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훈 씨.”소지훈이 운전기사로 데리고 온 두 명의 경호원이 소지훈이 나오는 것을 보더니 바로 마중 나왔다.그들은 소지훈의 요구대로 “소지훈 씨”로만 호칭했다. “도련님”으로 부르면 전하윤이 소지훈의 진짜 신분을 발견하게 되어 겁먹게 할까 봐 걱정했다.경호원들은 소지훈이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고 여겼다. 미래의 소씨 가문의 사모님 담력이 매우 컸기에 소지훈의 신분을 두려워할 리가 없었다.소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윤하에게 말했다.“제 차에 많은 사람이 탈 수 없기 때문에 두 명의 운전기사를 불러왔어요. 차 세 대로 이동하면 붐빌 필요도 없이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어요.”정윤하는 소지훈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아저씨, 고마워요. 생각이 깊으시네요”소지훈이 웃었다.“괜찮아요. 윤하 씨는 저를 모르는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구해주셨는데 제가 차를 안배해 드리는 것쯤이야 아주 사소한 일이죠. 사양하지 마세요.”정윤하도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우리 서로 자꾸 고맙다고 하지 말죠. 저도 익숙하지 않아요.”정윤하도 시원시원한 사람을 좋아했다.두 사람은 학생들이 각각 차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았고 정윤하는 그제야 소지훈을 따라 그의 차로 향했다.소지훈이 신사처럼 정윤하의 차 문을 잡아당겨 주자 정윤하는 본능적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방금 자신이 한 말을 떠올리며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정윤하가 안전 벨트를 매고 나서야 소지훈이 차에 올랐고 이내 차를 몰고 관성 호텔을 떠났다.가는 길에 소지훈은 정윤하에게 관성의 놀기 좋은 곳을 소개하며 맡은 바 책임을 다했다.정윤하는 그 말들을 들으면서 매우 설렜고 또 유감스러워하면서 입을 열었다.“그러나 저는 관성에 며칠밖에 머물 수 없어요. 학생들의 부모가 걱정하고 있기에 돌아가야 해요.”소지훈이 바로 말을 이었다.“앞으로 시간이 나면 혼자 와서 많이 놀다 가요. 미리 전화 주시면 제가 호텔도 예약해 드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사드릴게요.”“너무 폐만 끼치는 것 같네
소지훈은 정윤하에게 말을 건넸다.“듣기로는 장미꽃과 백화꽃 그리고 해바라기도 심는대요. 지금은 10월이라 꽃이 많이 안 피었지만 봄에 여기로 오면 정말 예쁠 거예요.”정윤하도 창문을 내리누르고 먼 곳을 바라보며 감탄했다.“제가 보고 있는 곳 모두 전씨 가문의 산이에요? 저 사람들도 모두 전씨 가문의 사람들이라고요?”“지금 윤하 씨가 볼 수 있는 곳 모두 전씨 가문의 산이에요. 그리고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도 전씨 가문의 노동자예요. 정원을 관리하는 사람들, 그리고 과일 산을 관리하는 사람들이거든요.”“또 다른 사람들은 전씨 가문의 족속의 사람들로 모두 전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에요.”“저 집들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집은 전씨 가족의 거처이고 어떤 집은 노동자들의 숙소에요. 전씨 가문은 노동자들 복리에 신경을 잘 써줘요. 혼자 사는 노동자라면 화장실과 주방이 달린 방에서 살게 하고 가족을 데리고 여기에 와서 일하는 사람한테는 숙소를 나누어 주는데 크지는 않지만, 설계도 잘 되어 있어서 살 만할 거예요.”정윤하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그러면 여기서 일하는 사람은 사무실 직원들 대우와 같네요.”“일반 회사의 사무직 직원들보다 낫죠. 노동자의 학생들도 공부를 엄청 잘해요. 앞으로 좋은 대학에도 가고 사회에 나와 전씨 그룹에 취직하게 되면 또 전씨 가문에서 보너스도 주거든요.”“전씨 가문의 노동자들이 여기로 들어와서 취직하게 되면 자리를 옮기는 일이 거의 없어요. 오히려 떠나기 아쉬워하거든요. 오래 머물다 보니 한 곳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특히 전씨 가문은 노동자들에게 정말 잘 대해주세요. 특히 전씨 할머니는 매우 친절하시거든요.”“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고 이렇게 좋은 주인을 만난다면 저 같아도 떠나기 아쉬울 거예요. 어쩐지 전씨 가문이 관성의 갑부 자리에 우뚝 서 있더라니.”번창하는 대가족이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자손들도 모두 출세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명문가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가정에서도 이런 가문을 찾기 매
소지훈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윤하 씨, 저한테 이렇게 예의 차리지 마세요. 우리는 이제 친구잖아요. 더구나 윤하 씨는 저의 생명의 은인인걸요.”정윤하도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러죠. 저도 항상 예의 차리는 게 불편하고 어색해요. 아저씨도 자꾸 생명의 은이라는 말 좀 하지 마세요. 저는 단지 소화할 겸 산책할 때 건달들과 싸움 한 번 했을 뿐이에요.”두 사람 모두 웃음 터뜨리고 말았다.정윤하가 차에서 내려 꽃구경 할 의향이 없는 것을 보아낸 소지훈은 바로 차를 몰고 산으로 향했다.소지훈은 정윤하가 꽃을 좋아하지 않으리라 추측했다.그리고 차가 산 중턱까지 갔다가 잠시 멈추었다.산 중턱에 경비원 사무실이 있었고 사무실 앞에는 차량 통행 금지 표시판이 세워져 있었다.경비원은 소지훈을 보더니 재빨리 소지훈의 차량을 지나가게 했다.정윤하가 궁금한 듯 물었다.“산속에도 통행을 지키는 경비실이 있네요.”“네, 서원 리조트는 전씨 가문의 큰 저택으로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어요. 예전에는 리조트 대문 앞에만 설치했는데 전 대표님이 깜짝 결혼 이후 너무 많은 사람이 전 대표님 부부의 사생활을 몰래 촬영하려고 산을 오른 적 있거든요.”“리조트의 안전을 고려한 전 대표님은 산 중턱에 경비원들을 안배했어요. 세 사람 한 팀으로 3팀을, 하루 24시간 교대로 근무하게 하고 허가 없이 이곳으로 오면 산 중턱 아래에서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했어요.”정윤하는 갑자기 부잣집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출입하는 자유마저도 모두 통제되다니.다행히 정윤하는 단지 명문가의 저택으로 여행을 왔을 뿐이고 한 바퀴 둘러보다가 떠나기 때문에 이런 일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었다.정윤하는 문득 자기 생각이 우습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부잣집에 함부로 시집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정윤하는 속박당하면서 명문가에 시집가고 싶지 않았는바 그저 평범한 가정의 남자와 결혼하고 싶었다.정윤하는 정
소지훈도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눈 후 정윤하에게 집사를 소개해주었다.“윤하 씨, 이분이 바로 서원 리조트의 집사 박씨 아저씨예요.”“박 집사님, 이분은 연성의 정합 도장 사장님의 딸 윤하 씨에요. 제 생명의 은인이죠.”박 집사는 속으로 비방했다.‘날 지금 놀리나... 소 대표님도 생명의 은인이 있다고?’소지훈의 신분으로 놓고 봐도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한다.소지훈과 싸우기는커녕 감히 그의 털끝도 건드리지도 못할 것이다.하지만 큰 도련님은 특별히 집사에게 소지훈이 오면 소지훈이 무슨 말을 하든 맞장구쳐 주며 그의 뜻에 따르라고 당부하셨다.“윤하 씨.”박 집사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정윤하는 이내 대답하며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실례하게 됐네요. 잘 부탁드려요.”박 집사는 빙그레 웃었다.“소 대표님은 우리 큰 도련님과 아는 사이라 괜찮아요. 큰 도련님께서 지시하셨거든요. 오늘은 제가 가이드가 되어 리조트를 구경시켜 드리라고요.”소지훈이 끼어들었다.“박씨 아저씨, 잘 부탁드려요. 제가 여기 두 번밖에 오지 못했지만, 익숙히 알지는 못해도 길은 잃지 않을 거예요. 윤하 씨 가이드하는 것쯤은 쉽게 할 수 있어요. 일 보세요. 고마워요, 집사님.”“우리 14명의 점심 식사만 준비해 주세요. 오후에 시내로 돌아갈 거에요.”박 집사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알겠어요. 소 대표님께서 점심 식사 한 시간 전에 요리를 주문해 주시면 저희가 때맞춰서 연락드릴게요. 그리고 저에게 위치를 보내주시면 사람을 시켜 음식을 배달해 드릴게요.”소지훈이 인사했다.“네, 그러죠. 잘 부탁드려요.”박 집사도 웃었다.“재미있게 놀다 가시길 바라요. 어린이 놀이터도 저쪽으로 이미 안배해 드렸어요. 학생들이 놀고 싶어 하는 놀이 기구도 사람들을 대기시켜 놓았으니 학생들의 안전에 유의해주시기 바래요.”소지훈은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했다.박 집사도 거듭 인사할 필요 없다면서 소지훈 일행만 즐겁게 지내면 된다고 말했다.그래야 박 집사도 소지훈
“전씨 할머니.”피할 수 없으면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소지훈은 바로 빙그레 웃으며 할머니께 인사드렸다.정윤하는 눈앞에서 걸어오는 자애롭고 보살님처럼 웃는 할머니가 바로 전씨 할머니임을 알아보았다.전씨 할머니의 수수한 옷차림은 여느 할머니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타고난 귀티가 수수한 옷으로는 전혀 가려지지 않았다.할머니는 힘차게 걸어오셨고 신체가 매우 튼튼하셨다. 관리도 아주 완벽히 잘하셨기에 겉으로 보면 마치 50대의 아주머니와 같으셨고 실제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지훈 씨, 이분은?”전씨 할머니는 정윤를 보며 모르는 척 소지훈에게 물었다.어르신 앞에서 소지훈은 속임수를 쓰지 않고 솔직하게 정윤하를 할머니에게 소개해주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지훈은 두 사람을 서로에게 소개해주었고 정윤하도 바로 전씨 할머니께 인사를 드렸다.할머니도 자상하게 웃었다.“윤하 씨, 안녕하세요.”전씨 할머니는 정윤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젊고 맑은 얼굴에는 영기가 넘쳐흘렀고 대범한 성격이 돋보였다.전씨 할머니는 정윤하에 대한 첫인상이 아주 좋았다.듣는 바에 의하면 정윤하의 싸움 실력이 아주 훌륭하다고 했다. 소지훈이 정윤하를 자신의 생명의 은인으로 만들려고 자신의 부하들을 그 연극에 안배했는데 정윤하에 의해 모두 제압당했고 지금도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했다.이런 실력을 갖춘 여자는 소지훈과 매우 잘 어울렸다.전씨 할머니는 정윤하의 시원시원하고 대범한 성격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다.전씨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골라준 아내만큼 훌륭했다. 하느님은 소지훈에게 푸대접하지 않았다.소지훈에게 저팔계와 같은 외모를 가진 여자를 주선해 주었다면...전씨 할머니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웃길 것이라고 생각했다.어르신은 한사코 장가들지 않는 남자들이 이런 일들을 겪는 것을 무척 고소해 했다.소지훈은 병 때문에 평생 한 여자에게만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있었다.만약 정말 못생긴 여자에게 반응을 보인다면 소지훈도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장가를 갈 수밖에 없을
전씨 할머니는 정윤하에게 말했다.“윤하 씨, 우리는 예의를 너무 중히 여기는 사람이 아니니까 불편해하시지 마세요. 우리를 방해한다고도 생각하지 마시고요. 우리 리조트에서 잘 드시고 잘 놀다가 또 오고 싶으시면 자주 오세요.”정윤하는 웃음 지으며 대답했다.“그럼 앞으로 시합하게 될 때마다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할머니를 귀찮게 할게요.”귀로 듣기보다 눈으로 보는 것이 더 낫다고 하더니!전씨 할머니는 생각보다 더 친근하고 거드름 피우지도 않으셨다.전씨 할머니는 정윤하의 할머니처럼 따뜻하고 손님 접대를 잘하는 분이셨다.“경기가 없어도 놀러 오세요. 지훈 씨에게 부탁해서 데리러 가면 되죠. 그리고 우리 리조트로 와서 묵으셔도 되고요. 리조트에 방이 많으니 열흘 동안 지내면서 놀다가 가세요.”정윤하는 웃으면서 예의 바르게 말을 이어갔다.정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할 것이다.한 번 와보는 것만으로도 소지훈에게 얼마나 큰 신세를 졌는지 모른다.소지훈은 항상 정윤하에게 은혜를 다 갚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열정적으로 정윤하와 학생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기도 했고 갑부인 전씨 가문의 저택까지 들어왔으며고 밥도 사주었다. 이 남자는 정말 생명의 은혜를 몇 배로 갚는 사람이었다.은혜에 보답하고 감사할 줄 아는 남자는 분명 좋은 남자일 것이다.정윤하는 소지훈과 이틀간 접촉하면서 그에 대한 평가가 점점 높아져 갔다.할머니의 요청에 소지훈 일행은 먼저 저택으로 향했다. 그들은 화려하고 절제된 홀에서 차를 마시고 과자와 과일도 먹었다.모두가 배불리 먹은 모습을 본 전씨 할머니는 직접 가이드가 되어 모두를 데리고 리조트를 구경시켜주었다.12명의 어린이를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전씨 할머니는 가장 먼저 학생들을 데리고 어린이 놀이터로 갔다.그 놀이터는 옛날에 전씨 할머니가 손주들을 위해 만든 놀이터였다. 지금 아홉째 손자도 이미 10살이 넘었던지라여 살 되였기에 그 놀이터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가끔 우빈이가 올 때면 그 놀이터에서 놀곤 했다.오늘은
“할머니, 태윤 씨와 예정 씨의 혼례를 앞두고 할머니도 바쁘시겠어요. 할머니 장손의 혼례에 관한 일인데 할머니의 귀한 시간을 뺏을 수는 없죠. 윤하 씨 곁에는 제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소지훈은 전씨 할머니께 더는 자신의 잘 보일 기회를 빼앗지 말라는 의미를 명백하게 표현했다.그는소지훈은 정윤하 앞에서 잘 보일 기회를 간절하게 얻고 싶었던 모양이다.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꺼냈다.“그러면 뭐해요? 제가 할 일도 없는데. 저는 나이도 많고 늙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닐 정도인데 저한테 감히 일을 시킬 리가 있겠어요? 제가 입만 뻥끗하면 사람들이 제 요구대로 움직여줘요. 저 너무 한가해요.”“우리 서원 리조트에 이렇게 많은 아이가 와서 노는 것을 본지도 꽤 오래됐네요. 저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잘 보이고 싶으면 어서 가서 잘 보여요. 제가 막는 것도 아니고.”“저 같은 노인네도 이기지 못하면 앞으로 강한 적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바로 항복하고 윤하 씨를 상대방에게 양보하려고요?”소지훈이 대답했다.“저 소지훈은 항복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몰라요.”누가 감히 소지훈과 정윤하를 뺏으려 하겠는가!시험해 보면 알 것이다!할머니는 피식 웃었다.“지훈 씨, 지금 저에게 항복한다고 말씀하시면 제가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갈게요.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저도 우리 태윤의 혼례를 지켜봐야 하기에 정말로 바쁘거든요.”전태윤의 혼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바로 전태윤 본인일 것이다.할머니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여전히 시름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필경 장남이 전씨 가문 손자중에서 첫 번째로 올리는 결혼식이기 때문에 떠들썩하게 식을 치르고 싶었다.앞으로 전태윤은 전씨 가문의 가주이고 하예정 또한 전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될 것이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다른 손자들이 초월할 수 없을 만큼 성대하게 꾸며야 했다.전씨 할머니는 하예정의 든든한 후원자로 되려고 노력했다.“항복하지 않으면 저는 지훈 씨 뒤를 계속 따라다닐
정윤하는 자신의 학생들을 소지훈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소지훈이 제안하자, 정윤하는 별말 없이 그가 가리킨 큰 나무 쪽으로 따라 걸었다.나무 아래에는 그네 의자가 하나 설치되어 있었다.“별장에는 정말 많은 그네가 있더라고요.”그네 의자에 앉은 후, 정윤하가 말했다.“꽤 많아요. 대부분 나중에 설치된 거죠. 전씨 사모님께서 그네를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대표님께서도 부인을 많이 아끼셔서, 그분들이 머무는 곳엔 언제나 그네가 있다고 들었어요.”“그럼. 전씨 사모님은 어디서든 그네 의자에 앉을 수 있겠네요.”정윤하는 부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전씨 사모님을 진심으로 아끼는군요. 정말 부러 워요.”정말 어디서나 전태윤이 부인을 아낀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 같다.“전씨 할머니는요?”할머니가 보이지 않자 정윤하는 궁금해서 물었다.조금 전 까지만 해도 함께 있었다.“할머니께서는 전씨 가문의 중심이세요. 가문의 중요한 일들은 모두 할머니가 지휘하시죠. 대표님의 결혼식 준비 때문에 지금 많이 바쁘실 거예요.”“정윤하 씨, 며칠 더 머무를 수 있나요?”소지훈이 갑자기 물었다.정윤하가 대답했다.“더 이상 머무를 수는 없어요. 아이들이 곧 학교에 돌아가야 하거든요. 우리 도장에서 무술을 배우긴 하지만, 학업이 더 중요하죠. 우리 무관이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할 순 없어요.”그렇게 말하고 나서, 정윤하는 소지훈에게 물었다.“소지훈 씨, 무슨 일 있으신가요?”소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전 대표님 결혼식 이야기를 하니까 생각났어요. 저도 대표님의 청첩장과 초대를 받았거든요. 결혼식에 참석할 뿐만 아니라, 사회도 맡아야 해요. 원래는 정윤하 씨와 함께 돌아가서 무술을 배우고 몸을 단련할 계획이었는데, 결혼식 후에야 연성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정윤하 씨께서 며칠 더 머무르시고 대표님의 결혼식에서 축하 한 잔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그 말을 듣고 정윤하는 꽤 흔들렸다.하지만 정윤하는 여전히 거절했다.“안 돼요. 저랑
“할머니, 어디 가시려고요?”소정남은 전씨 할머니가 나가려는 것을 보면서 묻고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대답하셨다.“너무 오래 나가 놀았는데 산기슭에 있는 옛 친구들을 찾아가 이야기도 나누고 카드놀이도 해야지.”전씨 할머니는 귀부인티를 내지 않고 산기슭에 있는 노동자들의 부모님들과 잘 어울려 다니셨다.그 할머니들도 전씨 할머니와 이런저런 소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다.“이야기들 나누렴. 난 나가야겠어. 좀 이따가 밥 먹을 때 날 부를 필요 없어. 사람을 시켜 산기슭에 음식을 가져다주라고 해. 옛친구들과 함께 먹게. 어묵 같은 거 있으면 더 좋고.”“할머니, 연세가 많으셔서 그런 음식은 적게 드세요.”전씨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알았어. 안 먹을게.”“제가 할머니께 드시지 말라고 하면 할머니께서는 저를 욕하시더니 왜 예정이가 드시지 말라고 하면 바로 수긍하세요?”전태윤이 일부러 투덜거렸다.그는 전씨 할머니가 손자며느리가 생겼다고 손자를 안중에 두지도 않으신다고 불평했다.전씨 할머니는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를 떠나셨다.할머니는 하예정을 유난히 좋아하셨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듯했다.그러나 손자는 너무 많아서 그다지 소중하지 않았던 모양이다.떠들썩한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저녁 6시가 넘으니 날이 금세 어두워졌다.전씨 가문의 세 사모님은 여운초를 데리고 연회에 참석하러 집을 나섰다.전이진은 리조트 입구까지 배웅하며 끊임없이 명해은에게 당부했다.“엄마, 우리 운초 씨를 잘 돌봐주세요. 남들이 괴롭힘당하게 하지 말고요.”“알았어. 누가 감히 우리 며느리를 건드리면 내가 가장 먼저 그녀를 용서할 수 없을 거야!”명해은은 전이진의 잔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있었다.전이진은 또다시 들이밀었다.“아니면 제가 따라갈래요.”“네 아버지랑 다 집에 있는데 네가 따라가서 뭐 하게?”명해은은 운전 기사에게 차를 몰아라고 지시했고 창문을 눌러 아들에게 고개를 내밀어 말을 건넸다.“날도 어두워지고
전창빈은 할머니께 말씀드렸다.“할머니께서 조금 전에 저 보고 할머니를 잘 모셔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집에 방금 돌아오셨는데 물도 아직 한 모금 마시지 않으시고 바로 내려가셔서 카드놀이도 이야기도 나누시겠다고 하시다니.”하예정도 말했다.“할머니, 그 할머니들도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할머니께서도 오랜만에 돌아오셨는데 그 할머니들의 돈을 전부 따버리면 안 돼요.”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돈 내기하는 거 아니야. 카드놀이에서 지는 사람의 얼굴에 낙서하면서 노는 거지. 누가 얼굴에 가장 많이 그려지는지 지켜보면서 노는 거야.”현장의 사람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노인네의 세계를 그들은 아직 잘 모른다.어르신들 마음이 내키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재치다.곧, 소정남과 심효진 부부, 그리고 소정남 부모님도 함께 들어왔다.집안이 더 시끌벅적해졌다.전씨 할머니는 소정남의 아버지 소균혁을 보더니 물었다.“셋째야, 당신 집 맏이가 사돈집에 갔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안 왔어?”소정남의 아버지는 형제 중 셋째였다.전씨 할머니는 예전부터 줄곧 소균혁을 셋째라고 불렀다.“설전에야 돌아온다고 하셨어요.”소지훈은 정윤하에게 고백했고 정윤하도 소지훈에게도 약간의 관심이 가진 듯 했다.소지훈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정윤하는 수차례의 고민 끝에 결국 소지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며칠 만에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소균성 부부는 연성에서 너무 기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잊은듯했다.하마터면 홀아비가 될 뻔한 아들이 드디어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생겼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소균성 부부의 마음에 걸려 있던 큰 돌도 마침내 땅에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하여 너무 기뻐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비록 관성이 매우 춥고 가끔 눈이 온다고 해도 소균성 부부는 따뜻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차라리 정씨 가문에 틀어박혀 불을 쬐고 싶어 했다.세 식구가 정씨 가문 사람들이 정윤하와 소
“여보, 오늘 밤은 내가 선물한 보석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가.”“보석 반지만 이진 씨가 선물한 걸 착용하면 되잖아.”전이진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래, 그럼. 이것만은 우리 엄마에게 양보할게.”여운초는 웃긴다는 듯 그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참, 당신과 형수님께서 용씨 사모님도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한다고 하던데.”전이진은 문득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목소리와 몸매가 여운별과 닮은 그 젊은 사모님을 언급하자 여운초의 웃고 있던 얼굴이 굳어졌다.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마침 잘 지켜볼 수 있게 됐네. 진짜인지 가짜인지 잘 지켜보면 허점을 잡히기 마련이야.”“내가 시간 날 때 사람 시켜서 알아봤거든. 근데 그 사모님이 정말로 용씨 사모님이더라고. 남편이 정말로 용씨였어.”“응.”여운초는 용씨 사모님이 여운별이라고 의심은 하고 있지만, 증거는 없었다.만약 용씨 사모님과 여운별이 같은 사람이라면 분명 음모일 것이다. 만약 음모라면 배후에는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 모든 상황을 조종하고 있을 것이다.여운초는 10년 동안 어둠 속에서 살면서 인간성을 꿰뚫어 보게 되어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지금 여운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경계심을 품고 있다.그녀의 친어머니마저도 그녀가 죽기를 원했기에 그녀는 정말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나와 여운별은 20년 동안 자매로 지내면서 많은 일이 있었거든. 남들이 모르는 여운별의 사소한 습관들도 난 전부 잘 알고 있어. 아마 여운별 본인도 모를 수도 있어. 내가 몇 번만 더 만나고 접촉해 보면 분명 허점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 용씨 사모님도 우리 앞에 나타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만약 정말로 여운별이 가장한 거라면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 생활 습관은 고칠 수 없을 거야.”전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동일 인물이 옳든 아니든 용씨 사모님의 실체를 알기 전에는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아야 해.”“나도 알아. 아주버님과 형수님이 곧 돌아오실 거야.
그랬다. 전태윤도 하예정과 딸을 낳고 싶었다.특히 그가 매일 예지연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때마다 늘 딸이 갖고 싶었다.예준성의 그 보배 딸은 점점 더 귀여워지고 있었다. 옥같이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에 눈도 어찌나 동그란지 여기저기 눈동자를 굴려서 볼 때면 앞으로 분명 똑똑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예준성도 매일 SNS에 그의 보물단지 예지연의 사진을 몇 번이고 올린다.물론, 매일 예씨 가문의 대표 SNS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예준성은 소중한 딸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매우 아까워했다. 심지어 A시 사람들은 예씨 가문의 손자 세대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고 있다.예지연이 너무 어려서 어른들의 보호를 잘 받고 있었기에 언론에 아이의 정면 거의 찍히지 못했다.전태윤도 예준성의 SNS를 볼 수 있는 것도 하예정과 모연정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기 때문이지, 그와 예준성의 친분으로는 볼 수 없었다.그는 예준성이 전씨 가문이 딸을 낳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의 소중한 딸을 자랑한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때때로 예준성이 영상을 보내면 전태윤은 예준성이 보낸 영상을 반복해서 보곤 한다. 심지어 영상 속으로 들어가 예지연을 집으로 데려가 그의 딸로 삼고 싶은 충동까지 느끼고 있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그들은 할머니 일행이 돌아오면 모두 서원 리조트로 출발하려고 했다.어젯밤에 리조트로 돌아온 전이진 부부는 지금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다.여운초가 연회에서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고 전이 진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가끔 여운초가 남편에게 물었다.“이진 씨, 이 드레스를 입으면 어때?”“좋은데. 당신은 어떤 옷을 입어도 너무 예쁘고 너무 어울려.”전이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일어나서 여운초의 등 뒤로 가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여보,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우리 엄마와 함께 있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당신을 잘 보호할 수 있을 거야.”“처음으로 당신 아내의 신분으로 어머님을 따라
하예정은 무언가 떠오른 듯 전태윤에게 말했다. “태윤 씨, 우리도 리조트에 이틀 정도 지내러 갈까요? 주말에 출근도 안 하고 서점도 주말에는 문을 안 열잖아요.” 예전에는 서점만 운영할 때 주말에도 문을 열었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사업이 커지면서 서점은 그냥 하예정과 심효진의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애정으로 운영하는 곳이 된 것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전태윤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는데 친구인 소정남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를 읽고 나서 그는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래, 우리도 리조트에 가서 주말을 보내자.” “어머님, 아버님, 할머니도 오늘 가시니까 소정남 씨와 효진이도 불러서 점심 같이 먹어요. 샤부샤부 어때요? 오랜만에 샤부샤부 먹고 싶어요.” 하예정이 자주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는 것에 전현림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이의도 없이 받아들였다. 하예정이 자신의 어머니와 꽤 닮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한 것 같았다. 예전에 전씨 할머니가 일부러 하예정을 자신의 은인으로 만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덕분에 온 가족이 하예정에게 감사하게 되었고 전씨 할머니는 장남인 전태윤에게 하예정과 결혼하라고 했다. 전현림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니의 수법은 정말 대단해. 손자들도 어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다행히 전태윤과 하예정은 사이가 좋았으며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하예정을 아끼는 전태윤은 당연히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그는 소정남에게 답장을 보냈다. “예정아, 우리 아침 먹고 리조트로 가자. 소정남이랑 효진 씨도 리조트에서 만나자. 샤부샤부는 사람이 많아야 더 맛있잖아. 예준하 씨랑 소현 누나도 불러야겠다.” 전태윤이 제안했다. 하예정은 성소현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성소현은 사양했다. 그녀는 예준하와 A 시로 날아가 예진 리조트에서 며칠 지낼 예정이었다. 예준하를 계속 관
전태윤은 그를 속인 거였다. 하예정은 주우빈에게 답장을 보냈다. [눈이 왔구나. 우빈이 운이 좋네, 갔는데 바로 눈이 와서 진짜 눈을 볼 수 있게 됐구나.] [눈사람도 만들 수 있네. 이모는 지금까지 눈사람을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어.] [아침 맛있게 먹었어? 옷 많이 입고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 [너희 셋째 작은 아버지는 여행 갔는데 열흘에서 보름 정도는 있어야 돌아올 거야. 네가 따라가면 유치원에 못 가잖아.] 다행히 전호영은 빨리 도망친 덕분에 주우빈에게 붙잡히지 않았다. 하예정의 답장을 받은 주우빈은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 하예정과 주우빈은 30분 동안 통화를 했다. 통화를 마친 후, 전태윤은 중얼거렸다. “오늘에서야 우빈이가 그렇게 말을 잘하는 줄 알았네. 당신이랑 30분 동안이나 이야기하다니.”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 “우빈이는 앞으로 수다쟁이가 될지도 몰라요. 그리고 따뜻한 남자가 될 거예요.” 따뜻한 남자에다 수다쟁이라니... “9시가 넘었네요. 부모님과 할머니도 일어나셨을 거예요. 우리도 얼른 서둘러야죠. 창빈 도련님은 오늘 원림성의 A 시로 가는 거예요?” 전태윤은 먼저 그녀의 옷을 가져오며 말했다. “월요일에 갈 거야. 이틀 정도는 집에서 할머니랑 시간을 보내려고.” 10여 분 후, 부부는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 거실 소파에는 전현림 혼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전씨 할머니와 장소민, 그리고 어제 형의 집에서 잔 전창빈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아버님.” 부부는 전현림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전현림은 부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일어났구나. 아침 식사 준비해 뒀어. 아직 따뜻할 거야. 먹으러 가.” “엄마랑 할머니는 어디 계세요?” 전태윤이 물었다. “창빈이는 아직 안 일어났어요?” “할머니가 엄마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셨는데 창빈이도 같이 갔어.” “이렇게 추운 날씨에 할머니가 산책하러 나가시다니.” 전태윤이 말했다. “할머니 말씀하시길,
“예진아, 늦었어. 얼른 쉬어. 나도 방으로 돌아가서 쉬어야겠어. 내일 아침 같이 먹자.” 노동명의 목소리는 약간 쉰 듯했다. 하예진은 그의 얼굴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동명 씨, 잘 자요.” “잘자.” 하예진은 그를 밀며 밖으로 나왔다. 그는 직접 휠체어를 조종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달콤한 미소였다. 그날 밤은 더 이상의 대화 없이 지나갔다. 주말 아침, 출근할 필요도 없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평소 일찍 일어나던 전태윤도 침대에서 나오기 싫었다. 그는 침대에 늘어져 아내의 따뜻한 핫팩이 되어 주었다. 관성의 기온이 떨어져 정말 추웠지만 사실 기온은 아직 10도 정도였다. 낮에는 최대로 10도 중반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관성 사람들은 너무 추웠다. 많은 사람들이 서둘러 인터넷으로 두꺼운 옷을 주문했다. 관성 사람들이 옷을 주문하면 판매자들은 재빨리 발송했다. 며칠 후 주문이 취소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관성의 추위는 찬 공기가 남하할 때 며칠 동안 추워지고 며칠이 지나면 다시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발송이 늦으면 날씨가 풀리고 나서 두꺼운 옷을 입을 필요가 없어지면서 주문을 취소하게 된다. 방에는 보일러를 켜지 않았다. 가장 추운 며칠 동안 전태윤은 보일러를 켜지 않았다. 그는 보일러를 켜면 하예정이 더워서 자신의 품에 안기지 않을까 봐 일부러 켜지 않았다. 그가 하예정이 자신의 품에 안기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건 절대 예정이에게 들키면 안 돼. 아니면 또 교활하다고 할 거야.’ ‘카톡!’ 하예정의 카톡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녀는 잠에서 깼지만 움직이기 싫어서 전태윤에게 말했다. “여보, 누가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는지 좀 봐줘요. 너무 시끄러워요.” 전태윤이 말했다. “내 생각엔 우빈일 거야.” “우빈이는 엄마랑 있어서 이렇게 일찍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거예요. 아직 꿈나라에 있을지도 몰라요.”
시도 때도 없이 간식을 꺼내 그녀에게 먹여줬다. 영화가 끝날 즈음, 하예진은 그가 챙겨준 음식으로 배부르게 먹고는 그를 보고 말했다. “이제 됐네요. 야식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예요. 또 산책하면서 소화라도 좀 시켜야겠어요.” 노동명이 일어나자 하예진과 보디가드가 그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 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를 밀면서 호텔까지 걸어가. 산책하면서 소화 시키는 거지.” 하예진도 웃으며 말했다. “그러죠 뭐. 그런데 걸어가면 길을 못 찾을지도 몰라요. 길을 잘못 들면 우리 둘 다 강성의 길거리에서 하룻밤을 돌아다녀야 할 거예요. 저 원망하지 마요.” “그럴 리 없어.” 지금은 밤이 더욱 깊어졌다. 영화관을 나오니 거리의 떠들썩함은 사라지고 점점 고요해지고 있었다. 하예진은 노동명을 천천히 밀며 걸었다. 보디가드들은 두 사람 뒤에서 조용히 그들을 보호했다. 걷다 보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동명 씨, 눈이 오네요. 빨리 차 타고 호텔로 돌아가요.” 어느 정도 걷자 하예진은 더 이상 배가 부르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오니 길이 미끄러워 운전하기 어려울까 걱정되었다. “그래.” 노동명은 아무런 이의 없이 그녀의 말을 따랐다. 그에게는 그녀의 말이 곧 정답이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이내 그들은 이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 주우빈은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 강일구는 주우빈과 함께 있었다. 하예진이 돌아오자 강일구는 방으로 돌아갔다. “우빈이 자고 있어?” 노동명은 방에 들어와 주우빈을 보았다. 아이가 깊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이불을 살짝 덮어주며 말했다. “보일러 온도는 적당하면 돼, 너무 높일 필요 없어. 우빈이가 땀을 흘리고 있잖아.” 아이는 더우면 이불을 걷어차는 버릇이 있었다. 하예진은 온도를 조금 낮췄다. 노동명은 주우빈의 땀을 닦아주고 이불을 살짝 걷어내 더 덥지 않게 했다. 노동명의 행동을 보며 하예진의 눈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 그는 주
노동명은 남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그녀의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리고 손등에 한 번, 손바닥에 한번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하예진은 다급하게 손을 뺐다. 그녀의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영화관 안은 어두웠고 아무도 그녀를 주시하지 않아 그녀가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동명 씨, 진지하게 좀 굴어요.”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그를 꾸짖었다. 노동명은 늘 거칠고 대범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비쳤으며 성격도 시원시원했다. 그런 그가 애교를 부리기 시작하면 그녀의 얼굴은 빨개졌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 마치 어린 소녀처럼 변했다. 하예정은 언니가 두 번째 사춘기를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명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진지해질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예진아, 앞으로 네가 휴식을 원할 때,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서 바람을 좀 쐬고 싶다면 나에게 말만 해줘. 아무리 바빠도 내 손에 있는 일을 내려놓고 너와 함께 나갈 수 있어. 일도 중요하지만 너의 행복이 더 중요해. 나는 돈도 충분히 있어. 예전에 번 돈이 너무 많아서 다 쓰지도 못했어. 지금 일을 하는 건 그냥 시간을 보내고 약간의 용돈을 버는 정도야. 나에게는 너와 우빈의 행복이 가장 중요해.” 하예진은 그를 꾸짖듯 말했다. “동명 씨가 말하는 약간의 용돈은 다른 사람들이 평생을 바쳐도 못 버는 금액이에요. 동명 씨, 일부러 자랑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이 하예진이 식당을 운영하며 매출이 좋아 월 순이익이 꽤 높다고 하더라도 그가 버는 돈에 비하면 그녀의 이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에잇, 비교하니까 열 받네.’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까지 일하며 온 힘을 다해야 그 정도 돈을 벌 수 있다. 일반 직장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노동명이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젊은 시절 고생하며 노력한 결과다. 노동명은 업계에서 십여 년을 뛰어다니며 오늘의 성과를 이루었다.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