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정윤하가 소지훈에게 그런 마음이 없다면 소지후은 또 말할 필요도 없었다.어쨌든 소지훈은 정윤하에게만 마음이 흔들리고 정윤하가 그에게 시집가야만 소지훈이 평생 홀로 살지 않아도 된다.정윤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저씨도 서둘러야 할걸요. 아저씨 부모님께서 엄청나게 걱정 하시겠어요.”“저의 부모님께서는 아직 저에게 결혼을 재촉하지 않으셨지만, 저의 오빠들이 부모님께 결혼 재촉당하시거든요. 오빠들은 집에 돌아가면 잔소리를 들을까 봐 귀에 솜을 쑤셔 넣고 있어요.”“오빠들의 요구가 너무 높거든요. 여자 친구를 소개해 주어 상대방을 만나면 상대방이 너무 연약하다고 싫어해요. 제 형제들은 싸움 실력이 강한 여자를 좋아하거든요. 우리 아빠는 화가 나서 몽둥이로 오빠들을 때릴 정도예요.”소지훈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윤하 씨 오빠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정상이라고 봐요. 윤하 씨 오빠들도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배웠으니 모두 무술을 배우는 여자들을 찾고 싶어 할 거예요. 윤하 씨는 무술 할 줄 아는 남자 친구를 찾고 싶죠?”정윤하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대답했다.“본능적으로 무술 할 줄 아는 남자를 찾고 싶어 했죠. 하지만 생각해보니 평범한 사람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결혼 후 부부싸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요.”“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배웠고 우리 도장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 보니 소개팅 자리도 잘 안 들어와요. 상대방이 제가 무술을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결혼한 뒤로 제가 괴롭힐까 봐 걱정하는 모양이더라고요.”소지훈이 이내 말을 이었다.“그런 생각을 하는 남자라면 고민할 필요조차 없어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결혼 후 가정 싸움하는 생각까지 하다니! 좋은 남자들 장가를 가면 모두 집에서 아내를 예뻐할 생각만 하거든요.”“우리 관성의 전 대표님을 예로 들면 그분은 무술을 할 줄 알고 실력도 꽤 좋거든요. 그분 아내도 싸움 실력이 어느 정도 있지만 두 사람이 진정으로 겨룬다면 아내가
“도착했어요.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정윤하는 소지훈을 데리고 작은 정원이 딸린 자가 건설 집으로 들어갔다.소지훈은 정씨 가문의 저택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미래의 처가를 낱낱이 조사했다.정씨 가문은 연성에서 돈이 많은 가문은 아니지만 그들의 도장은 연성에서 매우 유명했다.정씨 가문은 진정한 부잣집은 아니지만, 일반 가정보다 훨씬 나았다.그들은 이 집 말고도 다른 곳에도 집 몇 채를 가지고 있다.정합 도장이 점유하고 있는 장소도 정씨 가문의 소유였다.정윤하의 아버지 정수호는 장남이 도장을 이어받아야 했기에 자가 건설 집을 지어 장남에게 물려주려고 했다.그 외 나머지 집들을 작은아들과 딸 정윤하에게 나누어 주려고 한다.만약 또 집을 살 돈을 충분히 벌게 된다면 정수호는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어 작은아들에게 주고 나머지 부분적인 집들을 정윤하에게 혼수로 나누어 줄 예정이었다.그 외 나머지 집들은 정수호 부부가 임대료로 받아 말년을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정씨 가문이 현재 살고 있는 자가 건설 집은 세 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크기를 이웃과 비교하면 훨씬 넓었다.정원 입구에는 대문이 세워졌는데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병풍 벽이 보인다. 병풍 벽 한가운데에는 “복”이라는 큰 글자가 쓰여 있었다.소지훈은 정윤하를 따라 정원으로 들어갔는데 그 큰 “복”자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이곳에 큰 ‘무’라는 글자가 쓰여 있을 줄 알았어요.”“예전에 ‘무'자를 크게 붙였었는데 우리 엄마가 모두 다 떼어버렸어요. 아버지가 붙일 때마다 어머니가 따라다니면서 떼어버리셨거든요. 도장에 ‘무'자를 얼마든지 붙여도 되지만 집만큼은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 뒤로 아빠는 다시는 붙이지 않으셨고요.”“우리 집은 집안을 어떻게 꾸밀지는 우리 엄마가 알아서 하시고 우리 아버지는 관여하지 않으세요. 부부 싸움하기 일쑤니까요. 우리 아버지 무술 실력은 대단하지만, 엄마한테 쫓기워 다니시곤 해요. 그래서 우리 아빠가 엄마께 잡혀서 사신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계세요
정수호는 이내 놀란 표정을 거두어들였고 딸의 소개로 소지훈과 서로 인사를 나눈 후 공손한 태도로 소지훈을 집으로 초대했다.정윤하의 오빠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그녀의 집에 들어간 소지훈은 손에 들고 온 선물을 내려놓았다.정수호는 소지훈에게 앉으라고 표시한 뒤 그에게 말을 건넸다.“많은 선물을 들고 오셨네요. 고마워요.”“윤하 씨가 저를 구해주셨어요. 그날 밤 제가 식사하고 집에 가던 길에 몇몇 건달들을 만났는데 큰일 날 뻔했거든요. 그때 윤하 씨가 지나가다가 저를 도와 그 강도들을 때려눕히고 경찰에 신고했거든요.”“처음 뵙겠습니다.”정수호는 딸이 소지훈을 구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우리 딸은 항상 남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앞으로 우리 집으로 올 때 이렇게 많이 사 오지 않으셔도 돼요. 윤하야, 지훈 씨께 차 끓여드려.”정윤하의 엄마 윤미연은 앞치마를 두른 채로 부엌에서 나왔다.정윤하는 소지훈에게 어머니를 소개해주었다.소지훈은 윤미연이 나오자 재빨리 일어나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윤미연은 방금 전 대화를 못 듣고 딸이 남자 친구를 데리고 그들 부부를 만나러 온 줄 알았다.윤미연은 소지훈과 몇 마디 인사를 나눈 뒤 웃으며 말했다.“얼른 앉으세요. 제가 요리를 해올 테니 좀 이따가 함께 식사해요.”“먼저 일 보세요.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찾아왔네요.”“아니에요. 편하게 앉아 계세요.”윤미연이 딸에게 따라오라는 눈짓을 보내자 정윤하는 차를 끓이는 도구들을 가지고 어머니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갔다.부엌으로 들어가자 윤미연은 이내 딸에게 물었다.“네 남자 친구야? 언제부터 사귀었어? 얼마나 사귄 거야? 네가 데이트하러 나간 것도 못 봤는데... 지금 아빠와 엄마한테 인사하러 온 거야?”윤미연은 딸에게 물어보는 동시에 휴대전화를 꺼내 아들에게 전화했다.아들이 전화를 받자 그녀는 아들에게 말했다.“돌아올 때 몇 가지 맛있는 요리들을 사와. 윤하가 남자 친구를 데리
윤미연은 실망한 모습이었지만 곧 다시 기뻐했다.그녀는 딸에게 말했다.“윤하야, 소지훈 씨는 아직 싱글이지? 우리 도장에서 무술을 배우든 안 배우든 이왕 만난 김에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건 어때? 혹시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정윤하는 어두운 얼굴로 대답했다.“엄마, 지훈 씨는 회사 대표예요. 수억 원짜리 고급 차를 모는 회사 대표는 미래의 아내에 대한 요구도 높을걸요. 게다가 우리 두 사람은 현실적으로도 차이가 너무 커요. 그리고 저는 부잣집에 시집가고 싶지도 않아요.”“그리고 지훈 씨는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요. 이미 35세인데 저보다 10살은 더 많아요. 저는 그분을 아저씨라고 불러요.”윤미연은 딸의 머리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아저씨라고 부르기엔 너무 젊었잖아. 오빠라고 해도 돼. 너도 너보다 8살 위인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잖아. 8살 차이나 10살 차이나 다름없어. 관리를 잘한 것 좀 봐. 20대처럼 보이잖아. 네 오빠보다 훨씬 어려 보여.”정윤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엄마, 그분은 무술을 배우고 싶어 할 뿐이에요. 이런 말은 우리 가족들이 있을 때만 해요. 다른 사람이 들으면 제가 시집 못 가서 안달 난 줄 알겠어요.”“넌 이미 스물네 살이야. 시집가기엔 적당한 나이지. 일찍 시집가고 싶지 않으면 믿을 만한 남자를 골라서 연애나 해. 맞다! 너는 연애도 안 해봤지? 휴, 걱정돼 죽겠어.”“네 아빠는 왜 널 어린 나이에 무술을 배우게 했는지 몰라. 유치원 때부터 싸움꾼이었는지라 싸움에서 진 적도 없잖아.”윤미연은 옛날 일을 생각하더니 이가 갈렸다.그녀는 아들 둘과 딸 한 명을 낳았는데 하나뿐인 딸을 공주처럼 예쁘게 키우고 싶어 했다.딸의 얼굴은 윤미연이 원하는 대로 예쁘게 생겼다. 어릴 때는 얼굴이 뽀얗고 맑았으며 무척 귀여웠다.살아있는 인형이라고 할 정도였다.그러나 무술을 배운 후로 딸이 다른 사람으로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딸을 괴롭혀야 딸이 반격했다.딸이 어려서부터 무술
소지훈도 부모님의 결혼 재촉에 시달린다고 했다.정윤하는 소지훈의 서른 살 은 나이를 생각하면서 그가 부모님의 결혼 재촉을 받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여겼다.하지만 그녀는 겨우 20대로 매우 젊었기에 어머니가 지금 자신의 결혼을 걱정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정윤하는 아직 시집가고 싶지 않았다. 시집을 간다고 해도 그녀의 무술 실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를 찾고 싶어 했다.“엄마, 걱정하시려면 저의 두 오빠를 먼저 걱정하세요. 큰오빠는 32세이고 둘째 오빠도 벌써 28세예요. 오빠들이 먼저 결혼해야 제가 시집을 가죠.”두 아들에 대해 말하자면, 윤미연은 또 마음이 답답했다.윤미연은 혼자 중얼거렸다.“요즘 젊은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우리 때는 성인이 되면 바로 결혼을 생각하곤 했는데... 남자든 여자든 성인이 되면 결혼을 해야 하는데, 왜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지 몰라.”“시집가더라도 아이 딱 한 명만 낳으려고 하잖아. 아이가 얼마나 외로워. 자고로 아이를 많이 낳으면 복도 많아진다고 했는데. 적어도 2명은 낳아야지. 외롭지도 않고 얼마나 좋아!”“나중에 우리가 늙으면 형제자매들끼리 서로 상의도 하고 혼자 그 모든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되기에 스트레스도 덜 받을 텐데.”어머니의 잔소리에 정윤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엄마가 못 보셔서 그래요.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대출 모두 사람을 죽인다니까요. 집 한 채를 사면 부모님과 자식들의 모든 저축금을 다 써버리잖아요. 소비가 얼마나 높아요. 게다가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비용은 또 터무니없이 많이 들어요.”“지금은 옛날처럼 아이를 굶기지 않으면 된다는 그 시대가 아니라고요. 지금 세대가 사람을 얼마나 목말라 죽이는지 몰라요. 심지어 유치원 때부터 경쟁한다니까요.”“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커서 혼자 살기도 쉽지 않은 시대에 자식 키우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어요.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여러 대출을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데 누가
“이렇게 많이 차릴 필요 없어요.”소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정윤하도 웃었다.“과일과 간식뿐인걸요. 우리 어머니께서 아직 밥을 다 하지 않으셨어요. 배고프실 텐데 이 간식들을 먼저 드시면서 요기하세요. 아빠, 아저씨랑 먼저 얘기 나누세요. 제가 들어가서 엄마를 도와드릴게요.”말을 마친 정윤하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소지훈은 정윤하가 부엌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정수호에게 칭찬했다.“윤하 씨는 싸움 실력도 훌륭하고 마음씨도 고울 뿐만 아니라 요리도 잘하시네요. 따님을 정말 잘 키우셨어요.”정수호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과찬입니다만 우리 윤하는 정말로 훌륭하죠.”정수호는 딸을 매우 예뻐했다. 자신을 칭찬하는 것보다 딸을 칭찬하는 것을 더 기뻐했다.“우리 딸이 말하길 지훈 씨가 제 밑에서 무술을 배우고 싶어 하신다면서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한참 딴 얘기를 나누던 정수호는 그제야 본론으로 들어갔다.소지훈은 솔직하게 말했다.“네, 저는 무술을 배우고 싶어요. 며칠 전에 윤하 씨도 저에게 제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기본기만 훈련해 몸을 단련할 수 있을 정도로 배우면 된다고 하셨어요. 제가 기본기만 배우면 되나요?”“올해 34세군요.”소지훈은 눈치껏 세는 나이로 말하지 않고 만으로 나이를 말했다.정수호는 딸이 따라준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신 뒤 찻잔을 내려놓고 소지훈을 잠깐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지훈 씨 나이로 지금 시작하기엔 좀 늦었어요. 나이가 어찌 됐든 우리 도장에 처음으로 들어오면 일반적으로 기본기부터 훈련을 받아야 해요. 결과는 개인에 따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만요.”정합 도장이 모집한 학생들중 무술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먼저 정윤하의 두 오빠가 가르치다가 어느 정도 배운 뒤에야 정수호가 직접 가르쳤다.그리고 그 무술을 배운 엘리트 학생들은 정합 도장을 대신에 해 여러 대회에 참가하여 수많은 영광을 안아왔다.정합 도장도 무술 도덕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도
“정 관장님, 제 사업은 아주 크게 하고 있지만 우리 회사에도 든든한 관리팀이 있어 제가 1년 동안 회사에 복귀하지 않아도 문제없을 정도입니다. 일단 먼저 저 스스로 연습해보고 제가 어떤 정도까지 연마해낼 수 있는지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경호원도 구해야 하는데 때가 되면 정 관장님께서 인품 좋고 실력 좋은 청년을 경호원으로 제게 소개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복지와 혜택은 우리 회사 일반 사무직과 같습니다. 일만 잘한다면 절대 손해 보는 일 없게 하겠습니다.”정윤하는 말했다. 정합 도장은 학생들에게 무술을 배워 신체를 튼튼하게 하는 법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게끔 인도하기도 한다고 말이다. 만약 학생이 무술로 사람을 속이거나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다면 정합 도장은 반드시 제일 이른 시일 내에 해당 학생들을 찾아 처벌을 내릴 것이다.처벌을 내린 후 그 학생들과는 관계를 끊고 다시는 그런 사회의 불량배들이 본인을 정합 도장의 학생이라고 소개하는 일이 없게 한다.정 관장이 직접 소개한 사람이라면 소지훈은 절대적으로 시름을 놓는다.물론 정말 정 관장이 소개해준 사람을 쓴다면 소지훈은 계속해서 연기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태윤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하지만 완전히 그렇지도 않다. 적어도 소지훈은 가난한 척은 하지 않았다. 단지 정윤하에게 자신이 소씨 가문의 가주 아들인 것을 밝히지 않았을 뿐이었다.“지훈 씨께서 결정하셨으니 힘닿는 데까지 노력해보겠습니다.”“날도 어두워지고 지훈 씨도 멀리 오셨으니 오늘은 이만 쉬십시오. 내일 지훈 씨에게 우리 도장을 참관시켜드리겠습니다. 지훈 씨께서 무술을 연마하는 고생을 감수하실 수 있다고 확신이 설 때 결정 하셔도 됩니다.”그들 또한 소지훈의 인품을 검증해야 했다.어린아이들이 도장에 들어온다면 어린 나이에 잘 훈육할 수 있고 어린아이들이 정확한 인생관을 가질 수 있도록 잘 인도해줄 것이다.하지만 소지훈은 이미 서른이 넘었고 중년에 접어든 성공한 사람이자 사업계의
잠시 후 정 관장은 소지훈의 말에 대답했다.“지훈 씨, 윤하는 이미 어른이고 윤하가 어디를 가고 싶어 하든지는 본인의 자유입니다. 그저 윤하가 부모인 우리에게 말을 해주고 어디로 갔는지만 알려주면 되는 것입니다.”“제 딸이 가고 싶어 하는 한 우리는 아무런 의견도 없습니다.”정 관장이 걱정하는 것은 그의 딸이 멀리 나가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따위의 것이 아니었다. 그의 딸을 놓고 봤을 때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었다.다만 소지훈과 함께 전 대표의 결혼식에 참석한다면 사람들이 그의 딸 정윤하와 소지훈의 관계를 오해하기에 십상이었다.딸은 이미 스물네 살이었고 아내는 정 관장이 딸에게 무술을 가르쳐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기개를 가지게 한 것이 오히려 남자들이 놀라 떨어지게 하였고 여태까지 관심을 가지는 남자들이 없게 만들었다고 투덜대왔다. 이상의 모든 것을 고려해본 정 관장은 딸이 소지훈과 함께 전 대표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을 막지 않기로 했다.딸이 더 큰 세상을 보고 시야를 넓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소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정 관장님은 깨어있는 가장이시네요.”정 관장은 웃으며 소지훈에게 과일과 간식을 먹으라고 건네주었다.소지훈은 과일만 맛을 보았을 뿐 간식은 입에 대지 않았다.밖에서는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소지훈은 낯선 남자의 외침을 들었다.“막내야, 네가 원하던 새우전이랑 호박전 사 왔어!”“어머니, 사 오라고 하셨던 반찬 사 왔어요. 집에 귀한 손님 오셨죠? 좋은 술 한 병 사 왔으니 손님 대접 제대로 해드릴게요. 어머니 오늘 저녁에는 귀한 손님과 두 잔 정도는 마셔도 되죠?”들어온 두 명의 남자는 정윤하의 두 오빠였다.포장한 새우전과 호박전을 손에 든 남자는 정윤하의 작은 오빠였고 반찬을 손에 든 남자는 정윤하의 큰 오빠였다.정 씨네 삼 남매는 모두 애주가였다. 아니, 어쩌면 일가 다섯 식구 중에서 네 명이 애주가라고 하는 게 맞았다. 정윤하의 어머니 윤미연만이 술을 마시지 않고 남편
지훈이 윤하를 바라보는 눈빛에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다.“윤하 씨가 좋아하면 매일 선물해 줄게요. 아니면 지금 도장에 꽃 가지러 같이 갈까요?”“같이 가요. 매일 선물 안 해줘도 돼요. 어쩌다 한 번씩 서프라이즈를 주는 게 더 좋아요. 매일 받으면 또 감흥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잖아요.”지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윤하 씨 말 들을게요.”지훈의 꽃 선물에 윤하는 꽃 떡을 떠올렸다.지훈도 자신이 매일 꽃 선물을 하면 윤하가 꽃 떡을 떠올리며 자신의 마음을 몰라줄까 걱정이 됐다.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은 아마도 돈이 아닐까?지훈은 돈으로 된 꽃다발을 선물해서 윤하가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게 해줄 수도 있었다.“먼저 옷 쇼핑가요, 제가 옷 선물을 해줄게요.”윤하는 꽃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옷 선물을 해주려 했다.“옷을 선물해 준다고요?”지훈은 아주 기뻤다.“지훈 씨가 추울 것 같아서 두꺼운 아우터를 선물해 주려고요. 근데 저는 지훈 씨처럼 명품은 못 사요. 삼십만 원 정도는 해줄 수 있어요. 혹시 마음에 안 들면 버리지 말고 저한테 줘요. 저희 큰오빠가 지훈 씨랑 키가 비슷하니까 큰오빠 주면 돼요.”지훈은 재빨리 대답했다. “마음에 안 들 리가요, 윤하 씨야말로 줬다 뺏기 없어요. 큰형님 옷도 많으시고 두꺼운 옷도 많으시잖아요. 저는 두꺼운 옷 별로 없어요. 저 사실 추위 많이 탄다고요. 집밖에 잘 안 나가고 매일 사무실, 도장, 윤하 씨 집, 난방이 있는 이 세 곳에만 있잖아요.”바로 전까지만 해도 추위를 안 탄다고 하던 지훈은 혹여나 윤하가 사준 옷을 큰형님한테 줄까 봐 추위를 많이 탄다고 엄살을 부렸다.“그럴 줄 알았어요. 남방 사람들은 연성에 오면 다들 춥다고 그래요. 아무리 지훈 씨가 이곳저곳 많이 다닌다고 하지만 그래도 관성에서 보낸 시간이 제일 오라잖아요. 연성이 안 춥다면 거짓말이죠.”지금의 관성은 날씨가 아주 좋아 윤하도 부러울 정도였다.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관성은 난방이 없어서 추울 땐 진짜로 추
윤하의 어머니는 잠깐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너희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래도 지훈이 돌아오면 너희가 한번 잘 물어봐. 안 그러면 나 계속 걱정돼서 잠 못 자니까. 그리고 지훈이 우리 윤하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걔는 부잣집 도련님이고 두 집안이 차이가 있잖아. 지훈이 부모님이 우리 윤하를 못 받아들일 수도 있고. 너희 아빠가 돌아오시면 내가 얘기 한번 해봐야겠어. 혁주를 데리고 관성에 가서 지훈이 부모님에 대해 좀 알아보라고 해야겠어.”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혼자 가도 돼요. 오늘 저녁에 바로 티켓 끊어서 내일 아침에 출발할게요.”“아버지랑 같이 가. 네가 아직 어려서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해. 아버지는 나이도 많고 사회생활도 수십 년 해왔으니 사람 보는 눈이 괜찮아. 딸을 시집보내는데 아버지가 돼서 시댁이 어떤지는 알아봐야지.”윤하 어머니는 지훈이 의심하지만 않는다면 자신도 함께 관성에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혁진이 말했다. “소 대표의 부모님이 우리 윤하를 싫어하시지는 않을 거예요. 소 대표 나이가 몇인데, 곧 사십이잖아요. 우리 윤하는 이제 스물넷인데 나무랄 게 뭐 있어요. 나무란다고 해도 우리가 소 대표를 나무라야 맞죠.”“소 대표 부모님께서 마음이 조급하시지 않을까요? 드디어 좋아하는 아가씨를 만났는데 그분들이 왜 나무라겠어요? 오히려 서둘러 결혼시키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 집안이 부자면 또 어때요? 우리 집안은 뭐 가난한가? 몇백억은 아니더라도 자산이 적지는 않잖아요. 어머니아버지가 윤하한테 집도 마련해 줬고 상가 부동산도 남들보다 훨씬 많은걸요.”“당연하지, 소씨 집안에서 우리 윤하를 마음에 안 들어 하기만 해 봐요.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잠깐, 우리 윤하가 아직 지훈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잖아요. 나중에 두 사람이 거리를 둔다고 해도 우리 윤하는 전혀 손해 볼 게 없어요.”“아쉬워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지훈이 아닌가.”“그래도 관성에 한번 가서 알아보는 게 좋아.” 혁주는 이미 휴대폰을 꺼내 티켓을 알아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윤하는 지훈과 함께 산책하러 나갔다.두 사람이 집 문을 나서자 혁진이 형에게 물었다.“형, 윤하 오늘 좀 이상하지 않아요? 얼굴도 자꾸 빨개지고 지훈이랑 눈도 못 마주치고 아주 부자연스러운 것이 평소랑은 많이 달라요. 이십몇 년 동안 오빠와 동생으로 지내면서 오늘 처음 수줍어하는 모습을 본 것 같아요. 쟤도 수줍어할 줄 아는 애였어요. 평소에는 그냥 남자애처럼 덜렁대고 뻔뻔하게 굴더니 수줍어하니 꽤 여자 같은데…”혁주는 말없이 차를 따랐다.윤하 어머니는 주방에서 설거지하다가 혁진의 말을 듣고 주방에서 뛰어나와 두 아들에게 말했다.“너희 둘 이리 와봐, 지훈이 없을 때 할 말이 있어.”“무슨 일이에요? 표정이 심각해 보이는데 안 좋은 일이에요?”혁진은 궁금증을 못 참고 주방으로 들어가다가 엄마의 표정을 보고 사뭇 진지해졌다.차를 따르던 혁주도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뛰어 들어오며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 소 대표가 무슨 말 하던가요? 소 대표가 우리 동생한테 고백했어. 근데 윤하가 아무런 준비 없던 상황에서 고백받아서 놀라서 도장을 뛰쳐나갔어. 내가 소 대표 보고 따라가지 말고 윤하한테 진정할 시간을 좀 주라고 했거든. 지금 보니 뭔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인데?”혁진은 혁주를 돌아보며 물었다. “형, 지훈이가 윤하한테 고백했다고요?”윤하 어머니는 입을 뗐다. “지훈이 질병이 있대. 걔가 윤하한테 솔직하게 털어놨는데 내가 엿듣다 보니 제대로 듣지 못했어. 병명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진짜로 병이 있나 봐. 그래서 여태까지 솔로였대.”“뭐라고요?”두 아들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두 사람은 안색이 급격히 변하더니 혁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설마 남자구실을 못 하는 건 아니겠죠?”“그렇게 티가 나는 질병이 아닌 것 같았어. 똑똑히 듣고 싶었는데 방문이 열려있어서 더 가까이 가지 못하겠더라. 영문을 모르니 더 속이 타네. 너희 둘은 남자애니까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해서. 조금 있다가 지훈이 돌아오면 너희 둘이
지훈이 대답하기도 전에 윤하의 목소리가 위층으로부터 들려왔다.“얘들아, 밥 먹어.”윤하 어머니가 주방에서 불렀다.식구들은 주방으로 들어가 일손을 도와 식자재를 날랐다. 그리고 둘러앉아 따뜻한 샤부샤부를 먹기 시작했다.정혁주는 아버지가 소장한 술과 잔을 네 개 가져오며 물었다.“엄마, 저희 오늘 한잔하고 싶은데 괜찮죠?”“외출을 안 하면 한 잔씩은 허락할게. 더는 안돼.”많이 마시다가 취하면 내일 출근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정혁주는 동의하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한 잔씩만 하기로.”한잔이라도 아예 못 마시는 것보다는 나았다.“윤하는 많이 마시지 마.”혁주는 동생에서 반 잔만 부어주었다.윤하는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내가 여자는 맞지만 주량은 오빠들 못지않거든요, 한잔 마신다고 취하지 않아요.”“너 계속 그러면 한입밖에 못 마시게 할거야. 그 잔 소 대표님 줘.”혁주는 큰오빠답게 여동생의 음주를 제한했다.혁주는 술을 붓고는 윤하에게 귀속말했다. “적게 마시고 정신 붙들고 있어. 있다가 소 대표님 취하면 너한테 진심인지 아닌지 확인해 봐. 술 취하면 진실을 토하게 되잖아. 그때 물어보면 진심을 알 수 있을 거야.”윤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어 하며 낮은 목소리로 큰오빠에게 말했다. “지훈씨 주량 엄청 세요, 그 한 병 다 마셔도 멀쩡할걸요.”술 한잔으로 지훈이 취하기를 기대하는 일은 망상에 불과했다.“난 지훈 씨가 한 말이 모두 진심이라고 믿어.”윤하는 지훈에게 반찬을 짚어주며 웃으며 말했다. “지훈 씨도 적게 마셔요, 식사가 끝나면 같이 산책해요.”“좋아요.”“밖에 엄청 추워.”윤하의 어머니가 말했다.“지훈이는 관성에서 왔잖아, 더 추워할걸. 난 시집온 지 몇십 년이 지났는데도 겨울에는 외출 잘 안 하잖아. 연성의 겨울 추위는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안 돼.”시집온 지 얼마 안 되였을 때 윤하 어머니는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친정집으로 가서 겨울을 보냈다.시간이 지나 아기들도 점점 커서 어린이집, 학교에 입학
“그래요, 알겠어요. 윤하 씨가 충분히 고민할 때까지 기다릴게요. 지금 당장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기다릴 수 있어요. 윤하 씨 마음에 들 때까지 제가 잘할게요.”윤하는 미소로 답했다. “지훈 씨가 마음에 안 들어서 가 아니라 저는 지훈 씨를 친구로 생각했는데 지훈 씨가 저한테 고백한것이 적응이 안 돼서 그래요. 한 번뿐인 결혼인데 신중해야죠.”“지훈 씨, 이건 저희 둘 사이 일이니까 제가 확답드리기 전까지 부모님께 말하지 말아 주세요. 부모님께서 제가 지훈 씨를 바로 승낙하지 않은 것을 알면 또 엄청나게 나무라실 거예요. 선을 그렇게 많이 봤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전적이 없으니 어쩔 수 없죠 뭐. 저희 아버지는 뭐라고 잔소리하시지 않으세요. 제가 아직 이십 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희 엄마가 마음이 급해 하세요. 제가 아버지를 따라 무술을 배우다 보니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남들한테 거친 인상을 남겨서 남자 친구가 없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혹여나 제가 결혼을 못 할까 봐 걱정이 많으세요. 제가 선을 보고 잘되지 않을 때마다 저희 아버지를 나무라세요, 아버지가 저를 망쳤다고요. 지훈 씨가 아마도 저희 엄마가 기대하시는 마지막 한 명일 거예요.”지훈은 윤하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며 답했다.“윤하 씨가 대답하기 전에 두 어르신께 말 안 할게요.”“아 맞다. 제가 지훈 씨를 알고 난 후에 선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잘 안됐어요. 혹시 지훈 씨가 손 쓴 것 아니죠?”“아니에요. 제가 연성에 와서 투자도 하고 자회사도 차리고 하다 보니 인맥이 점점 넓어지긴 했어도 저희 집안 인맥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요. 제가 한 일 아니에요.”그리고 지훈이 연성에 온 이후로 윤하도 선을 많이 보지는 않았다.연성에 중매쟁이들은 그녀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 하지 않았다.지훈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녀는 지훈이 한 말이 사실일 거라고 믿었다.“아니면 됐어요. 먼저 내려가 있어요. 저는 조금 앉아 진정하고 내려갈게요. 저의 두 오빠도
“제 아내로 산다면 예상치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걸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제가 온 힘을 다해서 지켜줄 거예요. 아무도 당신을 건드리지 못하게 지켜줄 거예요.”그는 소씨 가문의 도련님, 장차 소씨 가문을 책임질 인물로서 만약 아내도 지키지 못한다면 가문을 지킬 자격도 없는 셈이다.정윤하는 본능적으로 말했다. “저는 두렵지 않아요.”그녀는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었다.“당신과 당신 집안이 법을 어기는 일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당신들의 세력은 오롯이 당신들의 실력이죠.”소지훈은 황급히 말했다.“우리는 살인, 방화, 밀수 같은 불법은 저지르지 않아요. 장기 발전을 고려하고 있는데 어떻게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을 할 수 있겠어요? 그건 자살이나 마찬가지예요.”“전씨 할머니께서 그러셨지요. 만약 저희 소씨 집안이 법을 어기는 일을 한다면 어르신께서 제일 먼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요. 우리 집안은 전씨 할머니 덕을 크게 봤어요.”소씨 집안과 전씨 집안이 사이가 좋은 데는 전씨 할머니가 큰 몫을 했다. 그것이 주요 원인이었고 또 두 집안의 젊은 세대가 친구를 맺으면서 사이가 아주 끈끈해졌다.특히 소정남과 전태윤은 거의 부랄친구였다.“전씨 할머니요? 그분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윤하는 어르신을 만난 적이 있고 그분을 아주 존경했다.소지훈은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분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정말 멋진 분이시죠. 하지만 그분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지옥의 맛을 보여줄 거에요.” “그러게 왜 어르신을 화나게 하신 거에요? 심기를 건드리는 일을 하는데 화를 안 내는 게 더 이상한 거죠.”지훈은 웃어 보이고는 대꾸하지 않았다.그는 전씨 할머니랑 가까이 지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어르신의 웃음거리가 될까 봐 꺼려졌다.하지만 전씨 할머니를 만나면 혹시라도 골탕먹을까 봐 두려워 친손자보다도 더 싹싹하게 굴었다. 사실 그도 전씨 할머니를 존경했다.“지금 얘기 한 것들 말고 또 나한테 비밀이 있어요?”소지훈이 털어놓은 일들은 윤하가 감당할 만한
“조사라고 할 수도 없죠. 저는 단지 윤하 씨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에요. 윤하 씨는 저를 유일하게 설레게 만드는 여인이기 때문에 세상 끝까지 쫓아가더라도 윤하 씨를 찾았을 거예요. 윤하 씨 사진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소지훈은 모든 것을 숨김없이 사실대로 토로했다. 전태윤의 경험을 교훈 삼아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라장 좋다고 판단했다. 숨기는 시간이 너무 길면 마무리도 짓기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전태윤 부부도 초반에 하마터면 이혼할 뻔했다.“윤하 씨를 찾은 뒤로 저를 변태로 생각할까 봐 성급하게 다가가지도 못했어요. 하여 저의 부하들이 건달로 가장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제 차를 막아 저를 위험에 빠뜨려 윤하 씨가 저를 구해줄 기회를 만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윤하 씨를 제 생명의 은인으로 모시면서 잘해줄 수 있었거든요. 그럼 윤하 씨도 저를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요.”정윤하는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역시 아저씨가 계획하신 거군요.”“윤하 씨, 죄송해요. 그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애초부터 그렇게 윤하 씨를 속이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근데 저도 정말 어떻게 해야 윤하 씨에게 접근하되 미움받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도 누군가에게 구애한 적 없거든요. 사실 저는 젊은 여인과 거의 교제해보지 못했어요. 하여 가장 멍청한 방법을 생각해낸 거예요. 화를 내려면 저를 욕하고 때려도 좋으니까 제발 저를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정윤하는 자신이 화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화나지 않았지만, 기분이 좀 언짢았다.“제가 정말 좋은 일을 해서 사람을 구한 줄 알았는데 결국 아저씨의 작전일 뿐이었군요. 그럼 그 건달들도 아저씨가 청한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경찰서에 보내신 거예요?”소지훈은 사실 그대로 답했다.“네. 전부 저의 부하들이에요. 줄곧 저에게 충성을 다했고 저를 위해 일하신 분들이에요. 다들 실력이 강한 사람들인데 그날 밤 윤하 씨와 싸운 뒤로 일부 사람들은 상처를 입어 병원에 입
소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래서 저는 결혼을 아직 하지 못했어요. 제가 다른 여자들에게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의 병 때문에 상대방을 평생 과부로 살게 할 수는 없잖아요? 저의 부모님도 너무 조급하신 나머지 저에게 수많은 맞선 자리를 주선해 주셨는데 저는 정말 나가기 싫더라고요. 그 여자들의 사진들을 가져오면서 제가 그중 한 명에게 반응이 있기를 바라셨어요. 제가 어느 여자를 한 번만 더 쳐다봐도 우리 부모님께서는 제가 그 여인을 좋아하는 줄로만 아세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부모님이 오해하지 않도록 그 여자들을 피하는 수밖에 없었고요.”“윤하 씨, 저는 원래 평생 홀아비로 살 작정이었는데 관성의 공항에서 윤하 씨의 열쇠 꾸러미를 주울 줄 누가 알았겠어요? 열쇠고리에 작은 사진이 들어있는데 작은 사진 속의 윤하 씨를 보고 괜히 뽀뽀하고 싶고 심장이 두근두근해서 몰래 얼굴을 붉히기도 했어요. 지난 30여 년 동안 이런 느낌은 없었어요. 당신이 바로 하늘이 정해주신 운명적인 여신이에요. 윤하 씨는 이 세상에서 저를 구할 수 있는, 저를 정상적인 남자처럼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정윤하는 멍하니 듣고 있었지만, 또 흥미진진해서 마치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았다.만약 그녀가 소지훈 이야기 속의 여주인공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정말로 자신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윤하 씨.”소지훈은 정윤하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고백했다.“윤하 씨, 제가 아까 한 말은 전부 저의 진심이에요. 저는 정말 윤하 씨한테 첫눈에 반했어요. 평생 윤하 씨 말고는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제가 일시적인 호기심 때문에 윤하 씨와 함께 지낸다던가, 저의 마음이 변한다든가 하는 그 문제들은 절대로 저에게 일어나지 않을 게예요. 제가 그런 병에 걸렸기에 윤하 씨만 저를 치료해 줄 수 있거든요. 우리 부모님이 싫어하실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어요. 진짜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사실 우리 부모님은 이미 윤하 씨의 존재를 알고 계세요. 그
소지훈은 일어나서 윤미연에게 말했다.“이모, 그럼 저는 올라가서 윤하 씨와 얘기 좀 할게요. 제가 아픈 문제도 숨김없이 털어놓을게요.”“네. 그래요. 얘기 좀 잘 나누세요. 애들이 돌아오면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밥을 먹으라고 부를게요.”곧 소지훈은 위층으로 올라갔다.윤미연은 그의 등을 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병에 걸린 것 같지 않은데…. 대체 무슨 병에 걸렸다는 거지? 그 병으로 인해 지금까지 그 나이 먹도록 결혼하지 않았다니. 노총각이 결혼을 안 하는 건 다소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휴... 설마...”윤미연은 정윤하가 언제 남자친구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녀는 소지훈이 정말 마음에 들어 그를 이미 미래의 사위로 여겼다.정윤하는 소지훈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또 위층으로 올라간다는 말을 듣더니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소지훈이 아래층에서 윤미연과 함께 얘기를 나눈 사실을 모른 척했다.소지훈은 이내 정윤하의 방문 앞에 도착했고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방문을 잠그지 않았으니 들어오셔도 돼요.”정윤하가 안에서 대답했다.소지훈은 손잡이를 비틀어 방문을 열어 들어왔지만, 방문을 닫지 않았다.“윤하 씨.”정윤하는 소파에 앉아 그가 문을 밀고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며 놀란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어설픈 연기를 도저히 하지 못했다. 결국, 그가 묵묵히 다가오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윤하 씨, 얘기 좀 하고 싶은데...”소지훈은 정윤하의 곁에 앉았다.“물 마실래요?“정윤하가 물었다.“따듯한 물 한 잔 주세요.”그는 조금 이따가 말을 너무 많이 하면 목이 마를까 봐 걱정했다.정윤하는 일어나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준 다음 다시 앉아 소지훈을 쳐다보면서 입을 오므렸다. 그리고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아저씨, 아저씨랑 우리 엄마가 아래층에서 한 말을 다 들었어요. 병에 걸렸어요? 무슨 병이에요? 심각하세요?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말씀해 주시면 저희가 그쪽에 전문의사 선생님을 소개해 드릴게요.”소지훈은 꾸밈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