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연은 실망한 모습이었지만 곧 다시 기뻐했다.그녀는 딸에게 말했다.“윤하야, 소지훈 씨는 아직 싱글이지? 우리 도장에서 무술을 배우든 안 배우든 이왕 만난 김에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건 어때? 혹시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정윤하는 어두운 얼굴로 대답했다.“엄마, 지훈 씨는 회사 대표예요. 수억 원짜리 고급 차를 모는 회사 대표는 미래의 아내에 대한 요구도 높을걸요. 게다가 우리 두 사람은 현실적으로도 차이가 너무 커요. 그리고 저는 부잣집에 시집가고 싶지도 않아요.”“그리고 지훈 씨는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요. 이미 35세인데 저보다 10살은 더 많아요. 저는 그분을 아저씨라고 불러요.”윤미연은 딸의 머리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아저씨라고 부르기엔 너무 젊었잖아. 오빠라고 해도 돼. 너도 너보다 8살 위인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잖아. 8살 차이나 10살 차이나 다름없어. 관리를 잘한 것 좀 봐. 20대처럼 보이잖아. 네 오빠보다 훨씬 어려 보여.”정윤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엄마, 그분은 무술을 배우고 싶어 할 뿐이에요. 이런 말은 우리 가족들이 있을 때만 해요. 다른 사람이 들으면 제가 시집 못 가서 안달 난 줄 알겠어요.”“넌 이미 스물네 살이야. 시집가기엔 적당한 나이지. 일찍 시집가고 싶지 않으면 믿을 만한 남자를 골라서 연애나 해. 맞다! 너는 연애도 안 해봤지? 휴, 걱정돼 죽겠어.”“네 아빠는 왜 널 어린 나이에 무술을 배우게 했는지 몰라. 유치원 때부터 싸움꾼이었는지라 싸움에서 진 적도 없잖아.”윤미연은 옛날 일을 생각하더니 이가 갈렸다.그녀는 아들 둘과 딸 한 명을 낳았는데 하나뿐인 딸을 공주처럼 예쁘게 키우고 싶어 했다.딸의 얼굴은 윤미연이 원하는 대로 예쁘게 생겼다. 어릴 때는 얼굴이 뽀얗고 맑았으며 무척 귀여웠다.살아있는 인형이라고 할 정도였다.그러나 무술을 배운 후로 딸이 다른 사람으로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딸을 괴롭혀야 딸이 반격했다.딸이 어려서부터 무술
소지훈도 부모님의 결혼 재촉에 시달린다고 했다.정윤하는 소지훈의 서른 살 은 나이를 생각하면서 그가 부모님의 결혼 재촉을 받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여겼다.하지만 그녀는 겨우 20대로 매우 젊었기에 어머니가 지금 자신의 결혼을 걱정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정윤하는 아직 시집가고 싶지 않았다. 시집을 간다고 해도 그녀의 무술 실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를 찾고 싶어 했다.“엄마, 걱정하시려면 저의 두 오빠를 먼저 걱정하세요. 큰오빠는 32세이고 둘째 오빠도 벌써 28세예요. 오빠들이 먼저 결혼해야 제가 시집을 가죠.”두 아들에 대해 말하자면, 윤미연은 또 마음이 답답했다.윤미연은 혼자 중얼거렸다.“요즘 젊은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우리 때는 성인이 되면 바로 결혼을 생각하곤 했는데... 남자든 여자든 성인이 되면 결혼을 해야 하는데, 왜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지 몰라.”“시집가더라도 아이 딱 한 명만 낳으려고 하잖아. 아이가 얼마나 외로워. 자고로 아이를 많이 낳으면 복도 많아진다고 했는데. 적어도 2명은 낳아야지. 외롭지도 않고 얼마나 좋아!”“나중에 우리가 늙으면 형제자매들끼리 서로 상의도 하고 혼자 그 모든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되기에 스트레스도 덜 받을 텐데.”어머니의 잔소리에 정윤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엄마가 못 보셔서 그래요.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대출 모두 사람을 죽인다니까요. 집 한 채를 사면 부모님과 자식들의 모든 저축금을 다 써버리잖아요. 소비가 얼마나 높아요. 게다가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비용은 또 터무니없이 많이 들어요.”“지금은 옛날처럼 아이를 굶기지 않으면 된다는 그 시대가 아니라고요. 지금 세대가 사람을 얼마나 목말라 죽이는지 몰라요. 심지어 유치원 때부터 경쟁한다니까요.”“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커서 혼자 살기도 쉽지 않은 시대에 자식 키우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어요.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여러 대출을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데 누가
“이렇게 많이 차릴 필요 없어요.”소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정윤하도 웃었다.“과일과 간식뿐인걸요. 우리 어머니께서 아직 밥을 다 하지 않으셨어요. 배고프실 텐데 이 간식들을 먼저 드시면서 요기하세요. 아빠, 아저씨랑 먼저 얘기 나누세요. 제가 들어가서 엄마를 도와드릴게요.”말을 마친 정윤하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소지훈은 정윤하가 부엌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정수호에게 칭찬했다.“윤하 씨는 싸움 실력도 훌륭하고 마음씨도 고울 뿐만 아니라 요리도 잘하시네요. 따님을 정말 잘 키우셨어요.”정수호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과찬입니다만 우리 윤하는 정말로 훌륭하죠.”정수호는 딸을 매우 예뻐했다. 자신을 칭찬하는 것보다 딸을 칭찬하는 것을 더 기뻐했다.“우리 딸이 말하길 지훈 씨가 제 밑에서 무술을 배우고 싶어 하신다면서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한참 딴 얘기를 나누던 정수호는 그제야 본론으로 들어갔다.소지훈은 솔직하게 말했다.“네, 저는 무술을 배우고 싶어요. 며칠 전에 윤하 씨도 저에게 제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기본기만 훈련해 몸을 단련할 수 있을 정도로 배우면 된다고 하셨어요. 제가 기본기만 배우면 되나요?”“올해 34세군요.”소지훈은 눈치껏 세는 나이로 말하지 않고 만으로 나이를 말했다.정수호는 딸이 따라준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신 뒤 찻잔을 내려놓고 소지훈을 잠깐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지훈 씨 나이로 지금 시작하기엔 좀 늦었어요. 나이가 어찌 됐든 우리 도장에 처음으로 들어오면 일반적으로 기본기부터 훈련을 받아야 해요. 결과는 개인에 따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만요.”정합 도장이 모집한 학생들중 무술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먼저 정윤하의 두 오빠가 가르치다가 어느 정도 배운 뒤에야 정수호가 직접 가르쳤다.그리고 그 무술을 배운 엘리트 학생들은 정합 도장을 대신에 해 여러 대회에 참가하여 수많은 영광을 안아왔다.정합 도장도 무술 도덕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도
“정 관장님, 제 사업은 아주 크게 하고 있지만 우리 회사에도 든든한 관리팀이 있어 제가 1년 동안 회사에 복귀하지 않아도 문제없을 정도입니다. 일단 먼저 저 스스로 연습해보고 제가 어떤 정도까지 연마해낼 수 있는지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경호원도 구해야 하는데 때가 되면 정 관장님께서 인품 좋고 실력 좋은 청년을 경호원으로 제게 소개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복지와 혜택은 우리 회사 일반 사무직과 같습니다. 일만 잘한다면 절대 손해 보는 일 없게 하겠습니다.”정윤하는 말했다. 정합 도장은 학생들에게 무술을 배워 신체를 튼튼하게 하는 법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게끔 인도하기도 한다고 말이다. 만약 학생이 무술로 사람을 속이거나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다면 정합 도장은 반드시 제일 이른 시일 내에 해당 학생들을 찾아 처벌을 내릴 것이다.처벌을 내린 후 그 학생들과는 관계를 끊고 다시는 그런 사회의 불량배들이 본인을 정합 도장의 학생이라고 소개하는 일이 없게 한다.정 관장이 직접 소개한 사람이라면 소지훈은 절대적으로 시름을 놓는다.물론 정말 정 관장이 소개해준 사람을 쓴다면 소지훈은 계속해서 연기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태윤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하지만 완전히 그렇지도 않다. 적어도 소지훈은 가난한 척은 하지 않았다. 단지 정윤하에게 자신이 소씨 가문의 가주 아들인 것을 밝히지 않았을 뿐이었다.“지훈 씨께서 결정하셨으니 힘닿는 데까지 노력해보겠습니다.”“날도 어두워지고 지훈 씨도 멀리 오셨으니 오늘은 이만 쉬십시오. 내일 지훈 씨에게 우리 도장을 참관시켜드리겠습니다. 지훈 씨께서 무술을 연마하는 고생을 감수하실 수 있다고 확신이 설 때 결정 하셔도 됩니다.”그들 또한 소지훈의 인품을 검증해야 했다.어린아이들이 도장에 들어온다면 어린 나이에 잘 훈육할 수 있고 어린아이들이 정확한 인생관을 가질 수 있도록 잘 인도해줄 것이다.하지만 소지훈은 이미 서른이 넘었고 중년에 접어든 성공한 사람이자 사업계의
잠시 후 정 관장은 소지훈의 말에 대답했다.“지훈 씨, 윤하는 이미 어른이고 윤하가 어디를 가고 싶어 하든지는 본인의 자유입니다. 그저 윤하가 부모인 우리에게 말을 해주고 어디로 갔는지만 알려주면 되는 것입니다.”“제 딸이 가고 싶어 하는 한 우리는 아무런 의견도 없습니다.”정 관장이 걱정하는 것은 그의 딸이 멀리 나가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따위의 것이 아니었다. 그의 딸을 놓고 봤을 때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었다.다만 소지훈과 함께 전 대표의 결혼식에 참석한다면 사람들이 그의 딸 정윤하와 소지훈의 관계를 오해하기에 십상이었다.딸은 이미 스물네 살이었고 아내는 정 관장이 딸에게 무술을 가르쳐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기개를 가지게 한 것이 오히려 남자들이 놀라 떨어지게 하였고 여태까지 관심을 가지는 남자들이 없게 만들었다고 투덜대왔다. 이상의 모든 것을 고려해본 정 관장은 딸이 소지훈과 함께 전 대표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을 막지 않기로 했다.딸이 더 큰 세상을 보고 시야를 넓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소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정 관장님은 깨어있는 가장이시네요.”정 관장은 웃으며 소지훈에게 과일과 간식을 먹으라고 건네주었다.소지훈은 과일만 맛을 보았을 뿐 간식은 입에 대지 않았다.밖에서는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소지훈은 낯선 남자의 외침을 들었다.“막내야, 네가 원하던 새우전이랑 호박전 사 왔어!”“어머니, 사 오라고 하셨던 반찬 사 왔어요. 집에 귀한 손님 오셨죠? 좋은 술 한 병 사 왔으니 손님 대접 제대로 해드릴게요. 어머니 오늘 저녁에는 귀한 손님과 두 잔 정도는 마셔도 되죠?”들어온 두 명의 남자는 정윤하의 두 오빠였다.포장한 새우전과 호박전을 손에 든 남자는 정윤하의 작은 오빠였고 반찬을 손에 든 남자는 정윤하의 큰 오빠였다.정 씨네 삼 남매는 모두 애주가였다. 아니, 어쩌면 일가 다섯 식구 중에서 네 명이 애주가라고 하는 게 맞았다. 정윤하의 어머니 윤미연만이 술을 마시지 않고 남편
두 형제는 서둘러 도망갔다.엄마 윤미연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바로 두 형제가 여동생을 한평생 먹여 살린다는 것이었다.소지훈은 정윤하의 두 오빠가 나온 것을 보고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정 관장은 주동적으로 두 아들을 소지훈에게 소개해 주었고 정 관장의 소개가 끝나자 소지훈은 미래의 두 형님에게 인사를 하였다.정 씨네 두 형제는 예의 바르게 소지훈과 인사를 나누며 동시에 소지훈을 훑어보았다.모두가 다시 자리에 앉은 후 정윤하의 큰 오빠는 소지훈에게 물었다.“지훈 씨께서는 이번에 스승님을 뵙고 무술을 배우러 오셨다고 저희 여동생에게서 들었습니다.”소지훈은 미소를 유지하며 대답했다.“그렇습니다.”정윤하의 둘째 오빠는 다소 직설적으로 소지훈에게 말했다.“지훈 씨의 나이는 무술을 연마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설령 우리 도장의 인성 테스트에 통과한 뒤 돈을 내고 도장에 입관하신다고 해도 배울 수 있는 게 없으니 공돈을 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저희 정합 도장은 그런 야비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소지훈은 웃으며 말했다.“그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윤하 씨와 정 관장님 모두 저에게 똑똑히 알려주었습니다. 돈은 저에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단지 단련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어떤 정도까지 무술을 연마해낼 수 있는지는 그때 가서 봐야겠지만 저는 그냥 신체단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소지훈이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정 씨네 두 형제도 더 말을 얹을 수 없었다.정윤하와 윤미연 두 모녀는 한참을 주방에서 바삐 돌아쳤다. 잠시 후 정윤하는 한 손에는 포장 용기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젓가락을 든 채 주방에서 나왔다. 걸어 나오면서 포장 용기 안의 새우전을 집어 들어 먹었다.“아버지, 오빠! 밥 먹어요.”걸어가면서 먹는 정윤하의 모습을 보는 소지훈의 눈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소지훈은 정윤하의 현실적이고 털털한 모습을 좋아했다.아무튼 소지훈은 정윤하가 뭘 하든 다 좋았다. 그저 본인의 미래의 아내가 너무 좋았다.“꺼내지도 않고 그냥 접시에 놓
정윤하는 곧장 포장 용기와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아버지에게 좋은 술과 술잔 몇 개를 가져다드렸다.정 관장은 먼저 소지훈에게 한잔 가득 따라주며 물었다.“지훈 씨 술 가능하십니까?”“아버지, 지훈 씨는 평소에도 사업에 관련된 응대가 많아서 술은 당연히 마셔요.”정윤하가 정 관장의 말에 대답했다.소지훈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사업을 논하는 자리에서 술이 빠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 대부분 많이 마시진 않습니다. 기껏해야 맥주 두 병입니다. 독한 술이라면 한 잔만 마십니다. 취할 정도로 마시면 몸도 상하고 사고도 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지훈 씨처럼 하는 게 좋아. 술 마시는 것도 본인 정도를 봐가면서 적당히 마셔야지.”윤미연이 소지훈을 칭찬하니 소지훈의 눈은 미소로 가득 차올랐다.소지훈은 정씨 가문의 모든 이의 성격을 완벽히 파악했다.만약 소지훈을 잘 아는 사람이 그 자리에서 소지훈의 말을 들었다면 대개 못 참고 뿜어버렸을 것이다.기껏해야 맥주 두 병이라니.입 밖으로 꺼낸 것도 한몫하지만 그것보다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여간 대단한 게 아니었다.맥주 두 병으로 소지훈을 넘어뜨린다는 건 어림도 없었다.더 어이가 없는 점은 소지훈은 웬만해서 맥주는 마시지도 않는다는 것이다.정 관장은 자신의 술잔에도 술을 가득 따랐다. 손님이 온 틈을 타 그동안 못 마신 술을 마음껏 마셔 한을 풀려는 것이었다.그건 두 아들도 마찬가지였다.두 오빠가 자신들의 술잔에 술을 다 따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정윤하는 자신의 술잔에도 술을 가득 따를 심산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음식을 들고나오던 윤미연에 의해 그 자리에서 바로 제지당했다. 딸은 술을 마시지 말라는 어머니의 뜻이었다.윤미연은 딸더러 소지훈의 앞에서 이미지 관리를 하라고 암시했다.정윤하는 윤미연을 보고 말했다.“... 어머니, 반 잔 정도는 괜찮지 않아요?”모두가 술독이 올라도 정윤하만큼은 그러면 안 됐다. 그렇게 되면 밤에 잠도 설칠 것이고 한번 맛을 본 달달한 술맛이 계속
“매운 건 인정해요. 저희 어머니도 가끔 매운 음식들로 저희 입맛을 돋우게 만드시거든요. 어머니께서는 항상 매운 걸 많이 먹으면 몸에 열이 많아진다고 저희더러 냉차 같은 걸 좀 마시라고 하셨어요.”정윤하는 웃으며 대답했다.“글쎄요, 저는 매운 걸 먹어도 몸에 열이 많아진다는 느낌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관성 사람들은 뭘 하든 냉차를 마시라고 하는 것 같아요. 냉차가 만능인 것처럼요. 냉차 한 컵이면 해결 못 할 일이 없을 것처럼 말이에요.”연성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자극적으로 먹으며 면 요리와 만두를 좋아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윤미연은 광동에서 왔기 때문에 음식을 담백하게 먹었다. 그런 윤미연의 영향을 받아 정가네 음식도 담백해진 것이다.윤미연도 본인만 생각할 정도로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남매와 남편을 위해 이틀에 한 번씩 두 가지의 매운 음식을 준비해주곤 했다. 그러나 매운 음식을 할 때마다 고추의 매운맛에 재채기하고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는 윤미연을 보는 정 관장도 마음이 아팠다.결국 정 관장은 아내더러 매운 음식을 하지 말라고 했고 남매에게 매운 것이 먹고 싶으면 밖에서 포장해오라고 했다.“윤하 씨 어머니께서 우리 지역 사람이셨군요! 어쩐지 윤하 씨 어머님을 보면 이상하게 더 정겹더라고요. 저랑 동향인 이셨군요.”소지훈은 불현듯 깨달은 모양이었다.소지훈은 첫 만남에 윤미연의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기가 조심스러웠다. 설령 이미 알고 있었더라도 말이다.윤미연의 친정집은 관성에서 멀리 떨어진 광동의 작은 군에 있었다. 고속철도도 없고 공항도 없었기에 한 번 친정집으로 돌아가려면 자가용으로 운전해서 간다고 해도 며칠씩 가야 했다.정윤하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향 사람은 고향 사람을 알아보나 봐요. 저희 어머니도 지훈 씨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지훈 씨를 엄청나게 좋아하더라고요.”사실 윤미연은 두 아들이 집에 여자를 데려오나 딸이 남자를 집에 데려오나 모두 좋아했다.
하지만 만약 임유나가 한 말이 외부로 흘러나간다면 여운초는 반드시 법률의 무기를 들고 자신을 위해 정의를 요구할 것이다.임유나가 법의 처벌을 받게 할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여운초에게 고소당하고 싶다면 말하던가! 여운초는 반드시 끝까지 추궁할 것이니까.임유나가 이희진을 쳐다보자 이희진이 다시 그녀를 노려보았다.이희진은 계속해서 딸을 꾸지람했다.“사모님 말 들었어? 사모님께서 마음이 넓으셔서 잠시 따지지 않으신대. 사모님이 착하셔서 하는 행동인데 따지지 않는다고 해서 또 시름 놓거나 교훈을 얻지 못하면 안 돼. 헛소리하면 남들한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너 자신도 상처를 입을 수 있어. 그리고 아빠와 엄마에게도 잘못하게 되고. 네가 이렇게 함부로 말할 때마다 남들은 너를 잘 가르치지 못한 우리를 욕할 거야. 너와 같이 말썽을 피우고 헛소문만 퍼뜨리는 딸을 키웠다고 말이야. 하긴, 엄마가 딸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네가 오늘 밤과 같은 잘못을 저질렀지. 사모님, 오늘 정말 미안하게 됐어요. 내일 선물을 들고 댁으로 사과하러 찾아뵐게요.”임유나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그녀가 충동적으로 몇 마디 한 탓으로 자신의 체면을 구겼을 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명성도 손상시켰다.그랬다. 남들이 임유나를 언급할 때마다 그녀의 부모님도 입에 올렸다.그들은 임유나의 부모님이 딸을 잘 가르치지 못한다고, 그들 임씨 가문의 가정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임유나가 가 여운초의 음란 소문을 퍼뜨리면 여운초가 화가 날 것은 물론 그녀의 명성도 손상될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일부러 인터넷에 올린다면 여운초는 심지어 사이버 폭행을 당할 것이다.임유나가 입으로 가볍게 한 몇 마디 말이 여운초에게 주는 상처는 누구도 상상도 할 수조차 없다.여운초가 그녀를 쉽게 용서하지 않고 고소하면 임유나는 분명 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갈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그들 임씨 가문은 이로 인해 여씨 가문과 전씨 가문을 건드리게 된 셈인데 전이진이 과연 임유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임씨
이게 무슨 미친 짓이란 말인가! 감히 여운초를 비꼬고 모욕하다니!문씨 가문의 연회에서 그것도 전씨 가문의 세 사모님 전부 있는 상황에서 임유나가 감히 여운초를 모욕하고 여운초의 황당한 소문을 퍼뜨려 그녀의 명성을 손상시켰다!임유나가 방금 한 말이 전해지게 되면 전이진이 그녀를 찾아 결판을 낼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들이 시선만으로도 임유나는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을 것이다.임유나는 술을 몇 잔 마시다가 문가희와 여운초가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와서 문제를 일으켰다.전이진을 짝사랑했지만 얻지 못해 여운초에 대해 미친 듯이 질투하여 결국 입 밖으로 여운초를 비꼬는 말이 터져 나오게 되었다.그러다가 그녀가 무언가를 소홀히 했다.여운초는 혼자 온 것이 아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의 아가씨일 뿐만 아니라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기도 했다.전이진도 그의 큰형과 마찬가지로 아내에게 푹 빠져있는 남자로서 여운초에게 일편단심이었다.임유나는 여운초가 사업을 할 때 그녀의 미모에 의존했다고, 여운초가 바람났다고 말했던 사실들은 전부 거짓이었고 명예 훼손에 속했기에 고소하면 반드시 이길 사건이었다.이희진은 돌아서서 미안한 마음으로 여운초에게 말했다.“운초 씨, 우리 유나가 술 몇 잔 마셔서 술주정 부리고 있었나 봐요. 상처 입으셨을 텐데 정말 죄송해요!”그녀는 운초에게 정중히 사과했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딸을 꾸짖었다.“얼른 사과해!”임유나는 더는 날뛰지 못하고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여운초를 향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죄송해요. 술을 좀 마시다가 너무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나서 상처를 주는 말을 하게 됐어요. 잘못했어요. 사과드릴게요. 제가 예전에 전이진 도련님을 사모한 적이 있어서... 참다못해 자꾸 비꼬면서 말하고 싶었나 봐요. 정말 죄송해요. 사모님, 저를 부디 용서해 주세요. 저 앞으로 다시는 이런 험한 말을 하지 않을게요.”이진희도 여운초에게 말했다.“운초 씨, 유나를 쉽게 용서하지 마세요. 유나를 고소해서 벌을
“내가 뭘 비방했다고 그래? 접대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뭐로 사업을 성사시키죠? 너의 미모와 가녀린 몸매로 전이진 씨를 꼬드겨서 결혼한 거 아니야? 어쩌면 몰래 많은 남자를 만났을지 누가 알아?”“누가 사업하는데 술을 반드시 마셔야 한다고 정했어?”여운별은 서둘러 기회를 잡아 임유나에게 반박했다.“역시 유나 씨 생각은 정말로 더럽네. 설마 유나 씨가 미모와 몸으로 사업을 성사시키는 건 아니지?”“당신 스스로가 더러우면 남도 더러워야 한다고 생각하세요?”“당신은 또 누구야?“임유나가 여운별에 물었다.여운별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건 당신 알 바 아니고. 당신 입을 정말 고약하네요!”여운별은 손에 들고 있던 와인을 여운초에게 건네며 여운초에게 말했다.“사모님, 술 한 잔 더 드릴게요. 이 아가씨의 더러운 입을 더 잘 씻겨줘야 할 것 같아요.”여운초는 그 술잔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정말로 다시 임유나를 향해 술을 뿌린 다음 모두에게 차갑게 말했다.“잘 들으세요. 임유나 씨가 저를 모욕하고 비방하고 제 명성을 훼손시켰어요. 저 여운초는 올바른 몸가짐과 가치관으로 제 인생을 살아왔어요. 부도덕한 일을 한 적 절대로 없어요! 임유나 씨가 제가 바람났다고 소문을 퍼뜨리고 계셨는데 저는 이 책임을 반드시 임유나 씨에게 물을 겁니다. 임유나 씨, 제 변호사의 연락을 기다리세요!”문가희는 임유나가 조금 전보다 더 날뛸 줄은 몰랐다.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여운초를 모욕하다니!이는 임씨 가문에게 적을 만드는 거나 다름없는 행동이다.대부분 사람은 임유나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녀를 설득했다.“유나 씨,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증거도 없이 그런 소문을 퍼뜨리면 어떡해요. 얼른 사과하세요.”여씨 가문이 어떻게 여운초의 수중으로 들어갔는지 임유나는 모르고 있는 건가?여운초는 연약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강하고 참을성 있는 여자다.그녀는 십여 년을 참고 살아오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되찾았고 친아버지의 복수에도 성공했다.전씨 가
여운초는 그 와인을 완곡하게 거절했다.“저는 매일 약을 먹어야 해서 술도 못 마시고 식단조절도 해야 해요.”“죄송해요. 몰랐어요. 저 혼자 마실게요.”문가희는 급히 사과했다.“가희야, 상대방이 너의 호의를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왜 이렇게 열정 있게 대해?”임유나의 비꼬는듯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그녀는 여전히 여운초에 대한 질투심을 억누를 수 없었고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더니 와인 한 잔을 들고 걸어왔다.그러다가 마침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그 비꼬는 말은 마치 임유나의 대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밖으로 내뱉은듯했다.“여운초 씨는 술을 못 마시나 봐요? 그럼 평소에 어떻게 접대 자리에서 손님들과 사업 얘기를 했대요? 운초 씨 외모에만 의지할 수는 없을 텐데. 하긴, 여운초 씨는 몸매가 좋고 외모도 좋고 부드러우니 남자들이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약해질 텐데 성사되지 못할 사업이 어디 있겠어요?”임유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운초와 문가희는 동시에 술잔을 들고 임유나를 향해 휙 뿌렸다.임유나는 피할 겨를도 없이 얼굴에 와인이 퍼부어졌고 술 방울이 그녀의 하얀 드레스에 한 방울 한 방울 흐려내려 순식간에 비참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임유나는 결국 참다못해 비명을 질렀다.곧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왔다.여운별은 돌아서서 그 광경을 보더니 사람들을 따라 구경하러 왔다.용태호가 여운별에 오늘 밤 여운초를 보아도 괴롭히지 말고 그녀가 곤란에 처하면 오히려 나서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여운별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여운초의 동정을 잘 살펴보았다.바로 지금, 여운별은 자신이 여운초를 위해 나설 기회라고 생각했다.“뭔 일이세요?”여운별이 관심을 가지며 물었다.여운별은 임유나의 낭패한 모습을 보고 또 문가희와 여운초를 번갈아 보았다.여운초는 굳은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유나 씨 입이 너무 더러워서 제가 와인으로 씻겨주었거든요!”“시각장애인 같으니라고! 감히 내게 술을 퍼부어?”임유나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여운초가 문가희 옆에 도착했을 때야 명해은은 비로소 시선을 거두들이었다.그녀의 절친한 친구가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며느리를 뭘 그렇게 뚫어져라 봐? 단지 몇 미터 떨어진 거리인데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명해은은 웃으며 대답했다.“우리 전씨 가문의 보물이야. 우리 가문의 며느리들은 전부 보물이거든. 우리 가문의 전체 사람들이 전부 애물단지처럼 아끼거든. 우리 집 이진이는 서른 살에야 아내를 겨우 얻었거든. 나도 며느리 한 명밖에 없는데 좀 더 아껴줘야지. 우리 집 귀염둥이야.”명해은은 며느리에 대한 만족과 사랑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명해은의 친구가 말을 이었다.“너희 가문의 남자들이 아내를 사랑하고 시어머니들은 며느리를 사랑하는 것으로 유명하지. 내가 딸이 없어서 그렇지, 내가 만약 딸이 있다면 너희 집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사돈 맺을 거야. 운초 씨가 처음으로 당당하게 연회에 참석했는데도 주눅 들지 않고 대범해 보이네. 난 운초 씨가 부모님 때문에 잘못 자란 줄 알았는데. 내가 운초 씨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운초 씨가 여동생에게 꽃을 선물하다가 괴롭힘당했을 때였는데 그때 너의 맏조카 며느리가 나서서 도와줬잖아.”명해은도 입을 열었다.“그때 예정이가 도와줬었지. 운초 엄마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야.”추미자가 여운초에게 저질렀던 일을 떠올린 명해은의 친구가 말을 건넸다.“네 며느리가 정말 불쌍하기도 하지. 난 엄마로서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못해. 아무리 전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임신하여 태어난 딸인데, 어찌 저렇게 독하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호랑이도 제 새끼를 먹지 않는다는데.”명해은은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고 있었다.“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운초가 잘 지내지 못했는데 앞으로 여생 동안은 여왕의 삶을 살 수 있을 거야.”전씨 가문이라는 시댁이 있지 않은가!“내가 보기엔 많은 사람이 네 며느리를 싫어하는 것 같아.”이 말은 명해은의 절친이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다른 사람이 듣지
화려한 별장 안의 로비에는 몇몇 사모님이 함께 앉아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모두 얼굴에 우아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그녀들은 모두 재벌 가문 태어나 재벌 가문으로 시집간 사람들이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전부 부귀한 생활을 누리며 살았기에 아무리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우아함이 그녀들의 뼛속 깊이 스며들었고 행동 하나하나에 고귀한 기품이 한껏 드러났다.여운별은 하인에 의해 별장 안으로 안내되어 자연스럽게 주인 양유미와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 잡담을 나누었다.그녀는 처음으로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게 되어 모두가 그녀를 낯설어했다.여운별도 그 점을 눈치채더니 곧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모여 웃고 떠들고 있었다.그녀는 이전에 자주 추미자를 따라 연회에 참석했기에 꽤 많은 사모님과 재벌가 딸들을 알고 있었다.비록 여운별이 지금 용씨 사모님 신분으로 나타나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남들은 그녀가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여운별은 그녀들의 취향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들의 취향에 맞게 행동하면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여운초는 안으로 들어왔지만 바로 여운별에 접근하지 않고 시어머니 명해은의 곁으로 돌아가 앉았다.명해은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여운별을 쓸어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여운초에게 말했다.“운초야, 그 용씨 사모님 마링야. 목소리와 몸매가 정말 너의 여동생과 비슷해.”여운별이 서원 리조트에 가서 돈을 달라고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명해은도 자연스레 여운별이 인상이 깊었다.“정말 비슷하더라고. 얼굴을 안 보면 같은 사람인 줄 알겠어.”여운초도 입을 열었다.“저도 처음 만났을 때 같은 사람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니까요.”조금 전에 명해은은 용씨 사모님이 막 도착했을 때 여운별의 험담을 하며 용씨 사모님의 얼굴을 살펴보았는데 용씨 사모님의 눈빛이 흐릿해지면서 명해은을 욕하려는 듯했지만 이내 그 표정을 감추어 버렸다. 그러나 세심한 명해은은 그 미세한 표정
임유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전씨 가문의 형제들은 전부 훌륭하잖아. 가문의 어르신들도 사상이 매우 진보적이고. 전씨 가문의 남자들도 결혼한 뒤에는 가정에만 충실하여 가풍도 매우 좋단 말이야. 좋은 남자를 누가 싫어하겠어? 전이진 씨도 내가 몇 번 만나본 뒤로 좋아하게 된 거야.”문가희는 임유나가 전씨 가문에 대한 평가에 동의했다.문가희가 입을 열었다.“전이진 씨를 좋아하는 건 너의 자유야. 근데 전이진 씨는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야. 너도 얼른 단념해.”“내가 먼저 좋아했거든. 아직 어떻게 고백할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여운초 씨에게 먼저 그 기회를 빼앗긴 거야.”임유나는 혼자 중얼거렸다.문가희는 어이없다는 듯 말을 건넸다.“사랑은 선착순이 아니라 인연이야. 인연이 없는 사람은 어릴 때부터 만나 함께 자라도 부부가 될 수 없어.”성소현은 하예정보다 몇 년 일찍 전태윤을 알게 되었고 몇 년 동안 그의 뒤를 쫓아다녔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그러나 전태윤은 하예정과 초고속 결혼을 하지 않았는가!낯선 사람과 깜짝 결혼할지언정 성소현의 마음을 받지 않았다.그 때문에 사랑은 선착순이라는 말이 없는 법이다.먼저 만났다고 해서 반드시 결과를 이루는 것도 아니었다.“전에 네가 전이진 씨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는 것 같은데. 그리고 고백한 적도 없다며? 의도적으로 상대방에게 접근한 적도 없잖아.”문가희는 이전에 신분을 숨기고 밖에서 일하며 상류 사회 사람들과 잘 교제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상류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문가희는 어머니로부터 많은 가십 뉴스를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확실히 임유나에 대한 소문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난 매번 연회에서 전이진 씨를 만날 때마다 이진 씨 시선 안의 범위에서 활동했거든. 너의 절친 성소현 씨도 전태윤 대표님에게 구애하다가 실패하여 남들의 비웃음을 당했잖아. 나도 그런 꼴 당하기 싫어서 계속 지켜만 보고 있었던 거야. 근데 그 장님이 앞이 보이지도 않으면서 감히 전이진 씨를 넘보
어쩐지 문가희의 절친이 성소현 한 명뿐이더라니!문가희가 너무 까다로운 게 아니라 이런 친구들과 전혀... 깊게 사귀지 못하게 때문이다.“여운초 씨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전이진 씨 덕분이잖아. 전이진 씨가 여러 번 예씨 가문으로 뛰어 들어가 정 선생님을 초대해서 눈을 치료하게 해주셨잖아. 전생에 무슨 개똥 같은 행운을 누렸는지 몰. 전이진 씨의 사랑도 받을 수 있다니. 여운초 씨가 방금 들어왔을 때 나도 봤어.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도 운초 씨에게 꽤 잘 하주시더라고. 잘 감싸준다고 많이 들었어. 그냥 팔자가 좋은 거지!”문가희는 임유나의 말에 질투와 신맛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챘다.특히 전이진을 언급할 때 말이다.문가희는 위아래로 임유나를 훑어보며 과감하게 물었다.“혹시 전이진 씨를 좋아해?”임유나의 얼굴이 단번에 빨개졌다.그녀는 전이진을 사모한 적이 있었다. 매번 연회에서 전이진을 만날 때마다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으로든 그의 앞에서 수 십 번이나 왔다 갔다 했지만 아쉽게도 전이진은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임유나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전이진을 좋아한다고 전씨 가문으로 시집가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임유나의 부모님은 그녀를 지지했다. 그러나 본인의 노력으로 전이진과 사랑을 이루어야만 전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를 도와 무언가를 계획하는 것을 기대조차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임씨 가문도 전씨 그룹과 사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전씨 가문을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게다가 감정적인 일은 강요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전이진이 그녀를 사랑하게 할 수 없다면 그녀의 부모님이 전씨 가문과 혼인을 맺고 싶어 해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전씨 가문의 도련님들은 가업을 이어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신분이 높은 거물들의 연회를 제외한 일반적인 연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전이진은 스무 살 때부터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사람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참석한 연회는 전
“만약 너였다면 너도 그렇게 했을 거야. 넌 설마 당당하게 복수하겠다고 떠들어대면서 친아버지 대신 복수한다고,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를 감옥에 처넣겠다고 입 밖으로 꺼내면서 다니려는 건 아니지? 정말 그렇게 행동했다면 아마 성년이 돼지도 못한 채 죽었을걸.”임유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잠자코 있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아무튼, 난 싫어.”“운초 씨도 네가 좋아할 필요는 없을 거야. 난 너와 대화가 잘 통해서 두 사람을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네가 이렇게 도도한 태도로 운초 씨를 얕보다니. 그만 말하자. 내가 아까 했던 말 없는 셈 쳐.”말을 마치자마자 문가희는 돌아서서 가버렸다.문가희와 임유나는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다. 임씨 가문은 관성에서 매우 조용하게 지내는 편이지만 임씨 가문의 신분과 지위는 전혀 낮지 않았다.아니면 임유나가 문씨 가문의 연회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임유나가 여운초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니 문가희는 자신이 임유나를 잘못 봤다고 느꼈다. 임유나는 평소에 그녀들 앞에서 대범하게 행동했지만 그런 시선으로 여운초를 볼 줄은 몰랐다.임유나는 아마도 여운초가 여씨 가문에서 키워졌기 때문에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를 감옥에 들여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추미자는 여운초가 들여보낸 게 아니었다!그녀는 하예진 모자를 다치게 했을뿐더러 불법적인 사업 때문에 체포되어 중형을 선고받게 된 것이다.여태웅은 여운초에 의해 감옥으로 들여보내게 되었지만, 그것 또한 여태웅이 그의 친동생을 살해하고 불법적인 장사를 하다가 여운초가 그 증거를 수집하게 되어 감옥으로 들여보내게 된 것이다.아무쪼록 여태웅 부부는 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었다.비록 여운초의 대의멸친이 놀라울 정도로 유명했지만 많은 사람은 여전히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가 여씨 가문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모두 잘 알고 있었다.어떤 사람들은 여운초가 잔인하고 무자비하다고, 그녀가 여태웅 부부를 고소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여태웅은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