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원 리조트에는 손님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고 모두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전씨 가문은 리조트에서 연회를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연회를 열더라도 관성 호텔에서 진행했다.돌아가신 전씨 할아버지께서 아내를 위해 서원 리조트를 건축한 뒤로 전태윤의 부모가 결혼했을 때에만 서원 리조트에서 결혼식을 열었다.그 외 행사는 모두 관성 호텔에서 진행했다.곧 전태윤의 결혼식이 치러지자 전씨 할머니는 장손의 결혼식은 서원 리조트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하셨다.오늘 관성 호텔은 영업하지 않았지만, 회사 직원들을 초대하여 관성 호텔에 가서 축하주를 마시게끔 했다.그가 결혼하는 것은 전씨 그룹 전체가 경사를 맞이하는 것과 다름없다.정윤하는 현장의 사람들과 안면이 없었기에 소지훈은 지인에게 부탁하여 정윤하를 돌봐달라고 했다. 물론, 정윤하가 소지훈이 소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게 해서는 안 되었다.소지훈은 미리 모두에게 그를 보면 소 대표라고 불러 달라고 당부했다.아무도 감히 소지훈의 당부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정윤하는 서원 리조트에 처음 온 것은 아니지만 다시금 서원 리조트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정윤하는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을 필요 없었다. 소지훈이 전태윤을 따라 신부를 데리러 갈 때 그녀는 혼자 리조트를 거닐었다. 전태윤의 결혼식이었기에 서원 리조트도 결혼식 분위기로 아름답게 꾸며졌다.정윤하는 이 모든 것을 휴대전화로 찍어 놓았다.여기까지 온 것이 헛되지 않았다고 감탄했다.전태윤은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집을 나섰을 때 긴 웨딩카 행렬을 보더니 무척 놀라워했고 또 마냥 부럽기만 했다.그녀는 자라면서 수많은 결혼식에 참석해 봤지만, 처음으로 신부를 맞이하는 웨딩카가 100여 대나 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연성에서는 신부를 맞이하는 웨딩카가 10대 정도 되면 꽤 많은 편에 속했다.역시 관성의 갑부는 남달랐다.이는 전씨 가문과 전태윤이 하예정에 대한 진지한 태도의 표현이었다.정윤하는 하예정이 소설 속 신데렐라 여주인공처럼 느껴졌다. 부모도 없
“고 대표님.”정윤하는 소지훈의 소개로 고현이 강성 고씨 그룹의 대표이지 고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 스캔들 남자 친구이기도 했다.전호영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정윤하도 무척 놀랐다.정윤하는 전호영이 게이일 줄은 생각도 못 했고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이 전호영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지 않는 모습에 더욱 놀랐다.그러나 정말이지, 고 대표님은 정말 멋있다.하지만 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신분과 지위로 놓고 보면 그가 만난 미남과 미녀가 정말 많을 텐데...아마도 고 대표님의 도도한 분위기가 전호영을 사로잡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정윤하는 고현을 위아래로 여러 번 훑어보며 마음속으로 전호영이 고현을 사랑하게 된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다.“윤하 씨.”고현은 정윤하보다 나이가 많았고 또 여러 해 동안 업계에서 지내다 보니 사람 보는 눈빛이 날카로웠다.정윤하가 고현을 훑어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현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해명하지 않았다.고현은 단지 고 대표의 신분으로 전태윤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왔을 뿐 전호영의 여자 친구 신분으로 온 것이 아니었다.지금 그녀가 대표하는 것은 고씨 가문이었다.게다가 고현은 여성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사실 정윤하만이 그녀를 그런 눈빛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전씨 가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모두 고현이 어떤 매력으로 전호영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전호영이 수많은 여자를 제쳐두고 어찌 고현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 했다.“혼자세요?”“윤하 씨도 혼자 오셨군요.”정윤하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지훈 씨가 전 대표님 따라 신부를 맞이하러 갔어요. 저는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혼자 리조트를 구경하고 있었고요. 모두 낯선 사람들이라 어색할 필요도 없고, 이렇게 산책도 하니 너무 좋네요.”세상 물정을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더라면 정윤하는 소지훈을 따라오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매우 값졌다.적어도 이렇게
고현은 입술을 오므리다가 입을 열었다.“내년 일은 내년에야 알겠지만, 계획은 종종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이죠.”정윤하가 웃으며 말했다.“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죠. 계획된 일에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니 우리도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어요. 고 대표님, 같이 구경해도 괜찮을까요?”고현은 생각 끝에 정윤하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했다.그녀는 직설적으로 말했다.“다들 제가 전호영 씨의 스캔들 남자 친구라고 생각해요. 윤하 씨는 소 대표님께서 초대하신 귀한 손님인데 저와 함께 걸어 다니면 윤하 씨에게도 다소 영향을 줄 수 있어요.”정윤하는 고현이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저도 더는 강요하지 않을게요. 고 대표님, 참으로 의외네요.”“제가 전호영 씨와의 열애설을 인정한 것 같지 않죠?”정윤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고현도 보기 드문 웃음을 지었다.“호영 씨가 공개적으로 저에게 구애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와 호영 씨는 서로 묶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호영 씨가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서 저한테 구애했기에 다들 아는 사실이잖아요. 저도 이제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고 대표님... 호영 도련님 마음을 받아들인 거예요?”정윤하는 오지랖 넓게 물어보았다.고현이 피하지도, 화내지도 않고 현실을 직시한 태도를 보고 정윤하가 대담하게 물어본 것이다.고현은 정윤하와 시선을 맞추지 않고 앞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저도 제가 마음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인정해요.”정윤하가 말을 이었다.“하지만... 이런 상황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예요.”“우리 생활은 우리 두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기에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 시선이 두렵지 않아요.”게다가 고현은 진짜 남자도 아니었다.전호영의 말을 빌려 쓰자면 고현이 20년 동안 남자로 가장해 살아왔다고 해도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었다.“맞아요. 두 사람만 행복하게 지내
고현은 고빈을 노려보며 경고했다.“그딴 생각을 하지 마. 저분은 소지훈 씨 여자야. 정윤하라고 하는데 연성의 정합 도장 사장님 딸이야. 어려서부터 무술을 익혔고 지금은 정합 도장의 코치로 일하고 있어.”“시원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사람도 순수하고 바람기도 없는 분이셔. 이렇게 순수한 사람을 본지도 너무 오랜만이야.”어린아이들을 제외하고 고현이 만나 본 사람들은 모두 꾀가 많은 사람이었다. 어린아이들조차도 속셈이 꽤 있었다.아마 이 바닥의 사람들은 원래부터 가면을 쓴 사람일지도 모른다.소지훈이 정윤하를 데리고 왔을 때 고빈이 현장에 없었기에 그는 정윤하가 소지훈의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다.누나의 말을 들은 고빈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소지훈 씨 여자였군. 정말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였어. 마음에 무척 들었는데. 소지훈 씨 몸에 병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여자를 가까이 할 수 없는 병이라고 들었는데. 여자한테도 마음이 없고 남자한테도 관심이 없다고 하던데. 좋게 말하면 감정이 없는 병이라고들 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못 쓰는 거지.”고빈은 이 말을 고현 앞에서나 말 할 수 있었지 감히 밖에 나가서 말할 수 없었다.소지훈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누가 허구한 날 할 일 없이 소지훈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 죽고 싶은 것도 아니고.고현은 또 동생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치료할 수 있는 병이야. 못 쓰는 거랑 다른 얘기지. 지훈 씨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여자를 만난다면 지훈 씨도 정상인과 다를 바 없어. 윤하 씨는 행운을 만난 거지. 평생 지훈 씨가 딴마음을 품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잖아.”“전 대표도 딴마음을 품지는 않을 거야.”고빈은 미래의 형부를 대신해 한마디 했다.고현이 말을 잇지 않았다.전호영의 조부 벌부터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 없었다. 전호영 나이 또래 형제들도 모두 젊은 미혼 남자들이었다. 미래에 마음이 변할지 누가 알겠는가.미래의 세상은 그 누구도 모르는 법이다.“정윤하 씨가 바로 지훈 씨를 치료할 수 있는
고빈은 혼자 중얼거렸다.“누나는 이미 시집갈 준비를 한 거야? 누나가 시집가도 여전히 고씨 그룹을 경영할 수 있잖아. 우리 부모님도 우리 두 자식밖에 없기 때문에 재산도 우리 두 사람이 나누어서 가져야 할걸. 고씨 그룹의 절반은 누나 재산인데 난 현재 우리 두 사람의 직위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어.”고현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나도 오랫동안 힘들게 일했는데 좀 물러나서 쉬면 안 돼? 넌 남자잖아. 한 집안의 기둥답게 책임을 짊어져야지.”“회사를 이어받는 게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누나도 상속권이 있어서 우리 두 사람한테 다 책임이 있어. 누나는 언제 시집가려고? 누나가 신혼 여행하러 갈 때와 나에게 조카를 낳아줄 때 내가 회사를 책임질게.”“아니다. 호영 씨가 책임져야 해. 누나를 데려갔으니 호영 씨가 고씨 그룹을 책임져야 해.”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빈은 또 누나에게 한 대 얻어맞았다.“호영 씨는 너한테 빚진 거 없어. 핑계 대지 말고 엄마 아빠 곁으로 돌아가. 업계 큰 인물들과 말을 나누지 않아도 한 번이라도 만나보는 것도 좋아. 그리고 네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는지나 좀 봐. 네 나이도 적지 않은데 장가갈 때도 됐잖아.”“난 오히려 정윤하 씨가 괜찮다고 생각하는데...”누나의 노려보는 눈빛에 고빈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웃기만 했다.고빈은 정윤하에게 첫눈에 반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다른 스타일의 미녀를 만나보니 본능적으로 감상하고 싶었고 접근하고 싶을 뿐 다른 생각은 없었다.“너의 여성 지인들은 이미 너무 많아. 정윤하 씨가 없어도 돼. 물론 지훈 씨 폭격을 견딜 수 있다면 정윤하 씨를 접근해도 돼. 그러다가 일이라도 생기면 나한테 도움 청할 궁리하지 말고. 난 너 대신 수습해 주지 않을 거야. 지훈 씨가 널 죽이지 않는 한 난 절대로 나서지 않을 거니까.”“너무 지독한 거 아니야? 내 목숨을 위해서라도 정윤하 씨를 멀리해야겠군.”고빈의 여성 지인이 한 무더기라 굳이 정윤하와 가까이 지낼 필요는 없었다.소지훈의 여
“네. 돌아왔어요. 비가 그칠 때 형수님이 들어오셨거든요. 조금 전에 비가 한바탕 내렸는데 어르신들이 형수님이 평소에 국물을 좋아하셔서 시집가는 날 비가 왔대요.”고현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런 말도 있었나요? 저도 평소에 국물을 즐겨 마시는데.”‘나중에 내가 시집갈 때도 비가 올까?’“어르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제 생각에는 공교롭게도 비가 와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날씨가 변덕스러운 것은 정상이니까요.”전호영은 웃으며 그 꽃다발을 고현에게 건넸다.“신부의 꽃다발을 제가 빼앗았어요. 신부 꽃다발을 뺏은 사람이 바로 다음 결혼할 사람이라고 하던데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어요.”“이 꽃을 고현 씨에게 드릴게요. 우리 형 결혼식 덕분에 고현 씨도 복이 가득했으면 좋겠어요.”고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전호영이 건넨 꽃다발을 받으면서 말했다.“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호영 씨가 게이로 보였을 텐데 호영 씨가 이 부케를 받아서 저한테 주면 우리 두 사람 동성 연애가 또 한참 동안 화제가 되겠네요.”“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상관없어요. 고현 씨만 제가 정상적인 남자라는 것만 알면 되니까요.”고현이 바로 말을 이었다.“호영 씨가 정상인지 아닌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호영 씨도 지훈 씨처럼 그럴지 누가 알겠어요.”“제가 언제든지 협조해 드릴 수 있어요. 제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셔야 저와 남은 인생을 잘 살 수 있을 거 아니에요.”고현은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말실수한 것이 틀림없다.다행히 전호영은 고현이 부끄러워 할까 봐 이 주제에 관해 더는 말하지 않았다.“왜 여기 혼자 있어요?”“남들과 어울리는 게 싫어서 리조트를 혼자 구경하다 보니 여기 앉아 있게 됐네요.”고씨 가문의 식구 네 명 모두 전씨 가문에 와서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고현은 그녀의 경호원을 데리고 있지 않았다. 전호영과 함께했기 때문에 그가 자신을 잘 보호할 것이라고 믿었다.전씨 가문의 땅에서 전씨 가문은 모든 손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처음엔
고현은 전호영을 보며 물었다.“큰형의 결혼식이 끝난 후에도 강성으로 갈 거예요?”“고현 씨가 강성으로 가는데 저도 당연히 강성에 가야죠. 고현 씨가 저를 따라 관성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저도 고현 씨 따라서 거예요.”고현이 바로 말을 이었다.“정말 한가군요.”“대학 졸업 후 제가 큰형을 도와 그룹을 운영했거든요. 제가 입맛이 까다롭고 요리도 잘했기에 큰형이 저한테 요식업을 이어받으라고 권했어요. 관성 호텔 음식이 제 입맛에 안 맞으면 손님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없다면서요.”“제가 전씨 그룹의 요식업을 운영한 지 거의 10년이 되었어요. 저도 제 자리에서 일을 잘하거든요. 제가 관성에 없다 해도 다른 호텔들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요. 하물며 제가 호텔과 총지배인 그리고 몇몇 부사장님들을 관리하고 있기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제가 나서서 처리해요.”“제가 강성에 아무리 오래 있어도 제 사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저로서는 올해 안에 집에 쇨 수 있는지, 할머니께 쫓겨나지 않는지가 가장 중요해요.”고현은 전호영이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올해 설날에 전씨 할머니에게 쫓겨날 것이라고 들었다.“할머니께서 정말 호영 씨를 쫓아내고 설을 쇠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전씨 할머니는 참 좋으신 분이라 아마도 호영 씨를 위협하려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호영 씨 형제들 모두 효도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할머니 말을 잘 들으라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호영 씨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 생각에는 전씨 할머니께서 호영 씨 형제들의 인생 큰일을 이렇게 계획하시는 건 좀 횡포한 것 같아요. 결혼은 억지로 할 수 없는 건데 할머니가 호영 씨 형제들 대신 아내를 골라주시잖아요. 그 여인들은 호영 씨 형제분들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르는 여인들이잖아요.”“호영 씨 형제들이 상대방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할머니께 효도하려고 그 여인과 결혼하여 평생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시지도 않으시던가요?”전호영은 화를 내지 않았다.“할
전씨 할머니 손주들의 인생사에 관여하는 일에 관해 고현은 이해하지 못했다.전호영이 처음으로 그녀에게 설명해 준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공감하지 못했다.아마도 고현이 전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고 전씨 가문에서 자라지 않은 탓일 수도 있다.고현도 전호영 형제들의 부모가 아들의 혼사를 걱정하지 않고 전부 전씨 할머니께 맡기는 모습을 발견했다.전씨 할머니가 골라준 며느리의 생김새가 어떻든, 집안 배경이 어떻든 전씨 집안 형제들의 부모는 모두 그대로 받아들였다.부모로서 무책임해서인지는 몰라도 이 모든 일은 전씨 할머니가 나서서 손주들의 인생 대사를 도맡았다.“저희 할머니의 명성과 인맥은 관성에서 최고예요. 예전에 우리 전씨 그룹과 성씨 그룹이 서로 적수로 싸웠을 때 우리 할머니가 나서기만 하면 성씨 가문도 어느 정도 체면을 세워줬을 거예요.”전호영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계속해서 말했다.“할머니가 오래오래 사시고 우리 아홉 형제가 가정을 꾸리고 증손자들이 태어나는 것을 보셨으면 좋겠어요.”“할머니께서는 늘 할아버지에 관해 말씀하시며 영감이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할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니, 자손들은 할머니 손에 맡기게 된 셈이죠. 할머니도 할아버지가 무책임하다며 욕해요. 자손들이 이렇게 많은데 영감이 혼자 다리를 뻗고 하늘나라로 행복을 누리러 가셨다면서요.”“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이도 매우 좋아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자손들을 걱정하셨기에 할아버지가 저승에서 편히 쉬실 수 있도록 할머니께서도 이 세상에서 손주들의 혼사에 대해 많이 신경 쓰고 계세요.”“서원 리조트도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위해 만든 집이에요.”고현은 전호영의 손을 맞잡았다.전호영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언급할때 그의 얼굴에는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그 모습을 본 고현은 전호영 형제들이 할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매우 깊을 것으로 추측했다.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오래 되였지만 아직도 할아버지를 언급할 때마다 그들은 모두 슬퍼했다.가장 괴로운 사람은 전씨 할머
문가희는 미안한 마음으로 여운초에게 말을 건넸다.“운초 씨, 먼저 안에 들어가 계세요. 제가 가서 용씨 사모님을 뵙고 올게요.”여운초는 명해은 일행이 이미 양유미에 의해 화려한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도 낯선 사람들을 보더니 다시 문가희에게 물었다.“가희 씨, 혹시 제가 가희 씨와 함께 용씨 사모님을 만나러 가도 괜찮겠어요? 제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문가희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 같이 가요. 그 용씨 사모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함께 보러 가죠. 저는 용씨 사모님이라는 분을 들어본 적 없어요.”문가희는 관성 상류 사회에서 정말로 용씨 성을 가진 사람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 사모님들도도 용씨 성을 가진 사모님들 들어본 적도 없었다.문가희는 정말 궁금했다.“제가 용씨 사모님을 한 번 본 있어요. 근데 제가 본 그 용씨 사모님과 오늘 밤 이분이 같은 사람 일지는 모르겠어요.”문가희는 여운초를 끌고 가다가 여운초의 말을 듣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만난 적 있다고요?”“네, 며칠 전 예정 씨의 서점에서 자신을 용씨 사모님이라고 자칭하는 사모님을 봤거든요. 20대 초반으로 나이가 아주 젊어 보였어요. 온몸은 화려하게 꾸몄고 예정 씨 서점으로 연습 책을 사러 가신 적 있거든요. 중학생인 시동생을 위해 연습 책을 사준다고 했어요.”문가희는 다른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용씨 사모님의 나이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감탄하며 물었다.“20대 초반에 시집갔다고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갔는지 확실히 좀 젊네요.”“제가 보기에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기껏해야 21살로 보였거든요.”여운별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여운별의 학업 성적은 여천우큼만 좋지 않았다. 보통 대학에 겨우 붙었지만, 여운별은 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추미자 부부도 여운별을 응석받이로 키웠고 또 집안 형편도 좋아서 설령 그녀가 좋은 학력이 없다고 해도 먹고 입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여 여운별 마음
여운초의 마음속은 일찌감치 벽돌로 높이 싸여져 그깟 소문으로 그녀를 다치게 하지 못했다.두 명의 큰고모와 여운별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전씨 가문의 명성을 훼손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로 마무리로 지어졌다.전이진이 무조건 그녀 곁에 서서 영원히 그녀를 믿고 지켜주는데 그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맞아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예전에도 사람들이 소현의 험담을 하며 짖궂은 말들을 했잖아요. 근데 운초 씨도 소현이와 친해지고 보니 그 소문이 가짜인 걸 아셨죠? 그러니까 남들이 뭐라고 하든간에 신경쓰지 말아요. 다들 질투해서 그런거니까.”여운초도 맞장구쳤다.“네. 소현 씨를 질투하는 거죠. 소현 씨 헛소문도 엄청 많이 퍼졌잖아요.”다행히 성소현은 성격이 밝아서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제멋대로 행동했다.남들은 단지 성소현이 전태윤에게 구애할 용기가 있는 것을 질투할 뿐이다.미혼인 전태윤은 수많은 여성의 이상형이었지만 그녀들은 전태윤에게 구애할 자신이 없었다.성소현은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공개적으로 전태윤에게 고백하고 추구했다. 성소현이 전태윤을 따라잡을 수 있든 없든 간에 그녀들은 질투심을 감추지 못하고 뒤에서 성소현의 험담을 하며 성소현의 명성을 손상시켰다.그리고 전태윤과 하예정의 부부 관계가 공개된 후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뒤에서 성소현를 비웃었는지 모른다.성소현과 하예정이 서로 맞서 싸우기를 바라고만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녀들은 또 한 번 실망했다.성소현은 소탈한 성격이라 사랑에 빠져들었다고 해도 이내 그 불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그녀는 전태윤이 결혼한 것을 알고 즉시 단념하고 이제는 그녀만의 행복을 찾아 A시의 명문가 예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게 되었다.예준하의 우수함은 관성의 업계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이에 대해 사람들의 부러움과 질투가 다시 일고 있었다.“아가씨.”뒤에서 하인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문가희와 여운초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무슨
“감사합니다.”여운초는 감사하다고 인사했다.양유미는 명해은에게 말을 건넸다.“해은 씨 며느리의 목소리도 너무 듣기 좋아요.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니까요. 당신 세 사람 모두 며느리가 생겼으니 행복하겠네요. 저는 며느리도 없고 사위도 없단 말이에요.”양유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두 아들과 딸 한 명을 바라보았다.막내아들은 아직 스무 살 남짓이 되어 내버려 둘 수 있지만, 장남과 딸은 모두 결혼 적령기에 들어섰지만, 아직 장가도 시집도 가지 않았다.양유미의 딸 문가희는 마침 성소현의 절친이었다.양유미는 사교성이 좋아서 이경혜뿐만 아니라 명해은 일행과도 너무 잘 어울려 다니면서도 두 가문 사람들의 미움을 사지 않았다.문가희는 한때 신분을 숨기고 연애를 한 적이 있었지만, 상대방 남자는 적게 분투하고 빨리 출세하기 위해 다른 집 여자를 선택하고 문가희를 포기했다.하지만 그 남자는 문가희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적게 분투하고 출세하기 쉬운 길인 줄 몰랐을 것이다.문가희가 실연당했을 때, 성소현은 종종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위로해주었다.하예정과 심효진도 성소현을 통해 문가희를 만났지만 만남 횟수가 적어서 서로 잘 알지는 못했다.문씨 가문에서 연회를 열 때 성소현도 당연히 초대받았지만, 성소현은 예준하와 예진 리조트로 돌아가야 했기에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이미 사랑의 아픔에서 벗어난 문가희는 여운초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웃고 있었다.문씨 가문의 큰 도련님은 침착한 표정으로 신사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양유미의 말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렸다.“가요. 우리 방에 들어가서 얘기해요. 가희야, 운초 씨를 잘 모셔.”양유미는 웃으며 사모님들을 집으안로 초대하고 딸 문가희에게는 여운초와 함께 얘기 좀 나누라고 분부했다. 문씨 가문의 두 도련님은 함께 길을 걷다가 그들의 아버지를 따라 다른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문가희와 여운초는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천천히 걸었다.문가희는 여운초가 시력은 회복했지만, 아직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
명해은은 곧 창문을 누르고 운전 기사에게 다시 계속해서 차를 몰아라고 분부했다.“어르신이 어린애 같다니까.”명해은이 중얼거렸다.여운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할머니께서 즐거우시면 됐죠. 할머니께서 매일 행복해하세요. 늘 인생은 불과 몇십 년밖에 없는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야 이 세상에 온 보람이 있다고 말하곤 하세요.”명해은은 전씨 할머니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그녀가 애초에 전씨 가문에 시집간 것은 남편과 마음이 맞은 것도 있었지만 시부모님의 인품과 전씨 가문의 가풍 때문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이 가문에 시집오게 되었다.사실이 증명했다시피 명해은은 시집을 잘못 가지 않았다.그녀가 전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수십 년이 지나도록 전혀 억울한 일이 없었다.시부모님은 아들보다 며느리들에게 더 잘해 주셨기 때문이다.심지어 며느리들이 아이를 낳아도 그들이 걱정할 필요 없이 시부모님이 직접 키워주셨다.전태윤 세대의 아홉 형제는 전지율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명은 전부 전씨 할머니 부부께서 키우셨다.전지율은 나이가 너무 어려서 전씨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만 해도 아직 어린 아기였다.하지만 전지율도 그의 형들을 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못지않을 것이다.여운초가 입을 열었다.“할머니 말씀이 맞은 것 같아요. 인생은 고난과 비바람으로 가득 차 있고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죠. 하여 인생을 웃으면서 살아야만 무지개를 맞이할 수 있는걸요.”명해은은 한참 동안 여운초를 쳐다보다가 웃으며 손을 뻗어 운초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할머니께서 왜 널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모두 강인하고 인생의 비바람에 맞선다고 해도 웃으며 맞이할 사람들이다.오늘 밤 연회를 여는 그 사모님은 그녀가 사는 큰 별장에서 모이자고 약속했다.명해은 일행이 별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차량이 천천히 별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주인집에서는 들어오는 손님들이 차량을 잘 세우도록 입구에 여러 사람을 배정했다.명해은의 차량
“할머니, 어디 가시려고요?”소정남은 전씨 할머니가 나가려는 것을 보면서 묻고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대답하셨다.“너무 오래 나가 놀았는데 산기슭에 있는 옛 친구들을 찾아가 이야기도 나누고 카드놀이도 해야지.”전씨 할머니는 귀부인티를 내지 않고 산기슭에 있는 노동자들의 부모님들과 잘 어울려 다니셨다.그 할머니들도 전씨 할머니와 이런저런 소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다.“이야기들 나누렴. 난 나가야겠어. 좀 이따가 밥 먹을 때 날 부를 필요 없어. 사람을 시켜 산기슭에 음식을 가져다주라고 해. 옛친구들과 함께 먹게. 어묵 같은 거 있으면 더 좋고.”“할머니, 연세가 많으셔서 그런 음식은 적게 드세요.”전씨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알았어. 안 먹을게.”“제가 할머니께 드시지 말라고 하면 할머니께서는 저를 욕하시더니 왜 예정이가 드시지 말라고 하면 바로 수긍하세요?”전태윤이 일부러 투덜거렸다.그는 전씨 할머니가 손자며느리가 생겼다고 손자를 안중에 두지도 않으신다고 불평했다.전씨 할머니는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를 떠나셨다.할머니는 하예정을 유난히 좋아하셨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듯했다.그러나 손자는 너무 많아서 그다지 소중하지 않았던 모양이다.떠들썩한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저녁 6시가 넘으니 날이 금세 어두워졌다.전씨 가문의 세 사모님은 여운초를 데리고 연회에 참석하러 집을 나섰다.전이진은 리조트 입구까지 배웅하며 끊임없이 명해은에게 당부했다.“엄마, 우리 운초 씨를 잘 돌봐주세요. 남들이 괴롭힘당하게 하지 말고요.”“알았어. 누가 감히 우리 며느리를 건드리면 내가 가장 먼저 그녀를 용서할 수 없을 거야!”명해은은 전이진의 잔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있었다.전이진은 또다시 들이밀었다.“아니면 제가 따라갈래요.”“네 아버지랑 다 집에 있는데 네가 따라가서 뭐 하게?”명해은은 운전 기사에게 차를 몰아라고 지시했고 창문을 눌러 아들에게 고개를 내밀어 말을 건넸다.“날도 어두워지고
전창빈은 할머니께 말씀드렸다.“할머니께서 조금 전에 저 보고 할머니를 잘 모셔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집에 방금 돌아오셨는데 물도 아직 한 모금 마시지 않으시고 바로 내려가셔서 카드놀이도 이야기도 나누시겠다고 하시다니.”하예정도 말했다.“할머니, 그 할머니들도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할머니께서도 오랜만에 돌아오셨는데 그 할머니들의 돈을 전부 따버리면 안 돼요.”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돈 내기하는 거 아니야. 카드놀이에서 지는 사람의 얼굴에 낙서하면서 노는 거지. 누가 얼굴에 가장 많이 그려지는지 지켜보면서 노는 거야.”현장의 사람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노인네의 세계를 그들은 아직 잘 모른다.어르신들 마음이 내키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재치다.곧, 소정남과 심효진 부부, 그리고 소정남 부모님도 함께 들어왔다.집안이 더 시끌벅적해졌다.전씨 할머니는 소정남의 아버지 소균혁을 보더니 물었다.“셋째야, 당신 집 맏이가 사돈집에 갔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안 왔어?”소정남의 아버지는 형제 중 셋째였다.전씨 할머니는 예전부터 줄곧 소균혁을 셋째라고 불렀다.“설전에야 돌아온다고 하셨어요.”소지훈은 정윤하에게 고백했고 정윤하도 소지훈에게도 약간의 관심이 가진 듯 했다.소지훈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정윤하는 수차례의 고민 끝에 결국 소지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며칠 만에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소균성 부부는 연성에서 너무 기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잊은듯했다.하마터면 홀아비가 될 뻔한 아들이 드디어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생겼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소균성 부부의 마음에 걸려 있던 큰 돌도 마침내 땅에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하여 너무 기뻐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비록 관성이 매우 춥고 가끔 눈이 온다고 해도 소균성 부부는 따뜻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차라리 정씨 가문에 틀어박혀 불을 쬐고 싶어 했다.세 식구가 정씨 가문 사람들이 정윤하와 소
“여보, 오늘 밤은 내가 선물한 보석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가.”“보석 반지만 이진 씨가 선물한 걸 착용하면 되잖아.”전이진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래, 그럼. 이것만은 우리 엄마에게 양보할게.”여운초는 웃긴다는 듯 그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참, 당신과 형수님께서 용씨 사모님도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한다고 하던데.”전이진은 문득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목소리와 몸매가 여운별과 닮은 그 젊은 사모님을 언급하자 여운초의 웃고 있던 얼굴이 굳어졌다.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마침 잘 지켜볼 수 있게 됐네. 진짜인지 가짜인지 잘 지켜보면 허점을 잡히기 마련이야.”“내가 시간 날 때 사람 시켜서 알아봤거든. 근데 그 사모님이 정말로 용씨 사모님이더라고. 남편이 정말로 용씨였어.”“응.”여운초는 용씨 사모님이 여운별이라고 의심은 하고 있지만, 증거는 없었다.만약 용씨 사모님과 여운별이 같은 사람이라면 분명 음모일 것이다. 만약 음모라면 배후에는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 모든 상황을 조종하고 있을 것이다.여운초는 10년 동안 어둠 속에서 살면서 인간성을 꿰뚫어 보게 되어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지금 여운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경계심을 품고 있다.그녀의 친어머니마저도 그녀가 죽기를 원했기에 그녀는 정말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나와 여운별은 20년 동안 자매로 지내면서 많은 일이 있었거든. 남들이 모르는 여운별의 사소한 습관들도 난 전부 잘 알고 있어. 아마 여운별 본인도 모를 수도 있어. 내가 몇 번만 더 만나고 접촉해 보면 분명 허점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 용씨 사모님도 우리 앞에 나타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만약 정말로 여운별이 가장한 거라면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 생활 습관은 고칠 수 없을 거야.”전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동일 인물이 옳든 아니든 용씨 사모님의 실체를 알기 전에는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아야 해.”“나도 알아. 아주버님과 형수님이 곧 돌아오실 거야.
그랬다. 전태윤도 하예정과 딸을 낳고 싶었다.특히 그가 매일 예지연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때마다 늘 딸이 갖고 싶었다.예준성의 그 보배 딸은 점점 더 귀여워지고 있었다. 옥같이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에 눈도 어찌나 동그란지 여기저기 눈동자를 굴려서 볼 때면 앞으로 분명 똑똑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예준성도 매일 SNS에 그의 보물단지 예지연의 사진을 몇 번이고 올린다.물론, 매일 예씨 가문의 대표 SNS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예준성은 소중한 딸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매우 아까워했다. 심지어 A시 사람들은 예씨 가문의 손자 세대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고 있다.예지연이 너무 어려서 어른들의 보호를 잘 받고 있었기에 언론에 아이의 정면 거의 찍히지 못했다.전태윤도 예준성의 SNS를 볼 수 있는 것도 하예정과 모연정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기 때문이지, 그와 예준성의 친분으로는 볼 수 없었다.그는 예준성이 전씨 가문이 딸을 낳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의 소중한 딸을 자랑한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때때로 예준성이 영상을 보내면 전태윤은 예준성이 보낸 영상을 반복해서 보곤 한다. 심지어 영상 속으로 들어가 예지연을 집으로 데려가 그의 딸로 삼고 싶은 충동까지 느끼고 있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그들은 할머니 일행이 돌아오면 모두 서원 리조트로 출발하려고 했다.어젯밤에 리조트로 돌아온 전이진 부부는 지금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다.여운초가 연회에서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고 전이 진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가끔 여운초가 남편에게 물었다.“이진 씨, 이 드레스를 입으면 어때?”“좋은데. 당신은 어떤 옷을 입어도 너무 예쁘고 너무 어울려.”전이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일어나서 여운초의 등 뒤로 가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여보,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우리 엄마와 함께 있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당신을 잘 보호할 수 있을 거야.”“처음으로 당신 아내의 신분으로 어머님을 따라
하예정은 무언가 떠오른 듯 전태윤에게 말했다. “태윤 씨, 우리도 리조트에 이틀 정도 지내러 갈까요? 주말에 출근도 안 하고 서점도 주말에는 문을 안 열잖아요.” 예전에는 서점만 운영할 때 주말에도 문을 열었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사업이 커지면서 서점은 그냥 하예정과 심효진의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애정으로 운영하는 곳이 된 것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전태윤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는데 친구인 소정남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를 읽고 나서 그는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래, 우리도 리조트에 가서 주말을 보내자.” “어머님, 아버님, 할머니도 오늘 가시니까 소정남 씨와 효진이도 불러서 점심 같이 먹어요. 샤부샤부 어때요? 오랜만에 샤부샤부 먹고 싶어요.” 하예정이 자주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는 것에 전현림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이의도 없이 받아들였다. 하예정이 자신의 어머니와 꽤 닮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한 것 같았다. 예전에 전씨 할머니가 일부러 하예정을 자신의 은인으로 만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덕분에 온 가족이 하예정에게 감사하게 되었고 전씨 할머니는 장남인 전태윤에게 하예정과 결혼하라고 했다. 전현림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니의 수법은 정말 대단해. 손자들도 어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다행히 전태윤과 하예정은 사이가 좋았으며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하예정을 아끼는 전태윤은 당연히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그는 소정남에게 답장을 보냈다. “예정아, 우리 아침 먹고 리조트로 가자. 소정남이랑 효진 씨도 리조트에서 만나자. 샤부샤부는 사람이 많아야 더 맛있잖아. 예준하 씨랑 소현 누나도 불러야겠다.” 전태윤이 제안했다. 하예정은 성소현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성소현은 사양했다. 그녀는 예준하와 A 시로 날아가 예진 리조트에서 며칠 지낼 예정이었다. 예준하를 계속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