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습을 본 소정남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설마 지난번에 전태윤이 회사에서 자기 앞에서 아내를 자랑한 것이 진짜로 연기였던 말인가.하지만 전씨 가문 할머니는 이미 회사 일에서 손을 뗐고, 회사도 거의 나오지 않는데, 전태윤이 자신의 앞에서까지 연기할 필요가 있었을까?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되었다, 전태윤의 사생활이니 알아서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친구들인 그들은 무슨 일이 있었을 때 그저 옆에서 팝콘이나 집어 먹으면 그만이었다.구경할 거리도 없는 참에 소정남은 집에 돌아가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했다.두 시간 후.시계를 쳐다보니 벌써 오후 세 시라 하예정은 친구한테 말했다. "효진아, 우리 그만 가자. 나 언니 집에 가봐야 해.""그래."심효진은 시계를 보더니 하예정의 말에 응했다. "이따가 마트에 들러서 과일도 좀 사고, 장난감도 한두 개 사서 나랑 같이 언니네 집에 가자. 나는 집에 가기 싫어, 엄마가 짜증 내는 것을 보고 싶지 않고."하예정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게 누가 도씨 가문의 파티에서 드러누우래? 너뿐만 아니라 고모님의 체면까지 다 잃었는데, 어머님께서 화를 안 내시는 게 더 이상하지."자신이 저지른 짓을 떠올린 심효진은 웃으면서 말했다. "체면 좀 잃으면 어때? 엄마와 고모는 내가 미모도 있고 재주도 있어서 어디 왕비라도 될 수 있을 줄 안다니까? 두 분 생각을 바꿔놔야 내가 편안해질 수 있단 말이야.""어, 예정아, 저 테이블에 앉아있는 세 사람 봐봐? 네 남편 아니야?"심효진은 자리에서 일어서다 전태윤을 발견하고는 다급하게 하예정의 어깨를 두드리며 재촉했다.심효진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본 하예정은 전태윤을 발견했다."맞네."전태윤처럼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은 보기 드물어 하예정은 전태윤을 한눈에 알아봤다."가서 인사 해야 하는 거 아니야?"하예정은 망설이다 말했다. "친구랑 같이 있잖아, 전태윤 씨 친구들과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인사는 좀 아닌 것 같아."사실 하예정은 전태윤
심효진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발렌시아 아파트가 고급 아파트긴 한데, 롤스로이스를 끌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롤스로이스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별장에서 살아야 하는 거 아니야?""전태윤 씨 말로는 애가 근처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발렌시아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거래, 애가 학교 다닐 때 편하라고. 별장이 여러 개 있을 수도 있어."심효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네. 우리 가서 쇼핑하자. 참, 전씨 가문 할머니도 온다고 했지?""안 오신대.""왜?""집주인이 못 오게 해서."심효진은 말문이 막혔다.하예정의 집주인은 전태윤이 아닌가? 전씨 가문 할머니의 손자인데, 할머니가 같이 주말을 보내겠다는데 손자가 못 오게 하다니. 너무 불효막심한 것은 아닌가?하예정과 심효진이 차를 타고 소희 카페를 떠났다.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백화점에 도착했다.백화점에 들어가서 쇼핑을 마친 두 사람은 양손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그순간, 하예정은 전태윤과 쇼핑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전태윤이 곁에 있었으면 아무리 많이 사도 들어줄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심효진은 물건을 차 트렁크에 내려놓고 헥헥거리면서 말했다. "이럴 땐 남자가 곁에 있어야 하는데, 이것저것 다 사다 보니 너무 많아져서 무거워 죽는 줄 알았네. 이렇게 많이 사지 말아야 했는데."하예정은 그 말에 그저 웃기만 했다.그들은 절친이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생각하는 것마저 이렇게 똑같지 않은가.전태윤과 쇼핑했을 때 좋았던 점을 떠올리자마자 친구인 심효진이 바로 말을 하다니."그럼 빨리 남자 친구를 사귀던가. 쇼핑이 많이 편해질 거야."심효진은 운전석에 앉아 안전띠를 매면서 말했다. "그게 쉬운 일인가? 나랑 잘 맞는 데다 마음까지 동하는 사람을 찾아야지.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다면 나도 이렇게 혼자 살지 않았을 거야. 집에서 하도 결혼하라고 재촉해서 이제는 집에도 가기 싫어.""아직 인연을 못 만난 거야. 급할 것 없어, 겨우 스물다섯 살인데, 아
두 사람은 하예진이 사는 아파트로 향했다.차에서 내리면서 익숙한 차를 발견한 하예정은 표정이 굳어버렸다."왜 그래?""언니 시누이의 차가 와 있어. 언니한테 한마디 하려고 온 게 분명해. 그 사람은 우리 시골 친척들과 막상막하일 정도로 막무가내야."하예정의 말을 들은 심효진이 급하게 말했다. "빨리 올라가자. 예진 언니를 괴롭히고 있으면 우리가 같이 쫓아내야지."하예정이 물건을 들고 걸어가자 심효진은 재빨리 따라갔다.주씨 집안에서 사람이 온 것이 맞기는 했다. 찾아온 사람은 주서인 두 모녀였다.그들은 하예진 더러 그들 집으로 가서 주형인을 데려가라고 온 것이었다.주형인은 본가로 돌아가서 지냈지만 식사는 누나네에서 해결했다. 왜냐하면 주형인의 부모는 누나네인 주서인의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서 밥을 했기 때문이었다.주형인 부모의 집은 주서인의 집과 아주 가까웠다. 같은 동네에 있는 맞은편 건물이었다.주서인은 부모님이 매일같이 동생에게 맛있는 것을 많이 사주는 것을 보자, 비록 주서인의 식구들도 같이 먹었지만 부모님이 편애한다는 생각에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동생이 돌아오자마자 그렇게 비싼 음식들을 하다니.하지만 다행히도 주서인은 싹수가 없지만 염치는 있어서 자기의 불만을 털어놓지 않았다.주서인은 부모님이 오랜 기간 도와준 탓에, 도움을 독차지하는 것에 익숙해졌다.동생이 집에서 며칠 지내자, 주서인은 동생과 동서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동생을 자기 집에서 쫓아내려고 했다."예진아, 부부는 모두 싸우면서 사는 거야. 평생 한 번도 안 싸우는 부부는 없어. 싸우면 며칠 동안 쳐다보지도 않다가 결국 화해하는 거야. 앞으로도 계속 같이 살 거잖아?""형인이는 남자잖아, 남자 자존심이 있지. 지금 분명히 후회하고 있을 거야. 그날 널 먼저 때린 것은 그 자식이 잘못한 거야. 우리도 그 자식의 편을 들어줘서 미안해. 그래도 기회를 주고 네가 찾아가서 집으로 데려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세 식구가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하예정은 문을 열
주우빈은 좋다고 하지도, 싫다고도 하지 않다. "아빠 출근해요."주우빈은 엄마와 이모가 돌보고 있어 아빠라는 사람은 주말에나 한번 만날 수 있었다. 평소 주우빈이 깨어났을 때, 아빠는 일찍 출근했고, 밤에 그가 잠들었을 때, 아빠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주우빈은 아빠에 대한 감정이 정말 깊지 않았다.아빠는 집에 있어도 그와 놀아주지도 않았고, 계속 핸드폰만 했다."예진아, 봐라, 우빈이 며칠째 아빠를 못 보니까 애가 감정에 둔해지지 않았니. 그러면 아이 성장에 좋지 않아. 남자애의 성장에 아빠가 없어선 안 된다? 아빠가 가르쳐줄 일이 얼마나 많은데."김은희는 손자가 아빠를 보고 싶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녀는 아이가 문제로 며느리를 고개 숙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도 못 하게 어린 손자가 아빠를 보고 싶지 않다고 한 것이다.다행히 그녀는 약삭빠르게 손자의 말을 받아치며 말했다.하예진은 시어머니의 두 눈을 뚫어지게 보며 냉담하게 말했다. "주형인이 집에 있어도, 형인이가 아이를 돌본 걸 본 적 있어요? 저희 아이지만 항상 저 혼자만 돌보고 있었어요. 아이를 돌보기는커녕 놀아준 적도 없어요.""주말에 한가하게 집에 있을 때, 핸드폰으로 친구랑 수다나 떨지 않으면 영상이나 보면서 멍청하게 웃기만 하고 아들이랑 놀아 줄 생각도 하지 않았죠. 그런 아빠랑, 우빈이 무슨 교감이 생길 수 있나요?"감정은 교감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아무리 혈연으로 이어진 사이라고 해도 서로 함께 지내며 교감을 나누지 않으면 사이가 좋을 리가 없었다.김은희는 입술만 달싹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주서인이 받아치며 말했다: "형인이 평소에 일하느라 바빴잖아. 주말에나 쉴 텐데, 푹 쉬고 싶었겠지. 너는 출근 안 하고 집에서 매일 애만 보고 있잖아. 집안일로 바빴다고는 하지 마. 그 전엔 네 동생이 얹혀살면서 집안일 많이 도와줬잖아. 넌 집안일도 별로 안 했어. 네가 제일 많이 한 건 먹는 거였겠지. 지금 봐봐, 살이 얼마나 쪘니?"주형인만 뚱뚱해지고 못생겨진
하예정은 물건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우빈이를 안아 들며 다정하게 물었다. "우빈아, 죽 먹고 있었어?"주우빈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우빈이 죽 먹고 있어요.""배 불리 먹었어?"주우빈이 배를 만지면서 고민하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우빈이는 아직 덜먹어서 배가 부르지 않았다.하예정이 웃으면서 소파에 앉아 언니 손에서 반쯤 남은 죽을 건네받으면서 말했다. "우빈아, 이모가 죽 먹여줄까?""네.""언니." 심효진은 하예진을 부르며 물건을 식탁에 내려놓은 뒤 주씨 모녀에게는 고개만 까딱했다.하예진은 하예정의 도움을 받아 우빈이에게 밥을 먹인 후에 몸을 돌려서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말을 건넸다. "저는 절대로 형인이를 데려오지 않을 거예요. 형인이가 집에 들어오고 싶으면 스스로 들어올 것이고, 아니면 어머님과 형님이 계속 돌봐주세요."하예진은 주형인이 준 생활비를 그에게 되돌려줬다. 부부가 서로 체면을 차리고 있는데 더 이상 대화할 필요가 없었다.하예진은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의 가장 큰 잘못은 주형인을 철석같이 믿은 것이었다.주서인이 말을 하려고 하자 김은희가 그를 가로막았다.김은희가 웃음을 짜내면서 말했다. "그래, 나 돌아가면 형인이한테 집에 돌아가라고 얘기할게. 예진아, 형인이가 돌아오면 말다툼도 하지 말고 싸우지도 말거라. 형인이가 밖에서 일하는데 체면을 살려줘야지. 그렇게 얻어맞으면 사람들 보기 부끄러워서도 일하러 못 나가. 돈을 벌지 못하게 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너희 가족이야."예진이가 비웃으면서 말했다. "형인이는 한 달에 생활비를 50만 원씩 줬는데, 한 푼도 더 주려 하지 않았어요. 더치페이를 하면서 지금은 한 달에 25만 원만 주고 있는데, 전부 다 우빈이 생활비래요. 형인이 월급은 저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하예진도 일을 안 해본 게 아니었다.결혼하기 전만 해도 그녀는 주형인과 같은 회사에 다녔었다.주형인은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한 달에 최소 500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예진이 말대꾸하자 김은희는 입술만 달싹였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아들과 며느리의 더치페이는 김은희가 먼저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 더치페이가 아니었더라도 아들이 돈을 며느리에게 주지 않은 사실 역시 알고 있었다."엄마, 우리 가자."하예진의 태도에 불만을 가진 주서인은 김은희가 말을 하기도 전에 엄마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가기 전에 하예정과 심효진이 가져온 물건을 흘겨봤다.집 밖으로 나온 주서인이 김은희에게 말을 했다. "엄마, 하예정과 갑자기 결혼한 남자가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는데, 월급이 어머어마한 거 아니야? 하예정이 여기 올 때마다 항상 한 보따리 사 들고 오잖아. 내가 아까 잠깐 봤는데, 엄청 비싼 과일이었어.""두리안이며 체리며, 다 엄청 비싼 과일이잖아. 두리안은 한 개에 거의 5만 원이고 체리도 키로당만원은 넘어."딸의 말에 김은희가 대답했다. "네 동생 월급을 생각해 봐. 하예정의 남편은 전 씨 그룹에서 일한다잖니. 네 동생도 전 씨 그룹은 관성에서 가장 큰 대기업이라잖아. 엘리트 중의 엘리트만 들어갈 수 있는 기업이라고.""형인이 말로는 자기 능력으로도 전 씨 그룹에 들어가기 힘들대. 하예정 남편은 능력도 좋으니 수입도 네 동생보다 많이 높겠지. 그리고 하예정은 자기 언니한테 잘해주잖아. 형인이 돈을 주지 않으니 하예정이라도 자기 언니를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전태윤은 하예정과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알콩달콩하니 돈이 아깝지 않겠지. 그런데 하예정이 계속 자기 언니한테 돈을 주면 전태윤도 나중에 짜증 내기 마련이야. 자기 아내가 계속 친정 식구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김은희가 표독스럽게 말을 했다. "두고 봐, 하예정도 조만간에 남편한테 버림받을 거야. 이렇게 돈 흥청망청 쓰는 여자를 누가 좋아하겠어? 집에 돌아가면 형인이한테 말해야지, 절대로 예진이한테 돈을 주지 말라고. 예진이가 하예정한테 계속 돈을 달라 하면, 하예정의 남편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언제까지 날뛰는지 지켜보자
"난 조금 걱정돼. 형인이 지금 서현주 말만 고분고분 듣는다니까. 그 계집애도 참 여우 같은 게, 한 번도 형인이랑 잠자리 한번 가진 적 없잖아. 가지지 못할수록 갖고 싶어진다더니 형인이 더 안달 내잖아.""두 사람이 만약 결혼이라도 해서 형인이가 월급 통장을 갖다 바치기라도 하면 우리 모두 힘든 나날 보내게 될 거야."주서인은 동생이 매달 부모님께 생활비를 주던 것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그 돈을 모두 가정을 돌보는 데 썼고 덕분에 그녀도 적지 않은 이익을 봤다. 이런 좋은 일을 올케에게 뺏길 수 없다 생각한 주서인은 하는 수 없이 대답했다. "됐어요, 그건 형인이랑 하예진 일이니까 부부간에 알아서 하라고 해요.""형인이 계속 하예진한테 숨기고 들키지만 않는다면 나도 굳이 걔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세상에 믿을 남자 하나 없어. 좀 잘난 것 같으면 다 밖에 애인 하나쯤 둔다니까."김은희는 오히려 아들이 능력 있다 생각했다. 애 아빠가 돼서도 밖에서 그렇게 젊고 예쁜 여자애를 만났으니 말이다.어차피 그녀의 자식은 아들이니 어찌 됐든 손해 볼 건 없다 생각했다.하예진은 시어머니랑 형님이 자신의 험담을 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모녀 둘이 형인을 도와 바람난 사실까지 숨겨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얄미운 두 모녀를 떠나보낸 후 그녀는 여동생과 효진에게 얘기했다. "예정아, 효진아. 너희 뭘 또 이렇게 많이 사 가지고 왔어.""효진 언니, 그냥 과일이랑 간식 좀 사 온 거야, 비싼 것도 아닌데 뭘."심효진은 웃으며 대답했다. "어차피 집에 언니랑 우빈이만 있으니까, 얼마를 사든 어차피 다 둘이 먹을 거니까 많이 샀지. 언니 다 못 먹는 건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천천히 꺼내 먹어."그녀는 주서인이 떠나기 전에 이 물건들을 두 번 힐끔거리는 걸 유심히 봤다.지난번에 하예정 부부가 하예진에게 보낸 물건을 주형인이 자기 부모와 누나에게 주는 바람에 하예진은 화가 나 넘어갈 뻔했었다.하예정은 조카 먹을 것을 챙겨준 후 새 장난감을 건네주면서 옆에서 혼자 놀게
하예정은 짧게 말을 더 보탰다. "나는 그냥 언니한테 주의만 주는 거야. 일자리 문제는 언니도 너무 급해하지 말고."심효진도 말했다. "천천히 알아봐도 돼요. 자기한테 딱 맞는 일자리 찾는 건 확실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우리 가게 나오는 건 어때요? 제가 월급 정산해 줄게요. 아니면... 언니도 가게 하나 차리지 않을래요?"아들이 노는 것을 보며 하예진은 무력하게 얘기했다. "나 가게 차릴 돈 없어... 어떤 가게 열지도 모르겠고. 알잖아, 요즘 장사하는 것도 쉽지 않은 거."동생의 서점은 마침 관성중학교 앞이라 가게 장사가 꽤 잘 됐던 거지 만약 다른 위치였다면 잘 될지도 알 수 없었다.관성중학교 문 앞은 작은 가게들은 임대료도 많이 비싼 데다 아무나 빌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느 정도의 인맥이 필요했고, 하예정의 그 가게 역시 심효진 집안에서 아는 사람을 통해 어렵게 구한 것이었다."언니, 아니면 내가 그 공예품 땋는 거 가르쳐줄게. 그걸로 언니 인터넷에서 온라인 스토어 하나 열지 않을래? 그러면 언니 이걸로 집에 앉아서 돈도 벌고 우빈이도 돌볼 수 있잖아, 나 지금 스토어 하고 있는데 장사 엄청 잘 돼. 예약 상품이 많아서 예약 주문 되게 많이 들어오거든. 바빠서 정신이 없을 정도야."이번 달에 온라인 스토어로 번 돈은 서점 매출보다 훨씬 많았다. 서점에서 이번 달에 학생들에게 여러 건의 학습자료를 주문해 줬지만 온라인 스토어의 이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예정은 돈복이 터졌다고 생각했다.온라인 스토어도 벌써 몇 년 차 접어들었지만 내내 수익이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가. 이번 달부터 뜨기 시작했고 게다가 리뷰도 모두 호평이었다."나도 온라인 스토어 경영 확장해 보려고, 공예품뿐만이 아니라 헤어 액세서리 만드는 것도 배워보고 싶어. 나 그런 빈티지 액세서리 되게 좋아하거든."심효진은 친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꽤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하예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예정아, 나는 너처럼 그렇게 뛰어난 상상력이 없어. 네가 땋는
노동명은 다정하게 말했다.“널 위해서 늘 재활을 꾸준히 하고 있어. 회사 일은 특히 중요할 때만 나가서 처리하거든. 우리 형도 도와줘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노동명은 그윽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예진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난 정말로 재활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면서 평생 일어나지 못했을 거야.”“바보.”“아니거든. 난 단지 너와 우빈을 너무너무 사랑했을 뿐이야. 남들은 네가 이혼한 여자라고 말하고 있어. 내가 널 알게 되었을 때에도 넌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내가 왜 널 좋아하게 되었는지 몰라... 근데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나도 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아. 아마 너의 강인함과 감히 자신을 개변시키는 그 능력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르지. 난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사실 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느껴져서 안 좋아하거든. 근데 처음으로 우빈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되었다.”“저도 알아요. 저도 제 아들 덕을 봤죠.”노동명은 우빈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빈의 엄마, 즉 하예진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과 포용력을 갖게 되었다.그러다가 접촉 횟수가 많아졌고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정이 들었다.“우빈이가 우리 두 사람 중매를 선 거나 다름없어.”노동명은 헤벌쭉 웃었다.“태윤이도 마찬가지야. 태윤 때문이 아니었다면 널 알지도 못했을걸. 예진아, 네가 강성에서 일을 마치면 나랑 결혼하는 건 어때?”하예진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노동명이 계속하게 말했다.“내가 정상적으로 걷지 못해도 난 결혼하고 싶어. 난 이미 스스로 설 수 있어. 그리고 몇 걸음 정도는 앞으로 걸을 수 있게 됐고. 1년이란 시간을 더 주면 분명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 근데 난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노동명은 지금 36세이고, 2년만 더 기다리면 38세까지 될 것이다.곧 있으면 마흔이 된다.하예진은 속으로 흐뭇해하며 대답했다.“좋아요. 저야 지금 당장이라도 동명 씨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요. 근데 동명 씨가 원하지 않잖아요.”노동명은 자신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하지만 가난해 본 여운별은 자신에게 뒷길을 남겨두기 시작했다.용태호로부터 돈을 받을 때면 그녀는 몰래 저축해 놓았다.나중에 관계를 끊으면 수중에 재산이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예전처럼 여천우에게 매달 수십만 원 생활비를 달라고 매달릴 필요 없을 것이다.“태호 씨, 연회의 주인은 제가 누군지 아세요?”“네 신분을 몰라. 나도 관성 지역의 명문가 사모님께 부탁해 널 데려가도록 했어. 잘 들어. 넌 용씨 가문의 사모님이지 여운별이 아니야. 너의 시댁은 조용하게 지내는 가문이라서 넌 남들을 몰라야 해. 옛날 지인을 보더라도 아무리 친해도 모른 척해야 해.”여운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용태호는 그녀의 턱을 풀어주었다.“날 따라와. 올라가자.”여운별은 어리둥절했다.용태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면서도 반항할 수 없었고, 감히 반항하지도 못했다. 얌전히 용태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강성, 하루 호텔.식사를 마치고 여행 가방을 내려놓은 하예진은 노동명을 밀고 아들과 함께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근처 거리로 쇼핑하러 갈 준비를 하려던 참이다.우빈은 너무 기뻐서 가는 내내 깡충깡충 뛰며 재잘거렸다.하예진은 강일구에게 우빈을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어린 녀석이 너무 빨리 달려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말이다.강일구와 다른 경호원은 우빈을 따르고 있었고 네 명의 경호원은 노동명과 하예진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노동명과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하는 사랑의 말을 무심코 듣고 싶지 않았다.“우빈이가 너무 기뻐하네.”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우빈은 외출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몇 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매일 밤 제가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 돌았거든요. 매일 시간이 되어 내려가지 않으면 어찌나 보채는지...”“하하, 그래? 우빈이가 어렸을 때 키우기 힘들었지?”하예진이 대답했다.“맞아요. 특히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달아 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기어오르다가도 뛰어내리고... 조금만 부주의해도
“태호 씨, 방금 태호 씨가 한 말 제가 전부 귀담아들었어요.”여운별도 여운초가 그녀를 보고 의심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허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여운초는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누가 뭐라고 해도 친자매이니까.여운초는 여운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오히려 여운초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몇 번이고 여운초에게 짓밟혔다.가장 두려운 것은 여운별의 남동생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점이다.여천우의 머리에는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여천우가 여운별을 따르지 않을뿐더러 두 고모도 사촌 오빠들을 데리고 관성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 행방도 모른다.여운별은 이제 의지할 곳이 없어서 용태호의 눈에 들어 바둑판의 알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용태호의 내연녀까지 되었다.용태호는 탁자 서랍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 여운별에게 건네며 말했다.“잘 봐. 이 종이에 적힌 모든 내용을 잘 기억해.”여운별은 그 두 장의 종이를 받았다. 그 종이 위에는 전부 낯선 이름과 낯선 회사들, 그리고 그 회사들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적혀있었다.빼곡히 많은 글이 붙어있었다.“태호 씨, 다 기억하여야 하는 거죠?”이는 용태호가 여운별에게 이어준 인맥임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이 사람들과 회사는 관성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여운별은 처음으로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게 된다.연회에서 다른 사람이 시댁에서 무슨 사업을 하는지 물으면 적어도 대답을 해주어야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관성이 이토록 큰데 몇몇 명문가 외에도 많은 새로운 기업들과 수많은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있다.모든 사람이 서로의 회사 대표님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그녀가 말을 꺼내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녀의 가족이 정말로 그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것이다.여운별은 이미 하예정에게 자신의 남편 사업이 관성에 있지 않고 관성에 정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주었다.“기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외워야 해.”용태호는 담담하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수는 없다.그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용씨 가문을 잘 다스릴 수 있다 해도 임시 대리인으로 될 수밖에 없다.용정이가 어른으로 되어 다시 가주의 증표와 토템을 가지고 돌아오면 용태호는 아무 말 없이 무조건 자리에서 물러나 열심히 운영해왔던 모든 것을 내줘야 한다.용씨 가문의 진정한 세력과 인맥도 그 녀석에게 충성할 것이다.하여 용태호는 상대방이 아직 어리고 복수할 능력이 없을 때 먼저 증표와 토템을 받은 후 입을 막으려고 했다.그래야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주인이 되어 용씨 일족을 호령할 수 있으니까.그러나 그가 막 용정이 모연정의 양자라고 의심하던 찰나에 단서는 끊어졌고 그 아이와 관련된 소식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마치 보호막이라고 생긴 것 마냥 예진 리조트에서 너무 잘 보호되고 있었다.용태호도 손을 내밀어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는 정겨울의 배후에 서 있는 노인네와 국내와 국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신비로운 조직 오제당을 감히 건드릴 담이 없다. 용씨 가문은 매우 대단한 가문이지만 용태호는 아직 진정한 용씨 가문의 가주가 아니었다. 따라서 오제당과 맞서지 못할 것이다.그는 먼저 모연정의 양자가 그가 찾는 녀석인지 아닌지를 알아내야 했다.“태호 씨.”여운별은 무언가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용태호를 불렀다.용태호는 눈빛을 돌려 여운별이 말하기를 기다렸다.“태호 씨, 하예정은 매일 조카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해서 저도 시누이를 데리러 가는 척했거든요. 유치원 입구에서 우연히 만나려고 늘 기회를 찾고 있었고요. 근데 하예정은 제가 늘 말하는 시누이를 본 적 없어요. 계속 이대로 나아간다는 의심 살 수 있으니 제 일에 협조해줄 수 있는 아이를 배정해 줄 수 있을까요?”용태호는 웃으며 칭찬했다.“좋아. 진보 많네. 그럼 내가 아이 한 명을 찾아서 네 연기에 협조해주도록 하지. 그분 외조카가 유치원 소반이라고 했지? 넌 하예정 씨와 소개할 때 시누이가 몇 살이라고 알려줬어?”“네다섯 살 정도요.”용태호
여운별은 잠자코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하긴, 여운초가 이미 제 목소리를 들었으니 다음에 제가 변성하면 더 의심할 거예요. 이제 다들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하지만 하예정은 어떻게 저를 의심했죠? 몇 번 만나보지 못했는데.”용태호는 여운별을 힐끗 쳐다보다가 대답했다.“기억력이 좋거든.”여운별은 말을 잇지 않았다.여운초의 기억력도 아주 좋다.여운초는 10년 가까이 눈이 멀어서 기억력에 의존해야 했다.“그리고 네 눈먼 장님 언니도...”“태호 씨, 여운초는 이제 장님 아니에요. 진작에 시력을 회복했거든요. 전이진 도련님이 신의의 제자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찾아와서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어요.”여운별은 말하다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그 장님은 왜 이렇게 운이 좋을까!”전이진이 여운초에 접근했을 때 그녀 아직도 장님이었으나 전이진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그때 명해은을 만나러 서원 리조트에 찾아가 여운초의 눈이 멀어서 전이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쑤시기까지 했다.그러나 명해은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은 아무 일도 할 필요 없이 돈 쓸 줄만 알면 된다고 당당하게 쏘아붙였다.그녀의 두 고모를 울분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감히 전씨 가문에서 미치광이처럼 떠들지는 못했다.이제 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이진과 혼인 신고까지 했다. 그녀가 전씨 가문에서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지기만 할 것이다.내일 저녁에 여운초는 명해은을 따라 연회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예전에는 상류층에 연회가 있을 때마다 추미자는 여운별을 데리고 참석했지만, 여운초는 절대 데려가지 않았었는데...여운별이 여운초를 심하게 괴롭혔을 때 여운초가 평생 관성의 상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비꼬기까지 했다.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지금은 여운별은 상류 사회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여운초는 전이진의 어머니가 데리고 다니며 접대하고 교제하고 있다!여운초는 지금도 여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여운별은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용태호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손에 술 한 잔을 들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술을 맛보았다.발소리를 듣고도 그는 여운별을 쳐다보지 않았다.여운별은 다가와 가방을 내려놓고 용태호의 옆에 앉으며 애교스럽게 소리쳤다.“태호 씨.”용태호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또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나?“식사하셨어요?”여운별은 더는 애교를 부리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식사하셨어요?”용태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혔다.“테이블 위에 있는 그 초대장은 네가 내일 저녁 연회에 참석할 때 사용될 거야. 그리고 저기, 너에게 드레스 몇 벌과 보석 몇 세트를 사 놓았어.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골라 입어.”용태호는 1인용 소파 위를 쳐다보았다.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 소파 위에 여러 개의 정교한 가방과 몇 개의 크고 빨간 선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여운별은 먼저 그 초청장을 들어 펼쳐 보았다.그리고 다시 일어나 드레스와 보석들을 살펴보았다.드레스는 화려하고 정말 예뻤다. 보석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빛났다.여운별은 좋은 물건들을 본 적도 있고 사용한 적도 있지만, 용태호의 큰 씀씀이 앞에서는 여전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호 씨, 고마워요.”씀씀이가 이토록 대범한 것으로 보면 용태호의 자산은 아마도 전태윤과 전이진을 능가할 것이다.여운별은 만약 용태호를 도와 일을 성사시켜 그의 마음에 들어서 아이까지 낳는다면 앞으로 자신이 정말 용씨 사모님으로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하예정과 여운초보다 더 잘 살아야 했다.그녀는 용태호가 준 선물을 마주하더니 용태호에게서 받은 공포를 단번에 잊은듯했다.용태호 또한 항상 그녀의 목을 조르고 살벌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땐 단지 그녀에게 경고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용태호는 웃으며 물었다.“좋아해?”“좋아해요. 태호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밤 반드시 잘할게요. 절대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잘해 볼게요.”용태호는 그녀
그와 동시, 용씨 별장.여운별은 이미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용태호가 그녀에게 사준 별장에도 용씨 성을 붙여주었다.그녀는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차는 여운별을 태워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별장 내부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여운별은 곧 용태호가 왔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별은 자기도 모르게 좀 긴장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이제 그녀는 용태호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처음에 그녀는 앞으로 진짜 용씨 사모님을 대신해 용태호를 정복하면 그가 자신에게 고분고분해 질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난번, 용태호는 여운별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다. 용태호의 살벌하고 음흉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맡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그가 정말로 여운별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감히 다른 생각을 가져 용태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테니까.용태호는 금전적인 방면에서는 매우 대범했다. 아름다운 옷과 보석 세트들은 물론, 돈도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주었다.그가 별장으로 오지 않아도 수시로 그녀에게 용돈을 자주 주었다.만약 용태호에게 목이 졸리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용태호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했을 것이다.“사모님, 집에 도착했습니다.”차를 멈춘 뒤에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여운별이 움직이지 않자 경호원은 조용히 몇 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여운별이 여전히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앉아있자 경호원은 고개를 돌려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도착하셨습니다.”.그러나 이곳은 여운별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여운별이 속으로 발악했다.그녀의 집은 여씨 가문의 대별장으로 그곳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자라왔던 곳이다.그러나 지금 여운초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집이 정말로 여운초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와 남동생을 데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한때 모든 노동자
“이모, 엄마 여기 너무 추워요. 바람도 너무 세요.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바람에 날아갈 뻔했어요.”녀석은 과장되게 말했다.“그럼 옷을 좀 다 입어.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되니까. 우빈이가 날아가면 이모가 어디로 찾으러 가야 할지 모르잖아.”우빈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모, 거짓말이에요. 바람이 너무 센 건 맞지만 저를 날려 보낼 수 없는걸요. 저는 다 커서 바람이 저를 날려 보낼 수 없어요. 하지만 정말 추워요. 엄마는 여기에 눈이 올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눈이 오지 않아요.”강성은 관성보다 확실히 많이 추웠다.다행히 하예정이 우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 몇 벌을 쑤셔 넣었다.“저와 아저씨는 이미 엄마의 새 차에 올랐어요. 차에는 히터가 켜져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춥지 않아요. 게다가 아저씨가 저를 안아 주시니 저는 더 따뜻해졌어요.”“다행이네. 그럼 이따가 차에서 내릴 때 외투를 더 입는 것을 잊지 마. 이모가 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을 넣어놓았거든. 그리고 날씨가 추운데 엄마한테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고.”“엄마가 운전하는 게 아니라 일구 삼촌이 운전하고 계세요.”우빈은 강일구와 가장 친했다.그리고 강일구는 하예진을 따라 강성으로 와서 그녀를 보호하도록 했다.우빈은 공항에서 강일구를 만났을 때 뛸 듯이 기뻐했다. 우빈은 강일구가 그를 여러 번 껴안고 돌게 하는 바람에 노동명이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다.“강일구 아저씨 운전 실력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모께서 안심하라고 전해달래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일구 아저씨가 운전하시니, 그럼 이모가 안심해도 되겠네. 그럼 우빈이 엄마는?”“제 옆에 계세요.”우빈은 하예진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그리고 노동명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너무 추워요. 저를 다시 꼭 안아 주세요. 아저씨 품이 너무 따뜻해요.”노동명은 코트를 펼쳐 녀석을 코트 안에 감쌌다.“공항에서 엄마 집까지 거리가 좀 있어. 먼저 좀 자. 도착하면 깨워줄게.”노동명과 하예
그러나 하예정은 어르신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태윤 씨가 호영 도련님과 고 대표님께서 휴가를 떠나 보름 만에 돌아온다고 했어요. 할머니께서 지금 가시면 놀러 갈 수 있지만, 혼담을 꺼내려면 주인이 집에 없을 때 가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현장의 어르신들은 순간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그럼 애들이 돌아오면 그때 혼담을 꺼내러 가자. 우리도 가서 고 이사님 부부와 친해져야지.”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아직도 매우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전화로는 통화를 많이 했을 뿐 만나본 횟수가 적거든.”하예정은 할 말이 없었다.쌍방의 부모님들은 전화상으로만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만나본 횟수는 많지 않았다.주로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이다.“식사하세요.”전태윤이 부엌에서 나와 소리쳤다.전씨 할머니께서 집에 계시니 남자들은 요리하고 여자들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를 기다렸다.평생 딸을 낳아보지 못한 전씨 할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아꼈다.손녀가 또 태어나지 못한다면 손자며느리를 손녀로 여기면서 사랑해줄 것이다.전태윤은 꿈에서도 아내의 배 속의 아기가 딸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되면 그의 딸은 전씨 가문의 가장 사랑스러운 보물로 될 것이다. 조상처럼 모셔야 하느니라!그러다가도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 아이를 품었다는 생각에 딸이든 아들이든 전태윤은 태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하예정이 낳은 아이가 꼬리가 달린 아이라 할지라도 전씨 가문의 첫 손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 테니까.여자들은 몸을 일으켜 식사하러 갔다.“할머니.”전창빈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그는 웃으며 전씨 할머니와 인사했다.전씨 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래도 먹을 복이 있나 보다.”“할머니께서는 늘 먹을 복이 많았거든요.”하예정은 할머니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할머니, 천천히... 조심하세요.”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야말로 조심해.”전씨 할머니의 시선은 하예정의 배 위에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