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원 리조트에는 손님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고 모두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전씨 가문은 리조트에서 연회를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연회를 열더라도 관성 호텔에서 진행했다.돌아가신 전씨 할아버지께서 아내를 위해 서원 리조트를 건축한 뒤로 전태윤의 부모가 결혼했을 때에만 서원 리조트에서 결혼식을 열었다.그 외 행사는 모두 관성 호텔에서 진행했다.곧 전태윤의 결혼식이 치러지자 전씨 할머니는 장손의 결혼식은 서원 리조트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하셨다.오늘 관성 호텔은 영업하지 않았지만, 회사 직원들을 초대하여 관성 호텔에 가서 축하주를 마시게끔 했다.그가 결혼하는 것은 전씨 그룹 전체가 경사를 맞이하는 것과 다름없다.정윤하는 현장의 사람들과 안면이 없었기에 소지훈은 지인에게 부탁하여 정윤하를 돌봐달라고 했다. 물론, 정윤하가 소지훈이 소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게 해서는 안 되었다.소지훈은 미리 모두에게 그를 보면 소 대표라고 불러 달라고 당부했다.아무도 감히 소지훈의 당부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정윤하는 서원 리조트에 처음 온 것은 아니지만 다시금 서원 리조트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정윤하는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을 필요 없었다. 소지훈이 전태윤을 따라 신부를 데리러 갈 때 그녀는 혼자 리조트를 거닐었다. 전태윤의 결혼식이었기에 서원 리조트도 결혼식 분위기로 아름답게 꾸며졌다.정윤하는 이 모든 것을 휴대전화로 찍어 놓았다.여기까지 온 것이 헛되지 않았다고 감탄했다.전태윤은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집을 나섰을 때 긴 웨딩카 행렬을 보더니 무척 놀라워했고 또 마냥 부럽기만 했다.그녀는 자라면서 수많은 결혼식에 참석해 봤지만, 처음으로 신부를 맞이하는 웨딩카가 100여 대나 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연성에서는 신부를 맞이하는 웨딩카가 10대 정도 되면 꽤 많은 편에 속했다.역시 관성의 갑부는 남달랐다.이는 전씨 가문과 전태윤이 하예정에 대한 진지한 태도의 표현이었다.정윤하는 하예정이 소설 속 신데렐라 여주인공처럼 느껴졌다. 부모도 없
“고 대표님.”정윤하는 소지훈의 소개로 고현이 강성 고씨 그룹의 대표이지 고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 스캔들 남자 친구이기도 했다.전호영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정윤하도 무척 놀랐다.정윤하는 전호영이 게이일 줄은 생각도 못 했고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이 전호영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지 않는 모습에 더욱 놀랐다.그러나 정말이지, 고 대표님은 정말 멋있다.하지만 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신분과 지위로 놓고 보면 그가 만난 미남과 미녀가 정말 많을 텐데...아마도 고 대표님의 도도한 분위기가 전호영을 사로잡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정윤하는 고현을 위아래로 여러 번 훑어보며 마음속으로 전호영이 고현을 사랑하게 된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다.“윤하 씨.”고현은 정윤하보다 나이가 많았고 또 여러 해 동안 업계에서 지내다 보니 사람 보는 눈빛이 날카로웠다.정윤하가 고현을 훑어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현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해명하지 않았다.고현은 단지 고 대표의 신분으로 전태윤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왔을 뿐 전호영의 여자 친구 신분으로 온 것이 아니었다.지금 그녀가 대표하는 것은 고씨 가문이었다.게다가 고현은 여성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사실 정윤하만이 그녀를 그런 눈빛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전씨 가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모두 고현이 어떤 매력으로 전호영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전호영이 수많은 여자를 제쳐두고 어찌 고현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 했다.“혼자세요?”“윤하 씨도 혼자 오셨군요.”정윤하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지훈 씨가 전 대표님 따라 신부를 맞이하러 갔어요. 저는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혼자 리조트를 구경하고 있었고요. 모두 낯선 사람들이라 어색할 필요도 없고, 이렇게 산책도 하니 너무 좋네요.”세상 물정을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더라면 정윤하는 소지훈을 따라오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매우 값졌다.적어도 이렇게
고현은 입술을 오므리다가 입을 열었다.“내년 일은 내년에야 알겠지만, 계획은 종종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이죠.”정윤하가 웃으며 말했다.“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죠. 계획된 일에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니 우리도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어요. 고 대표님, 같이 구경해도 괜찮을까요?”고현은 생각 끝에 정윤하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했다.그녀는 직설적으로 말했다.“다들 제가 전호영 씨의 스캔들 남자 친구라고 생각해요. 윤하 씨는 소 대표님께서 초대하신 귀한 손님인데 저와 함께 걸어 다니면 윤하 씨에게도 다소 영향을 줄 수 있어요.”정윤하는 고현이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저도 더는 강요하지 않을게요. 고 대표님, 참으로 의외네요.”“제가 전호영 씨와의 열애설을 인정한 것 같지 않죠?”정윤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고현도 보기 드문 웃음을 지었다.“호영 씨가 공개적으로 저에게 구애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와 호영 씨는 서로 묶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호영 씨가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서 저한테 구애했기에 다들 아는 사실이잖아요. 저도 이제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고 대표님... 호영 도련님 마음을 받아들인 거예요?”정윤하는 오지랖 넓게 물어보았다.고현이 피하지도, 화내지도 않고 현실을 직시한 태도를 보고 정윤하가 대담하게 물어본 것이다.고현은 정윤하와 시선을 맞추지 않고 앞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저도 제가 마음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인정해요.”정윤하가 말을 이었다.“하지만... 이런 상황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예요.”“우리 생활은 우리 두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기에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 시선이 두렵지 않아요.”게다가 고현은 진짜 남자도 아니었다.전호영의 말을 빌려 쓰자면 고현이 20년 동안 남자로 가장해 살아왔다고 해도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었다.“맞아요. 두 사람만 행복하게 지내
고현은 고빈을 노려보며 경고했다.“그딴 생각을 하지 마. 저분은 소지훈 씨 여자야. 정윤하라고 하는데 연성의 정합 도장 사장님 딸이야. 어려서부터 무술을 익혔고 지금은 정합 도장의 코치로 일하고 있어.”“시원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사람도 순수하고 바람기도 없는 분이셔. 이렇게 순수한 사람을 본지도 너무 오랜만이야.”어린아이들을 제외하고 고현이 만나 본 사람들은 모두 꾀가 많은 사람이었다. 어린아이들조차도 속셈이 꽤 있었다.아마 이 바닥의 사람들은 원래부터 가면을 쓴 사람일지도 모른다.소지훈이 정윤하를 데리고 왔을 때 고빈이 현장에 없었기에 그는 정윤하가 소지훈의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다.누나의 말을 들은 고빈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소지훈 씨 여자였군. 정말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였어. 마음에 무척 들었는데. 소지훈 씨 몸에 병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여자를 가까이 할 수 없는 병이라고 들었는데. 여자한테도 마음이 없고 남자한테도 관심이 없다고 하던데. 좋게 말하면 감정이 없는 병이라고들 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못 쓰는 거지.”고빈은 이 말을 고현 앞에서나 말 할 수 있었지 감히 밖에 나가서 말할 수 없었다.소지훈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누가 허구한 날 할 일 없이 소지훈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 죽고 싶은 것도 아니고.고현은 또 동생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치료할 수 있는 병이야. 못 쓰는 거랑 다른 얘기지. 지훈 씨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여자를 만난다면 지훈 씨도 정상인과 다를 바 없어. 윤하 씨는 행운을 만난 거지. 평생 지훈 씨가 딴마음을 품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잖아.”“전 대표도 딴마음을 품지는 않을 거야.”고빈은 미래의 형부를 대신해 한마디 했다.고현이 말을 잇지 않았다.전호영의 조부 벌부터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 없었다. 전호영 나이 또래 형제들도 모두 젊은 미혼 남자들이었다. 미래에 마음이 변할지 누가 알겠는가.미래의 세상은 그 누구도 모르는 법이다.“정윤하 씨가 바로 지훈 씨를 치료할 수 있는
고빈은 혼자 중얼거렸다.“누나는 이미 시집갈 준비를 한 거야? 누나가 시집가도 여전히 고씨 그룹을 경영할 수 있잖아. 우리 부모님도 우리 두 자식밖에 없기 때문에 재산도 우리 두 사람이 나누어서 가져야 할걸. 고씨 그룹의 절반은 누나 재산인데 난 현재 우리 두 사람의 직위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어.”고현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나도 오랫동안 힘들게 일했는데 좀 물러나서 쉬면 안 돼? 넌 남자잖아. 한 집안의 기둥답게 책임을 짊어져야지.”“회사를 이어받는 게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누나도 상속권이 있어서 우리 두 사람한테 다 책임이 있어. 누나는 언제 시집가려고? 누나가 신혼 여행하러 갈 때와 나에게 조카를 낳아줄 때 내가 회사를 책임질게.”“아니다. 호영 씨가 책임져야 해. 누나를 데려갔으니 호영 씨가 고씨 그룹을 책임져야 해.”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빈은 또 누나에게 한 대 얻어맞았다.“호영 씨는 너한테 빚진 거 없어. 핑계 대지 말고 엄마 아빠 곁으로 돌아가. 업계 큰 인물들과 말을 나누지 않아도 한 번이라도 만나보는 것도 좋아. 그리고 네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는지나 좀 봐. 네 나이도 적지 않은데 장가갈 때도 됐잖아.”“난 오히려 정윤하 씨가 괜찮다고 생각하는데...”누나의 노려보는 눈빛에 고빈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웃기만 했다.고빈은 정윤하에게 첫눈에 반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다른 스타일의 미녀를 만나보니 본능적으로 감상하고 싶었고 접근하고 싶을 뿐 다른 생각은 없었다.“너의 여성 지인들은 이미 너무 많아. 정윤하 씨가 없어도 돼. 물론 지훈 씨 폭격을 견딜 수 있다면 정윤하 씨를 접근해도 돼. 그러다가 일이라도 생기면 나한테 도움 청할 궁리하지 말고. 난 너 대신 수습해 주지 않을 거야. 지훈 씨가 널 죽이지 않는 한 난 절대로 나서지 않을 거니까.”“너무 지독한 거 아니야? 내 목숨을 위해서라도 정윤하 씨를 멀리해야겠군.”고빈의 여성 지인이 한 무더기라 굳이 정윤하와 가까이 지낼 필요는 없었다.소지훈의 여
“네. 돌아왔어요. 비가 그칠 때 형수님이 들어오셨거든요. 조금 전에 비가 한바탕 내렸는데 어르신들이 형수님이 평소에 국물을 좋아하셔서 시집가는 날 비가 왔대요.”고현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런 말도 있었나요? 저도 평소에 국물을 즐겨 마시는데.”‘나중에 내가 시집갈 때도 비가 올까?’“어르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제 생각에는 공교롭게도 비가 와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날씨가 변덕스러운 것은 정상이니까요.”전호영은 웃으며 그 꽃다발을 고현에게 건넸다.“신부의 꽃다발을 제가 빼앗았어요. 신부 꽃다발을 뺏은 사람이 바로 다음 결혼할 사람이라고 하던데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어요.”“이 꽃을 고현 씨에게 드릴게요. 우리 형 결혼식 덕분에 고현 씨도 복이 가득했으면 좋겠어요.”고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전호영이 건넨 꽃다발을 받으면서 말했다.“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호영 씨가 게이로 보였을 텐데 호영 씨가 이 부케를 받아서 저한테 주면 우리 두 사람 동성 연애가 또 한참 동안 화제가 되겠네요.”“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상관없어요. 고현 씨만 제가 정상적인 남자라는 것만 알면 되니까요.”고현이 바로 말을 이었다.“호영 씨가 정상인지 아닌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호영 씨도 지훈 씨처럼 그럴지 누가 알겠어요.”“제가 언제든지 협조해 드릴 수 있어요. 제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셔야 저와 남은 인생을 잘 살 수 있을 거 아니에요.”고현은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말실수한 것이 틀림없다.다행히 전호영은 고현이 부끄러워 할까 봐 이 주제에 관해 더는 말하지 않았다.“왜 여기 혼자 있어요?”“남들과 어울리는 게 싫어서 리조트를 혼자 구경하다 보니 여기 앉아 있게 됐네요.”고씨 가문의 식구 네 명 모두 전씨 가문에 와서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고현은 그녀의 경호원을 데리고 있지 않았다. 전호영과 함께했기 때문에 그가 자신을 잘 보호할 것이라고 믿었다.전씨 가문의 땅에서 전씨 가문은 모든 손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처음엔
고현은 전호영을 보며 물었다.“큰형의 결혼식이 끝난 후에도 강성으로 갈 거예요?”“고현 씨가 강성으로 가는데 저도 당연히 강성에 가야죠. 고현 씨가 저를 따라 관성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저도 고현 씨 따라서 거예요.”고현이 바로 말을 이었다.“정말 한가군요.”“대학 졸업 후 제가 큰형을 도와 그룹을 운영했거든요. 제가 입맛이 까다롭고 요리도 잘했기에 큰형이 저한테 요식업을 이어받으라고 권했어요. 관성 호텔 음식이 제 입맛에 안 맞으면 손님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없다면서요.”“제가 전씨 그룹의 요식업을 운영한 지 거의 10년이 되었어요. 저도 제 자리에서 일을 잘하거든요. 제가 관성에 없다 해도 다른 호텔들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요. 하물며 제가 호텔과 총지배인 그리고 몇몇 부사장님들을 관리하고 있기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제가 나서서 처리해요.”“제가 강성에 아무리 오래 있어도 제 사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저로서는 올해 안에 집에 쇨 수 있는지, 할머니께 쫓겨나지 않는지가 가장 중요해요.”고현은 전호영이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올해 설날에 전씨 할머니에게 쫓겨날 것이라고 들었다.“할머니께서 정말 호영 씨를 쫓아내고 설을 쇠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전씨 할머니는 참 좋으신 분이라 아마도 호영 씨를 위협하려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호영 씨 형제들 모두 효도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할머니 말을 잘 들으라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호영 씨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 생각에는 전씨 할머니께서 호영 씨 형제들의 인생 큰일을 이렇게 계획하시는 건 좀 횡포한 것 같아요. 결혼은 억지로 할 수 없는 건데 할머니가 호영 씨 형제들 대신 아내를 골라주시잖아요. 그 여인들은 호영 씨 형제분들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르는 여인들이잖아요.”“호영 씨 형제들이 상대방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할머니께 효도하려고 그 여인과 결혼하여 평생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시지도 않으시던가요?”전호영은 화를 내지 않았다.“할
전씨 할머니 손주들의 인생사에 관여하는 일에 관해 고현은 이해하지 못했다.전호영이 처음으로 그녀에게 설명해 준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공감하지 못했다.아마도 고현이 전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고 전씨 가문에서 자라지 않은 탓일 수도 있다.고현도 전호영 형제들의 부모가 아들의 혼사를 걱정하지 않고 전부 전씨 할머니께 맡기는 모습을 발견했다.전씨 할머니가 골라준 며느리의 생김새가 어떻든, 집안 배경이 어떻든 전씨 집안 형제들의 부모는 모두 그대로 받아들였다.부모로서 무책임해서인지는 몰라도 이 모든 일은 전씨 할머니가 나서서 손주들의 인생 대사를 도맡았다.“저희 할머니의 명성과 인맥은 관성에서 최고예요. 예전에 우리 전씨 그룹과 성씨 그룹이 서로 적수로 싸웠을 때 우리 할머니가 나서기만 하면 성씨 가문도 어느 정도 체면을 세워줬을 거예요.”전호영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계속해서 말했다.“할머니가 오래오래 사시고 우리 아홉 형제가 가정을 꾸리고 증손자들이 태어나는 것을 보셨으면 좋겠어요.”“할머니께서는 늘 할아버지에 관해 말씀하시며 영감이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할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니, 자손들은 할머니 손에 맡기게 된 셈이죠. 할머니도 할아버지가 무책임하다며 욕해요. 자손들이 이렇게 많은데 영감이 혼자 다리를 뻗고 하늘나라로 행복을 누리러 가셨다면서요.”“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이도 매우 좋아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자손들을 걱정하셨기에 할아버지가 저승에서 편히 쉬실 수 있도록 할머니께서도 이 세상에서 손주들의 혼사에 대해 많이 신경 쓰고 계세요.”“서원 리조트도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위해 만든 집이에요.”고현은 전호영의 손을 맞잡았다.전호영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언급할때 그의 얼굴에는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그 모습을 본 고현은 전호영 형제들이 할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매우 깊을 것으로 추측했다.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오래 되였지만 아직도 할아버지를 언급할 때마다 그들은 모두 슬퍼했다.가장 괴로운 사람은 전씨 할머
여운초가 문가희 옆에 도착했을 때야 명해은은 비로소 시선을 거두들이었다.그녀의 절친한 친구가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며느리를 뭘 그렇게 뚫어져라 봐? 단지 몇 미터 떨어진 거리인데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명해은은 웃으며 대답했다.“우리 전씨 가문의 보물이야. 우리 가문의 며느리들은 전부 보물이거든. 우리 가문의 전체 사람들이 전부 애물단지처럼 아끼거든. 우리 집 이진이는 서른 살에야 아내를 겨우 얻었거든. 나도 며느리 한 명밖에 없는데 좀 더 아껴줘야지. 우리 집 귀염둥이야.”명해은은 며느리에 대한 만족과 사랑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명해은의 친구가 말을 이었다.“너희 가문의 남자들이 아내를 사랑하고 시어머니들은 며느리를 사랑하는 것으로 유명하지. 내가 딸이 없어서 그렇지, 내가 만약 딸이 있다면 너희 집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사돈 맺을 거야. 운초 씨가 처음으로 당당하게 연회에 참석했는데도 주눅 들지 않고 대범해 보이네. 난 운초 씨가 부모님 때문에 잘못 자란 줄 알았는데. 내가 운초 씨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운초 씨가 여동생에게 꽃을 선물하다가 괴롭힘당했을 때였는데 그때 너의 맏조카 며느리가 나서서 도와줬잖아.”명해은도 입을 열었다.“그때 예정이가 도와줬었지. 운초 엄마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야.”추미자가 여운초에게 저질렀던 일을 떠올린 명해은의 친구가 말을 건넸다.“네 며느리가 정말 불쌍하기도 하지. 난 엄마로서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못해. 아무리 전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임신하여 태어난 딸인데, 어찌 저렇게 독하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호랑이도 제 새끼를 먹지 않는다는데.”명해은은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고 있었다.“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운초가 잘 지내지 못했는데 앞으로 여생 동안은 여왕의 삶을 살 수 있을 거야.”전씨 가문이라는 시댁이 있지 않은가!“내가 보기엔 많은 사람이 네 며느리를 싫어하는 것 같아.”이 말은 명해은의 절친이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다른 사람이 듣지
화려한 별장 안의 로비에는 몇몇 사모님이 함께 앉아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모두 얼굴에 우아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그녀들은 모두 재벌 가문 태어나 재벌 가문으로 시집간 사람들이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전부 부귀한 생활을 누리며 살았기에 아무리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우아함이 그녀들의 뼛속 깊이 스며들었고 행동 하나하나에 고귀한 기품이 한껏 드러났다.여운별은 하인에 의해 별장 안으로 안내되어 자연스럽게 주인 양유미와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 잡담을 나누었다.그녀는 처음으로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게 되어 모두가 그녀를 낯설어했다.여운별도 그 점을 눈치채더니 곧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모여 웃고 떠들고 있었다.그녀는 이전에 자주 추미자를 따라 연회에 참석했기에 꽤 많은 사모님과 재벌가 딸들을 알고 있었다.비록 여운별이 지금 용씨 사모님 신분으로 나타나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남들은 그녀가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여운별은 그녀들의 취향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들의 취향에 맞게 행동하면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여운초는 안으로 들어왔지만 바로 여운별에 접근하지 않고 시어머니 명해은의 곁으로 돌아가 앉았다.명해은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여운별을 쓸어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여운초에게 말했다.“운초야, 그 용씨 사모님 마링야. 목소리와 몸매가 정말 너의 여동생과 비슷해.”여운별이 서원 리조트에 가서 돈을 달라고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명해은도 자연스레 여운별이 인상이 깊었다.“정말 비슷하더라고. 얼굴을 안 보면 같은 사람인 줄 알겠어.”여운초도 입을 열었다.“저도 처음 만났을 때 같은 사람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니까요.”조금 전에 명해은은 용씨 사모님이 막 도착했을 때 여운별의 험담을 하며 용씨 사모님의 얼굴을 살펴보았는데 용씨 사모님의 눈빛이 흐릿해지면서 명해은을 욕하려는 듯했지만 이내 그 표정을 감추어 버렸다. 그러나 세심한 명해은은 그 미세한 표정
임유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전씨 가문의 형제들은 전부 훌륭하잖아. 가문의 어르신들도 사상이 매우 진보적이고. 전씨 가문의 남자들도 결혼한 뒤에는 가정에만 충실하여 가풍도 매우 좋단 말이야. 좋은 남자를 누가 싫어하겠어? 전이진 씨도 내가 몇 번 만나본 뒤로 좋아하게 된 거야.”문가희는 임유나가 전씨 가문에 대한 평가에 동의했다.문가희가 입을 열었다.“전이진 씨를 좋아하는 건 너의 자유야. 근데 전이진 씨는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야. 너도 얼른 단념해.”“내가 먼저 좋아했거든. 아직 어떻게 고백할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여운초 씨에게 먼저 그 기회를 빼앗긴 거야.”임유나는 혼자 중얼거렸다.문가희는 어이없다는 듯 말을 건넸다.“사랑은 선착순이 아니라 인연이야. 인연이 없는 사람은 어릴 때부터 만나 함께 자라도 부부가 될 수 없어.”성소현은 하예정보다 몇 년 일찍 전태윤을 알게 되었고 몇 년 동안 그의 뒤를 쫓아다녔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그러나 전태윤은 하예정과 초고속 결혼을 하지 않았는가!낯선 사람과 깜짝 결혼할지언정 성소현의 마음을 받지 않았다.그 때문에 사랑은 선착순이라는 말이 없는 법이다.먼저 만났다고 해서 반드시 결과를 이루는 것도 아니었다.“전에 네가 전이진 씨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는 것 같은데. 그리고 고백한 적도 없다며? 의도적으로 상대방에게 접근한 적도 없잖아.”문가희는 이전에 신분을 숨기고 밖에서 일하며 상류 사회 사람들과 잘 교제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상류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문가희는 어머니로부터 많은 가십 뉴스를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확실히 임유나에 대한 소문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난 매번 연회에서 전이진 씨를 만날 때마다 이진 씨 시선 안의 범위에서 활동했거든. 너의 절친 성소현 씨도 전태윤 대표님에게 구애하다가 실패하여 남들의 비웃음을 당했잖아. 나도 그런 꼴 당하기 싫어서 계속 지켜만 보고 있었던 거야. 근데 그 장님이 앞이 보이지도 않으면서 감히 전이진 씨를 넘보
어쩐지 문가희의 절친이 성소현 한 명뿐이더라니!문가희가 너무 까다로운 게 아니라 이런 친구들과 전혀... 깊게 사귀지 못하게 때문이다.“여운초 씨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전이진 씨 덕분이잖아. 전이진 씨가 여러 번 예씨 가문으로 뛰어 들어가 정 선생님을 초대해서 눈을 치료하게 해주셨잖아. 전생에 무슨 개똥 같은 행운을 누렸는지 몰. 전이진 씨의 사랑도 받을 수 있다니. 여운초 씨가 방금 들어왔을 때 나도 봤어.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도 운초 씨에게 꽤 잘 하주시더라고. 잘 감싸준다고 많이 들었어. 그냥 팔자가 좋은 거지!”문가희는 임유나의 말에 질투와 신맛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챘다.특히 전이진을 언급할 때 말이다.문가희는 위아래로 임유나를 훑어보며 과감하게 물었다.“혹시 전이진 씨를 좋아해?”임유나의 얼굴이 단번에 빨개졌다.그녀는 전이진을 사모한 적이 있었다. 매번 연회에서 전이진을 만날 때마다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으로든 그의 앞에서 수 십 번이나 왔다 갔다 했지만 아쉽게도 전이진은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임유나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전이진을 좋아한다고 전씨 가문으로 시집가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임유나의 부모님은 그녀를 지지했다. 그러나 본인의 노력으로 전이진과 사랑을 이루어야만 전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를 도와 무언가를 계획하는 것을 기대조차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임씨 가문도 전씨 그룹과 사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전씨 가문을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게다가 감정적인 일은 강요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전이진이 그녀를 사랑하게 할 수 없다면 그녀의 부모님이 전씨 가문과 혼인을 맺고 싶어 해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전씨 가문의 도련님들은 가업을 이어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신분이 높은 거물들의 연회를 제외한 일반적인 연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전이진은 스무 살 때부터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사람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참석한 연회는 전
“만약 너였다면 너도 그렇게 했을 거야. 넌 설마 당당하게 복수하겠다고 떠들어대면서 친아버지 대신 복수한다고,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를 감옥에 처넣겠다고 입 밖으로 꺼내면서 다니려는 건 아니지? 정말 그렇게 행동했다면 아마 성년이 돼지도 못한 채 죽었을걸.”임유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잠자코 있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아무튼, 난 싫어.”“운초 씨도 네가 좋아할 필요는 없을 거야. 난 너와 대화가 잘 통해서 두 사람을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네가 이렇게 도도한 태도로 운초 씨를 얕보다니. 그만 말하자. 내가 아까 했던 말 없는 셈 쳐.”말을 마치자마자 문가희는 돌아서서 가버렸다.문가희와 임유나는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다. 임씨 가문은 관성에서 매우 조용하게 지내는 편이지만 임씨 가문의 신분과 지위는 전혀 낮지 않았다.아니면 임유나가 문씨 가문의 연회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임유나가 여운초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니 문가희는 자신이 임유나를 잘못 봤다고 느꼈다. 임유나는 평소에 그녀들 앞에서 대범하게 행동했지만 그런 시선으로 여운초를 볼 줄은 몰랐다.임유나는 아마도 여운초가 여씨 가문에서 키워졌기 때문에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를 감옥에 들여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추미자는 여운초가 들여보낸 게 아니었다!그녀는 하예진 모자를 다치게 했을뿐더러 불법적인 사업 때문에 체포되어 중형을 선고받게 된 것이다.여태웅은 여운초에 의해 감옥으로 들여보내게 되었지만, 그것 또한 여태웅이 그의 친동생을 살해하고 불법적인 장사를 하다가 여운초가 그 증거를 수집하게 되어 감옥으로 들여보내게 된 것이다.아무쪼록 여태웅 부부는 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었다.비록 여운초의 대의멸친이 놀라울 정도로 유명했지만 많은 사람은 여전히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가 여씨 가문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모두 잘 알고 있었다.어떤 사람들은 여운초가 잔인하고 무자비하다고, 그녀가 여태웅 부부를 고소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여태웅은 여운
여운별은 여운초가 자신에게 미안한 짓을 했는데 왜 자신이 여운초에게 미안한 짓을 했다고 말하느냐며 마음속으로 불평했다.여운별은 지금 자신이 괴롭힘을 당해도 자신을 위해 변명할 수 없었다. 여운초는 이미 그녀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었다고 생각했다.바깥사람들은 여운초가 부드럽다고 말하고 있었다. 비록 계속 괴롭힘을 당하면서 여씨 가문에서 하인보다 못한 삶을 살았지만, 여운초의 타고난 기질은 여운별보다 더 귀티 나는 재벌가의 딸 같다고 수군댔다.그런데 누가 여운초의 속내를 꿰뚫어 볼 수 있겠는가! 그녀의 속마음은 악마보다 더 교활했다.문가희도 웃으며 말을 건넸다.“용씨 사모님, 들어가시죠.”문가희는 용씨 사모님을 별장 안으로 초대하면서 여운초의 손을 잡는 것도 잊지 않았다.여운초는 앞을 볼 수 있지만, 눈앞의 사물만 볼 수 있었다. 고도 근시인 사람과 마찬가지였기에 문가희는 여운초를 조금이라도 돌봐주어야 했다.비록 두 사람은 과거에 교제한 적 없었지만, 오늘 밤은 사람은 옛 친구처럼 친해졌다.문가희는 여운초와 친구가 되는 것을 좋아했다.여운별은 문가희가 여운초를 세심하게 돌보는 것을 보더니 질투심이 솟아올랐다.여운별을 따라온 두 명의 경호원은 그녀가 허점을 드러낼까 봐 걱정했다. 그들은 문가희 일행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틈을 타서 한 걸음 다가가 여운별을 가볍게 건드리며 참으라고 주의를 시키었다.여운별이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바로 여운초와 하예정이었다.특히 여운초를 가장 원망했다.그녀는 심지어 여운초를 보자마자 달려들어 물어뜯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신분은 용씨 사모님이었다. 그녀는 이 신분으로 밖으로 나올 때면 원한을 드러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소까지 짜내야 했다.빌어먹을 장님이 아직도 그녀 앞에서 그녀의 험담을 하더라도 참아야 하느니라!여운초는 아마도 사람들 앞에서 여운별의 험담을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어쩐지 여운별이 예전의 친구들과 추미자의 친구였던 몇몇 사모님들과 연락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그녀의 휴대
여운별은 환하게 웃으며 문가희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녀와 악수했다.그리고 또 여운초를 바라보았다.문가희는 그녀에게 이렇게 소개했다.“이분은 제 친구 여운초예요. 여씨 가문의 큰 아가씨이자 전씨 집안의 둘째 사모님이기도 하죠.”여운별은 여운초에게 웃으며 인사했다.“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군요. 지난번 서점에서 본 것 같은데.”여운초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본 적 있죠. 용씨 사모님의 목소리가 제가 유난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랑 많이 닮아서 인상에 깊었거든요.”여운별의 마음은 조금 긴장되었다.역시 여운초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여운별의 목소리였다.‘침착해야 한다. 침착! 절대 허점을 드러내면 안 되느니라! 여운초에게 간파당하면 태호 씨는 분명 화가 날 것이고 그가 화가 나면 나도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거야. 그리고 내가 두려울 게 뭐가 있어?’여운별은 마음속으로 그녀가 항상 여운초를 괴롭혔기 때문에 여운초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여운별은 의아한 척하는 모습으로 말했다.“제가 사모님 지인분과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느끼셨다고요? 그런데 우리 여태껏 딱 한 번 만나지 않았나요? 관성 중학교 입구에 있는 서점에서 만났을 적 있었던 것 같은데요. 제가 시동생 대신 연습 책 사러 갔거든요.”여운초는 여전히 부드럽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용씨 사모님의 목소리는 제 여동생의 목소리와 특히 비슷하거든요. 만약 사모님의 얼굴을 보지 않고 단지 사모님의 목소리만 듣고 있다면 아마 저의 여동생으로 착각했을지도 몰라요.”여운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렇군요. 저와 사모님 여동생분이 외모도 많이 닮았나요?”“아니요. 얼굴은 전혀 달라요. 저의 여동생은 사모님만큼 아름답지 않거든요.”여운별은 마음속으로 심하게 욕했다.‘내가 너보다 훨씬 예쁘거든! 얼어 죽을 장님 같으니라고! 감히 내가 더 아름답지 못하다고? 누가 그래? 내가 아름답지 않다고? 나도 매우 예쁘거든!’“사모님의 몸매와 목소리는 제 여
결혼율이 낮으면 출산율도 낮아지는 법이다.국가가 수많은 정책을 내놓아도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의 열정을 불러 일을 킬 수 없었다.두 사람은 앞으로 걸어갔고 곧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대부분의 손님이 박 도착한 터라 문씨 가문의 야외 주차장에는 그 많은 차를 주차할 수 없었다.문씨 가문의 하인은 손님들에게 차를 별장 문 앞에 세우거나 길가에 세우라고 표현했다.길가에 주차된 차량은 이미 길게 늘어서 있었다.“아가씨.”문가희가 나오는 것을 보고 하인이 불렀다.문가희는 방금 도착한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은 후 하인들에게 손님을 별장 안으로 모시고 들어가라고 지시했다.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용씨 사모님을 발견하지 못해 그 하인에게 물었다.“저 용씨 사모님은요?”“아직 차에 계세요. 방금 차를 주차하셨거든요.”하인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급 차를 가리키며 문가희에게 대답해 주었다.차 안의 여운별은 여운초와 문가희를 발견했다. 그녀는 예전에 자주 추미자를 따라 연회에 참석하여 문가희를 수차례 만나본 적이 있지만 별다른 얘기를 나누어 보지 못했다. 하여 여운별이 문가희를 알아볼 수 있었지만, 문가희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예전에 연회에서 여운별은 감히 문씨 가문의 문가희와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문가희는 또 성소현의 절친이었기에 그녀는 거의 성소현과 함께 다녔다.‘근데 여운초가 어떻게 문가희와 함께 나올 수 있었지?’여운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예전에 여운별은 재벌가 딸들을 접촉하려고 해도 접촉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발밑에 계속 밟혀온 여운초가 문가희와 잘 지내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마음속의 질투심을 억제할 수 없었다.“사모님. 감정을 잘 조절하세요. 오늘 밤 연회에서 사모님은 반 시간만 이 연회에 참석하시고 어떠한 결점도 드러내지 마세요.”용씨 가문의 경호원이 여운별에 차갑게 주의를 시키었다.여운별은 용태호의 악랄함을 떠올리며 얼른 대답했다.“알겠어요.”“내리세요.”경호원이 다시 말을 건넸다.문씨 가문
문가희는 미안한 마음으로 여운초에게 말을 건넸다.“운초 씨, 먼저 안에 들어가 계세요. 제가 가서 용씨 사모님을 뵙고 올게요.”여운초는 명해은 일행이 이미 양유미에 의해 화려한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도 낯선 사람들을 보더니 다시 문가희에게 물었다.“가희 씨, 혹시 제가 가희 씨와 함께 용씨 사모님을 만나러 가도 괜찮겠어요? 제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문가희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 같이 가요. 그 용씨 사모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함께 보러 가죠. 저는 용씨 사모님이라는 분을 들어본 적 없어요.”문가희는 관성 상류 사회에서 정말로 용씨 성을 가진 사람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 사모님들도도 용씨 성을 가진 사모님들 들어본 적도 없었다.문가희는 정말 궁금했다.“제가 용씨 사모님을 한 번 본 있어요. 근데 제가 본 그 용씨 사모님과 오늘 밤 이분이 같은 사람 일지는 모르겠어요.”문가희는 여운초를 끌고 가다가 여운초의 말을 듣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만난 적 있다고요?”“네, 며칠 전 예정 씨의 서점에서 자신을 용씨 사모님이라고 자칭하는 사모님을 봤거든요. 20대 초반으로 나이가 아주 젊어 보였어요. 온몸은 화려하게 꾸몄고 예정 씨 서점으로 연습 책을 사러 가신 적 있거든요. 중학생인 시동생을 위해 연습 책을 사준다고 했어요.”문가희는 다른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용씨 사모님의 나이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감탄하며 물었다.“20대 초반에 시집갔다고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갔는지 확실히 좀 젊네요.”“제가 보기에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기껏해야 21살로 보였거든요.”여운별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여운별의 학업 성적은 여천우큼만 좋지 않았다. 보통 대학에 겨우 붙었지만, 여운별은 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추미자 부부도 여운별을 응석받이로 키웠고 또 집안 형편도 좋아서 설령 그녀가 좋은 학력이 없다고 해도 먹고 입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여 여운별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