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효진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발렌시아 아파트가 고급 아파트긴 한데, 롤스로이스를 끌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롤스로이스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별장에서 살아야 하는 거 아니야?""전태윤 씨 말로는 애가 근처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발렌시아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거래, 애가 학교 다닐 때 편하라고. 별장이 여러 개 있을 수도 있어."심효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네. 우리 가서 쇼핑하자. 참, 전씨 가문 할머니도 온다고 했지?""안 오신대.""왜?""집주인이 못 오게 해서."심효진은 말문이 막혔다.하예정의 집주인은 전태윤이 아닌가? 전씨 가문 할머니의 손자인데, 할머니가 같이 주말을 보내겠다는데 손자가 못 오게 하다니. 너무 불효막심한 것은 아닌가?하예정과 심효진이 차를 타고 소희 카페를 떠났다.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백화점에 도착했다.백화점에 들어가서 쇼핑을 마친 두 사람은 양손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그순간, 하예정은 전태윤과 쇼핑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전태윤이 곁에 있었으면 아무리 많이 사도 들어줄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심효진은 물건을 차 트렁크에 내려놓고 헥헥거리면서 말했다. "이럴 땐 남자가 곁에 있어야 하는데, 이것저것 다 사다 보니 너무 많아져서 무거워 죽는 줄 알았네. 이렇게 많이 사지 말아야 했는데."하예정은 그 말에 그저 웃기만 했다.그들은 절친이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생각하는 것마저 이렇게 똑같지 않은가.전태윤과 쇼핑했을 때 좋았던 점을 떠올리자마자 친구인 심효진이 바로 말을 하다니."그럼 빨리 남자 친구를 사귀던가. 쇼핑이 많이 편해질 거야."심효진은 운전석에 앉아 안전띠를 매면서 말했다. "그게 쉬운 일인가? 나랑 잘 맞는 데다 마음까지 동하는 사람을 찾아야지.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다면 나도 이렇게 혼자 살지 않았을 거야. 집에서 하도 결혼하라고 재촉해서 이제는 집에도 가기 싫어.""아직 인연을 못 만난 거야. 급할 것 없어, 겨우 스물다섯 살인데, 아
두 사람은 하예진이 사는 아파트로 향했다.차에서 내리면서 익숙한 차를 발견한 하예정은 표정이 굳어버렸다."왜 그래?""언니 시누이의 차가 와 있어. 언니한테 한마디 하려고 온 게 분명해. 그 사람은 우리 시골 친척들과 막상막하일 정도로 막무가내야."하예정의 말을 들은 심효진이 급하게 말했다. "빨리 올라가자. 예진 언니를 괴롭히고 있으면 우리가 같이 쫓아내야지."하예정이 물건을 들고 걸어가자 심효진은 재빨리 따라갔다.주씨 집안에서 사람이 온 것이 맞기는 했다. 찾아온 사람은 주서인 두 모녀였다.그들은 하예진 더러 그들 집으로 가서 주형인을 데려가라고 온 것이었다.주형인은 본가로 돌아가서 지냈지만 식사는 누나네에서 해결했다. 왜냐하면 주형인의 부모는 누나네인 주서인의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서 밥을 했기 때문이었다.주형인 부모의 집은 주서인의 집과 아주 가까웠다. 같은 동네에 있는 맞은편 건물이었다.주서인은 부모님이 매일같이 동생에게 맛있는 것을 많이 사주는 것을 보자, 비록 주서인의 식구들도 같이 먹었지만 부모님이 편애한다는 생각에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동생이 돌아오자마자 그렇게 비싼 음식들을 하다니.하지만 다행히도 주서인은 싹수가 없지만 염치는 있어서 자기의 불만을 털어놓지 않았다.주서인은 부모님이 오랜 기간 도와준 탓에, 도움을 독차지하는 것에 익숙해졌다.동생이 집에서 며칠 지내자, 주서인은 동생과 동서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동생을 자기 집에서 쫓아내려고 했다."예진아, 부부는 모두 싸우면서 사는 거야. 평생 한 번도 안 싸우는 부부는 없어. 싸우면 며칠 동안 쳐다보지도 않다가 결국 화해하는 거야. 앞으로도 계속 같이 살 거잖아?""형인이는 남자잖아, 남자 자존심이 있지. 지금 분명히 후회하고 있을 거야. 그날 널 먼저 때린 것은 그 자식이 잘못한 거야. 우리도 그 자식의 편을 들어줘서 미안해. 그래도 기회를 주고 네가 찾아가서 집으로 데려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세 식구가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하예정은 문을 열
주우빈은 좋다고 하지도, 싫다고도 하지 않다. "아빠 출근해요."주우빈은 엄마와 이모가 돌보고 있어 아빠라는 사람은 주말에나 한번 만날 수 있었다. 평소 주우빈이 깨어났을 때, 아빠는 일찍 출근했고, 밤에 그가 잠들었을 때, 아빠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주우빈은 아빠에 대한 감정이 정말 깊지 않았다.아빠는 집에 있어도 그와 놀아주지도 않았고, 계속 핸드폰만 했다."예진아, 봐라, 우빈이 며칠째 아빠를 못 보니까 애가 감정에 둔해지지 않았니. 그러면 아이 성장에 좋지 않아. 남자애의 성장에 아빠가 없어선 안 된다? 아빠가 가르쳐줄 일이 얼마나 많은데."김은희는 손자가 아빠를 보고 싶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녀는 아이가 문제로 며느리를 고개 숙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도 못 하게 어린 손자가 아빠를 보고 싶지 않다고 한 것이다.다행히 그녀는 약삭빠르게 손자의 말을 받아치며 말했다.하예진은 시어머니의 두 눈을 뚫어지게 보며 냉담하게 말했다. "주형인이 집에 있어도, 형인이가 아이를 돌본 걸 본 적 있어요? 저희 아이지만 항상 저 혼자만 돌보고 있었어요. 아이를 돌보기는커녕 놀아준 적도 없어요.""주말에 한가하게 집에 있을 때, 핸드폰으로 친구랑 수다나 떨지 않으면 영상이나 보면서 멍청하게 웃기만 하고 아들이랑 놀아 줄 생각도 하지 않았죠. 그런 아빠랑, 우빈이 무슨 교감이 생길 수 있나요?"감정은 교감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아무리 혈연으로 이어진 사이라고 해도 서로 함께 지내며 교감을 나누지 않으면 사이가 좋을 리가 없었다.김은희는 입술만 달싹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주서인이 받아치며 말했다: "형인이 평소에 일하느라 바빴잖아. 주말에나 쉴 텐데, 푹 쉬고 싶었겠지. 너는 출근 안 하고 집에서 매일 애만 보고 있잖아. 집안일로 바빴다고는 하지 마. 그 전엔 네 동생이 얹혀살면서 집안일 많이 도와줬잖아. 넌 집안일도 별로 안 했어. 네가 제일 많이 한 건 먹는 거였겠지. 지금 봐봐, 살이 얼마나 쪘니?"주형인만 뚱뚱해지고 못생겨진
하예정은 물건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우빈이를 안아 들며 다정하게 물었다. "우빈아, 죽 먹고 있었어?"주우빈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우빈이 죽 먹고 있어요.""배 불리 먹었어?"주우빈이 배를 만지면서 고민하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우빈이는 아직 덜먹어서 배가 부르지 않았다.하예정이 웃으면서 소파에 앉아 언니 손에서 반쯤 남은 죽을 건네받으면서 말했다. "우빈아, 이모가 죽 먹여줄까?""네.""언니." 심효진은 하예진을 부르며 물건을 식탁에 내려놓은 뒤 주씨 모녀에게는 고개만 까딱했다.하예진은 하예정의 도움을 받아 우빈이에게 밥을 먹인 후에 몸을 돌려서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말을 건넸다. "저는 절대로 형인이를 데려오지 않을 거예요. 형인이가 집에 들어오고 싶으면 스스로 들어올 것이고, 아니면 어머님과 형님이 계속 돌봐주세요."하예진은 주형인이 준 생활비를 그에게 되돌려줬다. 부부가 서로 체면을 차리고 있는데 더 이상 대화할 필요가 없었다.하예진은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의 가장 큰 잘못은 주형인을 철석같이 믿은 것이었다.주서인이 말을 하려고 하자 김은희가 그를 가로막았다.김은희가 웃음을 짜내면서 말했다. "그래, 나 돌아가면 형인이한테 집에 돌아가라고 얘기할게. 예진아, 형인이가 돌아오면 말다툼도 하지 말고 싸우지도 말거라. 형인이가 밖에서 일하는데 체면을 살려줘야지. 그렇게 얻어맞으면 사람들 보기 부끄러워서도 일하러 못 나가. 돈을 벌지 못하게 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너희 가족이야."예진이가 비웃으면서 말했다. "형인이는 한 달에 생활비를 50만 원씩 줬는데, 한 푼도 더 주려 하지 않았어요. 더치페이를 하면서 지금은 한 달에 25만 원만 주고 있는데, 전부 다 우빈이 생활비래요. 형인이 월급은 저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하예진도 일을 안 해본 게 아니었다.결혼하기 전만 해도 그녀는 주형인과 같은 회사에 다녔었다.주형인은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한 달에 최소 500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예진이 말대꾸하자 김은희는 입술만 달싹였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아들과 며느리의 더치페이는 김은희가 먼저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 더치페이가 아니었더라도 아들이 돈을 며느리에게 주지 않은 사실 역시 알고 있었다."엄마, 우리 가자."하예진의 태도에 불만을 가진 주서인은 김은희가 말을 하기도 전에 엄마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가기 전에 하예정과 심효진이 가져온 물건을 흘겨봤다.집 밖으로 나온 주서인이 김은희에게 말을 했다. "엄마, 하예정과 갑자기 결혼한 남자가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는데, 월급이 어머어마한 거 아니야? 하예정이 여기 올 때마다 항상 한 보따리 사 들고 오잖아. 내가 아까 잠깐 봤는데, 엄청 비싼 과일이었어.""두리안이며 체리며, 다 엄청 비싼 과일이잖아. 두리안은 한 개에 거의 5만 원이고 체리도 키로당만원은 넘어."딸의 말에 김은희가 대답했다. "네 동생 월급을 생각해 봐. 하예정의 남편은 전 씨 그룹에서 일한다잖니. 네 동생도 전 씨 그룹은 관성에서 가장 큰 대기업이라잖아. 엘리트 중의 엘리트만 들어갈 수 있는 기업이라고.""형인이 말로는 자기 능력으로도 전 씨 그룹에 들어가기 힘들대. 하예정 남편은 능력도 좋으니 수입도 네 동생보다 많이 높겠지. 그리고 하예정은 자기 언니한테 잘해주잖아. 형인이 돈을 주지 않으니 하예정이라도 자기 언니를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전태윤은 하예정과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알콩달콩하니 돈이 아깝지 않겠지. 그런데 하예정이 계속 자기 언니한테 돈을 주면 전태윤도 나중에 짜증 내기 마련이야. 자기 아내가 계속 친정 식구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김은희가 표독스럽게 말을 했다. "두고 봐, 하예정도 조만간에 남편한테 버림받을 거야. 이렇게 돈 흥청망청 쓰는 여자를 누가 좋아하겠어? 집에 돌아가면 형인이한테 말해야지, 절대로 예진이한테 돈을 주지 말라고. 예진이가 하예정한테 계속 돈을 달라 하면, 하예정의 남편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언제까지 날뛰는지 지켜보자
"난 조금 걱정돼. 형인이 지금 서현주 말만 고분고분 듣는다니까. 그 계집애도 참 여우 같은 게, 한 번도 형인이랑 잠자리 한번 가진 적 없잖아. 가지지 못할수록 갖고 싶어진다더니 형인이 더 안달 내잖아.""두 사람이 만약 결혼이라도 해서 형인이가 월급 통장을 갖다 바치기라도 하면 우리 모두 힘든 나날 보내게 될 거야."주서인은 동생이 매달 부모님께 생활비를 주던 것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그 돈을 모두 가정을 돌보는 데 썼고 덕분에 그녀도 적지 않은 이익을 봤다. 이런 좋은 일을 올케에게 뺏길 수 없다 생각한 주서인은 하는 수 없이 대답했다. "됐어요, 그건 형인이랑 하예진 일이니까 부부간에 알아서 하라고 해요.""형인이 계속 하예진한테 숨기고 들키지만 않는다면 나도 굳이 걔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세상에 믿을 남자 하나 없어. 좀 잘난 것 같으면 다 밖에 애인 하나쯤 둔다니까."김은희는 오히려 아들이 능력 있다 생각했다. 애 아빠가 돼서도 밖에서 그렇게 젊고 예쁜 여자애를 만났으니 말이다.어차피 그녀의 자식은 아들이니 어찌 됐든 손해 볼 건 없다 생각했다.하예진은 시어머니랑 형님이 자신의 험담을 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모녀 둘이 형인을 도와 바람난 사실까지 숨겨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얄미운 두 모녀를 떠나보낸 후 그녀는 여동생과 효진에게 얘기했다. "예정아, 효진아. 너희 뭘 또 이렇게 많이 사 가지고 왔어.""효진 언니, 그냥 과일이랑 간식 좀 사 온 거야, 비싼 것도 아닌데 뭘."심효진은 웃으며 대답했다. "어차피 집에 언니랑 우빈이만 있으니까, 얼마를 사든 어차피 다 둘이 먹을 거니까 많이 샀지. 언니 다 못 먹는 건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천천히 꺼내 먹어."그녀는 주서인이 떠나기 전에 이 물건들을 두 번 힐끔거리는 걸 유심히 봤다.지난번에 하예정 부부가 하예진에게 보낸 물건을 주형인이 자기 부모와 누나에게 주는 바람에 하예진은 화가 나 넘어갈 뻔했었다.하예정은 조카 먹을 것을 챙겨준 후 새 장난감을 건네주면서 옆에서 혼자 놀게
하예정은 짧게 말을 더 보탰다. "나는 그냥 언니한테 주의만 주는 거야. 일자리 문제는 언니도 너무 급해하지 말고."심효진도 말했다. "천천히 알아봐도 돼요. 자기한테 딱 맞는 일자리 찾는 건 확실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우리 가게 나오는 건 어때요? 제가 월급 정산해 줄게요. 아니면... 언니도 가게 하나 차리지 않을래요?"아들이 노는 것을 보며 하예진은 무력하게 얘기했다. "나 가게 차릴 돈 없어... 어떤 가게 열지도 모르겠고. 알잖아, 요즘 장사하는 것도 쉽지 않은 거."동생의 서점은 마침 관성중학교 앞이라 가게 장사가 꽤 잘 됐던 거지 만약 다른 위치였다면 잘 될지도 알 수 없었다.관성중학교 문 앞은 작은 가게들은 임대료도 많이 비싼 데다 아무나 빌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느 정도의 인맥이 필요했고, 하예정의 그 가게 역시 심효진 집안에서 아는 사람을 통해 어렵게 구한 것이었다."언니, 아니면 내가 그 공예품 땋는 거 가르쳐줄게. 그걸로 언니 인터넷에서 온라인 스토어 하나 열지 않을래? 그러면 언니 이걸로 집에 앉아서 돈도 벌고 우빈이도 돌볼 수 있잖아, 나 지금 스토어 하고 있는데 장사 엄청 잘 돼. 예약 상품이 많아서 예약 주문 되게 많이 들어오거든. 바빠서 정신이 없을 정도야."이번 달에 온라인 스토어로 번 돈은 서점 매출보다 훨씬 많았다. 서점에서 이번 달에 학생들에게 여러 건의 학습자료를 주문해 줬지만 온라인 스토어의 이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예정은 돈복이 터졌다고 생각했다.온라인 스토어도 벌써 몇 년 차 접어들었지만 내내 수익이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가. 이번 달부터 뜨기 시작했고 게다가 리뷰도 모두 호평이었다."나도 온라인 스토어 경영 확장해 보려고, 공예품뿐만이 아니라 헤어 액세서리 만드는 것도 배워보고 싶어. 나 그런 빈티지 액세서리 되게 좋아하거든."심효진은 친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꽤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하예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예정아, 나는 너처럼 그렇게 뛰어난 상상력이 없어. 네가 땋는
이미 한 달이 지났고 아직 5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이 시간이 지나면 두 사람은 다시 싱글로 돌아갈 거고 각자 재혼하게 되면 더는 아무 사이도 아니게 된다.소정남과 이동명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이동명이 물었다. "너희 전씨 가문 남자는 이혼 못 하지 않아?""나는 예외야."전태윤은 쌀쌀맞게 얘기했다. "나와 하예정의 혼인, 너희도 알다시피 내가 이혼한다 해도 할머니는 나한테 뭐라 못하셔. 다른 사람은 더더욱. 억울한 걸 알 테니까."맞다, 그는 억울했다.할머니의 은혜를 갚아준답시고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아내로 맞았다. 결혼하고 나서도 나름 관대하게 포용하며 그녀를 이해해 줬지만, 하예정은 어땠던가?말로는 언니 집에 간다고 해놓고, 알고 보니 김진우와 같이 밥을 먹고 있었다.질투해 놓고 절대 인정하기 싫었던 전 도련님은 자연스레 심효진의 존재를 무시해 버렸고 심효진과 김진우가 사이가 아주 좋은, 그것도 사촌지간인 것 역시 무시했다.소정남과 이동명은 할 말을 잃었다. "...""앞으로 절대 회장 사모라고 불러주지도 마! 그 사람 그럴 자격도 없어!"소정남이 말했다. "며칠 전만 해도 아내가 사준 옷 입고 회사에서 하루 종일 자랑이더니, 오늘은 왜 태도가 싹 변하냐, 두 사람 혹시 싸운 거야?"전태윤은 소정남을 노려봤다. "짜증 나니까 말 걸지 마."소정남에게 그런 소리를 들은 전태윤은 부끄러움에 벌컥 화를 냈다.그는 늘 슈트만 입다가 처음으로 그렇게 싼 옷을 입었다. 왜냐하면 그건 하예정이 사준 옷이었으니까. 앞으로 파트너로서 한동안 함께 살아야 할 텐데 그녀의 체면도 좀 세워주고 싶어서 그녀가 사준 옷을 입은 것이었다.그런데 뭐람, 온 하루가 지내도록 하예정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전태윤은 하예정이 자신이 사준 옷이 어떤 건지 설마 기억 못 하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싸울 기력 따위도 없어! 가자, 우리 호텔로 가서 술이나 한잔해, 내가 산다."전태윤은 가뜩이나 기분도 언짢았는데 친구가 그렇게 말하니 기분이 더 나빠져서
“알고 있어,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경비원이 알려줬어.”서지혜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만만치 않아 보여요, 무슨 연고로 찾아왔는지 몰라요. 성 대표님이 어느 회사냐고 물었지만 말하지 않았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도 말하지 않았어요.”“성 대표님은 하 대표님의 연적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하예정은 실소를 지었다.“젊은 여성이 찾아온다고 다 나의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 만약 나의 연적이었다면 언니가 아영 씨를 들여보내지 않았겠지.”서지혜가 말했다.“그건 성 대표님이 몰랐기 때문이에요. 우리 모두 그렇게 의심하고 있어요. 어쨌든 하 대표님 조심하세요.”전태윤 같은 우수한 남자는 수시로 그를 사모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그래서 하예진에게는 수시로 연적이 나타났다.“알았어, 조심할게. 내가 조심해도 소용없어, 그들이 나와 태윤 씨를 빼앗는다면 내가 태윤 씨를 집에 가두어도 연적이 나를 찾아올 거야.”모든 일에 마음을 넓게 먹었던 하예정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더 많은 여자가 전태윤을 좋아할수록 그녀는 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이 그녀를 일편단심으로 대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복 받았다고 생각했다.서지혜는 하예정을 따라 VIP룸에 들어갔다.서지혜가 VIP룸 문을 열자 젊고 예쁜 기품이 고상한 여인이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앉은 자세를 본 하예정은 그녀가 어느 명문가의 딸일 것으로 추측했다.하예정은 할머니와 시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아 예전보다 고귀하고 우아해졌지만 이 여성과 비교하면 자신의 내공이 부족하게 느껴졌다.그들의 말처럼 집안이 부유하지 않으면 명문가의 자녀일 것이다. 그녀의 기질은 하루아침에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도아영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하예정을 본 그녀는 일어섰고 하예정이 다가오자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아영 씨, 안녕하세요.”하예정은 상대방의 이름이 도아영이라는것은 알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물론 노동명도 건드리면 화를 낸다.그들은 머리가 문에 끼인 것이 아닌 이상 노동명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노동명이 온 것을 본 모든 사람은 그에게 인사했다.식당 직원은 이미 노동명의 점심 식사를 준비해서 한 테이블에 차려놓았다.노동명은 몇몇 고위층 관리들과 함께 앉아서 식사했다.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대표로서의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퇴근 후 그들은 일 얘기를 하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허풍을 떨었다.노동명은 퇴근 후에는 신경이 너무 긴장되지 않도록 스스로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노동명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회사 사람들과 함께 식사했고 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와 관성 호텔에서 식사했다.식사 후 그들 부부는 옥상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낮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했다.낮잠을 자고 일어나 각자 자기 회사로 돌아가 일을 했다.하예정의 차가 회사에 들어서자 당직 경비원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아영 씨라는 분이 하 대표님을 찾으세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를 모시고 들어갔어요.”도아영?차를 세운 후 차에서 내린 하예정은 경비원에게 물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 말했나요?”그녀가 아는 여성 지인분 중 도아영이라는 사람은 없었다.하예정은 그녀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경비원이 대답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는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다만 하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가 원래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때마침 성 대표님이 돌아오셨어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가 하 대표님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들여보내셨어요.”경비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하 대표님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고 매우 아름다웠고 품격이 있어 보였어요. 평소에 하 대표님이 들고 다니던 가방을 들고 왔는데 내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요.”“하 대표님, 젊은 여성이 찾아왔으니 조심하세요.”그 뜻은 하예정의 연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하예정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하예정의 남편인 전태윤은 관성에서 전
비서가 대답했다.“저도 그냥 노 대표님에게 말했을 뿐이에요. 평소에 직업 정장을 입으시던 분이 갑자기 예쁜 일상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건 누군가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일 거예요.”“아마 열애 중일 수도 있어요. 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여 예쁘게 꾸민다고 했어요.”고개를 돌려 비서를 본 노동명은 웃으면서 말했다.“여자를 잘 아는가 봐.”“노 대표님, 저 두 아이 아빠예요. 가정이 있는 남자라 여자 마음을 당연히 잘 알죠.노 대표님도 예진 씨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저에게 물어보셔도 돼요.”“애초에 너에게 물었으면 지금쯤 예진이와 행복한 가정을 꾸렸겠지.”노동명은 농담하며 말했다.“나는 여자의 마음을 잘 몰라, 하지만 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알아.”“진심으로 대한다면 예진이도 나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거야.”“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예진이가 내가 필요하면 제일 먼저 나서서 도와줄 수 있고 위험에 처하면 제일 먼저 곁으로 갈 수 있는 것이 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다고 생각해.”하예진은 그가 선물한 명품을 받은 적이 없었다.기껏해야 그가 선물한 꽃다발을 받았다.하예진은 물질을 중요시하지 않는 여자였기에 그는 오직 옆에 함께 있어 줄 수밖에 없었다.옆에서 함께 하며 묵묵히 지켜주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이다.비서는 노동명과 몇 해 동안 일하며 그와 하예진의 사랑을 지켜봐 온 산증인이다. 노동명은 처음에 하예진에게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전태윤의 처형이고 하예정의 언니였기 때문에 노동명은 하예진에게 일할 기회를 주었다.그때 그는 하예진을 뚱뚱하다며 매일 일찍 회사에 출근해 달리기해서 살을 빼라고 했다.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노동명은 하예진을 사랑하게 되었다.한 명은 돈을 노리지 않고 한 명은 외모를 신경 쓰지 않는다.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노 대표가 하예진을 좋아하게 됐을 때 그녀는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했다.다만 그때 노동
노동명이 하예진을 좋아할 수 있는 것도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점차 그녀에게 끌려서 사랑하게 된 것이다.그는 상대방에게 첫눈에 반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정이 생기는 편이다.그녀는 기회만 준다면 자신이 하예진보다 더 우수하기에 노동명에게 자신의 좋은 점을 보여준다면 마음을 바꿔 그녀를 선택하리라고 생각했다.사업 이야기를 마쳤을 때 식사 시간이었다.장월은 노동명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했다.노동명은 장월의 초대를 완곡하게 거절하며 말했다.“지금은 거동이 불편해 친구들과 회식하지 않는 한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어요.”“그럼 좋아요, 노 대표님이 완쾌되시면 다시 제가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너무 의도적으로 행동하면 노동명의 반감을 살까 봐 걱정되어 그녀는 무리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면 그녀와 선을 그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노동명은 미혼여성과 접촉하는 일이 거의 드물었다.노씨 그룹과 협력하는 대표 중 여성이 있더라도 그녀와 같은 중년층이며 대부분은 할머니급이었다.그녀가 남편을 대신해 시댁의 가문을 지탱하고 또 아들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노동명은 그녀 회사와의 협력관계를 직접 책임지지 않았을 것이다.노동명의 눈에 그녀는 시댁이 있는 결혼한 여자로 보였다. 남편이 죽더라도 그녀는 다른 곳에 시집을 가지 않고 시댁을 떠나지 않는 한 외부 사람들의 눈에는 시댁이 있는 여자로 보일 뿐 독립적인 개인이 아니었다.노동명이 그에게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할 수가 없었다.“비서에게 장 대표님을 배웅해 드리라고 할게요.”노동명은 장월을 배웅하기 위해 일어나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했던 그는 누가 오더라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사람들도 그를 이해해 주었다.장월은 웃으면서 노동명과 악수하며 말했다.“노 대표님, 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노동명은 비서에게 장월과 그녀의 비서를 배웅하라고 했다.일 층까지 장월과 그의 비서를 배웅한 노동명의 비서는 두 사람이
남편이 살아있을 때 장월은 커피를 여유롭고 편안하게 마셨으며 그녀에게는 일종의 즐거움이었다.지금 그녀는 기운을 북돋아 일을 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 예전과 같은 여유로움은 이미 사라졌다.노동명은 비서더러 장월에게 커피 한잔을 가져다드리라고 했다.그리고 그는 말했다.“나는 따뜻한 물 한 잔 줘, 태윤이 회사에서 커피를 마셨어.”그는 보통 오전에만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에 오후에는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노 대표님, 전씨 그룹에 다녀오셨어요?”장월은 미소를 지으며 노동명에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했다.“네, 급한 일이 있어서 전씨 그룹에 가서 태윤이를 만나서 얘기 좀 나눴어요.”노동명이 깊게 말하려고 하지 않자 장월도 눈치껏 더 이상 묻지 않았다.노동명과 소정남 그리고 전태윤까지 세 사람은 형제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관성의 상류층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이 3대 가문은 개인적인 친분도 매우 두텁다.전태윤이 하예정과 초고속으로 결혼한 후 노동명이 하예진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가 천천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노동명과 전태윤의 우정은 더 돈독해졌다.만약 노동명이 순조롭게 하예진과 결혼한다면 그와 전태윤은 동서지간이 될 것이다.소정남의 아내와 하예정 또한 절친이다.장월은 갑자기 하예정은 복이 많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왕성하게 한다고 느꼈다.그녀는 운이 좋게 전씨 가문에 시집가서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그녀의 절친과 이혼한 언니까지 잇따라 부잣집에 시집갈 수 있었다.하예정과 친한 사람들은 모두 잘 되었다.성씨 가문의 딸 성소현은 예전에 명성이 악랄했다. 모두 그녀가 교활하고 제멋대로이며 독단적인 데다 안하무인이라고 말했다.하예정이 이경혜와 관계를 확인한 후 그녀와 성소현은 사촌이자 좋은 친구가 되었다.그 뒤로 성소현의 명성은 점점 좋아졌고 두 사람은 협력해 회사를 설립해 모닝 프레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도 잘되고 있다.많은 황무지
장월은 자연스럽게 비서 자리를 이어받아 노동명을 대표 사무실로 밀고 들어갔다.두 명의 비서는 묵묵히 두 대표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장 대표님, 제가 할게요. 밀지 않으셔도 되세요.”노동명은 장월이 그를 밀어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자동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휠체어를 쉽게 조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장월이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힘을 별로 쓰지 않았어요. 노 대표님이 스스로 조종해서 나갔어요.”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화려한 장신구를 거의 착용하지 않았던 그녀는 오늘 여성 정장을 입지 않고 평상복을 입었으며 평소에 묶었던 머리를 풀어 늘어뜨렸다.오늘 그녀는 남편이 살아있을 때 착용했던 눈부신 장신구를 꺼내 착용했다. 정교한 화장을 한 그녀는 마치 20대 소녀처럼 보였다.그녀가 서른이 넘고 아홉 살 아들을 둔 사람이라는 것을 보아낼 수 없었다.아침에 외출할 때 아들은 그녀가 오늘 예쁘다고 칭찬했다.이렇게 차려입은 그녀를 본 시부모님은 말을 잇지 못했다.장월은 시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 어젯밤 시부모가 한 말을 그녀는 모두 마음에 새겨들었다.그녀가 몰래 오랜 시간을 관찰했지만 오직 노동명만이 그녀의 조건에 맞았다.그녀는 공공연히 노동명과 하예진사이의 내연녀가 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숨기고 그의 반응을 확인하려고 했다.노동명이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이면 그녀는 내연녀라고 욕을 먹더라도 하예진과 공평하게 경쟁할 것이다.만약 노동명이 단순히 그녀를 사업 협력 파트너로 여겨 좋아하는 거라면 그녀는 단념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끼어드는 내연녀가 되지 않으려고 했다.노동명을 포기하면 그녀는 앞으로 재혼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회사를 잘 운영하고 아들을 키우며 시부모님을 모시면서 살 것이다. 그 후 아들이 자라서 후계자가 되면 그녀는 은퇴해서 친구들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려고 했다.가끔 마음이 복잡해지면 견우 가게 가서 소비하면 된다.연애도 결혼도 감정도 없다.장월이 말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두 손을
“신경 쓰지 마, 너희는 단지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많은 고난을 겪었을 뿐이야. 폭풍우가 지나가면 무지개를 볼 수 있어. 처형이 지금 너무 바빠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걸 너도 알잖아.”“결혼 전 처형은 직장에서 잘나갔지만 결혼하고 전업주부로 살면서 사회와 몇 년이나 단절됐어. 이혼하고 스스로 창업한 시간도 길지 않아. 현재 이씨 그룹을 경쟁 상대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경험이 부족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거야. 이씨 그룹의 책임자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야. 그들은 힘든 싸움을 하고 있어. 우리 처형은 회사 운영에 전념하려고 서둘러서 혼인신고를 하려고 하지 않은 것일 거야.”친구의 말을 듣고 노동명이 말했다.“너의 말이 맞아. 예진이는 지금 스트레스가 많을 거야.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했어. 예진이 뒤에서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제일 먼저 뛰어갈 거야.”“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묵묵히 그들 모자를 지켜주며 예진이가 조금씩 강해지는 모습을 지켜볼 거야.”그는 하예진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노동명과 함께 있어도 하예진에게는 압박이 컸다.사람들은 그녀가 동생 때문에 노동명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으며 또 그녀가 무슨 수를 써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모른다고 했다.그가 그녀를 도와 각종 구설을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은밀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결국 그녀의 귀에도 전해졌다.그녀가 이렇게 노력하는 것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이다.전태윤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러니 네가 너무 예민했어. 너랑 처형이 잘 지내야만 누군가 처형에게 고백할 때 너는 연적을 물리칠 수 있고, 누가 처형에게서 너를 빼앗으려 할 때 처형이 나설 필요도 없이 네가 먼저 그 여성과 거리를 둘 거야.”스무 살 넘어서도 노동명의 마음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이제 곧 마흔이 된 그는 한층 더 성숙하고 진중해져서 각종 미녀를 만나도 쉽게 유혹되지 않을 것이다. 노동명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그는 커피를 마신 후 전태윤에
만약 노동명이 시간이 없다면 그의 세 형들은 시간을 내서 그를 도와 회사 일을 처리해 줬다. 그가 마음 편히 재활 운동을 하고 아내를 쫓을 수 있도록 말이다.“알았어요, 저녁에 다시 얘기해요.”하예진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비서가 노크하고 하예진에게 고객이 오셨다고 말했다.그녀는 직접 그 고객을 접대하러 가야 했다. 만약 거래가 성사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할 일이 없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하예진과 통화를 마친 노동명은 핸드폰을 귓가에서 떼었다. 하지만 핸드폰을 손에 꽉 잡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전태윤은 자신의 커피잔을 들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시선을 친구에게 돌렸다.정신을 차린 노동명은 친구와 눈길이 마주쳤다.“왜 그렇게 나를 바라보는데?”핸드폰을 내려놓고 노동명은 웃으면서 전태윤에게 물었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전태윤은 노동명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되레 그에게 질문했다.“넋이 나가 있어.”“교통사고를 당하기 전 예진이를 쫓아다니면서 내가 아무리 진심을 표현해도 나를 친구로만 생각하고 또다시 결혼하고 싶지 않다며 모두 거절했어.”“교통사고가 난후 나는 예진이에게 짐이 되기 싫어 왕래를 끊으려고 했어. 그러나 우리 엄마는 오히려 예진이에게 나를 돌봐달라고 부탁했어...예진이가 나를 돌봐주어서 다시 희망을 품게 됐어. 태윤아, 나랑 예진이는 오늘날까지 힘들게 걸어왔어.”“다리를 잃고 나서야 우리 엄마는 예진이를 받아들이셨어. 나와 예진이를 더 이상 반대하시지도 않아.”“한동안 예진이는 내가 청혼하기만 한다면 나와 결혼할 거라고 말했어. 나는 그때 예진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어, 내가 언제 완쾌할지도 모르고 예진이도 바쁘니 완쾌된 후 다시 보려고 했어.”“지금은 혼인신고를 한 후 결혼하고 싶은데 예진이가 허락하지 않아. 태윤아, 나랑 예진이는 항상 동기화되지 않고 의견 차이가 있는 같아.”전태윤은 그들의 인연이 아직 깊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고 노동명에게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전태윤은 이렇게 김새는 말을 할 수 없
“혼인신고 하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으니 그냥 당신이 시간 내서 돌아오면 돼.”노동명은 먼저 혼인신고를 하자고 고집했다.합법적인 부부가 되면 하예진도 마음이 놓일 것이다.노동명도 임자가 생기면 그를 좋아하고 있는 여자들도 그에게서 멀리 떨어질 것이다.“동명 씨, 이일은 제가 시간 나면 다시 말해요. 그동안 다시 잘 생각해 봐요.”“결혼은 일생의 중대한 문제예요. 충동적으로 결정하면 안 돼요. 저는 또 한 번 이혼한 여자라 두 번째 결혼은 신중해야 해요.”노동명은 하예진이 자신과 혼인신고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바빠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그 꿈 때문에 걱정되어서 마음을 바꿨을 수도 있다.그녀의 마지막 한마디는 지난번 실패한 결혼이 그녀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것을 말해주었다.현실에는 연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가 하예진에게 충분히 잘해주지 못했기에 그녀는 꿈만으로도 그가 결혼을 배신할까 봐 걱정되어 혼인신고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그래, 당신이 시간 나면 우리 다시 얘기해. 우빈이가 곧 겨울방학이야, 방학하면 우빈이 데리고 당신에게 갈게.”그러자 전태윤이 끼어들며 말했다.“어제 우빈이가 겨울방학 되면 이모와 함께 예진 리조트에서 가서 용정이랑 놀겠다고 말했어, 이모가 우빈에게 강성에 가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우빈이가 강성이 춥다고 했어.”“우리 처형이 설전에 반드시 돌아온다고 꼬마는 안 간다고 했어, 집에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 된다고 했어.”노동명이 말했다.“...우빈이가 나한테는 말한 적이 없어.”전태윤은 웃으면서 말했다.“너와 함께 가자고 한 것도 아닌데 너에게 말해 뭐해?”전태윤은 주우빈의 이모부이다. 주우빈의 감정 저울은 아직 그에게 기울어있었다. 노동명은 지금 주우빈에게 아저씨일 뿐 아직 계부가 아니었다.노동명은 말문이 막혔다.하예진은 전화로 말했다.“연말에 회사마다 바쁠 거예요. 동명 씨도 올 필요 없어요. 먼저 회사 일을 잘 처리해야만 연말을 잘 보낼 수 있어요.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