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랐랐다.진미리는 급히 되물었다.“전호영이 네가 여자란 걸 안다고? 어떻게 알게 된 거야?”딸이 남자가 아니라는 의혹을 품은 외부 남자가 이번이 처음이었다.진미리는 놀랐다. 하지만 이내 기뻐했다.전호영이 고현의 남자 신분을 의심하는 것은 전호영이 고씨 가문 장남이 여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현의 관심을 끌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그렇게 되면 전씨 할머니가 전호영에게 골라준 아내가 있다 해도 전호영이 좋아하지 않는 한 고현도 희망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진미리의 기분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았다. 기분이 고봉으로 이르렀다가 다시 떨어지는 듯했기 때문이다.고현이 골치 아픈 표정으로 대답했다.“어떻게 의심을 하게 됐는지는 몰라요. 제가 전 대표와 함께 있었을 때만 해도 분명히 아무런 허점도 보이지 않았거든요.”고현과 전호영이 가장 오랫동안 함께 있었던 시간이 바로 저번 주말이었다.평소에 가끔 만난 적 있지만 자주 만나는 사이가 아니었다.매일 고현과 함께 지내는 사람들조차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이심해 본 적 없었다.“전 대표에게 물어보지 그래? 네가 여자라는 증거가 있는지?”진미리의 말투에는 약간의 흥분이 섞여 있었다.고현은 진미리가 조금 흥분한 말투를 눈치챘다. 진미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고현은 바로 찬물을 끼얹으며 말했다.“엄마, 전호영은 언젠가는 결국 전씨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아내와 결혼하게 될 거예요.”진미리가 말을 이었다.“미래의 일은 누가 알아? 아니, 고현아. 전호영이 어떻게 말하던? 네가 무언가 허점을 보였기 때문에 전호영이 의심하고 있는 거 아니야?”진미리는 전씨 가문의 가풍이 매우 좋을뿐더러 집안 어른들이 모두 사상이 진보적이라고 들었다.고현이가 전씨 할머니께서 선택한 손자며느리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명문가의 딸들보다 우수했다.만약 전호영이 진심으로 고현을 좋아하고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면 전씨 가문 어른들도 전호영의 선택을 존중하고 고현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전씨 가문의 어른들이
진미리가 말을 이었다.“그럼요. 전씨 가문이 키워낸 자식들은 모두 훌륭하죠.”전호영이 자기 딸을 마음에 들어 했고 게다가 자신의 딸이 여자라는 것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에 진미리는 정호영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진미리는 전호영에 대한 인상이 매우 좋았다.“여보, 호영이가 어떻게 고현의 여자 신분을 알아봤을까요? 현이가 20년 넘게 남자로 살아왔어요. 제가 친엄마가 아니었다면 저도 우리 현이가 여자라는 사실을 못 믿을걸요. 너무 남자답게 분장하며 다니잖아요.”“현이가 뭐라고 대답했어?”“호영이가 직감적으로 우리 현이가 남자가 아니라고 의심했대요.”고진호는 빙그레 웃으며 또 전호영을 칭찬했다.“호영이가 사람 보는 눈 외에 직감까지 정확하군. 역시 전씨 가문에서 키운 남자다워.”진미리는 말을 잇지 않았다.“여보, 우리는 호영이가 현이 신분을 어떻게 의심하게 되었는지 생각할 필요 없어. 호영이가 게이가 아니고 우리 현이에게 관심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난 이 사위가 마음에 무척 들어.”“저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장모님은 보면 볼수록 전호영 사위가 점점 더 좋았다.두 사람은 아직 사귀지도 않았지만 진미리는 전호영을 이미 사위라고 생각했다.고현은 자신의 부모님이 전호영을 사위로 여기고 있는지도 몰랐다. 고현이 한참 소파에 앉아 있는데 이때 방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고현은 바로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고빈이 방문 앞에 서 있었다.“형, 괜찮아?”고빈이 관심하며 물었다.“전호영이 혼자 내려가는 모습을 봤어. 엄청나게 기뻐하는 눈치던데. 형 괜찮아? 아무 일 없었지?”고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누나의 옷차림이 단정한 모습을 보았다. 아무 일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고빈은 안심했다.“무슨 일? 내가 전 대표에 분명히 말씀드렸어. 내가 남자이니까 전 대표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으니 일찌감치 단념하라고.”고현은 말을 하면서 방을 나가더니 로얄 스위트룸 문을 닫았다.“연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우리 나가자.”고현은 오늘 저녁 연회에
고현은 냉랭하게 대답했다.“저는 윤정 씨와 술 마시고 싶지 않아요. 이만 실례할게요.”말을 마친 고현은 경호원의 보호 속에 이윤정의 곁을 지나갔다.자신의 곁을 지나가는 고현을 보며 이윤정은 고현을 향해 몇 번 소리쳤지만 고현은 여전히 못 들은 척 앞으로 걸어갈 뿐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이윤정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이씨 가문은 재력 순위가 1위는 아니지만 최고의 명문가 중 하나였다. 이윤정은 이런 연회에 참석하기만 하면 그녀를 에워싸면서 아부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이윤정을 좋아하는 남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 남자들은 모두 능력 없는 플레이보이들이다.이씨 가문에서 오만하고 콧대 높게 자란 이윤정은 능력 없는 플레이보이들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우수한 남자들은 이씨 가문의 데릴사위 규정 때문에 이씨 가문의 후계자를 멀리 쩍 피했다.데릴사위로 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능력이 없는 플레이보이들만이 이씨 가문의 후계자를 좋아했다.이윤정도 고현의 연모자들과 마찬가지로 고현을 본 후로 고현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못하고 몰래 관찰하고 있었다. 고현을 향한 마음을 거두어들이지 못했다.예전에 이윤정이 고현과 이야기할 때 고현은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몇 마디는 대답했었다.1년 전 이윤정의 신분이 폭로된 후로 이윤정은 더 이상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었다. 이씨 가문에서 진짜 딸인 이윤미와 같은 대우를 받았지만 결국 많은 일이 바뀌고 말았다.이씨 가문의 후계자는 이제는 이윤정이 아닌 이윤미로 되였다.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윤미를 더 좋아했다. 이윤미가 기품있고 우아하다면서 역시 이씨 가문의 후계자답다고 칭찬했다.이윤정 눈에는 이윤미가 겁도 많고 연약하기만 했다. 기품과 우아함이라고는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씨 가족의 일부 사업은 이미 이윤미에게 맡겨졌다. 이윤정은 그의 사업이 망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회사 고위층 인사들이 이윤미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생각했다.시골에서 자란 이윤미에게 사업을 다스릴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전씨 셋째 도련님은 정말 뻔뻔해요. 고 대표가 귀찮아하는 데도 껌딱지처럼 고 대표에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도 않아요.”조윤도 전호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전씨 셋째 도련님은 우리보다 우세가 있어. 전호영은 남자지만 신분과 지위가 있기 때문에 고씨 그룹은 전씨 그룹과 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고 대표의 경호원들은 전씨 셋째 도련님을 막을 수 없었을 거야.”그 말을 들은 이윤정은 더욱 질투가 났다.와인 한잔을 벌컥 들이킨 이윤정은 형수에게 물었다.“이윤미는요?”“어느 구석에 있는지 보지 못했어.”조윤은 이윤미를 좋아하지 않았다.이윤미가 시골에서 자랐다고 해도 이윤미의 분위기는 우아하고 기품 있었다. 이씨 가문으로 돌아와서 조금 꾸몄을 뿐인데도 이윤정보다 훨씬 예뻐서 조윤은 못마땅했다.그래도 조윤은 시누이가 정말 싫었다. 이윤미가 아주 교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이윤미가 이씨 가문 저택에서 조용하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 소리 없이 오빠 손에서 적잖은 권력을 나누어 가졌다. 이러한 행동들은 조윤을 더 불쾌하게 만들었다.조윤은 비밀리에 이윤정을 꼬드겨 이윤미와 권력 다툼을 부추기려고 했다. 이윤정은 이씨 가문에서 후계자로 키워졌다, 비록 이씨 가문의 혈육은 아니지만 수양딸이기도 했다. 이윤정이 제대로 된 장녀라고 생각했다.이윤정은 이윤미보다 10분 먼저 태어났다.조윤은 두 시누이가 권력을 놓고 경쟁하여 자신의 남편이 중간에서 이익을 챙겼으면 했다. 다른 가문에서의 재산은 대부분 아들에게 상속되었지만 이씨 가문은 장녀에게 가주의 자리를 물려주었다. 이씨 가문의 가주가 회사의 대부분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이씨 가문의 남자들은 진작부터 이 가정 규칙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런 규칙을 깨고 싶었다.이윤미와 이윤정이 모두 죽으면 이 대표는 딸이 없어질 것이고 가주의 자리를 아들에게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방계 가족의 딸들에게 상속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조윤은 시어머니의 음험한 성격으로는 절대 가주의 자리를
고현이 이윤미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본 여자들은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이때 이윤정이 갑자기 뛰어와서 고현의 길을 막았다. 그리고 웃음꽃을 흩날리면서 고현에게 말을 건넸다.“고 대표, 저와 함께 춤추실래요?”고현은 목소리를 깔고 굵은 목소리로 거절했다.“윤정 씨, 죄송해요. 전 이미 파트너가 생겼어요.”고현은 말을 마친 후 이윤정을 넘어 몇 걸음 더 걸어서 이윤미의 테이블 앞으로 갔다.이윤미는 음식을 맛있게 먹다가 문득 많은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윤미는 바로 고개를 들었고 고현이 자신의 맞은편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이윤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바로 고현을 향해 웃었다.“고 대표, 무슨 일이세요?”전호영이 고현의 뒤를 따라왔다.전호영이 이윤정 옆을 지나갈 때 이윤정은 전호영을 넘어뜨리려고 한쪽 발을 내밀었다.이윤정은 전호영이 자신의 가장 강력한 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연적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 앞에서 넘어져 망신 주고 싶었다.그러나 이윤정은 전호영을 너무 얕잡아보았다. 간이 부은 것이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감히 전호영 앞으로 발을 내민 것이다.전호영은 이윤정의 꼼수를 눈치챘고 이윤정의 발에 걸린척했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지지 않고 펄쩍 뛰면서 이윤정의 발을 흘겨보았다.쿵!누군가가 땅바닥에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발을 내밀어 전호영을 골탕 먹이려던 이윤정이 넘어졌다.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면서 나온 소리였다.연회 현장의 사람들 모두 이윤정을 쳐다보았다.이윤정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땅으로 처참하게 넘어진 것이다. 하마터면 다리가 치마 밑으로 드러날 뻔했고 발에 신겨졌던 하이힐 한쪽도 날아가 버렸다.이 장면은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전호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현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지 못했다. 고현은 이윤미를 마주해 서 있었고 전호영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윤미가 전반 과정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이윤정이 발을 내밀어
고현은 이윤미를 도와 증언해 주었다.“이 대표, 제가 이윤미 씨를 위해 증언해 줄 수 있어요. 윤미 씨가 조금 전에 이곳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었어요. 제가 윤미 씨와 춤추고 싶어서 초대하러 왔기 때문에 윤미 씨가 일어선 겁니다.”“네가 윤정을 밀었다고 의심하지 않았어. 다만 윤정이와 가까이 있으면서도 동생이 넘어졌는데 부축하지도 않니?”이 대표가 수양딸을 더 예뻐한다는 사실은 강성에서 이젠 비밀도 아니다.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이씨 노인네가 노망났다고 생각했다.수양딸이 넘어졌는데 친딸이 부축하지 않는다고 탓하다니!이윤정이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이윤정이 넘어진 일은 이윤미와 전혀 상관없었다.“내 말이. 윤정이가 처참하게 넘어졌는데도 윤미 너는 가만히 서서 보고만 있어? 동정심도 없이 윤정이를 부축할 줄도 몰라? 윤정이가 창피하게 넘어지니까 너무 기뻐하는 거 아니야?”이 말을 한 사람은 조윤이였다이윤미의 잘못이 아닌데도 조윤은 이윤정이 이윤미를 원망하게 하고 싶었다.이윤미가 입을 벌리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떨구면서 억울해하는 표정을 지었다.보는 사람마저도 분노가 치밀었다.모두가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사리가 밝지 않다고 생각했다.이윤정 친아버지로 인해 친딸인 이윤미가 태어나자마자 집사의 딸로 뒤바뀌게 되어 시골에서 자라게 되었다.이윤정이 이윤미가 가져야 했던 모든 것을 빼앗았고 자신의 신분을 되찾았지만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여전히 이윤정을 더 예뻐했다. 이윤미에 대해서는 겉치레만 해줬을 뿐 신경 쓰지 않았다.친엄마인 이 대표마저도 이윤미에게 잘해주지 않았다.이윤미가 이씨 가문으로 돌아온 지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윤미도 이 대표를 따라다니며 수많은 연회 자리에 참석했지만 이 대표는 사람들 앞에서 이윤미에 대한 불만 가득한 표정 많았을 뿐 그녀 앞에서 웃어 본 적 없었다.지금은 이윤미가 이씨 가족의 기업에서 권한을 부여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지만 모두 겉치
“엄마, 나 머리가 좀 아파요. 발도 삐끗한 것 같아요.”이윤정은 가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엄마, 제가 실수로 전씨 셋째 도련님과 부딪혀서 넘어진 거예요. 윤미 언니와는 상관없어요. 엄마와 형수님, 윤미 언니 탓하지 마세요.”그리고 또 전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전 대표, 왜 저를 넘어뜨리세요? 전 대표가 고 대표를 좋아하고 또 공개적으로 구애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어요. 우리가 연적이라 해도 저한테 이렇게 대하시면 안 되죠.”이 대표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윤정에게 물었다.“전 대표가 널 넘어뜨린 거야?”전호영이 화를 냈다.“이윤정 씨, 밥을 함부로 먹을 순 있어도 말을 함부로 하시면 안 되죠. 당신이 저를 넘어뜨리려고 해서 제가 뛰면서 피했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았어요. 반면 당신이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넘어졌잖아요.”“정말 자업자득이네요. 쌤통이네요!”전호영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은 불가능했다.전호영은 혼자서도 열 몇 명의 연적과의 말싸움에서 이겼던 역사가 있었다.이윤정이 홀몸으로 전호영을 모함하려 하다니, 어림도 없었다.전호영은 이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반박할 틈도 주지 않고 고개를 들어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곳에는 카메라가 여러 개 설치되었어요. 제가 이윤정 씨를 기어코 넘어뜨렸다고 말하신다면 우리 고 대표에게 부탁해서 카메라 기록을 들춰냅시다. 모두에게 보여 줘서 진실을 알아내면 되겠네요.”고성 호텔은 고씨 그룹의 호텔이었다. 고현은 고씨 그룹의 대표였기 때문에 카메라 기록을 꺼낼 권리가 있었다.이윤정은 여전히 변명했다.“저도 전 대표를 넘어뜨리려고 한 게 아니라 실수로 전 대표와 부딪혔을 뿐이에요.”“그 말인즉슨, 제 탓이 아니란 말씀입니까?”이윤정은 말문이 막혔다.이 대표는 어떻게 된 건지 이내 알아차렸다.이 대표는 화를 억누르면서 전호영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전 대표, 죄송해요. 제 딸이 당신을 오해하게 되어서 정말 죄송해요.”뒤이어 이윤정에게 힘 있는 목소리로 소리
이윤정은 계속해서 핑계를 대고 있다가 어머니의 엄숙한 표정을 보더니 바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엄마,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이윤정은 한 걸음 더 다가가 다정하게 이 대표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리듯 말했다.“엄마, 내가 잘못했어요. 화내지 마세요. 난 고 대표가 너무 좋아요. 워낙 경쟁력이 강한데 전씨 셋째 도련님까지 끼어들려고 하잖아요. 우린 여자라서 고 대표에게 가까이할 수조차 없단 말이에요.”“하지만 전 대표는 고 대표와 가까이할 수 있잖아요. 고 대표의 경호원들도 전 대표를 막지도 못하는걸요. 게다가 고 대표 회사 앞에서 꽃바다까지 만들면서 공개적으로 구애했고요.”“제가 전 대표를 질투해서 저도 모르게 그런 짓을 한 거에요. 하지만 전 대표가 반응이 매우 빨라서 전 대표를 넘어뜨리지 못하고 제가 그분에게 걸려서 넘어진 거예요.”자신이 방금 넘어진 것을 생각하면서 이윤정은 화가 치밀어 이가 갈렸다.이윤정은 지금까지 그렇게 창피한 적 없었다.“엄마, 화내지 마세요. 알겠어요. 다시는 이런 작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이윤미도 그래요. 제가 넘어진 걸 보면서도 바로 부축해주러 오지 않았어요.”“형수 말씀이 맞네요. 이윤미는 제가 그렇게 창피함을 당하는 게 기쁜가 봐요.”그러자 이 대표가 이윤정의 이마를 쿡쿡 찌르며 꾸지람했다.“윤미가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고 대표가 갑자기 찾아와서 놀란 상태에 처해 있었어.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네가 뒤에서 넘어진 거야. 윤미가 그 당시 멍해 있었거든. 그런데 어떻게 널 부축하러 가?”“윤미가 시골에서 자랐고 무술을 배운 적이 없어서 반응이 빠를 수 없어. 너처럼 무술을 배워본 사람도 전 대표에게 당했잖아. 넌 건드리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건드린 거야.”“이건 네 문제야. 너의 잘못이야. 자꾸 윤미를 탓하지 마. 어쨌든 윤미는 내 친딸이야. 너도 기억해야 해. 네 아빠 때문이 아니었다면 윤미가 저런 억울함을 당하지 않았을 거야.”“네가 윤미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 거야. 자꾸 윤미
이러한 사실들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여운초를 몰랐을 때 여운초가 여씨 가문에서 어떤 날을 보냈는지, 여운별이 여운초를 어떻게 대했는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진실을 알게 된 후로 여운별이 평생 감옥에 갇혀 나오지 못하기를 바랐다.따라서 여운초가 여운별을 상대할 때 모두는 여운초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도가 너무 가볍다고 여겼다.전이진은 약혼녀의 손을 잡고 소리 없이 그녀를 지지했다. 여운초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는 그녀를 지지했다.지금으로 오기까지 여운초는 너무 고생했다.팔자가 세지 않았다면 여운초는 오늘까지 살 수 없었을 것이다.여운초가 여운별을 괴롭히려고 하는 것과 추미자 모녀가 여운초에게 한 짓을 비교하면 여운초의 행동이 아주 가벼운 복수에 불과했다.여운초는 전이진을 흘겨보며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이진의 손을 맞잡았다.그녀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또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사촌 오빠들과 함께 리조트 입구에서 회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밖에 에어컨이 없어서 경비실 입구에 앉아있는데 햇살이 너무 뜨거워 여운별은 너무 덥다고 느꼈다.사람은 더우면 마음이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여운별은 초조해하면서 투덜댔다.“물음 하나만 물었는데 왜 이렇게 답장이 안 와? 이게 무슨 X 같은 날씨야! 11월인데 아직도 이렇게 덥다니.”“조금만 더 기다려. 곧 답장이 올 거야. 관성 날씨는 원래 이렇게 더워. 음력으로 11월이 되어야 덥지 않을 거야.”내년 양력 2월이면 설이 다가온다.하지만 관성에서는 설날에도 춥지 않았다.“여운초가 일부러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 햇볕에 쬐어 죽으라고 괜히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이렇게 햇볕을 쬐는 줄 알았으면 양산을 가지고 올 걸 그랬다.여운별이 화를 내려고 할 때 경비원이 경비실에서 나와 미안한 표정으로 여운별에 말했다.“우리 둘째 사모님께서 운별 씨를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니 어서 돌아가세요.”여운별은 벌떡 일어나 예쁜 얼굴에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
“내 말은 관성에서 내가 마음만 먹으면 조사할 수 없는 일이 없다는 뜻이야. 여운별 씨가 나랑 상관없는 사람인데 모습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을 내가 알 리가 없잖아.”“알았어. 내가 미안해. 차나 마셔.”심효진은 남편의 차 한 잔을 들어 남편에게 찻 찻잔을 건네면서 말을 하지 말라고 표시했다.소정남은 찻잔을 건네받아 마시고는 전이진에게 물었다.“이진 씨, 그 처제분은 어떻게 된 겁니까?”“안에서 표현이 좋아서 일찍 나왔어요. 어제 나왔는데 여씨 가문의 열쇠가 없어서 들어가지 못해서 저렇게 난리를 치네요.”전이진은 여운별이 그의 처제라는 말을 듣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여운별이 그의 처제라는 사실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여씨 가문의 자매 사이에 정이 깊은지를 막론하고 그들이 친자매라는 사실을 지울 수 없었다.여운초는 담담하게 말했다.“저 사람들은 20년 넘게 우리 아버지가 남겨주신 집에서 살았어요. 저를 괴롭힐 뿐만 아니라 하마터면 저의 목숨까지 앗아갈 뻔했거든요. 여운별은 내 친동생이지만 저를 언니 취급하지 않아요. 운별이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도 다들 잘 아시잖아요.”“10년 전 실명해서 보이지도 않았을 때 운별은 저를 별장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어요. 하인들조차도 문을 열게 하지 못하게 해서 저 스스로 문을 찾아 들어가야 했는데 운별이가 제 열쇠를 빼앗아 들어가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손으로 제가 더듬으며 문을 뛰어넘어 들어가는데 운별이가 사람을 시켜 땅에 유리 조각들을 뿌려놓게 한 거예요.”“저도 사실 너그러운 사람이 아닌가 봐요. 저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제가 마음속에 깊이 새겨두지만, 저를 괴롭히는 사람들도 제가 머릿속에 잘 기억하고 있어요. 앞으로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복수할 거예요.”“여운별은 어젯밤에 두 사촌 오빠를 데리고 우리 별장으로 돌아가서 우리 집을 호위하는 큰 개들을 독살하려고 했는데 그 개들을 못 보아서 포기했나 봐요. 그 뒤로 우리 별장의 대문을 뛰어넘어 들어가려다가 숨어있던 개들이 뛰쳐나와서
“운별아, 욱하지 마. 저희 여기에 앉아서 기다릴게요. 괜찮아요. 당신들의 둘째 사모님 동의하시면 우리 다시 들어갈게요.”여운별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하지 않았지만,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여운별이 예전에 함부로 때리고 욕하던 사람이 지금은 만나기도 어려웠다.전씨 가문에 시집가는 여자는 역시 남달랐다.여운초는 아직 전이진과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약혼만 했는데도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지위가 높아 보였다.여운별은 마음속으로 전이진이 여운초를 가지고 놀다가 싫증 나면 그녀를 던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저주하고 있었다. 정말로 실현되면 여운별은 폭죽을 터뜨리면서 축하 파티하리라 생각했다.경비원의 전화를 받은 집사가 회답했다.“둘째 사모님께서 친동생이 있지만 큰 사모님을 괴롭혀서 감옥으로 들여보냈다고 했어요. 지금 나왔어요? 둘째 사모님과 여동생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대요. 여동생이 자주 사모님을 괴롭혔다고 들었는데. 제가 좀 이따가 둘째 사모님께 여동생을 만나실 의향이 있는지 여쭤보고 올게요. 둘째 사모님께서 만나려 하지 않으신다면 그분들을 돌려보내세요.”경비원은 바로 알았다고 대답했다.다행히 그들은 맡은 바 책임을 다해 여운초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듣고도 들여보내지 않았다.눈앞의 여운별은 그들의 큰 사모님을 함정에 빠뜨리고 둘째 사모님을 괴롭힌 사람이었다.감옥살이하고도 여행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면 정직하지 못한, 심보가 나쁜 사람임이 틀림없었다.집사가 직접 정자 밑으로 다가갔다.정자 밑에 앉아서 수다를 떨던 사람들은 집사가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이내 대화를 끊었다.“무슨 일 있으세요?“전이진은 정자로 들어오는 집사에게 물었다.“이진 도련님, 운별 아가씨께서 운초 사모님 뵙겠다고 하세요. 사모님, 만나시겠어요?”전이진이 여운초를 바라보았다.여운초는 손을 뻗어 탁자 위에 있는 차를 마시고는 내려놓으면서 차가 맛있다고 연신 칭찬했다.여운초는 차를 반 컵 정도 마신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능력 있으면 직접 들어가라고 하세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께서 반년 넘게 여행을 다니다가 오늘에야 돌아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길래 여기로 둘째 사모님을 찾아온 거예요. 열쇠를 좀 가지려고요.”김양훈은 거짓말을 지어냈다.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에 간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당시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갔을 때 상류층 사람들 외 보통 사람들은 잘 몰랐다. 게다가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런 일에 관심도 없었다.하여 김양훈은 여운별이 반년 넘게 여행을 갔다가 막 돌아왔는데, 집에 문이 잠겨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쩔 수 없이 여운초에서 열쇠를 가지려고 찾아왔다고 거짓말을 했다.경비원 두 명은 서로 쳐다보았다.‘둘째 사모님의 친동생이라고?’그들은 여운초가 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여운초의 남동생과 사촌 남매는 본 적이 있지만 눈앞의 사람을 본 적 없었다.여운초에게 세 명의 고모가 있지만 다만 두 명의 고모는 여운초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들었고 여운초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상황만 알고 있었다.하여 여운초는 그들을 절대로 집으로 초대하지 않았고 작은고모의 가족만 서원 리조트로 오면 귀빈 대접해 주었다.“세 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경비원 한 명이 몸을 돌려 경비실로 돌아갔다.또 다른 경비원은 여운별 일행을 앉으라고 의자 세 개를 가져왔다.두 경비원의 태도가 매우 좋았지만, 여운별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앉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 제가 바로 들어가서 여운초... 우리 언니를 찾으면 돼요. 제가 반년 동안 집에 없었는데 나오자마자... 돌아오자마자 언니가 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과 약혼을 했다더군요. 저는 전혀 몰랐어요. 제가 이왕 왔으니 들어가서 사돈도 만나고 예비 형부도 만나봐야죠.”여운별은 감옥에서 나온 뒤로 여운초와 재산을 경쟁할 뿐만 아니라 여운초와 전이진의 관계도 망치려고 계획했다. 여운별은 자신이 여운초보다 젊고 몸매도 예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각장애인이 아니라서 여운초보다 훨씬 낫다고
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을 돕고 있는 목적이 바로 이런 것들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여운별은 여운초보다 다루기 훨씬 쉬웠다.예전에 그들은 여운초가 꽃만 살 줄 아는 사람으로 여기면서 여운초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그러나 여씨 가문의 세 자식 중에서 여운초가 가장 대단하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운별아, 우리는 당연히 널 돕고 싶지. 우리는 애초에 외삼촌 회사에서 잘 일 하고 있었는데 운초가 어떻게 한동호를 꼬드겼는지 한동호와 협력해 우리를 내쫓았잖아. 그래서 회사가 운초 손에 들어간 거고.”“운초는 네 친언니였고 삼촌과 외숙모가 감옥으로 들어간 뒤로 천우도 아직 어려서 운초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었어. 근데 여씨 가문의 고위층 인사들도 아무런 의견도 제출하지 않은 거 있지. 게다가 한동호도 운초를 돕고 있었잖아.”“외삼촌은 늘 사람을 잘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한동호 손에 무너진 셈이지. 한동호는 우리 외삼촌의 중시를 받으면서 그 자리까지 올라갔거든. 심지어 외삼촌이 너와 한동호를 맺어주려고 했는데 운초랑 손을 맞잡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큰외삼촌이 한동호를 무척 믿고 잘해주셨어. 우리도 예전에는 한동호가 외삼촌 앞에서 우리 나쁜 말을 할까 봐 운초를 보면 잘 보이려고 애쓰면서 예의를 갖추어 인사했거든.”“지금 우리 두 집안이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 운별이 너도 봤잖아. 다만 우린 너를 도와 여씨 그룹을 빼앗아 주고 싶을 뿐이야. 그러나 너는 너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어. 우린 단지 옆에서 너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뿐이지.”최성욱과 김양훈은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듣기 좋은 말을 하고 있었다.“우리도 너와 운초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 다만 지금 우리가 불리한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네가 좀 참고 머리를 숙여 운초의 비위를 맞춰주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다가 운초가 경계심을 풀면 네가 너의 모든 것을 되찾아도 늦지 않았잖아.”여운별은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오빠들의 말에도 일리가
몇 분 후, 택시 기사는 세 사람을 리조트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도착했어요. 요금을 지불하세요.”사촌 오빠들은 차에서 내렸다.그들은 단지 여운별의 경호원이 되어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뿐이었다. 심부름비가 없으면 그만이지만 그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일은 더욱 불가능했다.이제 그들은 더 이상 부잣집 도련님이 아니었다. 돈을 물 쓰듯 쓰던 날과 작별하고 스스로 일을 하여 한 달 월급 수십만 원을 벌어 부모님과 자녀들을 돌봐야 했기에 돈을 아껴야 했다.여운별의 상황과 같지 않았다.여운별은 여운초와 아무리 심하게 다투었어도, 여씨 가문의 별장에 들어갈 수 없어도 여전히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였기에 어느 정도 재산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다.그녀가 여씨 가문에 다시 돌아가면 그녀의 은행 카드와 휴대전화, 그리고 자동차 열쇠만 가져오면 무궁무진한 돈이 있을 것이다.하여 이 차비는 여운별이 내야 했다.두 사촌 오빠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여운별은 그들이 차비를 지급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욕을 몇 마디 하고는 마지못해 차비를 냈다.택시 기사는 요금을 받고 여운별 일행이 차에서 내린 뒤로 서둘러 차를 돌려 산에서 내려갔다.이때 김양훈이 갑자기 소리쳤다.“어이, 기사님! 가지 마세요! 여기서 기다리세요. 우리 잠시 후에 또 기사님 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가야 하거든요.”여기에서 택시를 잡을 수 없었다.전씨 가문은 차량이 많았지만, 그들에게 줄 리가 없었고 그들을 시내로 모셔다드리기에는 더더욱 불가능했다.최성욱과 여운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택시 기사를 남겨두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택시 기사는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갔다. 세 사람을 태워주고 싶지 않았다.“젠장, 뭐가 저렇게 빨라?”택시 기사를 남기지 못한 여운별은 차를 향해 큰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뒤이어 최성욱이 말했다.“됐어. 이따가 온라인 택시를 한 대 더 예약해. 운별아, 너도 성질 좀 죽여.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 지금 우리 큰아버지는 이미 감옥으로 들
그러나 여운별의 발은 큰 개들에게 물리고 말았다.여운초가 집에 없었기에 그녀의 동의 없이 집사도 여운별을 집에 들여보내지 못했고 여운별에게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으라고 돈을 건네주었다.여운별은 너무 놀라 집사가 건네준 돈을 집어 들고는 부랴부랴 뛰쳐나왔다.뛰쳐나가면서 다시 여운초를 찾아올 거라면서 경고까지 했다.그리고 오늘 아침 여운별은 또 두 사촌 오빠와 함께 여씨 가문의 별장으로 갔지만, 여운초가 어젯밤에 집에 머물지 않고 전이진을 따라 서원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여운별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녀는 곧장 사촌 오빠들을 데리고 택시를 잡아 서원 리조트로 갔다.여운초를 만나 치료비를 물어내라고 할 겸 전씨 가문의 사모님들에게 여운초의 선하게 생긴 얼굴 밑에 존재하는 악랄함을 보여주려고 했다.자매가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같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자매였다.여운초가 개들을 풀어서 친동생을 물게 하다니, 여운별은 이토록 악랄한 며느리를 전씨 가문에게 고자질하고 싶었다.김씨 집안의 장남 김양훈은 펜을 들고 방문 등록 책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었다.경비원은 그 내용을 본 후에야 그들을 통과시켜 주었다.택시 기사는 곧 세 사람을 태우고 산으로 올라갔다.김양훈은 여운별을 보면서 말했다.“운별아, 여기는 전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질 좀 가라앉혀. 손 좀 대지 말고. 자꾸 사람을 때리면 손해 보는 건 우리뿐이야. 아까 그 경비원이 성격이 좋아서 네가 여자인 것을 보고 반격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이미 경찰에 신고했을걸. 그리고 다른 경비원들을 불러온다면 우리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을 거야.”여운별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나도 개들에게 괴롭힘당해서 그래요. 여운초 때문에 피해를 보아서 그런 거라고요. 여운초와 하예정만 아니었다면 난 지금도 여씨 가문의 고귀한 둘째 아가씨로 지내고 있었다고! 그리고 부모님도 감옥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거고, 저 경비원에게 괴롭힘당할 일도 없었을 텐데.”두 사촌 오빠는
눈앞의 여자가 또 몇몇 도련님의 구애자일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그 젊은 여자는 바로 여운별이었다.차에서 내린 여운별은 곧장 경비실 창가로 걸어가더니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들어 경비원을 마구 때렸다.경비원은 여운별이 사람을 때릴 줄 몰랐기에 무방비로 그녀에게 두들겨 맞았다. 그제야 반응한 경비원은 바로 일어나 뒤로 물러나 여운별의 습격을 피했다.“왜 때려요!”“문이나 지키는 주제야 내가 때리면 안 돼? 잘 들어! 당장 문 열어. 내가 누군지 알아?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 친동생이야! 감히 날 막으려 든다면 내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때릴 거라고!”‘둘째 사모님 여동생이라고?’예전에 이씨 가문은 전씨 가문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여운초와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리조트의 사람들은 대부분 여운초가 남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여동생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했다.경비원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조수석에 타고 있던 남자와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자도 함께 차에서 내렸다.택시기사는 서둘러 말을 건넸다.“차를 타고 산에 갈 수 없다고 하니 저는 올라가지 않을게요. 요금을 계산해 주시고 걸어서 올라가세요.”“안 돼요! 걸어서 산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기다려요. 조금 이따가 우리를 리조트 입구로 데려다줘요. 그때 가서 요금을 결제해 줄게요.”여운별은 걸어서 산에 가고 싶지 않았다.리조트 부근의 산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걸어서 올라가면 무척 힘들었다.그녀는 지금 예전처럼 떠받들리면서 생활하지 않았지만 이미 감옥에서 나와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신분을 되찾았기에 걸어서 산에 올라갈 필요 없었다.전용차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만 해도 여운별은 서럽다고 느꼈다.택시기사는 어쩔 수 없이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여운별은 경비원에게 다시 뻔뻔스럽게 명령했다.“당장 우리를 들여보내 줘. 나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이자 여운초의 친동생이라니까! 잘 들어. 날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내가 운초 언니를 만나 꼭 너에
하예정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태윤 씨를 엄격하게 대하지 않거든요.”“하지만 태윤이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기만 하면 항상 예정 씨 핑계를 대요. 아내가 담배 피우는 거 싫어하느니, 아내가 술을 마시는 거 싫어하느니, 집에 가서 아내 곁에 있어 줘야 한다면서요. 늘 예정 씨 핑계를 대는 거죠.”“정남 씨! 말을 하지 않아도 아무도 정남 씨를 벙어리로 여기지 않거든.”소정남은 크게 웃었다.“사람들이 내가 벙어리인 줄로 알 까봐 그냥 말을 해 본 거야.”노동명도 말을 이었다.“넌 마누라를 방패막이로 삼지 않는다는 듯이 말하네. 관성 사람들이 너희 두 사람 모두 아내에게 잡혀서 산다는 것을 모를 것 같아? 너희들은 유명한 사랑꾼이야.”소정남이 이내 끼어들었다.“도긴개긴이거든. 동명아, 너무 하는 거 아니야? 태윤이와 친척이 될 사이라고 태윤이와 함께 나를 상대하려는 거야?”노동명은 소정남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하예진은 태연하게 앉아있었다.지인들 눈에는 하예진과 노동명 관계는 이미 커플이나 다름없었다.하예진과 노동명을 잘 아는 사람들은 두 사람을 이미 짝으로 보았다.“이제 너희 젊은이들은 밖에 나가서 놀아. 우리는 나이가 많아서 대화에 참견도 못 하는데 너희들이 떠드는 게 싫어.”장소민은 웃으면서 젊은이들을 밖으로 내쫓았다.전태윤은 전이진에게 전화를 걸어 여운초와 함께 오라고 했다.두 사람은 어젯밤에 리조트에서 머물렀다.전태윤 일행은 정자 아래에 앉아서 고급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한가롭게 주말 휴가를 즐겼다.한편 서원 리조트 기슭에 있는 경비실에서 지나가려는 택시를 가로막았다.택시 뒤에 앉은 사람은 창문을 누르고 경비원을 향해 소리쳤다.“어이! 거기 문 지키는 쓸모없는 인간! 빨리 문 열어! 우리 들어갈 거야!”쓸모없는 인간으로 불려지자 경비원은 화가 치밀었다.경비원은 올바른 직업이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존중을 받아야 했으나 소질이 낮은 사람들은 늘 경비원을 능력 없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여겼다.서원 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