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관성 호텔에서 이제껏 한 번도 취한 적이 없는 소지훈이 이례적으로 전태윤의 결혼식에서 만취했다. 그 술 참으로 맛있었다! 곁에 정윤하가 있으니 소지훈은 기분이 좋아서 술을 더 많이 마셨다. 마시면서 좋은 술이라고 연달아 칭찬했다. 그 술의 뒤끝이 생각보다 강했다. 소지훈은 자신이 술에 취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눈을 뜨자 머리가 아파 소지훈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는 아직 충분히 자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충분히 잤으면 머리가 이렇게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소지훈은 곧 다시 눈을 떴다. 낯선 방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소씨 가문의 저택도 아니고 그의 별장도 아니었다. 그가 술에 취한 후 납치를 당한 건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는 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에서 축하주를 마셨다. 설령 그가 만취했다 해도 아무도 감히 그를 납치하려 들진 못할 거다. 죽고 싶지 않다면야. 소지훈은 아픈 머리를 고려할 틈도 없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몸을 덮고 있던 이불이 미끄러져 떨어졌고 이불 밑에 옷을 제대로 입고 있는 자신이 보였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관성의 상류사회 사람들은 모두 소지훈이 남자의 탈을 쓴 사실은 내시 같은 사람인 것을 알 것이다. 그가 취한 틈을 타서 그를 어떻게 해보려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외투가 누군가에 의해 벗겨졌다. 소지훈은 일어나 앉아 방안의 모든 것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는 호텔 안에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주위를 바라보고는 곧 자신이 관성 호텔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전씨 가문의 호텔에 있다. 소지훈은 완전히 마음을 놓고 몸을 돌려 다시 침대에 누운 뒤 아파 나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왜 이렇게 아픈 거지? 숙취는 정말 머리가 아픈 거였네. 머리가 깨질 것같이 아파 죽겠어.’ “따르릉...”핸드폰이 울렸다. 자기 바지 주머니를 만져보니 핸드폰이 그의 바지 주머니에 있었다. 그를 호텔에 데려다준
다행히 소정남은 기혼이고 심효진도 임신했으니 소지훈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정윤하는 능력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일 뿐이다. 소정남은 모든 사람에게 유능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그런 인물이다. 정윤하가 소정남을 칭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발신 번호가 정윤하로 뜨는 것을 보고 소지훈은 두통마저 좀 줄어들었다고 느껴졌다. 그는 곧 정윤하의 전화를 받았다. “윤하 씨.” “아저씨, 깨셨어요? 아니면 제 전화 소리에 깨난 건가요? 지금 거의 10시가 되어가고 있어서 깨났는지 전화 쳐 봤어요.” 정윤하는 술을 마시지 않아 일어난 지 한참 되었다. 그녀는 깨난 후 무술실이 없어 무술 연습을 할 수 없자 일찍이 바깥으로 나가서 러닝 코스를 따라 한참 달린 후에야 호텔로 돌아와 샤워하였다. 그리고 산뜻하게 호텔 1층의 뷔페로 가서 아침밥을 먹었다. 소지훈이 자고 있자 그녀는 그를 깨우지 않고 홀로 아침밥을 먹으러 갔다. 관성 호텔 1층의 뷔페식당은 관성의 모든 호텔 중에서 제일 좋은 곳이다. 먹을 것 마실 것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고 종류가 다양하여 세계 각지의 사람들 모두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정윤하는 이 뷔페에서 자신의 세끼 해결하기를 즐겼다. 아이를 데리고 관성에 와서 시합에 참가할 때 관성 호텔에서 머물렀는데 며칠을 여기서 먹다가 연성으로 돌아가니 세날도 못가 관성 호텔 뷔페의 음식들이 그리워 났다. “전 방금 깼어요. 여기가 호텔인 것을 알아채자마자 윤하 씨 전화를 받았어요.” 소지훈은 감격하여 말하였다. “윤하 씨, 어제 윤하 씨가 절 데려다준 거죠? 폐 끼쳤어요. 감사해요. 원래는 제가 윤하 씨를 돌봐야 했는데 오히려 윤하 씨가 저를 돌보게 했어요.” “아저씨의 집이 어딘지 몰라 호텔로 데리고 왔어요. 고마워하실 필요 없어요. 아저씨가 절 전태윤 씨의 피로연에 저를 데리고 가셔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도 먹고 꼭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만났어요. ” “예정 씨가 저를 친절하게 대해주셨고 연락처도 주셔서 나중에 시간 나면
정윤하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닌데요. 아저씨, 머리 아프세요? 뭐 좀 드실래요?” 그녀는 이미 배불리 먹었다. “아프네요. 솔직히 술 취한 건 처음이에요. 숙취 후 두통은 처음인데 머리가 찢어지는 것같이 아파요.” 소지훈은 말하면서도 고개를 들어 아픈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속으로 전태윤이 준비한 술이 너무 맛있어서 술에 취한 거라고 중얼거렸다. 전태윤이 생각했다.‘...맛 좋은 술을 준비해도 원망받아야 해? 신랑인 자신도 안 취했는데 들러리가 취했으니 이건 지훈 씨 술이 약한 거야.’ 소지훈이 생각했다.‘......’소지훈이 말했다. “두통이 심해 먹기가 싫지만 배가 고파요.” 소지훈은 정윤하의 관심을 받으려고 이 말을 불쌍하게 하였다. 정윤하는 아직 그한테 다른 감정이 없었기에 그의 처지에 가슴 아프진 않았다. 하지만 예의상 기본적인 관심은 표했다. “안내대에 가서 꿀이 있는지 물어보고 꿀 좀 달라고 할게요. 꿀물을 타서 마시면 두통이 좀 가라앉을 수 있을 거예요. 정 힘들면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약을 처방해 달라고 해도 되고요.” 정윤하가 말했다. “두통이 심해도 뭐라도 좀 먹어야 해요. 위가 상하면 안 되죠. 아저씨가 드시고 싶은 아침밥은 제가 밖에서 포장해 올게요. 지금 이 시각에 뷔페에서 아침을 먹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곧 점심 먹을 시간이다. 소지훈은 아침도 먹지 않았다. “고마워요. 전 담백하게 먹고 싶어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윤하 씨는 드셨어요?” 정윤하가 웃으며 답했다. “전 어제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아서 취하지 않아 오늘 일찍 일어났어요. 하지만 저는 매일 일찍 일어나요. 평소에는 집에서 일찍 일어나 무술을 연마하는데 이곳에 무술실이 없어서 저는 밖에서 달리기하고 돌아와서 뷔페에서 아침을 먹었어요.” “관성 호텔 뷔페가 제 마음에 쏙 들어요. 매번 배부르게 먹어서 벽을 짚고 나올 정도예요.” 소지훈은 그녀의 말에 웃었다. 그러자 머리가 더 지끈거리며 죽을 듯이 아파
정윤하는 그제야 안심하고 밖으로 나가 소지훈에게 아침밥을 포장해 주었다. 소지훈은 담백한 것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게에 가서 죽 한 그릇과 김치를 포장해 왔다. 혹여 소지훈이 배불리 먹지 못할까 봐 찐만두도 포장한 후 아침밥을 들고 호텔로 돌아갔다. 십여 분 후. 정윤하는 소지훈의 방문 앞에 서서 방문을 두드렸다. “아저씨, 아저씨.” 소지훈이 얼른 와서 문을 열어줬다. 정윤하는 방문 앞에 서서 포장해 온 아침밥을 그에게 건네주며 관심하는 어조로 물었다. “아저씨, 안내대에 꿀을 먼저 가져다 달라고 했는데 꿀물을 타서 드셨어요?” 소지훈은 그녀가 사 온 아침밥을 건네받고 몸을 비켜 정윤하가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였다. 정윤하는 원래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몸을 비키고 문을 닫을 기미도 없어 보였다. 게다가 그가 옷을 단정히 입고 있었기에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젯밤에 그녀가 그를 부축해서 방으로 돌아가 쉬게 했다. 다행히 어릴 때부터 무술을 익힌 터라 힘이 세서 그를 부축하여 방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었다. 평범한 여자였다면 정말 그를 부축할 수 없었을 거다. 그는 술에 취해서 걷지도 못하였고 부축하는 사람이 없으면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설사 누가 부축하더라도 그는 부축하는 사람한테 몸 전체를 기대여서 그를 부축하는 데 힘이 들었다. “방금 끓어올라서 뜨거우니까 나중에 좀 식으면 그때 꿀물 타서 드세요.” “배고파 죽겠어요. 밥부터 먹을래요.” 소지훈은 정말 배가 고팠다. 그는 어제 술을 마시느라 음식을 별로 먹지 못했는데 이미 아침 식사 시간도 지났으니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그는 방에 있는 상 앞에 앉아 급히 아침 식사가 담긴 봉지를 열고 정윤하가 사 온 아침밥을 하나씩 꺼냈다. 죽, 김치, 찐만두. 정말 간단하고 담백한 아침밥이다. 솔직히 말해서 서지훈은 이렇게 간단한 아침을 먹은 적이 없다. 평소 산해진미에 익숙한 소지훈은 정윤하가 사 온 아침밥이 싫지 않
소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해본 적 없어요. 평소 끓인 물을 별로 안 마셔서인가 봐요” 그는 갑자기 전태윤과 하예정이 결혼한 후 왜 서로 푹 빠졌는지 깨달았다. 전태윤은 이전에 그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정 많은 삶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신선하고 적응하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적응했을 뿐만 아니라 계속 느끼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그래서 계속 정체를 숨기고 하예정을 속인 거다. 소지훈은 언제 정윤하에게 사실을 말할지 고민하였다. 전태윤의 옛길을 갈 수는 없잖아? 하예정처럼 성격이 좋은 사람이 반려자에게 오랜 시간 속았다는 진실을 알고 화가 나서 이혼하려고 하다니. 전태윤 뿐만 아니라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정윤하는 애증이 분명하고 털털하지만 만약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 화나게 하면 초상도 치를 수 있을 거다.속임수는 음... 바람직하지 않다. 전씨 가문의 기타 아들들은 모두 자신의 신분을 공개하고 구애하였다. 전태윤처럼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저씨?” 소지훈이 그녀를 눈도 깜빡이지 않고 빤히 쳐다보자 그녀는 의아하다는 듯이 그를 불렀다. “방금 생각 좀 했어요.” 소지훈은 쑥스러운 듯 말했다. 정윤하는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그렇게 넋을 잃고 생각하시다니.” 그녀가 연달아 그를 몇 번이나 불렀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하마터면 손을 뻗어 그를 두드릴 뻔했다. 오빠나 다른 코치들이 그랬다면 이미 손이 나간 지 오랬을 거다. “친구 생각이 났어요. 윤하 씨, 만약 어떤 사람이 윤하 씨를 꽤 오랜 시간 속였는데 그 사람에게 고충이 있었다면 진실을 안 후에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나요?” “어떤 고충이 있어도 속이는 건 옳지 않아요. 그 누구도 속고 싶지 않아요. 오랜 시간 동안 속였으면 진실을 알았을 때 화나 죽고 싶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은 정말 속일 거면 평생 속여서 상대방에게 진실을 알리지 말거나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지 말았어야 해요.” 정윤하가 소지훈에게 말했다. “아저씨, 그 친구를 잘 설득
정윤하의 말처럼 속일 거면 평생 속여서 상대방에게 들키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빨리 사실대로 털어놔서 상대방의 용서를 구해야 하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는 정윤하를 평생 속일 수는 없다. 어쨌든 그는 소씨 가문의 사업을 해야 하고 정윤하가 나중에 그와 결혼하면 그의 가문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데 어떻게 평생을 숨길 수 있을까? 정윤하가 물었다. “아저씨, 아저씨의 친구가 속인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이나요? 아니면 친구들만 속였나요?” “첫눈에 반한 여자를 속였어요. 그 친구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저한테 털어놓았어요. 저도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는 상대방이 자신의 생활 곳곳에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겁먹고 도망갈까 봐 걱정되어서 그 여자를 속였어요.” “감정상의 일은 속이지 않는 게 좋아요. 비록 지금 저의 감정은 공백 상태지만 만약 남자 친구가 저를 속인다면 저는 분명히 그를 완전히 때려눕히고 또 발로 걷어찬 후 다신 만나지 않을 거예요.” 소지훈은 깜짝 놀랐다. 정윤하는 하예정보다 더 독했다. 그는 입에 물고 있던 찐만두를 삼킨 후 물었다. “죽어도 다시 안 만나요?” 그렇게 심각해? “남자 친구가 저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고 속였으니 제가 어찌 이런 사람과 평생을 살 수 있겠나요? 앞으로 이 사람이 다시 저를 속이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요? 감정은 진지해야 하고 결혼은 진실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어쨌든 저는 남자 친구가 저를 속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정윤하는 이어 말했다. “작은 일에서 인품이 보이는 법이죠. 이런 남자는 평생을 맡길 가치가 없어요.” 말을 마친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이 자리에서 제 말을 들으면 또 저를 혼내실 거예요. 제가 이렇게 진지하니까 스물네 살인데도 남자 친구도 없다고요.” “제 생각은 이래요. 저를 진심으로 대할 수 없으면 저는 평생 혼자 살더라도 언제든지 저를 속일 수 있는 가식적인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이 말을 듣고
소지훈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고개를 끄덕여 정윤하의 말에 동의했다. “정말 좋아한다면 솔직하게 말해야 해요. 윤하 씨, 고마워요. 제가 친구와 잘 이야기해서 더는 숨기지 않도록 할게요.” 정윤하가 말했다. “저한테 감사할 필요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의견을 말했을 뿐이에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잖아요. 우리는 사람을 속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거짓말 속에 사는 것이 익숙하거든요.” “친구와 잘 얘기해 보세요. 친구가 아저씨의 말을 들으면 좋고 듣지 않으며 더 말할 필요도 없어요. 우리는 스스로 귀를 닫아버린 사람을 설득하지는 못해요.” 소지훈은 약간 민망해 났다. 그가 정윤하에게 솔직하게 털어놨을 때 그녀가 그를 어떻게 여길지 가늠이 안 간다. 정윤하가 소지훈의 또 다른 신분을 자연스럽게 알아챌 수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 소지훈은 정윤하가 사 온 아침밥을 먹고 꿀물 한 잔을 마셨더니 조금 나아졌다. 정윤하가 그에게 물었다. “계속 쉬실 예정인가요?” “점심시간이 거의 되어가니까 자지 않고 나가서 걸을 생각이에요. 식사 후 쉬었더니 지금은 머리가 덜 아프네요.” 정윤하가 답했다. “그럼 쇼핑하러 가요. 애들하고 돌아갈 때 작은 선물을 챙겨주기로 약속했거든요. 애들은 선물 받을 줄만 알아요.” 그녀는 입으로는 싫다는 듯이 말하였지만 말투는 사랑으로 가득하였다. 그녀는 사실 학생들을 극진히 사랑하고 있다. “좋아요.” 소지훈은 아무런 불만도 없다. 그는 정윤하와 함께 쇼핑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래서 평소 쇼핑을 한 적이 별로 없던 소지훈은 정윤하와 함께 호텔 근처 거리를 거닐었다. 두 사람은 차를 운전하지 않고 걸어 다녔는데 얼마 가지 않아 누군가의 고함을 들었다. “강도예요, 강도.” 소지훈은 처음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요즘 세상에 감히 길거리에서 강탈하는 사람이 있다니.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모르나? 강탈에 성공하더라도 사람들이 경찰에
정윤하가 머리를 옆으로 피하자 그 날카로운 칼이 그녀의 앞을 스쳐 지나갔고 하마터면 그녀의 얼굴을 찌를 뻔했다.그 강도는 손에 든 칼을 움켜쥐고는 다시 달려들어 정윤하의 목을 베려고 했다.이때 불쑥 튀어나온 커다란 손이 재빨리 강도의 손을 움켜쥐면서 힘을 썼고 그 남자는 비명을 질렀다.이어 손에 있던 날카로운 칼이 땅에 떨어졌고 곧 한 대 더 얻어맞았다. 그 강도는 아파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 큰 손이 여전히 남자의 손목을 꽉 잡고 있었기 때문에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소지훈은 몸을 돌려 강도의 등 뒤로 가서 상대의 뒷다리를 걷어찼고 강도는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잡힌 손목도 소지훈에 의해 뒤로 꺾여버렸다.소지훈은 다시 몸을 돌려 강도의 뒤로 돌아가 그를 다리로 걷어차 바닥에 쓰러뜨렸다. 강도의 얼굴은 땅에 넘어지는 바람에 얼굴에 피가 났고 너무 아픈 나머지 비명을 질렀다.“빨리 경찰에 신고 해. 빨리! 사람 살려! 신고해줘!”소지훈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맞네. 경찰에 신고해야 하네.”소지훈은 고개를 들어 정윤하에게 말을 건넸다.“윤하 씨, 전화해서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정윤하는 소지훈의 싸움 실력에 놀랐지만, 그의 싸움 동작이 너무 멋있다고 느꼈다.소지훈의 말을 들은 정윤하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경찰이 오기 전까지 소지훈은 그 강도를 제압하여 꼼짝 못 하게 했다.정윤하는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바로 추궁하지 않고 먼저 가서 다리를 삐끗한 여자를 일으켜 세우며 가방을 돌려주었고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요? 가방 안에 물건이 모두 들어있는지 확인해 봐요.”그 여자는 넘어진 탓으로 무척 괴로워하며 얼른 가방을 확인했고 그제야 정윤하에게 말했다.“발목을 조금 삐끗했어요. 다행히도 적어진 물건은 없어요. 너무 놀랐어요. 고마워요. 아가씨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제가 이 가방을 빼앗겼을 거예요.”여자는 가공 공장의 경리이자 재무 일을 책임진 사람이었다.오늘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주는 날이었다.공장은 가공
소지훈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제가 무슨 일이든 다 하면 저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뭐해요? 그들에게도 기회를 줘야죠. 제가 낮에 회사로 가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너무 충분한데.”관성에 있을 때면 그는 열흘이나 보름에 한 번 회사에 들아갔다. 그리 회사의 크고 작은 일들은 기본적으로 회사 운영팀에게 맡겼다.소지훈은 특별히 중요한 일이 일어나야만 회사에 한 번 돌아가곤 했다.그처럼 바쁜 사람이 어찌 매일 회사에 돌아올 수 있겠는가!소지훈은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일에도 관여해야 했다.소균성은 일찌감치 은퇴하는 바람에 사실상 소지훈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소씨 가문의 대표가 처리해야 할 업무들을 해결하러 다녔다.“마치 아저씨가 출근하면 남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처럼 말하네요. 그 회사는 아저씨 회사이고 벌어들인 돈도 아저씨 지갑으로 들어갈 뿐 회사 직원들의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만약 저녁에 대접할 일이 있다면 집에 못 들어올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저한테 전화하시면 제가 문을 열어드리면 되는데.”윤미연은 일반적으로 밤 11시쯤에 대문을 잠갔다.밤 11시 이후에 귀가하면 정씨 가족에게 전화해서 문을 열라고 부탁해야 했다.소지훈은 재빨리 대답했다.“정말 접대할 필요 없이 중요한 일은 다 처리했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출장을 다녀왔는데 아직 처리하지 못했다면 제 능력 문제라고 봐야죠. 바쁘시죠? 먼저 일 보세요. 퇴근하고 바로 갈게요.”“네. 저도 수업이 있어요. 그럼 저녁에 봐요.”“저녁에 뵙겠습니다.”소지훈은 결국 그가 정윤하를 좋아한다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전화상으로도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그녀 앞에서는 더 감히 말하지 못했다.고백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소지훈이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아챌까 봐 장미 한 송이조차 선물하지 못했다.사실, 소지훈은 매일 몇 시간씩 정윤하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그녀를 존중해주고 세심하게 배려했다.이 또한 그가 정윤하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
정윤하가 웃으며 소지훈에게 물었다.“맞아요. 방금 큰 건을 성사시켜 회사에 수십억 이윤을 얻었어요. 제가 저녁에 윤하 씨 가족분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음식을 대접할게요.”정윤하가 말을 이었다.“괜찮아요. 우리 오늘 식자재를 많이 사서 집에 가져가서 요리해 먹으면 마찬가지예요. 호텔에 가서 한 끼를 먹으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우리 엄마께서 또 마음 아파하실 거에요. 호텔에 가서 한 끼 먹을 돈으로 장을 보고 집에 가서 요리해 먹으면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 먹을 수 있다고 늘 말씀하시거든요.”소지훈은 윤미연이 입으로만 잔소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말 큰 호텔에서 그들에게 식사 한 끼를 대접하면 윤미연은 분명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꾸미고 호텔로 달려갈 것이다.윤미연이 만약 잘 꾸미고 정윤하와 함께 있으면 어쩌면 자매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소지훈이 말을 건넸다.“괜찮아요. 저는 이미 이모님 잔소리에 적응했어요. 돈을 벌면 마땅히 써야죠. 많이 벌어서 화끈하게 써야 자신에게 떳떳하죠.”소지훈이 연성에 방금 왔을 때부터 정씨 가문의 저택으로 들어가 살았다. 처음에는 정씨 가족들은 소지훈이 단지 3일에서 5일일 정도 머물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이미 소지훈을 한집안 식구로 생각한 윤미연은 그가 잘못할 때면 여전히 잔소리를 퍼붓곤 했다.“무슨 일이세요?”정윤하가 소지훈에게 전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소지훈이 그녀에게 전화를 먼저 걸었다.소지훈은 정윤하가 자신에게 도움 청할 일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그녀에게 걱정스레 물었다.정윤하는 웃으며 대답했다.“별일은 없고요. 우리 학생들이 아저씨가 언제 시간 나면 놀러 오냐고 물으며 아저씨가 보고 싶대요.”관성에 있을 때, 소지훈은 정윤하와 십여 명의 학생들을 초대하여 놀면서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도 하고, 선물을 사주기도 했다.그리고 연성에 와서도 소지훈은 학생들이 무술을 연마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대접하기도 했다.학생들은 그를 무척 좋아했기에
소균성은 김연수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었지만, 그녀는 휴대전화를 받아보더니 말을 꺼냈다.“이 자식 이미 전화를 끊었어요. 나쁜 놈, 내 전화를 끊다니.”막상 통화를 끊은 광경을 보자 소균성은 또 화가 나 참다못해 욕 몇 마디를 내뱉었다.“이놈 때문에 속이 썩여. 정말! 예전에 맞선 상대를 그렇게 많이 주선해 주었는데도 싫어하더니, 결국 문제가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잖아. 겨우 누군가 구해줄 희망이 생겼는데도 왜 이렇게 질질 끌고 있나 몰라. 늘 깔끔하게 일 처리하던 애가. 어휴! 고백, 프러포즈, 결혼, 출산, 그렇게 힘들대?”곁에서 지켜만 볼 수 없는 소균성의 마음이 더 조급해 났다.김연수가 말을 이었다.“지훈이가 연애도 경험도 없어서 지금 탐색 중일 거예요. 애가 지금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잖아요. 어쨌든 연성에서 정윤하 씨 곁을 지키고 있으니 다른 남자가 감히 가까이하지는 못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결혼은 한평생의 큰일인데, 급해한다고 해도 소용없는걸요.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해야만 결혼 생활도 행복한 법이니까요. 우리도 상대방을 강제적으로 우리 집으로 시집오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럼 사돈이 아니라 원수로 되는 거잖아요.”정씨 가문은 소씨 가문과 비교할 수 없지만, 정합 도장은 연성에서 오랫동안 운영했기에 그들이 가르친 제자 중 업계에서 성공한 인물도 있게 되기 마련이다. 만약 쌍방이 서로 원한을 품게 되면 누구도 이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게다가 소씨 가문은 미래의 사돈을 어찌 감히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정윤하는 소지훈이 없으면 재혼할 수 있지만, 소지훈은 정윤하가 없으면 재혼할 수도 없다.“여보, 우리 한 번 연성에 가볼까요?”소균성은 김연수를 쳐다보며 대답했다.“그 자식이 아직 고백도 안 했는데, 우리가 간다고 해도 여행으로 가장할 수밖에 없는데 가도 소용없어. 가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우리가 연성으로 여행을 가는 척하고 사돈 앞에 얼굴을 내밀어 우리 가족이 화목하다는 것을 알게 하면 나중에 우리
운명적인 여신과 함께 지내다 보니 소지훈은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또한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하늘도 땅도 두렵지 않던 소지훈은 정윤하 앞에서는 그야말로 겁쟁이처럼 모든 것이 두려웠다.“지훈아, 한 가지만 물을게. 나랑 네 엄마가 언제쯤이면 사돈을 뵈러 갈 수 있어? 결혼 예물도 몇 번이나 준비했는지 몰라. 우리가 뭔가 부족한 것이 생각나면 바로바로 보충했거든. 하나라도 빠뜨릴까 봐 걱정하고 있는데.”소균성은 마음이 급하기만 할 따름이다.그의 장남도 나이를 반올림하면 마흔이라 노동명처럼 관성의 노총각으로 되는데 조급해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아버지, 아직 윤하 씨에게 고백하지 않았는데, 무슨 혼사에 관한 얘기를 벌써 꺼내려고 하세요?”“시간이 이렇게 오래도록 지났는데 아직도 고백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된 거야? 윤하 씨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네가 감히 고백조차 하지 못했던 거야?”“아버지만 시간이 길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사실 계산해 보면 그리 시간이 길지도 않아요. 제가 연성에 온 지 한 달도 안 됐거든요. 윤하 씨는 아직 저를 친구로밖에 생각 않아요. 지금은 아직 고백할 수 없어요.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소균성은 전화기 너머로 답답한 듯 말을 내뱉었다.“네 담력은 어디로 튄 거야? 너도 무서울 때가 있었어? 남들은 첫눈에 반하면 바로 고백하던데 넌 우리 미래의 며느리랑 알고 지낸 지도 벌써 두세 달 넘어가는데 아직도 고백하지도 못하고 있어? 소지훈! 넌 장가가고 싶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빨리 손주를 안고 싶거든.”소지훈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버지, 저도 가고 싶죠. 그런데 윤하 씨가 제 감정을 알고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두려워요. 게다가 윤하 씨 성격이 너무 활발해서 남자들을 친구로 여기거든요. 그리고 저도 그녀보다 나이 차이가 너무 나서...”“나이는 문제가 아니야. 네가 윤하 씨와 고백하지도 않는데 윤하 씨가 어떻게 네 맘을 알겠어? 그러니까 널 남
“고마워요. 숙모님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연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하예진은 진작 알고 있었다.하예진은 이씨 가문의 많은 사람 중 이윤미와 가장 많이 접촉했기에 이윤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윤미 또한 하예진 앞에서 아무런 숨김도 없이 진정성있게 대했다.“예정 씨, 그럼 우리 먼저 돌아가 볼게요. 나중에 일이 생기면 다시 연락드리죠. 그리고 우리가 도울 일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하예진은 일어나 스위트룸을 빠져나와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데려다주었고 최순자 일행은 다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고 하예진은 그제야 발길을 돌렸다.그녀는 자신의 룸으로 돌아와 탁자 위를 치우고 나서야 룸 안에서 나왔다.문을 잠근 하예진은 강일구에게 물었다.“아무도 안 올라왔죠?”“네.”하예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우리도 갑시다.”경호원들도 묵묵히 그녀를 따라나섰다.......연성.연성 번화한 거리에 있는 한 새로운 회사는 28층 높이의 오피스 빌딩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관성 소씨 가문의 연성 지사이기 때문에 설립된 지 며칠 안 됐지만 이미 꽤 많은 직원이 있었다.대다수는 소지훈이 각지에서 전근하여 온 직원들이다.소지훈은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출장 왔다고 말했지만, 사실 소씨 가문이 연성에서의 사업은 너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소지훈은 정윤하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즉시 연성에 지사를 설립하고 각지에서 엘리트들을 연성으로로 전근시켜 연성 지사를 신속하게 이 도시에서 정착시키려고 했다.그리고 연성 지사를 연성에서 규모가 가장 큰 회사 중 하나로 만들라는 명령을 내렸다.소지훈은 28층짜리 사무실 빌딩과 여러 곳의 공장 건물을 사들였는데, 이 행동은 연성의 업계에 큰 돌을 내 던져 평온해 보이는 호수를 마구 휘저은 거나 다름없다.모두가 몰래 소씨 회사의 내막을 알아보았는데 소지훈이 관성 소씨 가문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는 그의 회사와 협력하러 온 업계 거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심지어 어
“이씨 가문을 잘 꾸려나가려면 젊은 세대에게 의존해야죠. 우리 가문의 젊은 세대들도 능력만 있으면 모두 중히 여겨야 하는 거죠. 숙모님들, 맞죠?”이씨 가문의 셋째 삼촌 이지후는 야망이 있지만 이제 분투할 정력이 없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다만 그들의 후손의 앞날일 뿐이다.하예진이 방금 한 말은 승낙한 거나 다름없다.하예진이 방금 한 말은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가 하예진 쪽으로 돌아간다면, 가문의 젊은 세대들은 능력만 있다면 모두 적당한 자리에서 빛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의미이다.하예진은 자신이 사람을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준 셈이다.두 사모님이 눈을 마주치며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씨 가문의 넷째 숙모 김연희가 입을 열었다.“맞아요. 역시 전임 가주의 후손답네요. 전임 가주가 이씨 가문을 다스릴 때 우리 이씨 가문은 강성에서 그 누구도 얕볼 수 없는 존재였죠.”그러나 요즘은 사람들이 이씨 가문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전임 가주 이은숙이 여전히 이씨 가문을 운영했을 때 김연희와 최순자는 아직 이씨 가문으로 시집오지 않았다. 당시 그녀들의 나이는 6세에서 12세 사이였고 가문의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그러나 그녀들의 남편들은 어느 정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적어도 학창시절에 이씨 가문 사람이라고 하면 아무도 괴롭히지 못했다.그 후, 가문의 어르신들 이야기를 통해 자주 듣게 되었다.전임 가주 이은숙의 인간 됨됨이나 일 처리 방면에서는 매우 훌륭했지만 늦게 결혼하고 늦게 아이 낳은 탓으로 급격히 건강이 나빠져 하루가 멀다고 병으로 앓게 되어 이은화에게 기회가 주어지게 된 것이다.“그리고 두 숙모분께서도 안전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이씨 가문에서 떠벌리며 다니지 않는 한 강성에서의 안전은 제가 보장해 드릴 수 있어요.”자기 분수를 지키면서 무슨 일을 하든 너무 날뛰지 않고 눈에 띄게 행동하지 않으면 죽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만약 그들이 너무 눈에 띄게 행동한다면 하예진이 보호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과 감히 협력하지
몇 분 후, 방에서 하예진을 기다리고 있던 전호영은 예진이 도착하자 바로 나와서 문을 열었다.“예진 누나.”“고마워요, 호영 씨.”“우리 사이에 무슨, 천천히 얘기 나눠요, 저는 일 보러 나가볼게요.”방을 나온 전호영은 하예진을 방으로 들여보내고는 일구를 포함한 경호원들에게 아무도 못 들어가게 단단히 지키고 있으라고 지시했다.펜트하우스가 출입이 통제되긴 하나 경각심을 높여서 나쁠 것은 없었다.일구와 다른 경호원들은 전호영의 말에 깍듯이 응했고 전호영은 자리를 떴다.하예진이 방으로 들어가자 두 숙모님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그녀들을 위한 과자와 과일들이 놓여 있었고 따뜻한 물도 준비해져 있었다.“예진 씨.”하예진이 들어오자 두 숙모는 소파에서 일어나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고 인사했다. 하예진 라인에 서기로 했으니 두 사람은 이제 본모습을 보일 때가 된 것이다.두 분은 나이가 있는 분들이셨지만 보양을 잘한 덕분에 겉보기에는 훨씬 젊어 보였다.“두 분 앉아계세요.”하예진은 차를 내와 찻잔에 부으면서 말했다. “차를 마시면 정신도 맑아지고 좋더라고요.”“우린 이제 나이가 들어서 차를 별로 안 마셔요. 차를 마시면 저녁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셋째 숙모가 웃으면서 답했다.하예진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간식을 권했지만 두 분은 사양했다.“두 분께서 저한테 하실 말씀이 있다고요?”하예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두 분과 친분이 있는 사이도 아니니 다룰 얘깃거리도 별로 없었다.“예진 씨가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라고 우리 그이가 그러더군요. 우리 두 집안이 기꺼이 힘을 합쳐 도와드리겠다고 전해달라고 했어요.”셋째 숙모가 입을 열자 넷째 숙모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속으로는 하예진 앞에서 이 가주에 대해 불평하고 싶었지만 집을 나설 때 남편이 그러지 말라고 그녀에게 신신당부했기에 꾹 참고 있었다. 그저 두 집안의 의사를 전달하고 다른 말은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하예진은 관성의 대표로 이곳에 왔기 때문에
하루 호텔은 안전 레벨이 아주 높은 곳으로 그곳에 가면 숙모님들이 마음을 좀 더 내려 놓을 수가 있었다.이에 하예진도 동의를 표하였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방을 예약 해놓을게요.”그녀는 뒤돌아서서 휴대폰을 꺼내어 전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루 호텔에서 제일 안전한 방이 어느 방이에요? 누가 엿듣거나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는 곳으로 빌리려고요.”전호영은 일 초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그야 무조건 펜트하우스에 있는 스위트룸이죠. 지금 제가 묵고 있어요, 누나가 필요하다면 제가 빌려드릴게요.”“고마워요, 이씨네 숙모님 두 분이 먼저 가실 거예요, 믿을만한 사람을 시켜서 조용히 두 분을 방까지 모셔드리도록 해줘요. 카메라에 찍히지 않게 주의해 주시고요.”전호영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안배할게요. 두 분 호텔로 이동하시게 하세요, 거의 도착할 때 저희 쪽에 연락 주시면 돼요.”그러고는 하예진에게 번호 하나를 알려주었다.“누나, 조금 있다가 이 번호로 연락 주시면 돼요, 펜트하우스까지 에스코트해 줄 거예요. 저도 조금 있다가 바로 돌아갈게요.”현재 그 방은 전호영이 지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방문을 열 수가 없었기에 호영이 호텔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부탁드릴게요.”“별말씀을요.”하예진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하던 일 계속 해요, 제가 두 분께 말해놓을게요. 여기서 호텔까지 가려면 약 20분 정도 걸릴거에요. 저는 30분 뒤쯤에 도착할 것 같아요.”“알겠어요.”통화를 마친 예진은 두 숙모한테 다가가 말했다.“제가 이미 말해놓았으니 두 분께서 지금 그쪽으로 출발하시면 되세요. 거의 도착할 즈음 이 번호에 전화하시면 그쪽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그분들이 두 분을 방까지 에스코트해 주실 거예요.”하예진은 전호영이 알려주었던 번호를 셋째 숙모한테 말해주었다.“먼저 가 계시면 돼요. 저는 십 분 뒤에 바로 출발할게요.”“그래요.”두 분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나서 지체없이 바로 출발했다.
“그 분들이랑은 어떻게 되는 사이신지?”하예진이 물었다.두 사람은 자신들의 남편 정체를 말한 후 하예진의 반응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녀가 침묵하자 두 사람은 하예진이 자신의 남편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여자가 서둘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넷째 숙모고 이분이 셋째에요.”하예진은 그녀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오실 때 뒤따르는 사람이 없었나요?”“없어요, 뒤처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니 예진씨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하예진은 미소를 지었다. “저야 아무 걱정이 없지만 두 분께서 저를 찾아온 일이 이 가주님의 귀에 들어가 두 분께서 불리해질까 봐 걱정이에요.”하예진은 원래부터 이씨 집안을 노리고 있었으니 이씨 가족 사람들과 접촉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오히려 아무 접촉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씨 집안 사람들이 그녀를 먼저 찾아왔다면 이 가주가 그 사실을 알고 응징할 수도 있기에 그 후과를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두 사람의 눈빛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보였지만 이내 다시 물었다.“예진 씨, 잠깐 따로 얘기 나눌 수 있을까요?”“좋아요, 저는 아무 때나 괜찮아요. 어디서 얘기할까요? 장소를 알려주시면 제가 곧 갈게요. 함께 이동하면 눈에 뜨일 수 있으니까 따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하예진의 말에 그 두 사람의 안위를 걱정해 주는 마음이 담겨 있어 두 사람은 마음이 놓였다.두 사람의 남편들은 집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며칠 동안 마음을 졸이며 지냈다. 이 가주는 그들을 비롯한 직계가 아닌 가족들에게 아주 인색하고 발전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오히려 이 가주의 억압을 받아 두각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두 가족은 몰래 모여 이틀 동안이나 상의를 했고 결국에는 하예진 라인에 서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하예진이 이길 것이라고 배팅을 한 것이다. 만약 하예진이 이긴다면 그들이 하예진을 처음부터 지지해 온 사람들로서 앞으로의 발전이 나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