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훈도 부모님의 결혼 재촉에 시달린다고 했다.정윤하는 소지훈의 서른 살 은 나이를 생각하면서 그가 부모님의 결혼 재촉을 받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여겼다.하지만 그녀는 겨우 20대로 매우 젊었기에 어머니가 지금 자신의 결혼을 걱정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정윤하는 아직 시집가고 싶지 않았다. 시집을 간다고 해도 그녀의 무술 실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를 찾고 싶어 했다.“엄마, 걱정하시려면 저의 두 오빠를 먼저 걱정하세요. 큰오빠는 32세이고 둘째 오빠도 벌써 28세예요. 오빠들이 먼저 결혼해야 제가 시집을 가죠.”두 아들에 대해 말하자면, 윤미연은 또 마음이 답답했다.윤미연은 혼자 중얼거렸다.“요즘 젊은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우리 때는 성인이 되면 바로 결혼을 생각하곤 했는데... 남자든 여자든 성인이 되면 결혼을 해야 하는데, 왜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지 몰라.”“시집가더라도 아이 딱 한 명만 낳으려고 하잖아. 아이가 얼마나 외로워. 자고로 아이를 많이 낳으면 복도 많아진다고 했는데. 적어도 2명은 낳아야지. 외롭지도 않고 얼마나 좋아!”“나중에 우리가 늙으면 형제자매들끼리 서로 상의도 하고 혼자 그 모든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되기에 스트레스도 덜 받을 텐데.”어머니의 잔소리에 정윤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엄마가 못 보셔서 그래요.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대출 모두 사람을 죽인다니까요. 집 한 채를 사면 부모님과 자식들의 모든 저축금을 다 써버리잖아요. 소비가 얼마나 높아요. 게다가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비용은 또 터무니없이 많이 들어요.”“지금은 옛날처럼 아이를 굶기지 않으면 된다는 그 시대가 아니라고요. 지금 세대가 사람을 얼마나 목말라 죽이는지 몰라요. 심지어 유치원 때부터 경쟁한다니까요.”“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커서 혼자 살기도 쉽지 않은 시대에 자식 키우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어요.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여러 대출을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데 누가
“이렇게 많이 차릴 필요 없어요.”소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정윤하도 웃었다.“과일과 간식뿐인걸요. 우리 어머니께서 아직 밥을 다 하지 않으셨어요. 배고프실 텐데 이 간식들을 먼저 드시면서 요기하세요. 아빠, 아저씨랑 먼저 얘기 나누세요. 제가 들어가서 엄마를 도와드릴게요.”말을 마친 정윤하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소지훈은 정윤하가 부엌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정수호에게 칭찬했다.“윤하 씨는 싸움 실력도 훌륭하고 마음씨도 고울 뿐만 아니라 요리도 잘하시네요. 따님을 정말 잘 키우셨어요.”정수호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과찬입니다만 우리 윤하는 정말로 훌륭하죠.”정수호는 딸을 매우 예뻐했다. 자신을 칭찬하는 것보다 딸을 칭찬하는 것을 더 기뻐했다.“우리 딸이 말하길 지훈 씨가 제 밑에서 무술을 배우고 싶어 하신다면서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한참 딴 얘기를 나누던 정수호는 그제야 본론으로 들어갔다.소지훈은 솔직하게 말했다.“네, 저는 무술을 배우고 싶어요. 며칠 전에 윤하 씨도 저에게 제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기본기만 훈련해 몸을 단련할 수 있을 정도로 배우면 된다고 하셨어요. 제가 기본기만 배우면 되나요?”“올해 34세군요.”소지훈은 눈치껏 세는 나이로 말하지 않고 만으로 나이를 말했다.정수호는 딸이 따라준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신 뒤 찻잔을 내려놓고 소지훈을 잠깐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지훈 씨 나이로 지금 시작하기엔 좀 늦었어요. 나이가 어찌 됐든 우리 도장에 처음으로 들어오면 일반적으로 기본기부터 훈련을 받아야 해요. 결과는 개인에 따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만요.”정합 도장이 모집한 학생들중 무술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먼저 정윤하의 두 오빠가 가르치다가 어느 정도 배운 뒤에야 정수호가 직접 가르쳤다.그리고 그 무술을 배운 엘리트 학생들은 정합 도장을 대신에 해 여러 대회에 참가하여 수많은 영광을 안아왔다.정합 도장도 무술 도덕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도
“정 관장님, 제 사업은 아주 크게 하고 있지만 우리 회사에도 든든한 관리팀이 있어 제가 1년 동안 회사에 복귀하지 않아도 문제없을 정도입니다. 일단 먼저 저 스스로 연습해보고 제가 어떤 정도까지 연마해낼 수 있는지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경호원도 구해야 하는데 때가 되면 정 관장님께서 인품 좋고 실력 좋은 청년을 경호원으로 제게 소개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복지와 혜택은 우리 회사 일반 사무직과 같습니다. 일만 잘한다면 절대 손해 보는 일 없게 하겠습니다.”정윤하는 말했다. 정합 도장은 학생들에게 무술을 배워 신체를 튼튼하게 하는 법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게끔 인도하기도 한다고 말이다. 만약 학생이 무술로 사람을 속이거나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다면 정합 도장은 반드시 제일 이른 시일 내에 해당 학생들을 찾아 처벌을 내릴 것이다.처벌을 내린 후 그 학생들과는 관계를 끊고 다시는 그런 사회의 불량배들이 본인을 정합 도장의 학생이라고 소개하는 일이 없게 한다.정 관장이 직접 소개한 사람이라면 소지훈은 절대적으로 시름을 놓는다.물론 정말 정 관장이 소개해준 사람을 쓴다면 소지훈은 계속해서 연기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태윤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하지만 완전히 그렇지도 않다. 적어도 소지훈은 가난한 척은 하지 않았다. 단지 정윤하에게 자신이 소씨 가문의 가주 아들인 것을 밝히지 않았을 뿐이었다.“지훈 씨께서 결정하셨으니 힘닿는 데까지 노력해보겠습니다.”“날도 어두워지고 지훈 씨도 멀리 오셨으니 오늘은 이만 쉬십시오. 내일 지훈 씨에게 우리 도장을 참관시켜드리겠습니다. 지훈 씨께서 무술을 연마하는 고생을 감수하실 수 있다고 확신이 설 때 결정 하셔도 됩니다.”그들 또한 소지훈의 인품을 검증해야 했다.어린아이들이 도장에 들어온다면 어린 나이에 잘 훈육할 수 있고 어린아이들이 정확한 인생관을 가질 수 있도록 잘 인도해줄 것이다.하지만 소지훈은 이미 서른이 넘었고 중년에 접어든 성공한 사람이자 사업계의
잠시 후 정 관장은 소지훈의 말에 대답했다.“지훈 씨, 윤하는 이미 어른이고 윤하가 어디를 가고 싶어 하든지는 본인의 자유입니다. 그저 윤하가 부모인 우리에게 말을 해주고 어디로 갔는지만 알려주면 되는 것입니다.”“제 딸이 가고 싶어 하는 한 우리는 아무런 의견도 없습니다.”정 관장이 걱정하는 것은 그의 딸이 멀리 나가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따위의 것이 아니었다. 그의 딸을 놓고 봤을 때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었다.다만 소지훈과 함께 전 대표의 결혼식에 참석한다면 사람들이 그의 딸 정윤하와 소지훈의 관계를 오해하기에 십상이었다.딸은 이미 스물네 살이었고 아내는 정 관장이 딸에게 무술을 가르쳐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기개를 가지게 한 것이 오히려 남자들이 놀라 떨어지게 하였고 여태까지 관심을 가지는 남자들이 없게 만들었다고 투덜대왔다. 이상의 모든 것을 고려해본 정 관장은 딸이 소지훈과 함께 전 대표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을 막지 않기로 했다.딸이 더 큰 세상을 보고 시야를 넓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소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정 관장님은 깨어있는 가장이시네요.”정 관장은 웃으며 소지훈에게 과일과 간식을 먹으라고 건네주었다.소지훈은 과일만 맛을 보았을 뿐 간식은 입에 대지 않았다.밖에서는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소지훈은 낯선 남자의 외침을 들었다.“막내야, 네가 원하던 새우전이랑 호박전 사 왔어!”“어머니, 사 오라고 하셨던 반찬 사 왔어요. 집에 귀한 손님 오셨죠? 좋은 술 한 병 사 왔으니 손님 대접 제대로 해드릴게요. 어머니 오늘 저녁에는 귀한 손님과 두 잔 정도는 마셔도 되죠?”들어온 두 명의 남자는 정윤하의 두 오빠였다.포장한 새우전과 호박전을 손에 든 남자는 정윤하의 작은 오빠였고 반찬을 손에 든 남자는 정윤하의 큰 오빠였다.정 씨네 삼 남매는 모두 애주가였다. 아니, 어쩌면 일가 다섯 식구 중에서 네 명이 애주가라고 하는 게 맞았다. 정윤하의 어머니 윤미연만이 술을 마시지 않고 남편
두 형제는 서둘러 도망갔다.엄마 윤미연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바로 두 형제가 여동생을 한평생 먹여 살린다는 것이었다.소지훈은 정윤하의 두 오빠가 나온 것을 보고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정 관장은 주동적으로 두 아들을 소지훈에게 소개해 주었고 정 관장의 소개가 끝나자 소지훈은 미래의 두 형님에게 인사를 하였다.정 씨네 두 형제는 예의 바르게 소지훈과 인사를 나누며 동시에 소지훈을 훑어보았다.모두가 다시 자리에 앉은 후 정윤하의 큰 오빠는 소지훈에게 물었다.“지훈 씨께서는 이번에 스승님을 뵙고 무술을 배우러 오셨다고 저희 여동생에게서 들었습니다.”소지훈은 미소를 유지하며 대답했다.“그렇습니다.”정윤하의 둘째 오빠는 다소 직설적으로 소지훈에게 말했다.“지훈 씨의 나이는 무술을 연마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설령 우리 도장의 인성 테스트에 통과한 뒤 돈을 내고 도장에 입관하신다고 해도 배울 수 있는 게 없으니 공돈을 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저희 정합 도장은 그런 야비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소지훈은 웃으며 말했다.“그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윤하 씨와 정 관장님 모두 저에게 똑똑히 알려주었습니다. 돈은 저에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단지 단련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어떤 정도까지 무술을 연마해낼 수 있는지는 그때 가서 봐야겠지만 저는 그냥 신체단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소지훈이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정 씨네 두 형제도 더 말을 얹을 수 없었다.정윤하와 윤미연 두 모녀는 한참을 주방에서 바삐 돌아쳤다. 잠시 후 정윤하는 한 손에는 포장 용기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젓가락을 든 채 주방에서 나왔다. 걸어 나오면서 포장 용기 안의 새우전을 집어 들어 먹었다.“아버지, 오빠! 밥 먹어요.”걸어가면서 먹는 정윤하의 모습을 보는 소지훈의 눈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소지훈은 정윤하의 현실적이고 털털한 모습을 좋아했다.아무튼 소지훈은 정윤하가 뭘 하든 다 좋았다. 그저 본인의 미래의 아내가 너무 좋았다.“꺼내지도 않고 그냥 접시에 놓
정윤하는 곧장 포장 용기와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아버지에게 좋은 술과 술잔 몇 개를 가져다드렸다.정 관장은 먼저 소지훈에게 한잔 가득 따라주며 물었다.“지훈 씨 술 가능하십니까?”“아버지, 지훈 씨는 평소에도 사업에 관련된 응대가 많아서 술은 당연히 마셔요.”정윤하가 정 관장의 말에 대답했다.소지훈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사업을 논하는 자리에서 술이 빠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 대부분 많이 마시진 않습니다. 기껏해야 맥주 두 병입니다. 독한 술이라면 한 잔만 마십니다. 취할 정도로 마시면 몸도 상하고 사고도 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지훈 씨처럼 하는 게 좋아. 술 마시는 것도 본인 정도를 봐가면서 적당히 마셔야지.”윤미연이 소지훈을 칭찬하니 소지훈의 눈은 미소로 가득 차올랐다.소지훈은 정씨 가문의 모든 이의 성격을 완벽히 파악했다.만약 소지훈을 잘 아는 사람이 그 자리에서 소지훈의 말을 들었다면 대개 못 참고 뿜어버렸을 것이다.기껏해야 맥주 두 병이라니.입 밖으로 꺼낸 것도 한몫하지만 그것보다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여간 대단한 게 아니었다.맥주 두 병으로 소지훈을 넘어뜨린다는 건 어림도 없었다.더 어이가 없는 점은 소지훈은 웬만해서 맥주는 마시지도 않는다는 것이다.정 관장은 자신의 술잔에도 술을 가득 따랐다. 손님이 온 틈을 타 그동안 못 마신 술을 마음껏 마셔 한을 풀려는 것이었다.그건 두 아들도 마찬가지였다.두 오빠가 자신들의 술잔에 술을 다 따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정윤하는 자신의 술잔에도 술을 가득 따를 심산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음식을 들고나오던 윤미연에 의해 그 자리에서 바로 제지당했다. 딸은 술을 마시지 말라는 어머니의 뜻이었다.윤미연은 딸더러 소지훈의 앞에서 이미지 관리를 하라고 암시했다.정윤하는 윤미연을 보고 말했다.“... 어머니, 반 잔 정도는 괜찮지 않아요?”모두가 술독이 올라도 정윤하만큼은 그러면 안 됐다. 그렇게 되면 밤에 잠도 설칠 것이고 한번 맛을 본 달달한 술맛이 계속
“매운 건 인정해요. 저희 어머니도 가끔 매운 음식들로 저희 입맛을 돋우게 만드시거든요. 어머니께서는 항상 매운 걸 많이 먹으면 몸에 열이 많아진다고 저희더러 냉차 같은 걸 좀 마시라고 하셨어요.”정윤하는 웃으며 대답했다.“글쎄요, 저는 매운 걸 먹어도 몸에 열이 많아진다는 느낌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관성 사람들은 뭘 하든 냉차를 마시라고 하는 것 같아요. 냉차가 만능인 것처럼요. 냉차 한 컵이면 해결 못 할 일이 없을 것처럼 말이에요.”연성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자극적으로 먹으며 면 요리와 만두를 좋아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윤미연은 광동에서 왔기 때문에 음식을 담백하게 먹었다. 그런 윤미연의 영향을 받아 정가네 음식도 담백해진 것이다.윤미연도 본인만 생각할 정도로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남매와 남편을 위해 이틀에 한 번씩 두 가지의 매운 음식을 준비해주곤 했다. 그러나 매운 음식을 할 때마다 고추의 매운맛에 재채기하고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는 윤미연을 보는 정 관장도 마음이 아팠다.결국 정 관장은 아내더러 매운 음식을 하지 말라고 했고 남매에게 매운 것이 먹고 싶으면 밖에서 포장해오라고 했다.“윤하 씨 어머니께서 우리 지역 사람이셨군요! 어쩐지 윤하 씨 어머님을 보면 이상하게 더 정겹더라고요. 저랑 동향인 이셨군요.”소지훈은 불현듯 깨달은 모양이었다.소지훈은 첫 만남에 윤미연의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기가 조심스러웠다. 설령 이미 알고 있었더라도 말이다.윤미연의 친정집은 관성에서 멀리 떨어진 광동의 작은 군에 있었다. 고속철도도 없고 공항도 없었기에 한 번 친정집으로 돌아가려면 자가용으로 운전해서 간다고 해도 며칠씩 가야 했다.정윤하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향 사람은 고향 사람을 알아보나 봐요. 저희 어머니도 지훈 씨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지훈 씨를 엄청나게 좋아하더라고요.”사실 윤미연은 두 아들이 집에 여자를 데려오나 딸이 남자를 집에 데려오나 모두 좋아했다.
해가 지고 다시 날이 밝으며 밤낮이 바뀌기를 반복하니 이틀이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오늘은 관성 재벌 전씨 가문의 도련님 전태윤이 그의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다.서원 리조트는 대문을 열어젖히고 각 시에서 오는 상업계 거물들과 유명인사들을 열렬히 맞이했다.관성에 온 손님들은 보통 먼저 서원 리조트로 간다. 그리고 나서는 전씨 가문에서 그들에게 안배해준 전 씨 그룹 산하의 호텔에서 묵게 된다.관성 호텔은 며칠 전 공고를 내보냈다. 전태윤의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은 외부 영업을 하지 않고 오직 전씨 가문의 손님들에게만 호텔을 제공한다고 말이다.관성 호텔은 오늘 결혼식 피로연이 끝난 뒤 내일에야 정상영업을 회복할 것이다.해도 뜨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하예정은 언니 때문에 잠에서 깼다.전태윤이 보낸 고급 화장 전문가가 이미 도착해 하예정이 깨면 임산부에게 어울리는 가벼운 화장을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어젯밤 조금 흥분한 나머지 잠을 설쳤기 때문에 하예정은 무척이나 피곤했다.하예정을 보러 온 절친들도 늦게까지 수다를 떨다가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언니가 깨워 마지못해 눈을 뜬 하예정은 눈을 비비며 밖을 보니 마침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하예정은 다시 눈을 감고는 중얼거렸다. “언니 나 좀만 더 잘게. 난 그냥 가볍게 화장만 하면 되니까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야. 화장 전문가분더러 먼저 뭐 좀 드시라고 해.”하예진은 이불을 걷으며 말했다.“너는 가뜩이나 일찍 나가야 하는데 지금 일어나지 않고 전태윤이 웨딩카 행렬을 끌고 널 데리러 왔을 때도 네가 화장을 채 하지 못해봐. 전태윤이 얼마나 초조하게 널 기다리겠니.”“부부 사이에 뭘 또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려.”하예정은 투덜거리며 결국 다시 일어나 앉았다.앉은 지 2분도 되지 않아 하예정은 다시 침대로 쓰러졌다. 이불을 끌어 올리며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나 진짜 딱 반 시간만 더 자게 해줘.”“자지 말고 빨리 일어나!”“그럼 15분만! 진짜 너무 졸려서 그래.”하예정은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