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다시 잡고 걸으며 말했다.“천우는 사실 여전히 누나를 많이 생각하고 있어. 아직 어리잖아. 많은 걸 잘 모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여운초는 가볍게 대답했다.“화나지 않고, 슬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 집에서 내가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은 천우야. 겉으로는 내가 별로 잘해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말 아끼고 있어.”“천우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 날 누나로서 진심으로 좋아해 주고, 진심으로 나를 챙겨줬어. 엄마가 나를 때리고 욕할 때마다, 항상 엄마에게 달려가 막아줬어. 엄마가 나를 때리고 욕하지 못하게 했지.”“엄마는 내가 천우를 꼬드겨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서, 나중에는 우리를 아예 만나지 못하게 했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우리 납매의 관계를 방해했지. 그래도 같은 집에 살다 보니, 천우는 계속 나를 위해 말해줬고, 아빠 앞에서도 나를 지켜줬어.”“그래서 아빠는 겉으로만 엄마에게 나를 좀 잘 대해달라고 말했어. 천우가 학교에 가고 나면, 여운별이 천우가 나를 더 좋아하는 걸 질투해서 엄마에게 천우를 기숙학교에 보내자고 했어. 독립성을 키운다는 명목으로.”“사실, 그들은 나와 천우가 깊은 정을 나누는 것을 원치 않았던 거야. 그래서 천우는 아주 어릴 때부터 기숙학교에 다녔고, 일주일에 한 번만 집에 올 수 있었어. 천우가 집에 돌아오면, 그들은 연극을 하듯 나에게 잘해줬어.”“천우가 학교에 돌아가면, 나는 다시 집에서 투명 인간이 되었고, 여운별에게 자주 괴롭힘을 당했어. 내가 반항하면, 엄마에게 맞곤 했지. 그 집은 나에게 어둠과 상처만 남겨줬어. 오직 천우만이 내 유일한 빛이었어.”여운초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계속 말했다.“내 두 고모는 어릴 때부터 큰아버지와 친하게 지냈다고 들었어. 그들은 아빠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아빠와는 놀지 않았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빠를 더 사랑했다고 들었거든. 그래서 그들은 질투했지.”“내가 여씨 그룹을 인수할 준비를 할 때, 최씨와 김씨 사람들을 쫓아낼
전이진은 온화하게 말했다. “천우가 그런 말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을 거야. 운초 씨, 천우에게 시간을 좀 줘. 점점 성장하고, 당신을 이해하게 될 거야.”여천우의 부모와 둘째 누나는 모두 감옥에 갔는데 이는 여운초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다.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당연했다. 어쨌든 그는 겨우 열일곱 살로, 사회의 세례를 받지 않아 그만큼 강한 인내력을 가지지 못했다.여운초는 말을 잇지 않았다.전이진과 함께 공원에서 산책을 하며, 그늘진 길을 따라 걸었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운초의 기분은 많이 나아졌다. 그녀는 그저 마음이 아팠을 뿐, 동생에게 원망은 없었다. 동생의 오해와 원망에 대해서도 더 이상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한 사람이 당신을 의심하고 신뢰하지 않을 때, 아무리 해명해도 상대방은 믿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당신의 노력을 보고, 실천으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천우가 대학을 졸업하면, 그녀는 그를 여씨 그룹에 취직시킬 것이다. 그가 뛰어난 인재인지 아닌지는 그때 가서 알 수 있겠지. 뛰어난 인재라면, 그녀는 기꺼이 여씨 그룹을 그에게 넘길 것이다. 그녀는 시각 장애가 있어 회사를 관리하는 데 항상 불편을 느꼈다.그녀가 원하는 건 단지 공정함과 아버지를 위한 복수, 그리고 아버지의 유산을 계승하는 것뿐이었다.예를 들어, 여씨 가문의 대저택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녀의 아버지에게 물려주었고,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을 남겼다. 그의 모든 재산은 그녀에게 상속된다고. 따라서 그 대저택도 그녀의 것이었다.그녀의 것을 다른 사람이 차지한 후, 그녀는 참고 견디며 그 집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었다. 앞으로 그녀가 바로 그 저택의 주인이었다.그녀의 것이 아닌, 큰아버지 명의의 몇 채의 저택은 손대지 않았다. 그것은 천우와 여운별의 것이기 때문이다....강성.한 대의 스포츠카가 고씨 그룹에 들어와 사무용 건물 앞의 작은 공원을 돌아 사무용 건물 오른쪽에 멈췄다.곧
아마도 도도한 미녀가 아닐까. 누나는 고귀하고 냉정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고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고현의 비서를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비서가 그를 쳐다보자, 그는 웃으며 인사했다.“형 지금 사무실에 있어요?”비서는 온화하게 말했다. “고 대표님은 사무실에 계세요. 둘째 도련님, 대표님께 미리 연락하셨나요?”말하는 동안, 비서는 이미 책상에서 일어나 고빈의 옆으로 왔다. 고빈이 대표님께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비서는 그를 사무실 밖에서 막을 준비를 했다. 함부로 들어가 대표님의 일을 방해할 수는 없었으니.“형 친동생인 내가 언제든 형을 찾아오면 안 돼요? 미리 연락해야 해요?”고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비서가 그를 붙잡았다.“둘째 도련님, 미리 연락하지 않으셨다면, 지금은 들어가지 말아 주세요. 대표님 일을 방해하면, 화를 내실 때 도련님께서 감당 못 하실 거예요.”고빈은 할 말을 잃었다.그는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흔들며 비서에게 말했다. “이건 형이 나한테 조사해 달라고 한 거예요. 이제 결과가 나와서 가져왔는데, 미리 연락해야 해요?”비서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둘째 도련님, 지금 고 대표님께 연락해서 시간이 있는지 물어보세요.”고빈은 두 손 두 발 들었다. 누나가 너무 바쁘기 때문에 친동생인 그도 미리 연락해야 했다. 전에 그는 늘 누나와 함께 회사에 들어가곤 했었다. 비서가 그를 막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었다. 고빈은 비서를 한 번 째려보고는, 결국 순순히 휴대폰을 꺼내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가 전화를 받자 그는 물었다.“형, 나 지금 사무실 밖에 있어. 시간 있어? 형이 조사해 달라고 한 거, 다 조사해서 자료로 정리해 가져왔어.”고현은 간단히 대답했다. “들어와.”그리고 전화를 끊었다.“형이 들어오래요.”비서는 웃으며 그에게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직접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다.고빈은 들어가면서, 누나에게 불평했다.“형
고현은 고개를 들어 동생을 흘겨보고는 미소를 지우며 손을 내밀었다.“이리 줘.”고빈은 얼른 파일 가방을 누나에게 건넸다.“누나.”고빈이 낮은 목소리로 부르자, 고현은 다시 한번 동생을 흘겨보았다. 이를 본 고빈이 혀를 내밀곤 급히 말을 고쳤다.“형.”회사에서 그는 누나라고 부를 수 없었다. 누나는 남장을 한 지 20년이 넘었고, 언젠가 정체가 드러나더라도 그가 먼저 밝히면 누나에게 혼날 게 뻔했다.두 사람은 함께 무술을 배웠지만 그는 누나만큼 뛰어나지 못했다. 겨우 10분 먼저 태어났는데도 마치 10년 먼저 태어난 것처럼 느껴졌다.“전호영은 형 속인 게 아니야. 집에서 결혼 압박을 너무 심하게 받는 바람에 출장 핑계를 대고 강성으로 도망친 거야.”고빈은 약간 고소해하며 말했다. 고현은 파일 가방에서 동생이 정리한 자료를 꺼내 꼼꼼히 본 후, 그 자료를 찢어버렸다.“형, 왜 찢어? 이거 알아내느라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데!”고빈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노력 결과가 누나에 의해 망가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찢어서 태우고, 재를 하수구에 버려야 전호영이 우리가 그를 조사한 걸 모를 수 있어. 그런 오해를 일으키면 안 되니까.”고현은 이렇게 말하며 라이터를 꺼내 조각으로 찢어버린 종이를 태웠다. 종이가 재가 되자 그녀는 휴지를 두 장 뽑은 후, 재를 휴지로 쌌다.고빈은 상황을 보고 얼른 도와주었다. 바닥의 재를 휴지에 싸고, 고빈이 화장실에 가서 버리겠다고 자청했다.고현은 말없이 이를 허락했다.몇 분 후, 고빈은 다시 누나 맞은편에 앉았다. 누나가 다시 문서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말했다.“형, 전호영의 소식을 아직 다 말하지 않았는데, 관심 없어?”“난 그 누구의 소식에도 관심 없어.”고현은 냉담하게 말했다.“말하고 싶으면 해. 들을게.”“회사 오는 길에 들은 소식이라 자료에 정리할 시간이 없었어. 형, 들은 바로는 전씨 가문의 할머니가 결혼 적령기의 손자들에게 신붓감을 골라줬대.”고현은 반응을 보이지
고빈은 고씨 그룹과 전씨 그룹이 기껏해야 요식업에서 경쟁이 있을 뿐 적대적인 관계가 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있었다.그래서 두 가문 모두 전태윤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전씨 할머니께서 전호영에게 고른 아내를 전호영이 무척 싫어하며 반항했다고 들었어. 연초에 준 목표였는데도 전호영은 그녀에게 구애하지 않았던 거야.”“전씨 집안 두 번째 도련님이 약혼한 뒤로 전호영은 집안 어른들의 비난과 결혼 재촉에 참을 수가 없어 강성으로 피해 온 거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집안 어른들이 강성에까지 쫓아와 결혼을 재촉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지.”고빈은 말을 마치고 다시 한마디 더 보충했다.“이것이 바로 강성에 집을 사고 싶은 진짜 이유일 거야. 강성에서 살면서 결혼 재촉을 피하고 싶었던 거지.”고현은 고개를 들어 동생을 올려다보며 물었다.“전씨 할머니가 고빈에게 골라 준 여자가 어느 집 딸인지 알고 있어? 그렇게 반항하다니!”고현이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전 도련님도 처음에는 하예정과의 결혼을 거부했지만 지금은 부부의 금실이 좋기만 했다.사랑은 키울 수 있었다.물론 정을 키우지 못한다면 차라리 헤어지는 것이 나을 것이다.억지로 참으면서 살아간다면 절대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그건, 알아볼 수 없어. 전씨 할머니는 손주들에게 알맞는 며느리를 골라서 사진을 한 장씩 주는데 그 사진에는 여자 쪽의 기본 자료가 적혀 있다고 해.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모두 비밀로 하고 있어. 형도 알잖아.”“어르신이 비밀로 하고 싶어 하시니 외부 사람들이 알 리가 없어.”고현은 “응”하고 소리 냈다.고현은 서류를 봤지만 정호영의 짝이 누군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어차피 고현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고빈은 전씨 할머니와 몇 번밖에 안 만난 사이로 접촉 횟수가 너무 적었고 전씨 할머니도 그녀가 여자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게다가 고빈은 강성의 사람이었고 강성과 관성의 거리도 멀었다.전태윤과 전이진의 반쪽을 놓고 보면 어르신이 고른 손자며느리는 모두 관성 사람이었다.“또
고현은 생각 끝에 말했다.“내가 보기엔 이윤미가 괜찮은 것 같아.”이씨 가문과 고씨 가문은 집안 재력도 비슷했다. 이윤미는 이씨 가문 가주의 진정한 딸이다.이윤미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씨 집사가 악의적으로 아기를 바꿔 집사의 농촌집에서 자라게 되었다.이윤미의 몸에는 여전히 이씨 가문의 핏줄이 흐르고 있었다.이씨 가문은 아들딸이 많지 않지만 귀티가 나는 명문 귀족이다.이윤미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녀의 타고난 귀티는 숨길 수 없었다.1년 전, 이윤미의 친부모님은 결국 이윤미를 찾았고 가짜 딸은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었다.하지만 가짜 딸은 어려서부터 이씨 가문에서 자랐기 때문에 부모와 형제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가족은 가짜 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짜 딸을 수양딸로 삼아 여전히 이씨 가문에서 살게 했다.물론 가짜 딸의 친아버지는 일이 발각되어 이씨 가문에서 쫓겨났지만 말이다.이윤미가 언급되자 고빈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이윤미는 우아하고 귀티나지만, 친 부모님이 집으로 데려왔지만 이윤미가 이씨 가문에서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어. 가족들은 여전히 이윤정을 더 사랑하고 있거든.”“친딸은 친딸이고 가짜 딸은 여전히 핏줄이 섞이지 않은 가짜 딸이야. 이씨 가문의 조상 교훈으로 보면 이씨 가문의 혈통이 아니면 이씨 가문의 가업을 계승할 수 없다고 정해져 있어. 앞으로 이씨 가업은 분명 이윤미에게 맡길 거야.”이씨 가문은 일반 가문보다 남달랐다.이씨 가문의 가주는 모두 여자였다. 이 가문의 가주는 모두 시집가지 않고 데릴사위를 가문에 들였다.결혼 후 아들을 낳으면 남편의 성을 따르고 딸을 낳으면 아내의 성을 따를뿐더러 그 딸이 나중에 이씨 가문의 위세 당당한 가주로 되어 가업을 이끌게 된다.그래서 이씨 가문 여자들은 모두 실력이 대단했다.물론 사람이 있는 곳에는 시끄러운 일이 많기 마련이다.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권력을 두고 경쟁하는 가십거리도 널리 알려졌다.예를 들어 듣는 소문에 의하면 이번 이씨 가문의 가주
이윤미 이씨 가문을 이어받는다면 그의 남편은 데릴사위가 되어야 했다. 고빈은 데릴사위가 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었다.고현은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그랬다. 고빈은 이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이씨 가문 가주는 데릴사위와 결혼했지만 다른 가문으로 시집간 사람은 없었다....한편 도씨 가문에서는...호화로운 홀에서 도기범이 다리 꼬고 소파에 앉아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다.그때 검은 옷을 입은 남자 한 명이 걸어 들어왔다.검은 옷 입은 남자 이준은 도기범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큰 도련님, 도차연이 몰래 관성으로 간 진짜 이유를 알아냈습니다.”도기범은 여전히 신문을 보며 담담하게 물었다.“이유가 뭔데?”이준은 목소리를 낮추어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도차연은 전 대표에게 첫눈에 반해 전 대표와 그의 부인을 갈라놓으려고 했어요. 큰 도련님이 관성에 가서 도차연을 데려오던 날, 도차연은 전 대표의 집으로 찾아가 큰 사모님을 만났어요. 차도연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을 대놓고 건드린 것 같았습니다.”도기범은 단번에 신문을 접고 이준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올려다보았다.반나절 말이 없다가 도기범은 나지막이 물었다.“진짜야?”“큰 도련님, 확실합니다. 전씨 가문의 사모님과 연관된 일은 알아내기 쉬워요. 그분은 관성에서 유명인이거든요.”도기범은 갑자기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도차연은 참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해. 둘째 작은아버지의 외동딸인 데다 작은아버지의 중시를 받으며 가업의 후계자로 교육받고 있었지. 삼촌이 직접 데리고 다니며 가르치고 있으니 도차연 그 자체가 나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어.”도차연이 없었다면 도씨 그룹은 반드시 도기범에 넘겨주었을 것이고 둘째 작은아버지도 그에게 매우 잘 해주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지금 도기범은 후보 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도차연이 큰 잘못을 저질러 둘째 작은아버지의 분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한, 도기범은 비로소 그 자리에 오를 기회가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도차연의
도기범의 얼굴은 진지했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국에서 전태윤과 비슷한 남자를 찾아봐. 찾아서 훈련을 시켜 도차연과 만나도록 안배해줘. 도차연의 머리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을 거야.”“비슷한 얼굴을 전혀 찾을 수 없다면 비슷한 몸매를 가진 사람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로 쓸모가 있을 거야.”전태윤 몸에서 허점을 찾을 수 없다면 하예정으로부터 손대는 수밖에 없었다.전태윤이 바람을 피워 내연녀가 생겼다고 생각해서 하예정이 오해한다면 하예정의 성격으로는 전태윤에게 이혼을 요청할 것이다.전태윤은 아내를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겨서 절대 이혼할 사람이 아니었다.이런 억울한 일을 당한다면 꼭 조사할 것이다. 그때 가서 도차연은 코피 터질 것이 뻔했다.도차연이 꾸민 일을 작은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화가 치밀어 도차연을 도씨 그룹에서 쫓아낼지도 모른다. 그럼 도씨 그룹은 도기범의 것이 될 수도 있었다.“알았어요.”“지금 바로 행동해. 하지만 꼭 조심해야 해. 절대로 흔적 남겨서는 안 돼. 그 누구도 내 흔적을 발견해서는 안 돼. 전씨 가문과 소씨 가문은 사이가 아주 좋아. 소씨 가문은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닌걸.”도기범은 자기 부하에게 신신당부하고 있었다.이준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도기범은 손을 까딱했고 이준은 말없이 물러갔다.“도차연, 드디어 내게 꼬투리가 잡히게 생겼어.”도기범은 눈에 독을 품으며 말했다.“내가 이번에 널 도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으면 여기서 내가 뛰어내릴 거야."도기범은 도차연을 도씨 그룹에서 쫓아낼 뿐만 아니라 둘째 삼촌이 도차연에게 실망하게 하여 그녀를 외딴곳으로 시집보냈으면 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거슬리지도 않기 때문이다.전태윤을 건드리는 사람들은 모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에취! 에취!”멀리 떨어져 있는 관성에서 전태윤은 여러 차례 재채기를 계속했다.노동명과 하예진 모두 전태윤을 쳐다봤다.하예진은 걱정스레 물었다.“제부, 감기 걸린 거 아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
여운초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그녀는 다만 전이진을 대신하여 은행카드만 보관할 뿐일 것이었다. 그가 돈 쓰는 것을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도 그의 돈을 쓸 일이 없을 테였다.전이진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 나서 다시 그녀를 보면서 벙글벙글 웃었다.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기만 했다.“왜 계속 날 보면서 웃어요?”“좋으니까. 운초 씨, 나 지금 너무 좋아. 그냥 웃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이렇게 대답하면서도 그는 또 웃었다.그러는 전이진을 지켜보는 여운초도 참지 못해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둘이서 한참 동안 알콩달콩한 후 전이진이 시계를 보니 어머니가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는 약혼녀를 보면서 말했다.“운초 씨, 엄마가 곧 도착할 것 같으니 우리 지금 출발해. 우리가 구청에 도착하면 아마 엄마도 도착하실 거야.”그는 꽃집에 가서 장미꽃 한 다발을 사야 했다.여운초가 불시에 결혼 신고하자는 바람에 그가 아직 준비는 못 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서둘러야 했다.꽃다발, 다이아몬드 반지 둘 중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한평생 소중히 여길 여자임으로 절대로 서운하게 할 수 없었다.“그래요.”그가 일어나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자, 여운초도 편안하게 자신의 손을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그에게 이끌려 일어섰다.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자고로‘그대의 손만 잡고 이생의 끝까지 살아간다.’라고 했다.그녀는 전이진과 백년해로하고 평생 금실이 좋기를 원했다. 시부모님처럼 애들이 부러울 정도로 몇십 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첫 사람처럼 달콤하게 지내길 원했다.여운초는 저의 집에 있는 차를 안 타고 전이진이 운전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그녀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그녀가 16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기에 운전면허를 딸수 없었던 것이었다.집에 있는 운전기사는 전이진이 그녀에게 보낸 경호원인데 그녀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운전도 해줄 수 있었다.20분 뒤.구청 입구명해
“운초씨, 잠깐만 기다려. 내가 엄마한테 당장 전화할게.”전이진은 약혼녀의 볼에 입을 맞춘 후,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명해은은 전화벨이 한참 울린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엄마, 오늘 시간 돼요?”“이제 방금 일어났어. 오늘은 별일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아. 왜? 아들, 엄마 도움이 필요해?”명해은이 잠기가 채 가셔지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들이 다 크니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점점 적어졌다.애들한테 더는 필요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명해은은 너무 일찍 맛봤다.“저와 운초 씨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를 마치려 하는데 제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안 가져왔어요. 엄마 혹은 아버지가 지금 저한테 가져다줄 수 있어요? 혹은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보내줘도 되고요. 제가 돌아가서 가져오면 시간이 지체되어 아마도 오후나 돼야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후까지 못 기다리겠어요.”가족관계등록부만 손에 가지고 있다면, 전이진은 지금이라도 여운초를 데리고 혼인 신고하러 갔을 테였다.진정으로 여운초가 좋아진 그 시각부터 그는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하지만 그때의 여운초는 앞을 보지 못했기에 훌륭한 전이진을 앞두고 자비감에 모대기었다. 전이진의 사랑마저 그녀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받아들인 것이었다.그녀는 전이진이 자신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정 선생을 찾으러 여러 번 예진 리조트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남은 인생을 그와 함께하기로 하고 약혼을 한 것이었다.그래도 그녀는 진정으로 그를 볼 수 있을 때 가서 결혼하기를 원했다.그녀는 자기와 결혼할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고 싶다고 했다.전이진이 곧 시어머니로 될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들은 여운초의 얼굴은 또다시 붉게 물들었다.‘이 사람 뭐가 그리 급해...’이 반가운 소식을 들은 명해은은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진 듯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시간이 있고말고, 엄마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 금방 가져다줄게. 넌 지금 여씨 저택에 있니? 아니면 회사에 있니?” “저는 지금
그는 자신의 사람 보는 안목을 믿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도 믿었다. 그는 그녀와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녀의 인품, 일하는 스타일 등을 천천히 알게 되었다.“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한평생 같이 살아야 해요. 나는 이혼 따위는 할 마음이 없으니 잘 생각해서 결정해요. 당신처럼 훌륭한 남자는 앞으로도 나보다 더 좋고, 당신한테 더 잘 어울리는 여자를 만날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이 결혼은 할머니가 강요하셔서 한 거라고 하면서 그 여자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사랑이니 어쩌니 해도 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전이진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면서 말했다.“넌 아직도 바깥사람들이 우리 전씨 집안 남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몰라? 전씨 집안 남자들은 모두 아내한테 일편단심이야. 전씨 집안의 가훈에는 결혼 후 한평생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혼인에 충실해야 하며 바람을 피워선 안 되고 이혼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어.”“누구든 가훈을 어기는 즉시, 전씨 가문에서 쫓겨나서 더는 전씨 일가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돼버려.”“그리고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할머니가 당신을 선택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다면 할머니가 강요하셔도 소용없어.”전이진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누구한테 전화하려고요?”여운초는 그가 할머니에게 전화 드리려나 싶어서 한마디 물었다.“내가 가족관계등록부를 몸에 지니고 다니진 않아. 우리가 혼인신고를 하려면 내 가족관계등록부도 필요할 거 아니야.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급히 가져다 달라 하면 우리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 절차를 다 끝낼 수 있을 거 같아.”결혼 증명서를 받고 나면 그들은 합법적인 부부가 될 것이었다.전이진은 여태 자기가 한시 급히 여운초랑 결혼하여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애초에 여운초는 시력이 회복되어 그를 볼 수 있어야만 결혼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는 이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 끝내 그녀의 눈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