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은 답했다.“정말로 그럴 날이 온다면 꼭 전 대표에게 결혼 축하주를 마시게 해드릴게요. 들러리뿐만 아니라 두툼한 봉투도 준비하셔야 해요.”전호영은 크게 한번 웃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평생 고 대표의 들러리가 될 수 없을까 봐 걱정되네요. 하지만 제가 고 대표의 신랑이 되어드릴 수는 있어요. 결혼식에서 받은 축의금도 모두 고 대표에게 드릴게요.”고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전호영을 발로 걷어차 버리고 싶었다. 전호영은 빙그레 웃으며 나갔다.오늘 밤 이곳에 와서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할머니가 전호영을 속이 않았던 것이다. 고현이가 여자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전호영이 방문을 나서자 고현은 방문을 크게 닫아버렸다.고현은 전호영과 함께 내려가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이 싫어서 서둘러 내려가지 않았다.고현은 소파에 앉았고 소파 등받이에 기댔다.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전호영이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몹시 궁금했다.따르릉...핸드폰이 울렸다.고현은 휴대전화를 꺼내 보았다. 고현의 어머니께서 전화하셨다.하루가 거의 지나갈 때쯤 부모님께서 전화가 왔다. 소식이 참 늦게 전해진 듯했다.고현은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고현아, 전호영이 공개적으로 너한테 구애한다고 들었어. 진짜야?”고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엄마 이제야 아신 거예요? 저는 모든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줄 알았어요.”“오늘 네 아빠와 여행 떠났거든. 여행길에서 경치에만 정신이 쏠리다 보니 뉴스도 안 봐서 몰랐어. 방금 고빈이가 카톡 단톡방에 보낸 영상을 보고 알았어. 고빈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어찌 된 일인지 알게 된거야.”고씨 가문과 가까운 사람들도 진미리 부부가 이렇게 큰일은 당연히 알고 있는 줄로 생각했다. 그들 부부 앞에서는 감히 입도 뻥긋하지 않았던 것이다.게다가 사람들은 급해 할 사람이 고씨 가문 부모가 아니라 관성의 전씨 가문의 전호영의 부모라고 생각했다.동성애자는 전호영이지 고현이 아니었기
놀랐랐다.진미리는 급히 되물었다.“전호영이 네가 여자란 걸 안다고? 어떻게 알게 된 거야?”딸이 남자가 아니라는 의혹을 품은 외부 남자가 이번이 처음이었다.진미리는 놀랐다. 하지만 이내 기뻐했다.전호영이 고현의 남자 신분을 의심하는 것은 전호영이 고씨 가문 장남이 여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현의 관심을 끌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그렇게 되면 전씨 할머니가 전호영에게 골라준 아내가 있다 해도 전호영이 좋아하지 않는 한 고현도 희망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진미리의 기분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았다. 기분이 고봉으로 이르렀다가 다시 떨어지는 듯했기 때문이다.고현이 골치 아픈 표정으로 대답했다.“어떻게 의심을 하게 됐는지는 몰라요. 제가 전 대표와 함께 있었을 때만 해도 분명히 아무런 허점도 보이지 않았거든요.”고현과 전호영이 가장 오랫동안 함께 있었던 시간이 바로 저번 주말이었다.평소에 가끔 만난 적 있지만 자주 만나는 사이가 아니었다.매일 고현과 함께 지내는 사람들조차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이심해 본 적 없었다.“전 대표에게 물어보지 그래? 네가 여자라는 증거가 있는지?”진미리의 말투에는 약간의 흥분이 섞여 있었다.고현은 진미리가 조금 흥분한 말투를 눈치챘다. 진미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고현은 바로 찬물을 끼얹으며 말했다.“엄마, 전호영은 언젠가는 결국 전씨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아내와 결혼하게 될 거예요.”진미리가 말을 이었다.“미래의 일은 누가 알아? 아니, 고현아. 전호영이 어떻게 말하던? 네가 무언가 허점을 보였기 때문에 전호영이 의심하고 있는 거 아니야?”진미리는 전씨 가문의 가풍이 매우 좋을뿐더러 집안 어른들이 모두 사상이 진보적이라고 들었다.고현이가 전씨 할머니께서 선택한 손자며느리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명문가의 딸들보다 우수했다.만약 전호영이 진심으로 고현을 좋아하고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면 전씨 가문 어른들도 전호영의 선택을 존중하고 고현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전씨 가문의 어른들이
진미리가 말을 이었다.“그럼요. 전씨 가문이 키워낸 자식들은 모두 훌륭하죠.”전호영이 자기 딸을 마음에 들어 했고 게다가 자신의 딸이 여자라는 것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에 진미리는 정호영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진미리는 전호영에 대한 인상이 매우 좋았다.“여보, 호영이가 어떻게 고현의 여자 신분을 알아봤을까요? 현이가 20년 넘게 남자로 살아왔어요. 제가 친엄마가 아니었다면 저도 우리 현이가 여자라는 사실을 못 믿을걸요. 너무 남자답게 분장하며 다니잖아요.”“현이가 뭐라고 대답했어?”“호영이가 직감적으로 우리 현이가 남자가 아니라고 의심했대요.”고진호는 빙그레 웃으며 또 전호영을 칭찬했다.“호영이가 사람 보는 눈 외에 직감까지 정확하군. 역시 전씨 가문에서 키운 남자다워.”진미리는 말을 잇지 않았다.“여보, 우리는 호영이가 현이 신분을 어떻게 의심하게 되었는지 생각할 필요 없어. 호영이가 게이가 아니고 우리 현이에게 관심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난 이 사위가 마음에 무척 들어.”“저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장모님은 보면 볼수록 전호영 사위가 점점 더 좋았다.두 사람은 아직 사귀지도 않았지만 진미리는 전호영을 이미 사위라고 생각했다.고현은 자신의 부모님이 전호영을 사위로 여기고 있는지도 몰랐다. 고현이 한참 소파에 앉아 있는데 이때 방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고현은 바로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고빈이 방문 앞에 서 있었다.“형, 괜찮아?”고빈이 관심하며 물었다.“전호영이 혼자 내려가는 모습을 봤어. 엄청나게 기뻐하는 눈치던데. 형 괜찮아? 아무 일 없었지?”고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누나의 옷차림이 단정한 모습을 보았다. 아무 일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고빈은 안심했다.“무슨 일? 내가 전 대표에 분명히 말씀드렸어. 내가 남자이니까 전 대표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으니 일찌감치 단념하라고.”고현은 말을 하면서 방을 나가더니 로얄 스위트룸 문을 닫았다.“연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우리 나가자.”고현은 오늘 저녁 연회에
고현은 냉랭하게 대답했다.“저는 윤정 씨와 술 마시고 싶지 않아요. 이만 실례할게요.”말을 마친 고현은 경호원의 보호 속에 이윤정의 곁을 지나갔다.자신의 곁을 지나가는 고현을 보며 이윤정은 고현을 향해 몇 번 소리쳤지만 고현은 여전히 못 들은 척 앞으로 걸어갈 뿐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이윤정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이씨 가문은 재력 순위가 1위는 아니지만 최고의 명문가 중 하나였다. 이윤정은 이런 연회에 참석하기만 하면 그녀를 에워싸면서 아부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이윤정을 좋아하는 남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 남자들은 모두 능력 없는 플레이보이들이다.이씨 가문에서 오만하고 콧대 높게 자란 이윤정은 능력 없는 플레이보이들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우수한 남자들은 이씨 가문의 데릴사위 규정 때문에 이씨 가문의 후계자를 멀리 쩍 피했다.데릴사위로 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능력이 없는 플레이보이들만이 이씨 가문의 후계자를 좋아했다.이윤정도 고현의 연모자들과 마찬가지로 고현을 본 후로 고현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못하고 몰래 관찰하고 있었다. 고현을 향한 마음을 거두어들이지 못했다.예전에 이윤정이 고현과 이야기할 때 고현은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몇 마디는 대답했었다.1년 전 이윤정의 신분이 폭로된 후로 이윤정은 더 이상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었다. 이씨 가문에서 진짜 딸인 이윤미와 같은 대우를 받았지만 결국 많은 일이 바뀌고 말았다.이씨 가문의 후계자는 이제는 이윤정이 아닌 이윤미로 되였다.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윤미를 더 좋아했다. 이윤미가 기품있고 우아하다면서 역시 이씨 가문의 후계자답다고 칭찬했다.이윤정 눈에는 이윤미가 겁도 많고 연약하기만 했다. 기품과 우아함이라고는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씨 가족의 일부 사업은 이미 이윤미에게 맡겨졌다. 이윤정은 그의 사업이 망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회사 고위층 인사들이 이윤미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생각했다.시골에서 자란 이윤미에게 사업을 다스릴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전씨 셋째 도련님은 정말 뻔뻔해요. 고 대표가 귀찮아하는 데도 껌딱지처럼 고 대표에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도 않아요.”조윤도 전호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전씨 셋째 도련님은 우리보다 우세가 있어. 전호영은 남자지만 신분과 지위가 있기 때문에 고씨 그룹은 전씨 그룹과 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고 대표의 경호원들은 전씨 셋째 도련님을 막을 수 없었을 거야.”그 말을 들은 이윤정은 더욱 질투가 났다.와인 한잔을 벌컥 들이킨 이윤정은 형수에게 물었다.“이윤미는요?”“어느 구석에 있는지 보지 못했어.”조윤은 이윤미를 좋아하지 않았다.이윤미가 시골에서 자랐다고 해도 이윤미의 분위기는 우아하고 기품 있었다. 이씨 가문으로 돌아와서 조금 꾸몄을 뿐인데도 이윤정보다 훨씬 예뻐서 조윤은 못마땅했다.그래도 조윤은 시누이가 정말 싫었다. 이윤미가 아주 교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이윤미가 이씨 가문 저택에서 조용하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 소리 없이 오빠 손에서 적잖은 권력을 나누어 가졌다. 이러한 행동들은 조윤을 더 불쾌하게 만들었다.조윤은 비밀리에 이윤정을 꼬드겨 이윤미와 권력 다툼을 부추기려고 했다. 이윤정은 이씨 가문에서 후계자로 키워졌다, 비록 이씨 가문의 혈육은 아니지만 수양딸이기도 했다. 이윤정이 제대로 된 장녀라고 생각했다.이윤정은 이윤미보다 10분 먼저 태어났다.조윤은 두 시누이가 권력을 놓고 경쟁하여 자신의 남편이 중간에서 이익을 챙겼으면 했다. 다른 가문에서의 재산은 대부분 아들에게 상속되었지만 이씨 가문은 장녀에게 가주의 자리를 물려주었다. 이씨 가문의 가주가 회사의 대부분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이씨 가문의 남자들은 진작부터 이 가정 규칙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런 규칙을 깨고 싶었다.이윤미와 이윤정이 모두 죽으면 이 대표는 딸이 없어질 것이고 가주의 자리를 아들에게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방계 가족의 딸들에게 상속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조윤은 시어머니의 음험한 성격으로는 절대 가주의 자리를
고현이 이윤미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본 여자들은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이때 이윤정이 갑자기 뛰어와서 고현의 길을 막았다. 그리고 웃음꽃을 흩날리면서 고현에게 말을 건넸다.“고 대표, 저와 함께 춤추실래요?”고현은 목소리를 깔고 굵은 목소리로 거절했다.“윤정 씨, 죄송해요. 전 이미 파트너가 생겼어요.”고현은 말을 마친 후 이윤정을 넘어 몇 걸음 더 걸어서 이윤미의 테이블 앞으로 갔다.이윤미는 음식을 맛있게 먹다가 문득 많은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윤미는 바로 고개를 들었고 고현이 자신의 맞은편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이윤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바로 고현을 향해 웃었다.“고 대표, 무슨 일이세요?”전호영이 고현의 뒤를 따라왔다.전호영이 이윤정 옆을 지나갈 때 이윤정은 전호영을 넘어뜨리려고 한쪽 발을 내밀었다.이윤정은 전호영이 자신의 가장 강력한 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연적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 앞에서 넘어져 망신 주고 싶었다.그러나 이윤정은 전호영을 너무 얕잡아보았다. 간이 부은 것이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감히 전호영 앞으로 발을 내민 것이다.전호영은 이윤정의 꼼수를 눈치챘고 이윤정의 발에 걸린척했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지지 않고 펄쩍 뛰면서 이윤정의 발을 흘겨보았다.쿵!누군가가 땅바닥에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발을 내밀어 전호영을 골탕 먹이려던 이윤정이 넘어졌다.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면서 나온 소리였다.연회 현장의 사람들 모두 이윤정을 쳐다보았다.이윤정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땅으로 처참하게 넘어진 것이다. 하마터면 다리가 치마 밑으로 드러날 뻔했고 발에 신겨졌던 하이힐 한쪽도 날아가 버렸다.이 장면은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전호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현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지 못했다. 고현은 이윤미를 마주해 서 있었고 전호영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윤미가 전반 과정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이윤정이 발을 내밀어
고현은 이윤미를 도와 증언해 주었다.“이 대표, 제가 이윤미 씨를 위해 증언해 줄 수 있어요. 윤미 씨가 조금 전에 이곳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었어요. 제가 윤미 씨와 춤추고 싶어서 초대하러 왔기 때문에 윤미 씨가 일어선 겁니다.”“네가 윤정을 밀었다고 의심하지 않았어. 다만 윤정이와 가까이 있으면서도 동생이 넘어졌는데 부축하지도 않니?”이 대표가 수양딸을 더 예뻐한다는 사실은 강성에서 이젠 비밀도 아니다.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이씨 노인네가 노망났다고 생각했다.수양딸이 넘어졌는데 친딸이 부축하지 않는다고 탓하다니!이윤정이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이윤정이 넘어진 일은 이윤미와 전혀 상관없었다.“내 말이. 윤정이가 처참하게 넘어졌는데도 윤미 너는 가만히 서서 보고만 있어? 동정심도 없이 윤정이를 부축할 줄도 몰라? 윤정이가 창피하게 넘어지니까 너무 기뻐하는 거 아니야?”이 말을 한 사람은 조윤이였다이윤미의 잘못이 아닌데도 조윤은 이윤정이 이윤미를 원망하게 하고 싶었다.이윤미가 입을 벌리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떨구면서 억울해하는 표정을 지었다.보는 사람마저도 분노가 치밀었다.모두가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사리가 밝지 않다고 생각했다.이윤정 친아버지로 인해 친딸인 이윤미가 태어나자마자 집사의 딸로 뒤바뀌게 되어 시골에서 자라게 되었다.이윤정이 이윤미가 가져야 했던 모든 것을 빼앗았고 자신의 신분을 되찾았지만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여전히 이윤정을 더 예뻐했다. 이윤미에 대해서는 겉치레만 해줬을 뿐 신경 쓰지 않았다.친엄마인 이 대표마저도 이윤미에게 잘해주지 않았다.이윤미가 이씨 가문으로 돌아온 지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윤미도 이 대표를 따라다니며 수많은 연회 자리에 참석했지만 이 대표는 사람들 앞에서 이윤미에 대한 불만 가득한 표정 많았을 뿐 그녀 앞에서 웃어 본 적 없었다.지금은 이윤미가 이씨 가족의 기업에서 권한을 부여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지만 모두 겉치
“엄마, 나 머리가 좀 아파요. 발도 삐끗한 것 같아요.”이윤정은 가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엄마, 제가 실수로 전씨 셋째 도련님과 부딪혀서 넘어진 거예요. 윤미 언니와는 상관없어요. 엄마와 형수님, 윤미 언니 탓하지 마세요.”그리고 또 전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전 대표, 왜 저를 넘어뜨리세요? 전 대표가 고 대표를 좋아하고 또 공개적으로 구애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어요. 우리가 연적이라 해도 저한테 이렇게 대하시면 안 되죠.”이 대표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윤정에게 물었다.“전 대표가 널 넘어뜨린 거야?”전호영이 화를 냈다.“이윤정 씨, 밥을 함부로 먹을 순 있어도 말을 함부로 하시면 안 되죠. 당신이 저를 넘어뜨리려고 해서 제가 뛰면서 피했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았어요. 반면 당신이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넘어졌잖아요.”“정말 자업자득이네요. 쌤통이네요!”전호영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은 불가능했다.전호영은 혼자서도 열 몇 명의 연적과의 말싸움에서 이겼던 역사가 있었다.이윤정이 홀몸으로 전호영을 모함하려 하다니, 어림도 없었다.전호영은 이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반박할 틈도 주지 않고 고개를 들어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곳에는 카메라가 여러 개 설치되었어요. 제가 이윤정 씨를 기어코 넘어뜨렸다고 말하신다면 우리 고 대표에게 부탁해서 카메라 기록을 들춰냅시다. 모두에게 보여 줘서 진실을 알아내면 되겠네요.”고성 호텔은 고씨 그룹의 호텔이었다. 고현은 고씨 그룹의 대표였기 때문에 카메라 기록을 꺼낼 권리가 있었다.이윤정은 여전히 변명했다.“저도 전 대표를 넘어뜨리려고 한 게 아니라 실수로 전 대표와 부딪혔을 뿐이에요.”“그 말인즉슨, 제 탓이 아니란 말씀입니까?”이윤정은 말문이 막혔다.이 대표는 어떻게 된 건지 이내 알아차렸다.이 대표는 화를 억누르면서 전호영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전 대표, 죄송해요. 제 딸이 당신을 오해하게 되어서 정말 죄송해요.”뒤이어 이윤정에게 힘 있는 목소리로 소리
하예정은 웃으면서 해명했다.“동서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봐 물어본 거 아니에요. 단지 할머니께서 어떤 며느릿감을 고르실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에요.”그녀는 이런 가십거리를 매우 좋아했다.동서끼리 사이가 안 좋을까 봐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씨 할머니의 안목은 무척 좋기 때문에 전씨 할머니께서 고르신 아내감은 분명 인성 좋은 사람일 것이다.설령 인성이 나쁘더라도 하예정과 마음이 맞지 않아도 괜찮았다.그들은 모두 서원 리조트에 살고 있지만, 모두가 서로 다른 별장에 살고 있었다. 함께 살지 않으니 마음이 맞으면 서로 좀 더 잘 만나고 마음이 맞지 않으면 관계만 잘 유지하면 그뿐이었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나도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라. 아마 비주얼은 좋을 것 같아. 어쨌든 우리 사촌 동생들은 전부 다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할머니께서도 못생긴 여자는 고르시지 않을 거야. 이혁이도 오랫동안 날 찾아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됐는지 몰라.”전태윤은 심지어 전이혁의 미래 아내의 성씨도 몰랐다. 그의 여자도 아니었기에 너무 많은 관심을 돌리지 않았다.언젠가 동생들도 그들의 여자들을 데리고 부모님을 뵈러 올 것이다.“그런데 할머니께서 저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저는 못생기지 않게 생겼지만, 우리 집안은 부유하지도 않고 전씨 가문의 재력과는 너무 차이 나는 데다 태윤 씨는 전씨 가문의 장남이잖아요, 왜 태윤 씨와 저를 맞세우려고 하셨는지, 또 왜 우리 두 사람을 결혼시키려고 하셨는지... 태윤 씨도 무척 난처했겠네요.”전태윤은 잠자코 있다가 대답했다.“우리는 아마도 그 점쟁이가 점을 쳐 주신 덕분일 거야.”전씨 할머니는 그 점쟁이를 가장 신임하셨다. 점쟁이는 전태윤과 하예정이 부부 인연이 있다면서 만약 그가 하예정을 놓치게 되면 평생 홀아비로 살 것이라고 귀띔해주셨다.전씨 할머니는 장남 전태윤을 가장 아끼시는데 어떻게 그가 홀아비로 살게 할 수 있겠는가!하여 전씨 할머니는 몰래 하예정의 인성을 관찰하다가 인품이
사람들에게 하예정의 친정집의 실력도 강하다는 것을 알게 해야 했다.하예진은 이경혜의 지시에 따라 강성에 와서 이은숙 가족 교통사고의 진실을 추적하는 것 외에도, 이씨 가문의 주인 자리를 되찾아 하예정의 친정집에도 재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강성 이씨 가문은 점점 몰락하고 있지만, 어쨌든 재벌 가문이기 때문에 지금의 하씨 집안보다는 훨씬 나았다.하씨 집안에도 가족들이 많지만, 고향의 그 “일품” 친척들은 하예정의 발목만 잡는 사람들이라 연계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통화를 끝내자 하예정은 휴대전화를 들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전태윤은 부드럽게 물었다.“무슨 생각해?”하예정은 빙그레 웃으며 전태윤의 어깨에 기대며 말을 이었다.“당신 그래요? 운명이란 게 참 이상해요. 저는 지금 같은 날은 꿈도 꾸지 못했거든요. 우리 엄마가 원래 부잣집 딸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게다가 제가 태윤 씨와 결혼하게 되다니, 사람 사이 인연이란 게 참 신기해요. 내일 일어나게 될 일을 누구도 모르잖아요.”전태윤은 하예정의 얼굴에 뽀뽀하고 난 뒤 말을 건넸다.“처형이랑 일상적인 통화를 하는 것 같더니 왜 이렇게 감회가 새로워졌어? 먼저 회사로 갈 거야? 아니면 서점으로 가려고? 내가 너 데려다주고 다시 회사로 갈게.”“일단 회사로 돌아가야죠. 지금 이 시간이면 학생들도 다 수업하고 있을텐데 가게도 별일 없을 거예요. 서점으로 간다 해도 한가해서 파리만 잡을 텐데. 지금은 날씨가 추워서 파리도 없겠네요.”“그래.”“참, 저의 언니가 말씀하시는데 어제 고 대표님이 연회에 드레스를 입고 참석하셨다면서요? 호영 도련님께서 드디어 소원을 이루셨네요.”전태윤이 웃으면서 말했다.“호영이가 어젯밤에 기뻐하며 나에게 이 좋은 소식을 알려주더라고. 이진이와 호영이가 결실을 보았으니 이제 이혁이와 전우만 남았네.”지난번에 어떤 여자가 전씨 그룹에 가서 전이혁을 찾으러 갔었다. 전이진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물건을 훔친 거 아니냐면서 캐물었
하예정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우빈은 말할 것도 없고 나조차도 아침에 이불 속에서 겨우 일어났어. 언니, 강성은 더 춥지? 인스타에서 보니 사람들이 눈 내리는 영상을 찍어 올렸던데. 우리 관성은 눈은 오지 않지만, 강성 쪽에 눈이 오면 우리 여기도 따라서 추워져.”관성 기온은 낮에는 10도가 넘지만, 밤에는 가장 낮아서 8~9도까지 떨어지곤 한다.이런 기온은 강성 사람들에게는 춥지 않지만, 더위에 길들여진 관성 사람들에게는 매우 추운 날씨다.“옷 좀 더 입혀줘. 유치원에서 나누어준 겨울옷은 너무 두껍지 않으니까.”우빈은 겨우 세 살 남짓 된 어린이였기에 하예진이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입혔어. 그런 걱정하지 마. 언니도 강성에서 감기 조심하고. 많이 입고 다녀.”“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걱정하지 마. 넌 오늘 회사로 출근했어? 요즘 관성도 추울 텐데, 먼저 집에서 쉬는 건 어때? 제부가 돈 잘 벌잖아. 네가 회사로 뛰어다니면서 돈 벌 필요 없어.”하예진은 너무 바빠서 땅에 발을 내디딜 틈이 없으면서도 여동생에게는 집에서 배 속의 아기를 잘 돌보라고 설득했다.“괜찮아. 우리 회사에도 일이 별로 없어서 그냥 와 본 거야. 좀 이따가 서점에 들러야 해. 정남 씨가 이틀을 휴가 내서 나도 효진에게 쉬라고 했어. 두 사람이 함께 편히 쉬라고 가게에 나오지 말라고 했어. 나 혼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으니까.”소정남은 늘 전태윤에게 그의 아내가 샤브샤브를 먹고 싶어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먹지 못한다고 투덜댔다.하예진도 그냥 잔소리 한 번 해봤을 뿐 하예정이 말을 듣지 않을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더는 말을 설득하지 않았다.하예진은 과거 임신하여 집에서 쉬면서 사회와 단절되었고 출산한 뒤로도 모든 정력을 우빈에게만 쏟아부어 자기 관리에 소홀해 몸매가 많이 무너졌었다.그러나 전태윤은 주형인처럼 어리석게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하예진의 실패한 결혼은 하예정에게 경적을 울릴 것이고 하예정도 최대한 친언니의 과거 생활을 피해 가려
전호영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내뱉었다.“당연히 습관 되지 않을 거예요. 현이 씨는 평소 너무 엄숙해요. 너무 부끄러우면 방에 혼자 있을 때 연습해도 되는데. 누구도 듣지 못하면 누가 현이 씨를 비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잖아요.”고현은 전호영이 계속 말하는 모습을 보더니 스테이크를 한 조각 잘라 포크로 그의 입에 쑤셔 넣었다.따르릉...전호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하예정이 걸어온 전화였다.전호영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예진 누나, 무슨 일 있어요?”“없어요. 그냥 호텔 문 앞에 기자들이 많다고 알려주려고요. 혹시 고현 씨가 혹시 외부에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인정하셨어요? 기자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데 아마도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싶어서 찾아온 것 같아요. 하루 호텔에 와서 모여있는 거로 보면 아마 맞은편의 고성 호텔에서도 지키고 있을 거예요. 아까 일구 씨가 가봤는데 확실히 기자들이 몰려들어 있대요. 오늘 호텔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호영 씨, 어제 호영 씨와 고현 씨가 무슨 일을 벌인 거 맞죠? 소문이 어찌나 빠른지 아침에 식사하러 내려왔는데 저도 벌써 그 소문을 듣게 됐다니까요.”전호영은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마치 저와 현이 씨가 어젯밤에 바람을 피우다가 잡힌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하하! 어젯밤에 저와 현이 씨가 송씨 가문 연회에 참석하러 갔거든요. 현이 씨가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을 뿐이에요. 다른 건 아무 일도 없었어요.”하예진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렇군요. 축하드려요. 고현 씨가 호영 씨를 위해 치마를 입다니, 그녀가 드디어 호영 씨를 사랑하게 됐네요. 저는 두 사람의 결혼 축하주를 마시기만을 기다리면 되겠네요.”고현은 전호영에 대한 감정이 매우 더딘 편이었다.전호영이 고현을 쫓아다닌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녀는 이제야 사람들이 전호영을 오해하는 것이 가슴 아팠고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하여 고현은 자발적으로 치마를 입고 세상 사람들에게 그녀가 원래 여자이고 전호영
고현과 전호영은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큰 도련님,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집사는 계단 입구에 서서 고현에게 공손히 말했다.고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전호영과 함께 식사하러 갔다.집사는 따라가지 않았다.고현이 식사할 때, 누군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종종 스스로 가지러 가곤 했다.집사는 고현과 같은 도련님을 모시는 것이 너무 수월하다고 생각했다.“집사님은 아직 현이 씨가 여자인 줄 모르세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되물었다.“제가 여자라는 사실을 전세계 사람들에게 선언할 필요는 없잖아요?”전호영은 히죽히죽 웃으며 대답했다.“필요 없죠.”“얼른 아침 식사나 해요. 이따 출근해야 하니까.”“네.”전호영은 그녀를 도와 식탁 의자를 당겨주며 말했다.“제가 오늘 더 일찍 오지 못해서 아쉽네요. 좀 더 일찍 왔더라면 현이 씨에게 직접 요리해 줄 수 있었을 텐데. 저의 별장 실내 장식이 끝나고 나서 들어가 살게 되면 매일 현이 씨에게 요리해 줄 수 있어요.”별장 한 채를 장식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다.그 별장은 전호영이 강성에 생활할 때 거주하는 별장이기에 그의 높은 요구 사항 때문에 장식하는 진도가 좀 느렸다.설전에 실내 장식을 마치기만 해도 빠른 편일이다.고현은 잠자코 있다가 말을 이었다.“호영 씨 때문에 제 입맛이 까다로워지면 어떡하죠?”전호영의 요리 솜씨가 좋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그녀도 그의 요리 솜씨를 인정한다.전호영이 만든 음식을 먹고 나서 고현은 호텔이나 자기 집에서 밥을 먹을 때 항상 맛이 부족하다고 느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했다.“앞으로 부부 될 사이인데 그런 말 하지 마세요. 한 가족으로 되면 매일 같이 살 텐데 현이 씨의 하루 세끼를 제가 모두 책임지면 되잖아요.”이때 고현이 갑자기 엄숙하게 그에게 물었다.“만약, 만약 제가 우리가 결혼 후에도 강성에 남아 여전히 고씨의 그룹을 운영하고 싶어 한다면 호영 씨 동의할
“기자들이 모여있든 말든 저는 상관없어요. 저의 경호원들과 회사 경비실 직원들이 제가 회사에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보장할 거예요. 하지만 저한테서 답을 얻지 못하면 호영 씨에게 매달릴지도 모르니 호영 씨도 조심하세요.”고현이 연예기자를 처음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긴장하지 않았다.전호영은 그녀의 남자 친구이다.연예 기자들도 전호영의 곁을 맴돌며 혹시 그도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그녀에게 구애하지 않았냐며 그에게 매달릴 것이다.전호영은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무서울 것 하나도 없어요. 저에게 그런 물음을 물어본다면 제가 바지를 벗겨보지도 못했는데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으면 기자들이 더는 물어보지 못할 거에요. 어차피 사람들은 우리를 동성애자라고 생각할 텐데 제가 그런 말을 하면 기자들도 어쩔 수 없을 거예요. 이미 저를 게이로 보고 있기도 하고 고현 씨가 여자인 걸 알았다고 해도 뭐 어쩔건데요? 저도 어제 금방 알았다고 말하면 기자들도 믿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고현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하긴, 전호영은 말재주가 좋아 연예 기자들은 몇 번이나 그의 손에 놀아났는지 모른다.전호영이 말하고 싶지 않으면 기자들이 제아무리 애써봤자 그의 입에서 실오라기 하나도 건질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전호영은 화제를 돌려 연예 기자들의 주의력을 딴 곳으로 끌어가면서 기자들을 되돌려 보낼 것이다. 그러다가 기자들은 떠난 뒤에야 또 그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예전에 고현과 전호영의 일에 관해 연예 기자들에게 쫓겨 다녔을 때 연예 기자들은 모두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녀의 주위를 맴돌지언정 친근해 보이고 그들을 배척하지 않는 전호영의 주위를 맴돌지 않았다.연예 기자들은 왠지 전호영이 그들을 원숭이 놀리듯 조롱당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는 전호영을 찾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현은 옷을 갈아입고 욕실에서 늠름하고 멋진 예전의 모습으로 나왔다.전호영은 사랑하는 여인을 보며 휘파람을 불며 농담했다.“
전호영은 정돈을 마친 후 노크했다.“현이야, 나야, 호영이”방금 잠에서 깨나 침대에 아직 누워 있던 고현은 노크 소리를 들고 마지못해 일어나 문을 열었다.“좋은 아침!”전호영은 꽃다발을 내밀면서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꽃처럼 매일 환하게 웃을 일이 가득하길 바랄게.”고현은 호영과 꽃다발을 번갈아 보다가 꽃을 건네받으면서 물었다.“고작 이 꽃 선물 때문에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온 거야?”“아침 같이 먹으려고 왔지, 꽃은 덤으로 선물하는 거고. 내가 선물 한 꽃이 향도 좋고 예쁘다고 했잖아. 매일 선물 해줄게. 매일 싱싱하고 이쁜 꽃다발을 받는 게 좋지 않아?”고현은 꽃다발을 든 채 뒤돌아서서 말했다.“내가 싫다고 해도 매일 보낼 거잖아.”전호영은 구애하는 데 있어서 고현의 말을 들은 적이 없이 줄곧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왔고 고현은 그런 전호영이 귀찮다 못해 한 대 패주고 싶을 정도였다.맨 처음 호영은 고현의 부모님을 공략해 자신의 편을 들어주게끔 만들더니 나중에는 고씨 그룹도 자유롭게 출입하곤 했다.“네가 없이도 난 아침밥 잘만 먹었어.”고현은 입으로는 전호영이 너무 강압적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꽃 선물을 한다고 나무랐지만 어느새 꽃을 꽃병에 꽂아 넣고 한 발짝 멀리서 구경했다.방으로 들어온 전호영은 아직 잠옷 차림인 고현을 보더니 옷방에서 옷을 꺼내 건네 주며 말했다.“요즘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어, 아침에는 특히 더 추워, 얼른 옷 갈아입어,그러다 감기 걸리겠다.”고현은 별다른 얘기 없이 옷을 건네받고는 말했다.“소파에서 기다리고 있어, 옷 갈아 입고 올게.”“그래.”어젯밤 일이 생각 난 호영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어제 네가 여자 옷을 입은 일이 강성에 다 퍼졌어, 오늘 아마 인기 검색어가 돼 있을 거야, 너희 회사랑 고성 호텔에 기자들이 잔뜩 모여 있을걸. 오늘 회사 나가지 말고 하루 쉬는 건 어때?”회사랑 고성 호텔은 고현이 매일 가는 두 곳이었다.연예기자들은 고현이 여자가 맞는지를
병실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밤은 깊어져 가고 북적이던 도시도 점점 고요해져갔다.다음 날, 마이바흐 한 대가 고현의 별장 앞에 세워져 있었다.손에 꽃다발과 예쁜 쇼핑백을 든 전호영이 차에서 내려 벨을 눌렀다.한참이 지나서야 문을 연 집사는 문 앞에 서 있는 전호영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좋은 아침이에요, 전 대표님, 저희 대표님께서 아직 주무시고 계셔요.”고현은 어젯밤 늦게 집에 돌아왔다. 사실 일도 바쁘고 접대도 많아서 매일 집에 늦게 돌아오곤 했다.고현은 어젯밤 파티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았었다.그녀는 친분이 있는 몇몇분의 대표님들과 인사를 건넨 뒤 비즈니스를 나누고는 전호영과 같이 파티장을 떠났다.고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온 그녀는 곧바로 남장으로 바꿔 입었다. 대신 가짜 복근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워낙 살쪄 보이지 않는 데다가 날씨도 추워서 옷 한 벌 더 입고 겉에 양복을 걸치면 남들 눈에는 여전히 멋진 고씨 집안 도련님이었다.그 후 고현은 여의 팰리스로 돌아와 잠을 잤다.전호영은 웃으며 집사와 얘기했다.“괜찮아요, 안 깨울 거예요. 제가 일찍 도착한 거예요. 늦게 오면 아침을 같이 못 먹을까 봐서요.”집사는 전호영의 차를 보고는 물었다.“대표님, 안쪽에 주차해 드릴까요?”“괜찮아요, 밖에 세워둬도 아무 일 없어요.”그곳에 주차하면 기자들이거나 고씨네 친척들이 별장 문 앞에 모여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오히려 방지할 수 있었다.집사는 별장 문을 닫았다.“이모님, 무슨 얘기 못 들으셨어요?”전호영은 집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집사는 전호영이 자신과 고현의 연애에 관해서 물어보는 줄 알고 대답했다.“얘기 많이 들었어요. 전 대표님과 저희 도련님 두 분께서 좋으시면 되죠, 남들 신경 쓸 필요가 뭐가 있어요.”전호영과 만나기 시작한 후로 고현의 성격도 많이 부드러워졌다.전호영은 웃으며 답했다.“하긴 그렇죠. 내 갈 길 가는데 남들이 뭐라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집사는 아직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고
“윤미의 결혼을 생각하면 나도 걱정이 태산이야. 걔는 보통 사람들이랑은 달라.”윤미는 혼자 아이를 낳아 후계자로 둘 생각이었다. 남편 없이 아이만 원하는 윤미의 생각에 이 가주도 머리가 아주 복잡했다.비록 이 가주와 정화의 오랜 결혼생활에도 결국 금이 생겼지만 수십 년간 부부생활을 해온 만큼 사랑까지는 아니라도 정은 남아있었다.노년이 됐을 때 동반자가 있으면 적어도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자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나이가 들면 다들 가정을 차리게 되고 또 일과 육아 때문에 부모는 뒷전일 게 분명했다.결국 곁에 남는 것은 동반자일 뿐.정화와 윤정의 해프닝이 있고 난 뒤에도 결국에는 윤정이만 내쳐지고 정화는 수술하는 것에 그치고 집에서 쫓겨나지는 않았다.이 가주는 정화가 나중에 해코지할 걱정도 없었다. 그녀는 이씨 집안의 실세이고 윤미가 후계자가 된다고 할지라도 윤미는 이 가주랑 더 친하고 정화랑은 아무 감정도 없었기 때문이다.정화가 이 가주보다 나이가 몇 살 더 많은 것을 고려하면 이 가주가 나이가 들어 걷지 못할 때가 온다고 해도 어쩌면 그땐 정화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이 가주는 윤미가 그냥 아무 남자나 만나 후계자가 될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결혼해서 남편이랑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보내기를 바랐다.정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친딸이랑 친하지도 않았고 또 그녀의 결혼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도 아니었다.얼마 전에도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하자 좋아하기는커녕 상대가 돈만 많고 능력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나무랐다.이씨 집안은 데릴사위를 찾는 상황인데 데릴사위가 되기를 원하는 남자가 몇이나 되겠는가?이씨 가문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면 정화도 애당초 데릴사위가 될 일은 없었다.정화는 자신과 이 가주의 친딸이 나중에 이씨 가문의 주인이 되면 젊었을 때 체면이 구겨졌더라도 그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아이가 뒤바뀌었고 다시 제자리로 되돌려졌을 때에는 이미 부녀지간의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