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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나가자.”

태윤은 나가면서 무덤덤히 말했다.

예정은 짧게 대답 후 그를 따라나섰다.

부부가 같이 걷는데 말 한마디 없다니. 예정은 원래 화젯거리를 찾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태윤의 엄숙한 굳어있는 표정,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에 그만 말하고 싶은 흥미도 사라져버렸다.

이런 사람은 학교 선생님을 하면 딱이다. 한 반 학생들쯤이야 거뜬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후 시장에 도착했다. 예정은 주차장 빈자리를 알려주었다. 차에서 내린 후 예정은 말했다.

“아침 먹으러 가죠?”

태윤은 말없이 조용히 예정을 따라갔다.

처음으로 시장 구경을 하는 부잣집 태윤은 너무나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태윤은 예정에게 잘 맞춰주어 처음 온 티가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침으로 국수를 한 그릇씩 먹었다. 예정은 찐만두를 추가했다.

이 여자 진짜 잘 먹네. 국수 한 그릇으로 모자라단 말이야?

태윤은 느리게 먹었다. 예정은 태윤의 먹는 모습이 아주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먹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입맛은 더욱더 좋아졌다. 이렇게 많이 먹는 나를 싫어할까 걱정되는 마음만 없었다면, 만둣국 하나랑 찐빵도 하나 더 시켰을 것이다.

“배 안 부르면 더 시켜 먹어.”

태윤은 예정이 더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눈치챘다.

‘저 여자 먹성으로는 국수 한 그릇이랑 찐만두로도 부족할 거야.’

어제 저녁 행사에서 그녀는 계속 먹기만 했다. 거의 한 시간 넘게 먹기만 한 것 같다. 그렇게 먹고도 청국장을 포장해서 가져온 사람이다.

그녀의 날씬한 몸매는 표준 모델 몸매 같았다. 그렇게 잘 먹는데 영양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저는 배불러요. 근데 당신 먹는 것을 보니 또 배가 고파지네요.”

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하, 화내지 마요. 내 말은 당신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그런 거니까. 당신 먹는 걸 보니 마치 산해진미 먹는 것 같아서 나도 먹고 싶게 만들잖아요.”

태윤은 예정의 두 눈을 쳐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머리를 숙이고 국수를 먹었다.태윤은 이런 국수를 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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