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씨 셋째 도련님은 정말 뻔뻔해요. 고 대표가 귀찮아하는 데도 껌딱지처럼 고 대표에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도 않아요.”조윤도 전호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전씨 셋째 도련님은 우리보다 우세가 있어. 전호영은 남자지만 신분과 지위가 있기 때문에 고씨 그룹은 전씨 그룹과 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고 대표의 경호원들은 전씨 셋째 도련님을 막을 수 없었을 거야.”그 말을 들은 이윤정은 더욱 질투가 났다.와인 한잔을 벌컥 들이킨 이윤정은 형수에게 물었다.“이윤미는요?”“어느 구석에 있는지 보지 못했어.”조윤은 이윤미를 좋아하지 않았다.이윤미가 시골에서 자랐다고 해도 이윤미의 분위기는 우아하고 기품 있었다. 이씨 가문으로 돌아와서 조금 꾸몄을 뿐인데도 이윤정보다 훨씬 예뻐서 조윤은 못마땅했다.그래도 조윤은 시누이가 정말 싫었다. 이윤미가 아주 교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이윤미가 이씨 가문 저택에서 조용하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 소리 없이 오빠 손에서 적잖은 권력을 나누어 가졌다. 이러한 행동들은 조윤을 더 불쾌하게 만들었다.조윤은 비밀리에 이윤정을 꼬드겨 이윤미와 권력 다툼을 부추기려고 했다. 이윤정은 이씨 가문에서 후계자로 키워졌다, 비록 이씨 가문의 혈육은 아니지만 수양딸이기도 했다. 이윤정이 제대로 된 장녀라고 생각했다.이윤정은 이윤미보다 10분 먼저 태어났다.조윤은 두 시누이가 권력을 놓고 경쟁하여 자신의 남편이 중간에서 이익을 챙겼으면 했다. 다른 가문에서의 재산은 대부분 아들에게 상속되었지만 이씨 가문은 장녀에게 가주의 자리를 물려주었다. 이씨 가문의 가주가 회사의 대부분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이씨 가문의 남자들은 진작부터 이 가정 규칙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런 규칙을 깨고 싶었다.이윤미와 이윤정이 모두 죽으면 이 대표는 딸이 없어질 것이고 가주의 자리를 아들에게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방계 가족의 딸들에게 상속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조윤은 시어머니의 음험한 성격으로는 절대 가주의 자리를
고현이 이윤미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본 여자들은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이때 이윤정이 갑자기 뛰어와서 고현의 길을 막았다. 그리고 웃음꽃을 흩날리면서 고현에게 말을 건넸다.“고 대표, 저와 함께 춤추실래요?”고현은 목소리를 깔고 굵은 목소리로 거절했다.“윤정 씨, 죄송해요. 전 이미 파트너가 생겼어요.”고현은 말을 마친 후 이윤정을 넘어 몇 걸음 더 걸어서 이윤미의 테이블 앞으로 갔다.이윤미는 음식을 맛있게 먹다가 문득 많은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윤미는 바로 고개를 들었고 고현이 자신의 맞은편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이윤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바로 고현을 향해 웃었다.“고 대표, 무슨 일이세요?”전호영이 고현의 뒤를 따라왔다.전호영이 이윤정 옆을 지나갈 때 이윤정은 전호영을 넘어뜨리려고 한쪽 발을 내밀었다.이윤정은 전호영이 자신의 가장 강력한 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연적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 앞에서 넘어져 망신 주고 싶었다.그러나 이윤정은 전호영을 너무 얕잡아보았다. 간이 부은 것이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감히 전호영 앞으로 발을 내민 것이다.전호영은 이윤정의 꼼수를 눈치챘고 이윤정의 발에 걸린척했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지지 않고 펄쩍 뛰면서 이윤정의 발을 흘겨보았다.쿵!누군가가 땅바닥에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발을 내밀어 전호영을 골탕 먹이려던 이윤정이 넘어졌다.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면서 나온 소리였다.연회 현장의 사람들 모두 이윤정을 쳐다보았다.이윤정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땅으로 처참하게 넘어진 것이다. 하마터면 다리가 치마 밑으로 드러날 뻔했고 발에 신겨졌던 하이힐 한쪽도 날아가 버렸다.이 장면은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전호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현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지 못했다. 고현은 이윤미를 마주해 서 있었고 전호영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윤미가 전반 과정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이윤정이 발을 내밀어
고현은 이윤미를 도와 증언해 주었다.“이 대표, 제가 이윤미 씨를 위해 증언해 줄 수 있어요. 윤미 씨가 조금 전에 이곳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었어요. 제가 윤미 씨와 춤추고 싶어서 초대하러 왔기 때문에 윤미 씨가 일어선 겁니다.”“네가 윤정을 밀었다고 의심하지 않았어. 다만 윤정이와 가까이 있으면서도 동생이 넘어졌는데 부축하지도 않니?”이 대표가 수양딸을 더 예뻐한다는 사실은 강성에서 이젠 비밀도 아니다.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이씨 노인네가 노망났다고 생각했다.수양딸이 넘어졌는데 친딸이 부축하지 않는다고 탓하다니!이윤정이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이윤정이 넘어진 일은 이윤미와 전혀 상관없었다.“내 말이. 윤정이가 처참하게 넘어졌는데도 윤미 너는 가만히 서서 보고만 있어? 동정심도 없이 윤정이를 부축할 줄도 몰라? 윤정이가 창피하게 넘어지니까 너무 기뻐하는 거 아니야?”이 말을 한 사람은 조윤이였다이윤미의 잘못이 아닌데도 조윤은 이윤정이 이윤미를 원망하게 하고 싶었다.이윤미가 입을 벌리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떨구면서 억울해하는 표정을 지었다.보는 사람마저도 분노가 치밀었다.모두가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사리가 밝지 않다고 생각했다.이윤정 친아버지로 인해 친딸인 이윤미가 태어나자마자 집사의 딸로 뒤바뀌게 되어 시골에서 자라게 되었다.이윤정이 이윤미가 가져야 했던 모든 것을 빼앗았고 자신의 신분을 되찾았지만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여전히 이윤정을 더 예뻐했다. 이윤미에 대해서는 겉치레만 해줬을 뿐 신경 쓰지 않았다.친엄마인 이 대표마저도 이윤미에게 잘해주지 않았다.이윤미가 이씨 가문으로 돌아온 지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윤미도 이 대표를 따라다니며 수많은 연회 자리에 참석했지만 이 대표는 사람들 앞에서 이윤미에 대한 불만 가득한 표정 많았을 뿐 그녀 앞에서 웃어 본 적 없었다.지금은 이윤미가 이씨 가족의 기업에서 권한을 부여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지만 모두 겉치
“엄마, 나 머리가 좀 아파요. 발도 삐끗한 것 같아요.”이윤정은 가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엄마, 제가 실수로 전씨 셋째 도련님과 부딪혀서 넘어진 거예요. 윤미 언니와는 상관없어요. 엄마와 형수님, 윤미 언니 탓하지 마세요.”그리고 또 전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전 대표, 왜 저를 넘어뜨리세요? 전 대표가 고 대표를 좋아하고 또 공개적으로 구애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어요. 우리가 연적이라 해도 저한테 이렇게 대하시면 안 되죠.”이 대표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윤정에게 물었다.“전 대표가 널 넘어뜨린 거야?”전호영이 화를 냈다.“이윤정 씨, 밥을 함부로 먹을 순 있어도 말을 함부로 하시면 안 되죠. 당신이 저를 넘어뜨리려고 해서 제가 뛰면서 피했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았어요. 반면 당신이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넘어졌잖아요.”“정말 자업자득이네요. 쌤통이네요!”전호영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은 불가능했다.전호영은 혼자서도 열 몇 명의 연적과의 말싸움에서 이겼던 역사가 있었다.이윤정이 홀몸으로 전호영을 모함하려 하다니, 어림도 없었다.전호영은 이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반박할 틈도 주지 않고 고개를 들어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곳에는 카메라가 여러 개 설치되었어요. 제가 이윤정 씨를 기어코 넘어뜨렸다고 말하신다면 우리 고 대표에게 부탁해서 카메라 기록을 들춰냅시다. 모두에게 보여 줘서 진실을 알아내면 되겠네요.”고성 호텔은 고씨 그룹의 호텔이었다. 고현은 고씨 그룹의 대표였기 때문에 카메라 기록을 꺼낼 권리가 있었다.이윤정은 여전히 변명했다.“저도 전 대표를 넘어뜨리려고 한 게 아니라 실수로 전 대표와 부딪혔을 뿐이에요.”“그 말인즉슨, 제 탓이 아니란 말씀입니까?”이윤정은 말문이 막혔다.이 대표는 어떻게 된 건지 이내 알아차렸다.이 대표는 화를 억누르면서 전호영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전 대표, 죄송해요. 제 딸이 당신을 오해하게 되어서 정말 죄송해요.”뒤이어 이윤정에게 힘 있는 목소리로 소리
이윤정은 계속해서 핑계를 대고 있다가 어머니의 엄숙한 표정을 보더니 바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엄마,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이윤정은 한 걸음 더 다가가 다정하게 이 대표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리듯 말했다.“엄마, 내가 잘못했어요. 화내지 마세요. 난 고 대표가 너무 좋아요. 워낙 경쟁력이 강한데 전씨 셋째 도련님까지 끼어들려고 하잖아요. 우린 여자라서 고 대표에게 가까이할 수조차 없단 말이에요.”“하지만 전 대표는 고 대표와 가까이할 수 있잖아요. 고 대표의 경호원들도 전 대표를 막지도 못하는걸요. 게다가 고 대표 회사 앞에서 꽃바다까지 만들면서 공개적으로 구애했고요.”“제가 전 대표를 질투해서 저도 모르게 그런 짓을 한 거에요. 하지만 전 대표가 반응이 매우 빨라서 전 대표를 넘어뜨리지 못하고 제가 그분에게 걸려서 넘어진 거예요.”자신이 방금 넘어진 것을 생각하면서 이윤정은 화가 치밀어 이가 갈렸다.이윤정은 지금까지 그렇게 창피한 적 없었다.“엄마, 화내지 마세요. 알겠어요. 다시는 이런 작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이윤미도 그래요. 제가 넘어진 걸 보면서도 바로 부축해주러 오지 않았어요.”“형수 말씀이 맞네요. 이윤미는 제가 그렇게 창피함을 당하는 게 기쁜가 봐요.”그러자 이 대표가 이윤정의 이마를 쿡쿡 찌르며 꾸지람했다.“윤미가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고 대표가 갑자기 찾아와서 놀란 상태에 처해 있었어.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네가 뒤에서 넘어진 거야. 윤미가 그 당시 멍해 있었거든. 그런데 어떻게 널 부축하러 가?”“윤미가 시골에서 자랐고 무술을 배운 적이 없어서 반응이 빠를 수 없어. 너처럼 무술을 배워본 사람도 전 대표에게 당했잖아. 넌 건드리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건드린 거야.”“이건 네 문제야. 너의 잘못이야. 자꾸 윤미를 탓하지 마. 어쨌든 윤미는 내 친딸이야. 너도 기억해야 해. 네 아빠 때문이 아니었다면 윤미가 저런 억울함을 당하지 않았을 거야.”“네가 윤미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 거야. 자꾸 윤미
모녀는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호텔로 들어선 이윤정은 또 눈에 불이 타올랐다. 이윤미와 고현이 함께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이윤정만 질투하는 것이 아니었다. 고현을 마음에 담아두었던 여자들 모두 이윤미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어 했다.그리고 모두가 전호영을 지켜보았다.전호영은 술잔을 들고 서서 고현과 이윤미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질투하기는커녕 얼굴에 웃음을 머금었다.사람들은 이 가장 강력한 연적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왜 이윤미에게 다가가서 고 대표를 뺏지 않는지 의아했다.그녀들도 고 대표와 함께 춤을 추고 싶어 했다.이윤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매섭게 지켜보고 있는 것을 느꼈고 이내 고현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고 대표, 우리가 함께 춤추는 바람에 제가 모든 여자의 연적으로 되였어요.”고현은 살며시 웃었다.“윤미 씨, 두려우세요?”이윤미는 아름다운 눈을 반짝이며 고현과 잠시 눈을 마주쳤고 그제야 웃으면서 대답했다.“고 대표, 저는 정말 당신에게 관심이 있어요. 당신의 연모자로 되고 싶어요.”“저도 이윤미 씨가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이윤미 씨에게 희망을 줄 수 없어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이윤미는 고현에게 호감을 느꼈을 뿐 고현에게 빠질 정도는 아니었다.고현은 눈앞의 여자가 자신에게 더 깊이 빠져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현은 이윤미와 춤추는 기회를 빌려 전호영 품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동시에 이윤미도 거절했다. 이윤미도 쿨한 성격이라서 정확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이윤미 역시 웃으면서 대답했다.“고 대표,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시다면 저는 더는 끼어들 생각 없는걸요.”이윤미는 고현을 좋아했지만 고현이 이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장가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에 복귀한 후 이씨 가문의 계보를 확인해 보았다. 역대 이래 이씨 가문의 가주의 데릴사위는 모두 능력이 없는 분들이었다.능력 있는 남자들이 이씨 가문으로 데릴사위로 장가갈 리가 없
이윤미와 하예정은 첫눈에 보았을 때 비슷했지만 자세히 보면 닮지 않았다.하예진과 더 비슷했다.전호영이 자신의 형수님의 언니가 하예진 한 명밖에 없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이윤미가 하예진의 다른 언니인 줄로 알았을 것이다.하예정이랑 하예진은 오히려 너무 닮지 않았다. 하예진은 하예진의 엄마를 더 닮았다. 하예정은 부모님의 좋은 점만 골라서 닮았고 아빠를 가장 많이 닮았다. 엄마랑 조금 닮았던 것이다.전호영은 형수의 집안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기도 모르게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혈연관계가 없는 두 사람이 닮은 것도 없진 않지만 이윤미가 하예정 자매와 너무 닮아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그 세 사람이 친척 관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전호영은 성소현과 하예정 자매가 친척인데도 불구하고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만약 닮았더라면 성소현은 첫 만남부터 하예정에 대해 의심했을 것이다.고현과 이윤미가 춤추면서 한 바퀴 돌았고 이번에는 고현이 전호영을 마주했다.고현이 전호영을 바라보자 전호영은 그녀에게 자신의 잘생긴 얼굴로 웃음을 활짝 지으며 잔을 들었다.고현은 바로 시선을 피했다.고현은 지금 전호영이 귀찮아서 미칠 지경이었다.전씨 가문에서 자란 남자들 모두 껌딱지였을지 의심들 정도였다.드디어 노래 한 곡이 끝났다.춤추는 사람들도 바로 멈추었다.고현은 이윤미 몸에서 손을 떼었다.전호영은 바로 고현에게로 다가갔다.“현이 씨, 피곤하지 않아요? 물 마실래요?”전호영은 닭살 돋는 모든 말을 마구 내뱉었다.진미리 부부가 부르는 것처럼 전호영도 따라서 현이라고 불렀다.앞으로 어차피 부부 될 것이기 때문에 다정하게 불러도 된다고 생각했다.고현의 잘생긴 얼굴은 바로 어두워졌다.고현은 냉랭하게 말을 이었다.“전 대표, 저를 고 대표라고 불러주세요.”보통 고현의 가족들만 고현을 그렇게 불렀다.“당신의 이름은 고현이잖아요. 당신 이름 맞죠? 아니면 다른 이름이라고 있어요? 그 이름으로 불러드릴게요. 저는 특별한 이름이 좋
전호영은 찰떡처럼 고현을 따라다녔다.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지만 아무도 감히 두 남자의 일에 간섭할 담이 없었다.고현을 좋아하는 여자들은 전호영이 밤새도록 고현 곁을 따라다니는 것을 보고 미워 어쩔 줄을 몰랐다.고현은 직접 연회의 주최자를 찾아가 사과하였다. “박 대표님, 죄송하지만 제가 사적인 일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박 대표도 고현이 전호영에게 시달려 많은 사람들의 화제가 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버텨준 것만 하여도 고마울 따름이었다.“알겠어요, 다음에 다시 뵙기를 바랄게요.”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한마디 덧붙였다.“저는 고현 대표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고현은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호원 팀을 데리고 호텔을 나섰다.고빈은 떠나기 아쉬운지 누나 뒤를 따르며 말했다.“형, 벌써 돌아가는 거야? 연회 아직 안 끝났잖아...”“돌아가기 싫으면 넌 연회가 끝날 때까지 남아 있던가.”고빈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래, 그럼 형 먼저 돌아가고 나에게 차 한 대만 남겨줘.”고현이 떠나자 사람들의 시선 중심인 전호영도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이걸 본 박 대표는 전호영이 얼마 전 직접 찾아와 초청장을 달라고 한 이유가 그의 체면을 살려주려는 것이 아니라, 고현을 위해서 온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다시 말해 전씨 일가의 셋째 도련님은 동성애자일 뿐만 아니라 고현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다.한때 전호영을 사위로 삼으려 생각했던 사장들은 이젠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이제는 전호영이 그들의 딸에게 프러포즈 한대도 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전씨 일가의 다른 도련님 중에 또 동성애자가 있을까?전호영도 자신의 공개적인 구애 행위 때문에 동생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현이 씨.”전호영은 호텔을 나오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가 고현이 차에 오르기 전에 그녀를 붙잡았다.고현은 전호영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전 대표님, 이런 행동 자제해주시기를 바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