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명은 미소를 지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우빈은 고개를 돌리더니 노동명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아저씨, 왜 혼자 나왔어요? 제가 보디가드 삼촌을 데려와서 아저씨 옆에 있으라고 할게요.”노동명은 늘 곁에 보디가드를 데리고 다녔지만 하씨 가문 사람들이 바삐 돌아치고 있어서 보디가드를 보내 도와주라고 했다. 노동명은 멀리 나가지도 않으니 보디가드의 도움이 필요 없었다. 아직 제대로 걷지는 못하지만 일어나서 두 걸음 정도는 걸을 수 있었다.“괜찮아, 아저씨는 혼자서도 할 수 있어.”그러자 우빈이 입을 열었다.“그럼 제가 아저씨를 보살필게요. 엄마는 저한테 이모가 자지 않게 옆에서 감독하라고 했지만 아까 청양고추를 꺼내니까 이모가 졸리지 않다고 한 걸요!”우빈은 의기양양하게 말했고 하예진이 내준 임무를 잘 완성했기에 칭찬을 바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노동명은 우빈을 안아서 다리에 앉혔고 미소를 지었다.“우리 우빈이 정말 대단해, 고추는 어디서 난 거야? 고추를 먹으면 졸리지 않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주방에 있는 고추를 먹다가 매워서 울었는데 그 후로는 졸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모가 졸릴 때 주려고 고추를 가지고 올라갔어요. 아침에 엄마가 이모를 깨우는데 이모는 제가 어린이집 갈 때처럼 일어나지 않으려고 투정 부렸어요.”노동명이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너도 어린이집 가기 싫어서 일어나지 않았던 거야? 이모 결혼식이 끝나면 또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데? 우빈아,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일찍 일어나야 해. 우빈 엄마는 매일 아침 우빈이가 먹을 밥을 차려주고 네가 다 먹으면 어린이집까지 데려다주잖아. 그리고 하루 토스트 가게에 가서 토스트를 굽고 하루 레스토랑에 출근하거든. 엄마는 하루 종일 일해서 피곤하니까 우빈이가 엄마 말씀 잘 듣고 일찍 일어나야 해, 알았지?”우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아저씨, 앞으로 엄마 말씀 잘 듣고 일찍 일어날게요. 그런데 아침에 너무 졸려서 일어날 때마다 눈이 저절로 감겨요.”“넌 어린이집 가지 않는 날이면
전태윤의 웨딩카 행렬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웨딩카 행렬은 100대 정도 되는 스포츠카로 이루어졌고 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에서 출발해서 하씨 가문의 하늘 리조트로 향했고 오는 길 내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웨딩카 행렬을 사진 찍었다. 기사가 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전태윤은 기자를 초대해서 사진을 찍게 했고 결혼 소식이 널리 퍼질 수 있게 기사를 내달라고 부탁했다.전태윤은 하예정에게 관성을 떠들썩하게 하는 성대한 결혼식을 선물하고 싶었다. 이 규모는 소정남과 심효진의 결혼식을 훨씬 뛰어넘었다. 웨딩카 행렬을 발견한 노동명이 우빈한테 알려주었다.“우빈아, 엄마한테 이모부의 웨딩카가 도착했다고 알려줘.”우빈이 고개를 돌려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웨딩카 행렬을 발견했다.“아저씨, 이모부가 정말 저 차 안에 있는 거예요? 이모를 데리러 오는데 차가 왜 이렇게 많아요?”거리가 멀어서 제일 앞에 있는 차가 전태윤이 평소에 운전하던 차인지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 뒤로 많은 차량이 줄줄이 따라오고 있었다.“네 이모부는 저 차 안에 있을 거야. 이모부는 차가 여러 대 있으니 평소에 운전하던 차가 아닐 수도 있어.”우빈은 노동명의 품에서 벗어났고 신이 나서 말했다.“엄마한테 알려주러 갈게요!”우빈은 쏜살같이 달려갔고 달리면서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엄마, 엄마! 이모부 왔어요, 엄청 많은 차랑 함께 이모를 데리러 왔어요!”우빈이가 별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외치자 뭇사람들도 다 듣게 되었다. 하예진은 목소리를 듣고 방 안에서 나왔다.“엄마, 엄마!”우빈은 하예진 쪽으로 달려가서 다리를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엄마, 나 지금 예뻐요? 멋있어요?”하예진이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이모부가 데리러 온 건 네가 아니라 신부인데? 네가 예쁘든 아니든 상관없어.”“제가 화동이라면서요? 오늘 멋지게 차려입은 것도 이모 결혼식에서 주목받기 위해서인데, 당연히 멋져야죠!”우빈의 말에 뭇사람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하예진은 우빈을 안고는 볼에
성소현은 말하면서 웨딩카 행렬이 천천히 들어오는 것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신부 들러리들도 창가에 서서 영상을 찍었다. 성소현은 영상을 찍은 뒤, 침대 위에 앉아 있는 하예정한테 영상을 보여주었고 하예정은 미소를 지었다.“카톡으로 영상 보내주세요. 저장해서 나중에 두고두고 보려고요.”오늘은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날이 될 것이다. 전태윤은 약속대로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했고 하예정은 관성에서 여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여자가 되었다.하예정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이번 생에 전태윤처럼 멋지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고 여겼다. 전태윤은 하예정을 평생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맹세했다. 달콤하고 박력 있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성소현은 카톡으로 하예정에게 영상을 보내주었다.“촬영사가 결혼식 내내 따라다니면서 찍을 거니까 나중에 천천히 봐.”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다 추억으로 남을 거니까요.”성소현은 하예정의 곁에 앉아 꼭 끌어안고 말했다.“예정아, 행복해야 해. 난 네가 태윤 씨랑 백년해로하고 아들을... 아니, 너처럼 예쁜 딸을 낳길 바랄게.”하예정이 성소현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언니, 꼭 행복하게 잘 살게요. 고마워요.”성소현은 하예정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내가 너랑 태윤 씨를 이어준 것도 아니잖아.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될 운명이었던 거야.”“축하해줘서 고마워요.”성소현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우린 친구이자 자매니까 축복해 주는 건 당연한 거지. 난 가서 태윤 씨가 별장 안으로 들어왔는지 볼게. 문을 막을 때 태윤 씨가 준비한 꽃값을 가득 받지 못하면 이 문을 열고 들어오지 못하게 할 거야.”“고대의 신랑은 신부를 데리러 갈 때 즉흥적으로 시를 지어서 읊었다는데 전태윤 도련님한테도 시를 지으라고 할까요?”누군가 제안하자 하예정이 미소를 지었다.“저는 상관없으니 편한 대로 해요.”그러자 신부 들러리들은 성소현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시선이 느껴진 성소현이 피
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신부 들러리는 당황했다.“설마 벌써 올라왔겠어요?”신부 들러리는 창가에 가서 내려다보았다. 전태윤의 웨딩카 행렬이 별장 안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차량이 너무 많았고 하씨 가문 별장 마당에 하객 차들을 주차해서 웨딩카가 다 들어올 수 없었다. 웨딩카 행렬의 절반 정도 되는 차량이 별장 문 앞에서 멈췄다. 창가에서 내려다보면 하씨 가문 별장의 마당과 문 앞에 자동차 전시장처럼 차가 빼곡히 들어섰고 전부 스포츠카거나 그만큼 비싼 차량이었다.전태윤이 평소에 운전하던 롤스로이스는 웨딩카 행렬의 제일 앞에 있었고 꽃과 ‘우리 오늘 결혼해요’가 적힌 팻말로 장식해서 아주 예뻤다. 키가 훤칠하고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전태윤이 차에서 내렸다. 예전에는 보디가드한테 둘러싸여서 엄숙한 표정을 하고 있었겠지만 오늘은 만나는 사람한테 깍듯이 인사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성소현 말대로 전태윤은 신부 들러리가 아무리 난처하게 굴어도 웃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성소현은 절대 앞장서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결혼하면 전태윤이 성소현 가족 신분으로 예준하를 난처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전태윤 씨는 방금 차에서 내렸어요. 다른 사람이 문을 두드린 것 같아요.”신부 들러리 중 한 명이 말하면서 문을 열었고 우빈이 문이 열린 틈을 비집고 들어와 하예정 쪽으로 달려갔다. “이모, 이모! 이모부가 완전 많은 차와 함께 이모를 데리러 왔어요!”우빈은 하예정이 앉아 있는 침대 위에 올라가서는 신이 나서 말했다. 하예정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알려줘서 고마워.”“이모, 나 이뻐요? 멋져요?”우빈은 하예진한테 했던 질문을 똑같이 했고 침대에서 일어나 한 바퀴 돌았다. 우빈의 말에 방에 있는 여자들이 까르르 웃었다. 하예정이 우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우리 우빈이가 제일 예쁘고 멋져.”성소현은 우빈을 안아 들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우빈은 관성에서 제일 멋진 화동이 될 거야. 이모가 결혼할 때도 우빈이가 화동 해줄 거지?”“당연하죠!”우빈이 앳된
성소현은 방으로 들어온 우빈을 앞장세우기로 했다.“우빈아, 이모부가 곧 올라올 텐데 문 앞에 앉아서 시간 좀 끌어줘. 이모를 너무 빨리 데려가면 재미없잖아, 그렇지?”우빈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성소현한테 물었다.“이모부는 이모를 데리러 왔는데 빠를수록 좋은 거 아니에요? 왜 데려가지 못하게 막는 거죠? 저는 이모부를 따라가서 맛있는 걸 먹을 거라고요.”우빈은 전태윤이 하예정을 데리고 가지 않으면 맛있는 걸 먹지 못하는 줄 알았다. 당황한 성소현이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데려가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쉽게 데려가면 안 된다는 뜻이야. 이모는 소중한 사람이라서 데려가려면 대가를 치러야지. 우리가 이모부를 난처하게 하고 문제를 내어주면 이모부는 어렵게 만나게 된 네 이모를 소중히 여겨줄 거야.”“이모부는 원래부터 이모를 소중히 여겼잖아요, 그런데 왜 난처하게 하려는 거죠?”성소현은 말문이 막혔고 하예정한테 부탁했다.“예정아, 우빈이를 어쩌면 좋지? 문 앞에 서서 꽃값이나 받으라고 할까?”“돈을 받는 거라면 제가 할게요!”하예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우빈이 입을 열었다. 성소현이 하예정 방문 앞에 앉아서 돈만 받으라는 말에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고 여느 때보다 흥분되어 있었다. 돈을 받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었기 때문이다.“이모부는 저를 예뻐하니까 돈을 많이 줄 거예요!”뭇사람들이 배를 끌어안고 웃었고 성소현이 우빈의 얼굴을 만지면서 말했다.“우빈아, 돈을 많이 받으려면 방문 밖에서 이모부를 막아야 해. 그리고 이모부한테 사랑에 관한 시를 즉흥적으로 지어서 읊으라고 전해. 그럼 방에 있는 이모들이 듣고 마음에 들면 문을 열어줄 거야.”우빈은 사랑에 관한 시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돈을 받을 생각에 신이 났다. 그래서 성소현이 하는 말을 그대로 기억했고 문을 열면서 물었다.“이모, 지금부터 문을 막으면 되는 거죠?”“당연하지, 이모가 말했던 걸 잊지 않으면 돼.”우빈은 방문 앞에 앉아서 전태윤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후, 전태윤
“봉투를 몇 개 받으면 돼요?”우빈은 신이 나서 물었다. 자고로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네가 무거울 정도로 받으면 돼.”“돈봉투가 아무리 많아도 무겁지 않은데요?”성소현이 웃으면서 말했다.“우빈아, 계속 문을 막고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이모 불러.”성소현이 문을 닫자 우빈이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이모부, 돈봉투가 무거워서 들고 있지 못할 정도로 받아야 문을 열 수 있대요.”전태윤은 우빈한테 봉투를 두 개 더 건넸고 우빈이 봉투에 정신을 판 사이 한 번에 안아 들었다.“우빈아, 이모부는 예정된 시간 안에 네 이모를 데려가야 하고 넌 결혼식을 빛낼 화동이니까 이모부랑 같이 가자. 이모가 이모부를 너무 난처하게 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돼, 우빈이는 이모부를 도와줘야지.”“하지만 이모가 말한 대로 돈봉투를 받는 일이 재밌는걸요. 그리고 봉투가 무겁지 않아서 더 받을 수 있어요.”“우빈아, 아저씨가 너한테 돈봉투를 줄게.”소지훈이 우빈한테 돈봉투를 여러 개 쥐여주었다. 기분이 한결 좋아진 우빈은 고사리 같은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이모부, 얼른 이모를 데리고 가세요!”성소현이 사랑 시를 즉흥적으로 지어서 읊게 하라고 부탁한 건 완전히 잊었고 돈봉투를 꼭 쥐고 있었다. 신랑 들러리는 인수가 어마어마했기에 모든 사람한테 봉투를 받은 우빈은 봉투를 제대로 쥐고 있지 못했다. 전태윤은 우빈을 내려놓고 문을 두드렸다.문을 연 신부 들러리는 틈 사이로 전태윤과 우빈을 번갈아 보았다. 우빈은 멀찍이 서서 봉투가 몇 개인지 세어보고 있었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우빈은 개수를 셀 줄 알게 되었다. 신부 들러리는 우빈을 지켜보고 있었다.“하나, 둘, 셋...”‘우빈이는 돈봉투에 매료되었구나.’신부 들러리가 미소를 지으면서 전태윤한테 손을 내밀었다.“도련님, 성의를 보여주세요.”전태윤이 돈봉투를 여러 개 건네자 신부 들러리는 봉투를 뒤로 넘겼다. 전태윤과 신랑 들러리가 준비한 봉투를 다 받고서야 입을 열었다.“도련님, 예정
방안에 들어서니 하예정이 침대에 앉아 빙그레 웃으며 전태윤을 보고 있었고 전태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태윤은 자신의 아내가 매우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아내도 평소 잘 꾸미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그녀를 위해 맞춤 제작한 웨딩드레스로 갈아입고 전태윤이 보내준 보석을 착용하고 옅은 화장을 하니 하예정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전태윤의 시선은 아내에게 꽂혔고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신랑이 멍해진 것 좀 봐. ”모두는 몰래 웃었다.“빨간 웨딩 신발을 찾아야 예정이를 데려갈 수 있어요.”성소현은 전태윤에게 하예정의 신발을 찾으라고 했다.전태윤은 걸어가더니 아름다운 아내에게 먼저 진한 포옹을 건넸고 하예정이 착용하고 있던 보석들을 만지며 물었다.“이 액세서리들이 무거워?”지금 하예정은 수없이 많은 진귀한 액세서리들을 착용하고 있었다.하예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참을 만해요.”더 많은 액세서리가 있었지만 더는 착용할 수 없어서 보석함에 남겨두었다. 사람들에게 보석이 얼마나 있는지, 얼마나 귀중한 보석들이 들어있는지 알게 하려고 보석함을 모두 열어놓았다.하예정이 전태윤의 정체를 알았을 때 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속았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이혼을 요구했다. 이는 전태윤을 무척 놀라게 했다.전태윤은 하예정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하려고, 또 하예정이 전태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하려고 자신의 명의 아래 재산 전부를 모두 하예정에게 넘기려고 했다.하지만 하예정은 거절했다.하여 전태윤은 결혼 명의를 빌어 자신이 선물할 수 있는 모든 재산을 혼수품으로 하씨 집안으로 보냈다.하예진은 여동생을 아끼는 사람이었기에 전씨 가문에서 보내온 예물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모두 여동생에게 주었다.물론 하예정도 자신의 돈으로 여동생에게 혼수로 챙겨주었다.결혼식이 끝나면 하예정은 관성의 여 갑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기다려, 내가 바로 웨딩 신발을 찾으러 갈게. 찾으면 우리 함께 집으로 가자.”전태윤은
오늘 서원 리조트에는 손님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고 모두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전씨 가문은 리조트에서 연회를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연회를 열더라도 관성 호텔에서 진행했다.돌아가신 전씨 할아버지께서 아내를 위해 서원 리조트를 건축한 뒤로 전태윤의 부모가 결혼했을 때에만 서원 리조트에서 결혼식을 열었다.그 외 행사는 모두 관성 호텔에서 진행했다.곧 전태윤의 결혼식이 치러지자 전씨 할머니는 장손의 결혼식은 서원 리조트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하셨다.오늘 관성 호텔은 영업하지 않았지만, 회사 직원들을 초대하여 관성 호텔에 가서 축하주를 마시게끔 했다.그가 결혼하는 것은 전씨 그룹 전체가 경사를 맞이하는 것과 다름없다.정윤하는 현장의 사람들과 안면이 없었기에 소지훈은 지인에게 부탁하여 정윤하를 돌봐달라고 했다. 물론, 정윤하가 소지훈이 소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게 해서는 안 되었다.소지훈은 미리 모두에게 그를 보면 소 대표라고 불러 달라고 당부했다.아무도 감히 소지훈의 당부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정윤하는 서원 리조트에 처음 온 것은 아니지만 다시금 서원 리조트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정윤하는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을 필요 없었다. 소지훈이 전태윤을 따라 신부를 데리러 갈 때 그녀는 혼자 리조트를 거닐었다. 전태윤의 결혼식이었기에 서원 리조트도 결혼식 분위기로 아름답게 꾸며졌다.정윤하는 이 모든 것을 휴대전화로 찍어 놓았다.여기까지 온 것이 헛되지 않았다고 감탄했다.전태윤은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집을 나섰을 때 긴 웨딩카 행렬을 보더니 무척 놀라워했고 또 마냥 부럽기만 했다.그녀는 자라면서 수많은 결혼식에 참석해 봤지만, 처음으로 신부를 맞이하는 웨딩카가 100여 대나 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연성에서는 신부를 맞이하는 웨딩카가 10대 정도 되면 꽤 많은 편에 속했다.역시 관성의 갑부는 남달랐다.이는 전씨 가문과 전태윤이 하예정에 대한 진지한 태도의 표현이었다.정윤하는 하예정이 소설 속 신데렐라 여주인공처럼 느껴졌다. 부모도 없
지훈이 윤하를 바라보는 눈빛에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다.“윤하 씨가 좋아하면 매일 선물해 줄게요. 아니면 지금 도장에 꽃 가지러 같이 갈까요?”“같이 가요. 매일 선물 안 해줘도 돼요. 어쩌다 한 번씩 서프라이즈를 주는 게 더 좋아요. 매일 받으면 또 감흥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잖아요.”지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윤하 씨 말 들을게요.”지훈의 꽃 선물에 윤하는 꽃 떡을 떠올렸다.지훈도 자신이 매일 꽃 선물을 하면 윤하가 꽃 떡을 떠올리며 자신의 마음을 몰라줄까 걱정이 됐다.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은 아마도 돈이 아닐까?지훈은 돈으로 된 꽃다발을 선물해서 윤하가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게 해줄 수도 있었다.“먼저 옷 쇼핑가요, 제가 옷 선물을 해줄게요.”윤하는 꽃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옷 선물을 해주려 했다.“옷을 선물해 준다고요?”지훈은 아주 기뻤다.“지훈 씨가 추울 것 같아서 두꺼운 아우터를 선물해 주려고요. 근데 저는 지훈 씨처럼 명품은 못 사요. 삼십만 원 정도는 해줄 수 있어요. 혹시 마음에 안 들면 버리지 말고 저한테 줘요. 저희 큰오빠가 지훈 씨랑 키가 비슷하니까 큰오빠 주면 돼요.”지훈은 재빨리 대답했다. “마음에 안 들 리가요, 윤하 씨야말로 줬다 뺏기 없어요. 큰형님 옷도 많으시고 두꺼운 옷도 많으시잖아요. 저는 두꺼운 옷 별로 없어요. 저 사실 추위 많이 탄다고요. 집밖에 잘 안 나가고 매일 사무실, 도장, 윤하 씨 집, 난방이 있는 이 세 곳에만 있잖아요.”바로 전까지만 해도 추위를 안 탄다고 하던 지훈은 혹여나 윤하가 사준 옷을 큰형님한테 줄까 봐 추위를 많이 탄다고 엄살을 부렸다.“그럴 줄 알았어요. 남방 사람들은 연성에 오면 다들 춥다고 그래요. 아무리 지훈 씨가 이곳저곳 많이 다닌다고 하지만 그래도 관성에서 보낸 시간이 제일 오라잖아요. 연성이 안 춥다면 거짓말이죠.”지금의 관성은 날씨가 아주 좋아 윤하도 부러울 정도였다.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관성은 난방이 없어서 추울 땐 진짜로 추
윤하의 어머니는 잠깐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너희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래도 지훈이 돌아오면 너희가 한번 잘 물어봐. 안 그러면 나 계속 걱정돼서 잠 못 자니까. 그리고 지훈이 우리 윤하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걔는 부잣집 도련님이고 두 집안이 차이가 있잖아. 지훈이 부모님이 우리 윤하를 못 받아들일 수도 있고. 너희 아빠가 돌아오시면 내가 얘기 한번 해봐야겠어. 혁주를 데리고 관성에 가서 지훈이 부모님에 대해 좀 알아보라고 해야겠어.”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혼자 가도 돼요. 오늘 저녁에 바로 티켓 끊어서 내일 아침에 출발할게요.”“아버지랑 같이 가. 네가 아직 어려서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해. 아버지는 나이도 많고 사회생활도 수십 년 해왔으니 사람 보는 눈이 괜찮아. 딸을 시집보내는데 아버지가 돼서 시댁이 어떤지는 알아봐야지.”윤하 어머니는 지훈이 의심하지만 않는다면 자신도 함께 관성에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혁진이 말했다. “소 대표의 부모님이 우리 윤하를 싫어하시지는 않을 거예요. 소 대표 나이가 몇인데, 곧 사십이잖아요. 우리 윤하는 이제 스물넷인데 나무랄 게 뭐 있어요. 나무란다고 해도 우리가 소 대표를 나무라야 맞죠.”“소 대표 부모님께서 마음이 조급하시지 않을까요? 드디어 좋아하는 아가씨를 만났는데 그분들이 왜 나무라겠어요? 오히려 서둘러 결혼시키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 집안이 부자면 또 어때요? 우리 집안은 뭐 가난한가? 몇백억은 아니더라도 자산이 적지는 않잖아요. 어머니아버지가 윤하한테 집도 마련해 줬고 상가 부동산도 남들보다 훨씬 많은걸요.”“당연하지, 소씨 집안에서 우리 윤하를 마음에 안 들어 하기만 해 봐요.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잠깐, 우리 윤하가 아직 지훈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잖아요. 나중에 두 사람이 거리를 둔다고 해도 우리 윤하는 전혀 손해 볼 게 없어요.”“아쉬워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지훈이 아닌가.”“그래도 관성에 한번 가서 알아보는 게 좋아.” 혁주는 이미 휴대폰을 꺼내 티켓을 알아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윤하는 지훈과 함께 산책하러 나갔다.두 사람이 집 문을 나서자 혁진이 형에게 물었다.“형, 윤하 오늘 좀 이상하지 않아요? 얼굴도 자꾸 빨개지고 지훈이랑 눈도 못 마주치고 아주 부자연스러운 것이 평소랑은 많이 달라요. 이십몇 년 동안 오빠와 동생으로 지내면서 오늘 처음 수줍어하는 모습을 본 것 같아요. 쟤도 수줍어할 줄 아는 애였어요. 평소에는 그냥 남자애처럼 덜렁대고 뻔뻔하게 굴더니 수줍어하니 꽤 여자 같은데…”혁주는 말없이 차를 따랐다.윤하 어머니는 주방에서 설거지하다가 혁진의 말을 듣고 주방에서 뛰어나와 두 아들에게 말했다.“너희 둘 이리 와봐, 지훈이 없을 때 할 말이 있어.”“무슨 일이에요? 표정이 심각해 보이는데 안 좋은 일이에요?”혁진은 궁금증을 못 참고 주방으로 들어가다가 엄마의 표정을 보고 사뭇 진지해졌다.차를 따르던 혁주도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뛰어 들어오며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 소 대표가 무슨 말 하던가요? 소 대표가 우리 동생한테 고백했어. 근데 윤하가 아무런 준비 없던 상황에서 고백받아서 놀라서 도장을 뛰쳐나갔어. 내가 소 대표 보고 따라가지 말고 윤하한테 진정할 시간을 좀 주라고 했거든. 지금 보니 뭔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인데?”혁진은 혁주를 돌아보며 물었다. “형, 지훈이가 윤하한테 고백했다고요?”윤하 어머니는 입을 뗐다. “지훈이 질병이 있대. 걔가 윤하한테 솔직하게 털어놨는데 내가 엿듣다 보니 제대로 듣지 못했어. 병명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진짜로 병이 있나 봐. 그래서 여태까지 솔로였대.”“뭐라고요?”두 아들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두 사람은 안색이 급격히 변하더니 혁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설마 남자구실을 못 하는 건 아니겠죠?”“그렇게 티가 나는 질병이 아닌 것 같았어. 똑똑히 듣고 싶었는데 방문이 열려있어서 더 가까이 가지 못하겠더라. 영문을 모르니 더 속이 타네. 너희 둘은 남자애니까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해서. 조금 있다가 지훈이 돌아오면 너희 둘이
지훈이 대답하기도 전에 윤하의 목소리가 위층으로부터 들려왔다.“얘들아, 밥 먹어.”윤하 어머니가 주방에서 불렀다.식구들은 주방으로 들어가 일손을 도와 식자재를 날랐다. 그리고 둘러앉아 따뜻한 샤부샤부를 먹기 시작했다.정혁주는 아버지가 소장한 술과 잔을 네 개 가져오며 물었다.“엄마, 저희 오늘 한잔하고 싶은데 괜찮죠?”“외출을 안 하면 한 잔씩은 허락할게. 더는 안돼.”많이 마시다가 취하면 내일 출근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정혁주는 동의하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한 잔씩만 하기로.”한잔이라도 아예 못 마시는 것보다는 나았다.“윤하는 많이 마시지 마.”혁주는 동생에서 반 잔만 부어주었다.윤하는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내가 여자는 맞지만 주량은 오빠들 못지않거든요, 한잔 마신다고 취하지 않아요.”“너 계속 그러면 한입밖에 못 마시게 할거야. 그 잔 소 대표님 줘.”혁주는 큰오빠답게 여동생의 음주를 제한했다.혁주는 술을 붓고는 윤하에게 귀속말했다. “적게 마시고 정신 붙들고 있어. 있다가 소 대표님 취하면 너한테 진심인지 아닌지 확인해 봐. 술 취하면 진실을 토하게 되잖아. 그때 물어보면 진심을 알 수 있을 거야.”윤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어 하며 낮은 목소리로 큰오빠에게 말했다. “지훈씨 주량 엄청 세요, 그 한 병 다 마셔도 멀쩡할걸요.”술 한잔으로 지훈이 취하기를 기대하는 일은 망상에 불과했다.“난 지훈 씨가 한 말이 모두 진심이라고 믿어.”윤하는 지훈에게 반찬을 짚어주며 웃으며 말했다. “지훈 씨도 적게 마셔요, 식사가 끝나면 같이 산책해요.”“좋아요.”“밖에 엄청 추워.”윤하의 어머니가 말했다.“지훈이는 관성에서 왔잖아, 더 추워할걸. 난 시집온 지 몇십 년이 지났는데도 겨울에는 외출 잘 안 하잖아. 연성의 겨울 추위는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안 돼.”시집온 지 얼마 안 되였을 때 윤하 어머니는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친정집으로 가서 겨울을 보냈다.시간이 지나 아기들도 점점 커서 어린이집, 학교에 입학
“그래요, 알겠어요. 윤하 씨가 충분히 고민할 때까지 기다릴게요. 지금 당장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기다릴 수 있어요. 윤하 씨 마음에 들 때까지 제가 잘할게요.”윤하는 미소로 답했다. “지훈 씨가 마음에 안 들어서 가 아니라 저는 지훈 씨를 친구로 생각했는데 지훈 씨가 저한테 고백한것이 적응이 안 돼서 그래요. 한 번뿐인 결혼인데 신중해야죠.”“지훈 씨, 이건 저희 둘 사이 일이니까 제가 확답드리기 전까지 부모님께 말하지 말아 주세요. 부모님께서 제가 지훈 씨를 바로 승낙하지 않은 것을 알면 또 엄청나게 나무라실 거예요. 선을 그렇게 많이 봤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전적이 없으니 어쩔 수 없죠 뭐. 저희 아버지는 뭐라고 잔소리하시지 않으세요. 제가 아직 이십 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희 엄마가 마음이 급해 하세요. 제가 아버지를 따라 무술을 배우다 보니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남들한테 거친 인상을 남겨서 남자 친구가 없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혹여나 제가 결혼을 못 할까 봐 걱정이 많으세요. 제가 선을 보고 잘되지 않을 때마다 저희 아버지를 나무라세요, 아버지가 저를 망쳤다고요. 지훈 씨가 아마도 저희 엄마가 기대하시는 마지막 한 명일 거예요.”지훈은 윤하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며 답했다.“윤하 씨가 대답하기 전에 두 어르신께 말 안 할게요.”“아 맞다. 제가 지훈 씨를 알고 난 후에 선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잘 안됐어요. 혹시 지훈 씨가 손 쓴 것 아니죠?”“아니에요. 제가 연성에 와서 투자도 하고 자회사도 차리고 하다 보니 인맥이 점점 넓어지긴 했어도 저희 집안 인맥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요. 제가 한 일 아니에요.”그리고 지훈이 연성에 온 이후로 윤하도 선을 많이 보지는 않았다.연성에 중매쟁이들은 그녀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 하지 않았다.지훈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녀는 지훈이 한 말이 사실일 거라고 믿었다.“아니면 됐어요. 먼저 내려가 있어요. 저는 조금 앉아 진정하고 내려갈게요. 저의 두 오빠도
“제 아내로 산다면 예상치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걸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제가 온 힘을 다해서 지켜줄 거예요. 아무도 당신을 건드리지 못하게 지켜줄 거예요.”그는 소씨 가문의 도련님, 장차 소씨 가문을 책임질 인물로서 만약 아내도 지키지 못한다면 가문을 지킬 자격도 없는 셈이다.정윤하는 본능적으로 말했다. “저는 두렵지 않아요.”그녀는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었다.“당신과 당신 집안이 법을 어기는 일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당신들의 세력은 오롯이 당신들의 실력이죠.”소지훈은 황급히 말했다.“우리는 살인, 방화, 밀수 같은 불법은 저지르지 않아요. 장기 발전을 고려하고 있는데 어떻게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을 할 수 있겠어요? 그건 자살이나 마찬가지예요.”“전씨 할머니께서 그러셨지요. 만약 저희 소씨 집안이 법을 어기는 일을 한다면 어르신께서 제일 먼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요. 우리 집안은 전씨 할머니 덕을 크게 봤어요.”소씨 집안과 전씨 집안이 사이가 좋은 데는 전씨 할머니가 큰 몫을 했다. 그것이 주요 원인이었고 또 두 집안의 젊은 세대가 친구를 맺으면서 사이가 아주 끈끈해졌다.특히 소정남과 전태윤은 거의 부랄친구였다.“전씨 할머니요? 그분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윤하는 어르신을 만난 적이 있고 그분을 아주 존경했다.소지훈은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분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정말 멋진 분이시죠. 하지만 그분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지옥의 맛을 보여줄 거에요.” “그러게 왜 어르신을 화나게 하신 거에요? 심기를 건드리는 일을 하는데 화를 안 내는 게 더 이상한 거죠.”지훈은 웃어 보이고는 대꾸하지 않았다.그는 전씨 할머니랑 가까이 지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어르신의 웃음거리가 될까 봐 꺼려졌다.하지만 전씨 할머니를 만나면 혹시라도 골탕먹을까 봐 두려워 친손자보다도 더 싹싹하게 굴었다. 사실 그도 전씨 할머니를 존경했다.“지금 얘기 한 것들 말고 또 나한테 비밀이 있어요?”소지훈이 털어놓은 일들은 윤하가 감당할 만한
“조사라고 할 수도 없죠. 저는 단지 윤하 씨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에요. 윤하 씨는 저를 유일하게 설레게 만드는 여인이기 때문에 세상 끝까지 쫓아가더라도 윤하 씨를 찾았을 거예요. 윤하 씨 사진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소지훈은 모든 것을 숨김없이 사실대로 토로했다. 전태윤의 경험을 교훈 삼아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라장 좋다고 판단했다. 숨기는 시간이 너무 길면 마무리도 짓기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전태윤 부부도 초반에 하마터면 이혼할 뻔했다.“윤하 씨를 찾은 뒤로 저를 변태로 생각할까 봐 성급하게 다가가지도 못했어요. 하여 저의 부하들이 건달로 가장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제 차를 막아 저를 위험에 빠뜨려 윤하 씨가 저를 구해줄 기회를 만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윤하 씨를 제 생명의 은인으로 모시면서 잘해줄 수 있었거든요. 그럼 윤하 씨도 저를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요.”정윤하는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역시 아저씨가 계획하신 거군요.”“윤하 씨, 죄송해요. 그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애초부터 그렇게 윤하 씨를 속이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근데 저도 정말 어떻게 해야 윤하 씨에게 접근하되 미움받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도 누군가에게 구애한 적 없거든요. 사실 저는 젊은 여인과 거의 교제해보지 못했어요. 하여 가장 멍청한 방법을 생각해낸 거예요. 화를 내려면 저를 욕하고 때려도 좋으니까 제발 저를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정윤하는 자신이 화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화나지 않았지만, 기분이 좀 언짢았다.“제가 정말 좋은 일을 해서 사람을 구한 줄 알았는데 결국 아저씨의 작전일 뿐이었군요. 그럼 그 건달들도 아저씨가 청한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경찰서에 보내신 거예요?”소지훈은 사실 그대로 답했다.“네. 전부 저의 부하들이에요. 줄곧 저에게 충성을 다했고 저를 위해 일하신 분들이에요. 다들 실력이 강한 사람들인데 그날 밤 윤하 씨와 싸운 뒤로 일부 사람들은 상처를 입어 병원에 입
소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래서 저는 결혼을 아직 하지 못했어요. 제가 다른 여자들에게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의 병 때문에 상대방을 평생 과부로 살게 할 수는 없잖아요? 저의 부모님도 너무 조급하신 나머지 저에게 수많은 맞선 자리를 주선해 주셨는데 저는 정말 나가기 싫더라고요. 그 여자들의 사진들을 가져오면서 제가 그중 한 명에게 반응이 있기를 바라셨어요. 제가 어느 여자를 한 번만 더 쳐다봐도 우리 부모님께서는 제가 그 여인을 좋아하는 줄로만 아세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부모님이 오해하지 않도록 그 여자들을 피하는 수밖에 없었고요.”“윤하 씨, 저는 원래 평생 홀아비로 살 작정이었는데 관성의 공항에서 윤하 씨의 열쇠 꾸러미를 주울 줄 누가 알았겠어요? 열쇠고리에 작은 사진이 들어있는데 작은 사진 속의 윤하 씨를 보고 괜히 뽀뽀하고 싶고 심장이 두근두근해서 몰래 얼굴을 붉히기도 했어요. 지난 30여 년 동안 이런 느낌은 없었어요. 당신이 바로 하늘이 정해주신 운명적인 여신이에요. 윤하 씨는 이 세상에서 저를 구할 수 있는, 저를 정상적인 남자처럼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정윤하는 멍하니 듣고 있었지만, 또 흥미진진해서 마치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았다.만약 그녀가 소지훈 이야기 속의 여주인공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정말로 자신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윤하 씨.”소지훈은 정윤하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고백했다.“윤하 씨, 제가 아까 한 말은 전부 저의 진심이에요. 저는 정말 윤하 씨한테 첫눈에 반했어요. 평생 윤하 씨 말고는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제가 일시적인 호기심 때문에 윤하 씨와 함께 지낸다던가, 저의 마음이 변한다든가 하는 그 문제들은 절대로 저에게 일어나지 않을 게예요. 제가 그런 병에 걸렸기에 윤하 씨만 저를 치료해 줄 수 있거든요. 우리 부모님이 싫어하실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어요. 진짜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사실 우리 부모님은 이미 윤하 씨의 존재를 알고 계세요. 그
소지훈은 일어나서 윤미연에게 말했다.“이모, 그럼 저는 올라가서 윤하 씨와 얘기 좀 할게요. 제가 아픈 문제도 숨김없이 털어놓을게요.”“네. 그래요. 얘기 좀 잘 나누세요. 애들이 돌아오면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밥을 먹으라고 부를게요.”곧 소지훈은 위층으로 올라갔다.윤미연은 그의 등을 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병에 걸린 것 같지 않은데…. 대체 무슨 병에 걸렸다는 거지? 그 병으로 인해 지금까지 그 나이 먹도록 결혼하지 않았다니. 노총각이 결혼을 안 하는 건 다소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휴... 설마...”윤미연은 정윤하가 언제 남자친구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녀는 소지훈이 정말 마음에 들어 그를 이미 미래의 사위로 여겼다.정윤하는 소지훈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또 위층으로 올라간다는 말을 듣더니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소지훈이 아래층에서 윤미연과 함께 얘기를 나눈 사실을 모른 척했다.소지훈은 이내 정윤하의 방문 앞에 도착했고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방문을 잠그지 않았으니 들어오셔도 돼요.”정윤하가 안에서 대답했다.소지훈은 손잡이를 비틀어 방문을 열어 들어왔지만, 방문을 닫지 않았다.“윤하 씨.”정윤하는 소파에 앉아 그가 문을 밀고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며 놀란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어설픈 연기를 도저히 하지 못했다. 결국, 그가 묵묵히 다가오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윤하 씨, 얘기 좀 하고 싶은데...”소지훈은 정윤하의 곁에 앉았다.“물 마실래요?“정윤하가 물었다.“따듯한 물 한 잔 주세요.”그는 조금 이따가 말을 너무 많이 하면 목이 마를까 봐 걱정했다.정윤하는 일어나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준 다음 다시 앉아 소지훈을 쳐다보면서 입을 오므렸다. 그리고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아저씨, 아저씨랑 우리 엄마가 아래층에서 한 말을 다 들었어요. 병에 걸렸어요? 무슨 병이에요? 심각하세요?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말씀해 주시면 저희가 그쪽에 전문의사 선생님을 소개해 드릴게요.”소지훈은 꾸밈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