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화

Author: 고능비
연회가 열리는 곳은 관성 호텔, 이 도시에서 가장 고급 호텔 중 하나이며, 7성급 호텔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예정은 이 호텔이 도대체 7성급 호텔이 옳은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온 적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예정네보다 먼저 호텔에 도착한 효진 고모는 구면인 부인들과 인사를 나눈 뒤 아들딸을 먼저 호텔로 보내놓고 호텔 입구에 남아 친정 조카가 오기를 기다렸다.

조카딸을 태우러 가기로 한 자신의 차가 다른 차량 뒤를 따라 천천히 오는 것을 보고 효진 고모는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고모."

"효진 고모."

예정은 친구를 따라 효진 고모에게 인사를 드렸다.

효진 고모는 조카딸이 예정을 데리고 온 것을 알고, 원래는 좀 심기가 불편했었다.

전에 예정을 본 적이 있는데, 부모 없는 이 아이가 자기 조카딸보다 더 이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보통 집안 딸인데, 온몸에서 모두 명문가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예정이 조카딸의 인기를 빼앗을까 봐 걱정되었던 효진 고모는 예정이 시집갔다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드레스가 아닌 평범한 옷을 입고 눈에 띄지 않는 옅은 화장을 하고 악세서리도 착용하지 않은 예정이 예쁘고 화사하게 단장한 조카딸에게 타고난 미모가 가려진 것을 보고 효진 고모는 속으로 예정이 눈치가 빠르고 철이 든 아이구나 하며 만족스럽게 생각했다.

"자, 내가 너희들을 데리고 들어갈게. 효진아, 초대장을 꺼내, 들어가려면 초대장을 검사 맞히고 등록해야 해."

"이제 들어가면 너희 둘은 많이 보고 적게 얘기해 알았지? 적당한 때 내가 다시 사람들을 소개해 줄게. 예정아, 넌 항상 효진보다 더 침착하니까 잘 지켜보고 있어, 얘가 사고를 치지 못하게 해. 관성 호텔은 전씨 가문의 많은 호텔 중 하나인데 그 집 도련님들도 오늘 밤 연회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어.”

효진 고모는 조카딸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효진아, 네가 재벌 집 도련님 눈에 든다면 정말 우리 심씨 집안의 큰 복이 될 거야. 다른 재벌 집보다 조용할 뿐만 아니라, 가풍도 아주 좋고, 권력 다툼 그런 것도 거의 없다고 보면 돼. 주로 그 집 남자들 모두 밖에서 애인을 만드는 일에 거의 관심이 없어 믿을 만한 사람들이고 말이야.”

"네 사촌 여동생은 아직 어려서 아쉽지 뭐. 그렇지 않으면 이런 좋은 일이 너한테 차려지겠어?”

조카가 아무리 이뻐도 딸보다 못한 건 사실이고....

그녀의 딸은 이제 막 열일곱 살이고, 아직 성년이 되지 않아서 혼담은 너무 일렀다.

"….고모, 관성 재벌 집 문턱이 저희보다 너무 높아서 그런 헛된 꿈을 꾸진 않을래요.”

심효진은 원래 그냥 먹고 마시러 온 거였다.

예정은 옆에서 듣기만 하고 말참견하지 않았다.

자기는 원래 구경하러 온 것뿐이고, 목적은 먹고 마시는 것이고....

관성 호텔의 음식은 특히 맛있다고 소문났다.

“금방 재벌가 성이 뭐라 하셨어요?

"전 씨."

"전 씨라....아주 특별한 성이네요."

효진이 친구를 살짝 건드렸다.

‘예정이와 결혼을 한 그 남자도 전 씨 성이였는데....’

친구의 뜻을 알아챈 예정은 그냥 웃기만 하고 말을 하지 않았다.

자기 남편도 비록 성은 같은 전 씨이지만, 재벌 집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늘 아래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동성동명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전 씨가 재벌이긴 하지만 그 집의 문턱은 그리 높지 않아. 인품만 좋으면 그 집 사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어른들도 까다롭게 굴지 않을 거야.”

조카딸은 생김새도 괜찮고 인품도 좋고, 친정 집안 형편도 괜찮아서 재벌 집들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다른 수많은 집보다는 조건이 좋아서 기회가 없지는 않다고 효진 고모는 생각했다.

왼쪽 귀로 듣고 오른쪽 귀로 흘러버리는 심효진 때문에 화난 효진 고모는 조카의 귀를 잡아당기면서 말한다.

"둘이 먼저 들어가 봐, 고모는 아는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러 가야겠어."

"고모, 그럼, 먼저 들어갈게요."

심효진은 서둘러 예정을 끌고 들어갔다.

‘이젠 더 이상 고모의 잔소리를 안 들어도 되겠지? 정말 엄마랑 똑같아, 어쩐지 고모가 엄마랑 사이가 좋다고 했어. 같은 사람들인 거야.’

관성 호텔에 이미 여러 번 와보앗던 심효진은 친구를 데리고 익숙한 솜씨로 두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고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우리가 여기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인사하러 가도 우리를 상대도 안 해줄 거야. 우선 먹기나 해, 상류사회의 연회가 어떤 건지, 우린 그냥 구경만 하고 가자."

"너 고모가 네가 여길 먹으러 온 걸 알면 화나 돌아가시겠어."

비록 예정도 먹으러 온 것이지만 말이다.

"예정아, 나 같은 조건에 오늘 밤 이곳에 나타난 젊은 남자들을 감히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해? 고모는 왜 내가 재벌 집 도련님들의 눈에 들 거라고 꿈이나 꾸냔 말이야? 내가 뭐 절세미인도 아니고, 나 같은 조건에 최고의 부잣집 도련님의 눈에 들 수나 있겠어? 허허, 우리 고모도 참....상관하지 말고 빨리 먹기나 해, 전에 여기 와서 먹은 적이 있었는데, 어떤 음식들은 너무 비싸 감히 시킬 엄두도 못했어, 이 기회에 다 맛봐야겠어.”

"덕분에 나도 맛볼 수 있게 되었어!"

둘은 구석진 곳에 숨어서 통쾌하게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갑자기!

온 호텔 사람들이 모두 호텔 입구를 바라보더니 순식간에 떠들썩하던 현장도 조용해졌다.

한창 맛있게 먹던 두 사람은 뭔가 무슨 일이 있음을 알았다.

"효진아, 왜 모두 조용해졌지? 누가 온거야?"

"나도 몰라."

효진이 일어서자 예정도 따라와 까치발을 하고 호텔 입구를 바라보았지만, 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누가 호텔에 들어왔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태윤은 양복 차림으로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자기 집 호텔로 들어섰다.

오늘 밤 연회를 연 사람은 상업계의 우두머리인데, 태윤은 그 상업계의 우두머리와 친분이 꽤 있었다.

전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게다가 자신의 호텔에서 열리는 연회이니만큼 당연히 그 사람에게 체면을 세워줘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중요한 일을 마저 처리한 후 연회장에 나타난 것이다.

키가 훤칠하고 생김새가 뛰어난 태윤은 늘 얼굴에 웃음기 없이 차갑고 도도해 보이지만 여전히 큰 자석처럼, 그가 어디를 가든 순식간에 사람들의 초점이 되곤 한다.

"전 사장님."

"전 사장님."

태윤이가 들어서자 모두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태윤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Comments (6)
goodnovel comment avatar
장정옥
휴폰바꿔서2283회볼차례인데안돼네요~~
goodnovel comment avatar
서현연
배경이 비슷하니 스토리도 비슷비슷 해요 그러나 재미는 있네요
goodnovel comment avatar
ᄒᄉ
업데이트 좀 많이 해주세요
VIEW ALL COMMENTS

Related chapters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3화

    태윤은 구석에 숨어있는 아내를 발견하지 못한 채 많은 사람한테 둘러싸여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예정도 시선이 겹겹이 쌓인 사람들한테 막혀 태윤을 볼 수가 없었다.한참을 까치발을 하고 쳐다보았지만, 주인공을 보지 못하자 흥미를 잃고 다시 자리에 앉으며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사람이 너무 많아 하나도 안 보여. 안 봐도 되니까 먹기나 하자." 오늘 저녁 예정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마음껏 먹는 것이다."예정아, 여기서 기다려, 내가 고모한테 물어보고 올게....방금 누가 왔길래 상감마마 왕림처럼 이렇게 요란인지? “호기심 많은 효진이 혼자서 떠나자 예정은 빈 접시를 들고 일어섰다. 모두가 큰 인물을 구경하는 틈을 타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껏 음식을 가져다 먹을 수가 있었다.태윤이 들어와서 먼저 오늘 저녁 연회를 안배한 사장과 얘기를 나누는 사이, 그의 주변의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큰 도련님은 여자가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들이 매번 큰 도련님을 따라 연회에 참석하는 주요 임무는 큰 도련님한테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다.현장을 둘러보던 경호원 중 가장 키가 큰 경호원이 큰 사모님의 모습을 발견했다.전씨 할머니 외에 예정을 아는 사람은 바로 태윤의 경호원들이었다. 태윤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예정과 혼인신고를 하였지만, 태윤의 경호원으로서 큰 사모님을 모를 수가 없었다.그 경호원은 자기의 눈을 의심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틀림없이 큰 사모님이었다.큰 사모님은 양손에 접시를 들고 좋아하는 음식을 고르고 있었다. 접시 두 개가 가득 차자,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태윤이 몇몇 사장과 이야기를 마치자 그 경호원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큰 도련님, 방금 사모님을 보았습니다." 태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4화

    효진은 와인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말했다."넌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어. 세상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같은 성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어느 재벌 집의 성이 이씨면, 세상의 모든 이씨는 모두 그의 가족인 거니? 우리 집 그 사람, 그냥 사무직이야. 그가 운전하는 차도 겨우 3천만 정도의 상무용 차고....전씨 집 도련님이 이런 차를 운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예정은 종래로 자기가 신데렐라가 되는 현실과 동떨어진 그런 꿈을 꾼 적이 없었다."그건 그렇고, 젊고 예쁜 여자애한테 관심 없는걸 보면, 전씨 도련님 혹시 게이 아니야? 그것도 아니면 품절남?""그의 결혼 소식을 아무도 들은 사람이 없어. 전씨 가문 후계자인 전씨 큰 도련님이 결혼하게 되면 결혼식 소식은 틀림없이 온 관성을 뒤흔들 텐데....인터넷과 신문에도 온통 그의 결혼 소식으로 뒤덮일 거야. 아무리 우리가 밑바닥이라고 해도 그걸 모를 수가 있겠니? 아무리 봐도 미혼이야.”효진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네 말 들으니 나도 그가 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훌륭한 남자가 여자친구도 없다는 것이 정상 아니지." "부자들의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누가 알겠어? 상관 말고 얼른 먹고 가자."말을 마친 두 여자애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윈 전혀 신경 쓰고 않고 폭풍 흡입하기 시작했다.처녀애들이 교양 없이 이렇게 게걸스레 먹다니? 한 800년 굶고 온 사람처럼 말이야. 아마도 어느 집 아가씨가 데리고 온 하녀들이겠지....많은 사람이 그들 둘을 보면서 비웃었다. "효진 누나."효진 고모의 아들 김진우가 다가왔다. 효진보다 세 살 어린데 어려서부터 사촌 남매 사이가 각별했다.파티장을 한 바퀴 돌아보다가 문득 효진 생각이 난 고모가 누나를 찾아보라고 보낸 것이었다.“진우야, 여기 앉아.”효진은 의자를 당겨 사촌 동생을 자리에 앉혔다.예정이 진우를 보며 미소를 짓자 진우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예정을 향해 잔을 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5화

    배불리 먹고 난 효진은 웃으면서 진우에게 말했다.“난 여기 있는 젊은 남성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그냥 구경하고 음식 맛만 보러 왔어. 역시 칠성급 호텔이야, 음식 진짜 맛있어, 이걸로도 너무 만족해. 시간도 늦었는데 우리 먼저 간다고 고모께 전해줘.”“효진 누나 벌써 가려고? 파티 이제 금방 시작인데 말이야. 열한 시 되야 끝나!” 마음이 조급해 난 진우는 예정을 한 번 쳐다보더니 다시 말했다.“우린 내일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어야 해. 열한 시까진 무리야.”“가게 문 좀 늦게 열면 되잖아?”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효진과 예정의 뒤를 부지런히 뒤따르며 어떻게든 만류하려고 애를 썻다.”그건 안돼. 우린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의 손님으로 벌어 먹고사는 장사인데 아침 손님을 놓치면 큰 손해 아니니? 넌 잘 놀다 와, 맘에 드는 여자애가 있는지 잘 여겨보고. 아직 좀 이르긴 하지만 먼저 데이트해 보는 건 괜찮지 않아?”효진은 사촌 동생의 어깨를 토닥이며 농담을 던졌다.예정을 몰래 훔쳐보던 진우는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수줍은 어투로 말한다.”나 이제 금방 대학원 마쳤잖아, 일 좀 하다가 몇 년 뒤에 다시 결혼 생각해 보려고.””남자들은 서두르지 않아도 돼, 진우 너 이제 스물둘이었더라? 몇 년 뒤에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애송이였던 우리 진우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예정의 말에 연속 고개를 끄덕이던 진우는 뒤에 붙은 말에 또다시 얼굴을 붉히면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누나, 차는? 가지고 왔어?’진우는 두 사람을 더는 만류하지 못하고 호텔 밖으로 배웅하러 나갔다.호텔 입구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지만 서로 익숙하지 않은지라 누구도 말 거는 사람이 없었다.”여기 올 땐 너 엄마가 보내주신 차에 앉아 왔어. 택시 부르면 되니까 넌 재미있게 놀아, 그럼 먼저 갈게.” 진우는 택시 타고 떠나는 두 사람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호텔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6화

    관성 시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태윤의 눈빛만 봐도 앞길이 뻥 뚫린 듯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행사에 참석한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들을 데리고 왔다. 자식들의 탄탄대로를 위해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었을 것이다. “진우가 방금 막…….”“방금 두 누님들 택시 태워 보내고 막 돌아왔어요.”태윤의 말이 끝나기 전에 김진우는 방금 전 자기가 무엇을 하고 왔는지 설명했다. 혹시 태윤이 자신이 이런 모임을 안 좋아하거나 호텔의 서비스가 나빠서 자리를 뜬 것이라고 오해할까 봐였다.관성 호텔은 전씨 가문의 관성그룹 계열사 중 하나 였다.태윤은 짧게 대답 후 김진우 앞을 지나쳐 갔다. 예의상 인사하는 것처럼 보였다.김진우는 아직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 무리의 인파가 태윤을 지나쳐갔고, 김진우는 그저 자신이 엑스트라가 되어버렸다는 사실만 인지했을 뿐이다. 태윤은 행사에 참여하면 보통은 얼굴만 비추고 가버렸고, 그런 상황이 사람들은 이미 익숙했다. 방금 태윤과 사업 얘기를 할 기회를 노리던 대표들은 그가 호텔에 잠시 머물러 있자 내심 기뻐했다. 그들은 빠르게 움직여 기회를 잡았다.차량번호가 “XX8888”인 롤스로이스는 경호 차량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관성 호텔을 빠져나갔다.“도련님, 어디로 모실까요?”기사는 운전하며 물었다.태윤은 손을 돌려 손목시계를 보았다. 겨우 저녁 9시반 밖에 되지 않았다. 그에게는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발렌시아 아파트로 가죠.”“네, 알겠습니다.”태윤은 자신이 하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것에 의아해했다. 온기 하나 없이 텅텅 비어있는 집에 돌아온 태윤은 소파 위에 앉았다. 티비를 보면서 자신보다 일찍 호텔을 나왔으나,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아내를 기다렸다.경호원들은 호텔에서 예정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카메라로 찍어 태윤의 핸드폰으로 보냈다. 태윤은 사진을 한장 한장 살펴봤다. 사진 속에는 한 백 년쯤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처럼 전부 먹는 모습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구석에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7화

    “응.”태윤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집으로 들어온 예정의 손에는 검은 봉지가 들려있었다.“들어오는 길에 청국장을 좀 포장했는데, 먹어볼래요?”태윤은 어두운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호텔에서 그렇게 먹어놓고 또 먹는단 말이야? 진짜 먹보 아냐?“청국장은 냄새가 좀 고약하긴 해도 먹을수록 맛있더라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 남자분은 청국장을 아주 좋아했데요.”예정은 태윤 옆에 앉아 비닐을 열었다. 청국장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태윤은 슬쩍 자리를 옆으로 피했다. 거리를 좀 두고 싶었다. 익숙하지 않은 냄새를 일부러 맡을 필요는 없으니까.“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아, 만 원짜리에 있는 그 남자요.”“…….”태윤이 돈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은행카드의 일련번호뿐이다.“한 입맛 좀 봐요. 맛있다니까. 진짜로, 보기랑 달라요. 먹으면 맛있어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거예요.”“당신이나 먹어, 그리고 말이야, 베란다에 가서 먹으면 안 돼? 냄새 못 참겠어.”예정은 태윤의 토할 것 같은 표정을 보고 황급히 자리를 피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돈 잘 버는 사람들은 좀 까다롭고 예민하게 사는 것 같아.’ 예정은 베란다에서 맛있게 청국장을 먹어 치웠다.태윤은 방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잘생긴 얼굴이 다 일그러졌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은 모두 다 다른 법이니까.“태윤씨, 오늘 저녁에 야근할 필요 없으면 내일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날 수 있나요?”예정은 베란다에서 물었다.태윤은 잠시 침묵했다가 차갑게 물었다.“무슨 일?”‘아마 선천적으로 타고난 차가운 사람인 것 같아.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차갑잖아.’예정은 속으로 투덜거렸다.그런데 이런 사람과 같이 살아가야 한다. 어느 날 더 이상 못 참겠으면, 이혼하면 그만이다.“내일 꽃가게까지 좀 태워다 줘요. 화분 몇 개 좀 사서 베란다에 두고 키우려고요. 당신이 차가 있으니까 편하잖아요.”태윤은 말이 없었다.“일찍 못 일어나겠으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8화

    “오늘 저녁에 가게 안 나갔어요. 친구가 저녁 행사에 나간데서 저보고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아 맞다! 태윤씨,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물어봐도 괜찮은지 모르겠네요.”예정은 태윤 맞은편에 앉아 예쁘고 큰 눈으로 자신 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태윤이 좀 냉정하고 예정을 대하는 태도가 별로인 것은 그의 마음속에 벽을 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경계하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만 그렇다는 것.그러나 태윤은 너무 잘생겨서 마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듯 눈이 아주 즐거웠다. “저녁 행사는 관성 호텔에서 열린 거예요. 관성 호텔이 대기업 꺼 라던데, 근데 그 대기업 손자가 늦게 다녀갔어요. 성도 전 씨라고 하던데. 당신이랑 그 대기업이랑 무슨 관계있는 거 아니죠?”태윤은 태연하고 냉랭하게 대답했다.“조상은 같겠지 뭐.”예정은 큰 숨을 내쉬며 웃었다.“당신과 그 대기업이 상관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예정이 한숨 돌리며 기뻐하는 듯한 모습을 본 태윤은 황당해하며 물었다.“내가 그 집안사람들과 엮기는 게 싫은 거야?”예정은 웃으면서 말했다.“지금 저녁이에요. 헛된 꿈 꾸지 마요. 만약 관성 그룹 전씨 가문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면 당신이 나랑 결혼했겠어요?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알 수 있겠다. 전씨 가문의 문턱이 아무리 낮아도 나랑은 비교도 안 되잖아요. 설령 당신이 전씨 가문과 진짜로 눈곱만큼이라도 관계가 있다면 난 좀 불편할 것 같아요. 당신만 그쪽과 관련 없으면 나는 우리가 비슷한 상황이라 생각해요. 그럼, 딱히 신경쓰이는 것도 없고요.”태윤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할머니 말을 들어보니 당신도 대기업에 다닌다면서요. 그럼, 그 관성 그룹 손자 얘기 못 들어봤어요? 그 사람이 오늘 행사장에 왔는데 아주 왕이 행차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나랑 효진이는 그 사람 뒤꽁무니도 못 봤어요.”태윤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저 더욱 차갑게 변하고 있는 예정의 눈빛만 쳐다보았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9화

    “주말인데, 당신 어머니 아버지 뵙고 나면 나는 친정 좀 다녀올게요. 대나무 두어 개 베어 오려고요.”“됐어, 내일 내가 사람 불러서 설치할게.”태윤은 담담히 말했다.전씨 가문 손자며느리가 당당하게 그 먼 시골까지 가서 대나무를 베어 오려 하다니. 고작 빨래를 널기 위해 그녀가 생각해낸 방법이다.“그래요. 그럼 부탁할게요.”“아냐, 내 집 일인데 뭐.”예정은 짧게 대답한 후 자신의 옷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연 후 고개를 돌려 태윤에게 말했다.“당신이 괜찮다면, 씻고 나서 벗은 옷을 나에게 줘요. 내 옷 빨 때 같이 빨아줄게요.”“고맙지만 괜찮아. 내일 세탁기 두 대가 도착할 거야. 방 욕실에 하나씩 세탁기를 설치하려고. 그래야 편하지.”“그것도 좋네요. 당신이 산 세탁기도 얼만지 알려줘요. 내가 반 낼게요.”태윤은 예정에게 이미 체크카드 한 장을 주었다. 생활비로 쓰라고 준 건데, 태윤이 또 세탁기를 사겠다고 하니, 당연히 그에게 모든 돈을 내라고 할 수는 없었다.태윤은 담담히 말했다. “세탁기 두 대 얼마 하지도 않아. 겨우 이백 얼마야. 내가 감당할 수 있어. 더구나 우리 집을 위해서 사는 가구잖아.”태윤은 예정이 자신이 너무 대충 대충 살았다고 생각할까 봐 한마디 더 추가했다. “평소에 난 너무 바쁘잖아. 새벽에 나가서 밤에 들어오니까. 옷도 전부 세탁소로 보냈었어. 그래서 세탁기를 안 산 거야.”사실 그가 대충대충 산 것은 아니다.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고, 생활하는데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잘 몰랐을 뿐이다. 지난 30년 동안 그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풍요롭게 살았다. 그래도 간단한 일들은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빨래를 손수 하는 일은 그가 정말로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네, 이해해요.”예정도 이런 고위급 회사원들이 너무 바빠서 그럭저럭 참고 살 거나, 하루 종일 집안일 같은 사소한 일들은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태윤씨, 일찍 주무세요.”예정은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0화

    “나가자.”태윤은 나가면서 무덤덤히 말했다.예정은 짧게 대답 후 그를 따라나섰다.부부가 같이 걷는데 말 한마디 없다니. 예정은 원래 화젯거리를 찾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태윤의 엄숙한 굳어있는 표정,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에 그만 말하고 싶은 흥미도 사라져버렸다.이런 사람은 학교 선생님을 하면 딱이다. 한 반 학생들쯤이야 거뜬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잠시 후 시장에 도착했다. 예정은 주차장 빈자리를 알려주었다. 차에서 내린 후 예정은 말했다. “아침 먹으러 가죠?”태윤은 말없이 조용히 예정을 따라갔다.처음으로 시장 구경을 하는 부잣집 태윤은 너무나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태윤은 예정에게 잘 맞춰주어 처음 온 티가 나지 않았다.두 사람은 아침으로 국수를 한 그릇씩 먹었다. 예정은 찐만두를 추가했다.이 여자 진짜 잘 먹네. 국수 한 그릇으로 모자라단 말이야?태윤은 느리게 먹었다. 예정은 태윤의 먹는 모습이 아주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먹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입맛은 더욱더 좋아졌다. 이렇게 많이 먹는 나를 싫어할까 걱정되는 마음만 없었다면, 만둣국 하나랑 찐빵도 하나 더 시켰을 것이다.“배 안 부르면 더 시켜 먹어.”태윤은 예정이 더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눈치챘다.‘저 여자 먹성으로는 국수 한 그릇이랑 찐만두로도 부족할 거야.’어제 저녁 행사에서 그녀는 계속 먹기만 했다. 거의 한 시간 넘게 먹기만 한 것 같다. 그렇게 먹고도 청국장을 포장해서 가져온 사람이다.그녀의 날씬한 몸매는 표준 모델 몸매 같았다. 그렇게 잘 먹는데 영양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저는 배불러요. 근데 당신 먹는 것을 보니 또 배가 고파지네요.”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하하, 화내지 마요. 내 말은 당신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그런 거니까. 당신 먹는 걸 보니 마치 산해진미 먹는 것 같아서 나도 먹고 싶게 만들잖아요.”태윤은 예정의 두 눈을 쳐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머리를 숙이고 국수를 먹었다.태윤은 이런 국수를 먹는 것

Latest chapter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41화

    소지훈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제가 무슨 일이든 다 하면 저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뭐해요? 그들에게도 기회를 줘야죠. 제가 낮에 회사로 가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너무 충분한데.”관성에 있을 때면 그는 열흘이나 보름에 한 번 회사에 들아갔다. 그리 회사의 크고 작은 일들은 기본적으로 회사 운영팀에게 맡겼다.소지훈은 특별히 중요한 일이 일어나야만 회사에 한 번 돌아가곤 했다.그처럼 바쁜 사람이 어찌 매일 회사에 돌아올 수 있겠는가!소지훈은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일에도 관여해야 했다.소균성은 일찌감치 은퇴하는 바람에 사실상 소지훈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소씨 가문의 대표가 처리해야 할 업무들을 해결하러 다녔다.“마치 아저씨가 출근하면 남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처럼 말하네요. 그 회사는 아저씨 회사이고 벌어들인 돈도 아저씨 지갑으로 들어갈 뿐 회사 직원들의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만약 저녁에 대접할 일이 있다면 집에 못 들어올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저한테 전화하시면 제가 문을 열어드리면 되는데.”윤미연은 일반적으로 밤 11시쯤에 대문을 잠갔다.밤 11시 이후에 귀가하면 정씨 가족에게 전화해서 문을 열라고 부탁해야 했다.소지훈은 재빨리 대답했다.“정말 접대할 필요 없이 중요한 일은 다 처리했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출장을 다녀왔는데 아직 처리하지 못했다면 제 능력 문제라고 봐야죠. 바쁘시죠? 먼저 일 보세요. 퇴근하고 바로 갈게요.”“네. 저도 수업이 있어요. 그럼 저녁에 봐요.”“저녁에 뵙겠습니다.”소지훈은 결국 그가 정윤하를 좋아한다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전화상으로도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그녀 앞에서는 더 감히 말하지 못했다.고백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소지훈이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아챌까 봐 장미 한 송이조차 선물하지 못했다.사실, 소지훈은 매일 몇 시간씩 정윤하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그녀를 존중해주고 세심하게 배려했다.이 또한 그가 정윤하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40화

    정윤하가 웃으며 소지훈에게 물었다.“맞아요. 방금 큰 건을 성사시켜 회사에 수십억 이윤을 얻었어요. 제가 저녁에 윤하 씨 가족분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음식을 대접할게요.”정윤하가 말을 이었다.“괜찮아요. 우리 오늘 식자재를 많이 사서 집에 가져가서 요리해 먹으면 마찬가지예요. 호텔에 가서 한 끼를 먹으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우리 엄마께서 또 마음 아파하실 거에요. 호텔에 가서 한 끼 먹을 돈으로 장을 보고 집에 가서 요리해 먹으면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 먹을 수 있다고 늘 말씀하시거든요.”소지훈은 윤미연이 입으로만 잔소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말 큰 호텔에서 그들에게 식사 한 끼를 대접하면 윤미연은 분명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꾸미고 호텔로 달려갈 것이다.윤미연이 만약 잘 꾸미고 정윤하와 함께 있으면 어쩌면 자매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소지훈이 말을 건넸다.“괜찮아요. 저는 이미 이모님 잔소리에 적응했어요. 돈을 벌면 마땅히 써야죠. 많이 벌어서 화끈하게 써야 자신에게 떳떳하죠.”소지훈이 연성에 방금 왔을 때부터 정씨 가문의 저택으로 들어가 살았다. 처음에는 정씨 가족들은 소지훈이 단지 3일에서 5일일 정도 머물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이미 소지훈을 한집안 식구로 생각한 윤미연은 그가 잘못할 때면 여전히 잔소리를 퍼붓곤 했다.“무슨 일이세요?”정윤하가 소지훈에게 전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소지훈이 그녀에게 전화를 먼저 걸었다.소지훈은 정윤하가 자신에게 도움 청할 일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그녀에게 걱정스레 물었다.정윤하는 웃으며 대답했다.“별일은 없고요. 우리 학생들이 아저씨가 언제 시간 나면 놀러 오냐고 물으며 아저씨가 보고 싶대요.”관성에 있을 때, 소지훈은 정윤하와 십여 명의 학생들을 초대하여 놀면서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도 하고, 선물을 사주기도 했다.그리고 연성에 와서도 소지훈은 학생들이 무술을 연마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대접하기도 했다.학생들은 그를 무척 좋아했기에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39화

    소균성은 김연수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었지만, 그녀는 휴대전화를 받아보더니 말을 꺼냈다.“이 자식 이미 전화를 끊었어요. 나쁜 놈, 내 전화를 끊다니.”막상 통화를 끊은 광경을 보자 소균성은 또 화가 나 참다못해 욕 몇 마디를 내뱉었다.“이놈 때문에 속이 썩여. 정말! 예전에 맞선 상대를 그렇게 많이 주선해 주었는데도 싫어하더니, 결국 문제가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잖아. 겨우 누군가 구해줄 희망이 생겼는데도 왜 이렇게 질질 끌고 있나 몰라. 늘 깔끔하게 일 처리하던 애가. 어휴! 고백, 프러포즈, 결혼, 출산, 그렇게 힘들대?”곁에서 지켜만 볼 수 없는 소균성의 마음이 더 조급해 났다.김연수가 말을 이었다.“지훈이가 연애도 경험도 없어서 지금 탐색 중일 거예요. 애가 지금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잖아요. 어쨌든 연성에서 정윤하 씨 곁을 지키고 있으니 다른 남자가 감히 가까이하지는 못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결혼은 한평생의 큰일인데, 급해한다고 해도 소용없는걸요.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해야만 결혼 생활도 행복한 법이니까요. 우리도 상대방을 강제적으로 우리 집으로 시집오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럼 사돈이 아니라 원수로 되는 거잖아요.”정씨 가문은 소씨 가문과 비교할 수 없지만, 정합 도장은 연성에서 오랫동안 운영했기에 그들이 가르친 제자 중 업계에서 성공한 인물도 있게 되기 마련이다. 만약 쌍방이 서로 원한을 품게 되면 누구도 이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게다가 소씨 가문은 미래의 사돈을 어찌 감히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정윤하는 소지훈이 없으면 재혼할 수 있지만, 소지훈은 정윤하가 없으면 재혼할 수도 없다.“여보, 우리 한 번 연성에 가볼까요?”소균성은 김연수를 쳐다보며 대답했다.“그 자식이 아직 고백도 안 했는데, 우리가 간다고 해도 여행으로 가장할 수밖에 없는데 가도 소용없어. 가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우리가 연성으로 여행을 가는 척하고 사돈 앞에 얼굴을 내밀어 우리 가족이 화목하다는 것을 알게 하면 나중에 우리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38화

    운명적인 여신과 함께 지내다 보니 소지훈은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또한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하늘도 땅도 두렵지 않던 소지훈은 정윤하 앞에서는 그야말로 겁쟁이처럼 모든 것이 두려웠다.“지훈아, 한 가지만 물을게. 나랑 네 엄마가 언제쯤이면 사돈을 뵈러 갈 수 있어? 결혼 예물도 몇 번이나 준비했는지 몰라. 우리가 뭔가 부족한 것이 생각나면 바로바로 보충했거든. 하나라도 빠뜨릴까 봐 걱정하고 있는데.”소균성은 마음이 급하기만 할 따름이다.그의 장남도 나이를 반올림하면 마흔이라 노동명처럼 관성의 노총각으로 되는데 조급해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아버지, 아직 윤하 씨에게 고백하지 않았는데, 무슨 혼사에 관한 얘기를 벌써 꺼내려고 하세요?”“시간이 이렇게 오래도록 지났는데 아직도 고백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된 거야? 윤하 씨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네가 감히 고백조차 하지 못했던 거야?”“아버지만 시간이 길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사실 계산해 보면 그리 시간이 길지도 않아요. 제가 연성에 온 지 한 달도 안 됐거든요. 윤하 씨는 아직 저를 친구로밖에 생각 않아요. 지금은 아직 고백할 수 없어요.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소균성은 전화기 너머로 답답한 듯 말을 내뱉었다.“네 담력은 어디로 튄 거야? 너도 무서울 때가 있었어? 남들은 첫눈에 반하면 바로 고백하던데 넌 우리 미래의 며느리랑 알고 지낸 지도 벌써 두세 달 넘어가는데 아직도 고백하지도 못하고 있어? 소지훈! 넌 장가가고 싶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빨리 손주를 안고 싶거든.”소지훈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버지, 저도 가고 싶죠. 그런데 윤하 씨가 제 감정을 알고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두려워요. 게다가 윤하 씨 성격이 너무 활발해서 남자들을 친구로 여기거든요. 그리고 저도 그녀보다 나이 차이가 너무 나서...”“나이는 문제가 아니야. 네가 윤하 씨와 고백하지도 않는데 윤하 씨가 어떻게 네 맘을 알겠어? 그러니까 널 남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37화

    “고마워요. 숙모님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연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하예진은 진작 알고 있었다.하예진은 이씨 가문의 많은 사람 중 이윤미와 가장 많이 접촉했기에 이윤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윤미 또한 하예진 앞에서 아무런 숨김도 없이 진정성있게 대했다.“예정 씨, 그럼 우리 먼저 돌아가 볼게요. 나중에 일이 생기면 다시 연락드리죠. 그리고 우리가 도울 일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하예진은 일어나 스위트룸을 빠져나와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데려다주었고 최순자 일행은 다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고 하예진은 그제야 발길을 돌렸다.그녀는 자신의 룸으로 돌아와 탁자 위를 치우고 나서야 룸 안에서 나왔다.문을 잠근 하예진은 강일구에게 물었다.“아무도 안 올라왔죠?”“네.”하예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우리도 갑시다.”경호원들도 묵묵히 그녀를 따라나섰다.......연성.연성 번화한 거리에 있는 한 새로운 회사는 28층 높이의 오피스 빌딩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관성 소씨 가문의 연성 지사이기 때문에 설립된 지 며칠 안 됐지만 이미 꽤 많은 직원이 있었다.대다수는 소지훈이 각지에서 전근하여 온 직원들이다.소지훈은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출장 왔다고 말했지만, 사실 소씨 가문이 연성에서의 사업은 너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소지훈은 정윤하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즉시 연성에 지사를 설립하고 각지에서 엘리트들을 연성으로로 전근시켜 연성 지사를 신속하게 이 도시에서 정착시키려고 했다.그리고 연성 지사를 연성에서 규모가 가장 큰 회사 중 하나로 만들라는 명령을 내렸다.소지훈은 28층짜리 사무실 빌딩과 여러 곳의 공장 건물을 사들였는데, 이 행동은 연성의 업계에 큰 돌을 내 던져 평온해 보이는 호수를 마구 휘저은 거나 다름없다.모두가 몰래 소씨 회사의 내막을 알아보았는데 소지훈이 관성 소씨 가문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는 그의 회사와 협력하러 온 업계 거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심지어 어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36화

    “이씨 가문을 잘 꾸려나가려면 젊은 세대에게 의존해야죠. 우리 가문의 젊은 세대들도 능력만 있으면 모두 중히 여겨야 하는 거죠. 숙모님들, 맞죠?”이씨 가문의 셋째 삼촌 이지후는 야망이 있지만 이제 분투할 정력이 없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다만 그들의 후손의 앞날일 뿐이다.하예진이 방금 한 말은 승낙한 거나 다름없다.하예진이 방금 한 말은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가 하예진 쪽으로 돌아간다면, 가문의 젊은 세대들은 능력만 있다면 모두 적당한 자리에서 빛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의미이다.하예진은 자신이 사람을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준 셈이다.두 사모님이 눈을 마주치며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씨 가문의 넷째 숙모 김연희가 입을 열었다.“맞아요. 역시 전임 가주의 후손답네요. 전임 가주가 이씨 가문을 다스릴 때 우리 이씨 가문은 강성에서 그 누구도 얕볼 수 없는 존재였죠.”그러나 요즘은 사람들이 이씨 가문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전임 가주 이은숙이 여전히 이씨 가문을 운영했을 때 김연희와 최순자는 아직 이씨 가문으로 시집오지 않았다. 당시 그녀들의 나이는 6세에서 12세 사이였고 가문의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그러나 그녀들의 남편들은 어느 정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적어도 학창시절에 이씨 가문 사람이라고 하면 아무도 괴롭히지 못했다.그 후, 가문의 어르신들 이야기를 통해 자주 듣게 되었다.전임 가주 이은숙의 인간 됨됨이나 일 처리 방면에서는 매우 훌륭했지만 늦게 결혼하고 늦게 아이 낳은 탓으로 급격히 건강이 나빠져 하루가 멀다고 병으로 앓게 되어 이은화에게 기회가 주어지게 된 것이다.“그리고 두 숙모분께서도 안전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이씨 가문에서 떠벌리며 다니지 않는 한 강성에서의 안전은 제가 보장해 드릴 수 있어요.”자기 분수를 지키면서 무슨 일을 하든 너무 날뛰지 않고 눈에 띄게 행동하지 않으면 죽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만약 그들이 너무 눈에 띄게 행동한다면 하예진이 보호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과 감히 협력하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35화

    몇 분 후, 방에서 하예진을 기다리고 있던 전호영은 예진이 도착하자 바로 나와서 문을 열었다.“예진 누나.”“고마워요, 호영 씨.”“우리 사이에 무슨, 천천히 얘기 나눠요, 저는 일 보러 나가볼게요.”방을 나온 전호영은 하예진을 방으로 들여보내고는 일구를 포함한 경호원들에게 아무도 못 들어가게 단단히 지키고 있으라고 지시했다.펜트하우스가 출입이 통제되긴 하나 경각심을 높여서 나쁠 것은 없었다.일구와 다른 경호원들은 전호영의 말에 깍듯이 응했고 전호영은 자리를 떴다.하예진이 방으로 들어가자 두 숙모님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그녀들을 위한 과자와 과일들이 놓여 있었고 따뜻한 물도 준비해져 있었다.“예진 씨.”하예진이 들어오자 두 숙모는 소파에서 일어나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고 인사했다. 하예진 라인에 서기로 했으니 두 사람은 이제 본모습을 보일 때가 된 것이다.두 분은 나이가 있는 분들이셨지만 보양을 잘한 덕분에 겉보기에는 훨씬 젊어 보였다.“두 분 앉아계세요.”하예진은 차를 내와 찻잔에 부으면서 말했다. “차를 마시면 정신도 맑아지고 좋더라고요.”“우린 이제 나이가 들어서 차를 별로 안 마셔요. 차를 마시면 저녁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셋째 숙모가 웃으면서 답했다.하예진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간식을 권했지만 두 분은 사양했다.“두 분께서 저한테 하실 말씀이 있다고요?”하예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두 분과 친분이 있는 사이도 아니니 다룰 얘깃거리도 별로 없었다.“예진 씨가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라고 우리 그이가 그러더군요. 우리 두 집안이 기꺼이 힘을 합쳐 도와드리겠다고 전해달라고 했어요.”셋째 숙모가 입을 열자 넷째 숙모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속으로는 하예진 앞에서 이 가주에 대해 불평하고 싶었지만 집을 나설 때 남편이 그러지 말라고 그녀에게 신신당부했기에 꾹 참고 있었다. 그저 두 집안의 의사를 전달하고 다른 말은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하예진은 관성의 대표로 이곳에 왔기 때문에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34화

    하루 호텔은 안전 레벨이 아주 높은 곳으로 그곳에 가면 숙모님들이 마음을 좀 더 내려 놓을 수가 있었다.이에 하예진도 동의를 표하였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방을 예약 해놓을게요.”그녀는 뒤돌아서서 휴대폰을 꺼내어 전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루 호텔에서 제일 안전한 방이 어느 방이에요? 누가 엿듣거나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는 곳으로 빌리려고요.”전호영은 일 초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그야 무조건 펜트하우스에 있는 스위트룸이죠. 지금 제가 묵고 있어요, 누나가 필요하다면 제가 빌려드릴게요.”“고마워요, 이씨네 숙모님 두 분이 먼저 가실 거예요, 믿을만한 사람을 시켜서 조용히 두 분을 방까지 모셔드리도록 해줘요. 카메라에 찍히지 않게 주의해 주시고요.”전호영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안배할게요. 두 분 호텔로 이동하시게 하세요, 거의 도착할 때 저희 쪽에 연락 주시면 돼요.”그러고는 하예진에게 번호 하나를 알려주었다.“누나, 조금 있다가 이 번호로 연락 주시면 돼요, 펜트하우스까지 에스코트해 줄 거예요. 저도 조금 있다가 바로 돌아갈게요.”현재 그 방은 전호영이 지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방문을 열 수가 없었기에 호영이 호텔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부탁드릴게요.”“별말씀을요.”하예진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하던 일 계속 해요, 제가 두 분께 말해놓을게요. 여기서 호텔까지 가려면 약 20분 정도 걸릴거에요. 저는 30분 뒤쯤에 도착할 것 같아요.”“알겠어요.”통화를 마친 예진은 두 숙모한테 다가가 말했다.“제가 이미 말해놓았으니 두 분께서 지금 그쪽으로 출발하시면 되세요. 거의 도착할 즈음 이 번호에 전화하시면 그쪽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그분들이 두 분을 방까지 에스코트해 주실 거예요.”하예진은 전호영이 알려주었던 번호를 셋째 숙모한테 말해주었다.“먼저 가 계시면 돼요. 저는 십 분 뒤에 바로 출발할게요.”“그래요.”두 분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나서 지체없이 바로 출발했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833화

    “그 분들이랑은 어떻게 되는 사이신지?”하예진이 물었다.두 사람은 자신들의 남편 정체를 말한 후 하예진의 반응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녀가 침묵하자 두 사람은 하예진이 자신의 남편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여자가 서둘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넷째 숙모고 이분이 셋째에요.”하예진은 그녀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오실 때 뒤따르는 사람이 없었나요?”“없어요, 뒤처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니 예진씨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하예진은 미소를 지었다. “저야 아무 걱정이 없지만 두 분께서 저를 찾아온 일이 이 가주님의 귀에 들어가 두 분께서 불리해질까 봐 걱정이에요.”하예진은 원래부터 이씨 집안을 노리고 있었으니 이씨 가족 사람들과 접촉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오히려 아무 접촉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씨 집안 사람들이 그녀를 먼저 찾아왔다면 이 가주가 그 사실을 알고 응징할 수도 있기에 그 후과를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두 사람의 눈빛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보였지만 이내 다시 물었다.“예진 씨, 잠깐 따로 얘기 나눌 수 있을까요?”“좋아요, 저는 아무 때나 괜찮아요. 어디서 얘기할까요? 장소를 알려주시면 제가 곧 갈게요. 함께 이동하면 눈에 뜨일 수 있으니까 따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하예진의 말에 그 두 사람의 안위를 걱정해 주는 마음이 담겨 있어 두 사람은 마음이 놓였다.두 사람의 남편들은 집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며칠 동안 마음을 졸이며 지냈다. 이 가주는 그들을 비롯한 직계가 아닌 가족들에게 아주 인색하고 발전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오히려 이 가주의 억압을 받아 두각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두 가족은 몰래 모여 이틀 동안이나 상의를 했고 결국에는 하예진 라인에 서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하예진이 이길 것이라고 배팅을 한 것이다. 만약 하예진이 이긴다면 그들이 하예진을 처음부터 지지해 온 사람들로서 앞으로의 발전이 나쁘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