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건 인정해요. 저희 어머니도 가끔 매운 음식들로 저희 입맛을 돋우게 만드시거든요. 어머니께서는 항상 매운 걸 많이 먹으면 몸에 열이 많아진다고 저희더러 냉차 같은 걸 좀 마시라고 하셨어요.”정윤하는 웃으며 대답했다.“글쎄요, 저는 매운 걸 먹어도 몸에 열이 많아진다는 느낌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관성 사람들은 뭘 하든 냉차를 마시라고 하는 것 같아요. 냉차가 만능인 것처럼요. 냉차 한 컵이면 해결 못 할 일이 없을 것처럼 말이에요.”연성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자극적으로 먹으며 면 요리와 만두를 좋아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윤미연은 광동에서 왔기 때문에 음식을 담백하게 먹었다. 그런 윤미연의 영향을 받아 정가네 음식도 담백해진 것이다.윤미연도 본인만 생각할 정도로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남매와 남편을 위해 이틀에 한 번씩 두 가지의 매운 음식을 준비해주곤 했다. 그러나 매운 음식을 할 때마다 고추의 매운맛에 재채기하고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는 윤미연을 보는 정 관장도 마음이 아팠다.결국 정 관장은 아내더러 매운 음식을 하지 말라고 했고 남매에게 매운 것이 먹고 싶으면 밖에서 포장해오라고 했다.“윤하 씨 어머니께서 우리 지역 사람이셨군요! 어쩐지 윤하 씨 어머님을 보면 이상하게 더 정겹더라고요. 저랑 동향인 이셨군요.”소지훈은 불현듯 깨달은 모양이었다.소지훈은 첫 만남에 윤미연의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기가 조심스러웠다. 설령 이미 알고 있었더라도 말이다.윤미연의 친정집은 관성에서 멀리 떨어진 광동의 작은 군에 있었다. 고속철도도 없고 공항도 없었기에 한 번 친정집으로 돌아가려면 자가용으로 운전해서 간다고 해도 며칠씩 가야 했다.정윤하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향 사람은 고향 사람을 알아보나 봐요. 저희 어머니도 지훈 씨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지훈 씨를 엄청나게 좋아하더라고요.”사실 윤미연은 두 아들이 집에 여자를 데려오나 딸이 남자를 집에 데려오나 모두 좋아했다.
해가 지고 다시 날이 밝으며 밤낮이 바뀌기를 반복하니 이틀이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오늘은 관성 재벌 전씨 가문의 도련님 전태윤이 그의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다.서원 리조트는 대문을 열어젖히고 각 시에서 오는 상업계 거물들과 유명인사들을 열렬히 맞이했다.관성에 온 손님들은 보통 먼저 서원 리조트로 간다. 그리고 나서는 전씨 가문에서 그들에게 안배해준 전 씨 그룹 산하의 호텔에서 묵게 된다.관성 호텔은 며칠 전 공고를 내보냈다. 전태윤의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은 외부 영업을 하지 않고 오직 전씨 가문의 손님들에게만 호텔을 제공한다고 말이다.관성 호텔은 오늘 결혼식 피로연이 끝난 뒤 내일에야 정상영업을 회복할 것이다.해도 뜨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하예정은 언니 때문에 잠에서 깼다.전태윤이 보낸 고급 화장 전문가가 이미 도착해 하예정이 깨면 임산부에게 어울리는 가벼운 화장을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어젯밤 조금 흥분한 나머지 잠을 설쳤기 때문에 하예정은 무척이나 피곤했다.하예정을 보러 온 절친들도 늦게까지 수다를 떨다가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언니가 깨워 마지못해 눈을 뜬 하예정은 눈을 비비며 밖을 보니 마침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하예정은 다시 눈을 감고는 중얼거렸다. “언니 나 좀만 더 잘게. 난 그냥 가볍게 화장만 하면 되니까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야. 화장 전문가분더러 먼저 뭐 좀 드시라고 해.”하예진은 이불을 걷으며 말했다.“너는 가뜩이나 일찍 나가야 하는데 지금 일어나지 않고 전태윤이 웨딩카 행렬을 끌고 널 데리러 왔을 때도 네가 화장을 채 하지 못해봐. 전태윤이 얼마나 초조하게 널 기다리겠니.”“부부 사이에 뭘 또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려.”하예정은 투덜거리며 결국 다시 일어나 앉았다.앉은 지 2분도 되지 않아 하예정은 다시 침대로 쓰러졌다. 이불을 끌어 올리며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나 진짜 딱 반 시간만 더 자게 해줘.”“자지 말고 빨리 일어나!”“그럼 15분만! 진짜 너무 졸려서 그래.”하예정은
하예정은 화장실로 가면서 말했다.“언니 똑같은 말 이젠 몇백 번도 더 했겠다. 나 이젠 귀에 딱지 앉을 지경이야. 언니가 한 말 똑같이 읊을 수도 있을 것 같아.”하예진도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렇게 많이 말했나? 난 왜 고작해야 두 번밖에 안 말한 것 같지? 다 너 걱정해서 하는 말이잖아. 너 이번 임신 쉽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조심해야지. 결혼식 피로연에도 사람 많을 테니까 아무튼 조심해야 해. 전태윤한테도 말해놓을 거야.”“전태윤이 절대 내가 사람들이랑 부딪치는 일 없게 하겠다고 언니랑 약속했어 안 했어?”하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했지.”“근데 뭘 걱정해 언니. 듬직한 매부가 언니한테 약속한 이상 하늘이 무너져도 나는 멀쩡할 거야. 요 며칠 언니도 내 결혼식 때문에 충분히 신경 많이 쓴 것 같은데 너무 걱정하지 마.”하예진은 하예정이 조금이라도 도우려고 움직이면 몸에 무리가 갈까 봐 연신 하예정더러 앉아있거나 누워있으라고 말렸다.하예정이 그렇게 건강한데 배 속의 아기가 건강할 거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했다. 그렇게 쉽게 아기에게 무리가 갈 일은 애초에 없는 것이다.그래도 언니가 그렇게 지극정성이니 하예정도 최근에는 그저 얌전히 언니가 입혀주고 먹여주는 대로 따랐다. 다행히 하예정의 절친들이 번갈아 가며 찾아와 함께 수다를 떨어준 덕에 하예정은 무료함을 달랠 수 있었다.“그래그래, 알겠어. 시름 놓을게. 오늘 네가 무사히 나가는 걸 보고 전태윤한테 널 맡기고 나면 너의 여생은 더는 걱정하지 않을게. 어서 가서 씻어. 숙희 아주머니더러 아침 준비해달라고 했으니까 씻고 나와서 먹어.”“전태윤은 네가 공복일까 봐 특별히 널 굶기지 말라고 그러더라. 이런 걸 보면 전태윤은 정말 널 끔찍이 아껴.”하예진에게 전태윤은 10점 만점에 11점짜리 만족스러운 매부였다. 전태윤이라면 무조건 안심했다.하예정도 마음이 따뜻해졌다.하예정이 화장실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하예진은 동생의 구토 소리를 들었다. 하예진은 화장실로 들어가 하예정의
유청하는 지금도 매일 토하고 임신 기간에 고작 배만 나온 상태였고 성기현은 그런 유청하를 보며 가슴 아파했다. 성기현은 이 아이만 낳으면 어떤 일이 있어도 아내더러 둘째는 낳지 않게 하겠다고 매일 말해왔다.성기현이 이렇게 걱정하는 동안 유청하는 그저 아들을 낳을 수 있기를 바랐다.성기현이 딸을 더 좋아한다고 해도 유청하는 아들을 바랐다. 성씨 가문의 위대한 가업을 물려받아 계승해나갈 수 있는 아들을 낳아주는 것이 성기현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자신의 사촌 언니는 참 솔직하다고 슬그머니 말한 적이 있다. 지금 사람들은 아들을 바란다고 대놓고 말하면 남존여비 사상이라고 하므로 설령 아들을 바란다고 해도 말로는 딸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본인의 사촌 언니는 아들을 낳고 싶다고 밝히는 게 얼마나 솔직하냐고 말이다.“엄마.”한창 우빈에 대해 말하고 있던 찰나에 두 자매는 우빈이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하예진은 처음에 환청을 들은 줄로만 알았다. 아직 날이 채 밝지 않았고 평소대로라면 우빈이를 깨운다고 해서 깨날 수 있는 시간대도 아니었기 때문이다.두 번째 소리를 듣고 나서야 하예정이 언니에게 말했다.“언니, 우빈이 목소리가 맞아. 우빈이가 깼나 봐.”하예진은 얼른 몸을 돌려 화장실에서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아들이 직접 문까지 열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잠옷을 입고 눈을 비비며 걸어오는 모양을 보니 금방 잠에서 깬 것 같았다.“우빈아, 엄마 여기 있어.”“엄마, 이모는?”우빈은 비어있는 침대를 보고는 이모가 안 보여 자신이 깨기 전에 이모부가 데려간 줄로 알았다. 우빈은 갑자기 입을 삐죽거리며 억울하단 듯이 말했다.“이모는 왜 날 기다리지 않고 먼저 가버린 거예요?”“내가 화동이 되어주겠다고 했는데 이모도 이모부도 날 기다려주지 않았어요.”잘만 말하던 녀석의 양 볼에는 눈물이 주룩 흘렀다.하예진은 웃으며 아들을 안아주고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이모는 지금 화장실에 있어. 이모가 우빈이한테 화동이
이모와 조카는 걸어가며 작게 불평했다.이모라는 사람은 언니가 너무 무섭다는 것이었고 조카라는 아이는 엄마가 너무 무섭다는 것이었다.두 사람의 뒤를 따르는 하예진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첫째 언니 하예진은 엄마와 다름없었다. 부모님을 대신하여 동생에게 누구보다 멋있게 결혼식을 올려주고 싶었다.“사모님!”전태윤이 하예정을 위해 보낸 고급 화장 전문가가 하예정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서둘러 일어나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하예정은 미소로 회답했다.“좋은 아침이에요, 미스 공! 어젯밤에 늦게 자는 바람에 오늘 늦게 일어났네요.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별로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습니다. 사모님께서 먼저 아침 식사를 하시고 잠시 휴식을 하신 뒤 메이크업을 시작하는 게 어떻겠습니까.”외부 사람들은 아마 하예정이 임신을 한 사실을 아직 모를 것이다. 미스 공은 하예정의 화장을 책임져야 하므로 전태윤이 미리 알려준 것이다. 그러면서 임산부에게 해가 되지 않는 화장품들로 사용해달라고 부탁하였다.“미스 공도 같이 가요.”미스 공은 웃으며 완곡하게 거절하였다.“전 외출하기 전에 이미 집에서 먹었습니다.”미스 공은 자주 신부 화장 의뢰를 받는데 그럴 때마다 일찍 집에서 나가야 했으므로 아침도 일찍 먹었다.하예정은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7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각이었기에 하예정은 미스 공에게 물었다. “이렇게 일찍 아침을 먹은 거예요?”“네. 평소 출근 시간이 이르기 때문에 아침도 일찍 먹습니다.”가끔 아침 먹을 시간조차 없었을 때만 신부 화장 의뢰를 받은 주인집에서 간단하게 먹는 게 다였다.미스 공이 이미 아침을 먹었다니 하예정도 도우미에게 미스 공을 잘 대접해주라는 말을 남기고는 우빈과 함께 식당으로 갔다.하씨 가문은 어제부터 북적였다.전태윤이 서원 리조트 측의 사람들을 보내 일손을 돕게 하였고 기현의 엄마 이경혜도 일손이 부족하여 하예진이 고생할까 봐 사람들을 보낸 덕이었다.그뿐만 아니라 꾸준히 하예진에게 일편단심이
하지명은 여전히 투덜댔다.“하예정네 언니가 우리 같은 친정 식구가 나서서 뒷받침해줄 필요나 있겠어요?”그들은 이미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어쩌면 하예정도 화가 누그러들었을 테니 결혼식이라는 기회를 빌려 하예정 자매와 화해를 하고 싶었다.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는 못 말하지만 적어도 전씨 가문의 친척이라는 신분을 이용한다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렇게 함으로써 하씨 가문을 다시 정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도 확인해 볼 심산이었다.다들 하 영감이 결정을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예정 자매가 할아버지에게 어느 정도 체면을 남겨준 게 아니었더라면 그들도 굳이 할아버지의 결정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고 바로 전씨 가문으로 가서 축하주를 마셨을 것이다.전 대표와 하예정의 결혼 소식은 며칠 전 연예부 기자에 의해 보도되었고 그 결과 관성 전체에 알려지게 되었다.전례 없이 성대한 결혼식이 될 것을 생각하니 하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진정으로 큰 세상을 직접 보고 싶어 했다.하예정의 삼촌과 이모들도 마찬가지였다. 결혼식에 가면 산해진미를 맛보게 될 뿐만 아니라 올 때 포장도 해올 수 있지 않은가.어차피 하예정 자매도 친정집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으니 그들에게 창피하고 말고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다 먹고 나서 보면 될 일이고 포장하고 나서 보면 될 일이다.다만 하예정 자매도 충분히 독한 사람들이었다. 옛날 일도 끝장에 가서는 자매가 아닌 그들이 골탕을 먹었다. 그로 인해 기가 꺾일 대로 꺾여버렸고 지금까지도 자매 앞에서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그래도 하예정 자매는 조금의 자비는 베풀어 주었다. 그들이 재산을 탕진하게 만들지 않았고 가족을 파탄 내지도 않았다.“당신의 의견은 어떠하오?”하 씨 노친도 영감에게 물었다.하 영감은 한참을 고민하고 물담배를 몇 모금 피운 뒤 말을 꺼냈다.“하예정이 우리를 초대하지 않았으니 그 누구도 가지 말아라. 하예정은 우리와 화해를 하고 싶지 않을 거다. 화해
앞으로 거동조차 불편해지면 자식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 영감은 하예정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 하예정이 청첩장을 보내주지 않았으니 갈 수 없었고 좋은 날에 분위기를 흐려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할아버지, 가서 얌전히 있다가 얼굴이나 보고 술 한잔하고 오면 되잖아요. 그럼 모두 우리가 하예정과 잘 지내는 줄 알 거예요. 할아버지는 제가 얼마나 힘든지 알잖아요.”하지명은 가족을 데리고 같이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서 하 영감한테 투덜거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직 먹고 살 수는 있잖아. 전태윤 도련님이 너의 사업에 손을 썼지만 그 뒤로는 가만히 내버려뒀고 너희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 같더구나. 그런데도 우리한테 용돈 한 번 쥐여준 적 없고 걸핏하면 퇴직금이 얼마 있냐고 하면서 뜯어먹을 생각만 했지.”하 영감은 하지명을 노려보면서 말했다.“나랑 네 할머니는 가지 않을 거다. 죽는 게 두렵지 않거든 불청객 신분으로 가보렴. 선택은 온전히 너희들의 몫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 난 너희들을 말릴 자격이 없어. 하지만 하예정이 결혼하는 날에 분위기를 흐리면 우리한테 득이 될 게 뭐가 있어? 되레 하예정의 미움만 받을 텐데 말이야. 우리는 이미 업보를 받았으니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해. 하예정의 남편은 전남편처럼 무능한 남자가 아니라 재벌가 도련님이야. 전태윤 도련님이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아직도 모르겠어? 전화 한 통이면 너희들은 당장 짐 싸서 마을로 내려가야 할 거야.”뭇사람들은 삽시에 조용해졌고 하 영감이 가지 않는 이상 아무도 섣불리 갈 수 없었다. 간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게 없었고 되레 자매의 모순만 극대화할 것이다. 하지철은 가지 못한다는 것을 예상했었다. 하지철은 하예정을 무서워했고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누나라고 생각했다.‘예진 누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예전에 돈이 얼마 없었을 때도 예정 누나를 무술 학원에 보냈었지.’“자, 다들 이만 가봐. 오늘은 좋은 날이지만 너희들이 좋아할 날은 아니야.
“얼마 남지 않은 퇴직금을 뜯어내려고 하잖아.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집도 셋째네 집이야. 우리가 셋째의 부모라서 이 집이라도 가져서 이렇게 지내는 거지. 매달 생활비는 자식들이 주는 것인 줄 알았지만 하예정이 우리 자식들한테 월세를 내라고 해서 모은 돈으로 우리가 사는 거야. 나이도 이만큼 먹었으니 눈 가리고 아웅 하지 말고 받아들이면 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버둥 쳐도 소용없어.”하씨 노친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하 영감의 말이 전부 사실이었기에 말문이 막혔다.“악독하다고 뭐라고 하지 마, 십여 년 전에 우리는 뭐 잘 해준 것 같아? 그때 왜 친손녀를 그렇게 미워했는지 몰라. 아들이랑 며느리가 다 세상을 뜨고 미성년자인 두 손녀를 가문에서 내쫓고 재산을 전부 빼앗아서...”하 영감은 말하면서 눈시울을 적셨고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자식이 하는 말에 흔들리지 말고 우리 둘은 조용히 지내자. 하예정 자매한테 민폐 끼치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를 미워하던 마음도 사라져서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우리한테 도우미 아줌마를 보내줄 수도 있어. 하예정 자매가 이 집을 상속받으려고 왔을 때 다른 손주들이 소름 끼치는 말을 해서 이제는 기대 안 해. 늙으면 젊은이들의 짐이 되어 힘들게 하거든. 저 아이들도 늙어서 미움받지 말았으면 좋겠어.”하 영감의 말을 들은 하씨 노친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그래, 당신 말대로 할게. 손주 중에서 제일 미워했던 손녀가 지금 제일 잘나갈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런데 하예정이 홍씨 가문 사람들은 초대했을까?”홍씨 가문은 하예정의 수양 외할머니 가문이었다.하 영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아니, 결혼식 전에 홍씨 가문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하예정이 초대하지 않았대. 홍씨 가문이 그때 두 자매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홍씨 가문에 들이지 않더니 몰래 배상금을 나눠 가졌지. 그런 홍씨 가문을 두 자매가 초대할 것 같아? 홍씨 가문이 셋째 며느리를 키워줬지만 하예정이 재벌가 도련님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참석하지 않았어,
여운초가 문가희 옆에 도착했을 때야 명해은은 비로소 시선을 거두들이었다.그녀의 절친한 친구가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며느리를 뭘 그렇게 뚫어져라 봐? 단지 몇 미터 떨어진 거리인데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명해은은 웃으며 대답했다.“우리 전씨 가문의 보물이야. 우리 가문의 며느리들은 전부 보물이거든. 우리 가문의 전체 사람들이 전부 애물단지처럼 아끼거든. 우리 집 이진이는 서른 살에야 아내를 겨우 얻었거든. 나도 며느리 한 명밖에 없는데 좀 더 아껴줘야지. 우리 집 귀염둥이야.”명해은은 며느리에 대한 만족과 사랑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명해은의 친구가 말을 이었다.“너희 가문의 남자들이 아내를 사랑하고 시어머니들은 며느리를 사랑하는 것으로 유명하지. 내가 딸이 없어서 그렇지, 내가 만약 딸이 있다면 너희 집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사돈 맺을 거야. 운초 씨가 처음으로 당당하게 연회에 참석했는데도 주눅 들지 않고 대범해 보이네. 난 운초 씨가 부모님 때문에 잘못 자란 줄 알았는데. 내가 운초 씨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운초 씨가 여동생에게 꽃을 선물하다가 괴롭힘당했을 때였는데 그때 너의 맏조카 며느리가 나서서 도와줬잖아.”명해은도 입을 열었다.“그때 예정이가 도와줬었지. 운초 엄마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야.”추미자가 여운초에게 저질렀던 일을 떠올린 명해은의 친구가 말을 건넸다.“네 며느리가 정말 불쌍하기도 하지. 난 엄마로서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못해. 아무리 전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임신하여 태어난 딸인데, 어찌 저렇게 독하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호랑이도 제 새끼를 먹지 않는다는데.”명해은은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고 있었다.“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운초가 잘 지내지 못했는데 앞으로 여생 동안은 여왕의 삶을 살 수 있을 거야.”전씨 가문이라는 시댁이 있지 않은가!“내가 보기엔 많은 사람이 네 며느리를 싫어하는 것 같아.”이 말은 명해은의 절친이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다른 사람이 듣지
화려한 별장 안의 로비에는 몇몇 사모님이 함께 앉아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모두 얼굴에 우아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그녀들은 모두 재벌 가문 태어나 재벌 가문으로 시집간 사람들이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전부 부귀한 생활을 누리며 살았기에 아무리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우아함이 그녀들의 뼛속 깊이 스며들었고 행동 하나하나에 고귀한 기품이 한껏 드러났다.여운별은 하인에 의해 별장 안으로 안내되어 자연스럽게 주인 양유미와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 잡담을 나누었다.그녀는 처음으로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게 되어 모두가 그녀를 낯설어했다.여운별도 그 점을 눈치채더니 곧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모여 웃고 떠들고 있었다.그녀는 이전에 자주 추미자를 따라 연회에 참석했기에 꽤 많은 사모님과 재벌가 딸들을 알고 있었다.비록 여운별이 지금 용씨 사모님 신분으로 나타나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남들은 그녀가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여운별은 그녀들의 취향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들의 취향에 맞게 행동하면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여운초는 안으로 들어왔지만 바로 여운별에 접근하지 않고 시어머니 명해은의 곁으로 돌아가 앉았다.명해은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여운별을 쓸어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여운초에게 말했다.“운초야, 그 용씨 사모님 마링야. 목소리와 몸매가 정말 너의 여동생과 비슷해.”여운별이 서원 리조트에 가서 돈을 달라고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명해은도 자연스레 여운별이 인상이 깊었다.“정말 비슷하더라고. 얼굴을 안 보면 같은 사람인 줄 알겠어.”여운초도 입을 열었다.“저도 처음 만났을 때 같은 사람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니까요.”조금 전에 명해은은 용씨 사모님이 막 도착했을 때 여운별의 험담을 하며 용씨 사모님의 얼굴을 살펴보았는데 용씨 사모님의 눈빛이 흐릿해지면서 명해은을 욕하려는 듯했지만 이내 그 표정을 감추어 버렸다. 그러나 세심한 명해은은 그 미세한 표정
임유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전씨 가문의 형제들은 전부 훌륭하잖아. 가문의 어르신들도 사상이 매우 진보적이고. 전씨 가문의 남자들도 결혼한 뒤에는 가정에만 충실하여 가풍도 매우 좋단 말이야. 좋은 남자를 누가 싫어하겠어? 전이진 씨도 내가 몇 번 만나본 뒤로 좋아하게 된 거야.”문가희는 임유나가 전씨 가문에 대한 평가에 동의했다.문가희가 입을 열었다.“전이진 씨를 좋아하는 건 너의 자유야. 근데 전이진 씨는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야. 너도 얼른 단념해.”“내가 먼저 좋아했거든. 아직 어떻게 고백할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여운초 씨에게 먼저 그 기회를 빼앗긴 거야.”임유나는 혼자 중얼거렸다.문가희는 어이없다는 듯 말을 건넸다.“사랑은 선착순이 아니라 인연이야. 인연이 없는 사람은 어릴 때부터 만나 함께 자라도 부부가 될 수 없어.”성소현은 하예정보다 몇 년 일찍 전태윤을 알게 되었고 몇 년 동안 그의 뒤를 쫓아다녔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그러나 전태윤은 하예정과 초고속 결혼을 하지 않았는가!낯선 사람과 깜짝 결혼할지언정 성소현의 마음을 받지 않았다.그 때문에 사랑은 선착순이라는 말이 없는 법이다.먼저 만났다고 해서 반드시 결과를 이루는 것도 아니었다.“전에 네가 전이진 씨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는 것 같은데. 그리고 고백한 적도 없다며? 의도적으로 상대방에게 접근한 적도 없잖아.”문가희는 이전에 신분을 숨기고 밖에서 일하며 상류 사회 사람들과 잘 교제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상류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문가희는 어머니로부터 많은 가십 뉴스를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확실히 임유나에 대한 소문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난 매번 연회에서 전이진 씨를 만날 때마다 이진 씨 시선 안의 범위에서 활동했거든. 너의 절친 성소현 씨도 전태윤 대표님에게 구애하다가 실패하여 남들의 비웃음을 당했잖아. 나도 그런 꼴 당하기 싫어서 계속 지켜만 보고 있었던 거야. 근데 그 장님이 앞이 보이지도 않으면서 감히 전이진 씨를 넘보
어쩐지 문가희의 절친이 성소현 한 명뿐이더라니!문가희가 너무 까다로운 게 아니라 이런 친구들과 전혀... 깊게 사귀지 못하게 때문이다.“여운초 씨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전이진 씨 덕분이잖아. 전이진 씨가 여러 번 예씨 가문으로 뛰어 들어가 정 선생님을 초대해서 눈을 치료하게 해주셨잖아. 전생에 무슨 개똥 같은 행운을 누렸는지 몰. 전이진 씨의 사랑도 받을 수 있다니. 여운초 씨가 방금 들어왔을 때 나도 봤어.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도 운초 씨에게 꽤 잘 하주시더라고. 잘 감싸준다고 많이 들었어. 그냥 팔자가 좋은 거지!”문가희는 임유나의 말에 질투와 신맛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챘다.특히 전이진을 언급할 때 말이다.문가희는 위아래로 임유나를 훑어보며 과감하게 물었다.“혹시 전이진 씨를 좋아해?”임유나의 얼굴이 단번에 빨개졌다.그녀는 전이진을 사모한 적이 있었다. 매번 연회에서 전이진을 만날 때마다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으로든 그의 앞에서 수 십 번이나 왔다 갔다 했지만 아쉽게도 전이진은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임유나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전이진을 좋아한다고 전씨 가문으로 시집가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임유나의 부모님은 그녀를 지지했다. 그러나 본인의 노력으로 전이진과 사랑을 이루어야만 전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를 도와 무언가를 계획하는 것을 기대조차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임씨 가문도 전씨 그룹과 사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전씨 가문을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게다가 감정적인 일은 강요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전이진이 그녀를 사랑하게 할 수 없다면 그녀의 부모님이 전씨 가문과 혼인을 맺고 싶어 해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전씨 가문의 도련님들은 가업을 이어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신분이 높은 거물들의 연회를 제외한 일반적인 연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전이진은 스무 살 때부터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사람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참석한 연회는 전
“만약 너였다면 너도 그렇게 했을 거야. 넌 설마 당당하게 복수하겠다고 떠들어대면서 친아버지 대신 복수한다고,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를 감옥에 처넣겠다고 입 밖으로 꺼내면서 다니려는 건 아니지? 정말 그렇게 행동했다면 아마 성년이 돼지도 못한 채 죽었을걸.”임유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잠자코 있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아무튼, 난 싫어.”“운초 씨도 네가 좋아할 필요는 없을 거야. 난 너와 대화가 잘 통해서 두 사람을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네가 이렇게 도도한 태도로 운초 씨를 얕보다니. 그만 말하자. 내가 아까 했던 말 없는 셈 쳐.”말을 마치자마자 문가희는 돌아서서 가버렸다.문가희와 임유나는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다. 임씨 가문은 관성에서 매우 조용하게 지내는 편이지만 임씨 가문의 신분과 지위는 전혀 낮지 않았다.아니면 임유나가 문씨 가문의 연회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임유나가 여운초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니 문가희는 자신이 임유나를 잘못 봤다고 느꼈다. 임유나는 평소에 그녀들 앞에서 대범하게 행동했지만 그런 시선으로 여운초를 볼 줄은 몰랐다.임유나는 아마도 여운초가 여씨 가문에서 키워졌기 때문에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를 감옥에 들여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추미자는 여운초가 들여보낸 게 아니었다!그녀는 하예진 모자를 다치게 했을뿐더러 불법적인 사업 때문에 체포되어 중형을 선고받게 된 것이다.여태웅은 여운초에 의해 감옥으로 들여보내게 되었지만, 그것 또한 여태웅이 그의 친동생을 살해하고 불법적인 장사를 하다가 여운초가 그 증거를 수집하게 되어 감옥으로 들여보내게 된 것이다.아무쪼록 여태웅 부부는 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었다.비록 여운초의 대의멸친이 놀라울 정도로 유명했지만 많은 사람은 여전히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가 여씨 가문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모두 잘 알고 있었다.어떤 사람들은 여운초가 잔인하고 무자비하다고, 그녀가 여태웅 부부를 고소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여태웅은 여운
여운별은 여운초가 자신에게 미안한 짓을 했는데 왜 자신이 여운초에게 미안한 짓을 했다고 말하느냐며 마음속으로 불평했다.여운별은 지금 자신이 괴롭힘을 당해도 자신을 위해 변명할 수 없었다. 여운초는 이미 그녀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었다고 생각했다.바깥사람들은 여운초가 부드럽다고 말하고 있었다. 비록 계속 괴롭힘을 당하면서 여씨 가문에서 하인보다 못한 삶을 살았지만, 여운초의 타고난 기질은 여운별보다 더 귀티 나는 재벌가의 딸 같다고 수군댔다.그런데 누가 여운초의 속내를 꿰뚫어 볼 수 있겠는가! 그녀의 속마음은 악마보다 더 교활했다.문가희도 웃으며 말을 건넸다.“용씨 사모님, 들어가시죠.”문가희는 용씨 사모님을 별장 안으로 초대하면서 여운초의 손을 잡는 것도 잊지 않았다.여운초는 앞을 볼 수 있지만, 눈앞의 사물만 볼 수 있었다. 고도 근시인 사람과 마찬가지였기에 문가희는 여운초를 조금이라도 돌봐주어야 했다.비록 두 사람은 과거에 교제한 적 없었지만, 오늘 밤은 사람은 옛 친구처럼 친해졌다.문가희는 여운초와 친구가 되는 것을 좋아했다.여운별은 문가희가 여운초를 세심하게 돌보는 것을 보더니 질투심이 솟아올랐다.여운별을 따라온 두 명의 경호원은 그녀가 허점을 드러낼까 봐 걱정했다. 그들은 문가희 일행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틈을 타서 한 걸음 다가가 여운별을 가볍게 건드리며 참으라고 주의를 시키었다.여운별이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바로 여운초와 하예정이었다.특히 여운초를 가장 원망했다.그녀는 심지어 여운초를 보자마자 달려들어 물어뜯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신분은 용씨 사모님이었다. 그녀는 이 신분으로 밖으로 나올 때면 원한을 드러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소까지 짜내야 했다.빌어먹을 장님이 아직도 그녀 앞에서 그녀의 험담을 하더라도 참아야 하느니라!여운초는 아마도 사람들 앞에서 여운별의 험담을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어쩐지 여운별이 예전의 친구들과 추미자의 친구였던 몇몇 사모님들과 연락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그녀의 휴대
여운별은 환하게 웃으며 문가희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녀와 악수했다.그리고 또 여운초를 바라보았다.문가희는 그녀에게 이렇게 소개했다.“이분은 제 친구 여운초예요. 여씨 가문의 큰 아가씨이자 전씨 집안의 둘째 사모님이기도 하죠.”여운별은 여운초에게 웃으며 인사했다.“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군요. 지난번 서점에서 본 것 같은데.”여운초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본 적 있죠. 용씨 사모님의 목소리가 제가 유난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랑 많이 닮아서 인상에 깊었거든요.”여운별의 마음은 조금 긴장되었다.역시 여운초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여운별의 목소리였다.‘침착해야 한다. 침착! 절대 허점을 드러내면 안 되느니라! 여운초에게 간파당하면 태호 씨는 분명 화가 날 것이고 그가 화가 나면 나도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거야. 그리고 내가 두려울 게 뭐가 있어?’여운별은 마음속으로 그녀가 항상 여운초를 괴롭혔기 때문에 여운초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여운별은 의아한 척하는 모습으로 말했다.“제가 사모님 지인분과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느끼셨다고요? 그런데 우리 여태껏 딱 한 번 만나지 않았나요? 관성 중학교 입구에 있는 서점에서 만났을 적 있었던 것 같은데요. 제가 시동생 대신 연습 책 사러 갔거든요.”여운초는 여전히 부드럽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용씨 사모님의 목소리는 제 여동생의 목소리와 특히 비슷하거든요. 만약 사모님의 얼굴을 보지 않고 단지 사모님의 목소리만 듣고 있다면 아마 저의 여동생으로 착각했을지도 몰라요.”여운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렇군요. 저와 사모님 여동생분이 외모도 많이 닮았나요?”“아니요. 얼굴은 전혀 달라요. 저의 여동생은 사모님만큼 아름답지 않거든요.”여운별은 마음속으로 심하게 욕했다.‘내가 너보다 훨씬 예쁘거든! 얼어 죽을 장님 같으니라고! 감히 내가 더 아름답지 못하다고? 누가 그래? 내가 아름답지 않다고? 나도 매우 예쁘거든!’“사모님의 몸매와 목소리는 제 여
결혼율이 낮으면 출산율도 낮아지는 법이다.국가가 수많은 정책을 내놓아도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의 열정을 불러 일을 킬 수 없었다.두 사람은 앞으로 걸어갔고 곧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대부분의 손님이 박 도착한 터라 문씨 가문의 야외 주차장에는 그 많은 차를 주차할 수 없었다.문씨 가문의 하인은 손님들에게 차를 별장 문 앞에 세우거나 길가에 세우라고 표현했다.길가에 주차된 차량은 이미 길게 늘어서 있었다.“아가씨.”문가희가 나오는 것을 보고 하인이 불렀다.문가희는 방금 도착한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은 후 하인들에게 손님을 별장 안으로 모시고 들어가라고 지시했다.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용씨 사모님을 발견하지 못해 그 하인에게 물었다.“저 용씨 사모님은요?”“아직 차에 계세요. 방금 차를 주차하셨거든요.”하인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급 차를 가리키며 문가희에게 대답해 주었다.차 안의 여운별은 여운초와 문가희를 발견했다. 그녀는 예전에 자주 추미자를 따라 연회에 참석하여 문가희를 수차례 만나본 적이 있지만 별다른 얘기를 나누어 보지 못했다. 하여 여운별이 문가희를 알아볼 수 있었지만, 문가희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예전에 연회에서 여운별은 감히 문씨 가문의 문가희와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문가희는 또 성소현의 절친이었기에 그녀는 거의 성소현과 함께 다녔다.‘근데 여운초가 어떻게 문가희와 함께 나올 수 있었지?’여운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예전에 여운별은 재벌가 딸들을 접촉하려고 해도 접촉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발밑에 계속 밟혀온 여운초가 문가희와 잘 지내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마음속의 질투심을 억제할 수 없었다.“사모님. 감정을 잘 조절하세요. 오늘 밤 연회에서 사모님은 반 시간만 이 연회에 참석하시고 어떠한 결점도 드러내지 마세요.”용씨 가문의 경호원이 여운별에 차갑게 주의를 시키었다.여운별은 용태호의 악랄함을 떠올리며 얼른 대답했다.“알겠어요.”“내리세요.”경호원이 다시 말을 건넸다.문씨 가문
문가희는 미안한 마음으로 여운초에게 말을 건넸다.“운초 씨, 먼저 안에 들어가 계세요. 제가 가서 용씨 사모님을 뵙고 올게요.”여운초는 명해은 일행이 이미 양유미에 의해 화려한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도 낯선 사람들을 보더니 다시 문가희에게 물었다.“가희 씨, 혹시 제가 가희 씨와 함께 용씨 사모님을 만나러 가도 괜찮겠어요? 제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문가희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 같이 가요. 그 용씨 사모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함께 보러 가죠. 저는 용씨 사모님이라는 분을 들어본 적 없어요.”문가희는 관성 상류 사회에서 정말로 용씨 성을 가진 사람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 사모님들도도 용씨 성을 가진 사모님들 들어본 적도 없었다.문가희는 정말 궁금했다.“제가 용씨 사모님을 한 번 본 있어요. 근데 제가 본 그 용씨 사모님과 오늘 밤 이분이 같은 사람 일지는 모르겠어요.”문가희는 여운초를 끌고 가다가 여운초의 말을 듣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만난 적 있다고요?”“네, 며칠 전 예정 씨의 서점에서 자신을 용씨 사모님이라고 자칭하는 사모님을 봤거든요. 20대 초반으로 나이가 아주 젊어 보였어요. 온몸은 화려하게 꾸몄고 예정 씨 서점으로 연습 책을 사러 가신 적 있거든요. 중학생인 시동생을 위해 연습 책을 사준다고 했어요.”문가희는 다른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용씨 사모님의 나이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감탄하며 물었다.“20대 초반에 시집갔다고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갔는지 확실히 좀 젊네요.”“제가 보기에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기껏해야 21살로 보였거든요.”여운별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여운별의 학업 성적은 여천우큼만 좋지 않았다. 보통 대학에 겨우 붙었지만, 여운별은 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추미자 부부도 여운별을 응석받이로 키웠고 또 집안 형편도 좋아서 설령 그녀가 좋은 학력이 없다고 해도 먹고 입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여 여운별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