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리 먹고 난 효진은 웃으면서 진우에게 말했다.“난 여기 있는 젊은 남성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그냥 구경하고 음식 맛만 보러 왔어. 역시 칠성급 호텔이야, 음식 진짜 맛있어, 이걸로도 너무 만족해. 시간도 늦었는데 우리 먼저 간다고 고모께 전해줘.”“효진 누나 벌써 가려고? 파티 이제 금방 시작인데 말이야. 열한 시 되야 끝나!” 마음이 조급해 난 진우는 예정을 한 번 쳐다보더니 다시 말했다.“우린 내일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어야 해. 열한 시까진 무리야.”“가게 문 좀 늦게 열면 되잖아?”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효진과 예정의 뒤를 부지런히 뒤따르며 어떻게든 만류하려고 애를 썻다.”그건 안돼. 우린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의 손님으로 벌어 먹고사는 장사인데 아침 손님을 놓치면 큰 손해 아니니? 넌 잘 놀다 와, 맘에 드는 여자애가 있는지 잘 여겨보고. 아직 좀 이르긴 하지만 먼저 데이트해 보는 건 괜찮지 않아?”효진은 사촌 동생의 어깨를 토닥이며 농담을 던졌다.예정을 몰래 훔쳐보던 진우는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수줍은 어투로 말한다.”나 이제 금방 대학원 마쳤잖아, 일 좀 하다가 몇 년 뒤에 다시 결혼 생각해 보려고.””남자들은 서두르지 않아도 돼, 진우 너 이제 스물둘이었더라? 몇 년 뒤에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애송이였던 우리 진우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예정의 말에 연속 고개를 끄덕이던 진우는 뒤에 붙은 말에 또다시 얼굴을 붉히면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누나, 차는? 가지고 왔어?’진우는 두 사람을 더는 만류하지 못하고 호텔 밖으로 배웅하러 나갔다.호텔 입구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지만 서로 익숙하지 않은지라 누구도 말 거는 사람이 없었다.”여기 올 땐 너 엄마가 보내주신 차에 앉아 왔어. 택시 부르면 되니까 넌 재미있게 놀아, 그럼 먼저 갈게.” 진우는 택시 타고 떠나는 두 사람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호텔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관성 시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태윤의 눈빛만 봐도 앞길이 뻥 뚫린 듯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행사에 참석한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들을 데리고 왔다. 자식들의 탄탄대로를 위해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었을 것이다. “진우가 방금 막…….”“방금 두 누님들 택시 태워 보내고 막 돌아왔어요.”태윤의 말이 끝나기 전에 김진우는 방금 전 자기가 무엇을 하고 왔는지 설명했다. 혹시 태윤이 자신이 이런 모임을 안 좋아하거나 호텔의 서비스가 나빠서 자리를 뜬 것이라고 오해할까 봐였다.관성 호텔은 전씨 가문의 관성그룹 계열사 중 하나 였다.태윤은 짧게 대답 후 김진우 앞을 지나쳐 갔다. 예의상 인사하는 것처럼 보였다.김진우는 아직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 무리의 인파가 태윤을 지나쳐갔고, 김진우는 그저 자신이 엑스트라가 되어버렸다는 사실만 인지했을 뿐이다. 태윤은 행사에 참여하면 보통은 얼굴만 비추고 가버렸고, 그런 상황이 사람들은 이미 익숙했다. 방금 태윤과 사업 얘기를 할 기회를 노리던 대표들은 그가 호텔에 잠시 머물러 있자 내심 기뻐했다. 그들은 빠르게 움직여 기회를 잡았다.차량번호가 “XX8888”인 롤스로이스는 경호 차량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관성 호텔을 빠져나갔다.“도련님, 어디로 모실까요?”기사는 운전하며 물었다.태윤은 손을 돌려 손목시계를 보았다. 겨우 저녁 9시반 밖에 되지 않았다. 그에게는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발렌시아 아파트로 가죠.”“네, 알겠습니다.”태윤은 자신이 하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것에 의아해했다. 온기 하나 없이 텅텅 비어있는 집에 돌아온 태윤은 소파 위에 앉았다. 티비를 보면서 자신보다 일찍 호텔을 나왔으나,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아내를 기다렸다.경호원들은 호텔에서 예정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카메라로 찍어 태윤의 핸드폰으로 보냈다. 태윤은 사진을 한장 한장 살펴봤다. 사진 속에는 한 백 년쯤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처럼 전부 먹는 모습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구석에
“응.”태윤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집으로 들어온 예정의 손에는 검은 봉지가 들려있었다.“들어오는 길에 청국장을 좀 포장했는데, 먹어볼래요?”태윤은 어두운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호텔에서 그렇게 먹어놓고 또 먹는단 말이야? 진짜 먹보 아냐?“청국장은 냄새가 좀 고약하긴 해도 먹을수록 맛있더라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 남자분은 청국장을 아주 좋아했데요.”예정은 태윤 옆에 앉아 비닐을 열었다. 청국장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태윤은 슬쩍 자리를 옆으로 피했다. 거리를 좀 두고 싶었다. 익숙하지 않은 냄새를 일부러 맡을 필요는 없으니까.“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아, 만 원짜리에 있는 그 남자요.”“…….”태윤이 돈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은행카드의 일련번호뿐이다.“한 입맛 좀 봐요. 맛있다니까. 진짜로, 보기랑 달라요. 먹으면 맛있어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거예요.”“당신이나 먹어, 그리고 말이야, 베란다에 가서 먹으면 안 돼? 냄새 못 참겠어.”예정은 태윤의 토할 것 같은 표정을 보고 황급히 자리를 피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돈 잘 버는 사람들은 좀 까다롭고 예민하게 사는 것 같아.’ 예정은 베란다에서 맛있게 청국장을 먹어 치웠다.태윤은 방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잘생긴 얼굴이 다 일그러졌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은 모두 다 다른 법이니까.“태윤씨, 오늘 저녁에 야근할 필요 없으면 내일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날 수 있나요?”예정은 베란다에서 물었다.태윤은 잠시 침묵했다가 차갑게 물었다.“무슨 일?”‘아마 선천적으로 타고난 차가운 사람인 것 같아.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차갑잖아.’예정은 속으로 투덜거렸다.그런데 이런 사람과 같이 살아가야 한다. 어느 날 더 이상 못 참겠으면, 이혼하면 그만이다.“내일 꽃가게까지 좀 태워다 줘요. 화분 몇 개 좀 사서 베란다에 두고 키우려고요. 당신이 차가 있으니까 편하잖아요.”태윤은 말이 없었다.“일찍 못 일어나겠으
“오늘 저녁에 가게 안 나갔어요. 친구가 저녁 행사에 나간데서 저보고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아 맞다! 태윤씨,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물어봐도 괜찮은지 모르겠네요.”예정은 태윤 맞은편에 앉아 예쁘고 큰 눈으로 자신 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태윤이 좀 냉정하고 예정을 대하는 태도가 별로인 것은 그의 마음속에 벽을 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경계하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만 그렇다는 것.그러나 태윤은 너무 잘생겨서 마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듯 눈이 아주 즐거웠다. “저녁 행사는 관성 호텔에서 열린 거예요. 관성 호텔이 대기업 꺼 라던데, 근데 그 대기업 손자가 늦게 다녀갔어요. 성도 전 씨라고 하던데. 당신이랑 그 대기업이랑 무슨 관계있는 거 아니죠?”태윤은 태연하고 냉랭하게 대답했다.“조상은 같겠지 뭐.”예정은 큰 숨을 내쉬며 웃었다.“당신과 그 대기업이 상관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예정이 한숨 돌리며 기뻐하는 듯한 모습을 본 태윤은 황당해하며 물었다.“내가 그 집안사람들과 엮기는 게 싫은 거야?”예정은 웃으면서 말했다.“지금 저녁이에요. 헛된 꿈 꾸지 마요. 만약 관성 그룹 전씨 가문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면 당신이 나랑 결혼했겠어요?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알 수 있겠다. 전씨 가문의 문턱이 아무리 낮아도 나랑은 비교도 안 되잖아요. 설령 당신이 전씨 가문과 진짜로 눈곱만큼이라도 관계가 있다면 난 좀 불편할 것 같아요. 당신만 그쪽과 관련 없으면 나는 우리가 비슷한 상황이라 생각해요. 그럼, 딱히 신경쓰이는 것도 없고요.”태윤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할머니 말을 들어보니 당신도 대기업에 다닌다면서요. 그럼, 그 관성 그룹 손자 얘기 못 들어봤어요? 그 사람이 오늘 행사장에 왔는데 아주 왕이 행차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나랑 효진이는 그 사람 뒤꽁무니도 못 봤어요.”태윤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저 더욱 차갑게 변하고 있는 예정의 눈빛만 쳐다보았다.
“주말인데, 당신 어머니 아버지 뵙고 나면 나는 친정 좀 다녀올게요. 대나무 두어 개 베어 오려고요.”“됐어, 내일 내가 사람 불러서 설치할게.”태윤은 담담히 말했다.전씨 가문 손자며느리가 당당하게 그 먼 시골까지 가서 대나무를 베어 오려 하다니. 고작 빨래를 널기 위해 그녀가 생각해낸 방법이다.“그래요. 그럼 부탁할게요.”“아냐, 내 집 일인데 뭐.”예정은 짧게 대답한 후 자신의 옷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연 후 고개를 돌려 태윤에게 말했다.“당신이 괜찮다면, 씻고 나서 벗은 옷을 나에게 줘요. 내 옷 빨 때 같이 빨아줄게요.”“고맙지만 괜찮아. 내일 세탁기 두 대가 도착할 거야. 방 욕실에 하나씩 세탁기를 설치하려고. 그래야 편하지.”“그것도 좋네요. 당신이 산 세탁기도 얼만지 알려줘요. 내가 반 낼게요.”태윤은 예정에게 이미 체크카드 한 장을 주었다. 생활비로 쓰라고 준 건데, 태윤이 또 세탁기를 사겠다고 하니, 당연히 그에게 모든 돈을 내라고 할 수는 없었다.태윤은 담담히 말했다. “세탁기 두 대 얼마 하지도 않아. 겨우 이백 얼마야. 내가 감당할 수 있어. 더구나 우리 집을 위해서 사는 가구잖아.”태윤은 예정이 자신이 너무 대충 대충 살았다고 생각할까 봐 한마디 더 추가했다. “평소에 난 너무 바쁘잖아. 새벽에 나가서 밤에 들어오니까. 옷도 전부 세탁소로 보냈었어. 그래서 세탁기를 안 산 거야.”사실 그가 대충대충 산 것은 아니다.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고, 생활하는데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잘 몰랐을 뿐이다. 지난 30년 동안 그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풍요롭게 살았다. 그래도 간단한 일들은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빨래를 손수 하는 일은 그가 정말로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네, 이해해요.”예정도 이런 고위급 회사원들이 너무 바빠서 그럭저럭 참고 살 거나, 하루 종일 집안일 같은 사소한 일들은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태윤씨, 일찍 주무세요.”예정은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
“나가자.”태윤은 나가면서 무덤덤히 말했다.예정은 짧게 대답 후 그를 따라나섰다.부부가 같이 걷는데 말 한마디 없다니. 예정은 원래 화젯거리를 찾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태윤의 엄숙한 굳어있는 표정,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에 그만 말하고 싶은 흥미도 사라져버렸다.이런 사람은 학교 선생님을 하면 딱이다. 한 반 학생들쯤이야 거뜬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잠시 후 시장에 도착했다. 예정은 주차장 빈자리를 알려주었다. 차에서 내린 후 예정은 말했다. “아침 먹으러 가죠?”태윤은 말없이 조용히 예정을 따라갔다.처음으로 시장 구경을 하는 부잣집 태윤은 너무나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태윤은 예정에게 잘 맞춰주어 처음 온 티가 나지 않았다.두 사람은 아침으로 국수를 한 그릇씩 먹었다. 예정은 찐만두를 추가했다.이 여자 진짜 잘 먹네. 국수 한 그릇으로 모자라단 말이야?태윤은 느리게 먹었다. 예정은 태윤의 먹는 모습이 아주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먹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입맛은 더욱더 좋아졌다. 이렇게 많이 먹는 나를 싫어할까 걱정되는 마음만 없었다면, 만둣국 하나랑 찐빵도 하나 더 시켰을 것이다.“배 안 부르면 더 시켜 먹어.”태윤은 예정이 더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눈치챘다.‘저 여자 먹성으로는 국수 한 그릇이랑 찐만두로도 부족할 거야.’어제 저녁 행사에서 그녀는 계속 먹기만 했다. 거의 한 시간 넘게 먹기만 한 것 같다. 그렇게 먹고도 청국장을 포장해서 가져온 사람이다.그녀의 날씬한 몸매는 표준 모델 몸매 같았다. 그렇게 잘 먹는데 영양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저는 배불러요. 근데 당신 먹는 것을 보니 또 배가 고파지네요.”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하하, 화내지 마요. 내 말은 당신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그런 거니까. 당신 먹는 걸 보니 마치 산해진미 먹는 것 같아서 나도 먹고 싶게 만들잖아요.”태윤은 예정의 두 눈을 쳐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머리를 숙이고 국수를 먹었다.태윤은 이런 국수를 먹는 것
태윤은 예정이 고르는 것을 계속 쳐다보았다. 예정이 꽃집 사장과 하나에 만 원짜리 화분을 절반이나 깎으려고 했다. 사장이 예정에게 팔지 않으면 살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만드는 예정의 능력 때문에 매우 신선하게 쳐다봤다.사실 이 부잣집 도령은 물건 살 때 한 번도 가격을 본 적이 없어서 흥정도 해본 적이 없다.자기 아내가 이렇게 값을 잘 깎는 사람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꽃집 사장이 마치 살이라도 베인 듯, 아파하는 표정을 보자 태윤은 크게 웃고 싶었다.돈을 내고 난 후, 예정은 자신이 산 화분을 하나하나 태윤의 차로 옮겨 실었다.태윤은 처음에는 옆에서 보고만 있다가 나중에는 여자에게 화분을 옮기게 두고 자신은 차 옆에 서있는 모습이 보기에 안 좋은 것 같아, 예정이 화분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화분을 다 차에 싣고 나니 태윤의 차는 화분으로 가득 찼다. 다행히 주인이 종이박스 같은 것을 주어 좌석 위에 깔았다. 좌석이 더럽혀질 일은 없었다. “또 뭐 살 거 있어?”태윤은 차에 타며 아내에게 물었다.“차가 이미 꽉 찼잖아요. 다른 물건은 실을 수 없으니까 오늘은 안 살래요. 살림 꾸리는게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시간 날 때 천천히 사서 꾸밀게요.”예정은 안전벨트를 맨 후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우리 일단 집으로 갈까요? 이따가 언니 집에 좀 다녀와야 해요.”태윤은 말없이 차를 움직였다.“태윤씨.”“응.”“주말에 할머니랑 당신 아버지, 어머니 모두 오신다고 했으니까, 우리 언니 불러도 돼요? 언니랑 형부 불러서 같이 밥 먹으면 어떨까 해서요. 언니랑 형부가 내 부모와 마찬가지인데... 우리 이제 혼인신고도 했으니, 우리 사이의 감정이 있든 없든 집안 어른들끼리 만나서 인사도 하고 그래야죠.”그래야 길에서 마주쳐도 모르고 지나갈 일은 없지않을까?예정의 고향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숙모, 삼촌 모두 계시는데, 이들은 모두 딸이라는 이유로 자매들을 싫어했다. 심지어 부모님 목숨과 바꾼 보상금의 일부도 가져갔다. 부
예정은 이런 고위급 회사원도 특권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카드를 꺼내 태윤에게 건네며 말했다. “꽃 가게 사장이랑 흥정 좀 해요. 절반까지 깎으면 좋고.”태윤은 카드를 밀어내며 말했다.“나도 아직 돈 좀 있어.”예정은 그의 두 눈을 바라보았고,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예정은 언니 집에 가야 했다. 다시 한번 태윤에게 꽃을 살 때 제값 다 주고 사지 말고 깎아야 한다고 강조한 후 전동 오토바이 열쇠를 들고 황급히 나갔다.예정이 몰랐던 것은 그녀가 간 후, 태윤이 핸드폰으로 베란다 영상을 찍어 전 씨 가문 정원관리사 김 씨에게 보내주었다는 사실이다.김 씨는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도련님!”“아저씨 영상 보셨죠? 이 베란다를 작은 정원처럼 만들어주세요. 화분이 얼마나 필요한지 보고 좀 저렴한 걸로 준비하고요. 꽃이 잘 피는 걸로. 꽃이 피면 좀 화려하고 큰 그런 종류로요. 발렌시아 아파트 B동 808호로 가져다주세요.”예정을 따라 꽃을 사러 갔던 태윤은 아내가 꽃송이가 아주 큰 꽃만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꽃잎이 많고 화려한 그런 종류. 꽃 잎이 단순한 건 안 좋아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영수증도 꼭 끊어야 해요.”“아, 알겠습니다.”“오늘 저녁이 되기 전에 끝내야 해요.”“네, 알겠습니다.”김씨아저씨는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 시키는 것이라면 다 한다.“화분을 집 베란다까지만 옮겨다 놓으면 돼요. 다른 것은 신경 쓸 필요 없고요.”어떻게 놓을지는 예정이 알아서 할 것이다. 김 씨가 다 한다고 해도 예정이 좋아할 리 없을 테니까.김 씨는 정중하게 지시에 따랐다.태윤은 얼른 전화를 끊었다.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예정은 늘 하던 것처럼 언니와 조카의 아침을 포장했다. 기분도 들떠있어 조카에게 줄 아동용 전동 오토바이도 하나 샀다.“이모!”예정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조카 주우빈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우빈아! 오늘 일찍 일어났네? 빨리 와서 봐봐, 이모가 너 주려고 사 온 거야.”“와! 차다!”우빈은
“전창빈 씨, 혹시 최종 면접 통보는 받으셨어요?”송일우는 혹시 몰라 재차 전창빈에게 물었다.전창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솔직하게 대답했다.“사실 조금 전에 집사한테 전화가 왔어요. 내일 오후에 최종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더군요.”송일우는 애써 감추려고 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부러움으로 가득했다. 그는 최대한 품위를 유지하며 축하를 건넸다.“축하해요. 이번에 면접 보러 온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더군요. 사실 그들도 근처 호텔에 묵고 있어, 제가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하지만, 아직 최종 면접 통보를 받은 사람은 없더군요. 게다가 1차 면접도 안 본 사람들도 있고요.”송일우의 말에 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직접 그들을 찾아가셨다고요? 다들 경쟁자인데, 과연 정말로 진실을 말했을까요?”송일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바로 대답했다.“우리는 실력으로 평가받으러 온 사람들이에요. 속임수도 쓸 수 없고, 실력을 베낄 수도 또 음모도 꾸밀 수 없죠. 비록 서로 경쟁상대이긴 하지만, 정직하게 말하든 말든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아요.진실을 말한다고 해도 손해 볼 것도 없고요.”“설사, 같은 요리를 만들더라도 불 조절과 조리 방식이 다르면 결과물도 완전히 달라지니까요.”전창빈은 역시나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모르는 사람끼리 경계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죠.”“하지만 송일우 씨의 말도 일리가 있네요. 저는 송일우 씨가 찾아와 요리에 관한 이야기를 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입니다. 사실, 저는 면접 때 요리를 하지 않았어요. 대신 디저트를 만들었거든요.”“1차 면접 때 둘째 아가씨와 집사가 제가 만든 디저트를 맛보고는 괜찮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둘째 아가씨가 큰 아가씨한테 맛을 보여 준다면서 디저트를 포장해 갔어요.”그리고, 전창빈은 최종 면접 통보 전화를 받았다. 그것은 선우민아가 전창빈이 만든 디저트를 먹었다는 뜻이었다.전창빈이 전화를 받았을 때, 핸드폰 너머로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선우민아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때는 제가 너무 배가 고파서 전창
전창빈은 말을 마치고 되레 송일우에 물었다.“제 말에 공감하시죠? 송일우 씨도 저와 같은 이유로 이곳에 오신 거잖아요. 도전과 명성을 위해.”송일우는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맞아요. 선우씨 가문의 셰프가 된다는 건 꽤 상당한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저도 전창빈 씨와 같아요. 그리고 저는 선우씨 가문이 내세운 급여 때문이기도 해요. 저는 돈이 필요하거든요.”선우씨 가문이 지급하는 급여 수준은 대기업 고위직과 맞먹었다. 그러기에 전창빈도 충분히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웨이터가 그들이 주문한 커피와 디저트 몇 가지를 들고 왔다.송지아는 먼저 디저트를 맛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음미하며, 마치 디저트의 속 재료를 분석이라도 하듯 신중한 태도였다.그런 송지아를 보며 전창빈은 그녀가 베이킹을 좋아할 거라고 추측했다. 그것은 전창빈도 계속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었다. 요식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뛰어난 미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 이 호텔에서 먹은 맛있는 디저트를 오직 미각만으로 속 재료를 분석한 후, 돌아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구할 것이었다.“아빠, 여기 디저트 정말 맛있어요. 한번 드셔보세요.”송지아는 송일우에 디저트를 권했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전창빈도 챙겼다.“전창빈 씨도 얼른 드셔보세요.”하지만, 전창빈은 정중히 거절했다.“저는 단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단 걸 좋아하지 않으니, 전창빈은 요리 중에서도 디저트에 가장 취약했다.하지만 오늘 오전, 그는 디저트에 자신 없는데도 불구하고 디저트로 1차 면접을 통과했다. 그러니 전창빈은 내일 있을 최종 면접에 더욱 자신이 있었다.그러나, 만약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전창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도 송일우처럼 한 번 안 되면 두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도전하며, 어떻게든 선우씨 가문의 대저택에 들어가고 말 것이라고 결심했다. 그래야 가까이에 있으면서 선우민아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으니까.
전창빈은 송일우의 이야기를 들으며 송일우가 아직 멘탈이 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전창빈은 이미 수도 없이 좌절을 겪어왔다. 그는 할머니가 음식이 맛이 없다고 하면 다시 만들어와 와야 했고, 할머니가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야 했다.한 번은 할머니가 좋아하는 요리를 만들었는데, 열 번을 다시 만들어도 만족하지 못하셨다. 결국 할머니는 그 음식을 포기해 버렸다.하지만, 전창빈은 그것을 트라우마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는 계기로 삼았다.‘아직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은 아니였구나...’그렇게 그는 자신을 돌아보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해 나갔다. 비록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덕분에 오늘의 전창빈이 있을 수 있었다.전창빈은 송일우와 친하지도 않았고, 게다가 경쟁자 사이에 굳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 줄 필요도 없었다. 그는 그저 청취자로서 조용히 송일우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송일우는 자신이 첫 번째 면접에서 받은 평가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으며,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까지, 한참 동안 자신의 경험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 전 두 번째로 면접에 도전했어요.”드디어, 송일우가 두 번째 면접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그때 아가씨는 이미 명실상부한 가문의 주인이 되어 있었어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나이도 어린 여자애가, 그 수많은 속셈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쳐내고 선우씨 가문을 완벽하게 장악했으니까요.”“두 번째 면접은 첫 번째 면접의 충격 때문인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나름대로 자부하고 있었고, 저의 실력을 능가하는 자가 없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거든요.”“하지만, 이번에는 철저히 준비한 덕에 1차 면접은 무난히 통과했죠. 최종 면접까지는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어요. 지원자가 너무 많기도 했었고, 1차 면접을 통과한 사람들도 꽤 있었거든요.”“최종 면접은 순서대로 진행했는데, 아가씨가 워낙 바쁜 사람이라 매일 집에서 식사할 시간도 없으셨어요. 그러다 보니, 최
전창빈은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나는 이미 몸의 절반은 무덤에 들여놓은 늙은이야. 하루라도 더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해. 그러니 너희들은 나를 너무 간섭하려고 하지 말고 먹고 싶은 건 그냥 먹게 놔두렴.”능수능란한 할머니 앞에서 큰형도 꼼짝할 수 없었으니 전창빈 같은 어린 손자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가끔 할머니는 장난스럽게 으스대기도 하셨다.“너희들은 전부 내 손에서 자란 꼬맹이들이야. 모두 내 손바닥 안에 있지. 이 늙은이를 통제하려는 생각은 접어둬. 너희들은 어림도 없어.”전창빈의 물음에 송지아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좋아요. 그럼, 몇 가지만 주문할게요. 여기 디저트 맛이 궁금하네요.”사실 송지아는 디저트를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직접 디저트 가게까지 열었고 지금은 제법 장사도 잘 되고 있었다.전창빈의 세심한 배려는 송지아에게 꽤 좋은 인상을 안겨주었다.송지아는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몇 가지 디저트를 주문했다.웨이터가 떠난 후, 송일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오전에 전창빈 씨가 면접 보러 들어갈 때 사실 저도 그 근처에 있었어요. 마침 전창빈 씨가 들어가는 걸 봤죠. 그때 저는 이미 면접을 마치고 나온 참이었거든요.”송일우는 오늘 면접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신경이 쓰여 바로 떠나지 못하고 선우씨 가문 대저택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침 전창빈이 면접을 보러 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송일우는 전창빈의 얼굴을 기억한 후, 전창빈에 대해 세심히 알아보았다. 그러다 전창빈이 자신과 같은 호텔에 묵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실례를 무릅쓰고 전창빈의 방문을 두드렸다.송일우는 경쟁자로서 전창빈의 실력도 가늠해 볼 겸 전창빈과 이야기를 나누며 또 다른 경쟁 상대에 대한 정보도 얻어 갈 생각이었다.전창빈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러셨군요. 사실 저도 어떻게 저를 아셨는지 궁금했거든요.”“그런데 송일우 씨 면접 결과는 어떻게 되셨나요?”송일우는 머쓱하게 웃으며 답했다.“아직
전창빈은 송일우 부녀를 굳이 자신의 방으로 들이고 싶지 않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었다.“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방에 핸드폰만 좀 챙기겠습니다. 1층 호텔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천천히 이야기 나누시죠.”송일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시죠. 좋습니다.”전창빈은 금방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챙겨 나왔다.“가시죠. 커피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그는 방문을 닫고 먼저 걸음을 앞으로 옮겼다.송일우 부녀도 전창빈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송일우는 따라가면서도 머쓱한 듯 전창빈에게 말했다.“아닙니다. 저희를 대접하다니요.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으니, 당연히 제가 사야죠.”전창빈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그저 커피 한 잔 인데요 뭘. 사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송일우도 피식 웃었다. 그는 전창빈이 비록 자신보다 어리지만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았다. 하지만 경쟁상대로서 전창빈의 요리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사실, 송일우는 어떻게든 선우씨 가문의 총괄 셰프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선우씨 가문의 총괄 셰프가 된다는 건 돈과 명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일우는 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요리를 배웠고, 그가 요식업계에 발을 들인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는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해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송일우의 딸, 송지아 역시 요리에 흥취를 가지며, 어릴 때부터 송일우를 따라 요리를 배워왔다. 그리고 송지아도 앞으로, 본격적으로 요식업에 뛰어들 계획이었다.송일우는 지금 자신의 명성을 널리 알려, 훗날 딸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A시에서 요리를 좀 한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아무리 요리 실력이 좋다고 한들, 선우씨 가문 아가씨의 입맛을 만족시켜야지만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어.”까다로운 심사 기준에 걸맞게, 선우씨 가문이 내세운 급여와 복지도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했다.그래서 송일우는 이번 면접
“실례합니다. 안에 혹시 전창빈 씨 계십니까? 저는 전창빈 씨와 같이 선우씨 가문에 면접 보러 갔던 사람입니다.”전창빈은 순간 멈칫했다.‘나랑 같이 면접 보러 갔던 사람?’전창빈은 분명 혼자 택시를 타고 선우씨 가문의 대저택 대문 앞에 도착해 신분을 등록한 후, 집사가 준비한 차를 타고 안으로 들어갔다.선우씨 가문 대저택은 비록 서원 리조트만큼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큰 대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문에서 저택까지 걸어가려면 꽤 먼 거리였기에 방문객들은 각자 선우씨 가문의 집사가 준비한 차량에 앉아 안으로 들어갔었다.전창빈은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문 앞에 있는 사람은 그와 같은 차를 탄 사람이 아니라, 그와 같은 면접을 본 경쟁자였다.이미 전창빈에 대해 알고 있다니, 그의 상대는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상대도 선우씨 가문의 셰프 자리를 두고 어지간히 필사적인 모양이었다.전창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족히 마흔은 넘어 보이는 중년 남성 한 명과 갓 스무 살을 넘긴 듯한 앳된 얼굴의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둘이 닮은 걸 보니, 전창빈은 앞에 있는 두 사람이 부녀 관계일 거라고 추측했다.“어떻게 찾아오셨는지?”전창빈을 보자 앳된 여자의 눈빛에 순간 놀라움이 스쳤다. 전창빈의 준수한 외모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예상보다 너무 젊어서일까? 전창빈은 예리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훑어보더니 시선을 남자 쪽에 고정했다.“아이고, 실례합니다. 저는 송일우라고 합니다. 옆에 이 아이는 제 딸 송지아입니다.”송일우는 예의를 지키며 자신을 소개했다.전창빈은 두 사람에게 번갈아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나눴다.“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전창빈은 송일우가 어떻게 자신에 대해 알아냈는지 묻지 않았다. 이미 그의 이름은 물론이고 머무는 곳까지 알아냈다는 건 송일우도 인맥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이 관성 전씨 가문의 여섯 번째 도련님이라는 사실만 모른다면
전태윤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너의 성공을 기원할게. 빨리 선우 민아를 데리고 우리와 만나길.”전태윤은 약간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아직 멀었어요. 어쨌든 올해 설날에는 혼자 올 것 같아요.”“지금 설날이 다가오니까 올해 네가 사귈 수 있는 건 기대하지 않았어. 내년엔 가능하면 사귈수 있지 않을까? 너의 다른 형들도 이번 년에도 혼자 일거야.”전이혁이 아내를 쫓는 이야기는 철저히 숨겨져 있기에 전태윤도 그의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당연 그도 동생들의 사생활을 상관하고 싶지도 않았다. 동생들이 먼저 찾아와서 말하지 않는 한 동생들의 감정적인 일은 묻지 않겠다고 했다.“형이 바쁘니까 방해 안 할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서 얘기하고. 참, 부모님께 안부 전해 드렸어?”동생이 원림 성의 A시에 면접 보러 가면서 민아를 쫓으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의 어머니는 동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비록 지금 동의를 했지만 때로는 할머니가 멀리 떨어진 원림성에서 아내 선택했다고 투덜투덜 불평하기도 한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머니께 말씀드렸어요. 재시험에 성공하면 다시 전화하겠다고요.”“형 먼저 가서 일 보세요. 제 일은 제가 잘 처리할 수 있으니까.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저는 벌써 스물 몇 살이에요.”전태윤의 친동생으로서 전창빈은 어릴 때부터 큰형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았다.비록 큰형이 그에게 많은 개인적 공간을 주었지만 전위안은 큰형 눈에서는 다 크지 못한 아이라고 생각했다.전태윤은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야. 어느 새로 스무 살이 넘었네. 그래 너 좀 휴식해 형은 일하러 갈 거니까.”전태윤은 곧 통화를 끝냈다.그는 일이 매우 바쁘다. 매일 시간을 내어 임신한 아내를 돌보기 위해 그는 가능한 낮에 일을 끝내려고 한다. 하지만 전 씨 그룹의 책임자로서 일이 너무 많기에 낮에 시간을 다투어 일분일초를 낭비하지 않더라도 낮에 다 처리할 수 없어 저녁에 될수록 일찍 집에 갈 수밖에 없었다.밤 10
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내일 어떤 요리를 해야 선우 민아의 입맛을 사로잡고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를 얻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자신이 가장 잘하는 요리를 할가 아니면 덜 자주 하는 요리를 할까 고민했다.천천히 향긋한 차를 음미하며 전창빈은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요리 하기 결정했다. 만약 너무 처음부터 가장 잘하는 요리를 보여버리면 나중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질 것 같았기에 가장 잘하는 요리는 마지막에 남겨두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요리하기를 좋아하는 그는 이미 십여 년을 연구해 왔다. 비록 나이가 젊지만 그가 중간 수준으로 만드는 요리는 보통 사람들에 비하면 맛있는 요리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오늘 만든 디저트도 그가 가장 잘하는 요리가 아니었지만 선우 민아가 그가 만든 디저트를 먹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그렇지 않았다면 선우 민아가 집사보고 그에게 내일 오후에 다시 시험을 볼러 오라는말을 할 수가 없었다.오늘 처음 A시에 도착한 전창빈은 경쟁자가 있는지 알아볼 시간이 없었기에 자신 외에 다른 경쟁자가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만약 있다고 하여도 선우 민아는 한꺼번에 그들한테 복수 시험을 참가시키지 않을 것이다.그때 그의 휴대폰에 형이 보낸 음성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면접 합격했어?”전창빈은 전화를 걸어 형에게 답했다.“어떻게 됐어?”전창빈은 웃으며 대답했다.“형이 제 요리 실력을 못 믿으세요?”“형은 네가 잘할 거라고 믿어. 하지만 네가 상대하는 건 나 가아니고 선우 민아 이잖아.”전창빈은 대답했다.“아직 그분을 만나보지 못했어요. 방금 도착해서 호텔에서 좀 쉬다가 저녁을 먹고 면접 보러 갔는데 선우씨 가문의 집사와 선우정아 씨밖에 보지 못했어요. 실제 결정을 내리는 선우 민아을 보지도 못하고요.”전태윤은 웃으며 말했다.“자신만만하게 갔는데, 정작 본인은 못 만났다고?”“그게 정상이죠. 누군가나 전 씨 그룹 면접하러 가면 바로 형을 만날 수는 없잖아요? 먼저 아래 관리들과 만나고 단계적으로 올라가야 형을 만날 수 있잖아요.”
“큰 언니는 요리사를 고용하는 거지 남편을 찾는 게 아니니까 멀어도 상관없어요.”선우 정아는 웃으며 말했다.“그가 만든 요리가 맛나고 언니가 먹고 질리지만 않으면 그게 최고예요.” 전창빈의 모습을 아직 보지 못했기에 선우 민아는 그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그의 관청 출신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을 뿐이었다. “나도 질리지 않는 요리사가 있었으면 좋겠어... 매번 요리사를 바꾸지 않아도 되고.”선우 민아는 자신의 입맛에 대해 한숨을 쉬며 말했다.“왜 이렇게 까다로운 입맛을 갖게 된 건지 모르겠어.”“언니, 이제 더 이상 디저트 안 드세요?”선우 정아는 언니가 디저트를 더 이상 먹지 않자 물었다.“지금은 안 먹을래, 회의 시간이 다가와서.”선우민아는 시간을 보며 말했다.“곧 회의가 시작하니 넌 집에 돌아가지 말고 나랑 같이 회의실 가자.”“네.”선우 정아은 디저트를 가져가며 말했다.“언니가 더 안 드시면 제가 다 먹을게에요. 제가 보기엔 아주 맛있는것 같아요. 전창빈은 디저트를 잘 만들지 못한다고 했지만 언니가 먹는 것을 보니 그는 아마 꽤 실력이 있는 것 같네요.”선우민아는 웃으며 말했다.“그건 내가 배가 고파서 그런 거지.”“언니가 입맛이 까다롭다고 유명한데 전창빈이 만든 디저트가 맛있지 않으면 절대 먹지 않았을 것일 거요.”선우 민아는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사실 그 말이 맞았다. 전창빈이 만든 디저트는 약간 퍽퍽하긴 했지만 맛은 정말 좋았기에 점점 전창빈이 만든 요리가 기대 되였다.생각을 정리한 선우 민아는 핸드폰을 들어 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면접 본 요리사에게 내일 오후에 다시 시험 보러 오라고 말해줘. 내일 저녁에 집에 가서 그가 만든 요리를 먹을 것이니 필요한 재료만 도와주고 나머지는 모두 그가 직접 준비하게 해야되. 그리고 그가 요리하는 걸 지켜봐줘.”집사는 존경의 말을 하며 대답했다.“즉시 전창빈 씨에게 연락드릴게요. 모든 면접자의 전 과정을 우리가 지켜보고 있으니 그들이 허짓으로 준비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