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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4화

꽃필무렵은 도심 한복판에 있어 관성 호텔까지 멀지 않아 두 사람은 금방 도착했다.

여천우는 어디로 가려는 건지 가방을 메고 마침 호텔에서 나오고 있었다.

전이진은 급히 차에서 내리면서 여운초에게 말했다.

“천우 어디로 외출하려고 하는 것 같아. 내가 먼저 가서 불러세울 테니까 천천히 내려. 조심해.”

“그래, 빨리 가. 나 혼자 내릴 수 있으니까.”

그녀는 전이진의 차를 자주 타고 외출하여 차 구조에 이미 익숙해졌다. 그래서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전이진은 빠른 걸음으로 여천우에게로 향했다. 여천우는 미리 차를 예약한 건지 호텔 입구에 있는 차량으로 향했다. 그는 차 문을 열고 차에 오르려고 했다.

“천우야.”

여천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곧 시선을 전이진의 뒤쪽으로 옮겼다. 여운초가 지팡이를 짚고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때 어떤 사람이 급히 호텔에서 달려 나오다가 여운초와 부딪쳤다.

여천우는 본능적으로 달려가려고 발을 내디뎠지만, 이내 동작을 멈췄다.

다행히 여운초도 아무 일 없었다. 그 사람은 여운초가 장님인 것을 발견하고는 연신 사과했다.

“눈이 보이지도 않는 사람이 저렇게 오는 걸 그저 보고만 있는 거예요?”

여천우는 참지 못하고 전이진에게 한마디 했다.

전이진은 고개를 돌려 여운초를 바라보았다. 그는 방금 그 장면을 보지 못했기에 여운초가 하마터면 다른 사람에게 부딪힐 뻔했다는 것을 몰랐다.

“운초는 여기를 자주 다녀서 혼자 천천히 걸어오는 것 정도는 괜찮아. 운초도 네가 떠날까 봐 나더러 먼저 널 잡으라고 했어. 어디 가는 길이야?”

전이진은 여천우에게 물어보면서 시선은 약혼녀를 향하고 있었다.

여천우는 조금 화가 났다. 방금 그 장면은 못 봤으니까 그렇다 쳐도 아직도 누나를 바라보기만 하고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까딱하지도 않는다니...

‘가서 누나를 좀 부축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평소에도 누나에게 이렇게 대해요? 누나 혼자 더듬으며 걸어오게 내버려둘 생각이에요?”

여천우의 말투에는 비난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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