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우빈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싫어요. 안 가요. 엄마가 저를 유치원에 데려다줄 거예요.”하예정은 웃으며 조카를 일깨워주었다.“오늘 토요일이라 우빈이가 집으로 간다 해도 유치원으로 안 가. 이모한테만 알려줘. 얼마나 가기 싫어? 이모 기억으로는 네가 금방 유치원으로 갔을 때 엄청나게 좋아했던 것 같은데. 겨우 한 달 남짓 다녔는데 유치원에 가기 싫어?”우빈이는 작은 입을 삐죽거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싫어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냥 집에서 노는 게 더 재미있어요.”“엄마가 들으면 또 혼내겠네. 유치원에 다닐 때는 열심히 다니고 놀 때는 또 마음 놓고 놀아야지.”우빈이는 고개를 숙이고는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알았어요. 우리 엄마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유치원에 갈 때 용정보다 더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그리고 놀 때는 안심하고 놀 거에요. 나중에 방학하게 되면 저를 데리고 용정이한테 놀러 갈 수 있어요?”우빈이는은 여전히 그의 어린 친구가 보고 싶었다.“이번 연휴가 지났으니 긴 연휴를 기다리려면 겨울 방학밖에 없겠네. 열심히 학교 다니고 겨울 방학이 되면 그때 우빈이를 예진 리조트로 데려갈게. 용정이도 예진 리조트로 돌아가 설을 쇨 테니 그때 같이 놀 수 있을 거야.”“대신 우빈이가 열심히 유치원에 다녀야 해. 그렇지 않으면 설날에 용정과 놀 때 여러 방면에서 용정이보다 또 뒤떨어지게 될 거야. 그러면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서 또 괴로울걸.”우빈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겨울 방학 동안 어린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 용정을 이기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무승부로 끝나려면 우빈이는 이제부터 열심히 학교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여기서 이모 기다려. 이모가 옷 갈아입고 씻고 나서 우리 함께 내려가서 아침밥을 먹자. 이모부가 만드신 아침밥이 점점 더 맛있거든.”“알겠어요.”하예정은 옷을 가지고 욕실로 들어갔다.잠시 후, 그녀는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욕실에서 나왔다.우빈이는 침대에서 뛰어내려 이모 주위를 돌아
하예정은 아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데도 먼저 교육 문제를 남편에게 떠넘겼다.사람들이 말하길, 부모들은 아이들의 숙제에 관한 문제에 접하기만 하면 X처럼 날뛴다고 했다.하예정은 아이의 살림에나 신경 쓰는 부드러운 엄마로 살고 싶었고 숙제 문제에 관해서는 전태윤에게 떠넘기고 싶었다.전태윤은 엄숙한 표정을 잘하고 다녔기에 자식을 잘 관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전태윤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전태윤은 이미 많은 육아 책을 사서 펼쳐 보았다. 앞으로 아빠가 될 준비를 단단히 한 모양이다.“배고프지? 아침밥을 차려놨어.”“너무 배고파서 우빈이를 데리고 내려가려는데 태윤 씨가 들어온 거예요.”전태윤은 조카를 안아 들고는 다른 한 손을 비워 아내의 손을 잡았다.“가자, 아침 먹으러 내려가자.”방을 나온 하예정은 집 전체가 아직도 조용하다는 것을 발견했다.모두가 여전히 자는 모양이다.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조용하게 물었다.“어젯밤 언제 들어온 거예요? 다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거예요?”“나는 날이 어두워지자마자 방으로 돌아왔어. 아침 깨어나서 집사님한테서 들었는데 어젯밤 모두들 많이 취했다고 그러더라고. 술은 좋은 술이니 마시기 좋았지만, 뒷맛이 엄청나게 강하거든. 나도 마실 때는 몰랐는데 다 마시고 나니 금방 취했어.”전태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어젯밤,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거의 다 취했다.술에 강한 소지훈도 술에 취해 정윤하에게 끌려 집으로 갔다고 한다.정윤하는 소지훈이 어디에서 사는지 몰랐기에 그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알 수 없었다.어쨌든 소지훈은 정윤하의 부축을 받아 차에 올라탔다.정윤하는 술을 마시기 좋아하지만, 주량이 세지 않았다. 그녀는 이번에 많이 마시려고 했지만 많은 사람이 소지훈에게 술을 권했고 소지훈 또한 손님들의 술을 거절하지 않았기에 정윤하는 결국 술 한 방울도 다치지 않았다.술에 취한 소지훈을 집에 데려다주려고 온밤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예정도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우리 결혼식 날짜를 잘 잡았기
“할머니, 얼른 다녀오세요.”결혼 휴가를 맡으니 참 좋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 일을 생각할 필요도 없고 회사의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잘 먹고 잘 쉬기만 하면 되었다.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아침 먹고 나면 우리 함께 나가서 산책하자.”하예정은 흔쾌히 승낙했다.전씨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전태윤 부부가 배불리 먹고 나서야 전씨 할머니가 집안으로 들어오셨다.하예정은 할머니께서 아침 식사 하기를 기다렸고 기다리는 동안 우빈이는 하예정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우빈이가 조금 전에 깨어났는데 또 잠이 들었네.”하예정은 조카의 얼굴을 애틋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빈이도 이틀 동안 많이 지쳤나 봐요.”“내가 우빈이를 안고 올라가서 쉴 테니 너는 이따가 할머니와 함께 산책하러 가. 난 우빈이랑 잠 좀 잘게.”전태윤은 어젯밤에 일찍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잔 것 같았지만 사실 흥분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대에 한참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다.오늘 아침에는 또 일찍 일어나서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아침 식사를 정성껏 준비했다.요즘 결혼식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다. 이제 결혼식이 끝났으니 푹 자고 싶었다.“좀 쉬세요. 저는 이미 충분히 잤어요.”전태윤은 일어나서 하예정의 품에서 잠든 우빈이를 조심스럽게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할머니께서는 식사를 빨리하셨고 곧 나오셨다.하예정은 어르신이 나오는 것을 보더니 일어나서 부축하려고 했다.“할머니가 너희들 부축을 받을 만큼 늙지는 않았어.”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면서 하예정의 부축을 받지 않고 대신 그녀의 손을 맞잡고 소파 위에 앉았다.손자가 보이지 않자 할머니가 물었다.“태윤이와 우빈이는? 방금 너와 함께 있지 않았어? 놀러 나갔어?”그러나 할머니는 밖에서도 우빈의 웃음소리를 듣지 못했다.우빈이는 올 때마다 서원 리조트 어린이 놀이공원에 가서 노는 것을 좋아했고 그 놀이터에서 종일 놀았다.우빈이가 올 때마다 어린이 놀이터에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 나가서 산책 좀 하자. 오늘은 해가 없고 바람이 좀 불거든. 정원에서 걸으며 시원한 바람을 쐬며 경치를 감상하면 아주 편안하고 쾌적할 거야.”“할머니는 방금 아침을 드셨는데 괜찮으시겠어요?”“천천히 걷는 건 괜찮아. 리조트를 한 바퀴 도는 것도 아니고 근처만 돌아다니는 건데.”할머니가 계속 나가자고 제안하자 하예정은 하는 수 없이 할머니와 함께 정원에서 돌아다니며 산책했다.“오늘도 입덧한 거야?”할머니는 걱정하며 물었다.하예정은 여전히 입덧 한다고 대답하려고 했지만, 오늘 아침에 토하지 않은 기억을 되살피더니 이내 깜짝 놀라면서 대답했다.“오늘은 토하지 않았어요.”하예정은 옷을 갈아입고 씻은 뒤, 욕실에서 나왔고 조카를 데리고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가면서 깜빡하고 토하지 않았다. 아니면 그녀의 고통스러운 입덧 생활이 끝났건 아닐까?할머니가 말을 이었다.“천천히 좋아질 거야. 그러고 보니 청하 씨처럼 낳을 때까지 토하지 않을 것 같구나. 우리도 안심할 수 있겠어.”다들 하예정이 아기를 낳을 때까지 토하면서 괴로워할까 봐 걱정했다.“이 아기가 저를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요. 제가 힘든 걸 알고 저를 괴롭히지 않는 걸 보면요.”“사촌 형수님이 고생이 많아요.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번에 아기를 낳으면 다시는 아기를 낳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사촌 오빠도 다시는 낳지 못하게 하실 거에요.”유청하는 아이를 매우 좋아하는 여자였다. 단지 임신 때 입덧이 너무 심했기에 무척 고생했다. 또한, 성기현이 곁에서 자꾸 아이 한 명만 낳으면 된다고, 아들이든 딸이든지를 막론하고 딱 한 명만 낳으면 된다고 세뇌하고 있었다.하여 유청하도 현실을 받아들였고 자식 한 명만 있으면 부모님의 모든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기에 좋다고 생각했다.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네가 그 당시 화를 내지 않았더라면 태윤이는 아마 네 사촌 오빠처럼 행동했을 거야. 너희 두 사람 드디어 결혼식을 치렀으니 이 할머니도 드디어 시름이 놓는구나. 지난 1년 동
“할머니, 저는 스트레스 안 받아요. 순리대로 살아갈래요.”할머니도 동의했다.“맞아. 순리대로 살면 돼. 아들이든 딸이든 다 인연이야. 다 우리 복이지.”“할머니께도 손자들이 아홉 명이나 있는데 아홉 명의 손자며느리들 중에서 할머니 뜻대로 증손녀를 낳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하예정은 할머니를 위로해주었다.할머니는 부드럽게 웃었다.“할머니가 손자들이 자식까지 낳는 걸 볼 만큼 장수하지는 못할 것 같아.”아홉째 손자는 아직 학생이었다.아홉째 손자가 장가를 갈 때까지 버티려면 적어도 십여 년을 기다려야 했기에 어르신은 십여 년을 더 살 자신이 없었다.기껏해야 십 년 혹은 팔 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뒤로 영감을 찾으러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손자들에게도 그들만의 타고난 복이 있을 것이다. 전씨 할머니가 자손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었다.미래의 일을 그들의 운명에 달렸다.“할머니.”“알았어. 알았어. 다시는 그런 말 안 할게.”할머니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말했다.“우리 산기슭에 가서 좀 걸을까?”“할머니 피곤하시지 않으세요?”“괜찮아. 난 힘들지 않아. 가자.”하예정이 말을 이었다.“할머니도 힘든 것이 두렵지 않은데 저야 더 두렵지 않죠.”하예정은 응석받이로 자란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임신 후 남편의 보살핌으로 조금 응석받이로 생활하고 있었을 뿐 산책쯤이야 아무 일도 아니었다.전씨 할머니와 하예정은 함께 산책하며 수다를 떨고 있지만, 하예진은 조금 전에 일어났다.하예진은 일어나서 습관적으로 우빈이 방에 가서 방문을 열었으나 침대가 텅텅 비어있는 광경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한참을 넋 놓은 하예진은 그제야 아들이 여동생 집에 간 기억이 났다.그녀의 여동생은 정말로 시집갔다.그녀가 동생을 시집보냈다.하예진은 맏언니의 책임을 다했다.방문을 닫은 하예진은 여동생의 방으로 가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내려갔다.숙희 아주머니는 이미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았고 노동명도 아래층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노동명은 어
사실, 노동명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도 되였다. 그는 하늘 리조트에도 별장이 있었다.다만 하예진이 걱정되고 또 그녀가 외로울까 봐 하씨 집안에 머물렀을 뿐이다.노동명은 하예진이 자신을 집에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마냥 기쁘기만 했다.그녀는 아직 노동명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게 익숙해졌고 그가 자신의 일상생활에 스며들도록 허락했다.노동명은 더는 하예진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녀도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하지만 함께 지내면서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아끼는 그 마음만은 느낄 수 있었다.“일찍 일어나는 게 익숙해졌어. 어젯밤에 일찍 잤더니 날이 밝아지자 자연스레 깨어나게 되더라고. 늦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안 와.”노동명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하예진의 안색을 살펴보더니 그녀가 기분이 많이 좋아진 것을 발견했다.하예진의 벌겋게 부었던 눈에 붓기가 빠진 것을 본 노동명은 그제야 안심했다.너무 오래 버틴 사람들이 갑자기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되면 한 번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하지만 한 번 울고 나면 마음속의 답답함과 짐을 털어놓게 되어 금방 회복을 되찾게 된다.노동명은 하씨 집안 자매가 모두 강인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하예진이 곧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그녀는 노동명을 실망시키지 않았다.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저도 그래요. 동명 씨 아직 아침 안 드셨죠?”“안 먹었어. 숙희 아주머니가 방금 아침밥을 차리셨어.”하예진은 노동명의 뒤로 가더니 그의 휠체어를 밀어 식탁으로 갔다.숙희 아주머니는 이미 다 만든 아침밥을 식탁 위에 차려 놓았다.하예진은 현재 하 사장님이라고 불리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존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숙희 아주머니 앞에서 여전히 친근한 하예진이였다.숙희 아주머니는 평소에 그들과 함께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우빈이가 집에 없으니 조용하네요.”하예진도 감탄하며 말했다.“제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우빈을 깨우러 갔는데 방문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세요. 이미 많이 진보했잖아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스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지 아세요? 동명 씨는 이미 두세 걸음이나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대단해요. 자신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주지 말고 건강에 주의해요. 건강이 가장 중요하잖아요.”하예진은 그를 잔디밭으로 밀면서 말을 건넸다.“이 잔디밭에서 천천히 걸어봐요. 넘어져도 아프지 않을 거예요.”노동명도 그의 집 잔디밭에서 재활 치료했다.그는 하예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나 넘어질 수도 있어. 보기도 흉할 거야. 넌 웃지도 말고 마음 아파하지도 마. 내가 겪어야 할 고통이자 회복하는 과정이니까.”하예진은 노동명이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을 잘 알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웃지 않을게요. 제가 여기 있는 게 스트레스를 줄 것 같다면 제가 자리를 비켜드릴게요.”“괜찮아. 네가 여기 있으면 내가 당연히 스트레스는 받을 거야. 하지만 동기부여도 많이 되고 있는걸. 널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버틸 거야.”하예진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지 않았더라면 노동명은 재빨리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설 수도 없었을 것이다.아마도 처음 차 사고가 났을 때처럼 자포자기했을 수도 있다.그 당시 노동명은 정말 절망감을 느꼈고 평생 휠체어를 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노동명은 하예진의 생활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멀리하고 싶었고 심지어 원망하기도 했다.그러나 하예진은 그를 멀리하지 않았다.하예진은 노동명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고 그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결코 무자비한 사람이 아니었다.노동명이 고의로 하예진을 괴롭혀도, 그녀에게 나쁜 태도로 말해도 그녀는 매일 병원에 가서 노동명을 돌보았다.하예진이 노동명 어머니의 돈을 가져갔다고 말해도, 노동명의 어머니가 정말 그녀에게 돈을 주고 싶어 해도 하예진이 결코 그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도 노동명은 알고 있었다.그녀는 돈을 노리는 여자가 아니었다.“동명 씨, 힘내세요. 당신이 최고예요!”하예진은 그를 향
만약 윤미라가 옆에서 보고 있었다면 그녀는 이미 눈물바다가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윤미라는 여전히 자책 속에 살고 있다. 막내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자신의 탓이라 여겼기 때문이다.만약 그녀가 노동명이 하예진을 만나지 못하도록 자기 죽음으로 협박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녀가 차를 몰고 하예진을 찾으러 가는 아들을 뒤쫓아 가서 그를 막으려 하지 않았더라면 노동명이 과속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브레이크를 제때 밟지 못해 다리를 다치지도 않았을 것이다.이 모든 게 엄마인 그녀의 잘못이다.노동명이 자포자기했을 때 윤미라는 울었다.노동명이 재활 치료를 할 때의 낭패한 모습을 보고도 울었다.그래서 노동명은 재활 치료를 할 때 엄마가 울고불고하지 않도록 가족이 곁에 남지 못하게 하였다.그가 이미 현실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자꾸 눈물을 흘리니 짜증이 났다.“응, 좀 더 앉아 있다가 일어설게. 예진아, 물 있어? 목이 좀 말라.”“여기서 쉬고 있어요. 제가 방에 가서 주전자에 물을 담아 올게요. 뭐 좀 드실래요? 먹을 것도 좀 가져다드릴까요?”이런 상황에서 쉽게 허기를 느끼기 마련이다.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배는 아직 안 고파. 방금 아침을 먹었잖아. 숙희 아주머니 요리 솜씨가 좋으셔서 내가 여기서 밥을 먹을 때마다 배불리 먹어. 물만 가져와 주면 돼.”“절대 무리하지 말고 다리가 너무 아프면 억지로 버티지 마세요. 제가 물을 가져올게요.”“그래. 내 상태는 스스로 잘 알고 있으니 안심해. 무리하지 않을게.”노동명의 거듭된 보증을 받고서야 하예진은 방으로 돌아가 주전자를 찾아 깨끗이 씻은 뒤 노동명을 위한 따뜻한 물을 담았다.노동명은 정말 목이 말랐다. 그 외에도 하예진이 그의 낭패한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하예진이 물을 담기 위해 방으로 가자 노동명은 다시 몸을 일으켜 걸기 시작했다.이번에 그는 두 걸음 더 걸었다. 그는 몹시 기뻐 났다. 이 기쁨을 하예진과 나누려고 몸을
여운초가 문가희 옆에 도착했을 때야 명해은은 비로소 시선을 거두들이었다.그녀의 절친한 친구가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며느리를 뭘 그렇게 뚫어져라 봐? 단지 몇 미터 떨어진 거리인데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명해은은 웃으며 대답했다.“우리 전씨 가문의 보물이야. 우리 가문의 며느리들은 전부 보물이거든. 우리 가문의 전체 사람들이 전부 애물단지처럼 아끼거든. 우리 집 이진이는 서른 살에야 아내를 겨우 얻었거든. 나도 며느리 한 명밖에 없는데 좀 더 아껴줘야지. 우리 집 귀염둥이야.”명해은은 며느리에 대한 만족과 사랑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명해은의 친구가 말을 이었다.“너희 가문의 남자들이 아내를 사랑하고 시어머니들은 며느리를 사랑하는 것으로 유명하지. 내가 딸이 없어서 그렇지, 내가 만약 딸이 있다면 너희 집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사돈 맺을 거야. 운초 씨가 처음으로 당당하게 연회에 참석했는데도 주눅 들지 않고 대범해 보이네. 난 운초 씨가 부모님 때문에 잘못 자란 줄 알았는데. 내가 운초 씨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운초 씨가 여동생에게 꽃을 선물하다가 괴롭힘당했을 때였는데 그때 너의 맏조카 며느리가 나서서 도와줬잖아.”명해은도 입을 열었다.“그때 예정이가 도와줬었지. 운초 엄마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야.”추미자가 여운초에게 저질렀던 일을 떠올린 명해은의 친구가 말을 건넸다.“네 며느리가 정말 불쌍하기도 하지. 난 엄마로서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못해. 아무리 전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임신하여 태어난 딸인데, 어찌 저렇게 독하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호랑이도 제 새끼를 먹지 않는다는데.”명해은은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고 있었다.“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운초가 잘 지내지 못했는데 앞으로 여생 동안은 여왕의 삶을 살 수 있을 거야.”전씨 가문이라는 시댁이 있지 않은가!“내가 보기엔 많은 사람이 네 며느리를 싫어하는 것 같아.”이 말은 명해은의 절친이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다른 사람이 듣지
화려한 별장 안의 로비에는 몇몇 사모님이 함께 앉아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모두 얼굴에 우아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그녀들은 모두 재벌 가문 태어나 재벌 가문으로 시집간 사람들이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전부 부귀한 생활을 누리며 살았기에 아무리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우아함이 그녀들의 뼛속 깊이 스며들었고 행동 하나하나에 고귀한 기품이 한껏 드러났다.여운별은 하인에 의해 별장 안으로 안내되어 자연스럽게 주인 양유미와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 잡담을 나누었다.그녀는 처음으로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게 되어 모두가 그녀를 낯설어했다.여운별도 그 점을 눈치채더니 곧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모여 웃고 떠들고 있었다.그녀는 이전에 자주 추미자를 따라 연회에 참석했기에 꽤 많은 사모님과 재벌가 딸들을 알고 있었다.비록 여운별이 지금 용씨 사모님 신분으로 나타나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남들은 그녀가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여운별은 그녀들의 취향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들의 취향에 맞게 행동하면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여운초는 안으로 들어왔지만 바로 여운별에 접근하지 않고 시어머니 명해은의 곁으로 돌아가 앉았다.명해은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여운별을 쓸어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여운초에게 말했다.“운초야, 그 용씨 사모님 마링야. 목소리와 몸매가 정말 너의 여동생과 비슷해.”여운별이 서원 리조트에 가서 돈을 달라고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명해은도 자연스레 여운별이 인상이 깊었다.“정말 비슷하더라고. 얼굴을 안 보면 같은 사람인 줄 알겠어.”여운초도 입을 열었다.“저도 처음 만났을 때 같은 사람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니까요.”조금 전에 명해은은 용씨 사모님이 막 도착했을 때 여운별의 험담을 하며 용씨 사모님의 얼굴을 살펴보았는데 용씨 사모님의 눈빛이 흐릿해지면서 명해은을 욕하려는 듯했지만 이내 그 표정을 감추어 버렸다. 그러나 세심한 명해은은 그 미세한 표정
임유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전씨 가문의 형제들은 전부 훌륭하잖아. 가문의 어르신들도 사상이 매우 진보적이고. 전씨 가문의 남자들도 결혼한 뒤에는 가정에만 충실하여 가풍도 매우 좋단 말이야. 좋은 남자를 누가 싫어하겠어? 전이진 씨도 내가 몇 번 만나본 뒤로 좋아하게 된 거야.”문가희는 임유나가 전씨 가문에 대한 평가에 동의했다.문가희가 입을 열었다.“전이진 씨를 좋아하는 건 너의 자유야. 근데 전이진 씨는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야. 너도 얼른 단념해.”“내가 먼저 좋아했거든. 아직 어떻게 고백할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여운초 씨에게 먼저 그 기회를 빼앗긴 거야.”임유나는 혼자 중얼거렸다.문가희는 어이없다는 듯 말을 건넸다.“사랑은 선착순이 아니라 인연이야. 인연이 없는 사람은 어릴 때부터 만나 함께 자라도 부부가 될 수 없어.”성소현은 하예정보다 몇 년 일찍 전태윤을 알게 되었고 몇 년 동안 그의 뒤를 쫓아다녔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그러나 전태윤은 하예정과 초고속 결혼을 하지 않았는가!낯선 사람과 깜짝 결혼할지언정 성소현의 마음을 받지 않았다.그 때문에 사랑은 선착순이라는 말이 없는 법이다.먼저 만났다고 해서 반드시 결과를 이루는 것도 아니었다.“전에 네가 전이진 씨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는 것 같은데. 그리고 고백한 적도 없다며? 의도적으로 상대방에게 접근한 적도 없잖아.”문가희는 이전에 신분을 숨기고 밖에서 일하며 상류 사회 사람들과 잘 교제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상류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문가희는 어머니로부터 많은 가십 뉴스를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확실히 임유나에 대한 소문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난 매번 연회에서 전이진 씨를 만날 때마다 이진 씨 시선 안의 범위에서 활동했거든. 너의 절친 성소현 씨도 전태윤 대표님에게 구애하다가 실패하여 남들의 비웃음을 당했잖아. 나도 그런 꼴 당하기 싫어서 계속 지켜만 보고 있었던 거야. 근데 그 장님이 앞이 보이지도 않으면서 감히 전이진 씨를 넘보
어쩐지 문가희의 절친이 성소현 한 명뿐이더라니!문가희가 너무 까다로운 게 아니라 이런 친구들과 전혀... 깊게 사귀지 못하게 때문이다.“여운초 씨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전이진 씨 덕분이잖아. 전이진 씨가 여러 번 예씨 가문으로 뛰어 들어가 정 선생님을 초대해서 눈을 치료하게 해주셨잖아. 전생에 무슨 개똥 같은 행운을 누렸는지 몰. 전이진 씨의 사랑도 받을 수 있다니. 여운초 씨가 방금 들어왔을 때 나도 봤어.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도 운초 씨에게 꽤 잘 하주시더라고. 잘 감싸준다고 많이 들었어. 그냥 팔자가 좋은 거지!”문가희는 임유나의 말에 질투와 신맛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챘다.특히 전이진을 언급할 때 말이다.문가희는 위아래로 임유나를 훑어보며 과감하게 물었다.“혹시 전이진 씨를 좋아해?”임유나의 얼굴이 단번에 빨개졌다.그녀는 전이진을 사모한 적이 있었다. 매번 연회에서 전이진을 만날 때마다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으로든 그의 앞에서 수 십 번이나 왔다 갔다 했지만 아쉽게도 전이진은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임유나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전이진을 좋아한다고 전씨 가문으로 시집가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임유나의 부모님은 그녀를 지지했다. 그러나 본인의 노력으로 전이진과 사랑을 이루어야만 전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를 도와 무언가를 계획하는 것을 기대조차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임씨 가문도 전씨 그룹과 사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전씨 가문을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게다가 감정적인 일은 강요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전이진이 그녀를 사랑하게 할 수 없다면 그녀의 부모님이 전씨 가문과 혼인을 맺고 싶어 해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전씨 가문의 도련님들은 가업을 이어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신분이 높은 거물들의 연회를 제외한 일반적인 연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전이진은 스무 살 때부터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사람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참석한 연회는 전
“만약 너였다면 너도 그렇게 했을 거야. 넌 설마 당당하게 복수하겠다고 떠들어대면서 친아버지 대신 복수한다고,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를 감옥에 처넣겠다고 입 밖으로 꺼내면서 다니려는 건 아니지? 정말 그렇게 행동했다면 아마 성년이 돼지도 못한 채 죽었을걸.”임유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잠자코 있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아무튼, 난 싫어.”“운초 씨도 네가 좋아할 필요는 없을 거야. 난 너와 대화가 잘 통해서 두 사람을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네가 이렇게 도도한 태도로 운초 씨를 얕보다니. 그만 말하자. 내가 아까 했던 말 없는 셈 쳐.”말을 마치자마자 문가희는 돌아서서 가버렸다.문가희와 임유나는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다. 임씨 가문은 관성에서 매우 조용하게 지내는 편이지만 임씨 가문의 신분과 지위는 전혀 낮지 않았다.아니면 임유나가 문씨 가문의 연회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임유나가 여운초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니 문가희는 자신이 임유나를 잘못 봤다고 느꼈다. 임유나는 평소에 그녀들 앞에서 대범하게 행동했지만 그런 시선으로 여운초를 볼 줄은 몰랐다.임유나는 아마도 여운초가 여씨 가문에서 키워졌기 때문에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를 감옥에 들여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추미자는 여운초가 들여보낸 게 아니었다!그녀는 하예진 모자를 다치게 했을뿐더러 불법적인 사업 때문에 체포되어 중형을 선고받게 된 것이다.여태웅은 여운초에 의해 감옥으로 들여보내게 되었지만, 그것 또한 여태웅이 그의 친동생을 살해하고 불법적인 장사를 하다가 여운초가 그 증거를 수집하게 되어 감옥으로 들여보내게 된 것이다.아무쪼록 여태웅 부부는 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었다.비록 여운초의 대의멸친이 놀라울 정도로 유명했지만 많은 사람은 여전히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가 여씨 가문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모두 잘 알고 있었다.어떤 사람들은 여운초가 잔인하고 무자비하다고, 그녀가 여태웅 부부를 고소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여태웅은 여운
여운별은 여운초가 자신에게 미안한 짓을 했는데 왜 자신이 여운초에게 미안한 짓을 했다고 말하느냐며 마음속으로 불평했다.여운별은 지금 자신이 괴롭힘을 당해도 자신을 위해 변명할 수 없었다. 여운초는 이미 그녀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었다고 생각했다.바깥사람들은 여운초가 부드럽다고 말하고 있었다. 비록 계속 괴롭힘을 당하면서 여씨 가문에서 하인보다 못한 삶을 살았지만, 여운초의 타고난 기질은 여운별보다 더 귀티 나는 재벌가의 딸 같다고 수군댔다.그런데 누가 여운초의 속내를 꿰뚫어 볼 수 있겠는가! 그녀의 속마음은 악마보다 더 교활했다.문가희도 웃으며 말을 건넸다.“용씨 사모님, 들어가시죠.”문가희는 용씨 사모님을 별장 안으로 초대하면서 여운초의 손을 잡는 것도 잊지 않았다.여운초는 앞을 볼 수 있지만, 눈앞의 사물만 볼 수 있었다. 고도 근시인 사람과 마찬가지였기에 문가희는 여운초를 조금이라도 돌봐주어야 했다.비록 두 사람은 과거에 교제한 적 없었지만, 오늘 밤은 사람은 옛 친구처럼 친해졌다.문가희는 여운초와 친구가 되는 것을 좋아했다.여운별은 문가희가 여운초를 세심하게 돌보는 것을 보더니 질투심이 솟아올랐다.여운별을 따라온 두 명의 경호원은 그녀가 허점을 드러낼까 봐 걱정했다. 그들은 문가희 일행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틈을 타서 한 걸음 다가가 여운별을 가볍게 건드리며 참으라고 주의를 시키었다.여운별이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바로 여운초와 하예정이었다.특히 여운초를 가장 원망했다.그녀는 심지어 여운초를 보자마자 달려들어 물어뜯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신분은 용씨 사모님이었다. 그녀는 이 신분으로 밖으로 나올 때면 원한을 드러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소까지 짜내야 했다.빌어먹을 장님이 아직도 그녀 앞에서 그녀의 험담을 하더라도 참아야 하느니라!여운초는 아마도 사람들 앞에서 여운별의 험담을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어쩐지 여운별이 예전의 친구들과 추미자의 친구였던 몇몇 사모님들과 연락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그녀의 휴대
여운별은 환하게 웃으며 문가희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녀와 악수했다.그리고 또 여운초를 바라보았다.문가희는 그녀에게 이렇게 소개했다.“이분은 제 친구 여운초예요. 여씨 가문의 큰 아가씨이자 전씨 집안의 둘째 사모님이기도 하죠.”여운별은 여운초에게 웃으며 인사했다.“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군요. 지난번 서점에서 본 것 같은데.”여운초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본 적 있죠. 용씨 사모님의 목소리가 제가 유난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랑 많이 닮아서 인상에 깊었거든요.”여운별의 마음은 조금 긴장되었다.역시 여운초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여운별의 목소리였다.‘침착해야 한다. 침착! 절대 허점을 드러내면 안 되느니라! 여운초에게 간파당하면 태호 씨는 분명 화가 날 것이고 그가 화가 나면 나도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거야. 그리고 내가 두려울 게 뭐가 있어?’여운별은 마음속으로 그녀가 항상 여운초를 괴롭혔기 때문에 여운초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여운별은 의아한 척하는 모습으로 말했다.“제가 사모님 지인분과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느끼셨다고요? 그런데 우리 여태껏 딱 한 번 만나지 않았나요? 관성 중학교 입구에 있는 서점에서 만났을 적 있었던 것 같은데요. 제가 시동생 대신 연습 책 사러 갔거든요.”여운초는 여전히 부드럽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용씨 사모님의 목소리는 제 여동생의 목소리와 특히 비슷하거든요. 만약 사모님의 얼굴을 보지 않고 단지 사모님의 목소리만 듣고 있다면 아마 저의 여동생으로 착각했을지도 몰라요.”여운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렇군요. 저와 사모님 여동생분이 외모도 많이 닮았나요?”“아니요. 얼굴은 전혀 달라요. 저의 여동생은 사모님만큼 아름답지 않거든요.”여운별은 마음속으로 심하게 욕했다.‘내가 너보다 훨씬 예쁘거든! 얼어 죽을 장님 같으니라고! 감히 내가 더 아름답지 못하다고? 누가 그래? 내가 아름답지 않다고? 나도 매우 예쁘거든!’“사모님의 몸매와 목소리는 제 여
결혼율이 낮으면 출산율도 낮아지는 법이다.국가가 수많은 정책을 내놓아도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의 열정을 불러 일을 킬 수 없었다.두 사람은 앞으로 걸어갔고 곧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대부분의 손님이 박 도착한 터라 문씨 가문의 야외 주차장에는 그 많은 차를 주차할 수 없었다.문씨 가문의 하인은 손님들에게 차를 별장 문 앞에 세우거나 길가에 세우라고 표현했다.길가에 주차된 차량은 이미 길게 늘어서 있었다.“아가씨.”문가희가 나오는 것을 보고 하인이 불렀다.문가희는 방금 도착한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은 후 하인들에게 손님을 별장 안으로 모시고 들어가라고 지시했다.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용씨 사모님을 발견하지 못해 그 하인에게 물었다.“저 용씨 사모님은요?”“아직 차에 계세요. 방금 차를 주차하셨거든요.”하인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급 차를 가리키며 문가희에게 대답해 주었다.차 안의 여운별은 여운초와 문가희를 발견했다. 그녀는 예전에 자주 추미자를 따라 연회에 참석하여 문가희를 수차례 만나본 적이 있지만 별다른 얘기를 나누어 보지 못했다. 하여 여운별이 문가희를 알아볼 수 있었지만, 문가희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예전에 연회에서 여운별은 감히 문씨 가문의 문가희와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문가희는 또 성소현의 절친이었기에 그녀는 거의 성소현과 함께 다녔다.‘근데 여운초가 어떻게 문가희와 함께 나올 수 있었지?’여운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예전에 여운별은 재벌가 딸들을 접촉하려고 해도 접촉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발밑에 계속 밟혀온 여운초가 문가희와 잘 지내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마음속의 질투심을 억제할 수 없었다.“사모님. 감정을 잘 조절하세요. 오늘 밤 연회에서 사모님은 반 시간만 이 연회에 참석하시고 어떠한 결점도 드러내지 마세요.”용씨 가문의 경호원이 여운별에 차갑게 주의를 시키었다.여운별은 용태호의 악랄함을 떠올리며 얼른 대답했다.“알겠어요.”“내리세요.”경호원이 다시 말을 건넸다.문씨 가문
문가희는 미안한 마음으로 여운초에게 말을 건넸다.“운초 씨, 먼저 안에 들어가 계세요. 제가 가서 용씨 사모님을 뵙고 올게요.”여운초는 명해은 일행이 이미 양유미에 의해 화려한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도 낯선 사람들을 보더니 다시 문가희에게 물었다.“가희 씨, 혹시 제가 가희 씨와 함께 용씨 사모님을 만나러 가도 괜찮겠어요? 제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문가희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 같이 가요. 그 용씨 사모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함께 보러 가죠. 저는 용씨 사모님이라는 분을 들어본 적 없어요.”문가희는 관성 상류 사회에서 정말로 용씨 성을 가진 사람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 사모님들도도 용씨 성을 가진 사모님들 들어본 적도 없었다.문가희는 정말 궁금했다.“제가 용씨 사모님을 한 번 본 있어요. 근데 제가 본 그 용씨 사모님과 오늘 밤 이분이 같은 사람 일지는 모르겠어요.”문가희는 여운초를 끌고 가다가 여운초의 말을 듣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만난 적 있다고요?”“네, 며칠 전 예정 씨의 서점에서 자신을 용씨 사모님이라고 자칭하는 사모님을 봤거든요. 20대 초반으로 나이가 아주 젊어 보였어요. 온몸은 화려하게 꾸몄고 예정 씨 서점으로 연습 책을 사러 가신 적 있거든요. 중학생인 시동생을 위해 연습 책을 사준다고 했어요.”문가희는 다른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용씨 사모님의 나이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감탄하며 물었다.“20대 초반에 시집갔다고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갔는지 확실히 좀 젊네요.”“제가 보기에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기껏해야 21살로 보였거든요.”여운별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여운별의 학업 성적은 여천우큼만 좋지 않았다. 보통 대학에 겨우 붙었지만, 여운별은 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추미자 부부도 여운별을 응석받이로 키웠고 또 집안 형편도 좋아서 설령 그녀가 좋은 학력이 없다고 해도 먹고 입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여 여운별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