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날이 밝을 때까지 한껏 잠을 잤다.그녀는 시간을 보기 전까지는 날이 아직 어두워지지 않은 거로 생각했다.하예정은 침대 머릿장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본 뒤에야 다음 날 아침까지 잤다는 것을 알았다.곁에 있던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아래층에서 사랑의 아침밥을 차리고 있을 것이다.그녀는 저녁부터 지금까지 잤더니 지금 배가 너무 고팠다.하지만 오래 잤더니 정신은 아주 맑고 좋았다.하예정은 침대에서 더는 눕지 않고 일어났고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는데 갑자기 침대 끝에 자신의 조카 우빈이를 보게 되었다.하예정은 멍하니 생각했다.‘우빈이가 어떻게 내 방에 있지?’녀석이 이불도 덮지 않은 채 침대 끝에서 자고 있었고 어제 입었던 작은 양복도 갈아입은 것으로 보면 남편이 일어난 뒤에 들어온 것임을 짐작했다. 그리고 하예정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다가 녀석이 다시 잠이 든 것이 틀림없다.하예정은 침대 끝으로 가서 조카를 안아 다시 눕히려고 우빈이를 안았는데 우빈이가 바로 깨어났다.눈을 떠보니 이모였다. 우빈이는 이모를 부드럽게 불렀다.“이모.”그리고 두 손으로 하예정을 껴안았다.“아직도 자고 싶어?”하예정이 조카를 안으며 물었다.“아니요. 우빈이 깨어났어요. 우빈이 이모 보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이모부가 이모 주무신다고 하셔서 한참을 기다렸어요. 이모 깨어나기를 기다리다가 저도 모르게 잠들어 버렸어요.”우빈은 하예정의 품에서 미끄러져 나가면서 똘똘한 큰 눈으로 하예정을 보며 물었다.“이모, 졸음도 전염되는 거예요?”하예정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런가 봐. 어젯밤에 늦게 잤어?”우빈이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저도 언제 잠들었는지 몰라요. 제가 셋째 삼촌의 허벅지에 올라갔던 기억밖에 없어요. 셋째 삼촌이 저를 안아주셨던 기억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안 나요.”아침에 깨어나 보니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우빈은 서원 리조트의 단골손님이었지만 깨어나서 엄마를 보지 못하자 본능적으로 이모를 찾아다녔다.하여 달
그러자 우빈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싫어요. 안 가요. 엄마가 저를 유치원에 데려다줄 거예요.”하예정은 웃으며 조카를 일깨워주었다.“오늘 토요일이라 우빈이가 집으로 간다 해도 유치원으로 안 가. 이모한테만 알려줘. 얼마나 가기 싫어? 이모 기억으로는 네가 금방 유치원으로 갔을 때 엄청나게 좋아했던 것 같은데. 겨우 한 달 남짓 다녔는데 유치원에 가기 싫어?”우빈이는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싫어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냥 집에서 노는 게 더 재미있어요.”“엄마가 들으면 또 혼내겠네. 유치원에 다닐 때는 열심히 다니고 놀 때는 또 마음 놓고 놀아야지.”우빈이는 고개를 숙이고는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알았어요. 우리 엄마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유치원에 갈 때 용정보다 더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그리고 놀 때는 안심하고 놀 거에요. 나중에 방학하게 되면 저를 데리고 용정이한테 놀러 갈 수 있어요?”우빈이는은 여전히 그의 어린 친구가 보고 싶었다.“이번 연휴가 지났으니 긴 연휴를 기다리려면 겨울 방학밖에 없겠네. 열심히 학교 다니고 겨울 방학이 되면 그때 우빈이를 예진 리조트로 데려갈게. 용정이도 예진 리조트로 돌아가 설을 쇨 테니 그때 같이 놀 수 있을 거야.”“대신 우빈이가 열심히 유치원에 다녀야 해. 그렇지 않으면 설날에 용정과 놀 때 여러 방면에서 용정이보다 또 뒤떨어지게 될 거야. 그러면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서 또 괴로울걸.”우빈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겨울 방학 동안 어린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 용정을 이기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무승부로 끝나려면 우빈이는 이제부터 열심히 학교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여기서 이모 기다려. 이모가 옷 갈아입고 씻고 나서 우리 함께 내려가서 아침밥을 먹자. 이모부가 만드신 아침밥이 점점 더 맛있거든.”“알겠어요.”하예정은 옷을 가지고 욕실로 들어갔다.잠시 후, 그녀는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욕실에서 나왔다.우빈이는 침대에서 뛰어내려 이모 주위를 돌아
하예정은 아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데도 먼저 교육 문제를 남편에게 떠넘겼다.사람들이 말하길, 부모들은 아이들의 숙제에 관한 문제에 접하기만 하면 X처럼 날뛴다고 했다.하예정은 아이의 살림에나 신경 쓰는 부드러운 엄마로 살고 싶었고 숙제 문제에 관해서는 전태윤에게 떠넘기고 싶었다.전태윤은 엄숙한 표정을 잘하고 다녔기에 자식을 잘 관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전태윤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전태윤은 이미 많은 육아 책을 사서 펼쳐 보았다. 앞으로 아빠가 될 준비를 단단히 한 모양이다.“배고프지? 아침밥을 차려놨어.”“너무 배고파서 우빈이를 데리고 내려가려는데 태윤 씨가 들어온 거예요.”전태윤은 조카를 안아 들고는 다른 한 손을 비워 아내의 손을 잡았다.“가자, 아침 먹으러 내려가자.”방을 나온 하예정은 집 전체가 아직도 조용하다는 것을 발견했다.모두가 여전히 자는 모양이다.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조용하게 물었다.“어젯밤 언제 들어온 거예요? 다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거예요?”“나는 날이 어두워지자마자 방으로 돌아왔어. 아침 깨어나서 집사님한테서 들었는데 어젯밤 모두들 많이 취했다고 그러더라고. 술은 좋은 술이니 마시기 좋았지만, 뒷맛이 엄청나게 강하거든. 나도 마실 때는 몰랐는데 다 마시고 나니 금방 취했어.”전태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어젯밤,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거의 다 취했다.술에 강한 소지훈도 술에 취해 정윤하에게 끌려 집으로 갔다고 한다.정윤하는 소지훈이 어디에서 사는지 몰랐기에 그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알 수 없었다.어쨌든 소지훈은 정윤하의 부축을 받아 차에 올라탔다.정윤하는 술을 마시기 좋아하지만, 주량이 세지 않았다. 그녀는 이번에 많이 마시려고 했지만 많은 사람이 소지훈에게 술을 권했고 소지훈 또한 손님들의 술을 거절하지 않았기에 정윤하는 결국 술 한 방울도 다치지 않았다.술에 취한 소지훈을 집에 데려다주려고 온밤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예정도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우리 결혼식 날짜를 잘 잡았기
“할머니, 얼른 다녀오세요.”결혼 휴가를 맡으니 참 좋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 일을 생각할 필요도 없고 회사의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잘 먹고 잘 쉬기만 하면 되었다.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아침 먹고 나면 우리 함께 나가서 산책하자.”하예정은 흔쾌히 승낙했다.전씨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전태윤 부부가 배불리 먹고 나서야 전씨 할머니가 집안으로 들어오셨다.하예정은 할머니께서 아침 식사 하기를 기다렸고 기다리는 동안 우빈이는 하예정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우빈이가 조금 전에 깨어났는데 또 잠이 들었네.”하예정은 조카의 얼굴을 애틋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빈이도 이틀 동안 많이 지쳤나 봐요.”“내가 우빈이를 안고 올라가서 쉴 테니 너는 이따가 할머니와 함께 산책하러 가. 난 우빈이랑 잠 좀 잘게.”전태윤은 어젯밤에 일찍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잔 것 같았지만 사실 흥분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대에 한참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다.오늘 아침에는 또 일찍 일어나서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아침 식사를 정성껏 준비했다.요즘 결혼식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다. 이제 결혼식이 끝났으니 푹 자고 싶었다.“좀 쉬세요. 저는 이미 충분히 잤어요.”전태윤은 일어나서 하예정의 품에서 잠든 우빈이를 조심스럽게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할머니께서는 식사를 빨리하셨고 곧 나오셨다.하예정은 어르신이 나오는 것을 보더니 일어나서 부축하려고 했다.“할머니가 너희들 부축을 받을 만큼 늙지는 않았어.”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면서 하예정의 부축을 받지 않고 대신 그녀의 손을 맞잡고 소파 위에 앉았다.손자가 보이지 않자 할머니가 물었다.“태윤이와 우빈이는? 방금 너와 함께 있지 않았어? 놀러 나갔어?”그러나 할머니는 밖에서도 우빈의 웃음소리를 듣지 못했다.우빈이는 올 때마다 서원 리조트 어린이 놀이공원에 가서 노는 것을 좋아했고 그 놀이터에서 종일 놀았다.우빈이가 올 때마다 어린이 놀이터에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 나가서 산책 좀 하자. 오늘은 해가 없고 바람이 좀 불거든. 정원에서 걸으며 시원한 바람을 쐬며 경치를 감상하면 아주 편안하고 쾌적할 거야.”“할머니는 방금 아침을 드셨는데 괜찮으시겠어요?”“천천히 걷는 건 괜찮아. 리조트를 한 바퀴 도는 것도 아니고 근처만 돌아다니는 건데.”할머니가 계속 나가자고 제안하자 하예정은 하는 수 없이 할머니와 함께 정원에서 돌아다니며 산책했다.“오늘도 입덧한 거야?”할머니는 걱정하며 물었다.하예정은 여전히 입덧 한다고 대답하려고 했지만, 오늘 아침에 토하지 않은 기억을 되살피더니 이내 깜짝 놀라면서 대답했다.“오늘은 토하지 않았어요.”하예정은 옷을 갈아입고 씻은 뒤, 욕실에서 나왔고 조카를 데리고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가면서 깜빡하고 토하지 않았다. 아니면 그녀의 고통스러운 입덧 생활이 끝났건 아닐까?할머니가 말을 이었다.“천천히 좋아질 거야. 그러고 보니 청하 씨처럼 낳을 때까지 토하지 않을 것 같구나. 우리도 안심할 수 있겠어.”다들 하예정이 아기를 낳을 때까지 토하면서 괴로워할까 봐 걱정했다.“이 아기가 저를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요. 제가 힘든 걸 알고 저를 괴롭히지 않는 걸 보면요.”“사촌 형수님이 고생이 많아요.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번에 아기를 낳으면 다시는 아기를 낳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사촌 오빠도 다시는 낳지 못하게 하실 거에요.”유청하는 아이를 매우 좋아하는 여자였다. 단지 임신 때 입덧이 너무 심했기에 무척 고생했다. 또한, 성기현이 곁에서 자꾸 아이 한 명만 낳으면 된다고, 아들이든 딸이든지를 막론하고 딱 한 명만 낳으면 된다고 세뇌하고 있었다.하여 유청하도 현실을 받아들였고 자식 한 명만 있으면 부모님의 모든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기에 좋다고 생각했다.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네가 그 당시 화를 내지 않았더라면 태윤이는 아마 네 사촌 오빠처럼 행동했을 거야. 너희 두 사람 드디어 결혼식을 치렀으니 이 할머니도 드디어 시름이 놓는구나. 지난 1년 동
“할머니, 저는 스트레스 안 받아요. 순리대로 살아갈래요.”할머니도 동의했다.“맞아. 순리대로 살면 돼. 아들이든 딸이든 다 인연이야. 다 우리 복이지.”“할머니께도 손자들이 아홉 명이나 있는데 아홉 명의 손자며느리들 중에서 할머니 뜻대로 증손녀를 낳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하예정은 할머니를 위로해주었다.할머니는 부드럽게 웃었다.“할머니가 손자들이 자식까지 낳는 걸 볼 만큼 장수하지는 못할 것 같아.”아홉째 손자는 아직 학생이었다.아홉째 손자가 장가를 갈 때까지 버티려면 적어도 십여 년을 기다려야 했기에 어르신은 십여 년을 더 살 자신이 없었다.기껏해야 십 년 혹은 팔 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뒤로 영감을 찾으러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손자들에게도 그들만의 타고난 복이 있을 것이다. 전씨 할머니가 자손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었다.미래의 일을 그들의 운명에 달렸다.“할머니.”“알았어. 알았어. 다시는 그런 말 안 할게.”할머니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말했다.“우리 산기슭에 가서 좀 걸을까?”“할머니 피곤하시지 않으세요?”“괜찮아. 난 힘들지 않아. 가자.”하예정이 말을 이었다.“할머니도 힘든 것이 두렵지 않은데 저야 더 두렵지 않죠.”하예정은 응석받이로 자란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임신 후 남편의 보살핌으로 조금 응석받이로 생활하고 있었을 뿐 산책쯤이야 아무 일도 아니었다.전씨 할머니와 하예정은 함께 산책하며 수다를 떨고 있지만, 하예진은 조금 전에 일어났다.하예진은 일어나서 습관적으로 우빈이 방에 가서 방문을 열었으나 침대가 텅텅 비어있는 광경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한참을 넋 놓은 하예진은 그제야 아들이 여동생 집에 간 기억이 났다.그녀의 여동생은 정말로 시집갔다.그녀가 동생을 시집보냈다.하예진은 맏언니의 책임을 다했다.방문을 닫은 하예진은 여동생의 방으로 가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내려갔다.숙희 아주머니는 이미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았고 노동명도 아래층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노동명은 어
사실, 노동명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도 되였다. 그는 하늘 리조트에도 별장이 있었다.다만 하예진이 걱정되고 또 그녀가 외로울까 봐 하씨 집안에 머물렀을 뿐이다.노동명은 하예진이 자신을 집에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마냥 기쁘기만 했다.그녀는 아직 노동명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게 익숙해졌고 그가 자신의 일상생활에 스며들도록 허락했다.노동명은 더는 하예진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녀도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하지만 함께 지내면서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아끼는 그 마음만은 느낄 수 있었다.“일찍 일어나는 게 익숙해졌어. 어젯밤에 일찍 잤더니 날이 밝아지자 자연스레 깨어나게 되더라고. 늦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안 와.”노동명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하예진의 안색을 살펴보더니 그녀가 기분이 많이 좋아진 것을 발견했다.하예진의 벌겋게 부었던 눈에 붓기가 빠진 것을 본 노동명은 그제야 안심했다.너무 오래 버틴 사람들이 갑자기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되면 한 번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하지만 한 번 울고 나면 마음속의 답답함과 짐을 털어놓게 되어 금방 회복을 되찾게 된다.노동명은 하씨 집안 자매가 모두 강인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하예진이 곧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그녀는 노동명을 실망시키지 않았다.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저도 그래요. 동명 씨 아직 아침 안 드셨죠?”“안 먹었어. 숙희 아주머니가 방금 아침밥을 차리셨어.”하예진은 노동명의 뒤로 가더니 그의 휠체어를 밀어 식탁으로 갔다.숙희 아주머니는 이미 다 만든 아침밥을 식탁 위에 차려 놓았다.하예진은 현재 하 사장님이라고 불리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존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숙희 아주머니 앞에서 여전히 친근한 하예진이였다.숙희 아주머니는 평소에 그들과 함께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우빈이가 집에 없으니 조용하네요.”하예진도 감탄하며 말했다.“제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우빈을 깨우러 갔는데 방문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세요. 이미 많이 진보했잖아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스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지 아세요? 동명 씨는 이미 두세 걸음이나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대단해요. 자신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주지 말고 건강에 주의해요. 건강이 가장 중요하잖아요.”하예진은 그를 잔디밭으로 밀면서 말을 건넸다.“이 잔디밭에서 천천히 걸어봐요. 넘어져도 아프지 않을 거예요.”노동명도 그의 집 잔디밭에서 재활 치료했다.그는 하예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나 넘어질 수도 있어. 보기도 흉할 거야. 넌 웃지도 말고 마음 아파하지도 마. 내가 겪어야 할 고통이자 회복하는 과정이니까.”하예진은 노동명이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을 잘 알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웃지 않을게요. 제가 여기 있는 게 스트레스를 줄 것 같다면 제가 자리를 비켜드릴게요.”“괜찮아. 네가 여기 있으면 내가 당연히 스트레스는 받을 거야. 하지만 동기부여도 많이 되고 있는걸. 널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버틸 거야.”하예진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지 않았더라면 노동명은 재빨리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설 수도 없었을 것이다.아마도 처음 차 사고가 났을 때처럼 자포자기했을 수도 있다.그 당시 노동명은 정말 절망감을 느꼈고 평생 휠체어를 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노동명은 하예진의 생활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멀리하고 싶었고 심지어 원망하기도 했다.그러나 하예진은 그를 멀리하지 않았다.하예진은 노동명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고 그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결코 무자비한 사람이 아니었다.노동명이 고의로 하예진을 괴롭혀도, 그녀에게 나쁜 태도로 말해도 그녀는 매일 병원에 가서 노동명을 돌보았다.하예진이 노동명 어머니의 돈을 가져갔다고 말해도, 노동명의 어머니가 정말 그녀에게 돈을 주고 싶어 해도 하예진이 결코 그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도 노동명은 알고 있었다.그녀는 돈을 노리는 여자가 아니었다.“동명 씨, 힘내세요. 당신이 최고예요!”하예진은 그를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