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하였으니 지킬게요."예정도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린 거라 다시 후회할 생각은 없었다.태윤은 이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주민등록증를 꺼내 앞에 내놓았다.예정도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증을 꺼내 놓았다.두 사람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재빠르게 결혼 절차를 밟았다.혼인 신고가 끝나자 태윤은 바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둔 열쇠를 꺼내 예정에게 건넸다. "주택은 발렌시아 아파트구에 있는데 할머니한테서 관성 중학교 입구에 서점을 차렸다고 들었어, 그쪽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깐 버스로 십여 분이면 갈 수 있을 거야.""운전면허증은 있어? 운전면허가 있으면 차 한 대를 제공해 줄게, 계약금은 내가 내줄 테니 매달 차 대출금을 갚아, 차를 가지고 다니면 출퇴근이 편할 거야.""나는 일이 바빠 보통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와, 그리고 때로는 출장을 가기도 하는데, 자기 절로 제 몸만 잘 챙기면 돼. 생활비는 매달 10일에 급여 받으면 넘겨줄게.""그리고 시끄럽지 않게 결혼한 사실은 잠시 비밀로 해줘."태윤은 회사에서 남을 부리는 게 습관이 됐는지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연달아 분부하였다.예정이 초고속 결혼을 한 이유는 언니가 형부와 다투는 것을 원치 않아 하루빨리 결혼하여 언니 집에서 나와 언니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녀에게 이 결혼은 그저 계약 결혼에 지나지 않았다.태윤이 집 열쇠를 주자 예정은 사양치 않고 열쇠를 건너 받았다."운전면허증은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차를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고 다녔었는데 금방 새 오토바이로 바꿨어요."“저기...... 태윤씨, 우리도 생활비를 더치페이로 할까요 ?"언니와 형부는 좋은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형부가 더치페이란 말을 꺼내는 걸 보면...... 아마도 형부는 언니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아이 하나 잘 돌보고, 장보고, 밥하고 거기에 집 청소까지 하는 데 시간이
"네, 할머니."비록 전씨 할머니가 평소 잘해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태윤이는 친손자이고, 자기는 그저 손자며느리에 불과한데, 혹여 갈등이 발생하면 며느리 편을 들어주기나 할까?예정은 전혀 믿지 않았다.마치 언니의 시부모들처럼 말이다.결혼 전에 그들도 언니에게 친딸이 질투할 정도로 엄청나게 잘해주었지만.... 결혼 후엔 태도가 확 달라지더니 언니랑 형부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시어머니는 언니에게만 아내노릇을 잘 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아들은 언제나 한집 식구이고, 며느리는 그냥 남인 것이다."이제 출근하러 가야겠네? 그럼 할머니는 그만 가 볼게. 그리고 저녁에 태윤이한테 데리러 가라 할게, 같이 밥이라도 먹자""할머니, 제가 가게 문을 늦게 닫아서 아마 식사는 어려울 것 같아요. 주말은 어떨까요?"주말에 학교가 쉬면 학교에 의존하여 먹고사는 서점들은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말엔 문을 닫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전씨 할머니는 그 말을 자상하게 받아주셨다."그럼 주말에 다시 보자, 먼저 일 보거라."그러고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예정은 바로 가게로 가지 않고, 먼저 절친인 심효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점심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나오기 전에 가게로 돌아간다고 했다.인생의 큰일을 해결한 예정은 아무래도 돌아가서 언니에게 말하고 나서 언니의 집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십여 분 후,언니의 집에 도착했다.형부는 이미 출근하였고 언니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온 것을 본 언니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예정아, 왜 벌써 돌아왔어? 오늘 가게 안 열어?""점심때 다시 갈 거야, 점심때가 가장 바빠. 우빈인 아직 안 깼어?주우빈은 예정의 조카로 이제 막 두 살이 된 장난꾸러기이다."아직이야. 그 녀석이 깨어나면 집안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어."예정은 언니를 도와 옷을 널면서 어젯밤에 일었던 일을 조심스레 물어봤다.“예정아, 형부가 널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너무
"언니, 그건 태윤의 개인재산이야, 나는 한 푼도 내지 않았어, 공동소유라니 이건 말도 안 돼."혼인신고를 하지 마자 태윤은 집 열쇠를 주었고 이로하여 즉시 이사하여 더는 형부의 눈치를 보며 살지 않게 된 예정은 이걸로도 아주 만족하고 있다.그녀는 태윤에게 먼저 공동소유를 제안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일 태윤이가 먼저 제안하면 거절할 생각도 없고 말이다. 이제 부부인 만큼 평생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예진도 그저 한번 말해보았을 뿐이다. 동생은 이런 것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렇게 묻고 답하면서 잠시 뒤에야 예정은 언니의 집에서 이사를 할 수가 있었다.언니는 발렌시아 아파트까지 데려다주려고 하였지만 그때 마침 조카 우빈이 깨어나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언니, 먼저 우빈이부터 챙겨, 물건이 그리 많지 않으니 혼자 갈 수 있어"예진은 아들에게 밥을 먹여줘야 하고, 그러고 나서 또 점심 식사도 준비해야 했다. 남편이 점심에 돌아올 때 식사가 차려져 있지 않으면 또 집에 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나무랄 것이다."그럼 조심해서 가 알았지? 점심은 어떡할래? 네 남편 불러다 같이 먹을까?""언니, 나 점심엔 가게로 돌아가야 해, 태윤인 일이 바빠서....오후엔 출장 가야 한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시간이 좀 지나야 언니 만나러 올 수 있을 것 같아."예정은 거짓말을 했다.태윤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전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태윤은 일이 바빠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돌아온다고 한다, 때로는 출장을 가는데 한번 출장을 가면 열흘이나 보름이 지나서 돌아온다고 한다. 예정은 태윤이 언제 시간이 될지 몰라 언니랑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오늘 혼인신고 하자마자 출장을 가다니...."예정은 태윤이 동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다."우린 그냥 신고만 하였지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잖아, 출장 가서 돈 많이 벌면 좋지 뭐....앞으로 돈 쓸데도 많아질 거야. 언니, 나 먼저 가
태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회의를 계속했다.태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은 사람은 그의 큰 동생이자 전씨 가문의 둘째 아들인 전혁진이다. “형, 나 할머니한테 말씀 들었어. 정말 그 뭐 예정이라는 여자랑 결혼한 거야?”태윤은 전혁진을 힐긋 보았다.혁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코를 쓰다듬더니 감히 다시 묻질 못했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큰형에게 많은 동정을 베풀었다.전씨 가문의 아들들은 이익을 위하여 혼인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지만 형님과 형수님은 차이가 너무 났다. 단지 할머니가 그 예정이라는 여자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형님과 결혼시켰을 뿐이다. ‘형님도 참 불쌍하지....’진혁진은 마음속으로 다시 큰형에게 동정을 베풀었다.‘다행히 맏손자가 아니라서....그렇지 않으면 할머니 은인이랑 결혼해야 할 사람은 나 일거야.’예정은 집 주소를 똑바로 물은 뒤 캐리어를 끌고 새집을 찾아갔다.문을 연 후, 집으로 들어갔는데 집은 언니 집보다 더 컸고 인테리어도 매우 화려했다.예정은 캐리어를 내려놓고 먼저 집을 한 번 쭉 둘러보았다. 앞으로는 이 집이 예정이 살아갈 곳이다.거실 두 개, 방 네 개, 주방 하나 그리고 베란다 두 개....모든 공간이 다 널찍하였다. 그녀는 이 집이 적어도 200평 이상이 될 거라 추측했다.그런데 가구는 거의 없었다. 로비에는 소파 하나, 티 테이블 하나, 그리고 수납장만 하나 달랑 있었고, 네 개의 방에서 두 개의 방에만 침대와 옷장이 있고 다른 두 개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안방은 침실과 작은 드레스룸, 그리고 작은 서재와 화장실로 나누어져 있었다. 비록 공간이 나누어져 있었지만, 면적은 매우 커서 거의 로비 면적이랑 비슷했다.이 방은 태윤의 방인 것 같다.예정은 베란다 옆에 있는 침대가 있는 다른 방을 선택했고, 햇살도 좋고 안방과 거리도 두어 개인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비록 혼인 신고를 했지만 예정은 태윤이 먼저 스킨십을 요구하지 않는 한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리라 생각
예정은 웃으면서 말했다. "너 사촌 오빠 이미 여자친구 있잖아, 내가 왜 찾아? 이미 혼인신고 했으니 이제 후회해도 소용없어! 다만 언니가 슬퍼하지 않도록 비밀은 지켜줘....”"…..."’이 친구는 정말 용기가 대단한 것 같아.’"소설 속 여주인공들은 모두 억만장자와 결혼했는데, 너의 남편도 억만장자 아니야?""우리 가게 소설 너 혼자서 다 읽었지? 꿈꾸고 있네, 아무나 억만장자와 결혼할 수 있는 줄 알아?"효진은 친구가 하는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물었다."네 남편 어디에 집을 샀어?" ”발렌시아 아파트.”"거기 좋네, 환경도 좋고 교통도 편리하고, 우리 가게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 관성에서 발렌시아 아파트 같은 고급 동네에다 집을 살 수 있다니, 네 남편 어느 회사에 다니는데? 수입은 분명 높을 거야, 할부금은 얼마야? 너도 함께 주택 대출 갚아야 하는 거야?""예정아, 만약에 남편이 너에게 주택 대출금을 함께 갚아달라 그러면 집문서를 꼭 공동소유로 해야 해 알았지? 그렇지 않으면 정말 큰 손실을 입을 거야. 만약에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그 집은 개인재산이라 너랑 큰 관계가 없단 말이야.”"너 언니와 비슷한 생각을 하네....그 집은 대출 없이 산 거라 대출금도 없고, 나도 돈 한 푼도 쓰지 않았어. 그래서 공동소유는 무리야." "뭐, 부부 사이가 좋으면야 이런 것들은 상관없다 이거야."예정은 갑자기 언니가 걱정 났다. 언니가 현재 살고 있는 집도 형부가 결혼 전에 산 거고, 주택 대출금도 형부가 갚고 있지만 인테리어 비용은 전부 언니가 지불했었다. 그런데도 형부는 아직 그 집을 언니와 공동소유로 하지 않았다. 게다가 요즘 형부가 자꾸 언니를 비난하는데....예정은 더욱 걱정되었다.나중에 기회가 되면 언니한테 주의하라 할 생각이었다.예정은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가게 문을 닫았다.효진의 집은 가게에서 매우 가깝고 저녁에 친척들이랑 약속이 있어 일단 먼저 보냈고, 서점 문을 닫은 예정은 바지
태윤은 롤스로이스에 올라타면서 분부했다.“그 새로 산 차 잊지 말고 가져다 놔줘요.”’그건 아내에게 보여주려고 산 건데....잠깐, 아내의 이름이 뭐였지?’"참, 내 마누라 이름이 뭔지 알아요?""....사모님의 성은 하 씨이고, 이름은 예정이며 올해 스물다섯 살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큰 도련님 잘 기억하셔야겠습니다."큰 도련님은 기억력이 아주 좋으시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해도 기억하지 못하신다.특히 여자들은 매일 만나도 큰 도련님은 성이 뭔지도 모르신다."음, 기억할게요."태윤은 무심히 응했다.경호원은 큰 도련님의 말투로부터 다음에도 큰 도련님은 분명히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태윤은 예정에게 더는 관심을 두지 않고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였다.관성 호텔은 발렌시아 아파트로부터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발렌시아 아파트 입구에서 내린 태윤은 혼자 평범한 차로 바꿔 타면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비록 신혼인 아내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자신이 산 집은 기억하고 있었다.태윤은 곧 집 현관에 도착하였는데 왠지 눈에 익은 슬리퍼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이건 내 슬리퍼 아냐? 왜 문밖으로 나와 있는 거지?’태윤은 눈빛이 차가워졌고 얼굴도 굳어져 버렸다. 태윤은 원래 할머니를 구해준 그 여자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늘 그녀를 칭찬하고 심지어는 그녀와 결혼까지 시키니....그때 태윤은 바로 예정에게 호감을 잃었다.태윤은 예정을 가식녀라 여겼다.결국엔 할머니의 말을 듣고 예정과 결혼하기로 하였지만, 일단은 신분을 숨기고 예정이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고 나서, 그다음 예정과 진정한 부부가 되어 평생을 살지 말아야 할지 생각할 예정이었다.‘만약 정말 속내가 깊어 사기치는 거라면, 그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감히 나 태윤에게 사기를 친다고? 어림도 없어!’태윤은 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고 하였는데 문이 안에서부터 잠겨있었다. 태윤의 불만은 더욱
태윤은 자신의 몸매 관리에 철저한 편이어서 절대 함부로 간식을 먹거나 하지 않는다. 그는 다이어트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태윤 씨는 몸매가 참 좋네요""그럼, 나 먼저 방에 가서 자도 되죠? 안녕히 주무세요."예정은 태윤에게 굿나잇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잠깐만."태윤이 갑자기 불러 세운다.예정은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태윤은 그녀을 바라보며 앞으로 잠옷 차림으로 나오지 말라고 말한다.예정은 잠옷 밑에 속옷을 입지 않고 나왔는데, 태윤은 그것들을 모두 보고 말았다.부부이니 자신이 보는 것은 괜찮은데 만약 다른 사람이 봐버리면?태윤은 다른 남자들이 자기 아내의 몸에 눈길이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예정은 삽시에 얼굴이 붉어지더니 얼른 자기 방으로 달려가 방문을 쾅 하고 닫았다."…."태윤은 잠시 앉아 있다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 집은 임시로 산 것이지만 살 때 이미 인테리어가 다 되어 있었다.서둘러 산 집이라 태윤은 미처 방을 정리하지 못했다.매우 만족스러운 건은 예정이 뻔뻔스럽게 같은 방에서 자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부부생활을 하자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고 말이다.하룻밤이 무사히 흘러갔다....다음날 예정은 여느 때처럼 새벽 6시에 일어났다.예전에는 일어나면 아침밥을 먼저 준비하고 방도 치워야 했고, 또 시간이 나면 언니를 도와 빨래도 널어주기도 했다.언니의 집에서 몇 년을 살며 가정부 노릇을 똑똑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한 일이 형부의 눈에는 당연한 것처럼 보여 예정을 가정부로 막 부려 먹었다.예정은 하룻밤을 자고도 낯선 방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기억이 다시 머릿속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언니 집에 있는 줄 알았어. 이제 여긴 내 집이니 더 자도 괜찮아.”예정은 침대에 누워 다시 잠을 청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하였다.이제는 그 시간에 깨어나는 것인 습관이 되어 버렸다
아침 식사를 마친 태윤은 지갑을 꺼내서 살펴보았는데 안에는 현금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카드를 한 장 꺼내 예정의 앞에 내놨다.예정은 의아한 눈길로 태윤을 쳐다봤다."필요한 물건들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잖아, 이 카드를 줄 테니 먼저 쓰고 있어, 비밀번호는…."태윤은 비밀번호를 종이에 적어 예정에게 건넸다."앞으로 이 카드 안의 돈을 생활비로 써. 난 매달 월급이 나오면 그 안으로 넣을게. 하지만 앞으로 뭘 사든 장부를 적어 둬. 얼마를 쓰든 진 상관없지만 어디에 쓰는지는 알아야겠어.”금방 혼인신고를 마쳤을 때 예정은 생활비를 더치페이로 하지 않겠는지 물은 적이 있었는데 태윤은 그때 거절하였었다. 이미 결혼을 한 이상 둘은 부부이며 가족이라고 봤다, 아내에게 돈을 쓰는 것은 응당하다고 생각했다.어차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고....평소에 일도 바쁘고 하여 돈 쓸 곳도 적었다. 마누라 하나 두고 소비할 기회를 늘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렇다고 절제 없이 함부로 쓰는 건 좋지 않으니.....장부는 적어 두는 것이 좋을 거라 여겼다.그녀가 그 돈을 어떻게 쓰든 간에 이 작은 집에 쓸 거라면 그는 아무런 의견도 없을 것이다.예정은 태윤의 이런 태도가 별로 달갑지 않았다.그래서 비밀번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비밀번호가 적힌 종이와 함께 카드를 태윤에게 돌려줬다."태윤 씨, 이제 이 집은 당신 혼자만의 집이 아니에요, 저도 함께 여기에 살고 있어요. 태윤 씨가 이 집을 샀으니 그 외 다른 비용은 더 이상 태윤 씨 혼자서 다 내게 할 순 없어요. 장만할 물건에 필요한 돈은 제가 낼게요.”"40만 원이 넘는 물건을 구입할 때는 미리 태윤 씨랑 상의할 테니 그때 태윤 씨가 알아서 조금만 주면 돼요."예정도 수입이 적지 않은 편이라 가정에 필요한 일상 지출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큰돈을 쓸 때만 태윤이 함께 부담하기를 원했다.예정은 태윤의 돈을 쓰는 게 싫은 건 아니었다, 주로는 태윤의
20분 후, 두 사람의 차가 병원 주차장에 멈춰 섰다. 방윤림은 먼저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이윤미의 차 앞으로 걸어갔다. 이윤미가 차에서 내리자 방윤림은 그녀의 물건을 들어주었다.이윤미는 아버지에게 영양제 두 박스와 과일 한 바구니를 사 왔다.“주세요. 무거워요.”방윤림은 이윤미가 과일을 들게 하지 않았다. 이윤미가 일반 여자들보다 힘이 센데도 말이다.그는 어릴 때부터 무술을 익힌 사람으로서 힘이 더 드셌기에 과일 한 바구니를 들기에는 아주 거뜬했다.이윤미도 사양하지 않고 방윤림에게 과일 바구니를 들라고 했고 그녀는 한쪽 손으로 영양제 박스를 들었다.두 사람은 병원으로 걸어갔고 길을 가던 도중에 이윤미는 이윤정을 만났다. 이윤정이 구석에 숨어 있는 것으로 보면 아마 이은화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이윤미는 이윤정을 보았지만, 이윤정은 이윤미를 못 본 눈치였다.방윤림이 이윤정을 힐끗 보더니 이윤미에게 물었다.“쫓아낼까요? 가주님께서는 분명 윤정 아가씨를 보고 싶지 않을 겁니다.”이윤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내버려 둬요. 우리가 엄마를 만나지 못하게 해도 윤정이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포기하지 않으면 계속 꿈을 꾸게 되는 법이죠. 꿈은 언젠가 깨질 텐데.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보고 싶어요.”방윤림은 말을 잇지 않았다.두 사람은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이윤정은 아는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사실 그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전부 진료를 받거나 환자를 방문하는 사람일 텐데 누가 낯선 사람에게 신경 쓸 여유가 있겠는가!이윤정은 강성에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녀가 누구인지 관심조차 없었다. 다들 삶을 위해 뛰어다니며 노력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돈을 더 버는 것이 남을 관심하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이윤미와 방윤림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정군호가 입원한 고급 병실에 도착했다.이은화의 경호원들은 병실 복도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
고빈도 이윤미가 그녀만의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어쩐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더라니! 이윤미는 양부모 밑에서 잘 살지 못했지만 작은 풀처럼 굳세게 성장했다. 젊은 시절 이윤미는 그녀의 지력와 담력으로 그녀만의 상업 왕국을 만들어냈다.대단한 장사꾼이다.고현이 늘 고빈과 이윤미를 맺어주려고 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아마 고현은 지금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하예진이 나타났기에 이씨 가문의 차기 후계자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이윤미가 후계자 자리에서 물러나면 자유롭게 시집갈 수 있고 데릴사위도 데려오지 않아도 될 것이다.고현도 이런 점을 고려해 아직도 고빈과 이윤미를 맺어주려고 했다.“누나, 알겠어. 그런데 윤미 씨 곁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고빈은 일부러 귀띔해 주었다.그는 고현을 단념시켜 더는 그와 이윤미를 엮지 말았으면 했다.고빈은 이윤미의 능력을 감상할 수는 있지만, 남녀 간의 설레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게다가 이윤미 곁에는 수호자 방윤림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고현은 동생을 보며 말을 건넸다.“윤미 씨 옆에 누가 있든 너와 무슨 상관? 내가 윤미 씨 곁에 누가 있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왜 또 이 화제를 끌어들여? 혹시 네가 윤미 씨에게 관심 있는 거 아니야? 왜 윤미 씨를 언급할 때마다 그 일을 떠올려?”고빈이 당황해하며 대답했다.“아니... 절대 아니거든!”고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빈을 바라보았다. 고빈은 자신이 누나가 파놓은 큰 구덩이에 뛰어들었다고 느꼈다.“누나, 난 정말 윤미 씨에게 관심 없어. 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감상할 뿐이야. 그런데 내가 감상하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고빈의 여성 지인들이 많이 언급되면 고현은 얼굴이 바로 어두워지곤 한다.“빨리 진정한 여자 친구를 찾아봐. 호영 씨가 고자질하지 않더라도 넌 계속해서 이렇게 빈둥거리면서 놀 수는 없잖아.”고현은 큰누나티를 팍팍 내며 고빈을 혼내고 있었다.고빈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나도 여자
고현은 그 빨간 작은 상자를 들고 열어보더니 다시 닫으며 고빈에게 물었다.“이건 너의 여성 지인들을 달래기 위해 산 거 아니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야.”그녀는 그 작은 상자를 고빈에게 던져주었다.“난 이런 액세서리들이 부족하지 않아. 호영 씨가 요 며칠 동안 나에게 보석과 여자 옷, 그리고 하이힐 등을 미친 듯이 사줬거든.”고현은 여성 물건들이 부족하지 않았다.그녀 자신도 돈이 많으니, 마음에 들면 아무리 비싸도 살 수 있었다.예비 시어머니도 귀한 보석들을 고현에게 많이 주셨다.단지, 그녀가 이런 여성 액세서리들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전씨 할머니도 그녀에게 몇 가지 귀중한 보석들을 주셨다. 할머니는 민국에서 태어나 집안이 부유했지만, 그 뒤로 몰락한 적이 있었고 또다시 부자가 되었다.어르신이 소장하고 있는 보석 중 일부는 골동품이었기에 매우 귀중했다.할머니는 몇 명의 며느리를 얻은 뒤로 그 며느리들에게도 조금씩 나누어 주었고 또 일부를 남겨두었다.원래는 손녀가 태어나면 대부분 물건을 주려고 했지만 결국 소원을 이루지 못하셨다.손자며느리가 생겨도 전씨 할머니는 손자를 위해 손자 며느릿감을 골라주시고 모두에게 평등하게 소중한 보석 액세서리들을 선물했다.어르신은 돈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많은 것을 나누어주었지만 그녀의 창고에는 여전히 많은 액세서리가 남아있다.할머니는 앞으로 누가 그녀에게 증손녀를 낳아주면 큰 상을 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하지만 전씨 가문에 시집온 여자들은 희망을 품지 않았다.전씨 가문은 소문난 아들 천국이었다.몇 세대에 걸쳐 딸이 태어난 적 없었다.며느리들은 그녀들이 그렇게 운이 좋아 수많은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딸을 낳으리라는 희망조차 품지 않았다.고빈은 질투하며 말했다.“누나는 호영 형이 생기니까 이제 동생도 잊은 거야? 호영 형이 누나에게 준 선물은 호영 형의 성의이지, 내 마음이 아니잖아. 남매 사이에 내가 처음으로 목걸이를 선물했는데, 받지 않으려 하니 너무 속상하다. 이 목걸이는 내
“우리 엄마께서 피곤해하셔서 집에 가서 쉬고 싶어 하세요. 근데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고 계시기 때문에 저보고 돌봐달라고 하시네요.”고현 앞에서 이윤미는 숨기지 않았다.만약 그녀가 이윤미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었다며 아마 고현의 친한 친구로 될 수도 있었다.두 사람은 마음이 잘 맞았다.고현은 피식 웃었다. 풍자가 섞인 웃음을 지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윤미는 잠시 앉아 있다가 차 한 잔을 다 마시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했다.고현은 이윤미를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배웅해 주었고, 마침 위층으로 올라오는 고빈을 만났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고현 남매는 엘리베이터 입구에 서서 이윤미가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가고 문이 닫히는 것까지 보았다.이윤미를 떠나보내고 고현 남매가 돌아가면서 고빈이 물었다.“윤미 씨가 왜 또 누나를 찾아왔어?”고현은 동생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대답했다.“계속 이씨 그룹을 위해 노력하는 척이라고 해야 하니까. 아니면 사람들이 윤미 씨가 노력하지 않는다고 수군댈 테니까.”정말 고씨 그룹과 협력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윤미를 탓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충분히 노력하는 척했으니까.고씨 그룹과 협력하고 싶은 큰 그룹들이 아주 많았다.이씨 그룹은 실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고현 또한 이씨 가문에 대해 큰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실을 강성에서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형.”고빈은 고현을 부르더니 다시 누나라고 불렀다.“누나, 이제 여자라는 사실을 폭로했으면서 왜 아직도 여자 옷을 안 입어? 여자 옷을 입어야 나도 누나라고 부르기 편하지. 자꾸 이렇게 남자 옷을 입으니 내가 잘못 부르고 있는 것 같잖아. 어휴, 모두가 누나의 일을 나에게 물어보는데, 가장 슬픈 사람이 나인데, 이를 누가 알아주겠어? 원래는 누나가 나 대신 비바람을 막아주어 내가 걱정 없이 잘 놀 수 있었는데 내 형이 누나로 될 줄 누가 알았겠냐고. 앞으로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이 없어졌어.”무슨 일이든 고빈 스스로 해결해
“네. 이따가 병원에 갈게요. 엄마는 일찍 집에 가서 쉬세요.”이윤미는 거절하지 않고 병원에 가서 그녀의 친아버지를 돌보겠다고 약속했다.이은화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넌 와서 한 시간만 앉아 있으면 돼. 직접 네 아버지를 돌볼 필요는 없어. 네 아빠는 널 아끼지도 않으시니까.”이은화도 처음에 이윤미에 대해 감정이 없었지만 결국 자신이 뱃속에서 열 달 만에 태어났기 때문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감정이 곧 깊어졌다.그러나 정군호는 다르다.딸은 정군호에게 있어서 어릴 때부터 손아귀에 담고 키우지 않으면 마음 아픈 줄 모르는 사람이다.딸은 그의 정씨 성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정일범 형제야말로 정씨 성을 가진 진정한 정씨 집안의 후손이라고 여겼다.하여 이윤미가 돌아와도 정군호는 진심으로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은화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정군호는 지금 병상에 누워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니 친딸 이윤미가 생각나서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허허! 진작 그럴 것이지, 이미 늦은 것 같은데...이윤미가 입을 열었다.“아버지가 저에게 어떻게 대하든 간에 저의 친아버지인걸요. 아마도 저는 아빠 복이 없나 보죠.”그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본 적 없었다.이윤미의 양아버지는 이윤미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늘 그녀에게 냉담하게 대했고 양어머니와 몇몇 오빠들도 본받아서 그녀를 괴롭혔다.어렸을 때, 이윤미는 오빠들이 특히 부러웠다. 부모님의 귀여움을 듬뿍 받을 수 있고 맛있고 재미있는 것들은 전부 그들에게 주었지만 유일한 딸 이윤미에게 챙겨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이윤미는 단지 그의 부모님이 남자아이만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다.그러나 알고 보니 이윤미는 그들의 친자식이 아니었다.그러나 친부모 곁으로 돌아온 후로도 친어머니 이은화는 이윤미에게 시험해 보고 갖은 훈련을 시키면서 사랑이라곤 한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리고 친아빠 정군호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의 눈에는 이윤정이라는 수
고현도 하예진은 은근히 많이 돕고 있다.강성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관성에서 온 하예정이 전임 이 가주의 후손으로 이씨 가문의 현재 가주와 겨루러 온 것임을.하예진이 하는 사업은 이씨 가문의 가장 중요한 사업과 같은 종류였다. 이씨 가문과 경쟁하려는 의도가 뚜렷했다.이씨 가문 사람들도 몰래 하예진과 협력하고 있었다.이윤미는 미소를 지었고 다시 찻잔을 들어 우아하게 맛보았다.따르릉...이윤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녀는 찻잔을 내려놓고 휴대전화를 들어 전화기를 보더니 고현에게 말했다.“저희 엄마께서 전화가 왔어요. 아마도 더는 병원에서 아버지를 돌보고 싶지 않으신가 봐요.”정군호가 병원에 입원한 것도 전부 이은화가 강요한 것이다.이은화 부부는 지금 겉보기에만 평온해 보였다.이윤미는 정군호가 마음속으로 이은화를 매우 증오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이은화에게 반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그녀에게 최대한 잘 보이려고 노력해야 했다.이것은 정군호가 애초부터 선택한 길이다. 누구도 탓할 수 없었다.이윤미는 고현 앞에서 이은화의 전화를 받았다.“엄마.”“윤미야, 너 지금 어디냐?”“지금 고씨 그룹에서 고 대표님과 협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어떻게 됐어?”이은화는 이 일에 대해 희망을 품지 않았다.고현은 이씨 가문을 경멸했다.두 그룹 사이에는 거의 거래가 없었다.평소에 만났을 때, 고현은 비록 이은화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단지 인사만 했을 뿐 그녀와 아무런 거래도 하고 싶지 않았다.이씨 가문의 가주인 이은화는 고현의 마음속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었다.다행히도 친딸 이윤미가 돌아와 어느 면이 고현의 마음에 들었는지 고현은 친딸에게 잘 대해 주었다.이윤미는 이윤정보다 사람 복이 많았다.이 또한 이은화가 친딸을 주인 자리에 올리려고 결정한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이씨 가문이 이윤미에게 넘겨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이윤정에게 넘겨지면 곧 몰락할 것이다.“아직 결과가 없어요. 엄마
고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같이 자라서 가정도 깊고 하니 단번에 연락을 끊을 수 없었을 거예요.”“알고 있어요.”정일범 형제의 눈에는 이윤미라는 친여동생이 침입자이고, 그들 남매간의 정을 파괴하는 나쁜 사람일 것이다.이윤미가 나타남으로 인해 이윤정의 지위가 급격히 떨어졌다.처음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이은화가 늘 이윤정을 편애했으니까.모두는 이윤미가 이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이어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고, 이윤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혐오감을 느꼈다.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이씨 가문에 사고가 생기고 나서 가문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정한 이씨 가문의 친딸 이윤미였다.따라서 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가짜 딸로 현재 패가망신하고 이씨 가문에서 쫓겨나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인생을 즐기던 이윤정은 여운별과 마찬가지로 돈이 없으면 그녀의 세 오빠에게 연락해 돈을 달라고 했다.많지는 않지만 수십만 원 정도는 거뜬히 받을 수 있었고 그 돈으로 며칠 동안 잘 잘 지낼 수 있었다.여운별은 한 번도 출근한 적이 없고 업무 경험도 없으며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하지만 이윤정은 이씨 그룹의 부대표로 일하면서 실력이 특별히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자리를 찾아 자신을 먹여 살릴만한 능력은 충분히 갖추었다.이윤정은 단지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는 데 익숙해져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리고 이윤정은 양어머니인 이은화를 만나 양어머니의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은화가 그녀를 용서해 준다면 그녀는 이씨 가문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더라도 적어도 양어머니가 예전에 그녀에게 선물한 상가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그녀도 이 땅에 정착할 수 있고 수입도 생겨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비록 여운별의 상가들 사업이 매우 좋지 않았고 많은 상가가 상가를 내놓은 뒤로 아직 임대주지 않았지만, 그 상가들을 팔기만 해도 적잖은 수입이 될 것이다.집도 팔고, 차와 가게도 팔
고현이 이윤미에게 차를 대접했다.이윤미도 사양하지 않고 찻잔을 들어 가볍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좋은 차네요.”고현이 말을 이었다.“여기 있는 건 다 좋은 거예요. 호영 씨가 보낸 물건에는 후진 것 하나도 없어요.”하지만 이 차는 고현이 준비한 것이지, 전호영이 보내온 것이 아니다.“지난번에 우리가 이야기했던 일은 정말 여지가 없는 걸까요?”이윤미는 찻잔을 내려놓고 고현에게 부드럽게 물었다.고현은 깊은 눈빛으로 이윤미와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저는 윤미 씨와만 협력할 거예요. 이씨 그룹과 협력하지 않을 거란 뜻이죠. 이씨 가문의 사업에 관한 일이라면 저는 협력할 마음이 없어요.”그녀가 중시하는 것은 이윤미란 사람이지 이씨 가문의 이윤미가 아니었다.이윤미가 웃으며 말했다.“고 대표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밤,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을 대접하겠습니다.”이윤미의 다른 신분으로 말이다.이윤미가 계속해서 물었다.“혹시 호영 씨와 약속이 있어요?”고현 숨김없이 사실대로 대답했다.“같이 밥 먹고 영화 보러 가기로 했어요.”두 사람은 스스럼없이 데이트할 수 있게 되었다.이윤미는 부러워하며 물었다.“그렇군요. 그럼 언제쯤 시간이 있으세요?”“최근 반달 동안 시간을 낼 수 없을 것 같아요. 내일 회사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반달 동안 휴가를 냈거든요. 호영 씨와 함께 기분 전환할 겸 여행 가기로 했거든요.”고현은 고씨 그룹을 여러 해 동안 관리했지만, 고현은 제대로 쉬어본 적 없었다. 설날에도 그녀는 여러 접대를 해야 했기에 아무런 일에도 관여하지 않는 그런 휴가를 즐겨보지 못했다.다행히 전호영이 고빈을 단단히 휘어잡아 고빈이 어쩔 수 없이 고씨 그룹의 일을 도맡았다.하여 고빈도 드디어 반달 동안 휴가를 낼 수 있었다.때때로 너무 피곤하면 고현도 마음이 지치고 무척 쉬고 싶어졌다.역시 전호영은 고빈을 무척 잘 알고 있었다.어쩐지 고현이 아는 남성이 많을 텐데 유독 전호영만 사
심효진이 편히 지내는 것을 알고 하예정도 매우 기뻤다.강성.이윤미의 차가 고씨 그룹으로 들어갔다.이씨 그룹이 고씨 그룹과 협력하려는 생각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이씨 그룹의 임시 결정권자로서 이윤미는 종종 고씨 그룹에 나타났기에 고씨 그룹 직원들도 이에 매우 익숙해졌다.고현은 이윤미에게 매우 정중히 대했고 체면도 세워주었다.하여 이윤미는 사전 예약 없이도 프런트 데스크에서 고현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면 바로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몇 분 후, 이윤미가 대표 사무실에 나타났다.여전히 멋진 고현의 모습에 이윤미가 감탄하며 말했다.“고 대표님, 자꾸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면 여자들의 마음이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어요. 만약 고 대표님께서 우리처럼 여자 옷을 입는다면 그녀들도 곧 현실을 받아들일걸요. 여전히 남자 모습으로 다닌다면 고 대표님을 짝사랑했던 여자들의 마음이 찢어질걸요.”고현이 진짜 남자라면 고현의 연모자들 중 누군가는 반드시 강성에서 가장 뛰어난 이 남자의 마음을 움직일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현은 잠시 일을 멈추고 일어나 책상을 에돌며 이윤미에게 소파 앞에 앉으라고 했다.이윤미와 함께 들어온 비서는 고급 차와 간식을 가져와서 탁자 위를 가득 채웠다.예전에 고현의 사무실에는 비싼 손님을 대접하는 과일이 조금 있었지만, 간식은 없었다.전호영이 고현을 공개적으로 구애하고 나서부터 고현 사무실에 어떤 것이 나타나도 놀라울 일이 아니다.전호영은 무엇이든 고현의 사무실로 옮겨왔고 고현은 처음에 화를 내고, 버리다가 결국 받아들이게 되었다.이제 모두가 이해했다.전호영이 동성애자가 아닌 정상적인 남자였다!전씨 가문도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모두가 전호영이 아까워 전씨 가문 어른들에게 몇 번이나 이 일을 언급하여 전호영을 애초부터 막으라고 권했다.그러나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그들의 사상이 매우 개방적이라고, 자식들이 좋아하고 즐겁게 지내면 된다면서 전호영이 남자를 좋아하든 여자를 좋아하든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