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하는 소지훈을 데리고 집으로 걸어갔다.정합 도장은 정하윤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지만 길을 가다가 많은 지인을 만날 수 있었다.다들 정윤하가 잘생긴 남자와 함께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그녀의 남자 친구인 줄로 착각했다.“정 코치님, 남자 친구세요? 정말 멋지네요.”“윤하야, 남자 친구야? 정말 멋지네. 네 부모님이 네가 시집가지 못할까 봐 걱정하시길래 내가 네 부모님께 설득했었는데. 네가 예뻐서 시집 못 갈 리가 없다고 말이야.”“남자 친구를 데리고 온 걸 보면 코치님 부모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앞으로 딸이 시집 못 갈 걱정은 안 하셔도 되겠네요.”학생들의 부모님이나 정씨 가문의 이웃 아주머니들은 정윤하에게 인사를 하며 소지훈과 그녀의 관계를 물어보기도 했다.정윤하는 서둘러 이웃 아주머니에게 해명했다.“아주머니, 이분은 저의 아빠를 스승으로 모셔 무술을 배우려고 찾아오신 분이에요.”아주머니가 이내 대답했다.“그랬구나. 남자 친구인 줄 알았어.”그 아주머니는 소지훈을 몇 번 쳐다보더니 정윤하를 한쪽으로 끌고 가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윤하야, 네 아버지에게 제자가 몇 명이나 있는지 나는 다 알고 있어. 이 남자가 제일 멋지고 기품도 남다르게 느껴져. 이 기회를 꼭 잡아야 해.”아주머니가 정윤하에게 눈짓하자 정윤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주머니, 그런 거 아니에요.”“나도 알아. 지금은 남녀 관계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그런 관계로 되면 얼마나 좋아. 아무튼, 좋은 남자 만나면 꼭 붙잡아야 해. 다른 사람한테 뺏기지 말고. 난 딸이 없지만, 우리 이웃들은 모두 네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봐왔어. 우린 항상 네 편을 들어줄 테니 꼭 기회를 잡아야 해.”정윤하는 웃으며 다그쳤다.“알겠어요. 알겠어요. 서두를게요. 아주머니, 저 먼저 이분을 모시고 아버지를 뵈러 갈게요.”“얼른 가봐.”정윤하는 다시 소지훈의 곁으로 돌아와 그와 함께 계속해서 집으로 향했다.그녀는 걸어가면서 소지훈에게 말을 건넸다.“저 아주머니는 우리 집
만약 정윤하가 소지훈에게 그런 마음이 없다면 소지후은 또 말할 필요도 없었다.어쨌든 소지훈은 정윤하에게만 마음이 흔들리고 정윤하가 그에게 시집가야만 소지훈이 평생 홀로 살지 않아도 된다.정윤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저씨도 서둘러야 할걸요. 아저씨 부모님께서 엄청나게 걱정 하시겠어요.”“저의 부모님께서는 아직 저에게 결혼을 재촉하지 않으셨지만, 저의 오빠들이 부모님께 결혼 재촉당하시거든요. 오빠들은 집에 돌아가면 잔소리를 들을까 봐 귀에 솜을 쑤셔 넣고 있어요.”“오빠들의 요구가 너무 높거든요. 여자 친구를 소개해 주어 상대방을 만나면 상대방이 너무 연약하다고 싫어해요. 제 형제들은 싸움 실력이 강한 여자를 좋아하거든요. 우리 아빠는 화가 나서 몽둥이로 오빠들을 때릴 정도예요.”소지훈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윤하 씨 오빠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정상이라고 봐요. 윤하 씨 오빠들도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배웠으니 모두 무술을 배우는 여자들을 찾고 싶어 할 거예요. 윤하 씨는 무술 할 줄 아는 남자 친구를 찾고 싶죠?”정윤하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대답했다.“본능적으로 무술 할 줄 아는 남자를 찾고 싶어 했죠. 하지만 생각해보니 평범한 사람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결혼 후 부부싸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요.”“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배웠고 우리 도장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 보니 소개팅 자리도 잘 안 들어와요. 상대방이 제가 무술을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결혼한 뒤로 제가 괴롭힐까 봐 걱정하는 모양이더라고요.”소지훈이 이내 말을 이었다.“그런 생각을 하는 남자라면 고민할 필요조차 없어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결혼 후 가정 싸움하는 생각까지 하다니! 좋은 남자들 장가를 가면 모두 집에서 아내를 예뻐할 생각만 하거든요.”“우리 관성의 전 대표님을 예로 들면 그분은 무술을 할 줄 알고 실력도 꽤 좋거든요. 그분 아내도 싸움 실력이 어느 정도 있지만 두 사람이 진정으로 겨룬다면 아내가
“도착했어요.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정윤하는 소지훈을 데리고 작은 정원이 딸린 자가 건설 집으로 들어갔다.소지훈은 정씨 가문의 저택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미래의 처가를 낱낱이 조사했다.정씨 가문은 연성에서 돈이 많은 가문은 아니지만 그들의 도장은 연성에서 매우 유명했다.정씨 가문은 진정한 부잣집은 아니지만, 일반 가정보다 훨씬 나았다.그들은 이 집 말고도 다른 곳에도 집 몇 채를 가지고 있다.정합 도장이 점유하고 있는 장소도 정씨 가문의 소유였다.정윤하의 아버지 정수호는 장남이 도장을 이어받아야 했기에 자가 건설 집을 지어 장남에게 물려주려고 했다.그 외 나머지 집들을 작은아들과 딸 정윤하에게 나누어 주려고 한다.만약 또 집을 살 돈을 충분히 벌게 된다면 정수호는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어 작은아들에게 주고 나머지 부분적인 집들을 정윤하에게 혼수로 나누어 줄 예정이었다.그 외 나머지 집들은 정수호 부부가 임대료로 받아 말년을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정씨 가문이 현재 살고 있는 자가 건설 집은 세 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크기를 이웃과 비교하면 훨씬 넓었다.정원 입구에는 대문이 세워졌는데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병풍 벽이 보인다. 병풍 벽 한가운데에는 “복”이라는 큰 글자가 쓰여 있었다.소지훈은 정윤하를 따라 정원으로 들어갔는데 그 큰 “복”자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이곳에 큰 ‘무’라는 글자가 쓰여 있을 줄 알았어요.”“예전에 ‘무'자를 크게 붙였었는데 우리 엄마가 모두 다 떼어버렸어요. 아버지가 붙일 때마다 어머니가 따라다니면서 떼어버리셨거든요. 도장에 ‘무'자를 얼마든지 붙여도 되지만 집만큼은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 뒤로 아빠는 다시는 붙이지 않으셨고요.”“우리 집은 집안을 어떻게 꾸밀지는 우리 엄마가 알아서 하시고 우리 아버지는 관여하지 않으세요. 부부 싸움하기 일쑤니까요. 우리 아버지 무술 실력은 대단하지만, 엄마한테 쫓기워 다니시곤 해요. 그래서 우리 아빠가 엄마께 잡혀서 사신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계세요
관성의 10월 날씨는 여전히 덥고 아침과 저녁에만 늦가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하예정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언니네 세 식구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준 뒤 주민등록증을 챙겨 조용히 떠났다."오늘부터 우리 더치페이로 해, 생활비든, 주택 대출이든, 자동차 대출이든 모두 더치페이로 해! 여동생도 우리 집에 얹혀사니 절반쯤을 내놓으라고 해, 한 달에 30여만 원을 주면 뭐 해? 공짜로 먹고사는 거랑 뭐가 다른데? ”어젯밤 언니와 형부가 다퉜을 때 그녀가 형부에게 들은 말이다.언니 집에서 나가야 해!하지만 언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는 것뿐....예정은 비록 남친도 하나 없지만, 단기간에 시집을 가기 위하여 우연히 구한 적이 있는 전씨 할머니의 부탁을 듣고 결혼이 어렵다는 큰 손자 전태윤에게 시집을 가기로 했다.20분 후, 그녀는 구청 입구에서 내렸다.”예정아.”차에서 내린 그녀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는데 전씨 할머니셨다.”전 할머니.”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예정은 전씨 할머니 옆에 서 있는 키가 크고 차가워 보이는 한 남자에게 눈길이 끌렸는데, 바로 그녀의 결혼 대상인 전태윤이 아닐까 싶다.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태윤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씨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큰 손자인 태윤은 서른이 다 되도록 여자 친구 하나 없어 자신을 크게 걱정시킨다고 했었다. 예정은 아마도 매우 못생긴 남자이리라 추측했었다.들은데 의하면 어느 큰 그룹의 경영자로 수입도 아주 높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직접 만나보고 나서야 자신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차가워 보이는 성격으로, 전씨 할머니 옆에 서서 어두운 얼굴로 마치 낯선 사람 접근 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선을 살짝 돌려 보니,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승용차가 한대 서 있었다. 다행히도 억대의 고급차는 아닌 보통 수준의 자가용이었다. 이를 본 예정은 그녀와 태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느껴졌
"약속하였으니 지킬게요."예정도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린 거라 다시 후회할 생각은 없었다.태윤은 이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주민등록증를 꺼내 앞에 내놓았다.예정도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증을 꺼내 놓았다.두 사람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재빠르게 결혼 절차를 밟았다.혼인 신고가 끝나자 태윤은 바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둔 열쇠를 꺼내 예정에게 건넸다. "주택은 발렌시아 아파트구에 있는데 할머니한테서 관성 중학교 입구에 서점을 차렸다고 들었어, 그쪽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깐 버스로 십여 분이면 갈 수 있을 거야.""운전면허증은 있어? 운전면허가 있으면 차 한 대를 제공해 줄게, 계약금은 내가 내줄 테니 매달 차 대출금을 갚아, 차를 가지고 다니면 출퇴근이 편할 거야.""나는 일이 바빠 보통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와, 그리고 때로는 출장을 가기도 하는데, 자기 절로 제 몸만 잘 챙기면 돼. 생활비는 매달 10일에 급여 받으면 넘겨줄게.""그리고 시끄럽지 않게 결혼한 사실은 잠시 비밀로 해줘."태윤은 회사에서 남을 부리는 게 습관이 됐는지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연달아 분부하였다.예정이 초고속 결혼을 한 이유는 언니가 형부와 다투는 것을 원치 않아 하루빨리 결혼하여 언니 집에서 나와 언니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녀에게 이 결혼은 그저 계약 결혼에 지나지 않았다.태윤이 집 열쇠를 주자 예정은 사양치 않고 열쇠를 건너 받았다."운전면허증은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차를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고 다녔었는데 금방 새 오토바이로 바꿨어요."“저기...... 태윤씨, 우리도 생활비를 더치페이로 할까요 ?"언니와 형부는 좋은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형부가 더치페이란 말을 꺼내는 걸 보면...... 아마도 형부는 언니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아이 하나 잘 돌보고, 장보고, 밥하고 거기에 집 청소까지 하는 데 시간이
"네, 할머니."비록 전씨 할머니가 평소 잘해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태윤이는 친손자이고, 자기는 그저 손자며느리에 불과한데, 혹여 갈등이 발생하면 며느리 편을 들어주기나 할까?예정은 전혀 믿지 않았다.마치 언니의 시부모들처럼 말이다.결혼 전에 그들도 언니에게 친딸이 질투할 정도로 엄청나게 잘해주었지만.... 결혼 후엔 태도가 확 달라지더니 언니랑 형부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시어머니는 언니에게만 아내노릇을 잘 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아들은 언제나 한집 식구이고, 며느리는 그냥 남인 것이다."이제 출근하러 가야겠네? 그럼 할머니는 그만 가 볼게. 그리고 저녁에 태윤이한테 데리러 가라 할게, 같이 밥이라도 먹자""할머니, 제가 가게 문을 늦게 닫아서 아마 식사는 어려울 것 같아요. 주말은 어떨까요?"주말에 학교가 쉬면 학교에 의존하여 먹고사는 서점들은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말엔 문을 닫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전씨 할머니는 그 말을 자상하게 받아주셨다."그럼 주말에 다시 보자, 먼저 일 보거라."그러고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예정은 바로 가게로 가지 않고, 먼저 절친인 심효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점심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나오기 전에 가게로 돌아간다고 했다.인생의 큰일을 해결한 예정은 아무래도 돌아가서 언니에게 말하고 나서 언니의 집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십여 분 후,언니의 집에 도착했다.형부는 이미 출근하였고 언니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온 것을 본 언니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예정아, 왜 벌써 돌아왔어? 오늘 가게 안 열어?""점심때 다시 갈 거야, 점심때가 가장 바빠. 우빈인 아직 안 깼어?주우빈은 예정의 조카로 이제 막 두 살이 된 장난꾸러기이다."아직이야. 그 녀석이 깨어나면 집안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어."예정은 언니를 도와 옷을 널면서 어젯밤에 일었던 일을 조심스레 물어봤다.“예정아, 형부가 널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너무
"언니, 그건 태윤의 개인재산이야, 나는 한 푼도 내지 않았어, 공동소유라니 이건 말도 안 돼."혼인신고를 하지 마자 태윤은 집 열쇠를 주었고 이로하여 즉시 이사하여 더는 형부의 눈치를 보며 살지 않게 된 예정은 이걸로도 아주 만족하고 있다.그녀는 태윤에게 먼저 공동소유를 제안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일 태윤이가 먼저 제안하면 거절할 생각도 없고 말이다. 이제 부부인 만큼 평생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예진도 그저 한번 말해보았을 뿐이다. 동생은 이런 것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렇게 묻고 답하면서 잠시 뒤에야 예정은 언니의 집에서 이사를 할 수가 있었다.언니는 발렌시아 아파트까지 데려다주려고 하였지만 그때 마침 조카 우빈이 깨어나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언니, 먼저 우빈이부터 챙겨, 물건이 그리 많지 않으니 혼자 갈 수 있어"예진은 아들에게 밥을 먹여줘야 하고, 그러고 나서 또 점심 식사도 준비해야 했다. 남편이 점심에 돌아올 때 식사가 차려져 있지 않으면 또 집에 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나무랄 것이다."그럼 조심해서 가 알았지? 점심은 어떡할래? 네 남편 불러다 같이 먹을까?""언니, 나 점심엔 가게로 돌아가야 해, 태윤인 일이 바빠서....오후엔 출장 가야 한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시간이 좀 지나야 언니 만나러 올 수 있을 것 같아."예정은 거짓말을 했다.태윤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전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태윤은 일이 바빠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돌아온다고 한다, 때로는 출장을 가는데 한번 출장을 가면 열흘이나 보름이 지나서 돌아온다고 한다. 예정은 태윤이 언제 시간이 될지 몰라 언니랑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오늘 혼인신고 하자마자 출장을 가다니...."예정은 태윤이 동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다."우린 그냥 신고만 하였지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잖아, 출장 가서 돈 많이 벌면 좋지 뭐....앞으로 돈 쓸데도 많아질 거야. 언니, 나 먼저 가
태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회의를 계속했다.태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은 사람은 그의 큰 동생이자 전씨 가문의 둘째 아들인 전혁진이다. “형, 나 할머니한테 말씀 들었어. 정말 그 뭐 예정이라는 여자랑 결혼한 거야?”태윤은 전혁진을 힐긋 보았다.혁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코를 쓰다듬더니 감히 다시 묻질 못했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큰형에게 많은 동정을 베풀었다.전씨 가문의 아들들은 이익을 위하여 혼인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지만 형님과 형수님은 차이가 너무 났다. 단지 할머니가 그 예정이라는 여자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형님과 결혼시켰을 뿐이다. ‘형님도 참 불쌍하지....’진혁진은 마음속으로 다시 큰형에게 동정을 베풀었다.‘다행히 맏손자가 아니라서....그렇지 않으면 할머니 은인이랑 결혼해야 할 사람은 나 일거야.’예정은 집 주소를 똑바로 물은 뒤 캐리어를 끌고 새집을 찾아갔다.문을 연 후, 집으로 들어갔는데 집은 언니 집보다 더 컸고 인테리어도 매우 화려했다.예정은 캐리어를 내려놓고 먼저 집을 한 번 쭉 둘러보았다. 앞으로는 이 집이 예정이 살아갈 곳이다.거실 두 개, 방 네 개, 주방 하나 그리고 베란다 두 개....모든 공간이 다 널찍하였다. 그녀는 이 집이 적어도 200평 이상이 될 거라 추측했다.그런데 가구는 거의 없었다. 로비에는 소파 하나, 티 테이블 하나, 그리고 수납장만 하나 달랑 있었고, 네 개의 방에서 두 개의 방에만 침대와 옷장이 있고 다른 두 개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안방은 침실과 작은 드레스룸, 그리고 작은 서재와 화장실로 나누어져 있었다. 비록 공간이 나누어져 있었지만, 면적은 매우 커서 거의 로비 면적이랑 비슷했다.이 방은 태윤의 방인 것 같다.예정은 베란다 옆에 있는 침대가 있는 다른 방을 선택했고, 햇살도 좋고 안방과 거리도 두어 개인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비록 혼인 신고를 했지만 예정은 태윤이 먼저 스킨십을 요구하지 않는 한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리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