱정이 많으세요. 제가 선을 보고 잘되지 않을 때마다 저희 아버지를 나무라세요, 아버지가 저를 망쳤다고요. 지훈 씨가 아마도 저희 엄마가 기대하시는 마지막 한 명일 거예요.”지훈은 윤하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며 답했다.“윤하 씨가 대답하기 전에 두 어르신께 말 안 할게요.”“아 맞다. 제가 지훈 씨를 알고 난 후에 선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잘 안됐어요. 혹시 지훈 씨가 손 쓴 것 아니죠?”“아니에요. 제가 연성에 와서 투자도 하고 자회사도 차리고 하다 보니 인맥이 점점 넓어지긴 했어도 저희 집안 인맥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요. 제가 한 일 아니에요.”그리고 지훈이 연성에 온 이후로 윤하도 선을 많이 보지는 않았다.연성에 중매쟁이들은 그녀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 하지 않았다.지훈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녀는 지훈이 한 말이 사실일 거라고 믿었다.“아니면 됐어요. 먼저 내려가 있어요. 저는 조금 앉아 진정하고 내려갈게요. 저의 두 오빠도
“제 아내로 산다면 예상치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걸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제가 온 힘을 다해서 지켜줄 거예요. 아무도 당신을 건드리지 못하게 지켜줄 거예요.”그는 소씨 가문의 도련님, 장차 소씨 가문을 책임질 인물로서 만약 아내도 지키지 못한다면 가문을 지킬 자격도 없는 셈이다.정윤하는 본능적으로 말했다. “저는 두렵지 않아요.”그녀는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었다.“당신과 당신 집안이 법을 어기는 일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당신들의 세력은 오롯이 당신들의 실력이죠.”소지훈은 황급히 말했다.“우리는 살인, 방화, 밀수 같은 불법은 저지르지 않아요. 장기 발전을 고려하고 있는데 어떻게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을 할 수 있겠어요? 그건 자살이나 마찬가지예요.”“전씨 할머니께서 그러셨지요. 만약 저희 소씨 집안이 법을 어기는 일을 한다면 어르신께서 제일 먼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요. 우리 집안은 전씨 할머니 덕을 크게 봤어요.”소씨 집안과 전씨 집안이 사이가 좋은 데는 전씨 할머니가 큰 몫을 했다. 그것이 주요 원인이었고 또 두 집안의 젊은 세대가 친구를 맺으면서 사이가 아주 끈끈해졌다.특히 소정남과 전태윤은 거의 부랄친구였다.“전씨 할머니요? 그분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윤하는 어르신을 만난 적이 있고 그분을 아주 존경했다.소지훈은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분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정말 멋진 분이시죠. 하지만 그분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지옥의 맛을 보여줄 거에요.” “그러게 왜 어르신을 화나게 하신 거에요? 심기를 건드리는 일을 하는데 화를 안 내는 게 더 이상한 거죠.”지훈은 웃어 보이고는 대꾸하지 않았다.그는 전씨 할머니랑 가까이 지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어르신의 웃음거리가 될까 봐 꺼려졌다.하지만 전씨 할머니를 만나면 혹시라도 골탕먹을까 봐 두려워 친손자보다도 더 싹싹하게 굴었다. 사실 그도 전씨 할머니를 존경했다.“지금 얘기 한 것들 말고 또 나한테 비밀이 있어요?”소지훈이 털어놓은 일들은 윤하가 감당할 만한
“조사라고 할 수도 없죠. 저는 단지 윤하 씨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에요. 윤하 씨는 저를 유일하게 설레게 만드는 여인이기 때문에 세상 끝까지 쫓아가더라도 윤하 씨를 찾았을 거예요. 윤하 씨 사진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소지훈은 모든 것을 숨김없이 사실대로 토로했다. 전태윤의 경험을 교훈 삼아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라장 좋다고 판단했다. 숨기는 시간이 너무 길면 마무리도 짓기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전태윤 부부도 초반에 하마터면 이혼할 뻔했다.“윤하 씨를 찾은 뒤로 저를 변태로 생각할까 봐 성급하게 다가가지도 못했어요. 하여 저의 부하들이 건달로 가장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제 차를 막아 저를 위험에 빠뜨려 윤하 씨가 저를 구해줄 기회를 만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윤하 씨를 제 생명의 은인으로 모시면서 잘해줄 수 있었거든요. 그럼 윤하 씨도 저를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요.”정윤하는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역시 아저씨가 계획하신 거군요.”“윤하 씨, 죄송해요. 그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애초부터 그렇게 윤하 씨를 속이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근데 저도 정말 어떻게 해야 윤하 씨에게 접근하되 미움받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도 누군가에게 구애한 적 없거든요. 사실 저는 젊은 여인과 거의 교제해보지 못했어요. 하여 가장 멍청한 방법을 생각해낸 거예요. 화를 내려면 저를 욕하고 때려도 좋으니까 제발 저를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정윤하는 자신이 화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화나지 않았지만, 기분이 좀 언짢았다.“제가 정말 좋은 일을 해서 사람을 구한 줄 알았는데 결국 아저씨의 작전일 뿐이었군요. 그럼 그 건달들도 아저씨가 청한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경찰서에 보내신 거예요?”소지훈은 사실 그대로 답했다.“네. 전부 저의 부하들이에요. 줄곧 저에게 충성을 다했고 저를 위해 일하신 분들이에요. 다들 실력이 강한 사람들인데 그날 밤 윤하 씨와 싸운 뒤로 일부 사람들은 상처를 입어 병원에 입
소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래서 저는 결혼을 아직 하지 못했어요. 제가 다른 여자들에게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의 병 때문에 상대방을 평생 과부로 살게 할 수는 없잖아요? 저의 부모님도 너무 조급하신 나머지 저에게 수많은 맞선 자리를 주선해 주셨는데 저는 정말 나가기 싫더라고요. 그 여자들의 사진들을 가져오면서 제가 그중 한 명에게 반응이 있기를 바라셨어요. 제가 어느 여자를 한 번만 더 쳐다봐도 우리 부모님께서는 제가 그 여인을 좋아하는 줄로만 아세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부모님이 오해하지 않도록 그 여자들을 피하는 수밖에 없었고요.”“윤하 씨, 저는 원래 평생 홀아비로 살 작정이었는데 관성의 공항에서 윤하 씨의 열쇠 꾸러미를 주울 줄 누가 알았겠어요? 열쇠고리에 작은 사진이 들어있는데 작은 사진 속의 윤하 씨를 보고 괜히 뽀뽀하고 싶고 심장이 두근두근해서 몰래 얼굴을 붉히기도 했어요. 지난 30여 년 동안 이런 느낌은 없었어요. 당신이 바로 하늘이 정해주신 운명적인 여신이에요. 윤하 씨는 이 세상에서 저를 구할 수 있는, 저를 정상적인 남자처럼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정윤하는 멍하니 듣고 있었지만, 또 흥미진진해서 마치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았다.만약 그녀가 소지훈 이야기 속의 여주인공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정말로 자신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윤하 씨.”소지훈은 정윤하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고백했다.“윤하 씨, 제가 아까 한 말은 전부 저의 진심이에요. 저는 정말 윤하 씨한테 첫눈에 반했어요. 평생 윤하 씨 말고는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제가 일시적인 호기심 때문에 윤하 씨와 함께 지낸다던가, 저의 마음이 변한다든가 하는 그 문제들은 절대로 저에게 일어나지 않을 게예요. 제가 그런 병에 걸렸기에 윤하 씨만 저를 치료해 줄 수 있거든요. 우리 부모님이 싫어하실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어요. 진짜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사실 우리 부모님은 이미 윤하 씨의 존재를 알고 계세요. 그
소지훈은 일어나서 윤미연에게 말했다.“이모, 그럼 저는 올라가서 윤하 씨와 얘기 좀 할게요. 제가 아픈 문제도 숨김없이 털어놓을게요.”“네. 그래요. 얘기 좀 잘 나누세요. 애들이 돌아오면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밥을 먹으라고 부를게요.”곧 소지훈은 위층으로 올라갔다.윤미연은 그의 등을 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병에 걸린 것 같지 않은데…. 대체 무슨 병에 걸렸다는 거지? 그 병으로 인해 지금까지 그 나이 먹도록 결혼하지 않았다니. 노총각이 결혼을 안 하는 건 다소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휴... 설마...”윤미연은 정윤하가 언제 남자친구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녀는 소지훈이 정말 마음에 들어 그를 이미 미래의 사위로 여겼다.정윤하는 소지훈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또 위층으로 올라간다는 말을 듣더니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소지훈이 아래층에서 윤미연과 함께 얘기를 나눈 사실을 모른 척했다.소지훈은 이내 정윤하의 방문 앞에 도착했고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방문을 잠그지 않았으니 들어오셔도 돼요.”정윤하가 안에서 대답했다.소지훈은 손잡이를 비틀어 방문을 열어 들어왔지만, 방문을 닫지 않았다.“윤하 씨.”정윤하는 소파에 앉아 그가 문을 밀고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며 놀란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어설픈 연기를 도저히 하지 못했다. 결국, 그가 묵묵히 다가오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윤하 씨, 얘기 좀 하고 싶은데...”소지훈은 정윤하의 곁에 앉았다.“물 마실래요?“정윤하가 물었다.“따듯한 물 한 잔 주세요.”그는 조금 이따가 말을 너무 많이 하면 목이 마를까 봐 걱정했다.정윤하는 일어나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준 다음 다시 앉아 소지훈을 쳐다보면서 입을 오므렸다. 그리고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아저씨, 아저씨랑 우리 엄마가 아래층에서 한 말을 다 들었어요. 병에 걸렸어요? 무슨 병이에요? 심각하세요?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말씀해 주시면 저희가 그쪽에 전문의사 선생님을 소개해 드릴게요.”소지훈은 꾸밈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