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가게 안 나갔어요. 친구가 저녁 행사에 나간데서 저보고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아 맞다! 태윤씨,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물어봐도 괜찮은지 모르겠네요.”예정은 태윤 맞은편에 앉아 예쁘고 큰 눈으로 자신 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태윤이 좀 냉정하고 예정을 대하는 태도가 별로인 것은 그의 마음속에 벽을 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경계하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만 그렇다는 것.그러나 태윤은 너무 잘생겨서 마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듯 눈이 아주 즐거웠다. “저녁 행사는 관성 호텔에서 열린 거예요. 관성 호텔이 대기업 꺼 라던데, 근데 그 대기업 손자가 늦게 다녀갔어요. 성도 전 씨라고 하던데. 당신이랑 그 대기업이랑 무슨 관계있는 거 아니죠?”태윤은 태연하고 냉랭하게 대답했다.“조상은 같겠지 뭐.”예정은 큰 숨을 내쉬며 웃었다.“당신과 그 대기업이 상관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예정이 한숨 돌리며 기뻐하는 듯한 모습을 본 태윤은 황당해하며 물었다.“내가 그 집안사람들과 엮기는 게 싫은 거야?”예정은 웃으면서 말했다.“지금 저녁이에요. 헛된 꿈 꾸지 마요. 만약 관성 그룹 전씨 가문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면 당신이 나랑 결혼했겠어요?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알 수 있겠다. 전씨 가문의 문턱이 아무리 낮아도 나랑은 비교도 안 되잖아요. 설령 당신이 전씨 가문과 진짜로 눈곱만큼이라도 관계가 있다면 난 좀 불편할 것 같아요. 당신만 그쪽과 관련 없으면 나는 우리가 비슷한 상황이라 생각해요. 그럼, 딱히 신경쓰이는 것도 없고요.”태윤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할머니 말을 들어보니 당신도 대기업에 다닌다면서요. 그럼, 그 관성 그룹 손자 얘기 못 들어봤어요? 그 사람이 오늘 행사장에 왔는데 아주 왕이 행차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나랑 효진이는 그 사람 뒤꽁무니도 못 봤어요.”태윤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저 더욱 차갑게 변하고 있는 예정의 눈빛만 쳐다보았다.
“주말인데, 당신 어머니 아버지 뵙고 나면 나는 친정 좀 다녀올게요. 대나무 두어 개 베어 오려고요.”“됐어, 내일 내가 사람 불러서 설치할게.”태윤은 담담히 말했다.전씨 가문 손자며느리가 당당하게 그 먼 시골까지 가서 대나무를 베어 오려 하다니. 고작 빨래를 널기 위해 그녀가 생각해낸 방법이다.“그래요. 그럼 부탁할게요.”“아냐, 내 집 일인데 뭐.”예정은 짧게 대답한 후 자신의 옷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연 후 고개를 돌려 태윤에게 말했다.“당신이 괜찮다면, 씻고 나서 벗은 옷을 나에게 줘요. 내 옷 빨 때 같이 빨아줄게요.”“고맙지만 괜찮아. 내일 세탁기 두 대가 도착할 거야. 방 욕실에 하나씩 세탁기를 설치하려고. 그래야 편하지.”“그것도 좋네요. 당신이 산 세탁기도 얼만지 알려줘요. 내가 반 낼게요.”태윤은 예정에게 이미 체크카드 한 장을 주었다. 생활비로 쓰라고 준 건데, 태윤이 또 세탁기를 사겠다고 하니, 당연히 그에게 모든 돈을 내라고 할 수는 없었다.태윤은 담담히 말했다. “세탁기 두 대 얼마 하지도 않아. 겨우 이백 얼마야. 내가 감당할 수 있어. 더구나 우리 집을 위해서 사는 가구잖아.”태윤은 예정이 자신이 너무 대충 대충 살았다고 생각할까 봐 한마디 더 추가했다. “평소에 난 너무 바쁘잖아. 새벽에 나가서 밤에 들어오니까. 옷도 전부 세탁소로 보냈었어. 그래서 세탁기를 안 산 거야.”사실 그가 대충대충 산 것은 아니다.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고, 생활하는데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잘 몰랐을 뿐이다. 지난 30년 동안 그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풍요롭게 살았다. 그래도 간단한 일들은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빨래를 손수 하는 일은 그가 정말로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네, 이해해요.”예정도 이런 고위급 회사원들이 너무 바빠서 그럭저럭 참고 살 거나, 하루 종일 집안일 같은 사소한 일들은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태윤씨, 일찍 주무세요.”예정은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
“나가자.”태윤은 나가면서 무덤덤히 말했다.예정은 짧게 대답 후 그를 따라나섰다.부부가 같이 걷는데 말 한마디 없다니. 예정은 원래 화젯거리를 찾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태윤의 엄숙한 굳어있는 표정,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에 그만 말하고 싶은 흥미도 사라져버렸다.이런 사람은 학교 선생님을 하면 딱이다. 한 반 학생들쯤이야 거뜬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잠시 후 시장에 도착했다. 예정은 주차장 빈자리를 알려주었다. 차에서 내린 후 예정은 말했다. “아침 먹으러 가죠?”태윤은 말없이 조용히 예정을 따라갔다.처음으로 시장 구경을 하는 부잣집 태윤은 너무나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태윤은 예정에게 잘 맞춰주어 처음 온 티가 나지 않았다.두 사람은 아침으로 국수를 한 그릇씩 먹었다. 예정은 찐만두를 추가했다.이 여자 진짜 잘 먹네. 국수 한 그릇으로 모자라단 말이야?태윤은 느리게 먹었다. 예정은 태윤의 먹는 모습이 아주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먹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입맛은 더욱더 좋아졌다. 이렇게 많이 먹는 나를 싫어할까 걱정되는 마음만 없었다면, 만둣국 하나랑 찐빵도 하나 더 시켰을 것이다.“배 안 부르면 더 시켜 먹어.”태윤은 예정이 더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눈치챘다.‘저 여자 먹성으로는 국수 한 그릇이랑 찐만두로도 부족할 거야.’어제 저녁 행사에서 그녀는 계속 먹기만 했다. 거의 한 시간 넘게 먹기만 한 것 같다. 그렇게 먹고도 청국장을 포장해서 가져온 사람이다.그녀의 날씬한 몸매는 표준 모델 몸매 같았다. 그렇게 잘 먹는데 영양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저는 배불러요. 근데 당신 먹는 것을 보니 또 배가 고파지네요.”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하하, 화내지 마요. 내 말은 당신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그런 거니까. 당신 먹는 걸 보니 마치 산해진미 먹는 것 같아서 나도 먹고 싶게 만들잖아요.”태윤은 예정의 두 눈을 쳐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머리를 숙이고 국수를 먹었다.태윤은 이런 국수를 먹는 것
태윤은 예정이 고르는 것을 계속 쳐다보았다. 예정이 꽃집 사장과 하나에 만 원짜리 화분을 절반이나 깎으려고 했다. 사장이 예정에게 팔지 않으면 살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만드는 예정의 능력 때문에 매우 신선하게 쳐다봤다.사실 이 부잣집 도령은 물건 살 때 한 번도 가격을 본 적이 없어서 흥정도 해본 적이 없다.자기 아내가 이렇게 값을 잘 깎는 사람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꽃집 사장이 마치 살이라도 베인 듯, 아파하는 표정을 보자 태윤은 크게 웃고 싶었다.돈을 내고 난 후, 예정은 자신이 산 화분을 하나하나 태윤의 차로 옮겨 실었다.태윤은 처음에는 옆에서 보고만 있다가 나중에는 여자에게 화분을 옮기게 두고 자신은 차 옆에 서있는 모습이 보기에 안 좋은 것 같아, 예정이 화분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화분을 다 차에 싣고 나니 태윤의 차는 화분으로 가득 찼다. 다행히 주인이 종이박스 같은 것을 주어 좌석 위에 깔았다. 좌석이 더럽혀질 일은 없었다. “또 뭐 살 거 있어?”태윤은 차에 타며 아내에게 물었다.“차가 이미 꽉 찼잖아요. 다른 물건은 실을 수 없으니까 오늘은 안 살래요. 살림 꾸리는게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시간 날 때 천천히 사서 꾸밀게요.”예정은 안전벨트를 맨 후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우리 일단 집으로 갈까요? 이따가 언니 집에 좀 다녀와야 해요.”태윤은 말없이 차를 움직였다.“태윤씨.”“응.”“주말에 할머니랑 당신 아버지, 어머니 모두 오신다고 했으니까, 우리 언니 불러도 돼요? 언니랑 형부 불러서 같이 밥 먹으면 어떨까 해서요. 언니랑 형부가 내 부모와 마찬가지인데... 우리 이제 혼인신고도 했으니, 우리 사이의 감정이 있든 없든 집안 어른들끼리 만나서 인사도 하고 그래야죠.”그래야 길에서 마주쳐도 모르고 지나갈 일은 없지않을까?예정의 고향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숙모, 삼촌 모두 계시는데, 이들은 모두 딸이라는 이유로 자매들을 싫어했다. 심지어 부모님 목숨과 바꾼 보상금의 일부도 가져갔다. 부
예정은 이런 고위급 회사원도 특권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카드를 꺼내 태윤에게 건네며 말했다. “꽃 가게 사장이랑 흥정 좀 해요. 절반까지 깎으면 좋고.”태윤은 카드를 밀어내며 말했다.“나도 아직 돈 좀 있어.”예정은 그의 두 눈을 바라보았고,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예정은 언니 집에 가야 했다. 다시 한번 태윤에게 꽃을 살 때 제값 다 주고 사지 말고 깎아야 한다고 강조한 후 전동 오토바이 열쇠를 들고 황급히 나갔다.예정이 몰랐던 것은 그녀가 간 후, 태윤이 핸드폰으로 베란다 영상을 찍어 전 씨 가문 정원관리사 김 씨에게 보내주었다는 사실이다.김 씨는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도련님!”“아저씨 영상 보셨죠? 이 베란다를 작은 정원처럼 만들어주세요. 화분이 얼마나 필요한지 보고 좀 저렴한 걸로 준비하고요. 꽃이 잘 피는 걸로. 꽃이 피면 좀 화려하고 큰 그런 종류로요. 발렌시아 아파트 B동 808호로 가져다주세요.”예정을 따라 꽃을 사러 갔던 태윤은 아내가 꽃송이가 아주 큰 꽃만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꽃잎이 많고 화려한 그런 종류. 꽃 잎이 단순한 건 안 좋아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영수증도 꼭 끊어야 해요.”“아, 알겠습니다.”“오늘 저녁이 되기 전에 끝내야 해요.”“네, 알겠습니다.”김씨아저씨는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 시키는 것이라면 다 한다.“화분을 집 베란다까지만 옮겨다 놓으면 돼요. 다른 것은 신경 쓸 필요 없고요.”어떻게 놓을지는 예정이 알아서 할 것이다. 김 씨가 다 한다고 해도 예정이 좋아할 리 없을 테니까.김 씨는 정중하게 지시에 따랐다.태윤은 얼른 전화를 끊었다.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예정은 늘 하던 것처럼 언니와 조카의 아침을 포장했다. 기분도 들떠있어 조카에게 줄 아동용 전동 오토바이도 하나 샀다.“이모!”예정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조카 주우빈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우빈아! 오늘 일찍 일어났네? 빨리 와서 봐봐, 이모가 너 주려고 사 온 거야.”“와! 차다!”우빈은
“고작 이게 얼마나 한다고 그래. 언니 나도 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고.”예정의 월급은 적진 않아서 언니를 도와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자기가 가진 모든 수입을 쏟아붓진 않을 것이다. 집도 사야 하니까!“우빈이는 아침 먹었어?”예정은 우빈이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체온은 정상이었다.분유 먹었어. 죽을 좀 끓이고 있으니까 다 되면 좀 더 먹여야지. 걱정 마. 굶게 하진 않으니까.”예진은 마음을 다해 아들을 보살폈다.“언니, 남편은 이틀 뒤면 올 수 있대. 이번 주 주말에 시부모님이 오시거든. 언니랑 형부도 그날 우리 집에 가자. 서로 인사도 하고. 언니가 형부한테 말 좀 해줘.”예진은 기뻐하며 말했다. “매부 출장 갔다가 돌아왔어?”“금요일 저녁에 집에 도착할 수 있다던데?”“그래, 그럼. 내가 형부한테 말해볼게.”여동생이 갑작스레 결혼을 해버린 이유를 예진은 사실 잘 알고 있다. 동생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모른척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심 여동생이 나쁜 놈에게 시집간 건 아닌가 걱정됐었다.매부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도 모른다. 만난 적이 없으니까.언니로써 동생 시댁 식구들을 만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예정은 언니네 집에 잠깐 머물렀다가 출근했다.예진은 동생이 간 후 아들에게 죽을 먹였다. 그 후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산책 겸 쇼핑을 할 생각이었다. 새 옷 몇 벌 사서 사돈댁을 만나는 날 입고 싶었다.평소에 예진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기 때문에 항상 편한 옷만 입었다. 옷도 전부 시장 좌판에서 샀다. 결혼하기 전에는 잘 꾸미고 다녔다. 명품 브랜드는 아니어도 최소한 시장 좌판에서 산 것보다 몇 배는 비싼 옷을 입었다.지금은 결혼도 했고, 애도 낳았고, 직장도 그만뒀고, 수입도 끊겼다. 적금 해 두었던 돈도 집 인테리어하는데 다 쏟아부었다.지금 예진은 철저히 계산해서 돈을 쓴다. 대부분 생활비에 들어가는 돈이고 자신에게 쓰는 건 아주 적다.여동생 시댁 가족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예진은 큰맘
“옷 가게에서 결제한 내역 다 봤어. 너 옷 샀어? 심지어 그렇게 비싸 게 주고? 어떻게 한방에 20만 원이나 쓸 수 있어? 좀 아껴 쓸 수는 없어? 돈 버는 게 그렇게 쉬운 거 같아?”“자동차랑 집 대출급 갚아야지, 우리 부모님 생활비도 드려야지, 우빈이 분유, 기저귀도 다 사야 하지. 전부 돈이잖아! 너는 벌지도 않고 나 혼자 버는데 너는 왜 절약을 몰라? 내 상황을 이해해 줄 순 없는 거야?”예진은 하던 것을 멈추고 남편의 얘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명했다. “예정이 남편이 금요일에 돌아온데. 그래서 주말에 가족 어른들이 모이기로 했나 봐.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나는 예정이의 유일한 가족이잖아. 한 번은 사돈 댁에 좋게 보여야 될 것 같아서. 집에 있는 옷들은 전부 몸에 맞지도 않아서 새로 살 수밖에 없었어.”“그리고 당신 꺼도 샀어. 양복 한 벌이랑 넥타이. 여보, 이번 주 주말에 우리 당신 부모님 댁 안 가도 되지?”형인은 다 듣고 난 후 혼자 중얼거렸다. “여보, 뭐라고?”“별거 아냐. 어쨋든 사돈어른들 만나야 하니까 제대로 차려입어야 하는 것 맞지만, 두벌이나 살 필요가 있어? 한 벌이면 되잖아. 그리고 말이야, 너 살이나 좀 얼른 빼. 살 빠지면 옛날에 입던 옷 다 맞을 거 아냐. 옛날 옷들도 아직 다 멀쩡한데 못 입고 버리면 얼마나 아까워.”“솔직히 생각해 봐. 하루 종일 먹고 또 먹고, 돈도 아무렇게나 쓰고, 우리 집이 돼지 키우는 곳도 아니고. 진짜 돼지면 팔아서 돈이라도 되는데, 너는 팔수도 없는 돼지인 건 알아?”주형인은 뚱뚱하게 변해버린 아내의 몸을 보고 참을 수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옛날엔 솔직히 세련되고 똑똑했다. 날씬하고 예뻤던 예진은 온대 간대 없어졌다!형인은 결혼한 지 3년 만에 아내가 저렇게 뚱뚱해질지 몰랐다. 형인의 엄마가 그에게 한 말이 맞았다. 예진이 저렇게 먹기만 하고 돈은 못 버니 패가망신할 거라고.“주 사장님.”주형인의 비서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달달한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급하
서현주는 상사가 주는 꽃, 선물, 모두 거절하지 않고 독보적으로 상사의 총애를 누렸다. 그녀 역시 대부분은 상사가 원하는대로 다 맞춰주었다. 입에 키스하는 것까지도 괜찮았다. 그러나 최후의 방어선은 지키고 있었다. 그녀가 엄청나게 조신해서가 아니라 그녀는 형인의 애를 태우고 있는 중이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바람피우는 애인이 아니라 주형인의 아내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주형인은 아내와 사귄 지 오래되었고, 또 대학 동창이기도 하다. 그 예진이라는 사람도 예전에 이 회사 재무 담당자였다. 그런데 서현주가 회사에 들어갔을 때 예진은 이미 사직하고 가정주부가 된 상태였다.현주는 예정을 본 적은 없지만, 회사 동료들에게 예정이 결혼 1년 후 아들 우빈이를 낳았다고 들었다. 그 후 계속 집에서 아이만 돌봤고 살이 너무 쪄서 마치 곰 같다고 했다. 현주는 사실 주형인이 자기 아내가 살이 너무 쪄서 돼지 같다고 욕하는걸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다.현주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 여잔 참 바보 같아. 아무리 결혼했다고 해도 자기 관리는 좀 해야 하는 것 아냐? 그렇게 뚱뚱해졌으니 어느 남자가 좋아하겠어?’솔직히 그녀가 주 사장과 바람난 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예진은 자기가 몸매 관리를 실패해서 남편의 눈 밖에 난 것이다. 심지어 하루 종일 살림도 안하고 돈도 펑펑 쓰고. 예진이 돈을 적게 쓰면 주 사장이 자기에게 쓸 돈이 더 많아지겠다고 생각했다.하예진 얘기를 꺼내니 주형인은 또 흥분하며 말했다.“걘 진짜 돼지야. 걔만 보면 입맛이 사라져. 아들에게 한부모 가정 만들어주고 싶지 않아서 같이 사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벌써 이혼했지.”예정은 관리를 잘해서 예진보다 훨씬 예쁘다. 자매 둘 다 똑같이 시골 출신인데, 예정의 분위기는 예진보다 훨씬 귀티 난다.당연히, 옛날에는 예진도 꽤 괜찮았다. 지금은 살이 쪄서 변했을 뿐이다.예진은 남편이 여비서랑 바람을 피우고 있는지 모른다. 남편에게 비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고,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비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