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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작가: 고능비
태윤은 자신의 몸매 관리에 철저한 편이어서 절대 함부로 간식을 먹거나 하지 않는다.

그는 다이어트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예정은 웃으며 말했다.

"태윤 씨는 몸매가 참 좋네요"

"그럼, 나 먼저 방에 가서 자도 되죠? 안녕히 주무세요."

예정은 태윤에게 굿나잇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잠깐만."

태윤이 갑자기 불러 세운다.

예정은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태윤은 그녀을 바라보며 앞으로 잠옷 차림으로 나오지 말라고 말한다.

예정은 잠옷 밑에 속옷을 입지 않고 나왔는데, 태윤은 그것들을 모두 보고 말았다.

부부이니 자신이 보는 것은 괜찮은데 만약 다른 사람이 봐버리면?

태윤은 다른 남자들이 자기 아내의 몸에 눈길이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예정은 삽시에 얼굴이 붉어지더니 얼른 자기 방으로 달려가 방문을 쾅 하고 닫았다.

"…."

태윤은 잠시 앉아 있다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 집은 임시로 산 것이지만 살 때 이미 인테리어가 다 되어 있었다.

서둘러 산 집이라 태윤은 미처 방을 정리하지 못했다.

매우 만족스러운 건은 예정이 뻔뻔스럽게 같은 방에서 자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부생활을 하자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고 말이다.

하룻밤이 무사히 흘러갔다....

다음날 예정은 여느 때처럼 새벽 6시에 일어났다.

예전에는 일어나면 아침밥을 먼저 준비하고 방도 치워야 했고, 또 시간이 나면 언니를 도와 빨래도 널어주기도 했다.

언니의 집에서 몇 년을 살며 가정부 노릇을 똑똑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한 일이 형부의 눈에는 당연한 것처럼 보여 예정을 가정부로 막 부려 먹었다.

예정은 하룻밤을 자고도 낯선 방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기억이 다시 머릿속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언니 집에 있는 줄 알았어. 이제 여긴 내 집이니 더 자도 괜찮아.”

예정은 침대에 누워 다시 잠을 청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이제는 그 시간에 깨어나는 것인 습관이 되어 버렸다.

마침 배도 고프고 하니 차라리 일어나기로 결심했다.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한 뒤 방을 나와 태윤의 방을 둘러보았지만,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하긴 어젯밤에 그렇게 늦게 돌아왔는데, 이 시간에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어.’

부엌으로 들어간 예정은 텅 빈 부엌을 바라보다가 다시 조용히 나왔다.

어제 많은 주방용품을 주문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트에 가서 직접 사는 것이 더 빨랐을 텐데....’

어제 이사할 때 예정은 동네 근처에 가게들이 여럿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예정은 밖에 나가서 아침밥을 포장해 오기로 결정했다.

’태윤은 뭘 좋아할지....깨워서 물어보기도 그렇고....”

예정은  할 수 없이 여러 가지를 더 사야 했다.

예정은 관성에서 아침 식사로 자주 먹는 찐만두, 김밥, 전과 죽 등을 포장했다.

태윤은 늦게 자도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없어 예정이 아침을 사러 나간 뒤 얼마 안 되어 깨어났다.

아직 아내가 익숙하지 않았던 태윤은 예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상체를 벗은 채 물을 마시러 방에서 나왔는데 그때,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예정과 딱 마주쳤다.

순간,

태윤은 양손으로 가슴을 막으며 돌아서서 방으로 뛰어갔다.

마침 어젯밤의 예정처럼 말이다.

하예정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남자의 상체가 뭐 볼게 있다고 이렇게 막아대는지....단지 복근이 몇 개 있을 뿐인데, 그걸 두 손으로 막아 보호하다니....하하, 웃겨 죽겠어!’

잠시 후,

태윤이 다시 예정 앞에 나타났을 때는 이미 양복 차림이었다. 태윤의 안색은 매우 안 좋았지만, 예정에게 뭐라 말하기는 어려웠다.

자기 스스로 집에 낯선 여자가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을 잊어버렸고, 또 이 낯선 여자는 명목상의 아내이기도 하고....

태윤은 평소에 큰 별장에서 살았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2층 전체에 혼자만 있어 가끔 상의를 입지 않고 방에서 나와도 괜찮았다. 집에 있는 하인들도 함부로 올라가지 않았다.

‘오늘도 이렇게 가식녀에게 상체를 보이게 되다니......’

"태윤 씨, 아침 식사를 사 왔으니 함께 식사를 해요."

예정은 숨넘어갈 듯 웃고 나서야 사 온 아침 몇 가지를 식당 테이블에 차려놓았다. 그리고는 상체를 보이곤 큰 손실이라도 입은 듯한 남편을 불러 아침을 먹었다.

태윤은 다가와 사 온 아침 식사를 보며 싸늘하게 물었다.

"예정씨 혹시 밥할 줄 몰라?”

"아니요, 저 요리 할 줄 알아요."

"바깥에서 산 아침 식사, 특히 길거리 가게 음식들은 깨끗하지 않아. 앞으로 이런 건 적게 사 먹고 직접 밥을 해 먹어. 깨끗하고 좋잖아."

태윤은 전씨 가문의 도련님으로서 보통 사람들이 자주 먹는 이런 평범한 아침을 먹어본 적이 없다.

그에 예정은 되받아 물었다.

"주방을 들여다본 적이 있어요? 여보 얼굴보다도 더 깨끗해요,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주방용품도 없고, 식재료도 없는데 나라고 별수가 있겠어요?"

이 말은 들은 태윤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제 아침 식사하실 거예요?"

하예정이 묻자 배도 고팠던 태윤는 애써 태연한 척 테이블 앞에 앉는다.

"이미 사 왔는데 안 먹으면 낭비야. 가끔 한두 번 먹는다고 죽기라도 하겠어?"

태윤은 자신을 위하여 변명거리를 찾았다.

예정은 아침 식사의 반을 태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면서 태윤에게 말을 걸었다.

"어제 이사 왔을 때 주방에 아무것도 없는 걸 보고 인터넷으로 주방용품들을 주문하였어요. 이제 택배 받으면 장보고 요리해서 식사 차릴게요."

예정은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고 내놓을만한 사무직을 맡고 있으니 이런 부분들을 신경 쓸 수도 있다고 이해하였다.

예정은 평소에도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가게 일로 바쁠 때만 배달시키곤 한다.

"집에 아직도 필요한 것들이 많은데, 제 취향에 따라 마련해도 괜찮겠어요?"

태윤은 맞은편에 앉아있는 아내를 한번 쳐다보고는 아침 식사를 계속하였다. 평범해 보이던 아침 식사가 맛이 의외로 좋았다.

"이미 혼인신고도 하였으니 우린 부부야. 여긴 네 집이고, 당신이 원하는 대로 꾸며, 내 방만 건드리지 않으면 돼."

"네, 알겠어요."

남편의 허락을 받은 예정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꾸미기로 하였다.

베란다에는 꽃을 좀 기르고, 그네 의자도 사서 놓고....

한가할 때는 그 의자에 앉아서 책이나 읽으면서 꽃을 감상하고.....

하예정은 생각만 하여도 들떴다.

”참, 어제 할머니께서 주말에 당신네 집에서 같이 식사하자고 하셨어요.

"주말에 다시 얘기해. 내가 시간이 안 될 수도 있어. 시간이 안 되면 할머니와 엄마 아빠 모셔다가 같이 식사 한번 해."

예정은 그에 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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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44화

    정군호는 이윤미가 자신과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채고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말을 이었다.“영화도 좀 보고 쉬어야겠어.”이윤미는 아버지를 눕히고 싶어 했고 방윤림이 그녀의 뜻을 알아듣고 대신 정군호를 눕혀 주었다.“아버지, 저와 방 비서는 거실에 있을게요. 무슨 일이 있으면 불러주세요. 이따가 큰오빠도 오실 거에요.”정군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네 오빠가 왜 와? 네가 날 이틀 동안 돌보겠다고 하지 않았어? 왜 돌보기 싫어서 그래?”“큰오빠도 아버지 아들인데 아버지께서 입원하셨는데 오빠가 와서 돌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제가 돌보기 싫은 것과 상관없는 것 같은데요. 아버지는 저 혼자만의 아버지가 아니잖아요.”정군호는 목이 메어 잠시 할 말을 잃었다.“네 오빠는 출근하시잖아.”“저도 출근해야죠. 제가 큰오빠보다 더 바빠요.”정군호가 또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이윤미는 이은화를 내세우며 계속해서 말했다.“엄마가 저 보고 병원으로 와서 아빠와 좀 이야기도 나누라고 했어요. 한 시간 뒤에 오빠가 오신다고 하셨고요.”정군호는 이은화의 계획이라는 말을 듣고는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정군호는 이윤정의 정황을 묻고 싶었지만 감히 이윤미에게 묻지 못했다.이윤정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그녀는 지금 입원 병동 입구 근처에 숨어 대문을 바라보며 이은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드디어 이은화가 나타났다!이은화가 경호원들과 함께 입원 병동을 나서자 이윤정은 재빨리 나타나 쏜살같이 달려갔다.이은화 곁의 경호원들도 만만한 실력이 아니었기에 이윤정이 다가오기도 전에 먼저 발을 내밀었다.다행히 이윤정은 반응이 빨라 경호원이 날린 발차기를 재빨리 피했다.“엄마, 나야. 윤정이.”이윤정은 큰소리로 외쳤다.이윤정이라는 말을 들은 경호원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이윤정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엄마, 엄마!”이은화의 발걸음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자 이윤정은 소리를 지르며 따라갔다.“엄마,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엄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43화

    이윤미가 입을 열었다.“삼촌들의 삶은 여전히 행복하게 살고 계세요.”이윤미는 정군호가 정씨 집안의 미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정씨 집안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이은화의 복수 수단을 두려워했던 정군호는 스스로 그 부분을 잘라 혼인 생활을 지키기로 했다. 앞으로 같은 침대에 있더라도 아무 짓도 못 하는 점에 대해 정군호도 받아들였다.조심했어야 했는데.“그럼 됐어. 윤미야, 비록 넌 네 엄마의 이씨 성을 따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정씨 집안의 피가 흐르고 있거든. 앞으로 정씨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로 수수방관해서는 안 돼. 네 삼촌과 고모들도 너에게 잘 대해 주시잖아.”이윤미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그분들도 지금 그들만의 일자리가 있잖아요. 그분들이 열심히 일하고 안전하게 지내시기만 한다면 생활이 나쁘지 않을 거예요. 만약 급한 일이 생기면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와드려야죠.”만약 이윤미가 도울 수 없는 일이라면 예외가 없을 것이다.정군호도 이윤미의 말뜻을 알아챘다.이윤미는 이은화처럼 매우 냉정하고 정씨 집안 사람들과 감정이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정씨 집안에 가장 정이 깊은 사람이 바로 이윤정이였다.이윤정은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정군호는 부드럽게 웃었다.“성실하게 생활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이셔. 그리고 저의 사촌 형제들도 전부 성실한 사람들이지.”성실하거나 말거나 이윤미가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그들이 이씨 가문의 명목으로 함부로 행동하면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이윤미는 남들이 그녀를 바둑판의 바둑알로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아버지, 저도 알아요.”정군호는 이윤미를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방윤림을 힐끗 쳐다보았다. 정군호는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고 그의 모습을 본 이윤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버지,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세요. 우리가 친부녀 사이인데 못할 말이 어디 있겠어요?”“윤미야, 사실 네 엄마 마음속에도 한 남자가 들어있어. 다만 그 남자가 자취를 감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42화

    정군호도 그럴 용기가 없었다.이은화는 자식마저 내쫓을 수 있는 사람인데 데릴사위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이은화는 몸을 돌려 떠났다.이윤미는 이은화를 배웅해 주러 나가면서 정군호의 안부를 물었다.“넌 여기서 군호 씨랑 얘기를 나누고 있어. 한 시간 뒤에 너의 큰오빠가 오실 거야. 장남으로서 네 아빠를 돌보는 일은 일범이가 앞장서야지.”이윤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몇 마리 대화를 나누다가 엘리베이터 입구에 도착했다. 이윤미는 멈춰 서서 이은화가 경호들과 함께 떠나는 것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돌아서서 병실로 돌아갔다.방윤림은 정군호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었고 정군호도 방윤림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가주나 후계자 주변의 특별 비서들은 가문의 심복이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얕보지 못했다.이은화조차 방윤림에게 예의를 갖추곤 했다.“윤미야.”정군호는 이윤미가 돌아온 것을 보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친딸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아버지, 기분이 어때요? 좀 나아졌어요?“이윤미는 정군호의 병상 앞에 앉아 예의를 갖추어 물었다.가장 친한 부모님이어야 하는데 이윤미는 친아버지를 손님을 대하듯 정중하게 대했다.친근해질 마음이 눈곱만치도 없었다.일주일 동안 입원한 정군호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하고 핏기가 없어 보였다. 적어도 열 살은 더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윤미도 정군호가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신체적인 통증과 신체장애가 정군호의 마음을 심하게 괴롭힌 데다 병원에서 관리를 못 한 탓으로 그는 늙어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래도 많이 나아졌어. 곧 퇴원하실 수 있을 거야. 네 엄마도 날 세심하게 보살펴 주셨거든. 매일 직접 밥도 먹여 주셨어.”정군호는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이은화는 확실히 매일 삼시 세끼를 직접 먹여 주었지만, 음식이 따뜻하든 차갑든 상관없이 정군호의 입에 쑤셔 넣었다.밥이 뜨거울 때는 정군호의 혀가 빨개질 정도로 뜨거웠고 차가울 때는 그의 마음마저 차가워질 정도로 차가웠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41화

    20분 후, 두 사람의 차가 병원 주차장에 멈춰 섰다. 방윤림은 먼저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이윤미의 차 앞으로 걸어갔다. 이윤미가 차에서 내리자 방윤림은 그녀의 물건을 들어주었다.이윤미는 아버지에게 영양제 두 박스와 과일 한 바구니를 사 왔다.“주세요. 무거워요.”방윤림은 이윤미가 과일을 들게 하지 않았다. 이윤미가 일반 여자들보다 힘이 센데도 말이다.그는 어릴 때부터 무술을 익힌 사람으로서 힘이 더 드셌기에 과일 한 바구니를 들기에는 아주 거뜬했다.이윤미도 사양하지 않고 방윤림에게 과일 바구니를 들라고 했고 그녀는 한쪽 손으로 영양제 박스를 들었다.두 사람은 병원으로 걸어갔고 길을 가던 도중에 이윤미는 이윤정을 만났다. 이윤정이 구석에 숨어 있는 것으로 보면 아마 이은화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이윤미는 이윤정을 보았지만, 이윤정은 이윤미를 못 본 눈치였다.방윤림이 이윤정을 힐끗 보더니 이윤미에게 물었다.“쫓아낼까요? 가주님께서는 분명 윤정 아가씨를 보고 싶지 않을 겁니다.”이윤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내버려 둬요. 우리가 엄마를 만나지 못하게 해도 윤정이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포기하지 않으면 계속 꿈을 꾸게 되는 법이죠. 꿈은 언젠가 깨질 텐데.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보고 싶어요.”방윤림은 말을 잇지 않았다.두 사람은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이윤정은 아는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사실 그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전부 진료를 받거나 환자를 방문하는 사람일 텐데 누가 낯선 사람에게 신경 쓸 여유가 있겠는가!이윤정은 강성에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녀가 누구인지 관심조차 없었다. 다들 삶을 위해 뛰어다니며 노력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돈을 더 버는 것이 남을 관심하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이윤미와 방윤림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정군호가 입원한 고급 병실에 도착했다.이은화의 경호원들은 병실 복도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40화

    고빈도 이윤미가 그녀만의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어쩐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더라니! 이윤미는 양부모 밑에서 잘 살지 못했지만 작은 풀처럼 굳세게 성장했다. 젊은 시절 이윤미는 그녀의 지력와 담력으로 그녀만의 상업 왕국을 만들어냈다.대단한 장사꾼이다.고현이 늘 고빈과 이윤미를 맺어주려고 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아마 고현은 지금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하예진이 나타났기에 이씨 가문의 차기 후계자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이윤미가 후계자 자리에서 물러나면 자유롭게 시집갈 수 있고 데릴사위도 데려오지 않아도 될 것이다.고현도 이런 점을 고려해 아직도 고빈과 이윤미를 맺어주려고 했다.“누나, 알겠어. 그런데 윤미 씨 곁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고빈은 일부러 귀띔해 주었다.그는 고현을 단념시켜 더는 그와 이윤미를 엮지 말았으면 했다.고빈은 이윤미의 능력을 감상할 수는 있지만, 남녀 간의 설레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게다가 이윤미 곁에는 수호자 방윤림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고현은 동생을 보며 말을 건넸다.“윤미 씨 옆에 누가 있든 너와 무슨 상관? 내가 윤미 씨 곁에 누가 있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왜 또 이 화제를 끌어들여? 혹시 네가 윤미 씨에게 관심 있는 거 아니야? 왜 윤미 씨를 언급할 때마다 그 일을 떠올려?”고빈이 당황해하며 대답했다.“아니... 절대 아니거든!”고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빈을 바라보았다. 고빈은 자신이 누나가 파놓은 큰 구덩이에 뛰어들었다고 느꼈다.“누나, 난 정말 윤미 씨에게 관심 없어. 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감상할 뿐이야. 그런데 내가 감상하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고빈의 여성 지인들이 많이 언급되면 고현은 얼굴이 바로 어두워지곤 한다.“빨리 진정한 여자 친구를 찾아봐. 호영 씨가 고자질하지 않더라도 넌 계속해서 이렇게 빈둥거리면서 놀 수는 없잖아.”고현은 큰누나티를 팍팍 내며 고빈을 혼내고 있었다.고빈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나도 여자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39화

    고현은 그 빨간 작은 상자를 들고 열어보더니 다시 닫으며 고빈에게 물었다.“이건 너의 여성 지인들을 달래기 위해 산 거 아니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야.”그녀는 그 작은 상자를 고빈에게 던져주었다.“난 이런 액세서리들이 부족하지 않아. 호영 씨가 요 며칠 동안 나에게 보석과 여자 옷, 그리고 하이힐 등을 미친 듯이 사줬거든.”고현은 여성 물건들이 부족하지 않았다.그녀 자신도 돈이 많으니, 마음에 들면 아무리 비싸도 살 수 있었다.예비 시어머니도 귀한 보석들을 고현에게 많이 주셨다.단지, 그녀가 이런 여성 액세서리들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전씨 할머니도 그녀에게 몇 가지 귀중한 보석들을 주셨다. 할머니는 민국에서 태어나 집안이 부유했지만, 그 뒤로 몰락한 적이 있었고 또다시 부자가 되었다.어르신이 소장하고 있는 보석 중 일부는 골동품이었기에 매우 귀중했다.할머니는 몇 명의 며느리를 얻은 뒤로 그 며느리들에게도 조금씩 나누어 주었고 또 일부를 남겨두었다.원래는 손녀가 태어나면 대부분 물건을 주려고 했지만 결국 소원을 이루지 못하셨다.손자며느리가 생겨도 전씨 할머니는 손자를 위해 손자 며느릿감을 골라주시고 모두에게 평등하게 소중한 보석 액세서리들을 선물했다.어르신은 돈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많은 것을 나누어주었지만 그녀의 창고에는 여전히 많은 액세서리가 남아있다.할머니는 앞으로 누가 그녀에게 증손녀를 낳아주면 큰 상을 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하지만 전씨 가문에 시집온 여자들은 희망을 품지 않았다.전씨 가문은 소문난 아들 천국이었다.몇 세대에 걸쳐 딸이 태어난 적 없었다.며느리들은 그녀들이 그렇게 운이 좋아 수많은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딸을 낳으리라는 희망조차 품지 않았다.고빈은 질투하며 말했다.“누나는 호영 형이 생기니까 이제 동생도 잊은 거야? 호영 형이 누나에게 준 선물은 호영 형의 성의이지, 내 마음이 아니잖아. 남매 사이에 내가 처음으로 목걸이를 선물했는데, 받지 않으려 하니 너무 속상하다. 이 목걸이는 내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38화

    “우리 엄마께서 피곤해하셔서 집에 가서 쉬고 싶어 하세요. 근데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고 계시기 때문에 저보고 돌봐달라고 하시네요.”고현 앞에서 이윤미는 숨기지 않았다.만약 그녀가 이윤미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었다며 아마 고현의 친한 친구로 될 수도 있었다.두 사람은 마음이 잘 맞았다.고현은 피식 웃었다. 풍자가 섞인 웃음을 지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윤미는 잠시 앉아 있다가 차 한 잔을 다 마시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했다.고현은 이윤미를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배웅해 주었고, 마침 위층으로 올라오는 고빈을 만났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고현 남매는 엘리베이터 입구에 서서 이윤미가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가고 문이 닫히는 것까지 보았다.이윤미를 떠나보내고 고현 남매가 돌아가면서 고빈이 물었다.“윤미 씨가 왜 또 누나를 찾아왔어?”고현은 동생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대답했다.“계속 이씨 그룹을 위해 노력하는 척이라고 해야 하니까. 아니면 사람들이 윤미 씨가 노력하지 않는다고 수군댈 테니까.”정말 고씨 그룹과 협력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윤미를 탓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충분히 노력하는 척했으니까.고씨 그룹과 협력하고 싶은 큰 그룹들이 아주 많았다.이씨 그룹은 실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고현 또한 이씨 가문에 대해 큰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실을 강성에서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형.”고빈은 고현을 부르더니 다시 누나라고 불렀다.“누나, 이제 여자라는 사실을 폭로했으면서 왜 아직도 여자 옷을 안 입어? 여자 옷을 입어야 나도 누나라고 부르기 편하지. 자꾸 이렇게 남자 옷을 입으니 내가 잘못 부르고 있는 것 같잖아. 어휴, 모두가 누나의 일을 나에게 물어보는데, 가장 슬픈 사람이 나인데, 이를 누가 알아주겠어? 원래는 누나가 나 대신 비바람을 막아주어 내가 걱정 없이 잘 놀 수 있었는데 내 형이 누나로 될 줄 누가 알았겠냐고. 앞으로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이 없어졌어.”무슨 일이든 고빈 스스로 해결해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37화

    “네. 이따가 병원에 갈게요. 엄마는 일찍 집에 가서 쉬세요.”이윤미는 거절하지 않고 병원에 가서 그녀의 친아버지를 돌보겠다고 약속했다.이은화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넌 와서 한 시간만 앉아 있으면 돼. 직접 네 아버지를 돌볼 필요는 없어. 네 아빠는 널 아끼지도 않으시니까.”이은화도 처음에 이윤미에 대해 감정이 없었지만 결국 자신이 뱃속에서 열 달 만에 태어났기 때문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감정이 곧 깊어졌다.그러나 정군호는 다르다.딸은 정군호에게 있어서 어릴 때부터 손아귀에 담고 키우지 않으면 마음 아픈 줄 모르는 사람이다.딸은 그의 정씨 성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정일범 형제야말로 정씨 성을 가진 진정한 정씨 집안의 후손이라고 여겼다.하여 이윤미가 돌아와도 정군호는 진심으로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은화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정군호는 지금 병상에 누워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니 친딸 이윤미가 생각나서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허허! 진작 그럴 것이지, 이미 늦은 것 같은데...이윤미가 입을 열었다.“아버지가 저에게 어떻게 대하든 간에 저의 친아버지인걸요. 아마도 저는 아빠 복이 없나 보죠.”그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본 적 없었다.이윤미의 양아버지는 이윤미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늘 그녀에게 냉담하게 대했고 양어머니와 몇몇 오빠들도 본받아서 그녀를 괴롭혔다.어렸을 때, 이윤미는 오빠들이 특히 부러웠다. 부모님의 귀여움을 듬뿍 받을 수 있고 맛있고 재미있는 것들은 전부 그들에게 주었지만 유일한 딸 이윤미에게 챙겨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이윤미는 단지 그의 부모님이 남자아이만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다.그러나 알고 보니 이윤미는 그들의 친자식이 아니었다.그러나 친부모 곁으로 돌아온 후로도 친어머니 이은화는 이윤미에게 시험해 보고 갖은 훈련을 시키면서 사랑이라곤 한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리고 친아빠 정군호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의 눈에는 이윤정이라는 수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36화

    고현도 하예진은 은근히 많이 돕고 있다.강성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관성에서 온 하예정이 전임 이 가주의 후손으로 이씨 가문의 현재 가주와 겨루러 온 것임을.하예진이 하는 사업은 이씨 가문의 가장 중요한 사업과 같은 종류였다. 이씨 가문과 경쟁하려는 의도가 뚜렷했다.이씨 가문 사람들도 몰래 하예진과 협력하고 있었다.이윤미는 미소를 지었고 다시 찻잔을 들어 우아하게 맛보았다.따르릉...이윤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녀는 찻잔을 내려놓고 휴대전화를 들어 전화기를 보더니 고현에게 말했다.“저희 엄마께서 전화가 왔어요. 아마도 더는 병원에서 아버지를 돌보고 싶지 않으신가 봐요.”정군호가 병원에 입원한 것도 전부 이은화가 강요한 것이다.이은화 부부는 지금 겉보기에만 평온해 보였다.이윤미는 정군호가 마음속으로 이은화를 매우 증오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이은화에게 반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그녀에게 최대한 잘 보이려고 노력해야 했다.이것은 정군호가 애초부터 선택한 길이다. 누구도 탓할 수 없었다.이윤미는 고현 앞에서 이은화의 전화를 받았다.“엄마.”“윤미야, 너 지금 어디냐?”“지금 고씨 그룹에서 고 대표님과 협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어떻게 됐어?”이은화는 이 일에 대해 희망을 품지 않았다.고현은 이씨 가문을 경멸했다.두 그룹 사이에는 거의 거래가 없었다.평소에 만났을 때, 고현은 비록 이은화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단지 인사만 했을 뿐 그녀와 아무런 거래도 하고 싶지 않았다.이씨 가문의 가주인 이은화는 고현의 마음속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었다.다행히도 친딸 이윤미가 돌아와 어느 면이 고현의 마음에 들었는지 고현은 친딸에게 잘 대해 주었다.이윤미는 이윤정보다 사람 복이 많았다.이 또한 이은화가 친딸을 주인 자리에 올리려고 결정한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이씨 가문이 이윤미에게 넘겨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이윤정에게 넘겨지면 곧 몰락할 것이다.“아직 결과가 없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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