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정 관장은 소지훈의 말에 대답했다.“지훈 씨, 윤하는 이미 어른이고 윤하가 어디를 가고 싶어 하든지는 본인의 자유입니다. 그저 윤하가 부모인 우리에게 말을 해주고 어디로 갔는지만 알려주면 되는 것입니다.”“제 딸이 가고 싶어 하는 한 우리는 아무런 의견도 없습니다.”정 관장이 걱정하는 것은 그의 딸이 멀리 나가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따위의 것이 아니었다. 그의 딸을 놓고 봤을 때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었다.다만 소지훈과 함께 전 대표의 결혼식에 참석한다면 사람들이 그의 딸 정윤하와 소지훈의 관계를 오해하기에 십상이었다.딸은 이미 스물네 살이었고 아내는 정 관장이 딸에게 무술을 가르쳐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기개를 가지게 한 것이 오히려 남자들이 놀라 떨어지게 하였고 여태까지 관심을 가지는 남자들이 없게 만들었다고 투덜대왔다. 이상의 모든 것을 고려해본 정 관장은 딸이 소지훈과 함께 전 대표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을 막지 않기로 했다.딸이 더 큰 세상을 보고 시야를 넓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소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정 관장님은 깨어있는 가장이시네요.”정 관장은 웃으며 소지훈에게 과일과 간식을 먹으라고 건네주었다.소지훈은 과일만 맛을 보았을 뿐 간식은 입에 대지 않았다.밖에서는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소지훈은 낯선 남자의 외침을 들었다.“막내야, 네가 원하던 새우전이랑 호박전 사 왔어!”“어머니, 사 오라고 하셨던 반찬 사 왔어요. 집에 귀한 손님 오셨죠? 좋은 술 한 병 사 왔으니 손님 대접 제대로 해드릴게요. 어머니 오늘 저녁에는 귀한 손님과 두 잔 정도는 마셔도 되죠?”들어온 두 명의 남자는 정윤하의 두 오빠였다.포장한 새우전과 호박전을 손에 든 남자는 정윤하의 작은 오빠였고 반찬을 손에 든 남자는 정윤하의 큰 오빠였다.정 씨네 삼 남매는 모두 애주가였다. 아니, 어쩌면 일가 다섯 식구 중에서 네 명이 애주가라고 하는 게 맞았다. 정윤하의 어머니 윤미연만이 술을 마시지 않고 남편
두 형제는 서둘러 도망갔다.엄마 윤미연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바로 두 형제가 여동생을 한평생 먹여 살린다는 것이었다.소지훈은 정윤하의 두 오빠가 나온 것을 보고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정 관장은 주동적으로 두 아들을 소지훈에게 소개해 주었고 정 관장의 소개가 끝나자 소지훈은 미래의 두 형님에게 인사를 하였다.정 씨네 두 형제는 예의 바르게 소지훈과 인사를 나누며 동시에 소지훈을 훑어보았다.모두가 다시 자리에 앉은 후 정윤하의 큰 오빠는 소지훈에게 물었다.“지훈 씨께서는 이번에 스승님을 뵙고 무술을 배우러 오셨다고 저희 여동생에게서 들었습니다.”소지훈은 미소를 유지하며 대답했다.“그렇습니다.”정윤하의 둘째 오빠는 다소 직설적으로 소지훈에게 말했다.“지훈 씨의 나이는 무술을 연마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설령 우리 도장의 인성 테스트에 통과한 뒤 돈을 내고 도장에 입관하신다고 해도 배울 수 있는 게 없으니 공돈을 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저희 정합 도장은 그런 야비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소지훈은 웃으며 말했다.“그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윤하 씨와 정 관장님 모두 저에게 똑똑히 알려주었습니다. 돈은 저에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단지 단련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어떤 정도까지 무술을 연마해낼 수 있는지는 그때 가서 봐야겠지만 저는 그냥 신체단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소지훈이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정 씨네 두 형제도 더 말을 얹을 수 없었다.정윤하와 윤미연 두 모녀는 한참을 주방에서 바삐 돌아쳤다. 잠시 후 정윤하는 한 손에는 포장 용기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젓가락을 든 채 주방에서 나왔다. 걸어 나오면서 포장 용기 안의 새우전을 집어 들어 먹었다.“아버지, 오빠! 밥 먹어요.”걸어가면서 먹는 정윤하의 모습을 보는 소지훈의 눈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소지훈은 정윤하의 현실적이고 털털한 모습을 좋아했다.아무튼 소지훈은 정윤하가 뭘 하든 다 좋았다. 그저 본인의 미래의 아내가 너무 좋았다.“꺼내지도 않고 그냥 접시에 놓
정윤하는 곧장 포장 용기와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아버지에게 좋은 술과 술잔 몇 개를 가져다드렸다.정 관장은 먼저 소지훈에게 한잔 가득 따라주며 물었다.“지훈 씨 술 가능하십니까?”“아버지, 지훈 씨는 평소에도 사업에 관련된 응대가 많아서 술은 당연히 마셔요.”정윤하가 정 관장의 말에 대답했다.소지훈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사업을 논하는 자리에서 술이 빠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 대부분 많이 마시진 않습니다. 기껏해야 맥주 두 병입니다. 독한 술이라면 한 잔만 마십니다. 취할 정도로 마시면 몸도 상하고 사고도 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지훈 씨처럼 하는 게 좋아. 술 마시는 것도 본인 정도를 봐가면서 적당히 마셔야지.”윤미연이 소지훈을 칭찬하니 소지훈의 눈은 미소로 가득 차올랐다.소지훈은 정씨 가문의 모든 이의 성격을 완벽히 파악했다.만약 소지훈을 잘 아는 사람이 그 자리에서 소지훈의 말을 들었다면 대개 못 참고 뿜어버렸을 것이다.기껏해야 맥주 두 병이라니.입 밖으로 꺼낸 것도 한몫하지만 그것보다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여간 대단한 게 아니었다.맥주 두 병으로 소지훈을 넘어뜨린다는 건 어림도 없었다.더 어이가 없는 점은 소지훈은 웬만해서 맥주는 마시지도 않는다는 것이다.정 관장은 자신의 술잔에도 술을 가득 따랐다. 손님이 온 틈을 타 그동안 못 마신 술을 마음껏 마셔 한을 풀려는 것이었다.그건 두 아들도 마찬가지였다.두 오빠가 자신들의 술잔에 술을 다 따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정윤하는 자신의 술잔에도 술을 가득 따를 심산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음식을 들고나오던 윤미연에 의해 그 자리에서 바로 제지당했다. 딸은 술을 마시지 말라는 어머니의 뜻이었다.윤미연은 딸더러 소지훈의 앞에서 이미지 관리를 하라고 암시했다.정윤하는 윤미연을 보고 말했다.“... 어머니, 반 잔 정도는 괜찮지 않아요?”모두가 술독이 올라도 정윤하만큼은 그러면 안 됐다. 그렇게 되면 밤에 잠도 설칠 것이고 한번 맛을 본 달달한 술맛이 계속
관성의 10월 날씨는 여전히 덥고 아침과 저녁에만 늦가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하예정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언니네 세 식구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준 뒤 주민등록증을 챙겨 조용히 떠났다."오늘부터 우리 더치페이로 해, 생활비든, 주택 대출이든, 자동차 대출이든 모두 더치페이로 해! 여동생도 우리 집에 얹혀사니 절반쯤을 내놓으라고 해, 한 달에 30여만 원을 주면 뭐 해? 공짜로 먹고사는 거랑 뭐가 다른데? ”어젯밤 언니와 형부가 다퉜을 때 그녀가 형부에게 들은 말이다.언니 집에서 나가야 해!하지만 언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는 것뿐....예정은 비록 남친도 하나 없지만, 단기간에 시집을 가기 위하여 우연히 구한 적이 있는 전씨 할머니의 부탁을 듣고 결혼이 어렵다는 큰 손자 전태윤에게 시집을 가기로 했다.20분 후, 그녀는 구청 입구에서 내렸다.”예정아.”차에서 내린 그녀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는데 전씨 할머니셨다.”전 할머니.”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예정은 전씨 할머니 옆에 서 있는 키가 크고 차가워 보이는 한 남자에게 눈길이 끌렸는데, 바로 그녀의 결혼 대상인 전태윤이 아닐까 싶다.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태윤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씨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큰 손자인 태윤은 서른이 다 되도록 여자 친구 하나 없어 자신을 크게 걱정시킨다고 했었다. 예정은 아마도 매우 못생긴 남자이리라 추측했었다.들은데 의하면 어느 큰 그룹의 경영자로 수입도 아주 높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직접 만나보고 나서야 자신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차가워 보이는 성격으로, 전씨 할머니 옆에 서서 어두운 얼굴로 마치 낯선 사람 접근 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선을 살짝 돌려 보니,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승용차가 한대 서 있었다. 다행히도 억대의 고급차는 아닌 보통 수준의 자가용이었다. 이를 본 예정은 그녀와 태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느껴졌
"약속하였으니 지킬게요."예정도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린 거라 다시 후회할 생각은 없었다.태윤은 이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주민등록증를 꺼내 앞에 내놓았다.예정도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증을 꺼내 놓았다.두 사람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재빠르게 결혼 절차를 밟았다.혼인 신고가 끝나자 태윤은 바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둔 열쇠를 꺼내 예정에게 건넸다. "주택은 발렌시아 아파트구에 있는데 할머니한테서 관성 중학교 입구에 서점을 차렸다고 들었어, 그쪽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깐 버스로 십여 분이면 갈 수 있을 거야.""운전면허증은 있어? 운전면허가 있으면 차 한 대를 제공해 줄게, 계약금은 내가 내줄 테니 매달 차 대출금을 갚아, 차를 가지고 다니면 출퇴근이 편할 거야.""나는 일이 바빠 보통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와, 그리고 때로는 출장을 가기도 하는데, 자기 절로 제 몸만 잘 챙기면 돼. 생활비는 매달 10일에 급여 받으면 넘겨줄게.""그리고 시끄럽지 않게 결혼한 사실은 잠시 비밀로 해줘."태윤은 회사에서 남을 부리는 게 습관이 됐는지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연달아 분부하였다.예정이 초고속 결혼을 한 이유는 언니가 형부와 다투는 것을 원치 않아 하루빨리 결혼하여 언니 집에서 나와 언니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녀에게 이 결혼은 그저 계약 결혼에 지나지 않았다.태윤이 집 열쇠를 주자 예정은 사양치 않고 열쇠를 건너 받았다."운전면허증은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차를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고 다녔었는데 금방 새 오토바이로 바꿨어요."“저기...... 태윤씨, 우리도 생활비를 더치페이로 할까요 ?"언니와 형부는 좋은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형부가 더치페이란 말을 꺼내는 걸 보면...... 아마도 형부는 언니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아이 하나 잘 돌보고, 장보고, 밥하고 거기에 집 청소까지 하는 데 시간이
"네, 할머니."비록 전씨 할머니가 평소 잘해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태윤이는 친손자이고, 자기는 그저 손자며느리에 불과한데, 혹여 갈등이 발생하면 며느리 편을 들어주기나 할까?예정은 전혀 믿지 않았다.마치 언니의 시부모들처럼 말이다.결혼 전에 그들도 언니에게 친딸이 질투할 정도로 엄청나게 잘해주었지만.... 결혼 후엔 태도가 확 달라지더니 언니랑 형부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시어머니는 언니에게만 아내노릇을 잘 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아들은 언제나 한집 식구이고, 며느리는 그냥 남인 것이다."이제 출근하러 가야겠네? 그럼 할머니는 그만 가 볼게. 그리고 저녁에 태윤이한테 데리러 가라 할게, 같이 밥이라도 먹자""할머니, 제가 가게 문을 늦게 닫아서 아마 식사는 어려울 것 같아요. 주말은 어떨까요?"주말에 학교가 쉬면 학교에 의존하여 먹고사는 서점들은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말엔 문을 닫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전씨 할머니는 그 말을 자상하게 받아주셨다."그럼 주말에 다시 보자, 먼저 일 보거라."그러고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예정은 바로 가게로 가지 않고, 먼저 절친인 심효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점심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나오기 전에 가게로 돌아간다고 했다.인생의 큰일을 해결한 예정은 아무래도 돌아가서 언니에게 말하고 나서 언니의 집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십여 분 후,언니의 집에 도착했다.형부는 이미 출근하였고 언니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온 것을 본 언니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예정아, 왜 벌써 돌아왔어? 오늘 가게 안 열어?""점심때 다시 갈 거야, 점심때가 가장 바빠. 우빈인 아직 안 깼어?주우빈은 예정의 조카로 이제 막 두 살이 된 장난꾸러기이다."아직이야. 그 녀석이 깨어나면 집안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어."예정은 언니를 도와 옷을 널면서 어젯밤에 일었던 일을 조심스레 물어봤다.“예정아, 형부가 널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너무
"언니, 그건 태윤의 개인재산이야, 나는 한 푼도 내지 않았어, 공동소유라니 이건 말도 안 돼."혼인신고를 하지 마자 태윤은 집 열쇠를 주었고 이로하여 즉시 이사하여 더는 형부의 눈치를 보며 살지 않게 된 예정은 이걸로도 아주 만족하고 있다.그녀는 태윤에게 먼저 공동소유를 제안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일 태윤이가 먼저 제안하면 거절할 생각도 없고 말이다. 이제 부부인 만큼 평생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예진도 그저 한번 말해보았을 뿐이다. 동생은 이런 것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렇게 묻고 답하면서 잠시 뒤에야 예정은 언니의 집에서 이사를 할 수가 있었다.언니는 발렌시아 아파트까지 데려다주려고 하였지만 그때 마침 조카 우빈이 깨어나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언니, 먼저 우빈이부터 챙겨, 물건이 그리 많지 않으니 혼자 갈 수 있어"예진은 아들에게 밥을 먹여줘야 하고, 그러고 나서 또 점심 식사도 준비해야 했다. 남편이 점심에 돌아올 때 식사가 차려져 있지 않으면 또 집에 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나무랄 것이다."그럼 조심해서 가 알았지? 점심은 어떡할래? 네 남편 불러다 같이 먹을까?""언니, 나 점심엔 가게로 돌아가야 해, 태윤인 일이 바빠서....오후엔 출장 가야 한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시간이 좀 지나야 언니 만나러 올 수 있을 것 같아."예정은 거짓말을 했다.태윤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전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태윤은 일이 바빠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돌아온다고 한다, 때로는 출장을 가는데 한번 출장을 가면 열흘이나 보름이 지나서 돌아온다고 한다. 예정은 태윤이 언제 시간이 될지 몰라 언니랑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오늘 혼인신고 하자마자 출장을 가다니...."예정은 태윤이 동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다."우린 그냥 신고만 하였지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잖아, 출장 가서 돈 많이 벌면 좋지 뭐....앞으로 돈 쓸데도 많아질 거야. 언니, 나 먼저 가
태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회의를 계속했다.태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은 사람은 그의 큰 동생이자 전씨 가문의 둘째 아들인 전혁진이다. “형, 나 할머니한테 말씀 들었어. 정말 그 뭐 예정이라는 여자랑 결혼한 거야?”태윤은 전혁진을 힐긋 보았다.혁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코를 쓰다듬더니 감히 다시 묻질 못했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큰형에게 많은 동정을 베풀었다.전씨 가문의 아들들은 이익을 위하여 혼인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지만 형님과 형수님은 차이가 너무 났다. 단지 할머니가 그 예정이라는 여자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형님과 결혼시켰을 뿐이다. ‘형님도 참 불쌍하지....’진혁진은 마음속으로 다시 큰형에게 동정을 베풀었다.‘다행히 맏손자가 아니라서....그렇지 않으면 할머니 은인이랑 결혼해야 할 사람은 나 일거야.’예정은 집 주소를 똑바로 물은 뒤 캐리어를 끌고 새집을 찾아갔다.문을 연 후, 집으로 들어갔는데 집은 언니 집보다 더 컸고 인테리어도 매우 화려했다.예정은 캐리어를 내려놓고 먼저 집을 한 번 쭉 둘러보았다. 앞으로는 이 집이 예정이 살아갈 곳이다.거실 두 개, 방 네 개, 주방 하나 그리고 베란다 두 개....모든 공간이 다 널찍하였다. 그녀는 이 집이 적어도 200평 이상이 될 거라 추측했다.그런데 가구는 거의 없었다. 로비에는 소파 하나, 티 테이블 하나, 그리고 수납장만 하나 달랑 있었고, 네 개의 방에서 두 개의 방에만 침대와 옷장이 있고 다른 두 개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안방은 침실과 작은 드레스룸, 그리고 작은 서재와 화장실로 나누어져 있었다. 비록 공간이 나누어져 있었지만, 면적은 매우 커서 거의 로비 면적이랑 비슷했다.이 방은 태윤의 방인 것 같다.예정은 베란다 옆에 있는 침대가 있는 다른 방을 선택했고, 햇살도 좋고 안방과 거리도 두어 개인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비록 혼인 신고를 했지만 예정은 태윤이 먼저 스킨십을 요구하지 않는 한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리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