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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고능비
태윤은 롤스로이스에 올라타면서 분부했다.

“그 새로 산 차 잊지 말고 가져다 놔줘요.”

’그건 아내에게 보여주려고 산 건데....잠깐, 아내의 이름이 뭐였지?’

"참, 내 마누라 이름이 뭔지 알아요?"

"....사모님의 성은 하 씨이고, 이름은 예정이며 올해 스물다섯 살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큰 도련님 잘 기억하셔야겠습니다."

큰 도련님은 기억력이 아주 좋으시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해도 기억하지 못하신다.

특히 여자들은 매일 만나도 큰 도련님은 성이 뭔지도 모르신다.

"음, 기억할게요."

태윤은 무심히 응했다.

경호원은 큰 도련님의 말투로부터 다음에도 큰 도련님은 분명히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태윤은 예정에게 더는 관심을 두지 않고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였다.

관성 호텔은 발렌시아 아파트로부터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발렌시아 아파트 입구에서 내린 태윤은 혼자 평범한 차로 바꿔 타면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비록 신혼인 아내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자신이 산 집은 기억하고 있었다.

태윤은 곧 집 현관에 도착하였는데 왠지 눈에 익은 슬리퍼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이건 내 슬리퍼 아냐? 왜 문밖으로 나와 있는 거지?’

태윤은 눈빛이 차가워졌고 얼굴도 굳어져 버렸다. 태윤은 원래 할머니를 구해준 그 여자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늘 그녀를 칭찬하고 심지어는 그녀와 결혼까지 시키니....

그때 태윤은 바로 예정에게 호감을 잃었다.

태윤은 예정을 가식녀라 여겼다.

결국엔 할머니의 말을 듣고 예정과 결혼하기로 하였지만, 일단은 신분을 숨기고 예정이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고 나서, 그다음 예정과 진정한 부부가 되어 평생을 살지 말아야 할지 생각할 예정이었다.

‘만약 정말 속내가 깊어 사기치는 거라면, 그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감히 나 태윤에게 사기를 친다고? 어림도 없어!’

태윤은 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고 하였는데 문이 안에서부터 잠겨있었다.

태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이게 누구 집인데?

집에서 살게 하였더니 오히려 집주인을 밖에다 놔둬?’

태윤은 화가 나서 발로 문을 쾅쾅 찼다.

동시에 예정에게 음성 전화도 걸었다.

태윤은 이번에는 예정의 이름을 저장하고 거기에 '마누라'라는 단어까지 추가하였다. 그러지 않으면 혹시 모르고 삭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태윤이 문을 발로 찰 때 예정은 잠에서 깼다.

’한밤중에 누가 문을 두드리고 있는 거야? 사람 좀 자게 하지....’

예정은 잠옷을 걸쳐 입고 짜증을 내면서 현관으로 나왔다.

휴대폰을 방에 두고 나온 예정은 태윤으로부터 걸려 온 음성 전화를 보지 못했다.

"누구세요? 한밤중에 잠도 안 자고 우리 집 문을 두드리고 그래요?"

예정은 화를 내며 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예정은 태윤을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다가 비로소 반응을 보였다.

급히 웃는 얼굴로 쑥스러운 표정으로 태윤을 맞이했다.

"아, 태윤 씨...."

태윤은 예정이 음성전화를 받지 않아 지금 분노가 치민 상태였다. 그래서 예정을 상대도 하지 않고 굳은 얼굴로 곧장 집으로 들어갔다.

이게 바로 초고속 결혼의 후유증일 것이다.

예정은 고개를 내밀어 방금 태윤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웃들을 깨우지는 않았나 확인하였다. 다행히도 깬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 앞에 놓인 슬리퍼를 본 예정은 그걸 주어들고 집안으로 들어가 다시 문을 잠갔다.

"내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새벽이어서....그때 태윤 씨가 집에 없길래 오늘 밤엔 집에 돌아오지 않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문도 잠갔고요...."

"집에 나 혼자라서 일부러 슬리퍼를 문 앞에 두었어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 집에 남자 신발이 있는 것을 보고 함부로 하지 못할 거예요.”

예정은 예전에 태권도를 배워 보통 양아치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지만 그래도 되도록 나쁜 일들은 면하려 했다.

태윤은 소파에 앉아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예정을 노려보았다.

시월의 밤은 약간 추웠다. 태윤이 자신을 이렇게 노려보자 예정은 마치 겨울에 들어선것 같은 추위를 느꼈다.

"태윤 씨, 정말 미안해요."

예정은 태윤의 슬리퍼를 가져다 발 옆에 놓으면서 이렇게 사과했다.

’먼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였으면 좋았을 텐데....’

예정은 내심 후회가 들었다.

한참 뒤에야 태윤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날 별로 관여하지 말라고는 했는데, 아무래도 여긴 내 집이고....이렇게 날 문밖에다 둔게 정말 불쾌해."

"태윤씨, 정말 미안하고 또 미안해요! 다음에는 미리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돌아오지 않으면 그때 다시 문을 잠글게요."

태윤은 잠시 뒤에 이렇게 말했다.

"출장 가게 되면 미리 알려줄게, 안 가면 매일 집으로 올 테니깐 그리 알고 있으면 돼. 난 일이 바빠서 심심한 전화 같은 걸 받을 시간이 별로 없어"

예정은 그의 말에 그저 응하고 답했다.

‘태윤이 뭐라고 하면 뭐인 거지 뭐....아무래도 여긴 태윤의 집이니깐’

'태윤 씨, 야식 드실래요?'

예정은 태윤이 일로 바빠 이제야 돌아왔으니 배가 고프겠다고 생각하며 호의로 물었다.

"난 원래 야식 같은 건 먹지 않아, 살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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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훈은 그저 그들에게 손주를 안겨주는 도구로 몰락할지도 모른다.“고구마가 이렇게나 많아요? 그럼 군고구마 만들어 먹어요. 밖에서 사면 한 개에 삼천 원 정도 하잖아요, 너무 비싸요.”윤하는 역시나 고구마를 보고 기뻐했다.윤하는 차 문이 열려있는 쪽으로 걸어가서 안을 들여다보고는 혀를 내둘렀다.”이게 전부 다 고구마예요?”고구마인지 곤약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도 물건들을 나르기 시작했다.곧 혁진이 도와주러 나왔다.그렇게 세 젊은이는 몇 번을 왕복해서 겨우 차 안에 가득했던 농산품들을 거실로 옮겨갔다. 값비싼 삼과 제비집도 그중 어느 안에 들어있었다.지훈은 부모님이 정말로 농산품만 갖고 온 줄 알았다.소씨 집안에서 가지고 온 선물들을 윤하 어머니께서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방문에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었다.지훈이 부모님이 방문한 탓에 윤하와 혁진은 도장으로 가지 않고 집에서 접대를 도왔다. 소씨 가주 내외가 아침을 못 드신 걸 알고 윤하 어머니는 윤하와 함께 주방으로 들어가 아침 준비를 했다.윤하는 그 틈을 타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 아버지랑 큰오빠는 이렇게 일찍 도장으로 나갔어요? 두 사람한테 전화했었는데 둘 다 안 받던데요.”윤하 어머니는 밖을 한번 힐끗 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 아버지랑 혁주가 관성에 갔어. 지훈이 집안에 대해 좀 알아보려고. 근데 지훈이 부모님이 여기로 오실 줄 누가 알았겠니?”“저 아직도 고민 중인데 둘이서 벌써 관성에 갔다고요?”“그러니까 네가 고민이 끝나기 전에 미리 알아보는거지. 네가 시집살이 안 한다는 확신이 있어야 시름 놓고 너희 둘을 미뤄줄 거 아니야.”윤하 어머니는 계속해서 말했다. “지훈이 부모님을 보니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봐. 두 분이 너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소씨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 처음 집에 인사 온다고 농산품들을 가지고 온 것 봐. 다 우리를 생각해서 그런 거잖아. 우리한테 맞춰주려고 한다는 것은 그만큼 너를 중요시한다는 거야. 그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75화

    사실 지훈도 부모님 몰래 일을 꾸몄으나 두 분이 보통 눈치가 빠른 사람이 아니라서 지훈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다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을 했다.집 문 앞에서 지켜보던 윤하 어머니는 딸과 함께 들어오는 두 사람의 얼굴이 지훈이랑 아주 비슷한 걸 보고 누군지 바로 알아챘다.그러고는 얼른 문을 활짝 열었다.지훈 어머니는 윤하 어머니를 보자마자 하마터면 사돈이라고 부를뻔했지만 너무 이른 감이 있어 당황하실까 봐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되려 삼켰다.윤하 어머니는 지훈의 부모님이 오실 줄은 생각 못 했다.아들과 남편이 방금전에 관성으로 출발했는데 두 분이 집에 찾아오시니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관성에서 두 사람에 대해 알아볼 때 마주치거나 들킬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정씨 집안 식구들은 지훈이 마음에 들었다. 지훈이 집안 사람들까지 인품이 좋으신 분이라면 멀기는 멀어도 윤하를 소씨 집안으로 시집 보낼 의향이 있었다.다만 걸리는 점이 있다면 바로 지훈의 질병이었다. 어젯밤, 두 형제는 지훈에게 이게 관해 물어보지 않았고 윤하도 가족들한테 말하지 않았다. 그저 윤하가 지훈을 대하는 태도에서 아마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윤하 어머니는 짐작했다.전에 질병이 있었다가 이제는 다 완치됐을 가능성도 있었다.두 집안 어르신이 만나고 나서 윤하 어머니는 지훈의 부모님 두 분 다 성격이 좋으시고 친근하신 걸 느꼈다.사돈 될 분들한테 부담이 될까 봐 일부러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왔다. 행여나 너무 부유해 보여 정씨 집안에서 윤하를 시집 안 보내겠다고 하면 아들이 손해 보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지훈의 부모님은 정씨 집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고 두 가문이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엄밀히 말하면 오히려 정씨 집안이 손해 보는 셈이었다. 지훈은 이제 중년이 다 된 아저씨이고 윤하는 아직 꽃다운 어린 아가씨이기 때문이다.지훈의 부모님은 소씨 집안 가주라는 기세 없이 자세를 낮추어 얘기했다.윤하 어머니와 혁진은 두 분을 대접하고 있고 윤하는 지훈을 도와 짐 나르러 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74화

    지훈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윤하 씨는 언제든지 예뻐요. 긴장하지 말아요, 저희 부모님 그렇게 어려운 분들 아니세요.”“긴장 안 했거든요. 처음 뵈는 자리니까 잘 꾸미지 않더라도 예의는 갖춰야 하니까요. 제가 문 열게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윤하는 지훈보다 먼저 뛰어가 문을 열었다.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문 앞에 서 있었다.윤하가 문을 열자 차에 앉아 계시던 분이 창문을 내리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중년 여성분이셨는데 지훈과 많이 닮아서 누가 봐도 소지훈 어머니인 것을 알 수가 있었다.윤하는 내심 지훈의 어머니의 미모에 감탄하고 있었다. 관리를 아주 잘하셔서 겉보기에는 어머니가 아니라 누나같이 보일 정도였다. 두 사람이 함께 서 있으면 전혀 모자같이 보이지 않았다.지훈 어머니는 얼굴에 미소를 띠고 걸어오며 물었다. “아가씨가 윤하 씨구나. 사진 본 적이 있어요. 나는 소지훈 엄마 되는 사람이에요.”“어머님, 안녕하세요.”윤하는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지훈도 윤하를 따라 인사 한마디 건넸다.지훈 어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윤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 훑어보고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예쁘고 아들이랑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지훈 어머니는 첫눈에 바로 윤하가 마음에 들었다.자기 아들을 구해준 유일한 여자애라고 생각해서 사진을 볼 때부터 이미 마음에 들었고 흡족해하셨다.지훈이 아버지도 차에서 내렸다.“윤하 씨, 안녕하세요, 저는 지훈이 애비되는 사람입니다.”지훈이 아버지는 평소에는 근엄하고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말하시지만 그 순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윤하는 아버님께도 인사를 건네고 두 분을 집안으로 모셨다. “아버님, 어머님, 빨리 집 안으로 들어가요, 밖이 추워요.”“좋아요.”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지훈의 아버지는 차 키를 아들에게 던져주고는 말했다.” 차 안에 있는 물건들 집으로 옮겨와.”“두 분 편히 오시면 돼요, 뭘 들고 오시지 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73화

    지훈의 아버지는 시계를 보시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일찍 오긴 한 것 같아. 여름이면 이쯤 되면 꽤 많은 사람들이 일어났을 텐데. 차에서 조금 기다리다가 노크하러 갈까?”지훈의 어머니가 대답했다. “먼저 아들한테 전화를 걸어 일어나라고 해야겠어요.”그는 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윤하와 입술이 닿는 그 순간, 고막을 찌르는 전화벨 소리가 울려 지훈은 단꿈에서 깨어났다. 지훈은 키스의 여운에 입술을 문지르다 정신이 번쩍 들어 그제야 자신이 꿈꾸었음을 알았다. 윤하는 지훈의 고백을 외면하지 않았지만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침 일찍부터 눈치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달콤한 꿈이 산산조각 나자 지훈은 순간 화가 났다.핸드폰을 집어 든 지훈은 발신인을 확인하지 않고 쌀쌀한 목소리로 물었다.“누구세요? 왜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전화를 거세요? 큰 일이 아니라면……”“아니면 어쩔 건데? 내가 누구냐고? 네 엄마야, 나 지금 윤하네 집 앞이야. 빨리 나와 문 열어. 아니면 내가 들어가서 혼쭐을 내줄 거니까.”지훈도 한 성깔 하는데 지훈의 어머니는 그보다도 한 수 위였다. 말 몇 마디로 바로 지훈을 수그러들게 했다.지훈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놀라서 물었다. “뭐라고요? 지금 집 앞이라고요? 아버지도 같이 있어요?”두 분이 오신다고는 했지만 진짜로 오실 줄 몰랐고 또 이렇게 일찍 올지도 몰랐다.“아버지도 옆에 계셔. 대문이 아직 안 열려있는 것을 보아하니 다들 아직 일어나지 않았나 보지? 아들, 우리가 너무 일찍 온 거 아니야?”지훈은 침대에서 굴러 내려오며 대답했다. “당연한 말씀을, 이 추운 날씨에 이렇게 일찍 오신 거예요? 아버지가 오신다고 하시더니 진짜로 오실 줄은 몰랐어요. 아직 이르다고 말했잖아요, 윤하 씨가 엄마아빠를 만나면 부담스러워할 거예요. 잠깐만 기다려봐요, 제가 내려가서 문 열어줄게요.”입으로는 툴툴거렸지만 정작 부모님들이 밖에서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지훈은 엄마에게 당부 몇 마디 하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72화

    그러고는 윤하한테로 눈길을 돌렸다. 그대로인 동생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는 두 사람은 아무리 봐도 커플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지훈은 도대체 무슨 질병이 있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윤하 어머니는 과일을 꺼내오다 두 사람을 발견했다.“마침 돌아왔네. 얼른 와서 과일 먹어.”“윤하 씨가 저한테 옷을 사줬어요.”지훈은 싱글벌글하며 두 형님 옆으로 가 앉더니 윤하가 선물해 준 옷을 자랑했다.윤하는 그런 지훈을 보고 얼굴이 빨개져 자리에 앉지 않고 꽃다발을 손에 든 채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며 말했다. “엄마, 오빠들, 나 먼저 올라가 쉴게.”혁주와 혁진은 옷자랑에 바쁜 지훈에게 맞장구를 쳐줬다. 윤하가 안목이 좋다, 옷이 멋지다, 두께감이 있어 따뜻하겠다 등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러면서 또 이십몇 년간 같이 살면서 오빠들은 옷 잘 사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하여튼, 지훈은 옷 몇 벌에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고 연애의 맛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주위 친구들이 늘 자랑하던 얼마 안 되는 선물이라도 좋아하는 사람한테 받으면 엄청 행복하다던 그 감정도 알게 되었다.윤하의 두 오빠는 결국 지훈이 무슨 질병이 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혁주는 내일 관성으로 가는 티켓을 이미 끊어놓았다. 아버지랑 같이 관성으로 가서 소씨 집안 사람들의 인성을 조심히 알아보려는 계획이었다. 더불어 지훈의 질병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다.그들은 지훈에게 직접 물어도 솔직히 대답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직접 알아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혁주는 아버지와 함께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그들이 출발할 때 윤하는 아직 꿈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평소에 일찍 일어나던 지훈마저도 윤하에게 키스하는 달콤한 꿈을 꾸느라 잠에서 깨지 않았다. 그도 역시 큰 형님과 윤하 아버지가 일찍이 길을 나선 것을 몰랐다.두 사람이 출발해서 얼마 되지 않아 소씨 가주 내외가 도착했다.두 분은 사돈 될 분들이 놀랄까 봐 경호원들 없이 둘이서 제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71화

    지훈이 윤하를 바라보는 눈빛에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다.“윤하 씨가 좋아하면 매일 선물해 줄게요. 아니면 지금 도장에 꽃 가지러 같이 갈까요?”“같이 가요. 매일 선물 안 해줘도 돼요. 어쩌다 한 번씩 서프라이즈를 주는 게 더 좋아요. 매일 받으면 또 감흥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잖아요.”지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윤하 씨 말 들을게요.”지훈의 꽃 선물에 윤하는 꽃 떡을 떠올렸다.지훈도 자신이 매일 꽃 선물을 하면 윤하가 꽃 떡을 떠올리며 자신의 마음을 몰라줄까 걱정이 됐다.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은 아마도 돈이 아닐까?지훈은 돈으로 된 꽃다발을 선물해서 윤하가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게 해줄 수도 있었다.“먼저 옷 쇼핑가요, 제가 옷 선물을 해줄게요.”윤하는 꽃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옷 선물을 해주려 했다.“옷을 선물해 준다고요?”지훈은 아주 기뻤다.“지훈 씨가 추울 것 같아서 두꺼운 아우터를 선물해 주려고요. 근데 저는 지훈 씨처럼 명품은 못 사요. 삼십만 원 정도는 해줄 수 있어요. 혹시 마음에 안 들면 버리지 말고 저한테 줘요. 저희 큰오빠가 지훈 씨랑 키가 비슷하니까 큰오빠 주면 돼요.”지훈은 재빨리 대답했다. “마음에 안 들 리가요, 윤하 씨야말로 줬다 뺏기 없어요. 큰형님 옷도 많으시고 두꺼운 옷도 많으시잖아요. 저는 두꺼운 옷 별로 없어요. 저 사실 추위 많이 탄다고요. 집밖에 잘 안 나가고 매일 사무실, 도장, 윤하 씨 집, 난방이 있는 이 세 곳에만 있잖아요.”바로 전까지만 해도 추위를 안 탄다고 하던 지훈은 혹여나 윤하가 사준 옷을 큰형님한테 줄까 봐 추위를 많이 탄다고 엄살을 부렸다.“그럴 줄 알았어요. 남방 사람들은 연성에 오면 다들 춥다고 그래요. 아무리 지훈 씨가 이곳저곳 많이 다닌다고 하지만 그래도 관성에서 보낸 시간이 제일 오라잖아요. 연성이 안 춥다면 거짓말이죠.”지금의 관성은 날씨가 아주 좋아 윤하도 부러울 정도였다.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관성은 난방이 없어서 추울 땐 진짜로 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70화

    윤하의 어머니는 잠깐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너희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래도 지훈이 돌아오면 너희가 한번 잘 물어봐. 안 그러면 나 계속 걱정돼서 잠 못 자니까. 그리고 지훈이 우리 윤하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걔는 부잣집 도련님이고 두 집안이 차이가 있잖아. 지훈이 부모님이 우리 윤하를 못 받아들일 수도 있고. 너희 아빠가 돌아오시면 내가 얘기 한번 해봐야겠어. 혁주를 데리고 관성에 가서 지훈이 부모님에 대해 좀 알아보라고 해야겠어.”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혼자 가도 돼요. 오늘 저녁에 바로 티켓 끊어서 내일 아침에 출발할게요.”“아버지랑 같이 가. 네가 아직 어려서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해. 아버지는 나이도 많고 사회생활도 수십 년 해왔으니 사람 보는 눈이 괜찮아. 딸을 시집보내는데 아버지가 돼서 시댁이 어떤지는 알아봐야지.”윤하 어머니는 지훈이 의심하지만 않는다면 자신도 함께 관성에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혁진이 말했다. “소 대표의 부모님이 우리 윤하를 싫어하시지는 않을 거예요. 소 대표 나이가 몇인데, 곧 사십이잖아요. 우리 윤하는 이제 스물넷인데 나무랄 게 뭐 있어요. 나무란다고 해도 우리가 소 대표를 나무라야 맞죠.”“소 대표 부모님께서 마음이 조급하시지 않을까요? 드디어 좋아하는 아가씨를 만났는데 그분들이 왜 나무라겠어요? 오히려 서둘러 결혼시키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 집안이 부자면 또 어때요? 우리 집안은 뭐 가난한가? 몇백억은 아니더라도 자산이 적지는 않잖아요. 어머니아버지가 윤하한테 집도 마련해 줬고 상가 부동산도 남들보다 훨씬 많은걸요.”“당연하지, 소씨 집안에서 우리 윤하를 마음에 안 들어 하기만 해 봐요.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잠깐, 우리 윤하가 아직 지훈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잖아요. 나중에 두 사람이 거리를 둔다고 해도 우리 윤하는 전혀 손해 볼 게 없어요.”“아쉬워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지훈이 아닌가.”“그래도 관성에 한번 가서 알아보는 게 좋아.” 혁주는 이미 휴대폰을 꺼내 티켓을 알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69화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윤하는 지훈과 함께 산책하러 나갔다.두 사람이 집 문을 나서자 혁진이 형에게 물었다.“형, 윤하 오늘 좀 이상하지 않아요? 얼굴도 자꾸 빨개지고 지훈이랑 눈도 못 마주치고 아주 부자연스러운 것이 평소랑은 많이 달라요. 이십몇 년 동안 오빠와 동생으로 지내면서 오늘 처음 수줍어하는 모습을 본 것 같아요. 쟤도 수줍어할 줄 아는 애였어요. 평소에는 그냥 남자애처럼 덜렁대고 뻔뻔하게 굴더니 수줍어하니 꽤 여자 같은데…”혁주는 말없이 차를 따랐다.윤하 어머니는 주방에서 설거지하다가 혁진의 말을 듣고 주방에서 뛰어나와 두 아들에게 말했다.“너희 둘 이리 와봐, 지훈이 없을 때 할 말이 있어.”“무슨 일이에요? 표정이 심각해 보이는데 안 좋은 일이에요?”혁진은 궁금증을 못 참고 주방으로 들어가다가 엄마의 표정을 보고 사뭇 진지해졌다.차를 따르던 혁주도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뛰어 들어오며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 소 대표가 무슨 말 하던가요? 소 대표가 우리 동생한테 고백했어. 근데 윤하가 아무런 준비 없던 상황에서 고백받아서 놀라서 도장을 뛰쳐나갔어. 내가 소 대표 보고 따라가지 말고 윤하한테 진정할 시간을 좀 주라고 했거든. 지금 보니 뭔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인데?”혁진은 혁주를 돌아보며 물었다. “형, 지훈이가 윤하한테 고백했다고요?”윤하 어머니는 입을 뗐다. “지훈이 질병이 있대. 걔가 윤하한테 솔직하게 털어놨는데 내가 엿듣다 보니 제대로 듣지 못했어. 병명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진짜로 병이 있나 봐. 그래서 여태까지 솔로였대.”“뭐라고요?”두 아들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두 사람은 안색이 급격히 변하더니 혁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설마 남자구실을 못 하는 건 아니겠죠?”“그렇게 티가 나는 질병이 아닌 것 같았어. 똑똑히 듣고 싶었는데 방문이 열려있어서 더 가까이 가지 못하겠더라. 영문을 모르니 더 속이 타네. 너희 둘은 남자애니까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해서. 조금 있다가 지훈이 돌아오면 너희 둘이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68화

    지훈이 대답하기도 전에 윤하의 목소리가 위층으로부터 들려왔다.“얘들아, 밥 먹어.”윤하 어머니가 주방에서 불렀다.식구들은 주방으로 들어가 일손을 도와 식자재를 날랐다. 그리고 둘러앉아 따뜻한 샤부샤부를 먹기 시작했다.정혁주는 아버지가 소장한 술과 잔을 네 개 가져오며 물었다.“엄마, 저희 오늘 한잔하고 싶은데 괜찮죠?”“외출을 안 하면 한 잔씩은 허락할게. 더는 안돼.”많이 마시다가 취하면 내일 출근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정혁주는 동의하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한 잔씩만 하기로.”한잔이라도 아예 못 마시는 것보다는 나았다.“윤하는 많이 마시지 마.”혁주는 동생에서 반 잔만 부어주었다.윤하는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내가 여자는 맞지만 주량은 오빠들 못지않거든요, 한잔 마신다고 취하지 않아요.”“너 계속 그러면 한입밖에 못 마시게 할거야. 그 잔 소 대표님 줘.”혁주는 큰오빠답게 여동생의 음주를 제한했다.혁주는 술을 붓고는 윤하에게 귀속말했다. “적게 마시고 정신 붙들고 있어. 있다가 소 대표님 취하면 너한테 진심인지 아닌지 확인해 봐. 술 취하면 진실을 토하게 되잖아. 그때 물어보면 진심을 알 수 있을 거야.”윤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어 하며 낮은 목소리로 큰오빠에게 말했다. “지훈씨 주량 엄청 세요, 그 한 병 다 마셔도 멀쩡할걸요.”술 한잔으로 지훈이 취하기를 기대하는 일은 망상에 불과했다.“난 지훈 씨가 한 말이 모두 진심이라고 믿어.”윤하는 지훈에게 반찬을 짚어주며 웃으며 말했다. “지훈 씨도 적게 마셔요, 식사가 끝나면 같이 산책해요.”“좋아요.”“밖에 엄청 추워.”윤하의 어머니가 말했다.“지훈이는 관성에서 왔잖아, 더 추워할걸. 난 시집온 지 몇십 년이 지났는데도 겨울에는 외출 잘 안 하잖아. 연성의 겨울 추위는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안 돼.”시집온 지 얼마 안 되였을 때 윤하 어머니는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친정집으로 가서 겨울을 보냈다.시간이 지나 아기들도 점점 커서 어린이집, 학교에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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