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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오늘 저녁에 가게 안 나갔어요. 친구가 저녁 행사에 나간데서 저보고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아 맞다! 태윤씨,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물어봐도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예정은 태윤 맞은편에 앉아 예쁘고 큰 눈으로 자신 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태윤이 좀 냉정하고 예정을 대하는 태도가 별로인 것은 그의 마음속에 벽을 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경계하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만 그렇다는 것.

그러나 태윤은 너무 잘생겨서 마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듯 눈이 아주 즐거웠다.

“저녁 행사는 관성 호텔에서 열린 거예요. 관성 호텔이 대기업 꺼 라던데, 근데 그 대기업 손자가 늦게 다녀갔어요. 성도 전 씨라고 하던데. 당신이랑 그 대기업이랑 무슨 관계있는 거 아니죠?”

태윤은 태연하고 냉랭하게 대답했다.

“조상은 같겠지 뭐.”

예정은 큰 숨을 내쉬며 웃었다.

“당신과 그 대기업이 상관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

예정이 한숨 돌리며 기뻐하는 듯한 모습을 본 태윤은 황당해하며 물었다.

“내가 그 집안사람들과 엮기는 게 싫은 거야?”

예정은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 저녁이에요. 헛된 꿈 꾸지 마요. 만약 관성 그룹 전씨 가문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면 당신이 나랑 결혼했겠어요?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알 수 있겠다. 전씨 가문의 문턱이 아무리 낮아도 나랑은 비교도 안 되잖아요. 설령 당신이 전씨 가문과 진짜로 눈곱만큼이라도 관계가 있다면 난 좀 불편할 것 같아요. 당신만 그쪽과 관련 없으면 나는 우리가 비슷한 상황이라 생각해요. 그럼, 딱히 신경쓰이는 것도 없고요.”

태윤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 말을 들어보니 당신도 대기업에 다닌다면서요. 그럼, 그 관성 그룹 손자 얘기 못 들어봤어요? 그 사람이 오늘 행사장에 왔는데 아주 왕이 행차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나랑 효진이는 그 사람 뒤꽁무니도 못 봤어요.”

태윤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저 더욱 차갑게 변하고 있는 예정의 눈빛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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