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회의를 계속했다.태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은 사람은 그의 큰 동생이자 전씨 가문의 둘째 아들인 전혁진이다. “형, 나 할머니한테 말씀 들었어. 정말 그 뭐 예정이라는 여자랑 결혼한 거야?”태윤은 전혁진을 힐긋 보았다.혁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코를 쓰다듬더니 감히 다시 묻질 못했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큰형에게 많은 동정을 베풀었다.전씨 가문의 아들들은 이익을 위하여 혼인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지만 형님과 형수님은 차이가 너무 났다. 단지 할머니가 그 예정이라는 여자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형님과 결혼시켰을 뿐이다. ‘형님도 참 불쌍하지....’진혁진은 마음속으로 다시 큰형에게 동정을 베풀었다.‘다행히 맏손자가 아니라서....그렇지 않으면 할머니 은인이랑 결혼해야 할 사람은 나 일거야.’예정은 집 주소를 똑바로 물은 뒤 캐리어를 끌고 새집을 찾아갔다.문을 연 후, 집으로 들어갔는데 집은 언니 집보다 더 컸고 인테리어도 매우 화려했다.예정은 캐리어를 내려놓고 먼저 집을 한 번 쭉 둘러보았다. 앞으로는 이 집이 예정이 살아갈 곳이다.거실 두 개, 방 네 개, 주방 하나 그리고 베란다 두 개....모든 공간이 다 널찍하였다. 그녀는 이 집이 적어도 200평 이상이 될 거라 추측했다.그런데 가구는 거의 없었다. 로비에는 소파 하나, 티 테이블 하나, 그리고 수납장만 하나 달랑 있었고, 네 개의 방에서 두 개의 방에만 침대와 옷장이 있고 다른 두 개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안방은 침실과 작은 드레스룸, 그리고 작은 서재와 화장실로 나누어져 있었다. 비록 공간이 나누어져 있었지만, 면적은 매우 커서 거의 로비 면적이랑 비슷했다.이 방은 태윤의 방인 것 같다.예정은 베란다 옆에 있는 침대가 있는 다른 방을 선택했고, 햇살도 좋고 안방과 거리도 두어 개인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비록 혼인 신고를 했지만 예정은 태윤이 먼저 스킨십을 요구하지 않는 한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리라 생각
예정은 웃으면서 말했다. "너 사촌 오빠 이미 여자친구 있잖아, 내가 왜 찾아? 이미 혼인신고 했으니 이제 후회해도 소용없어! 다만 언니가 슬퍼하지 않도록 비밀은 지켜줘....”"…..."’이 친구는 정말 용기가 대단한 것 같아.’"소설 속 여주인공들은 모두 억만장자와 결혼했는데, 너의 남편도 억만장자 아니야?""우리 가게 소설 너 혼자서 다 읽었지? 꿈꾸고 있네, 아무나 억만장자와 결혼할 수 있는 줄 알아?"효진은 친구가 하는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물었다."네 남편 어디에 집을 샀어?" ”발렌시아 아파트.”"거기 좋네, 환경도 좋고 교통도 편리하고, 우리 가게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 관성에서 발렌시아 아파트 같은 고급 동네에다 집을 살 수 있다니, 네 남편 어느 회사에 다니는데? 수입은 분명 높을 거야, 할부금은 얼마야? 너도 함께 주택 대출 갚아야 하는 거야?""예정아, 만약에 남편이 너에게 주택 대출금을 함께 갚아달라 그러면 집문서를 꼭 공동소유로 해야 해 알았지? 그렇지 않으면 정말 큰 손실을 입을 거야. 만약에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그 집은 개인재산이라 너랑 큰 관계가 없단 말이야.”"너 언니와 비슷한 생각을 하네....그 집은 대출 없이 산 거라 대출금도 없고, 나도 돈 한 푼도 쓰지 않았어. 그래서 공동소유는 무리야." "뭐, 부부 사이가 좋으면야 이런 것들은 상관없다 이거야."예정은 갑자기 언니가 걱정 났다. 언니가 현재 살고 있는 집도 형부가 결혼 전에 산 거고, 주택 대출금도 형부가 갚고 있지만 인테리어 비용은 전부 언니가 지불했었다. 그런데도 형부는 아직 그 집을 언니와 공동소유로 하지 않았다. 게다가 요즘 형부가 자꾸 언니를 비난하는데....예정은 더욱 걱정되었다.나중에 기회가 되면 언니한테 주의하라 할 생각이었다.예정은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가게 문을 닫았다.효진의 집은 가게에서 매우 가깝고 저녁에 친척들이랑 약속이 있어 일단 먼저 보냈고, 서점 문을 닫은 예정은 바지
태윤은 롤스로이스에 올라타면서 분부했다.“그 새로 산 차 잊지 말고 가져다 놔줘요.”’그건 아내에게 보여주려고 산 건데....잠깐, 아내의 이름이 뭐였지?’"참, 내 마누라 이름이 뭔지 알아요?""....사모님의 성은 하 씨이고, 이름은 예정이며 올해 스물다섯 살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큰 도련님 잘 기억하셔야겠습니다."큰 도련님은 기억력이 아주 좋으시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해도 기억하지 못하신다.특히 여자들은 매일 만나도 큰 도련님은 성이 뭔지도 모르신다."음, 기억할게요."태윤은 무심히 응했다.경호원은 큰 도련님의 말투로부터 다음에도 큰 도련님은 분명히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태윤은 예정에게 더는 관심을 두지 않고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였다.관성 호텔은 발렌시아 아파트로부터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발렌시아 아파트 입구에서 내린 태윤은 혼자 평범한 차로 바꿔 타면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비록 신혼인 아내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자신이 산 집은 기억하고 있었다.태윤은 곧 집 현관에 도착하였는데 왠지 눈에 익은 슬리퍼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이건 내 슬리퍼 아냐? 왜 문밖으로 나와 있는 거지?’태윤은 눈빛이 차가워졌고 얼굴도 굳어져 버렸다. 태윤은 원래 할머니를 구해준 그 여자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늘 그녀를 칭찬하고 심지어는 그녀와 결혼까지 시키니....그때 태윤은 바로 예정에게 호감을 잃었다.태윤은 예정을 가식녀라 여겼다.결국엔 할머니의 말을 듣고 예정과 결혼하기로 하였지만, 일단은 신분을 숨기고 예정이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고 나서, 그다음 예정과 진정한 부부가 되어 평생을 살지 말아야 할지 생각할 예정이었다.‘만약 정말 속내가 깊어 사기치는 거라면, 그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감히 나 태윤에게 사기를 친다고? 어림도 없어!’태윤은 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고 하였는데 문이 안에서부터 잠겨있었다. 태윤의 불만은 더욱
태윤은 자신의 몸매 관리에 철저한 편이어서 절대 함부로 간식을 먹거나 하지 않는다. 그는 다이어트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태윤 씨는 몸매가 참 좋네요""그럼, 나 먼저 방에 가서 자도 되죠? 안녕히 주무세요."예정은 태윤에게 굿나잇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잠깐만."태윤이 갑자기 불러 세운다.예정은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태윤은 그녀을 바라보며 앞으로 잠옷 차림으로 나오지 말라고 말한다.예정은 잠옷 밑에 속옷을 입지 않고 나왔는데, 태윤은 그것들을 모두 보고 말았다.부부이니 자신이 보는 것은 괜찮은데 만약 다른 사람이 봐버리면?태윤은 다른 남자들이 자기 아내의 몸에 눈길이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예정은 삽시에 얼굴이 붉어지더니 얼른 자기 방으로 달려가 방문을 쾅 하고 닫았다."…."태윤은 잠시 앉아 있다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 집은 임시로 산 것이지만 살 때 이미 인테리어가 다 되어 있었다.서둘러 산 집이라 태윤은 미처 방을 정리하지 못했다.매우 만족스러운 건은 예정이 뻔뻔스럽게 같은 방에서 자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부부생활을 하자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고 말이다.하룻밤이 무사히 흘러갔다....다음날 예정은 여느 때처럼 새벽 6시에 일어났다.예전에는 일어나면 아침밥을 먼저 준비하고 방도 치워야 했고, 또 시간이 나면 언니를 도와 빨래도 널어주기도 했다.언니의 집에서 몇 년을 살며 가정부 노릇을 똑똑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한 일이 형부의 눈에는 당연한 것처럼 보여 예정을 가정부로 막 부려 먹었다.예정은 하룻밤을 자고도 낯선 방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기억이 다시 머릿속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언니 집에 있는 줄 알았어. 이제 여긴 내 집이니 더 자도 괜찮아.”예정은 침대에 누워 다시 잠을 청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하였다.이제는 그 시간에 깨어나는 것인 습관이 되어 버렸다
아침 식사를 마친 태윤은 지갑을 꺼내서 살펴보았는데 안에는 현금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카드를 한 장 꺼내 예정의 앞에 내놨다.예정은 의아한 눈길로 태윤을 쳐다봤다."필요한 물건들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잖아, 이 카드를 줄 테니 먼저 쓰고 있어, 비밀번호는…."태윤은 비밀번호를 종이에 적어 예정에게 건넸다."앞으로 이 카드 안의 돈을 생활비로 써. 난 매달 월급이 나오면 그 안으로 넣을게. 하지만 앞으로 뭘 사든 장부를 적어 둬. 얼마를 쓰든 진 상관없지만 어디에 쓰는지는 알아야겠어.”금방 혼인신고를 마쳤을 때 예정은 생활비를 더치페이로 하지 않겠는지 물은 적이 있었는데 태윤은 그때 거절하였었다. 이미 결혼을 한 이상 둘은 부부이며 가족이라고 봤다, 아내에게 돈을 쓰는 것은 응당하다고 생각했다.어차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고....평소에 일도 바쁘고 하여 돈 쓸 곳도 적었다. 마누라 하나 두고 소비할 기회를 늘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렇다고 절제 없이 함부로 쓰는 건 좋지 않으니.....장부는 적어 두는 것이 좋을 거라 여겼다.그녀가 그 돈을 어떻게 쓰든 간에 이 작은 집에 쓸 거라면 그는 아무런 의견도 없을 것이다.예정은 태윤의 이런 태도가 별로 달갑지 않았다.그래서 비밀번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비밀번호가 적힌 종이와 함께 카드를 태윤에게 돌려줬다."태윤 씨, 이제 이 집은 당신 혼자만의 집이 아니에요, 저도 함께 여기에 살고 있어요. 태윤 씨가 이 집을 샀으니 그 외 다른 비용은 더 이상 태윤 씨 혼자서 다 내게 할 순 없어요. 장만할 물건에 필요한 돈은 제가 낼게요.”"40만 원이 넘는 물건을 구입할 때는 미리 태윤 씨랑 상의할 테니 그때 태윤 씨가 알아서 조금만 주면 돼요."예정도 수입이 적지 않은 편이라 가정에 필요한 일상 지출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큰돈을 쓸 때만 태윤이 함께 부담하기를 원했다.예정은 태윤의 돈을 쓰는 게 싫은 건 아니었다, 주로는 태윤의
예정은 언니의 집으로 갔다.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니 언니는 이미 일어나서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었다.“언니.”“예정아 왔어?”예진이 주방에서 기뻐하며 반겼다.“밥은 먹었어? 지금 칼국수 끓이려고 하는데 함께 먹을래?”"이미 먹고 왔어. 국수 다 끓였어? 나 아침밥을 챙겨 왔는데 우빈이랑 같이 먹어.”“아직이야, 우빈이 어제 열이나 난 밤새 잠을 못 잤지 뭐야. 그래서 아침에 늦게 일어났는데 형부가 아침 먹으러 밖에 나갔다가 돌아와서 뭐 아무 일도 안 하고 애들 데리고 있으면서 일찍 일어나 아침 해 주는 줄도 모른다고 혼을 내더라고....”예진은 아주 억울한 듯 싶었다.그 말에 예정은 화가 났다. “우빈이 어쩌다가 갑자기 열이 나? 열이 내려도 이따가 병원에 데려가서 확인 좀 해봐, 열이 다시 반복할 수도 있으니. 형부도 참, 애가 아픈데 도와주지는 않고 욕까지 해? 언니, 나 이사 갔잖아, 형부가 아직도 언니랑 더치페이하자고 하진 않겠지?”예진은 소파에 앉아 동생이 사 온 아침밥을 꺼내 먹으며 답한다. "이따가 우빈을 데리고 병원에 가볼 거야. 네 형부는 나랑 아직도 더치페이를 고집하고 있어. 맨날 내가 돈만 쓰고 돈 벌 줄은 모르니 자기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른다고 해.” "이건 분명 형부의 누나가 가르친 말이야, 형부 누나는 시집가고서도 늘 친정 일에 관심이 많잖아, 예전에 형부가 나한테 잘해줬었는데.... 지금은 다 그 누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사실 예진은 퇴사하기 전에 회사에서 재무 총책임자라는 자리에까지 승진했고, 수입도 꽤 되었었다. 하지만 사랑을 위해서 이렇게나 많은 희생을 하였는데, 시댁 식구들은 비난만 퍼부었다.예진은 돈을 써도 이 집안일에만 썼다. 가끔 옷을 사 입어도 다 여동생이 준 생활비에서 썻고, 또한 옷도 오랫동안 새것을 사지 않았다. 화장품은 말할 것도 없다.하지만 가끔 새 옷과 화장품을 살 때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한테서 말을 들었다. 동생이 준 돈으로 샀다
”가죠.”태윤은 속으로 그녀를 한바탕 욕했지만, 겉으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다. .그녀는 명의상 그의 아내이지만, 그들은 사실 낯선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기사 아저씨는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다시 차를 옮기었다.예정은 자신이 조금 전 남편의 고급차에 부딪힐 뻔했다는 것을 모르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게로 돌아왔다.효진의 집은 바로 근처여서 항상 예정보다 먼저 가게에 도착하여 있었다.바쁜 일을 끝낸 효진은 아침 식사를 주문하여 먹고 있다가, 절친이 오는 것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너 밥은 먹었어?""응.""너주려고 과자 가져왔어. 맛있으니 먹어봐.”예정은 오토바이 열쇠를 계산대에 올려놓고 앉아 사양하지 않고 과자봉지를 가져갔다.”난 단 거라면 다 좋아. 근데 효진아, 아까 오는 길에 롤스로이스를 봤어.”"관성에서 롤스로이스를 보는 것은 흔치는 않은 일인데....차에 타고 있는 사람 봤어?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재벌 집 잘생긴 미혼남?"“…...”"소설에서는 젊고 잘생긴 재벌들이 사방에 쫙 널려 있는데 왜 우리 눈에는 안 띄우는거야?""소설은 모두 구독자 시선에 맞추기 위해 지어낸 것이잖아, 큰 재벌이 아니어도 적어도 각 계층의 엘리트 정도는 돼야지....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을 쓴다면 누가 보겠니?" 예정의 말에 효진은 또 웃었다."참, 예정아, 너 저녁에 시간 있어?""매일 가게랑 집만 왔다 갔다 하는데, 시간많지. 무슨 일 있어?"예정의 생활패턴은 매우 간단하다, 가게의 장사를 관리하는 것 외에 언니를 도와 조카를 돌보는 것 뿐이다."저녁에 연회가 있어. 상류사회의 연회인데, 같이 가서 구경하지 않을래?."예정은 일단 거절부터 하였다. "거긴 내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별로 가고 싶지 않아."예정의 월수입은 적지 않지만, 상류사회의 그 울타리는 너무 높아서 그녀는 비집고 들어가고 싶지 않고, 비집고 들어갈 수도 없었다.듣기 싫은 소리지만, 자기 같은 신분이 그런 고급 연회에
연회가 열리는 곳은 관성 호텔, 이 도시에서 가장 고급 호텔 중 하나이며, 7성급 호텔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예정은 이 호텔이 도대체 7성급 호텔이 옳은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온 적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예정네보다 먼저 호텔에 도착한 효진 고모는 구면인 부인들과 인사를 나눈 뒤 아들딸을 먼저 호텔로 보내놓고 호텔 입구에 남아 친정 조카가 오기를 기다렸다.조카딸을 태우러 가기로 한 자신의 차가 다른 차량 뒤를 따라 천천히 오는 것을 보고 효진 고모는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고모.""효진 고모."예정은 친구를 따라 효진 고모에게 인사를 드렸다.효진 고모는 조카딸이 예정을 데리고 온 것을 알고, 원래는 좀 심기가 불편했었다. 전에 예정을 본 적이 있는데, 부모 없는 이 아이가 자기 조카딸보다 더 이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보통 집안 딸인데, 온몸에서 모두 명문가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예정이 조카딸의 인기를 빼앗을까 봐 걱정되었던 효진 고모는 예정이 시집갔다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드레스가 아닌 평범한 옷을 입고 눈에 띄지 않는 옅은 화장을 하고 악세서리도 착용하지 않은 예정이 예쁘고 화사하게 단장한 조카딸에게 타고난 미모가 가려진 것을 보고 효진 고모는 속으로 예정이 눈치가 빠르고 철이 든 아이구나 하며 만족스럽게 생각했다."자, 내가 너희들을 데리고 들어갈게. 효진아, 초대장을 꺼내, 들어가려면 초대장을 검사 맞히고 등록해야 해.""이제 들어가면 너희 둘은 많이 보고 적게 얘기해 알았지? 적당한 때 내가 다시 사람들을 소개해 줄게. 예정아, 넌 항상 효진보다 더 침착하니까 잘 지켜보고 있어, 얘가 사고를 치지 못하게 해. 관성 호텔은 전씨 가문의 많은 호텔 중 하나인데 그 집 도련님들도 오늘 밤 연회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어.”효진 고모는 조카딸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효진아, 네가 재벌 집 도련님 눈에 든다면 정말 우리 심씨 집안의 큰 복이 될 거야. 다른 재벌 집보다 조용
사실, 전이혁은 이미 할머니를 찾아갔었다. 하지만 할머니도 전이혁 스스로 해결하라고 할 뿐이었다.할머니는 전이혁이 자신이 골라준 상대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이혁이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해도 된다고 했었다. 다만, 반드시 할머니가 요구하는 인성의 사람이어야 했었다.전이혁은 ‘여우’가 비록 다소 급하고 불같은 성격이긴 하지만, 인성이 나쁘지 않았고 이치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녀의 출신을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일 다 끝났어요?”하예정 역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남편에게 물었다.하예정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전이혁을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응, 다 끝났어. 이제 출발하자.”하예정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조카를 불렀다.“우빈아, 책 정리하고, 이제 밥 먹으러 가자.”“네.”우빈이는 대답한 뒤, 바로 책을 정리해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가방을 메더니 두 팔을 벌려 전태윤에게 달려갔다.전태윤은 사랑스러운 조카를 안아 올리고 조카의 코를 살짝 건드렸다.“이모부가 안고 가라고?”“제가 더 크면, 이모부가 저를 안지도 못할걸요?”전태윤은 웃으며 말했다.“그러고 보니, 이모부가 힘이 있을 때 많이 안아줘야겠네. 우빈이가 크면, 이모부도 늙어서 안아줄 힘도 없을 테니까.”전태윤에게 안겨 있는 우빈이는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전태윤은 우빈이를 안은 채 한 손으로 하예정의 손을 잡았다.그런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자신이 불청객이라도 된 것 같아 조용히 뒤따라가며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전씨 그룹에서 관성 호텔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곧 호텔에 도착했고, 그들은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전이혁은 형님 부부와 함께 호텔에 들어가면서도 여전히 이유를 알 수 없었다.한편, 전우는 틈틈이 전이혁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형수님이 왜 밥을 사주신대? 뭔가 좋은 일이 생긴 거 아냐? 동생들이 있다는 거 잊어먹지 말고, 좋은 거 있으면 형 혼자 챙기지 말고, 우리도 좀 나눠줘.]동생의 메시지에 전이혁은 한숨을
전이혁은 어이없다는 듯 따졌다.“형, 아무리 그래도 나 형 동생이야.”“동생이 그렇게 많은데, 그중에 너만 그런 짓을 저질렀더구나. 너 때문에 우리 전씨 가문의 체면이 무너지게 생겼어.”전이혁은 또다시 놀라며 기겁했다.‘전씨 가문의 체면에 먹칠을 할 정도라고? 내가 그렇게 큰 사고를 쳤다고?’“형...”“다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전이혁은 고개를 떨구며 자리를 한쪽 구석으로 옮겼다. 그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벌받는 학생처럼 조용히 시간을 보며 애만 태웠다. 그는 1분이 1년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드디어, 퇴근 시간이 되었고, 전이혁의 괴로운 시간도 끝이 났다.전태윤은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전이혁은 곧장 일어나 마치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전태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전태윤에게 물었다.“형, 피곤하지?”전태윤은 전이혁을 흘겨보며 대답했다.“피곤하지. 네가 좀 도와줄래?”“나도 나름 도와주고 있잖아.”사실, 전씨 가문의 형제들은 모두 가업을 돕고 있다고 하지만, 동생들은 각자 취미나 자신의 사업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전태윤은 오직 가업을 키우고, 전씨 그룹이 관성에서 지위를 굳건히 지키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며 가업에 몰두했다. 그러니 전씨 가문의 큰 짐은 언제나 큰형인 전태윤의 몫이었다.전태윤은 대답 대신 전이혁을 한번 쳐다보며 동생에게 무언의 압박을 보냈다.전이혁도 눈치채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생들은 가업에 참여하며 자신들의 사업 때문에 바쁘다고 하지만 큰형만큼 바쁘고 힘들지는 않았다.전태윤도 모든 걸 짊어지고 힘들다고는 하지만, 동생들에게는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가업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았다. 설사 일을 준다고 해도 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프로젝트를 넘겨주며 그들에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했었다.그러니 큰형인 전태윤이 짊어진 무게와 책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예정아, 나 끝났어.”전태윤은 곧장 하
하예정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전이혁은 깜짝 놀라 다급하게 물었다.“형수님, 제가 무슨 잘못을 한 거예요? 형수님, 말만 해 주세요. 제가 바로 사과드릴게요.”그러면서 그는 머릿속으로 자신이 최근에 했던 행동들을 되짚어봤다.‘형수님을 만난 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지?’관성으로 돌아온 지 고작 열흘 남짓. 그동안 본가에도 가지 않았고, 형님 부부의 오붓한 생활을 방해한 적도 없었다. 전이혁은 아무리 생각해도 하예정을 서운하게 만든 일은 떠오르지 않았다.순간, 전이혁은 차분해지며 확신했다. 자신이 하예정을 서운하게 할 일은 없었다. 자신이 잘못한 게 있다면 큰형이 자신을 직접 불러서 한 소리 하거나, 아니면 부모님께 고자질했을 테지, 이렇게 밥이나 사줄 리가 없었다.“형수님, 저 진짜 심장 멎는 줄 알았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형수님을 화나게 할 일은 하지 않았거든요. 잘못이 있다면 바로 저를 혼냈겟지, 밥을 사주시겠어요?”하예정은 웃음을 터뜨렸다.“맞아요. 도련님은 저한테 잘못한 게 없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눈치를 봐요?”“...”전이혁이 눈치를 보다니, 그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불안한 느낌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미리 전태윤을 찾아와 슬쩍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형수가 이렇게 눈앞에 있으니, 큰형한테서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전이혁은 직접 하예정에게 물어보기로 했다.“형수님, 그럼 제가 했다는 잘못은 뭐예요?”하지만 하예정은 쉽게 대답해 주지 않았다.“지금은 말해줄 수 없어요. 이따 저녁 식사 때 알게 될 거예요. 어찌 되었든, 도련님의 행동이 좀 지나쳤다고 생각해서 말이에요. 형수가 되어서 못 본 척할 수 없더라고요.’“...”전이혁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하예정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고, 간식 몇 가지를 골아와 하예정 앞에 공손히 놓았다.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이 간식들은 다 태윤 씨가 절 위해 준비한 거예요.”그렇다. 전이혁이 신경 써서
우빈이도 귀엽게 인사를 건넸다. 우빈이는 전이혁을 거의 본 적이 없었기에 그와 친하지 않았다. 그러니 전이진을 만날 때처럼 달려가서 안기지도 않았고, 그저 조심스레 전이혁의 호칭을 부르는 게 끝이었다.우빈이를 보자 전이혁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두 팔을 벌렸다.“우빈아, 이리 와. 삼촌이 안아줄게.”우빈이는 하예정을 바라보았고, 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전이혁 한테 다가가 안겼다.“삼촌.”“응. 우빈이 오랜만에 보네. 꽤 무거워졌는걸? 밥 잘 먹어야. 그래야 키도 쑥쑥 크지.”우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삼촌도 저 무거워졌다고 했잖아요. 제가 밥 잘 먹고, 키 커서 무거워진 거예요.”전이혁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맞아. 우빈이 삼촌 안 보고 싶었어?”“아뇨. 삼촌은 자주 못 보니까. 그래서 안 보고 싶었어요.”우빈이의 말에 전이혁은 민망한듯 하예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빈이는 진짜 솔직하네요. 거짓말은 할 줄 모르네.”“아이잖아요. 솔직한 게 좋죠.”우빈이도 한마디 덧붙였다.“우리 선생님은 정직한 어린이가 되라고 했어요. 거짓말은 나쁜 거랬어요.”“그래, 그래. 맞는 말이야. 앞으로 삼촌이 자주 놀러 와야겠네. 그래야 우빈이랑 친해져서, 다음엔 우빈이가 삼촌 보고 싶어 하겠지?”조카와 인사를 마친 뒤, 전이혁은 바쁘게 일하고 있는 전태윤을 바라보며 지금은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전이혁이 이렇게 일찍 찾아온 이유는 큰형을 잘 꼬셔서 하예정이 자신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 이유를 미리 알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예정이 바로 앞에 있으니,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전이혁은 우빈이를 안은 채 소파에 앉으며 하예정에게 물었다.“예진 누나는 아직 안 왔어요?”“우리 언니 요즘 너무 정신없어요. 구정 때나 돼야 올 수 있을 거예요. 지난 주말에 형부가 우빈이를 데리고 언니한테 다녀왔어요.”전이혁도 하예진과 노동명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전이혁이 우빈이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선우민아는 전창빈에 관한 서류를 들고 진지하게 읽어 내려갔다.전창빈의 이력은 복잡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위로 형제가 한 명 있었고 부모님은 이미 은퇴하셨으며 형은 이미 결혼해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전창빈은 스스로 창업하여 작은 성공을 거두었다. 비록 이제는 사장이 되었지만 어릴 적부터 좋아한 요리를 여전히 좋아한다고 적혀 있었다.하지만 이 서류에는 전창빈이 전씨 가문의 여섯 번째 도련님이라는 사실은 적혀있지 않았다. 그것은 비서가 그 정보를 찾지 못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전태윤이 미리 관성에서 손을 써서 선우민아 측에서는 기본적인 정보만 확인할 수 있도록 했을 가능성도 있었다.사실 전태윤은 선우민아가 전창빈의 신분을 알고 부담을 느끼며 동생을 채용하지 않게 될 것을 우려하고 일부러 전창빈의 출신을 숨겼다.하지만 그는 전창빈이 창업하여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숨기지 않았다. 그것은 전태윤이 선우민아가 혹여 전창빈이 너무 가난하다고 생각되어 무시할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또한 모든 재벌가가 전씨 가문처럼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었으니 선우민아의 집안 어른들이 전창빈을 무능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비록 전씨 할머니는 사람의 됨됨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지만 할머니가 고른 손자들의 며느릿감은 하나같이 명문가 출신이었다. 그들 모두 전씨 가문에 걸맞은 배우자라고 할 수 있었다.“어때요? 전창빈 씨 사람은 괜찮죠?”선우정아는 호기심에 가득 차 조바심이 났다.하지만 선우민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그 서류를 동생에게 건넸다.선우정아는 서류를 훑어본 뒤 책상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자기 사업도 있고 가게도 여러 개 오픈했고 게다가 장사도 잘 되고 있네요. 그런 사람이 왜 우리 집안 셰프로 지원했을까요? 우리 집 급여가 높다곤 하지만 지금 전창빈 씨 수입보다는 적을 텐데.”잠시 침묵이 흐른 뒤 선우민아가 입을 뗐다.“아마도 내가 입맛이 까다롭다고 해서 도전을 해보려고 온 것일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기에 부모로서 더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니 선우정아의 아빠는 정말로 자식에 관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 늘 엄마만 자식을 챙겼었고, 덕분에 자식들도 엄마와의 정이 더 깊었다.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쓸데없는 소문 좀 그만 듣고 다녀. 응?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야.”“우리 같은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 없어. 모든 게 다 받쳐주잖아.”그리고 그녀는 한 마디 덧붙였다.“우린 일단 스스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고, 명문가라 큰 배경도 있어.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상한 남자를 만나지 않는 이상, 절대 불행할 일은 없어.”선우정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선우민아에게 장난스럽게 물었다.“그것도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언니는 언제 남자 친구를 사귈 거예요? 나도 형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선우민아는 발끈하며 똑같이 장난스럽게 선우정아를 나무랐다.“어디 동생이 건방지게. 언니가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어? 게다가 주위에 능력 있는 남자들은 이미 결혼했고, 나머지는 눈에 차지도 않아. 그러니 네가 조급해할 필요 없어.”“난 운명을 믿어. 인연이 있다면 천 리 밖에서도 만나게 될 것이고, 인연이 없으면 바로 눈앞에 있어도 몰라볼 거야.”“자, 이제 가서 할 일이나 해. 다섯 시에 같이 퇴근해서 저녁 먹자.”규정대로라면, 회사 퇴근 시간은 오후 다섯 시 반이었다. 하지만 선우민아는 워낙 워커홀릭이라 손님 접대 약속이 있지 않는 이상 모든 직원이 퇴근한 후에도 여전히 사무실에 남아 일을 했고, 보통 저녁 일곱 시쯤 되어야 회사에서 나왔다.그런 그녀가 오늘 오후 다섯 시에 퇴근하겠다고 한 건,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선이었다. 어찌 되었든 새로운 셰프의 최종 면접이니, 그녀가 직접 눈으로 보며 전창빈이라는 사람을 평가해야 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창빈이 한 요리가 그녀의 입맛에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동생이 서둘러 퇴근하고 싶어 할 정도이니, 그
선우정아는 웃으며 말했다.“언니가 먹을 만한 거면 아주 훌륭하지 않아요? 눈 뜨고 온 A시를 둘러봐도 언니가 먹을 수 있는 정도의 디저트를 만들어 낼 파티시에가 몇이나 되겠어요?”선우민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잠시 후, 그녀는 선우민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정아야, 솔직히 말해 봐. 너 혹시 전창빈 씨에게 첫눈에 반한 거 아니야? 유독 전창빈 씨한테 관심을 보이네. 전창빈 씨가 우리 집 셰프가 될 수 있을지도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만약 그렇다면, 너희 집 셰프로 고용하면 되잖아. 그러면 매일 전창빈 씨가 한 음식도 먹고, 자연스럽게 연애도 할 수 있지 않겠어? 그런데 전창빈 씨는 어디까지나 셰프일 뿐이야. 현실적으로 너랑 차이가 꽤 커. 과연 이모랑 이모부가 셰프를 사위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우리 부모님이라면, 분명 반대하실 거야.”선우씨 가문은 A시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였다. 가업도 탄탄했고, 사위에 대한 기준 역시 무척 높았다.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무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다만, 그녀 역시 같은 수준의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야 차이가 크지 않고, 지식적인 것은 물론 시야가 비슷해 함께 나눌 대화거리도 많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웃으며 대답했다.“언니, 난 그저 단순히 셰프로 존경하는 거예요. 전창빈 씨의 요리 실력이 뛰어난 건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나이도 어리고, 내가 본 최연소 셰프라고 과언이 아니에요.”“전창빈 씨는 셰프이긴 하지만, 다른 셰프들과는 다르게 품격이 있고, 우아한 기품이 흐른다고 해야 하나. 난 전창빈 씨가 앞으로 큰 인물이 될 거라고 확신해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입을 삐죽이더니 말을 덧붙였다.“우리 부모님은 눈이 너무 높아요. 이 세상에 자기 딸이랑 어울리는 남자는 없다고 생각하실걸요? 내가 진짜 공주도 아니고, 자기 딸은 외모도 출중하고 능력도 있으니, 왕자와 결혼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에요.”“ 또 가끔은 그러세요. 우리나라에 왕자가 없다는 게 안
전태윤도 하예정의 말의 동의했다. 그도 곁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 없이 당사자끼리 직접 만나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이혁이도 알겠다고 했으니, 저녁에 올 거야.”“당신이 하는 일이라면 걱정 안 해요. 그럼, 마저 일 봐요. 나도 해야 할 일이 남았어요.”“그래, 너무 무리하지 마. 너무 오래 앉아 있지 말고, 가끔 일어나서 걸어 다니는 게 좋을 거야.”하예정은 아직 임신 초기라 몸이 무겁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았다.“알았어요. 내가 당신보다 우리 아기를 더 소중히 여기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요.”그 둘은 서로 몇 마디 더 주고받더니, 하예정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그 시각, 원림성 A시.전창빈이 혼자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집사는 오늘 아침 일찍 그가 부탁한 식재료들을 제일 신선한 것들로 준비해 놓았다. 집사는 전창빈이 어떤 요리를 만들지 몰랐기에, 그저 식재료만 준비해주고 따로 도와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창빈은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이 혼자서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어차피 한 상을 거하게 차리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선우민아를 위해 몇 가지 음식만 준비하는 것뿐이었으니, 그에게는 오후 반나절의 시간만 주어져도 충분했다.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그녀의 식사만 준비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었다. 선우민아는 선우씨 가문을 다스리는 대단한 인물이었고, 오늘 저녁은 가족들도 그녀와 함께 식사를 하려고 할 것이었다. 무엇보다, 가족들은 오늘 전창빈이 최종 면접을 넘을 수 있을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참석할 것이었다. 그러니 전창빈은 비록 메뉴는 적었지만, 양만큼은 가문 사람들이 전부 먹어도 될 만큼 넉넉하게 준비했다.하지만, 선우민아는 그저 새로운 셰프 면접을 위해 비서에게 저녁 약속을 취소하거나 미루라고 지시하고, 집에서 식사하겠다고 했을 뿐. 셰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음식을 준비하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정확히 말하면, 셰프 면접이 아니라 지원자 면접이었
전태윤은 동생이 무엇을 걱정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할 일을 다 했고, 전이혁도 이미 약속에 승낙했다. 설령 전이혁이 뭔가 눈치를 챘다고 해도 약속을 번복할 용기는 없었을 것이었다. 전이혁이 아직 전태윤을 형으로 인정하는 이상, 약속을 어길 생각은 못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전태윤은 전화를 끊은 뒤, 곧장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어 미션 성공을 보고했다. 그러면서 하예정이 갑자기 전이혁을 초대한 이유를 물었다.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이혁 도련님의 신부가 될 사람이 직접 찾아왔어요. 할머니께서 도련님에게 정해준 사람이래요.”“...”전태윤은 잠시 놀라 말문이 막혔다.“뭐? 이혁이의 미래 신부가 직접 찾아왔다고? 근데 왜 당신을 찾아갔대? 이혁이를 찾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그는 당황스럽다가도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아영 씨가 그러는데, 도련님이 가끔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답장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도련님이 어디 사는지도 몰라서 나한테 물어보러 왔대요.”“내가 오후에 사무실로 돌아왔더니 다들 어떤 미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예요. 혹시 당신이 나 몰래 바람을 피우고, 그 여자가 날 찾아와서 이혼이라도 하라고 하는 줄 알았대요.”전태윤은 순간 발끈했다.“그럴 리가 있나. 우리가 부부로 지낸 게 얼마인데, 내가 당신을 향한 마음은 해와 달도 알 정도야. 그러니까 나 믿어. 난 평생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만약 누군가 찾아온다면, 그건 그쪽이 나한테 들이댄 거지,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거야.”전태윤은 스스로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유혹하려는 여자들이 단순히 그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의 신분과 지위를 탐내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설령 전태윤이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고 해도 그가 전씨 가문의 후계자인 이상, 그런 여자들은 끊이지 않고 나타날 것이었다.무엇보다, 그는 다른 사람 때문에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은 더욱 없을 것이었다. 하예정은 가끔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