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명은 미소를 지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우빈은 고개를 돌리더니 노동명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아저씨, 왜 혼자 나왔어요? 제가 보디가드 삼촌을 데려와서 아저씨 옆에 있으라고 할게요.”노동명은 늘 곁에 보디가드를 데리고 다녔지만 하씨 가문 사람들이 바삐 돌아치고 있어서 보디가드를 보내 도와주라고 했다. 노동명은 멀리 나가지도 않으니 보디가드의 도움이 필요 없었다. 아직 제대로 걷지는 못하지만 일어나서 두 걸음 정도는 걸을 수 있었다.“괜찮아, 아저씨는 혼자서도 할 수 있어.”그러자 우빈이 입을 열었다.“그럼 제가 아저씨를 보살필게요. 엄마는 저한테 이모가 자지 않게 옆에서 감독하라고 했지만 아까 청양고추를 꺼내니까 이모가 졸리지 않다고 한 걸요!”우빈은 의기양양하게 말했고 하예진이 내준 임무를 잘 완성했기에 칭찬을 바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노동명은 우빈을 안아서 다리에 앉혔고 미소를 지었다.“우리 우빈이 정말 대단해, 고추는 어디서 난 거야? 고추를 먹으면 졸리지 않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주방에 있는 고추를 먹다가 매워서 울었는데 그 후로는 졸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모가 졸릴 때 주려고 고추를 가지고 올라갔어요. 아침에 엄마가 이모를 깨우는데 이모는 제가 어린이집 갈 때처럼 일어나지 않으려고 투정 부렸어요.”노동명이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너도 어린이집 가기 싫어서 일어나지 않았던 거야? 이모 결혼식이 끝나면 또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데? 우빈아,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일찍 일어나야 해. 우빈 엄마는 매일 아침 우빈이가 먹을 밥을 차려주고 네가 다 먹으면 어린이집까지 데려다주잖아. 그리고 하루 토스트 가게에 가서 토스트를 굽고 하루 레스토랑에 출근하거든. 엄마는 하루 종일 일해서 피곤하니까 우빈이가 엄마 말씀 잘 듣고 일찍 일어나야 해, 알았지?”우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아저씨, 앞으로 엄마 말씀 잘 듣고 일찍 일어날게요. 그런데 아침에 너무 졸려서 일어날 때마다 눈이 저절로 감겨요.”“넌 어린이집 가지 않는 날이면
전태윤의 웨딩카 행렬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웨딩카 행렬은 100대 정도 되는 스포츠카로 이루어졌고 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에서 출발해서 하씨 가문의 하늘 리조트로 향했고 오는 길 내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웨딩카 행렬을 사진 찍었다. 기사가 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전태윤은 기자를 초대해서 사진을 찍게 했고 결혼 소식이 널리 퍼질 수 있게 기사를 내달라고 부탁했다.전태윤은 하예정에게 관성을 떠들썩하게 하는 성대한 결혼식을 선물하고 싶었다. 이 규모는 소정남과 심효진의 결혼식을 훨씬 뛰어넘었다. 웨딩카 행렬을 발견한 노동명이 우빈한테 알려주었다.“우빈아, 엄마한테 이모부의 웨딩카가 도착했다고 알려줘.”우빈이 고개를 돌려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웨딩카 행렬을 발견했다.“아저씨, 이모부가 정말 저 차 안에 있는 거예요? 이모를 데리러 오는데 차가 왜 이렇게 많아요?”거리가 멀어서 제일 앞에 있는 차가 전태윤이 평소에 운전하던 차인지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 뒤로 많은 차량이 줄줄이 따라오고 있었다.“네 이모부는 저 차 안에 있을 거야. 이모부는 차가 여러 대 있으니 평소에 운전하던 차가 아닐 수도 있어.”우빈은 노동명의 품에서 벗어났고 신이 나서 말했다.“엄마한테 알려주러 갈게요!”우빈은 쏜살같이 달려갔고 달리면서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엄마, 엄마! 이모부 왔어요, 엄청 많은 차랑 함께 이모를 데리러 왔어요!”우빈이가 별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외치자 뭇사람들도 다 듣게 되었다. 하예진은 목소리를 듣고 방 안에서 나왔다.“엄마, 엄마!”우빈은 하예진 쪽으로 달려가서 다리를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엄마, 나 지금 예뻐요? 멋있어요?”하예진이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이모부가 데리러 온 건 네가 아니라 신부인데? 네가 예쁘든 아니든 상관없어.”“제가 화동이라면서요? 오늘 멋지게 차려입은 것도 이모 결혼식에서 주목받기 위해서인데, 당연히 멋져야죠!”우빈의 말에 뭇사람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하예진은 우빈을 안고는 볼에
성소현은 말하면서 웨딩카 행렬이 천천히 들어오는 것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신부 들러리들도 창가에 서서 영상을 찍었다. 성소현은 영상을 찍은 뒤, 침대 위에 앉아 있는 하예정한테 영상을 보여주었고 하예정은 미소를 지었다.“카톡으로 영상 보내주세요. 저장해서 나중에 두고두고 보려고요.”오늘은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날이 될 것이다. 전태윤은 약속대로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했고 하예정은 관성에서 여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여자가 되었다.하예정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이번 생에 전태윤처럼 멋지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고 여겼다. 전태윤은 하예정을 평생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맹세했다. 달콤하고 박력 있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성소현은 카톡으로 하예정에게 영상을 보내주었다.“촬영사가 결혼식 내내 따라다니면서 찍을 거니까 나중에 천천히 봐.”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다 추억으로 남을 거니까요.”성소현은 하예정의 곁에 앉아 꼭 끌어안고 말했다.“예정아, 행복해야 해. 난 네가 태윤 씨랑 백년해로하고 아들을... 아니, 너처럼 예쁜 딸을 낳길 바랄게.”하예정이 성소현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언니, 꼭 행복하게 잘 살게요. 고마워요.”성소현은 하예정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내가 너랑 태윤 씨를 이어준 것도 아니잖아.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될 운명이었던 거야.”“축하해줘서 고마워요.”성소현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우린 친구이자 자매니까 축복해 주는 건 당연한 거지. 난 가서 태윤 씨가 별장 안으로 들어왔는지 볼게. 문을 막을 때 태윤 씨가 준비한 꽃값을 가득 받지 못하면 이 문을 열고 들어오지 못하게 할 거야.”“고대의 신랑은 신부를 데리러 갈 때 즉흥적으로 시를 지어서 읊었다는데 전태윤 도련님한테도 시를 지으라고 할까요?”누군가 제안하자 하예정이 미소를 지었다.“저는 상관없으니 편한 대로 해요.”그러자 신부 들러리들은 성소현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시선이 느껴진 성소현이 피
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신부 들러리는 당황했다.“설마 벌써 올라왔겠어요?”신부 들러리는 창가에 가서 내려다보았다. 전태윤의 웨딩카 행렬이 별장 안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차량이 너무 많았고 하씨 가문 별장 마당에 하객 차들을 주차해서 웨딩카가 다 들어올 수 없었다. 웨딩카 행렬의 절반 정도 되는 차량이 별장 문 앞에서 멈췄다. 창가에서 내려다보면 하씨 가문 별장의 마당과 문 앞에 자동차 전시장처럼 차가 빼곡히 들어섰고 전부 스포츠카거나 그만큼 비싼 차량이었다.전태윤이 평소에 운전하던 롤스로이스는 웨딩카 행렬의 제일 앞에 있었고 꽃과 ‘우리 오늘 결혼해요’가 적힌 팻말로 장식해서 아주 예뻤다. 키가 훤칠하고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전태윤이 차에서 내렸다. 예전에는 보디가드한테 둘러싸여서 엄숙한 표정을 하고 있었겠지만 오늘은 만나는 사람한테 깍듯이 인사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성소현 말대로 전태윤은 신부 들러리가 아무리 난처하게 굴어도 웃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성소현은 절대 앞장서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결혼하면 전태윤이 성소현 가족 신분으로 예준하를 난처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전태윤 씨는 방금 차에서 내렸어요. 다른 사람이 문을 두드린 것 같아요.”신부 들러리 중 한 명이 말하면서 문을 열었고 우빈이 문이 열린 틈을 비집고 들어와 하예정 쪽으로 달려갔다. “이모, 이모! 이모부가 완전 많은 차와 함께 이모를 데리러 왔어요!”우빈은 하예정이 앉아 있는 침대 위에 올라가서는 신이 나서 말했다. 하예정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알려줘서 고마워.”“이모, 나 이뻐요? 멋져요?”우빈은 하예진한테 했던 질문을 똑같이 했고 침대에서 일어나 한 바퀴 돌았다. 우빈의 말에 방에 있는 여자들이 까르르 웃었다. 하예정이 우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우리 우빈이가 제일 예쁘고 멋져.”성소현은 우빈을 안아 들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우빈은 관성에서 제일 멋진 화동이 될 거야. 이모가 결혼할 때도 우빈이가 화동 해줄 거지?”“당연하죠!”우빈이 앳된
성소현은 방으로 들어온 우빈을 앞장세우기로 했다.“우빈아, 이모부가 곧 올라올 텐데 문 앞에 앉아서 시간 좀 끌어줘. 이모를 너무 빨리 데려가면 재미없잖아, 그렇지?”우빈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성소현한테 물었다.“이모부는 이모를 데리러 왔는데 빠를수록 좋은 거 아니에요? 왜 데려가지 못하게 막는 거죠? 저는 이모부를 따라가서 맛있는 걸 먹을 거라고요.”우빈은 전태윤이 하예정을 데리고 가지 않으면 맛있는 걸 먹지 못하는 줄 알았다. 당황한 성소현이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데려가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쉽게 데려가면 안 된다는 뜻이야. 이모는 소중한 사람이라서 데려가려면 대가를 치러야지. 우리가 이모부를 난처하게 하고 문제를 내어주면 이모부는 어렵게 만나게 된 네 이모를 소중히 여겨줄 거야.”“이모부는 원래부터 이모를 소중히 여겼잖아요, 그런데 왜 난처하게 하려는 거죠?”성소현은 말문이 막혔고 하예정한테 부탁했다.“예정아, 우빈이를 어쩌면 좋지? 문 앞에 서서 꽃값이나 받으라고 할까?”“돈을 받는 거라면 제가 할게요!”하예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우빈이 입을 열었다. 성소현이 하예정 방문 앞에 앉아서 돈만 받으라는 말에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고 여느 때보다 흥분되어 있었다. 돈을 받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었기 때문이다.“이모부는 저를 예뻐하니까 돈을 많이 줄 거예요!”뭇사람들이 배를 끌어안고 웃었고 성소현이 우빈의 얼굴을 만지면서 말했다.“우빈아, 돈을 많이 받으려면 방문 밖에서 이모부를 막아야 해. 그리고 이모부한테 사랑에 관한 시를 즉흥적으로 지어서 읊으라고 전해. 그럼 방에 있는 이모들이 듣고 마음에 들면 문을 열어줄 거야.”우빈은 사랑에 관한 시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돈을 받을 생각에 신이 났다. 그래서 성소현이 하는 말을 그대로 기억했고 문을 열면서 물었다.“이모, 지금부터 문을 막으면 되는 거죠?”“당연하지, 이모가 말했던 걸 잊지 않으면 돼.”우빈은 방문 앞에 앉아서 전태윤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후, 전태윤
“봉투를 몇 개 받으면 돼요?”우빈은 신이 나서 물었다. 자고로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네가 무거울 정도로 받으면 돼.”“돈봉투가 아무리 많아도 무겁지 않은데요?”성소현이 웃으면서 말했다.“우빈아, 계속 문을 막고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이모 불러.”성소현이 문을 닫자 우빈이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이모부, 돈봉투가 무거워서 들고 있지 못할 정도로 받아야 문을 열 수 있대요.”전태윤은 우빈한테 봉투를 두 개 더 건넸고 우빈이 봉투에 정신을 판 사이 한 번에 안아 들었다.“우빈아, 이모부는 예정된 시간 안에 네 이모를 데려가야 하고 넌 결혼식을 빛낼 화동이니까 이모부랑 같이 가자. 이모가 이모부를 너무 난처하게 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돼, 우빈이는 이모부를 도와줘야지.”“하지만 이모가 말한 대로 돈봉투를 받는 일이 재밌는걸요. 그리고 봉투가 무겁지 않아서 더 받을 수 있어요.”“우빈아, 아저씨가 너한테 돈봉투를 줄게.”소지훈이 우빈한테 돈봉투를 여러 개 쥐여주었다. 기분이 한결 좋아진 우빈은 고사리 같은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이모부, 얼른 이모를 데리고 가세요!”성소현이 사랑 시를 즉흥적으로 지어서 읊게 하라고 부탁한 건 완전히 잊었고 돈봉투를 꼭 쥐고 있었다. 신랑 들러리는 인수가 어마어마했기에 모든 사람한테 봉투를 받은 우빈은 봉투를 제대로 쥐고 있지 못했다. 전태윤은 우빈을 내려놓고 문을 두드렸다.문을 연 신부 들러리는 틈 사이로 전태윤과 우빈을 번갈아 보았다. 우빈은 멀찍이 서서 봉투가 몇 개인지 세어보고 있었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우빈은 개수를 셀 줄 알게 되었다. 신부 들러리는 우빈을 지켜보고 있었다.“하나, 둘, 셋...”‘우빈이는 돈봉투에 매료되었구나.’신부 들러리가 미소를 지으면서 전태윤한테 손을 내밀었다.“도련님, 성의를 보여주세요.”전태윤이 돈봉투를 여러 개 건네자 신부 들러리는 봉투를 뒤로 넘겼다. 전태윤과 신랑 들러리가 준비한 봉투를 다 받고서야 입을 열었다.“도련님, 예정
방안에 들어서니 하예정이 침대에 앉아 빙그레 웃으며 전태윤을 보고 있었고 전태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태윤은 자신의 아내가 매우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아내도 평소 잘 꾸미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그녀를 위해 맞춤 제작한 웨딩드레스로 갈아입고 전태윤이 보내준 보석을 착용하고 옅은 화장을 하니 하예정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전태윤의 시선은 아내에게 꽂혔고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신랑이 멍해진 것 좀 봐. ”모두는 몰래 웃었다.“빨간 웨딩 신발을 찾아야 예정이를 데려갈 수 있어요.”성소현은 전태윤에게 하예정의 신발을 찾으라고 했다.전태윤은 걸어가더니 아름다운 아내에게 먼저 진한 포옹을 건넸고 하예정이 착용하고 있던 보석들을 만지며 물었다.“이 액세서리들이 무거워?”지금 하예정은 수없이 많은 진귀한 액세서리들을 착용하고 있었다.하예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참을 만해요.”더 많은 액세서리가 있었지만 더는 착용할 수 없어서 보석함에 남겨두었다. 사람들에게 보석이 얼마나 있는지, 얼마나 귀중한 보석들이 들어있는지 알게 하려고 보석함을 모두 열어놓았다.하예정이 전태윤의 정체를 알았을 때 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속았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이혼을 요구했다. 이는 전태윤을 무척 놀라게 했다.전태윤은 하예정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하려고, 또 하예정이 전태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하려고 자신의 명의 아래 재산 전부를 모두 하예정에게 넘기려고 했다.하지만 하예정은 거절했다.하여 전태윤은 결혼 명의를 빌어 자신이 선물할 수 있는 모든 재산을 혼수품으로 하씨 집안으로 보냈다.하예진은 여동생을 아끼는 사람이었기에 전씨 가문에서 보내온 예물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모두 여동생에게 주었다.물론 하예정도 자신의 돈으로 여동생에게 혼수로 챙겨주었다.결혼식이 끝나면 하예정은 관성의 여 갑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기다려, 내가 바로 웨딩 신발을 찾으러 갈게. 찾으면 우리 함께 집으로 가자.”전태윤은
오늘 서원 리조트에는 손님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고 모두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전씨 가문은 리조트에서 연회를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연회를 열더라도 관성 호텔에서 진행했다.돌아가신 전씨 할아버지께서 아내를 위해 서원 리조트를 건축한 뒤로 전태윤의 부모가 결혼했을 때에만 서원 리조트에서 결혼식을 열었다.그 외 행사는 모두 관성 호텔에서 진행했다.곧 전태윤의 결혼식이 치러지자 전씨 할머니는 장손의 결혼식은 서원 리조트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하셨다.오늘 관성 호텔은 영업하지 않았지만, 회사 직원들을 초대하여 관성 호텔에 가서 축하주를 마시게끔 했다.그가 결혼하는 것은 전씨 그룹 전체가 경사를 맞이하는 것과 다름없다.정윤하는 현장의 사람들과 안면이 없었기에 소지훈은 지인에게 부탁하여 정윤하를 돌봐달라고 했다. 물론, 정윤하가 소지훈이 소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게 해서는 안 되었다.소지훈은 미리 모두에게 그를 보면 소 대표라고 불러 달라고 당부했다.아무도 감히 소지훈의 당부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정윤하는 서원 리조트에 처음 온 것은 아니지만 다시금 서원 리조트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정윤하는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을 필요 없었다. 소지훈이 전태윤을 따라 신부를 데리러 갈 때 그녀는 혼자 리조트를 거닐었다. 전태윤의 결혼식이었기에 서원 리조트도 결혼식 분위기로 아름답게 꾸며졌다.정윤하는 이 모든 것을 휴대전화로 찍어 놓았다.여기까지 온 것이 헛되지 않았다고 감탄했다.전태윤은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집을 나섰을 때 긴 웨딩카 행렬을 보더니 무척 놀라워했고 또 마냥 부럽기만 했다.그녀는 자라면서 수많은 결혼식에 참석해 봤지만, 처음으로 신부를 맞이하는 웨딩카가 100여 대나 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연성에서는 신부를 맞이하는 웨딩카가 10대 정도 되면 꽤 많은 편에 속했다.역시 관성의 갑부는 남달랐다.이는 전씨 가문과 전태윤이 하예정에 대한 진지한 태도의 표현이었다.정윤하는 하예정이 소설 속 신데렐라 여주인공처럼 느껴졌다. 부모도 없
문가희는 미안한 마음으로 여운초에게 말을 건넸다.“운초 씨, 먼저 안에 들어가 계세요. 제가 가서 용씨 사모님을 뵙고 올게요.”여운초는 명해은 일행이 이미 양유미에 의해 화려한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도 낯선 사람들을 보더니 다시 문가희에게 물었다.“가희 씨, 혹시 제가 가희 씨와 함께 용씨 사모님을 만나러 가도 괜찮겠어요? 제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문가희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 같이 가요. 그 용씨 사모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함께 보러 가죠. 저는 용씨 사모님이라는 분을 들어본 적 없어요.”문가희는 관성 상류 사회에서 정말로 용씨 성을 가진 사람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 사모님들도도 용씨 성을 가진 사모님들 들어본 적도 없었다.문가희는 정말 궁금했다.“제가 용씨 사모님을 한 번 본 있어요. 근데 제가 본 그 용씨 사모님과 오늘 밤 이분이 같은 사람 일지는 모르겠어요.”문가희는 여운초를 끌고 가다가 여운초의 말을 듣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만난 적 있다고요?”“네, 며칠 전 예정 씨의 서점에서 자신을 용씨 사모님이라고 자칭하는 사모님을 봤거든요. 20대 초반으로 나이가 아주 젊어 보였어요. 온몸은 화려하게 꾸몄고 예정 씨 서점으로 연습 책을 사러 가신 적 있거든요. 중학생인 시동생을 위해 연습 책을 사준다고 했어요.”문가희는 다른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용씨 사모님의 나이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감탄하며 물었다.“20대 초반에 시집갔다고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갔는지 확실히 좀 젊네요.”“제가 보기에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기껏해야 21살로 보였거든요.”여운별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여운별의 학업 성적은 여천우큼만 좋지 않았다. 보통 대학에 겨우 붙었지만, 여운별은 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추미자 부부도 여운별을 응석받이로 키웠고 또 집안 형편도 좋아서 설령 그녀가 좋은 학력이 없다고 해도 먹고 입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여 여운별 마음
여운초의 마음속은 일찌감치 벽돌로 높이 싸여져 그깟 소문으로 그녀를 다치게 하지 못했다.두 명의 큰고모와 여운별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전씨 가문의 명성을 훼손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로 마무리로 지어졌다.전이진이 무조건 그녀 곁에 서서 영원히 그녀를 믿고 지켜주는데 그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맞아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예전에도 사람들이 소현의 험담을 하며 짖궂은 말들을 했잖아요. 근데 운초 씨도 소현이와 친해지고 보니 그 소문이 가짜인 걸 아셨죠? 그러니까 남들이 뭐라고 하든간에 신경쓰지 말아요. 다들 질투해서 그런거니까.”여운초도 맞장구쳤다.“네. 소현 씨를 질투하는 거죠. 소현 씨 헛소문도 엄청 많이 퍼졌잖아요.”다행히 성소현은 성격이 밝아서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제멋대로 행동했다.남들은 단지 성소현이 전태윤에게 구애할 용기가 있는 것을 질투할 뿐이다.미혼인 전태윤은 수많은 여성의 이상형이었지만 그녀들은 전태윤에게 구애할 자신이 없었다.성소현은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공개적으로 전태윤에게 고백하고 추구했다. 성소현이 전태윤을 따라잡을 수 있든 없든 간에 그녀들은 질투심을 감추지 못하고 뒤에서 성소현의 험담을 하며 성소현의 명성을 손상시켰다.그리고 전태윤과 하예정의 부부 관계가 공개된 후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뒤에서 성소현를 비웃었는지 모른다.성소현과 하예정이 서로 맞서 싸우기를 바라고만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녀들은 또 한 번 실망했다.성소현은 소탈한 성격이라 사랑에 빠져들었다고 해도 이내 그 불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그녀는 전태윤이 결혼한 것을 알고 즉시 단념하고 이제는 그녀만의 행복을 찾아 A시의 명문가 예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게 되었다.예준하의 우수함은 관성의 업계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이에 대해 사람들의 부러움과 질투가 다시 일고 있었다.“아가씨.”뒤에서 하인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문가희와 여운초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무슨
“감사합니다.”여운초는 감사하다고 인사했다.양유미는 명해은에게 말을 건넸다.“해은 씨 며느리의 목소리도 너무 듣기 좋아요.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니까요. 당신 세 사람 모두 며느리가 생겼으니 행복하겠네요. 저는 며느리도 없고 사위도 없단 말이에요.”양유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두 아들과 딸 한 명을 바라보았다.막내아들은 아직 스무 살 남짓이 되어 내버려 둘 수 있지만, 장남과 딸은 모두 결혼 적령기에 들어섰지만, 아직 장가도 시집도 가지 않았다.양유미의 딸 문가희는 마침 성소현의 절친이었다.양유미는 사교성이 좋아서 이경혜뿐만 아니라 명해은 일행과도 너무 잘 어울려 다니면서도 두 가문 사람들의 미움을 사지 않았다.문가희는 한때 신분을 숨기고 연애를 한 적이 있었지만, 상대방 남자는 적게 분투하고 빨리 출세하기 위해 다른 집 여자를 선택하고 문가희를 포기했다.하지만 그 남자는 문가희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적게 분투하고 출세하기 쉬운 길인 줄 몰랐을 것이다.문가희가 실연당했을 때, 성소현은 종종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위로해주었다.하예정과 심효진도 성소현을 통해 문가희를 만났지만 만남 횟수가 적어서 서로 잘 알지는 못했다.문씨 가문에서 연회를 열 때 성소현도 당연히 초대받았지만, 성소현은 예준하와 예진 리조트로 돌아가야 했기에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이미 사랑의 아픔에서 벗어난 문가희는 여운초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웃고 있었다.문씨 가문의 큰 도련님은 침착한 표정으로 신사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양유미의 말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렸다.“가요. 우리 방에 들어가서 얘기해요. 가희야, 운초 씨를 잘 모셔.”양유미는 웃으며 사모님들을 집으안로 초대하고 딸 문가희에게는 여운초와 함께 얘기 좀 나누라고 분부했다. 문씨 가문의 두 도련님은 함께 길을 걷다가 그들의 아버지를 따라 다른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문가희와 여운초는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천천히 걸었다.문가희는 여운초가 시력은 회복했지만, 아직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
명해은은 곧 창문을 누르고 운전 기사에게 다시 계속해서 차를 몰아라고 분부했다.“어르신이 어린애 같다니까.”명해은이 중얼거렸다.여운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할머니께서 즐거우시면 됐죠. 할머니께서 매일 행복해하세요. 늘 인생은 불과 몇십 년밖에 없는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야 이 세상에 온 보람이 있다고 말하곤 하세요.”명해은은 전씨 할머니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그녀가 애초에 전씨 가문에 시집간 것은 남편과 마음이 맞은 것도 있었지만 시부모님의 인품과 전씨 가문의 가풍 때문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이 가문에 시집오게 되었다.사실이 증명했다시피 명해은은 시집을 잘못 가지 않았다.그녀가 전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수십 년이 지나도록 전혀 억울한 일이 없었다.시부모님은 아들보다 며느리들에게 더 잘해 주셨기 때문이다.심지어 며느리들이 아이를 낳아도 그들이 걱정할 필요 없이 시부모님이 직접 키워주셨다.전태윤 세대의 아홉 형제는 전지율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명은 전부 전씨 할머니 부부께서 키우셨다.전지율은 나이가 너무 어려서 전씨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만 해도 아직 어린 아기였다.하지만 전지율도 그의 형들을 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못지않을 것이다.여운초가 입을 열었다.“할머니 말씀이 맞은 것 같아요. 인생은 고난과 비바람으로 가득 차 있고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죠. 하여 인생을 웃으면서 살아야만 무지개를 맞이할 수 있는걸요.”명해은은 한참 동안 여운초를 쳐다보다가 웃으며 손을 뻗어 운초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할머니께서 왜 널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모두 강인하고 인생의 비바람에 맞선다고 해도 웃으며 맞이할 사람들이다.오늘 밤 연회를 여는 그 사모님은 그녀가 사는 큰 별장에서 모이자고 약속했다.명해은 일행이 별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차량이 천천히 별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주인집에서는 들어오는 손님들이 차량을 잘 세우도록 입구에 여러 사람을 배정했다.명해은의 차량
“할머니, 어디 가시려고요?”소정남은 전씨 할머니가 나가려는 것을 보면서 묻고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대답하셨다.“너무 오래 나가 놀았는데 산기슭에 있는 옛 친구들을 찾아가 이야기도 나누고 카드놀이도 해야지.”전씨 할머니는 귀부인티를 내지 않고 산기슭에 있는 노동자들의 부모님들과 잘 어울려 다니셨다.그 할머니들도 전씨 할머니와 이런저런 소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다.“이야기들 나누렴. 난 나가야겠어. 좀 이따가 밥 먹을 때 날 부를 필요 없어. 사람을 시켜 산기슭에 음식을 가져다주라고 해. 옛친구들과 함께 먹게. 어묵 같은 거 있으면 더 좋고.”“할머니, 연세가 많으셔서 그런 음식은 적게 드세요.”전씨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알았어. 안 먹을게.”“제가 할머니께 드시지 말라고 하면 할머니께서는 저를 욕하시더니 왜 예정이가 드시지 말라고 하면 바로 수긍하세요?”전태윤이 일부러 투덜거렸다.그는 전씨 할머니가 손자며느리가 생겼다고 손자를 안중에 두지도 않으신다고 불평했다.전씨 할머니는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를 떠나셨다.할머니는 하예정을 유난히 좋아하셨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듯했다.그러나 손자는 너무 많아서 그다지 소중하지 않았던 모양이다.떠들썩한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저녁 6시가 넘으니 날이 금세 어두워졌다.전씨 가문의 세 사모님은 여운초를 데리고 연회에 참석하러 집을 나섰다.전이진은 리조트 입구까지 배웅하며 끊임없이 명해은에게 당부했다.“엄마, 우리 운초 씨를 잘 돌봐주세요. 남들이 괴롭힘당하게 하지 말고요.”“알았어. 누가 감히 우리 며느리를 건드리면 내가 가장 먼저 그녀를 용서할 수 없을 거야!”명해은은 전이진의 잔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있었다.전이진은 또다시 들이밀었다.“아니면 제가 따라갈래요.”“네 아버지랑 다 집에 있는데 네가 따라가서 뭐 하게?”명해은은 운전 기사에게 차를 몰아라고 지시했고 창문을 눌러 아들에게 고개를 내밀어 말을 건넸다.“날도 어두워지고
전창빈은 할머니께 말씀드렸다.“할머니께서 조금 전에 저 보고 할머니를 잘 모셔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집에 방금 돌아오셨는데 물도 아직 한 모금 마시지 않으시고 바로 내려가셔서 카드놀이도 이야기도 나누시겠다고 하시다니.”하예정도 말했다.“할머니, 그 할머니들도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할머니께서도 오랜만에 돌아오셨는데 그 할머니들의 돈을 전부 따버리면 안 돼요.”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돈 내기하는 거 아니야. 카드놀이에서 지는 사람의 얼굴에 낙서하면서 노는 거지. 누가 얼굴에 가장 많이 그려지는지 지켜보면서 노는 거야.”현장의 사람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노인네의 세계를 그들은 아직 잘 모른다.어르신들 마음이 내키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재치다.곧, 소정남과 심효진 부부, 그리고 소정남 부모님도 함께 들어왔다.집안이 더 시끌벅적해졌다.전씨 할머니는 소정남의 아버지 소균혁을 보더니 물었다.“셋째야, 당신 집 맏이가 사돈집에 갔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안 왔어?”소정남의 아버지는 형제 중 셋째였다.전씨 할머니는 예전부터 줄곧 소균혁을 셋째라고 불렀다.“설전에야 돌아온다고 하셨어요.”소지훈은 정윤하에게 고백했고 정윤하도 소지훈에게도 약간의 관심이 가진 듯 했다.소지훈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정윤하는 수차례의 고민 끝에 결국 소지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며칠 만에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소균성 부부는 연성에서 너무 기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잊은듯했다.하마터면 홀아비가 될 뻔한 아들이 드디어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생겼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소균성 부부의 마음에 걸려 있던 큰 돌도 마침내 땅에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하여 너무 기뻐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비록 관성이 매우 춥고 가끔 눈이 온다고 해도 소균성 부부는 따뜻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차라리 정씨 가문에 틀어박혀 불을 쬐고 싶어 했다.세 식구가 정씨 가문 사람들이 정윤하와 소
“여보, 오늘 밤은 내가 선물한 보석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가.”“보석 반지만 이진 씨가 선물한 걸 착용하면 되잖아.”전이진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래, 그럼. 이것만은 우리 엄마에게 양보할게.”여운초는 웃긴다는 듯 그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참, 당신과 형수님께서 용씨 사모님도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한다고 하던데.”전이진은 문득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목소리와 몸매가 여운별과 닮은 그 젊은 사모님을 언급하자 여운초의 웃고 있던 얼굴이 굳어졌다.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마침 잘 지켜볼 수 있게 됐네. 진짜인지 가짜인지 잘 지켜보면 허점을 잡히기 마련이야.”“내가 시간 날 때 사람 시켜서 알아봤거든. 근데 그 사모님이 정말로 용씨 사모님이더라고. 남편이 정말로 용씨였어.”“응.”여운초는 용씨 사모님이 여운별이라고 의심은 하고 있지만, 증거는 없었다.만약 용씨 사모님과 여운별이 같은 사람이라면 분명 음모일 것이다. 만약 음모라면 배후에는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 모든 상황을 조종하고 있을 것이다.여운초는 10년 동안 어둠 속에서 살면서 인간성을 꿰뚫어 보게 되어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지금 여운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경계심을 품고 있다.그녀의 친어머니마저도 그녀가 죽기를 원했기에 그녀는 정말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나와 여운별은 20년 동안 자매로 지내면서 많은 일이 있었거든. 남들이 모르는 여운별의 사소한 습관들도 난 전부 잘 알고 있어. 아마 여운별 본인도 모를 수도 있어. 내가 몇 번만 더 만나고 접촉해 보면 분명 허점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 용씨 사모님도 우리 앞에 나타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만약 정말로 여운별이 가장한 거라면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 생활 습관은 고칠 수 없을 거야.”전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동일 인물이 옳든 아니든 용씨 사모님의 실체를 알기 전에는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아야 해.”“나도 알아. 아주버님과 형수님이 곧 돌아오실 거야.
그랬다. 전태윤도 하예정과 딸을 낳고 싶었다.특히 그가 매일 예지연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때마다 늘 딸이 갖고 싶었다.예준성의 그 보배 딸은 점점 더 귀여워지고 있었다. 옥같이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에 눈도 어찌나 동그란지 여기저기 눈동자를 굴려서 볼 때면 앞으로 분명 똑똑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예준성도 매일 SNS에 그의 보물단지 예지연의 사진을 몇 번이고 올린다.물론, 매일 예씨 가문의 대표 SNS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예준성은 소중한 딸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매우 아까워했다. 심지어 A시 사람들은 예씨 가문의 손자 세대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고 있다.예지연이 너무 어려서 어른들의 보호를 잘 받고 있었기에 언론에 아이의 정면 거의 찍히지 못했다.전태윤도 예준성의 SNS를 볼 수 있는 것도 하예정과 모연정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기 때문이지, 그와 예준성의 친분으로는 볼 수 없었다.그는 예준성이 전씨 가문이 딸을 낳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의 소중한 딸을 자랑한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때때로 예준성이 영상을 보내면 전태윤은 예준성이 보낸 영상을 반복해서 보곤 한다. 심지어 영상 속으로 들어가 예지연을 집으로 데려가 그의 딸로 삼고 싶은 충동까지 느끼고 있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그들은 할머니 일행이 돌아오면 모두 서원 리조트로 출발하려고 했다.어젯밤에 리조트로 돌아온 전이진 부부는 지금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다.여운초가 연회에서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고 전이 진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가끔 여운초가 남편에게 물었다.“이진 씨, 이 드레스를 입으면 어때?”“좋은데. 당신은 어떤 옷을 입어도 너무 예쁘고 너무 어울려.”전이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일어나서 여운초의 등 뒤로 가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여보,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우리 엄마와 함께 있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당신을 잘 보호할 수 있을 거야.”“처음으로 당신 아내의 신분으로 어머님을 따라
하예정은 무언가 떠오른 듯 전태윤에게 말했다. “태윤 씨, 우리도 리조트에 이틀 정도 지내러 갈까요? 주말에 출근도 안 하고 서점도 주말에는 문을 안 열잖아요.” 예전에는 서점만 운영할 때 주말에도 문을 열었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사업이 커지면서 서점은 그냥 하예정과 심효진의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애정으로 운영하는 곳이 된 것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전태윤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는데 친구인 소정남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를 읽고 나서 그는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래, 우리도 리조트에 가서 주말을 보내자.” “어머님, 아버님, 할머니도 오늘 가시니까 소정남 씨와 효진이도 불러서 점심 같이 먹어요. 샤부샤부 어때요? 오랜만에 샤부샤부 먹고 싶어요.” 하예정이 자주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는 것에 전현림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이의도 없이 받아들였다. 하예정이 자신의 어머니와 꽤 닮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한 것 같았다. 예전에 전씨 할머니가 일부러 하예정을 자신의 은인으로 만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덕분에 온 가족이 하예정에게 감사하게 되었고 전씨 할머니는 장남인 전태윤에게 하예정과 결혼하라고 했다. 전현림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니의 수법은 정말 대단해. 손자들도 어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다행히 전태윤과 하예정은 사이가 좋았으며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하예정을 아끼는 전태윤은 당연히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그는 소정남에게 답장을 보냈다. “예정아, 우리 아침 먹고 리조트로 가자. 소정남이랑 효진 씨도 리조트에서 만나자. 샤부샤부는 사람이 많아야 더 맛있잖아. 예준하 씨랑 소현 누나도 불러야겠다.” 전태윤이 제안했다. 하예정은 성소현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성소현은 사양했다. 그녀는 예준하와 A 시로 날아가 예진 리조트에서 며칠 지낼 예정이었다. 예준하를 계속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