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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고능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01-04 14:56:35
태윤은 자신의 몸매 관리에 철저한 편이어서 절대 함부로 간식을 먹거나 하지 않는다.

그는 다이어트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예정은 웃으며 말했다.

"태윤 씨는 몸매가 참 좋네요"

"그럼, 나 먼저 방에 가서 자도 되죠? 안녕히 주무세요."

예정은 태윤에게 굿나잇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잠깐만."

태윤이 갑자기 불러 세운다.

예정은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태윤은 그녀을 바라보며 앞으로 잠옷 차림으로 나오지 말라고 말한다.

예정은 잠옷 밑에 속옷을 입지 않고 나왔는데, 태윤은 그것들을 모두 보고 말았다.

부부이니 자신이 보는 것은 괜찮은데 만약 다른 사람이 봐버리면?

태윤은 다른 남자들이 자기 아내의 몸에 눈길이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예정은 삽시에 얼굴이 붉어지더니 얼른 자기 방으로 달려가 방문을 쾅 하고 닫았다.

"…."

태윤은 잠시 앉아 있다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 집은 임시로 산 것이지만 살 때 이미 인테리어가 다 되어 있었다.

서둘러 산 집이라 태윤은 미처 방을 정리하지 못했다.

매우 만족스러운 건은 예정이 뻔뻔스럽게 같은 방에서 자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부생활을 하자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고 말이다.

하룻밤이 무사히 흘러갔다....

다음날 예정은 여느 때처럼 새벽 6시에 일어났다.

예전에는 일어나면 아침밥을 먼저 준비하고 방도 치워야 했고, 또 시간이 나면 언니를 도와 빨래도 널어주기도 했다.

언니의 집에서 몇 년을 살며 가정부 노릇을 똑똑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한 일이 형부의 눈에는 당연한 것처럼 보여 예정을 가정부로 막 부려 먹었다.

예정은 하룻밤을 자고도 낯선 방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기억이 다시 머릿속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언니 집에 있는 줄 알았어. 이제 여긴 내 집이니 더 자도 괜찮아.”

예정은 침대에 누워 다시 잠을 청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이제는 그 시간에 깨어나는 것인 습관이 되어 버렸다.

마침 배도 고프고 하니 차라리 일어나기로 결심했다.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한 뒤 방을 나와 태윤의 방을 둘러보았지만,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하긴 어젯밤에 그렇게 늦게 돌아왔는데, 이 시간에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어.’

부엌으로 들어간 예정은 텅 빈 부엌을 바라보다가 다시 조용히 나왔다.

어제 많은 주방용품을 주문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트에 가서 직접 사는 것이 더 빨랐을 텐데....’

어제 이사할 때 예정은 동네 근처에 가게들이 여럿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예정은 밖에 나가서 아침밥을 포장해 오기로 결정했다.

’태윤은 뭘 좋아할지....깨워서 물어보기도 그렇고....”

예정은  할 수 없이 여러 가지를 더 사야 했다.

예정은 관성에서 아침 식사로 자주 먹는 찐만두, 김밥, 전과 죽 등을 포장했다.

태윤은 늦게 자도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없어 예정이 아침을 사러 나간 뒤 얼마 안 되어 깨어났다.

아직 아내가 익숙하지 않았던 태윤은 예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상체를 벗은 채 물을 마시러 방에서 나왔는데 그때,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예정과 딱 마주쳤다.

순간,

태윤은 양손으로 가슴을 막으며 돌아서서 방으로 뛰어갔다.

마침 어젯밤의 예정처럼 말이다.

하예정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남자의 상체가 뭐 볼게 있다고 이렇게 막아대는지....단지 복근이 몇 개 있을 뿐인데, 그걸 두 손으로 막아 보호하다니....하하, 웃겨 죽겠어!’

잠시 후,

태윤이 다시 예정 앞에 나타났을 때는 이미 양복 차림이었다. 태윤의 안색은 매우 안 좋았지만, 예정에게 뭐라 말하기는 어려웠다.

자기 스스로 집에 낯선 여자가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을 잊어버렸고, 또 이 낯선 여자는 명목상의 아내이기도 하고....

태윤은 평소에 큰 별장에서 살았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2층 전체에 혼자만 있어 가끔 상의를 입지 않고 방에서 나와도 괜찮았다. 집에 있는 하인들도 함부로 올라가지 않았다.

‘오늘도 이렇게 가식녀에게 상체를 보이게 되다니......’

"태윤 씨, 아침 식사를 사 왔으니 함께 식사를 해요."

예정은 숨넘어갈 듯 웃고 나서야 사 온 아침 몇 가지를 식당 테이블에 차려놓았다. 그리고는 상체를 보이곤 큰 손실이라도 입은 듯한 남편을 불러 아침을 먹었다.

태윤은 다가와 사 온 아침 식사를 보며 싸늘하게 물었다.

"예정씨 혹시 밥할 줄 몰라?”

"아니요, 저 요리 할 줄 알아요."

"바깥에서 산 아침 식사, 특히 길거리 가게 음식들은 깨끗하지 않아. 앞으로 이런 건 적게 사 먹고 직접 밥을 해 먹어. 깨끗하고 좋잖아."

태윤은 전씨 가문의 도련님으로서 보통 사람들이 자주 먹는 이런 평범한 아침을 먹어본 적이 없다.

그에 예정은 되받아 물었다.

"주방을 들여다본 적이 있어요? 여보 얼굴보다도 더 깨끗해요,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주방용품도 없고, 식재료도 없는데 나라고 별수가 있겠어요?"

이 말은 들은 태윤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제 아침 식사하실 거예요?"

하예정이 묻자 배도 고팠던 태윤는 애써 태연한 척 테이블 앞에 앉는다.

"이미 사 왔는데 안 먹으면 낭비야. 가끔 한두 번 먹는다고 죽기라도 하겠어?"

태윤은 자신을 위하여 변명거리를 찾았다.

예정은 아침 식사의 반을 태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면서 태윤에게 말을 걸었다.

"어제 이사 왔을 때 주방에 아무것도 없는 걸 보고 인터넷으로 주방용품들을 주문하였어요. 이제 택배 받으면 장보고 요리해서 식사 차릴게요."

예정은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고 내놓을만한 사무직을 맡고 있으니 이런 부분들을 신경 쓸 수도 있다고 이해하였다.

예정은 평소에도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가게 일로 바쁠 때만 배달시키곤 한다.

"집에 아직도 필요한 것들이 많은데, 제 취향에 따라 마련해도 괜찮겠어요?"

태윤은 맞은편에 앉아있는 아내를 한번 쳐다보고는 아침 식사를 계속하였다. 평범해 보이던 아침 식사가 맛이 의외로 좋았다.

"이미 혼인신고도 하였으니 우린 부부야. 여긴 네 집이고, 당신이 원하는 대로 꾸며, 내 방만 건드리지 않으면 돼."

"네, 알겠어요."

남편의 허락을 받은 예정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꾸미기로 하였다.

베란다에는 꽃을 좀 기르고, 그네 의자도 사서 놓고....

한가할 때는 그 의자에 앉아서 책이나 읽으면서 꽃을 감상하고.....

하예정은 생각만 하여도 들떴다.

”참, 어제 할머니께서 주말에 당신네 집에서 같이 식사하자고 하셨어요.

"주말에 다시 얘기해. 내가 시간이 안 될 수도 있어. 시간이 안 되면 할머니와 엄마 아빠 모셔다가 같이 식사 한번 해."

예정은 그에 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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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3-01-0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6화

    관성 시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태윤의 눈빛만 봐도 앞길이 뻥 뚫린 듯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행사에 참석한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들을 데리고 왔다. 자식들의 탄탄대로를 위해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었을 것이다. “진우가 방금 막…….”“방금 두 누님들 택시 태워 보내고 막 돌아왔어요.”태윤의 말이 끝나기 전에 김진우는 방금 전 자기가 무엇을 하고 왔는지 설명했다. 혹시 태윤이 자신이 이런 모임을 안 좋아하거나 호텔의 서비스가 나빠서 자리를 뜬 것이라고 오해할까 봐였다.관성 호텔은 전씨 가문의 관성그룹 계열사 중 하나 였다.태윤은 짧게 대답 후 김진우 앞을 지나쳐 갔다. 예의상 인사하는 것처럼 보였다.김진우는 아직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 무리의 인파가 태윤을 지나쳐갔고, 김진우는 그저 자신이 엑스트라가 되어버렸다는 사실만 인지했을 뿐이다. 태윤은 행사에 참여하면 보통은 얼굴만 비추고 가버렸고, 그런 상황이 사람들은 이미 익숙했다. 방금 태윤과 사업 얘기를 할 기회를 노리던 대표들은 그가 호텔에 잠시 머물러 있자 내심 기뻐했다. 그들은 빠르게 움직여 기회를 잡았다.차량번호가 “XX8888”인 롤스로이스는 경호 차량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관성 호텔을 빠져나갔다.“도련님, 어디로 모실까요?”기사는 운전하며 물었다.태윤은 손을 돌려 손목시계를 보았다. 겨우 저녁 9시반 밖에 되지 않았다. 그에게는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발렌시아 아파트로 가죠.”“네, 알겠습니다.”태윤은 자신이 하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것에 의아해했다. 온기 하나 없이 텅텅 비어있는 집에 돌아온 태윤은 소파 위에 앉았다. 티비를 보면서 자신보다 일찍 호텔을 나왔으나,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아내를 기다렸다.경호원들은 호텔에서 예정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카메라로 찍어 태윤의 핸드폰으로 보냈다. 태윤은 사진을 한장 한장 살펴봤다. 사진 속에는 한 백 년쯤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처럼 전부 먹는 모습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구석에

    Last Updated :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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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77화

    하예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부부 사이에 한쪽이 바람을 피우면 금방 금이 생기게 되는 법이죠. 이혼을 안 했어도 서로 고된 삶을 살 테니,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아요. 저의 전남편도 바람을 피우고 저를 폭행하여 이혼했잖아요. 한번이 있으면 두 번, 세 번이 있을 수 있으니 그들이 고치기를 기대하지 마세요.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아요. 이혼하면 죽는 것도 아닌데.”이윤미가 말을 이었다.“우리 아버지는 절대 떠나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 아버지는 자신이 이혼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잘 아시거든요. 정씨 집안의 친척들도 우리 가문에서 아무런 이익도 보지 못할걸요. 어쩌면 전에 받은 혜택들도 전부 토해내야 할지도 몰라요. 어쨌든 요즘 우리 가문은 편안할 날이 없어요. 저는 왠지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아요.”이은화의 모진 마음으로는 정말 해낼 수 있을 것이다.하예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이경혜가 하예진을 강성으로 빨리 오게 한 것은 아마도 이씨 가문이 요즘 혼란스러워 이은화가 하예진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하예진이 그 틈을 타 사업을 일으킬 수 있고 옛날 사고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될 수 있었다.이 기회를 잡아 이씨 가문의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민심을 얻는 자는 천하를 얻는 것과 다름없다.하예진은 비록 이씨 가문에서 자라지 않았고 강성에서도 사업이 없지만, 그녀의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들이 서 있다. 그리고 하예진의 외할머니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였다. 이씨 가문의 친척들을 끌어들여 그들의 지지를 얻을 수만 있다면 일이 쉽게 풀릴 것이다.“예진 씨, 비행기를 몇 시간 타고 방금 도착하셔서 힘드실 텐데 얼른 가서 쉬세요. 일이 있으면 그 번호로 저에게 연락해 주세요.”하예진이 관심하며 물었다.“저랑 같이 안 갈실래요?”이윤미는 입을 오므리다가 대답했다.“여기 좀 더 있고 싶어요. 마음도 추스를 겸 조용히 있고 싶거든요. 집으로 돌아가도 엉망진창이에요.”“그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76화

    수십 년이 지난 탓으로 법률조차도 이은화의 사형을 선고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이윤미는 적어도 그녀가 큰이모의 후손에게 주인 자리를 돌려줄 수 있었다.그녀는 이씨 가문을 떠나 자신의 회사로 돌아가 생활해도 좋다고 생각했다.이윤미는 이런 원한과 복수에 관한 일을 멀리하고 싶었고 그녀의 소소한 삶을 더 좋아했다.이은화가 옛날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이윤미는 이은화가 그 해에 정말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했다고 믿었다.단지 가주 자리의 권력을 탐내는 것뿐만이 아닌 사랑 때문에 벌인 짓일 수도 있다.이은화는 지금 70세이고 정군호와 결혼한 지 수십 년이 지났으며 아들딸도 네 명이나 낳았다.하지만 이은화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그 능력이 뛰어난 남자가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은숙의 특별 비서일 것이다.“제가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아요. 저는 제 행동으로 제가 우리 엄마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게요.”하예진은 한참 동안 이윤미를 바라보며 웃었다.“윤미 씨의 진지한 얼굴은 정말 멋있고 아름다워요. 당신 엄마가 보신다면 눈에 거슬릴지도 모르지만요. 이씨 가문의 상황은 어때요? 윤미 씨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다가 이 대표님께 붙잡혔다고 들었는데. 요 며칠 동안 윤미 씨 아버지는 모습조차 내놓지 않는다면서요.”하예진은 이은화와 정군호의 일을 알고 있었다.강성에서 이 불륜 사건은 빅뉴스였다.평소에 정군호랑 같이 다니던 늙은 남자들은 대부분 정군호에게 동정심을 품었다. 이은화가 정군호를 너무 엄하게 관리하여 그에게 자유로울 틈도 주지 않고 용돈도 적게 준다고 생각했다.아무리 사이좋은 부부 사이라도 오랜 시간 동안 작은 일에 얽매이게 되면 감정이 깨지기도 한다.여자들은 대부분 이은화의 편을 들었다. 이은화가 남편을 관리하는 것이 좀 엄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정군호가 만약 이은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닌 이은화에게 이혼을 제기했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정군호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75화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우리 엄마가 예진 씨가 오신 것을 알게 되면 아무것도 안 할 리가 없는데. 조심하세요. 아시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제가 다 알려드릴게요. 제가 모르는 일은 할 수 없지만요.”하예진은 웃음을 거두며 한참 동안 이윤미를 찬찬히 바라보았다.“윤미 씨, 우리 만난 적 있잖아요. 저도 윤미 씨가 정의롭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대표님 결국 윤미 씨와 피가 섞인 모녀지간인데, 저는 윤미 씨가 이 대표님과 맞서지 못한다고 생각해요.”이윤미의 웃음도 점차 사라졌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글쎄요. 우리 두 사람은 모녀 맞아요. 저를 저의 어머니와 같은 편에 서지 말라고 하면 제가 분명 스트레스도 받고 또 엄청나게 큰 용기도 필요하겠죠. 예진 씨가 저를 경계하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저는 정말 예진 씨가 걱정돼서 이러는 거예요. 우리 엄마가 마음이 너무 독하세요. 해본 말이 아니에요. 예진 씨가 여전히 저를 경계하면 저도 더는 묻지 않을게요. 그런데 여기에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맞서게 되면 저를 찾아오셔도 돼요. 제가 최대한 도와드릴 테니까.”“사실 저와 엄마는 모녀간의 정이 별로 없어요. 저는 엄마의 곁에서 자라지 않았고 또 이씨 가문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스무 살이 넘었거든요. 윤정이가 아직 이씨 가문에 남겨졌고 여전히 부모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요. 제가 저의 엄마와 모녀간의 정이 별로 없다고 해도 우리 두 사람이 친 모녀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저도 잘 알아요.”“만약 당신들이 없다면 제 생각에는 제가 이씨 가문의 주인 자리를 짊어지고 리더가 되어 우리 가문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을 거예요.”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규정을 수정하고 싶었다.그렇게 딱딱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비록 대가가 좀 클 수도 있지만, 이씨 가문을 더 멀리, 더 잘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수정하고 싶었다.이윤미는 명함 한 장을 꺼내 하예진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것은 제 다른 전화번호에요. 아는 사람이 적으니 무슨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74화

    “그럼 안전에 유의하시고 무슨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저에게 전화하세요.”방윤림이 이윤미에게 당부했다.이윤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제가 항상 방 비서에게 의지할 수는 없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암살을 당하더라도 이윤미는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능력을 갖추었다.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면 이렇게 자라지 못하고 일찍이 양어머니의 학대를 받아 죽었을 것이다.방윤림과의 통화를 마친 이윤미는 곧바로 약속 장소로 차를 몰았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하예진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하예진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누군가의 차가 오는 것을 보더니 창문을 조금 눌렀고 이윤미가 하예진의 차 옆에 주차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선글라스를 먼저 벗은 이윤미는 얼굴의 가죽을 벗어 던져 본모습을 드러냈고 차에서 내려 하예진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하예진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어떻게 저인 것을 알았어요? 두렵지 않아요?”“지금 이 시각에, 또 이렇게 외진 곳에 주변에 주택도 없는데 겁이 많은 사람들은 아마 이 밤에 이런 곳으로 오지 못할걸요. 그리고 저기에 묘지도 있는데 이런 곳에 예진 씨 말고는 아무도 오지 않을 겁니다.”하예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윤미가 온 후에야 약속 장소가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발견했다.하예진도 한참 후에야 차를 세울 곳을 찾아 이윤미가 오기를 기다렸다.지금 그녀들이 주차한 곳은 방윤림이 그녀들에게 준 주소에서 수백 미터 떨어져 있었다.“묘지에서 이렇게 가까운 줄은 몰랐어요. 만약 제가 알았더라면 아마 혼자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귀신이 무서워서요.”이윤미도 웃었다.“귀신이 뭐가 무서워요? 사람이 더 무섭죠.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 못 들어보셨어요? 예진 씨 분장 기술도 꽤 좋네요. 제가 제 부하들을 하루 호텔 입구에 보내 예진 씨를 기다리게 했거든요. 여기로 오시는 길에 예진 씨를 몰래 보호하라고 지시했는데 예진 씨가 나오는 것을 못 봤다고 하더라고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73화

    곧 하예진은 차를 몰고 지하 주차장에서 나왔다.하예진은 방윤림이 그녀에게 준 그 주소대로 내비게이션을 켜고 차를 몰았다.노동명이 전화했다.하예진은 차의 속도를 늦춘 다음 노동명의 전화를 받았다.“동명 씨, 저 지금 나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려고 해요. 지금 운전 중이니 좀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요.”“알았어. 운전 조심하고.”“네.”하예진은 하예정과 달리 천천히 차를 몰았다.다행히 하예정이 시내에 살고 있어서 차를 빨리 몰지 못했다. 만약 차가 적은 외진 곳으로 가게 되면 하예정은 비행기를 운전하는 것처럼 매우 빨리 몰 것이다. 전태윤이 그 모습을 보지 못해서 다행이지, 그가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면 아마 하예정이 운전대조차 잡지 못하게 할 것이다.차를 몰고 있는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노동명은 이내 전화를 끊었다.하예진이 변장하고 남몰래 혼자 차를 몰고 이윤미를 만나러 간 것을 알면 노동명은 아마도 걱정되는 마음에 바로 비행기를 타고 올지도 모른다.하예진은 노동명이 자신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고 있어서 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방윤림이 준 그 주소는 가까운 곳이 아닌 꽤 외진 곳에 있었기에 내비게이션에는 차로 한 시간 이상 가야 도착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하예진이 차를 몰고 호텔을 나서자 이윤미가 방윤림에게 물었다.“예진 씨 나오는 거 봤어요?”방윤림이 대답했다.“제가 종업원에게 부탁해서 쪽지를 보냈으니 바로 떠날 겁니다. 하예진 씨가 방금 관성에서 왔기 때문에 낯선 곳이고 차량도 없으니 택시를 탈 것 같습니다. 아가씨도 출발하시면 됩니다. 하예진 씨가 곧 약속 장소로 갈 겁니다.”방윤림은 하예진을 만난 적 있었는데 하예진이 대담하고 세심하다고 추측했다. 하예진이 강성으로 온 목적이 이씨 가문과 연관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방윤림은 하예진이 이씨 가문 때문에 강성으로 왔으니, 이윤미가 만나자고 하면 반드시 만나러 갈 것으로 생각했다.“사람을 시켜 예진 씨를 은밀히 보호하라고 하세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72화

    고현은 전호영을 흘겨보았다.전호영은 코를 만지며 웃었다.“현이 씨가 만든 요리가 당연히 맛있죠.”“그럼 저는 뻔뻔스럽게 얻어먹으러 갈게요. 그럼 저는 이만 내려가서 쉴게요.”하예진은 눈치껏 두 사람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하예진은 그녀가 묵고 있는 방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자마자 노동명의 메시지에 답장하려고 했다.그러나 답장하기도 전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하예진은 일어나 문을 열러 갔다.“호텔 종업원입니다.”종업원은 그녀가 문을 열자 웃으며 말했다.“실례지만 하예진 씨 맞습니까? 누군가가 당신에게 편지 한 통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셨어요.”종업원은 하예진에게 봉투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하예진은 봉투를 받아들고 종업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방에 돌아온 그녀는 호기심에 봉투를 뜯었고 그 안에는 작은 편지 한 장만 들어있었다.편지의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강성의 어느 주소가 들어있었다.주소 밑에는 말 한마디만 남겨져 있었다.[예정 씨,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혼자 오세요. 제가 예정 씨 안전을 보장해 드릴게요.]오른쪽 아래 끝에 “방”이라는 글자가 쓰였다.‘방? 방씨? 이름은 뭐지?’하예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에 “방”자가 들어간 이름을 가진 사람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녀는 “방”이라는 글자가 이름은 아닐 것으로 추측했고 아마도 성씨가 “방”씨 일 것으로 짐작했다.방씨 성을 가진 사람이라...이윤미 주변에 “방”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 같긴 한데...하예진이 하루 레스토랑을 개업하는 날 이윤미가 방윤림을 보내 그녀에게 선물을 전해주도록 했다.하예진은 아마도 이윤미가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서는 안 되었다.시간을 보던 하예진은 망설임 없이 캐리어에서 단독으로 포장된 검은색 마스크와 선글라스, 눈에 띄지 않는 낡은 옷 그리고 가발을 꺼냈다.그녀는 변장하고 나서 휴대전화와 편지를 들고 조용히 룸을 나섰다.다행히 그녀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71화

    하루 호텔.맨 위층에 있는 로얄 스위트룸.하예진과 고현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고 전호영은 두 여자에게 물과 과일을 가져다주러 갔다.“언니, 우리 집에 묵는 건 어때요? 저 혼자 살아요. 집도 크고 방도 많아서 저랑 같이 살면 편하실 거예요”고현은 하예진을 그녀의 개인 별장에 초대했다.하예진은 그녀를 보며 웃었다.“제가 고 대표님 집에 가면 강성의 연예 기자들은 고 대표님이 호영 씨와의 감정이 깨졌다고 보도할걸요. 호영 씨가 헛수고했다면서, 고 대표님은 여전히 여자를 좋아하는 거라면서 기사를 낼 거에요.”고현은 말문이 턱 막혔다. 그녀는 여전히 남자 차림으로 다녔기에 하예진이 그녀의 집에 들어가는 것이 보도되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하예진은 강성에 막 왔기 때문에 사업도 일으키지 못한 채 사람들의 원한을 사게 되면 그녀에게도 좋은 점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현을 사모하는 여자가 너무 많기에 그녀들이 전호영을 이길 수는 없지만, 하예진은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적어도 그녀들은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고 대표님과 호영 씨 감정도 이제 점점 안정되고 있는데 저는 적절한 시기에 고 대표님이 여자라는 사실을 외부에 솔직하게 말하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항상 두 사람이 동성애자라고 오해하잖아요. 사실도 아닌데.”고현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외부 사람들에게 해명할 필요 없어요. 언젠가 호영 씨와 결혼하게 된다면 제가 결혼식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입장하면 사람들도 진실을 알게 될 거에요.”하예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사람들이 고 대표님이 여자 분장을 하고 나온 줄로 알 거예요. 고 대표님이 여자 행세를 한다고 여전히 오해하실 거예요. 저는 보통 다른 사람에게 결혼이나 이혼을 권유하지는 않거든요. 저도 과거에 결혼생활 때문에 소란을 피우다가 이혼을 당했거든요.”“형인 씨가 저를 폭행했을 때 저는 부엌에 있는 칼을 들고 거리에서 쫓아다녔기도 했고 그 사람을 때려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70화

    이은화가 말을 이었다.“난 정말 먹고 싶지 않아. 너라도 얼른 밥 먹으러 가. 엄마는 좀 더 앉았다가 돌아갈 거야. 내가 약속할게. 이 정도 일 때문에 쓰러지지 않을 거야. 엄마도 이틀 지나면 기분이 금세 좋아질 거야. 내일 나도 네가 알고 있는 엄마로 돌아올게. 약속할게. 늙은 영감탱이 때문에 죽느니 마느니 하면서 난리 피우지 않을 거야. 말이 나온 이상 너한테 좀 물어보자. 예정이가 오면 어떻게 임할 생각이야?”“제 원칙을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대처할 거에요.”이은화는 멈칫하더니 칭찬했다.“역시 내 친딸이야! 엄마가 관성에 있을 때 경혜를 만났는데 나한테 원한을 품고 있더라고. 내가 어떤 말을 해도 경혜는 마음속으로 날 진범으로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나에게 민감하게 말을 하더라고. 경혜가 나보고 예진이한테도 기회를 주어 배양하라고 제안하더군. 예진이와 너를 평등하게 경쟁시켜 예진이가 지면 네가 이씨 가문을 이어받아도 아무런 의견이 없다고 했어. 그런데 예진이가 이기면 우리 모든 사람은 권세 중심에서 손을 떼라고 말하는 거야.”이경혜가 이렇게 명확하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뜻은 비슷했다.이은화는 딸 이윤미에게 말했다.“윤미야, 우리 집을 남에게 양보할 수는 없잖니? 그래서 엄마가 승낙하지 않았어. 예진이가 이번에 강성에 온 목적도 너무 단순하지 않을 거야. 잘 감시해. 예진이가 우리 가문의 친척들과 너무 많이 접촉하게 해서는 안 돼. 강성에서 사업을 펼쳐나가려면 돈이 있어야 할 거야. 예진의 사업의 앞길을 막아 돈을 벌지 못하게 하면 강성에서 버티지 못할 거야.”“강성은 우리 구역이야. 예진의 배후에 큰 세력이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거야. 여기는 우리 이씨 가문의 구역이니까. 만약 감쪽같이... 그러면 더 좋고.”이은화는 자신의 목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이윤미에게 하예진을 처리하라는 의미였다.“하지만 흔적을 남기면 안 돼. 만약 정말 그렇게 한다면 증거는 반드시 깨끗이 지워야 하거든. 예진의 뒤에 있는 몇몇 세력은 우리가 건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669화

    “엄마, 우리 이모의 특별 비서는 아직도 살아 계세요?”이윤미는 화제를 돌렸다.이은화가 가문의 규정을 바꾸는 것을 동의하지 않을 것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네 이모가 사고를 당한 뒤로 이은숙의 비서도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생사는 누구도 몰라.”이은화가 이씨 가문의 주인 자리에 오른 후, 사람들을 보내 그 특별 비서를 찾도록 했지만 아무 소식도 없었다. 마치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은화는 여전히 그 특별 비서를 찾아다녔다.그 당시 사고에 관한 일을 그 비서도 많이 알고 있을 것이고 그의 손에도 증거가 있을 것 같았다.그를 찾지 않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으면 폭탄을 남겨둔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가 언제, 어디에서 갑자기 나타나 이은화의 살인 증거를 내놓을지 누가 알겠는가!비록 어렸을 때 이은화의 짝사랑 상대일지라도, 이은화는 그녀의 후손을 위해서라도 그 비서를 찾으면 반드시 그를 죽이고 입을 닫게 하려고 했다.수십 년 동안 그 비서의 소식도, 두 조카의 소식도 없었다. 이은화는 자신의 외조카가 죽거나 영원히 나타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 그녀는 평안하고 순조롭게 이씨 가문을 그녀의 딸에게 넘겨줄 수 있었으니까.하느님은 여전히 이은화에게 잠재적인 위험을 남겨 주셨다.두 조카 중 비록 한 명이 죽었지만, 죽은 조카가 두 딸을 이 세상에 남겨두었다.살아 있는 조카딸 이경혜는 부잣집에 시집가서 아들과 딸을 낳고 권세도 있어 건드리기가 쉽지 않았다.작은 조카 이경희의 두 딸 하예진과 하예정도 건드리기 어려운 존재였다.그녀들의 배후에는 여러 가문의 큰 세력이 서 있었고 그녀들을 건드리는 것은 그 가문들을 적수로 삼는 거나 다름없었다.요즘 이씨 가문의 실력은 예전만 못하기에 이은화는 그 세력들과 감히 맞서지 못했다.“나는 네 이모 가족의 죽음은 그 비서가 꾸민 음모라고 의심하고 있어. 그 비서는 네 이모를 좋아하지만 네 이모가 이모부와 결혼해서 마음속으로 원한이 맺혔을 거로 생각해. 사람들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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