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세요. 이미 많이 진보했잖아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스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지 아세요? 동명 씨는 이미 두세 걸음이나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대단해요. 자신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주지 말고 건강에 주의해요. 건강이 가장 중요하잖아요.”하예진은 그를 잔디밭으로 밀면서 말을 건넸다.“이 잔디밭에서 천천히 걸어봐요. 넘어져도 아프지 않을 거예요.”노동명도 그의 집 잔디밭에서 재활 치료했다.그는 하예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나 넘어질 수도 있어. 보기도 흉할 거야. 넌 웃지도 말고 마음 아파하지도 마. 내가 겪어야 할 고통이자 회복하는 과정이니까.”하예진은 노동명이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을 잘 알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웃지 않을게요. 제가 여기 있는 게 스트레스를 줄 것 같다면 제가 자리를 비켜드릴게요.”“괜찮아. 네가 여기 있으면 내가 당연히 스트레스는 받을 거야. 하지만 동기부여도 많이 되고 있는걸. 널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버틸 거야.”하예진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지 않았더라면 노동명은 재빨리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설 수도 없었을 것이다.아마도 처음 차 사고가 났을 때처럼 자포자기했을 수도 있다.그 당시 노동명은 정말 절망감을 느꼈고 평생 휠체어를 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노동명은 하예진의 생활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멀리하고 싶었고 심지어 원망하기도 했다.그러나 하예진은 그를 멀리하지 않았다.하예진은 노동명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고 그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결코 무자비한 사람이 아니었다.노동명이 고의로 하예진을 괴롭혀도, 그녀에게 나쁜 태도로 말해도 그녀는 매일 병원에 가서 노동명을 돌보았다.하예진이 노동명 어머니의 돈을 가져갔다고 말해도, 노동명의 어머니가 정말 그녀에게 돈을 주고 싶어 해도 하예진이 결코 그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도 노동명은 알고 있었다.그녀는 돈을 노리는 여자가 아니었다.“동명 씨, 힘내세요. 당신이 최고예요!”하예진은 그를 향
만약 윤미라가 옆에서 보고 있었다면 그녀는 이미 눈물바다가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윤미라는 여전히 자책 속에 살고 있다. 막내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자신의 탓이라 여겼기 때문이다.만약 그녀가 노동명이 하예진을 만나지 못하도록 자기 죽음으로 협박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녀가 차를 몰고 하예진을 찾으러 가는 아들을 뒤쫓아 가서 그를 막으려 하지 않았더라면 노동명이 과속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브레이크를 제때 밟지 못해 다리를 다치지도 않았을 것이다.이 모든 게 엄마인 그녀의 잘못이다.노동명이 자포자기했을 때 윤미라는 울었다.노동명이 재활 치료를 할 때의 낭패한 모습을 보고도 울었다.그래서 노동명은 재활 치료를 할 때 엄마가 울고불고하지 않도록 가족이 곁에 남지 못하게 하였다.그가 이미 현실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자꾸 눈물을 흘리니 짜증이 났다.“응, 좀 더 앉아 있다가 일어설게. 예진아, 물 있어? 목이 좀 말라.”“여기서 쉬고 있어요. 제가 방에 가서 주전자에 물을 담아 올게요. 뭐 좀 드실래요? 먹을 것도 좀 가져다드릴까요?”이런 상황에서 쉽게 허기를 느끼기 마련이다.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배는 아직 안 고파. 방금 아침을 먹었잖아. 숙희 아주머니 요리 솜씨가 좋으셔서 내가 여기서 밥을 먹을 때마다 배불리 먹어. 물만 가져와 주면 돼.”“절대 무리하지 말고 다리가 너무 아프면 억지로 버티지 마세요. 제가 물을 가져올게요.”“그래. 내 상태는 스스로 잘 알고 있으니 안심해. 무리하지 않을게.”노동명의 거듭된 보증을 받고서야 하예진은 방으로 돌아가 주전자를 찾아 깨끗이 씻은 뒤 노동명을 위한 따뜻한 물을 담았다.노동명은 정말 목이 말랐다. 그 외에도 하예진이 그의 낭패한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하예진이 물을 담기 위해 방으로 가자 노동명은 다시 몸을 일으켜 걸기 시작했다.이번에 그는 두 걸음 더 걸었다. 그는 몹시 기뻐 났다. 이 기쁨을 하예진과 나누려고 몸을
하예진이 주전자를 들고나왔을 때 멀리서 노동명이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 걷기를 반복하며 걷기 연습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혹여나 노동명이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발걸음을 멈추고 멀리서 그의 노력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그의 가장 낭패했던 모습을 본 적이 있지만 아무도 자신의 낭패를 계속 드러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노동명도 체면이 있다. 노동명은 피곤해져서 휠체어에 타려고 했지만 너무 지친 나머지 도저히 일어설 수 없었다. 게다가 주변엔 아무도 없어서 그는 휠체어 앞으로 기어간 뒤 휠체어를 잡고 일어난 뒤에 탔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예진은 노동명이 두리번거릴 때 얼른 나무 뒤로 숨어서 그녀가 온 것을 발견 못 하게 했다. 노동명이 휠체어 앞으로 기여가 휠체어를 통해 겨우 일어선 것을 보고 하예진은 가슴이 아파 났다. 그가 이렇게 된 것은 그녀와 갈라놓지 못하는 관계가 있다. 그는 끝까지 그녀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그의 엄마의 핍박에 반항하다 차 사고가 난 것이다. 다 그녀 때문이다. 그는 노가의 넷째 도련님으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하늘의 총아였는데 그녀로 인해 오늘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해 하예진은 마음이 아파 났고 또 자신도 자책했다. 그녀가 노동명이 그녀를 좋아하게 한 것은 아니지만 노동명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그녀가 원인이긴 하였다. 하예진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었다. 한참 후 그녀는 자신의 눈물을 닦고 감정을 추스른 후에야 아무렇지도 않게 주전자를 들고 노동명에게 다가갔다. “동명 씨.” 하예진은 그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집의 주전자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찾느라 시간 걸렸어요. 오래 기다렸죠?” 그녀는 노동명에게 다가가 주전자를 건네주며 말했다. “따듯한 물이라 뜨겁지 않을 거예요. 얼른 마셔요.” 노동명의 이마가 땀으로 범벅이 된 것을 보고 그녀는 바지 주머니에서 휴지 한 봉지를 꺼냈다. 그녀는 한 아이의 엄마라서 항상 휴지를 지니고 다녔다. 아이가 휴지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쓰기 편리하게 하기 위해
지금 노동명은 하예진과 서로 감정에 관해 논하지 않고 하예진 역시 다른 사람과 연애하지 않는다. 이건 좋은 일임이 분명하다. 아, 그 주정뱅이가 하예진한테 구애를 하고 싶어 하긴 한다. 처음에 노동명이 방비하지 않아 주정뱅이가 하루 레스토랑에 찾아와 하예진을 만난 것 빼고는 노동명은 경쟁자의 존재를 안 후부터 매번 몰래 훼방을 놓아 그 사람이 하예진한테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 노동명이 1년 넘어 좋아한 사람인데 남한테 빼앗길까?’ “오늘은 해도 나지 않았는데 명동 씨 얼굴이 왜 빨갛죠?” 하예진이 갑자기 물었다.“...그래? 아까 연습을 너무 오래 해서 숨이 가빠져 얼굴이 좀 빨개졌나 봐.” 그는 하예진이 자신의 땀을 닦아줘서 얼굴이 빨개진 거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마흔이 다 되어가는 사람인데 남녀의 경험은 없다고 해도 이론은 있다. 하물며 반항기 때 사회 경험을 충분히 해본 사람인데 뭔들 못 봤을까? 노동명은 자신을 순수한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본 것도 많고 경험한 것도 많았기에. “동명 씨,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동명 씨의 다리는 아직 회복 중이라 너무 무리하면 다쳐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요. 의사 선생님도 동명 씨보고 좀 쉬라고 당부했잖아요.”“괜찮아, 버틸 수 있어. 모레 병원에 가서 재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예진아, 내일에 시간 있어? 나랑 같이 병원에 가줄 수 있어?” 노동명은 물을 마신 뒤 고개를 들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매번 병원에 가서 재검사를 받을 때마다 부모님이나 형이 동행하였으나 보통은 그의 두 명의 경호원과 함께했다. 그는 몹시 하예진과 함께 가고 싶다. 하예진은 생각도 하지 않고 동의했다. “내일은 예정이가 결혼 후 처음으로 집에 돌아오는 날이에요. 모레는 시간 돼요. 동명 씨 몇 시로 예약했어요? 제가 동명 씨 집에 데리러 갈게요. 그런 다음 우리 병원에 재검사를 받으러 가요.” 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 “데리러 올 필요 없어. 우리 둘의 집이 멀지 않으니
한편 관성 호텔에서 이제껏 한 번도 취한 적이 없는 소지훈이 이례적으로 전태윤의 결혼식에서 만취했다. 그 술 참으로 맛있었다! 곁에 정윤하가 있으니 소지훈은 기분이 좋아서 술을 더 많이 마셨다. 마시면서 좋은 술이라고 연달아 칭찬했다. 그 술의 뒤끝이 생각보다 강했다. 소지훈은 자신이 술에 취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눈을 뜨자 머리가 아파 소지훈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는 아직 충분히 자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충분히 잤으면 머리가 이렇게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소지훈은 곧 다시 눈을 떴다. 낯선 방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소씨 가문의 저택도 아니고 그의 별장도 아니었다. 그가 술에 취한 후 납치를 당한 건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는 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에서 축하주를 마셨다. 설령 그가 만취했다 해도 아무도 감히 그를 납치하려 들진 못할 거다. 죽고 싶지 않다면야. 소지훈은 아픈 머리를 고려할 틈도 없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몸을 덮고 있던 이불이 미끄러져 떨어졌고 이불 밑에 옷을 제대로 입고 있는 자신이 보였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관성의 상류사회 사람들은 모두 소지훈이 남자의 탈을 쓴 사실은 내시 같은 사람인 것을 알 것이다. 그가 취한 틈을 타서 그를 어떻게 해보려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외투가 누군가에 의해 벗겨졌다. 소지훈은 일어나 앉아 방안의 모든 것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는 호텔 안에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주위를 바라보고는 곧 자신이 관성 호텔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전씨 가문의 호텔에 있다. 소지훈은 완전히 마음을 놓고 몸을 돌려 다시 침대에 누운 뒤 아파 나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왜 이렇게 아픈 거지? 숙취는 정말 머리가 아픈 거였네. 머리가 깨질 것같이 아파 죽겠어.’ “따르릉...”핸드폰이 울렸다. 자기 바지 주머니를 만져보니 핸드폰이 그의 바지 주머니에 있었다. 그를 호텔에 데려다준
다행히 소정남은 기혼이고 심효진도 임신했으니 소지훈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정윤하는 능력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일 뿐이다. 소정남은 모든 사람에게 유능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그런 인물이다. 정윤하가 소정남을 칭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발신 번호가 정윤하로 뜨는 것을 보고 소지훈은 두통마저 좀 줄어들었다고 느껴졌다. 그는 곧 정윤하의 전화를 받았다. “윤하 씨.” “아저씨, 깨셨어요? 아니면 제 전화 소리에 깨난 건가요? 지금 거의 10시가 되어가고 있어서 깨났는지 전화 쳐 봤어요.” 정윤하는 술을 마시지 않아 일어난 지 한참 되었다. 그녀는 깨난 후 무술실이 없어 무술 연습을 할 수 없자 일찍이 바깥으로 나가서 러닝 코스를 따라 한참 달린 후에야 호텔로 돌아와 샤워하였다. 그리고 산뜻하게 호텔 1층의 뷔페로 가서 아침밥을 먹었다. 소지훈이 자고 있자 그녀는 그를 깨우지 않고 홀로 아침밥을 먹으러 갔다. 관성 호텔 1층의 뷔페식당은 관성의 모든 호텔 중에서 제일 좋은 곳이다. 먹을 것 마실 것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고 종류가 다양하여 세계 각지의 사람들 모두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정윤하는 이 뷔페에서 자신의 세끼 해결하기를 즐겼다. 아이를 데리고 관성에 와서 시합에 참가할 때 관성 호텔에서 머물렀는데 며칠을 여기서 먹다가 연성으로 돌아가니 세날도 못가 관성 호텔 뷔페의 음식들이 그리워 났다. “전 방금 깼어요. 여기가 호텔인 것을 알아채자마자 윤하 씨 전화를 받았어요.” 소지훈은 감격하여 말하였다. “윤하 씨, 어제 윤하 씨가 절 데려다준 거죠? 폐 끼쳤어요. 감사해요. 원래는 제가 윤하 씨를 돌봐야 했는데 오히려 윤하 씨가 저를 돌보게 했어요.” “아저씨의 집이 어딘지 몰라 호텔로 데리고 왔어요. 고마워하실 필요 없어요. 아저씨가 절 전태윤 씨의 피로연에 저를 데리고 가셔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도 먹고 꼭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만났어요. ” “예정 씨가 저를 친절하게 대해주셨고 연락처도 주셔서 나중에 시간 나면
정윤하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닌데요. 아저씨, 머리 아프세요? 뭐 좀 드실래요?” 그녀는 이미 배불리 먹었다. “아프네요. 솔직히 술 취한 건 처음이에요. 숙취 후 두통은 처음인데 머리가 찢어지는 것같이 아파요.” 소지훈은 말하면서도 고개를 들어 아픈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속으로 전태윤이 준비한 술이 너무 맛있어서 술에 취한 거라고 중얼거렸다. 전태윤이 생각했다.‘...맛 좋은 술을 준비해도 원망받아야 해? 신랑인 자신도 안 취했는데 들러리가 취했으니 이건 지훈 씨 술이 약한 거야.’ 소지훈이 생각했다.‘......’소지훈이 말했다. “두통이 심해 먹기가 싫지만 배가 고파요.” 소지훈은 정윤하의 관심을 받으려고 이 말을 불쌍하게 하였다. 정윤하는 아직 그한테 다른 감정이 없었기에 그의 처지에 가슴 아프진 않았다. 하지만 예의상 기본적인 관심은 표했다. “안내대에 가서 꿀이 있는지 물어보고 꿀 좀 달라고 할게요. 꿀물을 타서 마시면 두통이 좀 가라앉을 수 있을 거예요. 정 힘들면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약을 처방해 달라고 해도 되고요.” 정윤하가 말했다. “두통이 심해도 뭐라도 좀 먹어야 해요. 위가 상하면 안 되죠. 아저씨가 드시고 싶은 아침밥은 제가 밖에서 포장해 올게요. 지금 이 시각에 뷔페에서 아침을 먹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곧 점심 먹을 시간이다. 소지훈은 아침도 먹지 않았다. “고마워요. 전 담백하게 먹고 싶어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윤하 씨는 드셨어요?” 정윤하가 웃으며 답했다. “전 어제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아서 취하지 않아 오늘 일찍 일어났어요. 하지만 저는 매일 일찍 일어나요. 평소에는 집에서 일찍 일어나 무술을 연마하는데 이곳에 무술실이 없어서 저는 밖에서 달리기하고 돌아와서 뷔페에서 아침을 먹었어요.” “관성 호텔 뷔페가 제 마음에 쏙 들어요. 매번 배부르게 먹어서 벽을 짚고 나올 정도예요.” 소지훈은 그녀의 말에 웃었다. 그러자 머리가 더 지끈거리며 죽을 듯이 아파
정윤하는 그제야 안심하고 밖으로 나가 소지훈에게 아침밥을 포장해 주었다. 소지훈은 담백한 것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게에 가서 죽 한 그릇과 김치를 포장해 왔다. 혹여 소지훈이 배불리 먹지 못할까 봐 찐만두도 포장한 후 아침밥을 들고 호텔로 돌아갔다. 십여 분 후. 정윤하는 소지훈의 방문 앞에 서서 방문을 두드렸다. “아저씨, 아저씨.” 소지훈이 얼른 와서 문을 열어줬다. 정윤하는 방문 앞에 서서 포장해 온 아침밥을 그에게 건네주며 관심하는 어조로 물었다. “아저씨, 안내대에 꿀을 먼저 가져다 달라고 했는데 꿀물을 타서 드셨어요?” 소지훈은 그녀가 사 온 아침밥을 건네받고 몸을 비켜 정윤하가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였다. 정윤하는 원래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몸을 비키고 문을 닫을 기미도 없어 보였다. 게다가 그가 옷을 단정히 입고 있었기에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젯밤에 그녀가 그를 부축해서 방으로 돌아가 쉬게 했다. 다행히 어릴 때부터 무술을 익힌 터라 힘이 세서 그를 부축하여 방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었다. 평범한 여자였다면 정말 그를 부축할 수 없었을 거다. 그는 술에 취해서 걷지도 못하였고 부축하는 사람이 없으면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설사 누가 부축하더라도 그는 부축하는 사람한테 몸 전체를 기대여서 그를 부축하는 데 힘이 들었다. “방금 끓어올라서 뜨거우니까 나중에 좀 식으면 그때 꿀물 타서 드세요.” “배고파 죽겠어요. 밥부터 먹을래요.” 소지훈은 정말 배가 고팠다. 그는 어제 술을 마시느라 음식을 별로 먹지 못했는데 이미 아침 식사 시간도 지났으니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그는 방에 있는 상 앞에 앉아 급히 아침 식사가 담긴 봉지를 열고 정윤하가 사 온 아침밥을 하나씩 꺼냈다. 죽, 김치, 찐만두. 정말 간단하고 담백한 아침밥이다. 솔직히 말해서 서지훈은 이렇게 간단한 아침을 먹은 적이 없다. 평소 산해진미에 익숙한 소지훈은 정윤하가 사 온 아침밥이 싫지 않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어쨌든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은 운별 누나가 망치게 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우리 두 큰고모도 틀림없이 운별 누나를 달래서 모든 재산을 빼앗으려 할거에요. 운별 누나는 사람 말을 너무 잘 믿어서 조금만 달래면 뭐든지 나누어 줄 거에요.”여천우가 이렇게 한 이유는 단지 여씨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다.추미자 부부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여천우에게 물려주게 하고 또 여천우는 그 재산들을 모두 여운초에 돌려줄 셈이다. 여천우는 여운초의 사람 됨됨이를 믿었다.여천우는 여운초가 그녀의 재산이 아니면 탐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여운초도 그의 재산을 탐낼 필요가 없었다. 약혼자 전이진의 집에 재산이 엄청 많아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인 여운초는 여천우의 그깟 재산을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다.“누나, 우리 부모님 명의로 된 합법적 재산이 얼마나 남았어?”여천우는 부모님이 이전에 하신 부분적인 사업들이 법에 어긋난 사업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불법적인 사업들은 이미 차압되었고 따라서 그 수입도 이미 몰수되었다. 그가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부모님의 합법적인 소득뿐이었다.여운초가 대답했다.“불법적인 사업과 모든 수익은 차압되거나 몰수됐어. 여씨 가문 기업은 법에 어긋난 사업을 하지 않았어. 다행히 네 아버지께서 여씨 그룹을 불법적인 사업에 손을 대지 않게 했지. 지금 여씨 그룹이 하는 사업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이야.”“여씨 그룹의 주식은 우리 아버지가 대부분을 차지하셨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 아버지께 대부분 주식을 나눠주셨지. 게다가 아버지 본인도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주식의 절반을 차지하고 계셨거든. 그리고 나머지는 너의 아버지와 다른 소액주주들의 것으로 되었지. 현재 여씨 가문 주식 가격에 네 부모님 명의로 된 부동산 몇 채를 합치면 마침 200억 원 조금 넘을 거야.”여천우 친아버지 여태웅은 20여 년 전 추미자와 함께 친동생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범죄 때문에 중형
틀림없이 누군가가 여운초를 건드려 자극했을 것이다.여운초는 오랜 한을 억누르고 있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폭발한 게 틀림없었다. 하여 추미자 부부의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비우려고 했을 것이다.또 하나, 여운초는 추미자 부부방의 비밀번호를 몰랐다. 심지어 여천우조차도 몰랐다.추미자는 여천우가 여운초의 편을 든다고 많은 일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여운초도 사실대로 여운별이 일찍 감옥에서 나와 오늘 아침에 여씨 가문의 별장에 쳐들어온 사실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었다.여천우가 그 사실을 듣더니 한숨을 쉬었다. 알고 보니 사고뭉치였던 여운별이 나와서 사고를 친 것이다.여씨 가문은 또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다.여천우는 여운초에 말했다.“우리 부모님 방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내 방에 가져다줘. 그리고 운별 누나 물건은 운별 누나가 가져가게 해. 그리고 운별 누나 방도 깨끗이 치워.”여천우는 그 별장이 여운초의 별장이었기에 여운초가 여운별이 그 별장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으면 여운초를 존중해 주고 싶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예전에 어떻게 여운초를 괴롭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을 도와 여운초에게 사정하지 못했다.여운별이 감옥 안에서 일찍 나온 것도 아마 감옥에서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실제 성격을 잘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누나, 운별 누나가 소송을 걸어 재산을 나누려고 하면 나에게 알려줘. 재산을 너무 많이 주면 다 써버릴 거야. 아무리 많은 재산일지라도 운별 누나는 분명 다 탕진 할걸. 아무것도 모르면서 성질만 부리면서 돈만 쓰잖아.”여천우는 여씨 그룹을 여운초에게 맡기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이지 밤새 뛰어와서 여운별을 막고 싶었다.여천우는 두 누나의 인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여운별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응석받이로 키웠기에 패가망신할 사람이었다.“절대로 운별 누나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면 안 돼. 내가 지금 휴가를 내고 돌아갈게. 감옥으로 가서 우리 부모님을 만나 그들의 명의 아래에 있는 재산을
여미란은 추미자가 살아서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여미란은 마음속 깊이 추미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씨 가문의 사모님 추미자는 먼저 여미란의 남동생에게 시집간 뒤로 그 남동생을 죽이고 또 여미란의 오빠에게 시집갔지만 지금 그 오빠마저도 감옥으로 들어갔다.여미란의 동생이 죽었다고 해도 그녀의 오빠와 관계가 없을 수 없었다. 물론 그 화근은 역시 추미자였다.여미란의 오빠가 추미자와 정정당당하게 함께 있기 위해 동생을 죽인 것이다.여운초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여운초는 지금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고 전씨 가문이 그녀의 배후에 서 있었기에 여미란 일행은 감히 여운초를 찾아 복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여미란은 마음속으로 여운초를 수천 번, 수만 번 욕하면서 자신을 달래곤 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여씨 가문을 떠나 어디로 갈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의 피를 빨아들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예전에 여미란 자매의 집에 재산이 많았지만 늘 친정집에서 이득을 보려고 애썼다.이제 최씨와 김씨 집안은 부귀한 생활에 익숙해져 꿈에서라도 부자들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찰나에 여운별이 스스로 찾아와 도움을 청하게 되었기에 그녀의 피를 빨아먹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그때가 되면 여운별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적디적은 재산을 가지고 두 집안에 의해 피를 빨리게 될 것이 뻔했기에 여운초는 곁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지켜만 보면 되었다.여운초가 여천우와 말했듯이 여운초는 자신의 재산을 일전 한 푼도 그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지만 자신의 재산이 아닌 것은 전부 그들에게 돌려줄 것이다.추미자는 예전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꾸며진 큰 방에서 살았지만 정작 별장 주인인 자신이 가정부와 함께 방을 쓰게 된 기억을 떠올린 여운초는 집사에게 지시했다.“이 방을 깨끗이 청소하세요. 이 방을 다시 새로 꾸밀 거예요.”이 큰 방이 바로 주인의 방이다.여운초는 먼저 금고를 그녀가 지금 사는 방으로 옮기라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
여운별은 필사적으로 그 현금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혼자서 두 명의 하인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여운초가 어디서 고용한 하인들인지 힘이 엄청나게 컸다.수 억 원의 현금들은 그렇게 모두 빼앗겨 버렸다.“여긴 내 집이야.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전부 내 재산이라고. 운별아, 방문을 열어줘서 고마워. 네 그 가방은 내가 안 뺏을게. 너에게 주는 보수로 생각해. 방문을 열어준 대가로 말이야.”여운별은 화가 나서 여운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분명히 여운별이 돈을 주고 사 온 가방인데 여운초가 뻔뻔하게도 여운별에게 보수로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자꾸 노려보면 가방까지 빼앗을 거야. 자, 이제 너 스스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사람 시켜 내쫓을까?”여운초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말은 여운별의 귀가에 얼음처럼 차갑게 들렸고 여운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두 고모는 모두 여운초가 정말 지독하다고 말했다.여운별은 이제야 깨달았다. 과연 가장 지독한 사람은 여운초였다. 자매의 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내쫓을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거야.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 나와 내 부모님의 재산을 되찾을 테니.”여운별은 자신의 가방을 꼭 껴안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소송을 하려고 계획했다.여운초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소송을 걸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이미 여운초가 단단히 장악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소송을 걸어 그녀 부모님의 재산을 가져간다고 해도 여운초는 그 불법 회사만이 여운별 부모님의 재산이라고 알려주려고 했다.그리고 그 불법 회사들은 이미 차압당했고 나머지 차압 당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여운초의 것이다.여운별은 부분적인 재산을 여천우에게 주려고 했다. 정말 여운별에게 재산이 차려지게 된다 해도 여운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여운초는 그 사실을 여운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
여운별은 갑자기 멍해졌다.그 별장은 정말 여운초 것이었다!여운별의 가족이 확실히 여운초의 별장을 차지하고 있었다.여운별은 여씨 가문에도 다른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평방수가 이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한 가족이 그 별장에 사는 것이 익숙하기도 했고 게다가 여운초가 집에서 존재감이 낮았기에 하인조차도 그녀를 괴롭혔다. 누가 이 별장이 여운초의 소유라는 것을 누가 상관했겠는가!여운초는 손을 뻗어 여운별의 손에서 부동산 증명서를 가져갔다.그리고 집사에게 전화해서 지시했다.“사람을 데리고 올라와서 여운별을 치워주세요.”“여운초, 너... 누가 이 별장이 너의 명의라고 알려줬어? 부동산 소유증에 적힌 이름은 분명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의 별장이라고. 다 내는 거야.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여운초는 웃을 듯 말 듯 하며 여운별을 바라보았다.“운별아, 난 정 선생님 덕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됐어. 내가 글씨를 모르는 줄 알고 있었어? 이 부동산 소유증에는 분명 내 이름이 적혀있잖아. 네 가족은 내 집에 살면서 집세를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네 방에 있는 물건들은 가져가지 마! 네가 20년 동안 여기에 산 집세로 삼을게.”여운별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여운초, 앞이 보이는 거야?”여운초가 뜻밖에도 시력을 회복했다.그렇게 많은 의사가 그녀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정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여운초의 눈을 정말로 치료해 주었다는 말인가!그럼 여운초가 보이지 않는 척 한 거였다.“여운초, 거짓말쟁이!”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정도 되면 깨달았을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에게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운별이 아직도 여운초가 앞이 보이지 않는 줄로 착각하게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부모님 방의 문을 열고 금고의 문을 열게 하여 그 비밀번호들을 알아내려고 계획했다.여운별이 무방비 상태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여운초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끔 내버려 두었으니 아마 여운초도 그 비밀번호를 기억했을 것이다.여운초의 기억력은 훌륭했다.앞이 보
여운초는 몸을 돌려 차를 더듬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집 앞까지 데려다주세요. 운별이가 나를 따라오게 하세요.”여운별은 여운초가 차로 돌아갈 때 차를 더듬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의심을 떨쳐버렸고 여운초가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여운별은 별장으로 들어가서 일단 자신의 휴대전화와 은행 카드를 가지려고 계획했다.몇 분 후.여운초 자매는 앞뒤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별이 앞에 서서 걸어갔다. 그녀는 여운초가 갑자기 마을 고쳐먹고 사람을 시켜서 자신을 쫓아낼까 봐 걱정했다.여운초눈 지금 여씨 가문 별장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여운별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가졌다.여운초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길을 가던 중간에 전이진의 전화도 받았고 계단에서 멈추어 전이진과 전화 통화도 하고 있었다.한참 동안 전화를 하고 통화를 끊은 뒤에야 여운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초가 2층으로 올라가자 여운별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 새로운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끼고 있었다. 묻지 않아도 여운별은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핸드폰과 돈이 없어서 꽤 고생했을 것이다. 여운초는 반짝이는 눈으로 여운별이 그 물건들을 가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그 카드는 이미 여운초에 의해 정지되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밖에 나가서 돈을 쓰려 해도 쓰지 못할 것이다.여운별은 아직 젊고 직업도 없었기에 수입도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카드를 회사 이름으로 걸어놓고는 매달 그 카드에 용돈을 넣어주어 여운별이 쓰도록 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을 이어받자마자 여운별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다.여운별은 의기양양하여 여운초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장님, 좀 있다가 알게 될 거야. 누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할지.”여운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동산 소유증을 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셨어. 결혼 전 개인 재산은 모두 나에게 남겨주신다고. 그런데 네 어머니가 내가 어리다고 괴롭히면서 내 재산을 차지하셨지. 그리고 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재산의 절반은 네 어머니가 이미 가져가신 지 오래야.”여운초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여운초는 겨우 두 살이었지만 그녀의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많은 사람은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준희는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여운초를 너무 예뻐해서 어린 나이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여운초의 아버지는 결혼 전 개인 재산과 결혼 후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전부 여운초에 물려주었다.이 별장은 여운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운초 아버지의 신혼 별장으로 사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여운초의 아버지 혼전 재산으로 그녀에게 남겨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리고 여씨 그룹의 주식은 모두 아버지의 혼전 개인 재산이었기에 여운초에 물려주는 것도 마땅했다.과거의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여운초의 아버지의 개인 재산 가치가 지금까지 몇 배나 올랐는지 모른다.여운별은 여운초의 반박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줄곧 살던 집은 여운초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여운별은 전혀 몰랐다.여운초의 부모님도 이런 사실을 여운별에게 알려준 적 없었다.이렇게 큰 별장이 뜻밖에도 여운초 개인 소유였다!한참 만에 이성을 되찾은 여운별은 그제야 의아해하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여기가 내 집인데 언제 네 집으로 변했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란 말이야!”“네 부모님 방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지? 단언컨대 부동산 소유증이 네 부모님의 금고에 놓여 있을 거야. 금고를 열고 꺼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여운초는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씨 가문의 별장의 부동산 소유증이 그녀의 손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