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하는 소지훈을 데리고 집으로 걸어갔다.정합 도장은 정하윤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지만 길을 가다가 많은 지인을 만날 수 있었다.다들 정윤하가 잘생긴 남자와 함께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그녀의 남자 친구인 줄로 착각했다.“정 코치님, 남자 친구세요? 정말 멋지네요.”“윤하야, 남자 친구야? 정말 멋지네. 네 부모님이 네가 시집가지 못할까 봐 걱정하시길래 내가 네 부모님께 설득했었는데. 네가 예뻐서 시집 못 갈 리가 없다고 말이야.”“남자 친구를 데리고 온 걸 보면 코치님 부모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앞으로 딸이 시집 못 갈 걱정은 안 하셔도 되겠네요.”학생들의 부모님이나 정씨 가문의 이웃 아주머니들은 정윤하에게 인사를 하며 소지훈과 그녀의 관계를 물어보기도 했다.정윤하는 서둘러 이웃 아주머니에게 해명했다.“아주머니, 이분은 저의 아빠를 스승으로 모셔 무술을 배우려고 찾아오신 분이에요.”아주머니가 이내 대답했다.“그랬구나. 남자 친구인 줄 알았어.”그 아주머니는 소지훈을 몇 번 쳐다보더니 정윤하를 한쪽으로 끌고 가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윤하야, 네 아버지에게 제자가 몇 명이나 있는지 나는 다 알고 있어. 이 남자가 제일 멋지고 기품도 남다르게 느껴져. 이 기회를 꼭 잡아야 해.”아주머니가 정윤하에게 눈짓하자 정윤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주머니, 그런 거 아니에요.”“나도 알아. 지금은 남녀 관계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그런 관계로 되면 얼마나 좋아. 아무튼, 좋은 남자 만나면 꼭 붙잡아야 해. 다른 사람한테 뺏기지 말고. 난 딸이 없지만, 우리 이웃들은 모두 네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봐왔어. 우린 항상 네 편을 들어줄 테니 꼭 기회를 잡아야 해.”정윤하는 웃으며 다그쳤다.“알겠어요. 알겠어요. 서두를게요. 아주머니, 저 먼저 이분을 모시고 아버지를 뵈러 갈게요.”“얼른 가봐.”정윤하는 다시 소지훈의 곁으로 돌아와 그와 함께 계속해서 집으로 향했다.그녀는 걸어가면서 소지훈에게 말을 건넸다.“저 아주머니는 우리 집
만약 정윤하가 소지훈에게 그런 마음이 없다면 소지후은 또 말할 필요도 없었다.어쨌든 소지훈은 정윤하에게만 마음이 흔들리고 정윤하가 그에게 시집가야만 소지훈이 평생 홀로 살지 않아도 된다.정윤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저씨도 서둘러야 할걸요. 아저씨 부모님께서 엄청나게 걱정 하시겠어요.”“저의 부모님께서는 아직 저에게 결혼을 재촉하지 않으셨지만, 저의 오빠들이 부모님께 결혼 재촉당하시거든요. 오빠들은 집에 돌아가면 잔소리를 들을까 봐 귀에 솜을 쑤셔 넣고 있어요.”“오빠들의 요구가 너무 높거든요. 여자 친구를 소개해 주어 상대방을 만나면 상대방이 너무 연약하다고 싫어해요. 제 형제들은 싸움 실력이 강한 여자를 좋아하거든요. 우리 아빠는 화가 나서 몽둥이로 오빠들을 때릴 정도예요.”소지훈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윤하 씨 오빠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정상이라고 봐요. 윤하 씨 오빠들도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배웠으니 모두 무술을 배우는 여자들을 찾고 싶어 할 거예요. 윤하 씨는 무술 할 줄 아는 남자 친구를 찾고 싶죠?”정윤하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대답했다.“본능적으로 무술 할 줄 아는 남자를 찾고 싶어 했죠. 하지만 생각해보니 평범한 사람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결혼 후 부부싸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요.”“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배웠고 우리 도장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 보니 소개팅 자리도 잘 안 들어와요. 상대방이 제가 무술을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결혼한 뒤로 제가 괴롭힐까 봐 걱정하는 모양이더라고요.”소지훈이 이내 말을 이었다.“그런 생각을 하는 남자라면 고민할 필요조차 없어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결혼 후 가정 싸움하는 생각까지 하다니! 좋은 남자들 장가를 가면 모두 집에서 아내를 예뻐할 생각만 하거든요.”“우리 관성의 전 대표님을 예로 들면 그분은 무술을 할 줄 알고 실력도 꽤 좋거든요. 그분 아내도 싸움 실력이 어느 정도 있지만 두 사람이 진정으로 겨룬다면 아내가
“도착했어요.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정윤하는 소지훈을 데리고 작은 정원이 딸린 자가 건설 집으로 들어갔다.소지훈은 정씨 가문의 저택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미래의 처가를 낱낱이 조사했다.정씨 가문은 연성에서 돈이 많은 가문은 아니지만 그들의 도장은 연성에서 매우 유명했다.정씨 가문은 진정한 부잣집은 아니지만, 일반 가정보다 훨씬 나았다.그들은 이 집 말고도 다른 곳에도 집 몇 채를 가지고 있다.정합 도장이 점유하고 있는 장소도 정씨 가문의 소유였다.정윤하의 아버지 정수호는 장남이 도장을 이어받아야 했기에 자가 건설 집을 지어 장남에게 물려주려고 했다.그 외 나머지 집들을 작은아들과 딸 정윤하에게 나누어 주려고 한다.만약 또 집을 살 돈을 충분히 벌게 된다면 정수호는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어 작은아들에게 주고 나머지 부분적인 집들을 정윤하에게 혼수로 나누어 줄 예정이었다.그 외 나머지 집들은 정수호 부부가 임대료로 받아 말년을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정씨 가문이 현재 살고 있는 자가 건설 집은 세 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크기를 이웃과 비교하면 훨씬 넓었다.정원 입구에는 대문이 세워졌는데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병풍 벽이 보인다. 병풍 벽 한가운데에는 “복”이라는 큰 글자가 쓰여 있었다.소지훈은 정윤하를 따라 정원으로 들어갔는데 그 큰 “복”자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이곳에 큰 ‘무’라는 글자가 쓰여 있을 줄 알았어요.”“예전에 ‘무'자를 크게 붙였었는데 우리 엄마가 모두 다 떼어버렸어요. 아버지가 붙일 때마다 어머니가 따라다니면서 떼어버리셨거든요. 도장에 ‘무'자를 얼마든지 붙여도 되지만 집만큼은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 뒤로 아빠는 다시는 붙이지 않으셨고요.”“우리 집은 집안을 어떻게 꾸밀지는 우리 엄마가 알아서 하시고 우리 아버지는 관여하지 않으세요. 부부 싸움하기 일쑤니까요. 우리 아버지 무술 실력은 대단하지만, 엄마한테 쫓기워 다니시곤 해요. 그래서 우리 아빠가 엄마께 잡혀서 사신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계세요
정수호는 이내 놀란 표정을 거두어들였고 딸의 소개로 소지훈과 서로 인사를 나눈 후 공손한 태도로 소지훈을 집으로 초대했다.정윤하의 오빠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그녀의 집에 들어간 소지훈은 손에 들고 온 선물을 내려놓았다.정수호는 소지훈에게 앉으라고 표시한 뒤 그에게 말을 건넸다.“많은 선물을 들고 오셨네요. 고마워요.”“윤하 씨가 저를 구해주셨어요. 그날 밤 제가 식사하고 집에 가던 길에 몇몇 건달들을 만났는데 큰일 날 뻔했거든요. 그때 윤하 씨가 지나가다가 저를 도와 그 강도들을 때려눕히고 경찰에 신고했거든요.”“처음 뵙겠습니다.”정수호는 딸이 소지훈을 구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우리 딸은 항상 남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앞으로 우리 집으로 올 때 이렇게 많이 사 오지 않으셔도 돼요. 윤하야, 지훈 씨께 차 끓여드려.”정윤하의 엄마 윤미연은 앞치마를 두른 채로 부엌에서 나왔다.정윤하는 소지훈에게 어머니를 소개해주었다.소지훈은 윤미연이 나오자 재빨리 일어나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윤미연은 방금 전 대화를 못 듣고 딸이 남자 친구를 데리고 그들 부부를 만나러 온 줄 알았다.윤미연은 소지훈과 몇 마디 인사를 나눈 뒤 웃으며 말했다.“얼른 앉으세요. 제가 요리를 해올 테니 좀 이따가 함께 식사해요.”“먼저 일 보세요.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찾아왔네요.”“아니에요. 편하게 앉아 계세요.”윤미연이 딸에게 따라오라는 눈짓을 보내자 정윤하는 차를 끓이는 도구들을 가지고 어머니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갔다.부엌으로 들어가자 윤미연은 이내 딸에게 물었다.“네 남자 친구야? 언제부터 사귀었어? 얼마나 사귄 거야? 네가 데이트하러 나간 것도 못 봤는데... 지금 아빠와 엄마한테 인사하러 온 거야?”윤미연은 딸에게 물어보는 동시에 휴대전화를 꺼내 아들에게 전화했다.아들이 전화를 받자 그녀는 아들에게 말했다.“돌아올 때 몇 가지 맛있는 요리들을 사와. 윤하가 남자 친구를 데리
윤미연은 실망한 모습이었지만 곧 다시 기뻐했다.그녀는 딸에게 말했다.“윤하야, 소지훈 씨는 아직 싱글이지? 우리 도장에서 무술을 배우든 안 배우든 이왕 만난 김에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건 어때? 혹시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정윤하는 어두운 얼굴로 대답했다.“엄마, 지훈 씨는 회사 대표예요. 수억 원짜리 고급 차를 모는 회사 대표는 미래의 아내에 대한 요구도 높을걸요. 게다가 우리 두 사람은 현실적으로도 차이가 너무 커요. 그리고 저는 부잣집에 시집가고 싶지도 않아요.”“그리고 지훈 씨는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요. 이미 35세인데 저보다 10살은 더 많아요. 저는 그분을 아저씨라고 불러요.”윤미연은 딸의 머리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아저씨라고 부르기엔 너무 젊었잖아. 오빠라고 해도 돼. 너도 너보다 8살 위인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잖아. 8살 차이나 10살 차이나 다름없어. 관리를 잘한 것 좀 봐. 20대처럼 보이잖아. 네 오빠보다 훨씬 어려 보여.”정윤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엄마, 그분은 무술을 배우고 싶어 할 뿐이에요. 이런 말은 우리 가족들이 있을 때만 해요. 다른 사람이 들으면 제가 시집 못 가서 안달 난 줄 알겠어요.”“넌 이미 스물네 살이야. 시집가기엔 적당한 나이지. 일찍 시집가고 싶지 않으면 믿을 만한 남자를 골라서 연애나 해. 맞다! 너는 연애도 안 해봤지? 휴, 걱정돼 죽겠어.”“네 아빠는 왜 널 어린 나이에 무술을 배우게 했는지 몰라. 유치원 때부터 싸움꾼이었는지라 싸움에서 진 적도 없잖아.”윤미연은 옛날 일을 생각하더니 이가 갈렸다.그녀는 아들 둘과 딸 한 명을 낳았는데 하나뿐인 딸을 공주처럼 예쁘게 키우고 싶어 했다.딸의 얼굴은 윤미연이 원하는 대로 예쁘게 생겼다. 어릴 때는 얼굴이 뽀얗고 맑았으며 무척 귀여웠다.살아있는 인형이라고 할 정도였다.그러나 무술을 배운 후로 딸이 다른 사람으로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딸을 괴롭혀야 딸이 반격했다.딸이 어려서부터 무술
소지훈도 부모님의 결혼 재촉에 시달린다고 했다.정윤하는 소지훈의 서른 살 은 나이를 생각하면서 그가 부모님의 결혼 재촉을 받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여겼다.하지만 그녀는 겨우 20대로 매우 젊었기에 어머니가 지금 자신의 결혼을 걱정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정윤하는 아직 시집가고 싶지 않았다. 시집을 간다고 해도 그녀의 무술 실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를 찾고 싶어 했다.“엄마, 걱정하시려면 저의 두 오빠를 먼저 걱정하세요. 큰오빠는 32세이고 둘째 오빠도 벌써 28세예요. 오빠들이 먼저 결혼해야 제가 시집을 가죠.”두 아들에 대해 말하자면, 윤미연은 또 마음이 답답했다.윤미연은 혼자 중얼거렸다.“요즘 젊은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우리 때는 성인이 되면 바로 결혼을 생각하곤 했는데... 남자든 여자든 성인이 되면 결혼을 해야 하는데, 왜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지 몰라.”“시집가더라도 아이 딱 한 명만 낳으려고 하잖아. 아이가 얼마나 외로워. 자고로 아이를 많이 낳으면 복도 많아진다고 했는데. 적어도 2명은 낳아야지. 외롭지도 않고 얼마나 좋아!”“나중에 우리가 늙으면 형제자매들끼리 서로 상의도 하고 혼자 그 모든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되기에 스트레스도 덜 받을 텐데.”어머니의 잔소리에 정윤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엄마가 못 보셔서 그래요.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대출 모두 사람을 죽인다니까요. 집 한 채를 사면 부모님과 자식들의 모든 저축금을 다 써버리잖아요. 소비가 얼마나 높아요. 게다가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비용은 또 터무니없이 많이 들어요.”“지금은 옛날처럼 아이를 굶기지 않으면 된다는 그 시대가 아니라고요. 지금 세대가 사람을 얼마나 목말라 죽이는지 몰라요. 심지어 유치원 때부터 경쟁한다니까요.”“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커서 혼자 살기도 쉽지 않은 시대에 자식 키우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어요.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여러 대출을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데 누가
“이렇게 많이 차릴 필요 없어요.”소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정윤하도 웃었다.“과일과 간식뿐인걸요. 우리 어머니께서 아직 밥을 다 하지 않으셨어요. 배고프실 텐데 이 간식들을 먼저 드시면서 요기하세요. 아빠, 아저씨랑 먼저 얘기 나누세요. 제가 들어가서 엄마를 도와드릴게요.”말을 마친 정윤하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소지훈은 정윤하가 부엌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정수호에게 칭찬했다.“윤하 씨는 싸움 실력도 훌륭하고 마음씨도 고울 뿐만 아니라 요리도 잘하시네요. 따님을 정말 잘 키우셨어요.”정수호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과찬입니다만 우리 윤하는 정말로 훌륭하죠.”정수호는 딸을 매우 예뻐했다. 자신을 칭찬하는 것보다 딸을 칭찬하는 것을 더 기뻐했다.“우리 딸이 말하길 지훈 씨가 제 밑에서 무술을 배우고 싶어 하신다면서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한참 딴 얘기를 나누던 정수호는 그제야 본론으로 들어갔다.소지훈은 솔직하게 말했다.“네, 저는 무술을 배우고 싶어요. 며칠 전에 윤하 씨도 저에게 제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기본기만 훈련해 몸을 단련할 수 있을 정도로 배우면 된다고 하셨어요. 제가 기본기만 배우면 되나요?”“올해 34세군요.”소지훈은 눈치껏 세는 나이로 말하지 않고 만으로 나이를 말했다.정수호는 딸이 따라준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신 뒤 찻잔을 내려놓고 소지훈을 잠깐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지훈 씨 나이로 지금 시작하기엔 좀 늦었어요. 나이가 어찌 됐든 우리 도장에 처음으로 들어오면 일반적으로 기본기부터 훈련을 받아야 해요. 결과는 개인에 따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만요.”정합 도장이 모집한 학생들중 무술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먼저 정윤하의 두 오빠가 가르치다가 어느 정도 배운 뒤에야 정수호가 직접 가르쳤다.그리고 그 무술을 배운 엘리트 학생들은 정합 도장을 대신에 해 여러 대회에 참가하여 수많은 영광을 안아왔다.정합 도장도 무술 도덕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도
“정 관장님, 제 사업은 아주 크게 하고 있지만 우리 회사에도 든든한 관리팀이 있어 제가 1년 동안 회사에 복귀하지 않아도 문제없을 정도입니다. 일단 먼저 저 스스로 연습해보고 제가 어떤 정도까지 연마해낼 수 있는지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경호원도 구해야 하는데 때가 되면 정 관장님께서 인품 좋고 실력 좋은 청년을 경호원으로 제게 소개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복지와 혜택은 우리 회사 일반 사무직과 같습니다. 일만 잘한다면 절대 손해 보는 일 없게 하겠습니다.”정윤하는 말했다. 정합 도장은 학생들에게 무술을 배워 신체를 튼튼하게 하는 법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게끔 인도하기도 한다고 말이다. 만약 학생이 무술로 사람을 속이거나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다면 정합 도장은 반드시 제일 이른 시일 내에 해당 학생들을 찾아 처벌을 내릴 것이다.처벌을 내린 후 그 학생들과는 관계를 끊고 다시는 그런 사회의 불량배들이 본인을 정합 도장의 학생이라고 소개하는 일이 없게 한다.정 관장이 직접 소개한 사람이라면 소지훈은 절대적으로 시름을 놓는다.물론 정말 정 관장이 소개해준 사람을 쓴다면 소지훈은 계속해서 연기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태윤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하지만 완전히 그렇지도 않다. 적어도 소지훈은 가난한 척은 하지 않았다. 단지 정윤하에게 자신이 소씨 가문의 가주 아들인 것을 밝히지 않았을 뿐이었다.“지훈 씨께서 결정하셨으니 힘닿는 데까지 노력해보겠습니다.”“날도 어두워지고 지훈 씨도 멀리 오셨으니 오늘은 이만 쉬십시오. 내일 지훈 씨에게 우리 도장을 참관시켜드리겠습니다. 지훈 씨께서 무술을 연마하는 고생을 감수하실 수 있다고 확신이 설 때 결정 하셔도 됩니다.”그들 또한 소지훈의 인품을 검증해야 했다.어린아이들이 도장에 들어온다면 어린 나이에 잘 훈육할 수 있고 어린아이들이 정확한 인생관을 가질 수 있도록 잘 인도해줄 것이다.하지만 소지훈은 이미 서른이 넘었고 중년에 접어든 성공한 사람이자 사업계의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